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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오션’에서 ‘블루스카이’ 찾아라

이장우 | 32호 (2009년 5월 Issue 1)
몇 해 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를 시작으로 새로운 경영 혁신 이론인 ‘블루오션 전략’이 바람을 일으켰다. 이 이론을 만든 주인공은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다. 블루오션은 신시장 개척이라는 어려운 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고, 많은 기업인들은 오랜 가뭄 속에서 단비를 만난 농부처럼 들뜬 마음을 가졌다.
 
인시아드의 두 교수는 저서 ‘블루오션 전략’에서 “레드오션은 오늘날 존재하는 모든 산업을 뜻하며, 이미 세상에 알려진 시장 공간이다. 블루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산업을 나타내며,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는 시장 공간이다”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 공간을 개척하고 싶지 않은 기업이 있겠는가? 공급 과잉, 차이가 거의 없는 기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단축, 90%가 넘는 신제품의 실패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환경에서 신시장 개척은 말만큼 쉽지 않다.
 
또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이런 역할을 혼자서 감당할 만한 기업은 거의 없다. 아무리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이라도 다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나 협력을 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인 블루오션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혹여 블루오션 발견에 성공하더라도 경쟁자가 바로 들어와 레드오션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블루오션 전략이 과대평가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낸드메모리와 광필름 사례에서 이런 주장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선두를 지키고 있는 낸드메모리 사업은 초기 영업이익률이 20%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얼마 후 여러 경쟁자들이 이 분야에 진출하고 공급 과잉이 일어나 영업 이익은 고사하고 제조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파는 레드오션이 되고 말았다. 3M이 선보인 광필름도 최고의 수익을 낳는 블루오션이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어느 카테고리도 블루오션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기는 무척 힘들다.
 
블루오션 출발점은 레드오션에서의 승리
그렇다면 블루오션 자체가 잘못된 이론이고 목표일까? 필자는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맹신하는 우리들에게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블루오션 열풍으로 블루오션만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향이 된 것 같다. 반면 레드오션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방법을 활용해도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없는, 별 매력 없는 시장이라는 선입견도 생겨났다. 따라서 레드오션 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도 있는 창조적 도전마저 미리 포기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또 블루오션 개념이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 분야 종사자들은 그럴듯한 핑계를 갖게 됐다. 즉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산업이나 카테고리는 레드오션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논리로 실적 부진을 해명했다. 결국 가장 확실하게 성공한 블루오션 사례는 ‘블루오션 전략’이라는 책과 블루오션 관련 컨설팅 서비스라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필자는 기업들이 레드오션을 방치한 채 블루오션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투자해야 할 자원과 자본들이 레드오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레드오션에서 돈을 잘 벌어야만 블루오션을 발견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천재일우의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블루오션 성공 전략의 시작점은 바로 레드오션에서의 승리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블루오션에 대한 지나친 환상에 빠져 진정 돈을 벌 수 있고 생존의 젖줄이 될 수 있는 레드오션에서의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한다. 레드오션 경쟁에서 이겨야만 그 수익이 블루오션에 투자돼 더 큰 수익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블루오션 개척보다 레드오션에서 조금 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레드오션 시장은 이미 형성돼 있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은 상당수 기업들은 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있고, 지속적인 성장에 필요한 핵심 역량도 갖췄다. 소비자 이해와 핵심 역량 구축은 향후 ‘성공’을 이끄는 기반이 된다. 다음으로 레드오션 시장에서는 변화가 빈번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시장에서는 전략·전술을 약간만 바꿔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시장에서의 전략은 항상 상대적이기 때문에, 전략 변화가 미미한 레드오션 시장에서 블루오션 전략을 활용하면 시장의 양상이 확 바뀔 수 있다.
 
레드오션에서 더 빛나는 블루스카이
이런 형태의 성공을 필자는 ‘블루스카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사방이 온통 검붉은 레드오션은 그와 비교되는 맑고 푸른 하늘을 더욱 도드라지게 한다. 레드오션이 있기에 더욱 부각되는 아름다운 광경, 그것이 바로 블루스카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블루오션의 환상에서 깨어나 블루스카이를 찾는 일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 투자 비용에 비해 성공 확률이 낮은 블루오션보다, 기업이 이미 보유한 자산과 핵심 경쟁력을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효율적인 블루스카이가 기업에는 더 효과적이다.
 
화장품, 패션, 블루진, 스니커즈 등 전형적인 레드오션 산업군에서 블루스카이를 개척해 성공한 사례가 많다.

화장품 시장은 이미 수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레드오션이지만, 늘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들어와 성공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블루스카이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제조도 없이 아웃소싱만으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더페이스샵의 브랜드숍 성공이 대표적 사례다. 청바지 시장 역시 오래된 레드오션 시장이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청바지 회사들조차 매출액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트루릴리젼이라는 브랜드는 한 벌에 40만∼6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트루릴리젼은 전술과 전략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수작업으로 한정 생산을 하면서 프리미엄 진의 이미지와 고가 전략을 취했다. 또 바지 뒷주머니의 스티치 패턴과 독특하고 섹시한 피팅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을 연출, 레드오션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블루스카이는 마케팅 혁신의 보고
그러고 보면 블루오션보다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오히려 더 많은 마케팅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블루오션은 한두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기 때문에 더 이상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특허 등으로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너시스BBQ가 떡볶이와 돈까스를 내놓았듯, 블루스카이는 레드오션 시장에 역동성과 성장 동력을 제공한다. 블루스카이는 마케팅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항로다. 블루오션이 기술과 연구개발의 주도로 만들어진다면, 블루스카이는 마케팅이 그 중심에 선다.
 
그렇다면 수많은 경쟁자들로 북적대고 수익도 악화되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새로운 희망인 블루스카이를 찾아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1. 과감한 프리미엄 전략 레드오션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트레이딩 다운’ 위주의 가격 및 제품 전략에만 몰두한다. 따라서 ‘트레이딩 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과감한 프리미엄 전략이 필요하다. 샘소나이트, 아디다스, 수 노래방은 이런 전략으로 레드오션 시장에서 블루스카이를 만들어냈다. 중국산 제품의 공급 과잉으로 전형적인 레드오션 시장이 된 여행용 가방 시장에서 샘소나이트는 트레이딩 업 전략으로 ‘샘소나이트 블랙레이블’을 출시했다. 아디다스는 요지 야마모토라는 세계적 디자이너와 협업해 럭셔리 스포츠 패션인 ‘아디다스 스포츠 스타일’ 브랜드를 내놓고 세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노래방은 PC방과 더불어 전형적인 레드오션이지만, ‘수 노래 연습장’은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해 단숨에 고객을 사로잡았다. 소비자들이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해 높은 가격을 치를 용의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수 노래방은 지하가 아닌 지상에 매장을 냈다. 최고의 디자인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노래와 연결되는 수많은 연예인 사진들과 무료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결국 꼭 가봐야 하는 명소라는 평판을 얻었고, ‘수’ 간판을 단 노래방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각인됐다. 레드오션에서 무조건 가격 경쟁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2. 과감한 신기술 도입 과감하게 신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스펙스는 우리가 브랜드에 눈을 뜨기 전부터 시장에 나온 한국 토종 브랜드다. 하지만 그동안 외국 브랜드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시점에서 프로스펙스는 운동화의 레드오션 시장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블루스카이 창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장호르몬 과학에 근거한 ‘프로스펙스 GH+’ 운동화를 선보이면서 서울대 임상실험 결과 아이들의 성장호르몬 분비가 늘어났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곧이어 레드오션 시장인 아동 가방 시장을 겨냥해 성장 과학을 바탕으로 U-공학에 근거한 프로스펙스 아동 가방도 출시했다. 광고 카피는 ‘가방이 무거우면 키 안 큰다는데…’이다. 모두가 패션과 스타일 또는 가격 경쟁에 빠져 있을 때, 프로스펙스는 전장을 바꾸는 전략으로 블루스카이를 만들어갔다. 최근에 유행하는 감성 마케팅이 아니라 프로스펙스처럼 이성을 먼저 내세우고 감성을 끌어내는 전략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코리아나 화장품의 ‘에코 36.9도 녹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녹두를 브랜드로 채택했다. 일반적인 녹두가 아니라 연구소의 선도 기술을 활용해 최적 온도인 ‘36.9도’에서 발효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코리아나 화장품은 감성이 지배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오히려 과학과 논리를 근거로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3. 소비 심리 간파 시장과 고객의 본질적 욕구를 읽어내고 마케팅으로 연결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과감하게 ‘올해 차를 샀다가 내년에 직장을 잃으면 차를 반품할 수 있다’는 상상도 못할 광고를 내보냈다. 결국 전체 미국 자동차 판매고는 37% 떨어졌지만, 현대차는 매출이 14% 늘어났다. 미래의 불안감으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간파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4. 허를 찌르는 역발상 허를 찌르는 역발상의 콘셉트가 필요하다. 화장품 하면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천연, 자연, 바이오 등을 앞세운다. 하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한 베네피트 브랜드는 화장품 시장과 성형 시장을 결합하는 전략을 폈다. 빠르고 간편하지만 성형한 듯 결점을 감출 수 있다는 콘셉트로 인스턴트 성형, 메이크업, ‘fake-it(속인다는 뜻)’을 결합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메이크업 대신에 ‘속인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빠르고 간편하면서도 감쪽같이 성형을 했다는 착각이 들 만큼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줘, 화장품 시장에서 ‘인스턴트 성형 메이크업’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5.
물량 ‘푸시’ 전략 레드오션 마케팅에서는 물량 공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물량 공세를 제대로 활용하면 ‘물량 푸시(push)’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액세서리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알려진 유명 브랜드도 별로 없고, 철마다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 수없이 쏟아져 나와 차별화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어느 제품이나 쉽게 카피할 수 있어 미투 제품도 신속하게 나온다. 누구도 이 레드오션에 브랜드를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국 몬순 그룹의 피터 사이먼 회장은 매년 6000∼8000개 이상의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를 전체 고객 집단으로 대하기보다는 개인별 작은 니즈를 만족시키는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이 전략으로 22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액세서라이즈’다.
 
6. 사업 재정의 비즈니스 모델 또는 사업 조정, 사업 재정의와 같이 근본적으로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레드오션 시장에서 주력 제품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성장세가 꺾인다면 과감한 도박을 걸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품의 특성 중 가장 중요한 분야를 하나 선택해 1등으로 만드는 집중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여성용 구두 시장에서 모두가 하이힐에 주력할 때, 바바라는 오히려 굽이 없는 플랫 슈즈를 집중적으로 개발해 내놓았다. 굽이 없는 신발이 이상해 보일 수 있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스타일로 ‘트렌드세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죽은 모두 이탈리아에서 직수입했고, 수제 구두를 생산해 시장에서 차별화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바비 브라운은 모든 사람의 피부 톤은 노란색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노란색 색조화장품을 만들었다. 노란색 콘셉트를 앞세운 메이크업 제품은 결국 바비 브라운에 큰 성공을 가져다줬다.
 
편집자주 기업 간 브랜드 전쟁이 치열합니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미래의 브랜드 마케팅 솔루션을 이장우브랜드마케팅그룹의 이장우 대표코치가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필자(thinkbrands@gmail.com)는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와 성균관대에서 각각 경영학 및 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화여대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자인+마케팅> <마케팅 잘하는 사람, 잘하는 회사>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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