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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대책의 경제학

김남국 | 32호 (2009년 5월 Issue 1)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선전하면서 ‘짝퉁’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짝퉁 천국’으로 불리는 신흥 시장에서 대놓고 한국 기업들의 주력 제품이나 디자인을 모방하거나, 비슷한 브랜드의 복제품을 내놓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짝퉁이 범람하면 매출이 줄어들고, 애써 쌓아올린 브랜드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명품일수록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제품을 내가 가진다는 점에서 비싼 가격을 치르는 소비자가 많다. 짝퉁이 범람하면 고가품을 살 이유가 사라진다.
 
이런 점에서 짝퉁이 진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연구된 적이 없다. 최근 미국 알바니 뉴욕주립대의 수라즈 콤무리 교수는 각각 20명씩 태국과 인도의 명품 소비자 40명을 인터뷰해 짝퉁 범람이 진품 구매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마케팅 저널인 ‘Journal of Marketing’ 최신호(2009년 5월 호)에 실렸다.
 
연구 결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3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 반응은 해당 브랜드를 더 이상 사지 않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다수가 짝퉁 브랜드를 소유하면 자신도 짝퉁을 산 것으로 오해받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을 보인 소비자들은 대개 20대 전문직 종사자였다. 명품 구매자 가운데 ‘신출내기’에 속하는 이들은 짝퉁이 범람하면 대부분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렸다.
 
두 번째 부류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특정 브랜드에 얼마나 큰 애착을 갖고 있고, 얼마나 오랫동안 단골 고객이었는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들은 짝퉁이 나온 것을 대단히 불쾌해 했지만,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지는 않았다. 대개 중년층 소비자들이 이에 속했다. 특정 브랜드에 오랜 세월 투자했기 때문에, 복제품이 늘어났다고 해서 단번에 다른 브랜드로 바꾸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부류는 브랜드를 감추는 사람들이다. 부자들 가운데서도 최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런 태도를 보였다. 브랜드를 드러내 다른 사람이 흉내 내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이유에서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을 동경하겠지만, 실제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는 ‘비밀’로 남겨두고 싶다는 게 이들의 심리적 특성이다. 이들은 물론 명품 가운데서도 최고가에 속하는 브랜드의 단골 고객이었다.
 
연구팀은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짝퉁에 대한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브랜드로 가기 쉬운 젊은 고객들을 상대하고 있다면, 모조품 단속을 강화하거나 다양한 서브 브랜드를 선보여 소비자 기호를 충족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아르마니의 멀티 브랜드 전략도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아르마니는 최고급 브랜드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부터 조금 더 패셔너블한 ‘엠프리오 아르마니’, 접근하기 편한 가격대의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대중적 취향에 맞춘 ‘아르마니 진스’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등 다양한 브랜드를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저가 브랜드를 소비하던 계층을 상위 브랜드로 흡수할 수 있도록 이런 체계를 갖춘 것이다. 명품을 지향하는 회사라면 고객들이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먼저 판단한 후, 짝퉁 문제에 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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