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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전기를 생산한다?

차원용 | 32호 (2009년 5월 Issue 1)
태양, 바람, 파도만이 신재생 에너지의 원천은 아니다. 미국 조지아공대 과학자들은 최근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놀라운 에너지원을 발견했다. 바로 인간이나 동물의 근육 운동이다.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압전 효과(piezoelectric effect)를 이용해 근육의 움직임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동물의 근육 운동에서 전기 생산
압전 효과는 크리스털이나 세라믹 등 압전체(壓電體)를 매개로,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하는 상호작용을 말한다. 압전체에 압력, 온도, 진동 등 기계적 에너지를 가하면 전기가 생기고, 그 반대로 전기를 흘려주면 압력, 온도, 진동이 생긴다. 압전 효과의 대표적 예로는 가스레인지의 점화 과정을 들 수 있다. 가스레인지 손잡이를 돌려 압력을 가하면 전기가 생성돼 불꽃이 생기고, 불꽃은 밸브에서 나온 가스에 불을 붙인다.
 
압전 효과를 이용하면 심장 박동 등 인체의 모든 운동을 전기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생체 운동을 전기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생체 운동은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며, 그 운동에서 나오는 미세한 에너지를 거둬들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아공대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아연 나노 선(線)을 이용한 나노 발전기를 개발했다. 이들은 집게손가락에 나노 발전기를 붙여 키보드나 패드를 누르는 운동을 전기로 변환하고, 나노 발전기를 장착한 옷을 햄스터(쥐와 비슷한 설치류)에게 입혀 이들이 쳇바퀴를 돌 때 전기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무한 전원’ 기기 생산 가능
물론 당장 동물의 운동 에너지로 본격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노 발전기가 생산하는 전력은 이름 그대로 ‘나노와트(nanowatt)’라고 불리는 아주 적은 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런 극소량의 에너지를 유용하게 활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노 발전기는 조만간 병원균이나 암세포의 단백질을 감지하는 나노 센서 등 미세 기계 장치의 매우 유용한 전력원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나노 센서는 아주 적은 전원만으로도 우리 몸속에서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압전식 나노 발전기는 인체가 활동하는 한 무한대로 작동하는 ‘무한 전원 기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섬유’ 등 다양한 응용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발전 섬유가 나오면 단순히 걷거나 뛰는 것만으로 옷에 연결된 휴대전화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연구들은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앞으로 에너지 경제는 어떻게 변할 것이며, 우리의 삶은 거기에 맞춰 또 어떻게 변하게 될까. 누구도 정답을 확신할 수 없지만 새로운 뭔가가 나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미래는 이렇게 상상만 해도 즐거움을 준다. 희망찬 미래를 꿈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일,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는가. 
(연구에 대한 좀더 상세한 자료는 www.nanoscience.gatech.edu/zlwang 참조)
  • 차원용 | - (현)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
    - (현)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겸임교수
    - (현) 고려대 교양학부 겸임교수
    - (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융합팀 과제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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