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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기반 고객 관리

고객만 챙기는 ‘혁신 사령부’ 만들자

한인재 | 31호 (2009년 4월 Issue 2)
불황기에는 고객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고객의 니즈 변화를 잘 감지해 고객 서비스 전략을 수정해야 하며, 마케팅 및 고객 관리 비용의 효율화도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창조적 혁신을 추진할 실행력을 확보해 불황 이후 게임의 룰 변화를 주도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다.
 
고객을 토대로 전략 재점검
불황기에는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으로부터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으로 변화가 더욱 가속화된다. 이 시기에 기업 간 경쟁력 차이가 극명해진다. 귀찮으니 그냥 가까운 곳에서 구매하던 고객, 가격이 조금 비싸도 물건을 사주는 고객은 더 이상 없다.
 
2008년 가을, 불황이 가장 먼저 찾아온 서울 태평로 일대를 보자. 모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이전하는 바람에 이곳 상인들은 금융위기 직전부터 불황을 경험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음식점이나 주점에 손님이 많았다. 대표적 ‘판매자 시장’이었다. 불황이 찾아오자 전반적으로 매출 감소가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점포에 따라 차이가 심했다. 절반 정도의 점포는 그래도 이전 수준을 유지했지만, 나머지는 상황이 극도로 악화됐다. 일찍부터 시장 및 고객의 변화에 맞춰 상품이나 서비스 경쟁력을 갖춘 곳만이 살아남는다.
 
2008년 말, 한 금융회사는 가격을 올리면서 서비스 수준도 2배로 높인 대체 상품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상류층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 건당 매출 증가와 수익성 향상을 꾀했으나, 기대와는 달리 시장점유율이 1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고객의 마음을 읽지 못한 탓이었다. 뒤늦게 시장 조사를 해보니 고객들이 그 회사 상품을 구매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 저렴해서’였다. 회사 측은 ‘상품 내용이 좋아서’ 또는 ‘서비스가 좋아서’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경쟁사 제품이 이런 평가를 받았다. 이 사례는 고객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은, 회사의 목적 달성을 위한 일방적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런 일을 경험하지 않으려면 경영자와 마케팅 담당 임원은 항상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시장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으며, 고객군별 니즈는 어떻게 변했는가? 누가 불황기에도 지속적으로 우리 회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 회사의 상품을 구매해온 소위 ‘핵심 고객’을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는가? 어떤 고객군에서 우리 회사가 차별적 경쟁력을 가질 것인가? 이런 고객군에서 창출될 수 있는 현금과 이익은 회사의 생존과 성장에 충분한 규모인가?
 
즉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출발해 자사의 핵심 고객군과 핵심 경쟁력을 재정의하고, 불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과감히 정리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단기간에 핵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거나 사업 철수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대(對)고객 활동의 적시성 향상
불황기에는 소비가 위축되기 때문에 기업은 언제 어떤 고객에게 접근해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유용한 방법이 ‘어느 고객에게,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언제, 어떻게 제공할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이벤트 기반 마케팅(event-driven marketing)’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념일이나 공휴일을 활용한 기초적 단계의 이벤트 기반 마케팅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고객 니즈의 발현 징후, 고객 행동 및 태도 변화 모멘텀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시장 창출 기회가 더 커진다.(표1) 

회사 입장에서 의미 있는 이벤트는 신규 고객 확보, 고객 유지, 교차 구매 향상과 같은 확실한 비즈니스적 결과가 예상되는 일이다. 즉 ‘A 고객에게 B가 발생하면, C 상품·서비스 제안(offering)을 D 채널로 제시한다. 그 이유는 E이다’와 같은 가설을 만든 후, 통계적 검증을 통해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이벤트를 뽑아내면 된다.
 
이때 적시에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대응 수준’의 결정이다. 독립변수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증가(또는 감소)할 때 종속변수에 차별적인 영향을 준다면, 독립변수가 그 수준에 이르렀을 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림1>에서 보듯이 사용 감소율이 30%를 넘어가는 순간 해지율이 급속히 높아진다면, 30%에 근접한 시점의 고객들에게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자해 해지율을 낮출 수 있다. 

이벤트를 통계적으로 검증해 대응 수준을 결정하고 적합한 상품·서비스 제안이 고안됐다면, 적시에 보다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6개월간 바지만 구매한 고객에게 생일이 찾아왔다면, 생일 전 7일 시점에 셔츠 구매를 제안함으로써 구매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식으로 이벤트 기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여기서 ‘생일’이라는 이벤트와 ‘최근 6개월간 바지만 구매’라는 이벤트가 단독으로 발생한 고객은 큰 의미가 없다. 두 이벤트가 동시에 발생해야 구매 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따라서 두 이벤트가 동시에 발생해야 효과가 높아진다는 의미로 이를 ‘Combined Event’라고 부른다.(그림2)


또 상품과 서비스를 적시에 맞춤형으로 공급하기 위해 ‘Product Factory’ 구축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단위 상품 및 서비스의 ‘부품화’를 통해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맞춰 빠른 시간 내에 맞춤형 상품· 서비스 제안의 ‘조립’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개별 상품을 지나치게 많이 내놓으면 관리 체계가 복잡해지고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러 부품을 단순하게 결합해 제품이나 서비스 구성을 다양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비용 절감 압박을 효율 향상 기회로
불황기에 마케팅 및 고객 관리 담당자들은 예산 압박 속에서도 대고객 활동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때 유용한 개념이 고객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Good Cost’와 그렇지 않은 ‘Bad Cost’의 구분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불황기에 대부분 기업은 ‘매출은 Good! 비용은 Bad!’라는 통념에 따라 경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수행한다. 그러나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영업 환경 조성’이라는 비용 지출의 근본적 목적에 대한 고민 없이 행해지는 단순 경비 절감은 오히려 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양질의 운영 프로세스 담당 인력 충원, 확보, 유지, 교육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고객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설비와 기자재를 줄이면 서비스 운영 프로세스에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이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Good Cost와 Bad Cost를 잘 구분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Good Cost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를 높이는 비용을, Bad Cost는 이와 상관없는 비용을 뜻한다. 이때 고객에게 제공되는 가치의 개념은 제품이나 서비스 그 자체가 아닌,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거나 사용함으로써 얻는 효용의 개념으로 정의돼야 한다.
 
기업의 여러 비용 항목 중 고객 경험 제공 여부, 고객 가치 증대 여부 및 효율성 여부를 판단해 Bad Cost 대상 항목을 분류해낼 수 있다. 분류된 Bad Cost 항목으로부터 총 절감 대상 금액과 절감 가능 금액을 산출하고, 각종 경비 항목을 증대, 절감, 폐지 대상으로 구분해 관리할 수 있다. Bad Cost를 줄여 수익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성장성을 높이려면 Good Cost에 대해 선택적으로 지출을 늘리면 된다. 결국 Bad Cost 절감액을 Good Cost로 전환하면 불황기의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혁신 전담 조직 구축
대다수 경영자는 ‘창조적 혁신을 통한 고객 중심 성장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불황일수록 상품의 수명 주기(life-cycle)가 짧아지기 때문에, 상품 개발 담당자들이 혁신적 시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또 기업 전략의 초점이 수익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맞춰지는 만큼, 미래에 대비한 획기적 아이디어 생산은 위축된다. 구조조정의 공포와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임직원에게 자발적인 아이디어 제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말로만 아이디어를 내라고 강조하거나, 혁신적인 제안을 인사 평가에 반영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혁신 센터(Inno-vation Center)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은 대부분 기업에서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면 혁신 센터를 만들 수 있다.
 
혁신 센터가 성공하려면 우선 고객 지향적 기획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혁신 센터는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사업부별 상품 기획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 및 서비스 영역을 포괄하는 통합 조직으로 구축해야 한다. 미래 상품의 트렌드는 단일 상품에서 복합 상품으로, 복합 상품에서 서비스까지 포함된 다중 복합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사업부를 넘어서는 역량의 통합이 필요하다. 또 혁신 센터는 기존 상품개발부나 영업부서의 입김에서 벗어나 전사적 차원에서 기획 업무를 수행하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즉 최고경영자(CEO) 직할로 편제시켜 CEO 주관 아래 혁신적 제공 가치 발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 혁신 센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 창출에 시간과 자원을 집중 투자하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기획과 실행 구조를 분리해야 한다. 혁신 센터는 상품·서비스 개발의 가치 사슬(value chain) 중에서 아이디어 발굴 및 신상품 콘셉트 개발 업무만 전담해야 한다. 기존 상품개발부서처럼 기획부터 개발, 출시까지 모두 담당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기획 기능을 분리하면 실행력이 약화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 센터에서 발굴한 아이디어를 실질적으로 상품화할 수 있는 ‘론칭 태스크포스(Launching Task Force)’와 같은 한시적 비상설 조직을 운영하면 된다. 미국의 한 은행은 이 제도를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활용했다. ‘Innovation & Concept Development’ 팀을 통해 기존 상품개발부의 아이디어 발굴 한계를 극복하고, ‘론칭 태스크포스 팀’ 제도를 운영해 신상품의 시장성을 극대화했다.
 
혁신적 기획 업무를 촉진할 수 있는 차별적 조직 운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혁신 센터가 이런 차별적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오케스트라형 조직’을 만들어 성별, 연령, 경험, 배경,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인력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기존 조직 운영의 룰을 깨뜨리는 비관료적 체계가 필요하다. 혁신 센터는 유연한 팀 제도로 운영해야 한다. 즉 혁신적 아이디어를 제안한 직원이 팀장을 맡고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아이디어를 구체화시켜야 한다.
 
이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 고객을 출발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재점검하고, 고객의 변화를 감지해 대고객 활동의 적시성을 향상시키며, 비용 절감 압박을 효율 향상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창조적 혁신을 추진할 실질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한인재 컨설턴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듀크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금융, 보험, 통신, 헬스케어, 공공기관 등의 신사업 전략, 마케팅 전략, CRM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범진 파트너는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PwC와 삼성그룹을 거쳐 현재 A.T. Kearney 파트너로 재직하고 있다. 금융 Practice의 리더로 국내 유수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업 전략 수립 및 마케팅·영업 전략, 조직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한인재 한인재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AT 커니 코리아 컨설턴트/프로젝트 매니저
    - 에이빔 컨설팅 컨설턴트/매니저 - 삼성생명 경영혁신팀 과장
    db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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