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불황기 고객 심리와 마케팅

고객 욕구 현미경으로 분석하라

존 A 퀠치(John Quelch),캐서린 E 조크즈(Katherine E. Jocz) | 31호 (2009년 4월 Issue 2)
기업 활동의 출발점은 고객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자주 이 명제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고객들의 니즈와 상관없이 공급자가 좋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황기에 이런 실수를 하면 기업은 치명상을 입습니다. 급변하는 고객 욕구를 분석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대안을 찾아내는 기업만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불황기 고객 관리 기법’을 종합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09년 4월 호)는 고객 및 제품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IBM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선별해 공략하는 기법을 체계적으로 제안했고, AT커니는 이벤트 활용 및 마케팅비 절감 방법론을 선보였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 ‘트렌드 돋보기’ 코너를 연재했던 비즈트렌드연구회는 불황기 고객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사례와 최신 고객관계관리(CRM) 기법 및 투자 수익률 평가 방법론도 다뤘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다양한 기법 중 기업별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안을 찾아 실무에 활용해보시길 바랍니다.
 
대부분 기업들은 불황이 닥칠 때마다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불황마다 제각기 다른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진은 수십 개 기업이 1970년대 이후 불황을 거치는 동안 마케팅에 성공하거나 실패한 사례를 분석했고, 그 과정에서 성과를 개선하거나 저해하는 고객 행동 및 기업 전략의 패턴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소비 패턴을 이해하고 그 변화에 맞춰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불황이 닥치면 소비자들은 철저히 우선순위를 세워 지출을 줄여나간다. 기업들은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대개 비용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며 신규 투자를 미룬다. 불황이 닥치면 기업들은 홍보에서부터 연구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마케팅 관련 지출을 줄인다. 하지만 이 같은 무차별적 비용 절감은 옳지 않은 방법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현명하기는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핵심 고객의 변화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면 기업의 장기적 성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불황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불황이 끝난 후에 번창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일정한 특징을 보인다. 무엇보다 이런 기업은 고객의 욕구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핀다. 고객의 욕구를 현미경처럼 분석하는 기업들은 마케팅 예산을 짤 때 뭉툭하고 커다란 칼이 아니라 외과용 메스를 손에 쥐고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전략과 전술, 제품을 재빠르게 수정한다.  

불황 심리학을 이해하라
국가 경제가 좋을 때 마케터들은 기발한 광고나 매력적인 상품만으로는 매출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소비자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넉넉한 가처분 소득, 미래에 대한 자신감, 기업과 경제에 대한 신뢰, 소비를 부추기는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 등이 모두 소비자의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
 
모든 측면에서 이번 불황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 할 만하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우울한 경제 뉴스 탓에 고객의 신뢰도와 구매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어쩌면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영원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제 소비자들은 지난 20∼30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이뤄진 소비 가운데 상당 부분이,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저축이나 부동산 그리고 부채라는 모래성 위에서 이뤄져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기업의 마케터들은 소비자들이 훌륭한 삶의 기준을 물질적 측면에서만 규정하도록 선동했다. 또 소비자들이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쓰도록 부추겨왔다. 흥청망청 돈을 써대던 시절이 끝나고 불황이 들이닥치자, 소비자들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지불해야 할 청구서 더미뿐이다.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줄어들고 있으며, 그동안 축적했던 자산의 가치도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여러 기업들에 관한 불미스러운 소식과 납세자들의 혈세로 부실기업에 구제 금융을 제공한다는 뉴스 탓에, 소비자들의 불신과 기업의 광고 문구에 대한 회의감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1967년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컨퍼런스 보드의 2009년 1월 발표 내용은 전혀 놀랍지 않다.
 
이런 상황들이 더해져 기업들은 불황기뿐 아니라 불황이 끝난 후 회복기에 접어들더라도 지속될 과제를 떠안게 됐다. 우선 불황기에 등장한 새로운 고객층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40세 이상’ ‘갓 자녀가 생긴 부부’ ‘중산층’ 등과 같은 인구 통계나 ‘전통적 라이프스타일’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등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기에 인구 통계나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하는 것은 경제 환경에 대한 고객의 감정적 반응을 고려하는 심리적 분류 방법보다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고객은 다음과 같은 네 그룹으로 나뉜다.
 
급브레이크 그룹에 속하는 고객은 불황이 닥치면 가장 큰 위협을 느끼고, 금전적으로 제일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이 그룹은 구매를 하지 않거나, 미루거나, 줄이거나, 대체하는 방식으로 모든 종류의 지출을 줄인다.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대개 이 그룹에 속한다. 하지만 고소득층 가운데 심한 불안감을 느끼는 부류, 특히 건강이 악화되고 있거나 수입이 줄어드는 소비자도 이 그룹에 포함된다.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의 구성원들은 불황이 온다고 해서 우울해하지 않는다. 이들은 장기적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지만, 단기간 내의 경제 회복이나 기존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는 수준은 높지 않다. ‘급브레이크 그룹’의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의 소비자들도 모든 부문에서 지출을 줄여나간다. 물론 ‘급브레이크 그룹’만큼 과감하게 지출을 줄이지는 않는다. 이 그룹이 전체 네 그룹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또 실직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가구가 대부분 이 그룹에 속하므로, 이 그룹에는 다양한 수준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가구가 모두 포함돼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에 속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급브레이크 그룹’으로 이동하게 된다.
 
안락하고 여유로운 그룹의 소비자들은 이번 불황을 이겨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다시 불황이 닥치더라도 얼마든지 이겨낼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물건을 살 때 과시적 소비를 줄이는 등 조금 더 신중을 기하기는 하지만, 불황 이전과 거의 같은 소비 수준을 유지한다. 이 그룹은 주로 수입이 상위 5%인 소비자들로 구성돼 있다. 충분한 여유 자금을 갖고 은퇴했거나 일찍 시장에서 빠져나온 투자자, 양도성 예금증서 같은 저위험 자산에 투자한 사람 등 돈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금전적으로 안정된 소비자들도 이 부류에 속한다.
 
현재를 즐기는 그룹의 소비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소비하고, 저축에 대해서는 대개 걱정하지 않는다. 단지 불황이 닥치면 큰 금액을 지출할 때 결정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조금 더 걸릴 뿐이다. 주로 도시에 사는 젊은 소비자들이 이 그룹에 속한다. 이들은 직접 소유하기보다 임차를 선호하며, 물건보다는 경험을 얻기 위해 많은 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가전제품은 예외) 이 부류는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는 한 소비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어떤 그룹에 속하든 모든 소비자들은 제품 및 서비스를 4가지로 분류해 소비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 필수품(essentials)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거나, 행복한 생활에 중요하다고 여기는 상품이나 서비스.
 
- 만족을 주는 품목(treats) 당장 구매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여길 수도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 연기할 수 있는 품목(postponables) 필요하거나 원하기는 하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얼마든지 구매를 늦출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 소모품(expendables) 불필요하거나 합리화할 수 없는 상품이나 서비스.
 
모든 소비자들이 기본적인 수준의 음식, 거주지, 피복 등은 필수품이라 생각하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교통수단 및 건강 관리를 이 범주에 넣는다. 그 밖의 상품 및 서비스는 고객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범주로 들어간다.
 
불황이 진행되면 ‘현재를 즐기는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소비자들은 모두 소비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한다. 과거에 불황이 닥치자 소비자들은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그동안 필수품으로 여겼던 외식, 여행, 문화생활, 새 옷, 자동차, 가정용 기기, 가전제품 등을 만족을 주는 품목, 연기할 수 있는 품목, 소모품으로 재빨리 재분류했다. 우선순위가 바뀌면 소비자들은 집 청소, 잔디 정리, 제설 작업 등의 주택 관련 서비스를 소모품으로 분류하는 등 특정 범주와 관련 있는 지출 자체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혹은 외식을 하는(만족을 주는 품목) 대신 집에서 요리를 하는(필수품) 등 지출 범주를 바꿀 수도 있다. 또한 불황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진다. 때문에 좀더 저렴한 가격에 좋아하는 제품 및 브랜드를 구매하거나, 선호도가 떨어지는 대체재를 고르기도 한다. 가령 값이 싼 자체 브랜드(PB)를 택하거나, 유기농 제품 대신 일반 식품을 선택한다.(표1 ‘각 소비자 그룹의 행동 변화’ 참조)

[DBR TIP] 불황기 마케팅 기술
 
불황기에 달라지는 소비자 행동 패턴 및 기업 마케팅 전략은 기업의 성과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해가 되기도 한다. 불황기의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고 그 변화에 맞춰 마케팅 전략 및 제품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수정하는 기업은 불황기와 그 이후에도 계속 번창할 가능성이 크다.
 
불황 심리를 이해하라 불황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기준으로 고객을 4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는 ‘급브레이크 그룹’으로, 지출을 모두 줄여나간다. 두 번째는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으로, 선별적으로 지출을 줄여나간다. 세 번째는 ‘안락하고 여유로운 그룹’으로, 과시적 소비가 조금은 줄지만 지속적으로 고가의 상품 및 서비스를 구매한다. 마지막은 ‘현재를 즐기는 그룹’으로, 지출 습관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각 그룹의 구매 행위가 ‘필수품’ ‘만족을 주는 품목’ ‘연기할 수 있는 품목’ ‘소모품’ 등 4가지 범주에 어떻게 분류되는지 살펴보자.
 
사례: 급브레이크 그룹은 전반적으로 소비를 줄이고, 식료품과 같은 필수품을 살 때 저렴한 대체 품목을 선호한다. 외식처럼 만족을 주는 서비스는 지출을 과감히 줄이거나 아예 지출을 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이 부류의 소비자들은 치아 스케일링처럼 연기할 수 있는 서비스 구매를 늦추며, 리조트에서 즐기는 느긋한 휴가 등의 소모적 서비스에는 일절 지출하지 않는다.
 
투자를 관리하라 분석을 통해 가장 전망이 나쁜 브랜드가 무엇인지 찾아낸 다음 그 브랜드를 잘라내야 한다. 기존의 마케팅 투자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려 핵심 브랜드를 안정화하고, 전략적인 브랜드 통합을 추진한다. 동시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새 브랜드를 선보여야 한다. 홍보 예산과 광고 지출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결과와 좀더 높은 수준의 투자 수익률을 내놓아야 한다.
 
사례: 불황이 한창이던 2001년, 세계적인 잼 제조회사 스머커는 P&G로부터 ‘지프’와 ‘크리스코’라는 2개 브랜드를 인수했다. P&G의 입장에서는 이 브랜드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심 브랜드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스머커는 두 브랜드를 인수한 게 훌륭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두 브랜드를 스머커에 넘긴 후, P&G는 ‘스위퍼 젯’이라는 청소용품을 출시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불황기 내내 마케팅에 신경 써라 다음 3가지 방법으로 단기 매출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장기적 브랜드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 우선, 불필요한 상품을 없애 상품 포트폴리오의 복잡성(각 모델 간의 사소한 차이 등)을 줄여야 한다. 두 번째, 수량 할인 기준을 낮추는 등 고객이 부담감을 덜 느낄 만한 가격대의 상품 및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세 번째, 고객 처우를 개선하고 브랜드와 고객 간의 감정적 유대감을 강화해 신뢰도를 높인다
 
사례: 불황이 닥치자 일부 슈퍼마켓들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식단을 자세히 적어놓은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고객들을 대표해 어떤 자선단체를 후원할지 투표해달라고 회원들에게 요청했다.

마케팅 투자 관리
불황이 되면 충성심 강한 고객들이 현금 흐름 및 유기적 성장의 핵심 원천이라는 점을 그 어느 때보다 명심해야 한다. 불황기에는 마케팅이 결코 선택 사항이 될 수 없다. 마케팅 비용은 이런 핵심 고객과 다른 고객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유용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예산 절감 정책은 마케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마케팅 홍보 비용은 생산 비용보다 훨씬 짧은 기간 내에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마케팅 비용을 관리할 때에는 반드시 필요한 비용과 낭비 요소가 강한 비용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이 인정하고 신뢰하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비즈니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불황에는 콜게이트 파몰리브, 존슨&존슨처럼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브랜드의 대형 소비재 제조업체 주가보다 강세를 보인다.
 
불황기에는 호황기에 비해 예산을 줄이기가 한층 쉽다. 경기가 나빠지면 성과가 나쁜 브랜드를 찾아내고 수익률이 낮은 품목들을 없애버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기업 전체가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투자를 재분배하기 위해 애쓰게 된다. 관리자들은 무작정 라인 확장 전략을 고집하는 것과 같은 고리타분한 과거의 태도를 버린다. 그리고 고객의 욕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좀더 뛰어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창의적 방법을 강구한다. 주의할 게 있다면 어느 부분의 지출을 줄여야 할지, 어느 부분의 지출을 유지할지, 어느 부분에서 오히려 지출을 늘려야 할지에 대한 합리적이면서도 개별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회를 평가하라 우선 자사의 브랜드, 상품, 서비스를 분류한 다음 어떤 게 불황기와 불황이 끝난 뒤 생존 확률이 가장 낮은지, 어떤 매출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지, 어떤 것이 뛰어난 성장세를 보일지 판단해야 한다.
 
불황기의 전략적 기회란 자사의 핵심 고객층이 네 그룹 중 어디에 속하는지, 자사의 고객이 자사의 상품 및 서비스를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고급 브랜드가 아닌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택하는 ‘급브레이크 그룹’에 가격 대비 가치에 초점을 맞춘 필수품을 판다면 전망이 상당히 괜찮다고 볼 수 있다. 가치를 중시하는 브랜드라면, 불황 이전에는 고급 브랜드를 선호했던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의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도 있다. 이 전략은 2001년 불황이 닥쳤을 때 월마트가 ‘날마다 낮은 가격(everyday low prices)’ 정책을 도입한 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방법이기도 하다. 가치 중심 브랜드라면 ‘연기할 수 있는 품목’을 판매하는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가령 애프터서비스(AS)는 새 냉장고를 사기보다 집에 있는 냉장고를 더 오래 쓰기를 원하는,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으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만약 사업 기회가 확실치 않거나 점차 줄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불황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거나 현재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브랜드 및 제품을 과감히 없앨 때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그리고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 때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브랜드를 정리한 후 남아 있는 브랜드나 상품에 마케팅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분배하라 매출이 줄기 시작할 때 당황하거나, 브랜드의 근본적 제안 혹은 포지셔닝을 수정해서는 안 된다. 가령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 중에서도 중상위 소득 계층을 주 고객으로 삼는 기업이라면,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픈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 시장 자체를 바꿔버리면, 충성도 높은 고객이 혼란을 느끼고 다른 브랜드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 저비용 전략을 고수하는 경쟁업체나 비용에 민감한 고객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업체들로부터 완강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목표 고객층을 바꾸면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불황이 끝나고 나면 더욱 취약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의 브랜드를 안정화하는 것이다. 현금이 부족한 기업이라 해도 핵심 브랜드 제안을 강화하는 데 마케팅 자원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 게 현명하다. 고객들에게 자사의 브랜드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일깨워준다면, 브랜드를 구축하고 고객의 만족도를 키우기 위해 지금껏 해왔던 투자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세계적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는 우울한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2008년 초 미국 내 마케팅 예산을 삭감한 후에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 드비어스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다이아몬드가 변치 않는 가치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뒤,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광고 지출을 지난해 겨울보다 2배로 늘렸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매체에 공개된 드비어스의 광고는 ‘특별한 여러분을 위해 마련한 것’이 있다고 고객을 유혹한다. 소비자들에게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니 많이 사지는 못하더라도 더 가치 있는 물건을 살 것’을 권한 셈이다. 1년 전에 비해 미국 내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은 감소했지만, 가격을 낮추지 않았음에도 다이아몬드를 사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는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회가 안정적이거나 불확실하다면(하지만 안정적인 쪽으로 좀더 기울어져 있을 때), 자사의 우위를 잘 활용해야 한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불황 때 광고 지출을 줄이지 않거나 늘리는 방법으로 자사 브랜드를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했던 소비재 회사들은 취약한 경쟁업체들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가 좋을 때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었다. 평균적으로 불황기에 마케팅 지출을 늘리면, 불황이 끝난 다음 해의 재무 성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불황기에 마케팅 지출을 늘린다고 모두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요즘처럼 심각한 불황기에는 불황을 견뎌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기회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현금이 많다면 불황기에 자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나 고객층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브랜드를 저렴하게 사들일 수도 있다. 불황이 닥쳤던 2001년, 스머커는 P&G로부터 ‘지프’와 ‘크리스코’라는 2개 브랜드를 인수했다. P&G의 입장에서는 이 브랜드들이 그리 대단하지도, 핵심 카테고리에 속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스머커는 두 브랜드를 인수한 게 훌륭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해 보였다. 스머커는 최근 P&G로부터 ‘폴저스’라는 커피 브랜드를 사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G가 이 브랜드로 목표 수익률을 얻지는 못했지만, 스머커가 이를 인수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면 장차 훌륭한 신규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마케팅 전술을 채택할지 결정할 때에는 고객이 어떤 식으로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고, 예산을 재분배하고, 브랜드나 제품 카테고리를 결정하고, 가치를 다시 정의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무엇보다 시장 조사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불황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은 구매력을 회복하지만 과거의 구매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장 조사를 할 때에는 소비자들이 예전에 선호했던 브랜드나 제품을 다시 살지, 불황기에 애용했던 대체 상품을 계속 구매할지, 혁신적인 새 제품을 택할지 살펴야 한다.
 
불황이 닥치면 기업들은 오랜 기간 동안 최악의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전략과 전술을 수정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동시에 불황이 끝나고 호황이 시작될 때 재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언제든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혁신적인 상품 및 서비스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 혁신적인 신상품을 써보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경제가 완전히 회복 상태에 접어든 후에야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다가올 호황에 잘 대비해온 경쟁업체에 패할 수밖에 없다. 불황기에도 신제품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를 즐기는 그룹’의 소비자들은 불황이 오더라도 제품 및 경험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그룹의 소비자들도 다른 상품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가치를 제공하는 신상품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인다. 불황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신제품 출시를 꺼리는 만큼, 이 시기를 노려 신제품을 선보인다면 홍보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고객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예를 들어 P&G는 2001년 ‘스위퍼 젯’이라는 청소용품을 선보여 고객들이 손쉽게 바닥 청소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저렴한 대체 상품 대신 스위퍼 젯을 선택했다.
 
홍보 예산의 균형을 맞춰라 불황이 닥치면 돈이 궁한 마케팅 부서는 적은 자원을 들여 높은 성과를 내고 좀더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라는 압력을 받는다. 방송 매체에 할당되는 광고 예산이 줄어들고, 직접 마케팅이나 온라인 광고 등 그 효용을 더 쉽게 측정할 수 있는 부문의 비중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불황기에는 POP(Point of Purchase) 마케팅, 즉 가격을 내리거나 매장 내에서 고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홍보 활동을 하는 마케팅이 활발하다.
 
인터넷 광고는 특히 목표 고객에 접근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며, 광고 효과를 간단히 측정할 수 있다. 심각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2008년 1∼3분기에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에 쏟아부은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났다. 인터넷 광고 규모가 커지는 또 다른 이유는 온라인 인맥 관리 매체로 소비자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해고 소식이 들려오고 취업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인맥 형성에 도움이 되는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링크드인 등과 같은 인맥 관리 매체를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 링크드인의 신규 회원 가입률은 2배가 됐다.
 
하지만 대중 시장에서 소비재 브랜드를 키워나갈 때에는 방송 매체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아주 유명한 브랜드라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과거에 쏟아부었던 투자의 덕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전에 투자했다고 해서 더 이상 방송 매체를 통한 홍보 활동이 필요 없는 브랜드는 없다. 상당수 고객들은 텔레비전 화면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브랜드를 곧 잊어버리고 만다. 지난 한 해 동안 신문, 잡지, 라디오, 지방 방송국 등의 광고는 모두 줄었지만,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4개 방송 채널 광고는 줄지 않았다.
 
펩시콜라가 불황기에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수정했는지 살펴보자. 펩시콜라 경영진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불황이 각 음료 카테고리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그런 다음 모든 음료 카테고리의 비용을 줄이는 대신 양적 성장의 기회를 붙들기 위해 마케팅 자원을 재분배했다. 가령 탄산음료, 특히 다이어트 음료 외의 다른 음료들은 불황이 시작되기 전부터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펩시콜라의 경영진은 청량감을 원할 때는 탄산음료가 제격이라는 소비자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불황이 온다고 해서 탄산음료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즉 4개 그룹의 소비자들은 모두 탄산음료를 필수품 혹은 만족을 주는 품목으로 여기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펩시라는 브랜드는 불황에도 끄떡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펩시콜라의 목표는 펩시와 마운틴듀 등 탄산음료에 대한 마케팅 투자를 상당히 늘려 탄산음료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일이다. 이 투자에는 젊은 세대의 심리를 공략하는 광고 캠페인, 새로운 포장, 현장에서 실시하는 광고 등이 포함된다. 펩시콜라는 특히 ‘현재를 즐기는 그룹’의 젊은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에서 많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DBR TIP] 광고비 절감을 위한 7계명
  
1. 텔레비전 광고 길이를 30초에서 15초로 줄여라.

2.
텔레비전 광고 대신 저렴한 라디오 광고를 활용하라. 특히 소비자가 생각을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메시지를 자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면, 라디오 광고가 많은 도움이 된다.

3.
목표 고객에게 정확히 접근할 수 있고, 고객의 반응을 확실히 분석할 수 있는 미디어를 택하라. 가령 배너 광고보다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검색 관련 광고 방식이 도움이 된다.

4.
비슷한 소비자 그룹을 목표로 하지만 카테고리가 다른 제품을 팔고자 하는 다른 회사와 협력해 브랜드를 광고하라.

5.
값비싼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만들기보다 기존의 광고 캠페인을 수정하거나 확장하라.

6.
광고를 싣는 비용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한 회사에 광고를 맡겨라.

7.
불황이 시작될 무렵에는 장기 계약을 피하라. 무작정 광고를 내보내겠다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광고비가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한다. 현금이 넉넉하다면, 불황으로 광고를 내보내는 비용이 내려갔을 때 싼값에 장기 계약을 맺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불황기 마케팅
경기가 나빠지면 비용을 줄이고 단기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과 장기적 브랜드 건전성 간의 균형을 잘 맞출 필요가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간결하게 재조정하고, 소비자들이 좀더 쉽게 지갑을 열 수 있도록 가격을 조정하며, 신뢰도를 강화하는 게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3가지 효율적 방법이다.(각 고객 그룹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구체적 방법이 궁금하다면, 표2 ‘전술 수정 방법’ 참조) 

제품 포트폴리오 재조정 이번 불황보다 상대적으로 덜했던 2001년에는 기업들이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조금씩 수정했을 뿐 가격 및 제품 라인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불황이 한층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요즘에는 어쩔 수 없이 변화를 꾀해야 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일찌감치 주도권을 잡는 편이 낫다.
 
수요가 줄면 지나치게 다양하지만 별다른 차이가 없는 사이즈와 맛을 선보이는 제품 라인이나,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제품 모델을 줄이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제품 라인을 선보이면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잘 팔리지 않는 재고를 쌓아놓기 위해 많은 자원과 운영 자본이 필요해진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간소화한다고 해서 혁신을 위한 노력 자체를 그만둬서는 안 된다. 핵심 상품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매도 자극할 수 있다. 특히 소모성 제품 및 서비스라면 혁신적인 개선 활동이 매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시장 상황을 다시 조정하려면 고객의 구매 습관이 바뀔 때마다 각 제품 라인의 개별 상품에 대한 수요를 자주 재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급브레이크 그룹’의 소비자들은 필수품이나 만족을 주는 품목을 살 때, 다양성이나 맞춤 서비스를 포기하는 대신 단순하고 저렴한 쪽을 택한다.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내구재 구입을 미룰 수 없는 형편이 되면 뛰어난 성능의 상품보다는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모델을 택한다. 두 그룹의 소비자들 모두 내구성이 낮거나 유지 비용이 높은 상품은 거부한다.
 
가격을 낮춰라 불황기에는 ‘급브레이크’ 소비자들과 ‘힘들지만 인내하는’ 소비자들이 특히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물건이나 서비스를 원하게 되고, 기업들은 모두 가격 경쟁에 돌입한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쉽게 할인을 해주는 상품 및 서비스를 선호한다. 또 추첨이나 전단지(DM) 발송 서비스처럼 차후에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홍보 전략보다는 구매를 할 때 즉각 현금 할인을 해주는 홍보 방법을 선호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더 자주 일시적인 가격 인하 전략을 택하고, 더 큰 폭으로 가격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정상’ 가격 수준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불황기에 가격을 너무 많이 내리면 가격 인하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치 자체가 바뀌어 가격을 다시 ‘정상’ 수준으로 높일 경우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반감을 가지게 되고, 이에 따라 회복기에도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지나치게 가격을 내리면 손실이 큰 가격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고급 브랜드 시장의 선두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가 목표로 하는 시장 자체를 저가 시장으로 바꾸기보다 ‘공격형 브랜드(fighter brand)’, 즉 기존 브랜드와는 다른 이름을 붙여 최소 광고비를 들여 더 낮은 가격에 파는 브랜드를 도입할 수 있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1991년과 1992년, 맥주회사 앤호이저부시는 버드와이저보다 가격이 싼 ‘내추럴 필스너’라는 브랜드를 도입했고, 밀러는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콜더스 29’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1980년대 초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P&G는 고가의 휴지 ‘차민’을 대체할 저렴한 휴지 브랜드 ‘배너’를 개발했다. 불황이 끝나면 공격형 브랜드를 조용히 없애버릴 수도 있고,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남겨둘 수도 있다.
 
식당 등 다양한 곳에서 99센트짜리 햄버거나 399달러짜리 식기세척기 등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증명된 소매가격에 맞춰 상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있다. 펩시콜라는 콜라를 사다 쟁여놓을 형편이 되는 ‘힘들지만 인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24개들이 콜라 묶음을 5.99달러에 판다. 그리고 지갑이 얇은 ‘급브레이크’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2L짜리 콜라를 99센트에 파는 등 각 고객 유형의 구매 패턴을 고려한 가격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의 지갑이 좀더 쉽게 열리도록 하려면, 일시적으로 가격을 깎아주거나 정가 자체를 바꾸는 방법 외에도 수량 할인 기준을 낮추거나, 소비자에게 신용을 더 많이 주거나, 예약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제품의 크기나 용량을 줄인 다음 그에 맞게 가격을 조정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케이블 TV나 이동통신 회사와 같은 서비스 기업들은 고객이 선불로 내야 할 비용과 위약금을 낮추면 가격에 민감하고 현금이 넉넉지 않은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소비자가 무조건 가장 낮은 가격을 원하는지, 가격 대비 최대의 가치를 원하는지에 따라 각 상품 혹은 서비스를 분리해 가격을 따로 매길 수도 있고, 좀더 많은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제공할 수도 있다. 물론 2가지 방법을 모두 택할 수도 있다.
 
신뢰를 높여라 불황이 닥치면 소비자들은 근심이 많아져 익숙하고 믿음직한 브랜드 및 상품을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안락하고 여유로운’ 소비자나 ‘현재를 즐기는’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감정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소비자가 처한 상황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갈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델은 지난 몇 년간 잃었던 시장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네 그룹을 각각 공략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인쇄 광고물을 내놓았다. 가령 ‘급브레이크’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수입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을 맛볼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힘들지만 인내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어려운 때에 간단한 솔루션을 원한다면 델을 찾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여줬다. ‘안락하고 여유로운’ 소비자들에게는 “어떤 경제 상황에서든, 어느 곳에서든, 가장 이상적인 노트북”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현재를 즐기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경제 상황은 나쁘지만 멋진 인생을 즐기는 여러분을 위해”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기 전, 치약 제조회사 크레스트는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집으로 간다”는 주제로 미백 치약 화이트스트립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는 배경 음악이 깔리면서 젊은 여성이 새하얀 치아가 드러나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고향 마을에 도착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미백 치약의 기능을 분명히 전달하면서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광경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소비자의 입장에 공감하는 듯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에는 자사가 고객의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나타낼 수 있는 행동으로 그 메시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매출이 떨어질 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바로 가격은 올리면서 질은 낮춰 고객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단골 고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많은 금액을 지출하는 고객뿐 아니라, 구매액은 크지 않더라도 자주 구입하는 고객에게도 보답해야 한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고객이 사용 한도를 초과할 때 일괄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기보다는 신용 한도에 근접해갈 때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이 좋다. 소매업체들은 고객을 위해 현명하게 쇼핑하고 돈을 절약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다. 가령 과거에 불황이 닥쳤을 때 일부 슈퍼마켓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식단을 자세히 적어놓은 전단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사회복지 활동에 고객이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자사가 고객들을 대표해 어떤 자선단체를 후원할지 투표해달라고 회원들에게 요청했다.
 
감정적인 유대관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브랜드를 구매하는 게 건설적인 의사결정이라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일깨워줘 신뢰를 높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알레브는 기존 광고에 “가치 있는 선택, 그게 바로 알레브입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DBR TIP] 불황기의 승자와 패자
 
불황이 닥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힘들지만 인내하는 그룹’에 편입돼 대체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절약을 하지만, 이따금 작은 사치라 할 만한 ‘만족을 주는 품목’에 지출한다. 소비자들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몇 가지 제품 시장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텔레비전 고가품 매출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외출이 줄다 보니 삶의 재미를 위해 대형 텔레비전에 돈을 쓸 수도 있다.
 
고급 잡지 광고 수익과 판매 부수가 모두 떨어진다. 소비자들이 사치품이나 필수재가 아닌 선택할 수 있는 상품 구매를 줄임에 따라 고급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광고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잡지 구매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화장품 예전에는 보습제, 세안제, 토너 등 필요한 제품을 각각 따로 사용했던 소비자들이 값비싼 제품을 쓰는 대신 저렴한 다목적 화장품을 사용하므로 매출이 줄어든다.
 
가정용 보안 시스템 불황기에는 범죄율이 높아지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따라서 가정용 보안 시스템 매출이 늘어난다.
 
컴퓨터 AS소비자들이 새 제품 구입을 가능한 늦추기 때문에 모든 내구재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 수요가 높아진다.
 
타이어 자동차 제조회사의 신규 자동차 매출이 낮아져 타이어 매출도 덩달아 떨어진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운전을 아예 하지 않거나 교체 타이어 구매를 늦추지 않는 한, 교체용 타이어 수요는 그만큼 높아진다.
 
냉동 채소 외식이 줄고 싱싱한 유기농 채소 대신 값 싼 냉동 채소를 고르기 때문에 냉동 채소 매출은 올라간다.
 
아이스크림 외식 자체가 줄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전문 매장이나 레스토랑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줄어든다. 하지만 싼 가격에 만족감을 느끼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슈퍼마켓의 아이스크림 매출은 늘어난다(새 텔레비전 앞에서 슈퍼마켓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을 먹는지도 모르겠다).
 
헬스클럽 소비자들이 걷기, 조깅, 집에서 하는 실내 운동 등 돈이 덜 드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면서 회원 수가 줄어든다.

회복기를 대비한 포지셔닝
소비자의 욕구 및 핵심 브랜드에 집중해 불황을 이겨낸 기업들은 불황 이후에 펼쳐질 호황에도 철저히 대비한다. 하지만 불황이 끝나면 소비자의 행동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해하고, 새로운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대개 불황이 지나고 나면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은 1, 2년 내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심각한 불황을 겪고 나면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한층 예민해진 소비자들의 심리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 불황이 길고 심각할수록 소비자의 태도 및 가치관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대공황을 겪은 미국인들과 1990년대에 10여 년 동안 심각한 정체를 경험한 일본인들이 오랫동안 신중한 소비 패턴을 유지한 점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불황의 여파는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다. 미국에서는 전쟁 이후에 발생한 불황이 평균 10, 11개월 정도 지속됐다. 최악의 불황으로는 소비 성장률이 -0.9%를 기록했던 1973∼1975년의 16개월간 지속된 불황과, 1980∼1982년 나타났던 18개월의 ‘이중 불황’을 들 수 있다. 소비 성장률이 1980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1981년부터 1982년까지는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번 불황이 나타나기 전 가장 최근에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2001년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기는 했지만 전체 소비자 지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불황은 유례없이 심각한 상황이고, 소비자 신뢰지수 및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볼 때, 이번 불황기에 형성된 소비자 태도 및 행동은 불황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안락하고 여유로운’ 소비자들과 ‘현재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불황 이전의 소비 패턴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급브레이크’ 소비자들과 ‘힘들지만 인내하는’ 소비자들은 불황기에 익힌 소비 습관을 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두 부류의 소비자들은 불황이 끝나도 최대의 가치를 추구하고, 신뢰성 있는 브랜드를 고집하며, ‘만족을 주는 품목’을 구입할 때에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리고, ‘연기할 수 있는 품목’의 구매는 되도록 미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불황의 원인이기도 한, 기업의 잘못된 행동으로 소비자들이 기업에 갖게 된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2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불황기에 얻은 마케팅 전략 및 연구 결과 그리고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역량은 경제가 회복된 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소비자의 가치관 및 태도에 장기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음을 깨닫고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충격과 함께 소비자들이 불황의 원인이 된 기업의 잘못된 관행에 분노함으로써 불황 이전에 등장한 트렌드가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갈 전망이다. 불황 이전에 나타난 트렌드란 물질주의의 약화, 지속 가능성 중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높은 기대, 소비자를 영혼도 없고 감정도 없는 돈 쓰는 기계쯤으로 여기는 냉소적 마케팅에 대한 분노 등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이익 추구와 함께 사회의 이익에도 가장 도움 되는 방식으로 행동해주기를 요구하는 고객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점차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각 기업의 관행을 더욱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황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불황이 끝난 후에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기대치를 무시할 수 없다. 기업들은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 고객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지만, 고객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기업들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4월 호에 실린 존 A 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부학장 등의 글 ‘How to Market in a Downtur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존 A 퀠치(jquelch@hbs.edu)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이며, 캐서린 E 조크즈(kjocz@hbs.edu)는 동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2008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판부에서 발간한 를 공동 집필했습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