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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아파트, “숨 쉴 만하네”

장윤규 | 32호 (2009년 5월 Issue 1)
건축은 우리의 삶을 담아내고 때로는 변화시키는 그릇과도 같다. 근대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의 전반적인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이라는 아파트형 건축을 제시했다. 폐허가 된 현실을 극복해내고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수용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가진 이러한 건축은 현재 대표적 거주 형태로 자리잡았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원래 목적은 운동과 여가를 중시하는 20세기형 인간의 개인 생활을 존중하고 사회적 교류를 하는 데 있었다. 이와 동시에 근대화된 공동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도 목적 가운데 하나였다. 다양한 삶을 담아내기 위해 입체적으로 조합된 23종의 유닛 빛을 조절하는 차양 시스템 옥상 정원의 커뮤니티 중간층에 만들어진 쇼핑 거리 등으로 혁신적인 현대 집합 주거 생활이 가능해졌다. 

지금 우리는 근대 이후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명은 빠른 속도로 발전했지만 이와 달리 공동 주거의 삶은 피폐해졌다. 이에 대한 반성은 새로운 주거 유형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됐다.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건축은 현대인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요즘 사람들은 숲을 집 안에 가져다놓기를 원하는 등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웃들과 커뮤니티를 회복하려는 욕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새 라이프스타일에 맞추려는 노력이 건축 이슈로 떠올랐다.
 
네덜란드의 건축가그룹 MVRDV는 20가지가 넘는 주거 시리즈를 내놓으며 현대 주거 문제인 과밀화와 개인화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현대적 변형인 ‘미라도 하우징(Mirador Housing)’과 ‘실로담 하우징’ 프로젝트는 그 연구의 집결체이다. 이들 건물은 마치 컨테이너를 쌓아올린 듯 박스들의 콜라주로 만들어졌다. 서로 다른 재료로 구성된 박스들은 각각 다양한 거주 방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박스들의 조합은 ‘미니 이웃’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독특한 시스템이다. 미니 이웃이란 48채씩 묶은 주거 공동체 단위이며 개인화된 삶을 엮는 새로운 단위다. 각각의 미니 이웃은 동선, 홀, 복도, 발코니뿐 아니라 각기 다른 평면과 파사드(건축물의 주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를 형성해 작은 커뮤니티가 된다. 미니 이웃 사이에는 미로 같은 공용 공간이 있다. 미라도 하우징의 중간에 자리한 야외 커뮤니티는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는 하늘공원 역할을 한다.
 
일본의 건축가 이토 토요(伊東豊雄)의 ‘코단 하우징(Codan Housing)’ 프로젝트도 개인화된 집합 주거에 공동의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해 아파트의 변형을 시도했다.

덴마크 건축가그룹 비야케 잉겔스가 완성한 ‘코펜하겐 하우징’ 프로젝트는 전원적 삶을 만드는 테라스 공간과 하부 주차장 공간을 입체적으로 꼬았다. 80채의 아파트와 480개의 자동차 주차 공간을 조밀하게 융합해 입체적인 큐빅 같은 언덕을 만든다. 각 주거 공간에는 공동 배수 시스템에 의해 물이 공급되는 개별 테라스와 정자, 잔디가 있다. 이는 산을 추상화한 자연 친화적 라이프스타일과 주차라는 주거 인프라를 결합한 하이브리드적 주거 공간이 된다.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와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가 선보인 ‘가든 코트 하우징(Garden Court Housing)’ 프로젝트도 소단위 집합의 삶을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방 단위로 나뉜 박스형 주거 공간을 최대한 자연의 마당과 접하도록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자연과 밀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침실, 주방, 거실을 비롯한 모든 방들이 1개 이상의 마당을 함께 갖는 ‘숨 쉬는 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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