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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도시, 스마트 시티가 온다

김동철 | 34호 (2009년 6월 Issue 1)
도시가 더 똑똑하게 진화하고 있다. 도시 진화의 원동력은 물론 기술 혁신이다. 도시는 최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기능화(instrumented)되고, 여러 기능이 상호 연결(interconnected)되며, 궁극적으로는 지능화(intelligent)하고 있다.
 
도시의 진화는 인프라와 교통, 환경, 에너지, 수자원, 치안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IBM에서는 이렇게 전보다 더 똑똑한 형태로 변화하는 도시를 ‘스마트 시티(smart city)’라고 부른다.
 
스마트 시티는 우선,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도시 인프라 등의 효율성을 최대화한다. 둘째, 도시와 인간, 자연이 상호 연결된 공간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한다. 셋째, 사생활이 보장되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도시 자산 관리
도시 자산은 건물, 도로, 교량, 상하수도 등 도시를 구성하는 인프라 시설들을 말하며, 시민들의 기본적 생활 영위에 필수적이다. 인프라 관리의 실패는 안전사고를 일으켜 천문학적인 금전 손실과 인명 피해를 부른다. 1994년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도시 자산 관리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관리가 잘되지 않은 터널이나 다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옆에 있는 것처럼 불안감을 느낀다.
 
88개 시(市)를 포함하고 있는 미국 LA카운티는 도로와 상하수도, 홍수 방제 시설에 생애 관리 개념을 도입한 통합 관리 시스템을 들여왔다. 이 시스템에서는 도시 관리 책임자가 개별 시설물의 수명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수명이 다하거나 문제가 있는 도시의 ‘부품’이 무엇인지를 알아내 교체나 유지 보수를 실시한다. LA카운티는 특히 긴급 작업에 우선순위를 자동 부여하는 시스템으로 도시 시설의 안전도를 크게 높였다.
 
교통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수는 1970년대 이후 125배나 늘어났다. 반면 도로는 2.5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도로 확충도 중요하지만, 첨단 교통 시스템의 도입도 필수적이다.
 
싱가포르는 실시간 교통 정보보다 업그레이드된 ‘교통량 예측 시스템(Traffic Prediction Tool·TPT)’을 도입해 교통 정체 해소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TPT는 실시간 및 기존의 통행량 정보를 활용해 1시간 이후의 통행량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IBM 왓슨(Watson) 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도구는 다시 말해 미래의 통행량을 내다보는 ‘타임머신’이라 할 수 있다. TPT는 예측 정보를 더 먼 미래를 위한 시뮬레이션에 활용해 장기적인 교통난 해결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혼잡통행료 자동 부과 시스템으로 도심 교통량을 억제하면서도 톨게이트가 일으키는 교통 정체를 없앴다. 이 도시는 2006년 차량들이 시 중심에 진입하는 18개 지점을 통과할 때 카메라가 차량 번호판을 인식해 통행 요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하이패스 단말기나 전자태그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 큰 장점. 통행 요금은 차량 소유자의 계좌에서 자동 인출되며, 편의점과 은행에서 납부할 수도 있다.
 
14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는 스톡홀름은 매년 2만 명씩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심각한 교통 체증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시스템 설치 이후 교통량은 22%, 대기 오염은 14%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치안 서비스
지금도 도시 치안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폐쇄회로TV(CCTV)는 향후 기술 발달과 함께 보다 많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최근 실용화된 차세대 CCTV는 ‘모션 캡처링(motion capturing)’ 기술을 갖추기 시작했다. 모션 캡처링은 수상한 물체나 사람의 이상한 행동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기존 CCTV는 모니터 하는 사람 없이 ‘수배 중인 빨간색 1.5톤 트럭’을 찾아낼 수 없다. 하지만 차세대 CCTV는 비슷한 자동차가 감지되면 즉시 관련 기관에 경보를 울려준다. 차세대 CCTV를 이용하면 폭발물 테러는 물론 도난과 분실, 폭행 등 각종 범죄 발생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 공안당국은 2008년 올림픽을 앞두고 지능형 영상 감시 시스템을 이용해 테러리스트와 상습적 범죄자들을 감시했다. 미국의 시카고는 영상 감시를 통해 모범적인 거주 안전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시카고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부서(OEMC)는 2007년 9월 660개 이상의 지능형 영상 감시 카메라를 도입해 자동 치안 시스템을 완성했다. 국내에서도 인천시가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u-세이프티 시티 구축 프로젝트’에 영상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지능형 치안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에너지
전기는 남는 분량을 저장할 수 없으며, 정확한 수요 예측이 어렵다. 소비자가 전력회사가 공급하는 전기를 일방적으로 받아 써야만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도시는 항상 20% 정도의 전기를 초과 공급한다. 잉여 전력은 연료 낭비뿐만 아니라 설비 초과 건설의 원인이 된다.
 
이런 문제점은 ‘양방향 디지털 계량기’로 해결할 수 있다. 이 계량기는 전기의 소모량을 기록하고, 공급을 제어할 수 있다. 공급 제어는 일반 가정이 전력 가격이 비싼 시간대에는 특정 가전 기기의 전원을 차단하고, 가격이 낮은 시간대에 다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시스템(smart power grid)이 더 발전하면,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기만 사용하는 등 ‘전기 골라 쓰기’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가정에서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여분의 전기를 쉽게 사고파는 시장도 형성될 수 있다. 도시 전체로 보면, 전기의 흐름을 추적하는 기능이 생겨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정부의 에너지국은 최근 자동온도조절기 같은 가정용 기기를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NNL) 시스템에 연결하는 지능형 전력 소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구들은 약 2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수자원 관리
세계적으로 눈, 비와 같은 자연 강수의 40% 이상이 그냥 버려진다. 우리나라도 여름에는 홍수로, 겨울에는 가뭄으로 고통을 겪으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뉴욕 허드슨 강의 수자원을 통째로 관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수질과 물의 양, 제방의 안전 상태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이용해 허드슨 강 유역 315마일을 모니터링한다. 비가 많이 내려 강의 수위가 위험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거나, 제방의 붕괴 가능성이 있으면 센서가 이를 무선으로 제어 센터에 통보해준다. 또한 수자원 관리자들은 프로젝트의 데이터를 이용해 하천의 현재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의 모습까지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아일랜드는 갤웨이베이(Galway Bay) 전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IBM이 아일랜드 해양연구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조수의 흐름과 파도의 높이, 수온,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 등을 센서와 로봇, 컴퓨터 기술이 통합된 네트워크로 관리한다.
 
최근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도 이 같은 도시 수자원 관리 차원에서 추가 논의가 이뤄진다면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좋건 싫건 간에 미래는 도시 중심의 세상이 될 것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2030년에는 그 비중이 60%까지 커질 전망이다. 신흥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선진국의 지식 사회화, 서비스 사회화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의 위상은 점점 커질 것이며, 도시민의 편의와 삶의 질 향상은 무엇보다 우선적인 추진 과제가 될 것이다.
 
‘똑똑한 도시’를 만들어줄 가장 중요한 도구는 네트워크 등의 첨단 기술이다. 앞으로 가까운 시일 안에 똑똑한 도시를 만드는 도구를 중심으로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변화의 물결은 이미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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