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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라” 영업이 바뀐다

안상훈 | 32호 (2009년 5월 Issue 1)
기업이 자사의 전략을 현실화하고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장소는 바로 영업 현장이다. 때문에 어느 조직에서건 영업 전략에 대한 논란은 종종 뜨거운 감자가 된다. 성과 향상을 위해 영업 운영 체계의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섣부른 변화는 실적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기 때문이다. 이럴 때 최고경영자(CEO)나 마케팅 담당 임원이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먼저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경쟁자나 신규 진입자가 선수를 친다는 점이다.
 
모든 기업은 해당 산업의 특성이나 자사의 차별화 전략에 기초한 주력 유통 채널을 갖고 있다. 주력 유통 채널은 기업 성과의 대부분을 만들어내고, 때로는 강력한 경쟁우위 요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세상의 모든 사물이 변화한다는 점이다. 자사의 제품 구조, 고객의 구매 행태, 경쟁 역학이 변화하면 기존의 질서 아래 만들어진 주력 유통 채널의 존재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영업 운영 체계의 혁신을 어떻게 단행해야 할까. 우선 3가지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업 단위가 많을수록 실적이 늘어난다 그렇지 않다. <그림1>에서 보듯 산업 특성 및 유통 채널 형태를 막론하고 영업 실적의 대부분은 대개 생산성이 높은 상위 2030%의 영업 단위에서 나온다. 대다수 영업 단위들은 낮은 실적과 높은 밀집도를 나타내는 회색 표시 영역에 머무를 뿐이다.
 
영업 비용을 많이 투입할수록 실적이 늘어난다 아니다. <그림2>의 성과 분석 사례에서 보듯, 기본적으로는 영업 비용과 판매 실적이 상관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그 상관관계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큰 성과를 내는 사례와 훨씬 많은 비용으로도 극히 낮은 성과를 내는 사례가 공존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영업 단위의 존재 의의는 판매에만 있다 그렇지 않다. A사는 고객의 매장 방문 목적을 조사한 후, 구매를 위한 방문 비율이 단지 5%에 불과함을 알아냈다. 나머지 95% 고객의 방문 목적은 제품 정보의 획득, 가치 체험, 서비스를 위해서였다.
 
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영업 운영 체계의 혁신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그림2>는 영업 체계 혁신을 위한 3가지 방법이다.

첫째, 영업 단위를 혁신해야 한다
성과가 우수한 영업 단위의 규모는 더욱 키우고, 성과가 저조한 일부 영업 단위는 과감히 퇴출시켜라. 다다익선이 아니라 최적화를 추구하라는 뜻이다. 성과가 낮은 하위 3050%의 영업 단위를 구조조정하면 상당한 수준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실적 또한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성과의 절대적 액수는 미미하지만 여전히 실적을 창출하는 군소 영업 단위를 꼭 정비해야 하느냐고 질문한다. 이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다음의 기회 손실을 간과한다는 점에서 문제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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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가 낮은 영업 단위가 본사 방침에서 벗어난 영업 활동을 하면 시장 가격과 판촉 질서가 교란됨
- 성과가 낮은 다수의 영업 단위는 후선 및 지원 업무의 복잡도와 비용을 증대시킴
- 불필요하게 많은 영업 단위는 새로운 영업 방식의 도입을 어렵게 함
- 불필요하게 많은 영업 단위는 때로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킴
 
B사는 전국적으로 289개의 위탁 유통점을 보유한 업계의 선도 기업이다. 이 회사는 영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영업 실적의 90%가 상위 96개 유통점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개의 유통점이 유명무실하다는 뜻이다.

이는 B사에
부실 유통점의 과감한 정리를 통한 비용 절감 방만하게 운영되던 전국 11개 지사의 통폐합 영업 권역 및 자원의 최적 재분배를 통한 우수 유통망의 성과 증대 본사 차원의 직접 영업 수행 가능 왜곡된 판매 관행과 낮은 고객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 획기적인 영업 비용 절감과 판매 증가가 나타났다.
 
덴마크의 고급 오디오 전문회사 뱅앤올룹슨도 영업 단위 최적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소매점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는 현상을 방치했다. 문제는 곧 나타났다. 각 소매점들끼리 가격 경쟁을 벌여 제품의 판매 가격이 낮아졌고, 마진이 줄어든 소매점들은 다양한 고객 지원 서비스를 줄였다. 이로 인해 고급 브랜드라는 회사의 기업 이미지와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뱅앤올룹슨은 유럽과 미국의 전속 딜러를 각각 70%, 85%씩 줄였다. 자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전속 프랜차이즈도 만들어 고급 오디오 업체라는 브랜드 지위를 회복했다. 딜러 수가 줄었음에도 매출액은 더욱 늘었다.

둘째, 자원 운영을 혁신해야 한다
영업 단위에 대한 관리, 평가, 보상 체계를 혁신하라. 그래야 제품 가격의 무분별한 할인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 방법은 기업의 판매 수익률(return on sales)을 빠른 시간 내에 향상시킬 수 있다. 이 방식은 혁신 대상이 내부 조직이냐 외부 조직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부 영업 조직을 대상으로 한 자원 혁신 방안을 살펴보자. 영업 사원들의 판매 실적을 정밀히 분석해보면 가격 할인의 행태가 그야말로 천차만별임을 알 수 있다. 가격 할인율을 거래 규모나 고객 기여도에 따라 정해야 한다는 상식을 지키지 않는 영업 사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할인의 혼란(discount chaos)’을 낳는다. 할인의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 가격 할인을 통제하는 본사의 정책이나 시스템에 오류가 있다. 둘째, 영업 사원에 대한 평가 및 보상 체계의 평가 기준이 오직 매출이다.
 
산업 서비스 회사인 C사는 회사의 수익성 저하 원인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영업 사원들이 과도한 가격 할인을 남발하는 데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영업 사원의 할인율이 회사 정책보다 높은 사례가 전체 거래의 3분의 2에 달할 정도였다. C사는 핵심 영업 관리자들에게는 회사의 이익률에 기초한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적용했다. 반면 영업 사원들에게는 개인별 매출액과 매출 성장률에 기초한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적용해 이런 문제점을 낳았다. 즉 개인의 이익과 조직의 이익이 일치하는 보상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점이 문제였다.
 
영업 사원이 개인의 매출을 늘려야만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상 체계는 과도한 할인을 조장한다. C사에도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영업 사원 평가 기준으로 회사의 이익률을 쓰면 해당 기밀 정보가 영업 사원을 통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C사는 영업 사원에게 주는 판매 수당 지급 기준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대표적 방법이 할인에 따른 이익 금액이 아니라 할인율 자체를 수당 지급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후 모든 영업 사원들은 목표 할인율을 회사와 먼저 합의했다. 목표 할인율을 넘지 않아야 해당 매출 실적에 따른 판매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할인을 제공하면 판매 수당을 전혀 못 받지만, 할인율을 회사와 합의한 수준보다 낮춰 판매에 성공하면 많은 보상이 돌아오는 구조다. 이에 C사의 영업 사원들은 할인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C사는 제품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할인 정책을 세울 수 있었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 체계도 갖췄다.
 
외부 위탁 영업 조직을 대상으로 한 운영 혁신안의 핵심은 마진, 수수료, 인센티브, 리베이트, 영업 지원, 판촉 지원 등의 다양한 보상 체계를 재편하는 일이다. 판매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시장 상황이 수시로 변하면서 기업들은 위탁 유통망에 대한 보상 체계를 자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문제는 보상 체계 개편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기존 보상 체계에 조건부 보상 조항을 덧붙이기만 하고, 이로 인해 보상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이는 시장 가격 및 유통 질서를 교란시켜 머니 게임을 낳고, 자원 집행의 혼선과 분산을 가져오며, 본사의 영업 관리를 매우 복잡하게 만든다. 애초 의도한 영업 목표를 달성하지도 못한 채 운영 효율성만 떨어지는 셈이다.
 
일본 식품회사 아지노모토는 유통 혁신 프로그램인 ‘신거래 제도’로 가격 및 수수료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혁신 이전의 가격 및 수수료 체계는 다음과 같이 매우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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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공급 가격제: 제조사 유통 각 단계의 도소매 가격 설정
- 기본 수수료: 등급화된 점포 유형별로 지급되는 정률 판매 수수료
- 분하 수수료: 제품 성격에 따라 달리 지불하는 배송 보조비 성격의 정률 수수료
- 계약 달성 사례금: 판매량에 근거한 누진 리베이트
- 인센티브: 아지노모토의 제품군을 많이 판매할수록 추가로 주는 동기부여성 수수료
 
이처럼 복잡한 가격 및 수수료 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복잡한 유통 수수료는 실수요 파악을 어렵게 했고, 각 점포 간 가격 경쟁이 나타나면서 실질 판매 가격도 꾸준히 떨어졌다. 각 점포에 지급한 다양한 수수료들이 추가 구매나 가격 할인의 자원으로 이용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가격 할인으로 판매가 늘어난 소매점들은 아지노모토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받았고, 수수료를 통해 추가 할인 여력을 확보한 소매점들은 더 많은 할인을 제공했다. 가격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각 점포들은 대체 무엇을 얼마에 판매해야 할지 큰 혼란을 겪었다. 아지노모토의 영업 관리자들도 역시 복잡한 가격 및 수수료 운영에 더욱 많은 자원과 비용을 투입해야 했다.
 
아지노모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 가격 제도를 없애고, 제조사의 납품 가격을 설정해 유통업자 본인이 각자의 재량에 따라 판매 가격을 결정하게 했다. 또 최소한의 판매 인센티브를 제외한 모든 종류의 수수료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그만큼 납품 가격을 낮춰주기로 했다. 이후 아지노모토의 경상 이익은 꾸준히 늘어났고, 소매점에 대한 가격 통제력과 영업의 투명성 및 효율성도 높아졌다.
 
셋째, 운영 역량을 혁신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는 고객-제품-주력 유통 채널을 지나치게 단순한 방식으로 매치하는 것이다. 모든 고객에게 모든 제품을 모든 영업 단위가 동일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일이 효과적일 수 있겠는가. 지나친 세분화도 문제지만, 맹목적인 단순화 역시 매우 위험하다. 고객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아니다.
 
일단 자사 제품에 맞는 고객 집단을 세분화해야 한다. GE 커머셜 파이낸스는 상세한 고객 분석으로 상위 30%의 고객이 GE와 거래할 확률이 나머지 70% 고객보다 3배 이상 높음을 알아냈다. 고객 분석 후에는 고객의 구매 행태와 영업 성과에 기초해 각각의 세분 시장에 맞는 대응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장비 대여 업체인 애그리코 노스아메리카는 복합 상품을 판매해 상대적으로 영업 주기가 긴 영업 조직과, 단순 제품을 빨리 판매해야 하는 영업 조직을 구분했다. 이후 각각의 영업 조직이 판매하는 제품, 영업 모델, 보상 체계도 차별화했다.
 
각 영업 단위의 영업력도 극대화해야 한다. 각 영업 단위의 업무 활동별 소요 시간을 분석한 후, 불필요한 내부 업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영업 매뉴얼의 개발 및 일대일 밀착 교육을 통해 영업의 품질도 높여야 한다.

제약회사인 D사는 최고의 성과를 낸 영업 사원들이 신입 직원이나 저성과 영업 사원을 1년간 밀착 지도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특히 멘토들에게 자신이 지도하는 직원이 창출한 연간 매출의 1%를 커미션으로 지급한 점이 결정적 성공 요인이었다. 실질적인 보상을 주자 멘토들의 참여 의지가 크게 높아졌다.
 
영업 운영 체계를 성공적으로 혁신하려면 3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 기술한 3가지 혁신 방안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개별 문제에만 신경을 쓰면 운영 체계 전체를 혁신할 수 없다. 둘째,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자의적 판단이나 주관적 견해에 따른 혁신은 문제를 왜곡시킬 수 있다. 설령 그 방향이 옳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 모두를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 셋째, 치밀한 변화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영업 문제에는 특히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배려와 단호한 변화 의지가 모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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