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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보호

짝퉁 신화는 없다, 知財權에 눈떠라

안덕근 | 31호 (2009년 4월 Issue 2)

오른쪽 사진은 대우자동차의 마티즈2와 2003년5월 출시된 중국 치뢰이(奇瑞) 자동차의 주력 모델 QQ다. 싼 가격과 수려한 디자인을 앞세운 QQ는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3년 만에 무려 30만 대가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치뢰이 자동차는 내수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 1위의 자동차 수출업체로도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짝퉁’ 신화일 뿐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QQ는 GM대우가 생산하는 마티즈의 복제품에 불과하다. 단순히 외관만 베낀 것이 아니라 내부까지 판박이다. 마티즈의 부품을 QQ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에서는 QQ를 구입한 고객이 GM대우의 서비스 센터에 와서 수리를 요구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치뢰이가 QQ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 수출하면서 마티즈의 수출에 커다란 악영향까지 주고 있다.
 
GM대우는 2004년 12월 상하이 법원에 치뢰이 자동차를 부정경쟁 방지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동시에 중국 특허청에 등록된 20여 개의 QQ 관련 디자인 특허 무효 심판도 청구했다. GM대우는 QQ의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 중단, 치뢰이의 공개 사과 및 8000만 위안의 경제 손실액 배상, 해당 차량의 부당 판매 수익금 전액 몰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치뢰이 자동차는 중국 국영 기업이다. 게다가 중국 법원은 자국 기업에 대한 보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다. 결국 GM대우는 2005년 11월 치뢰이와의 합의로 소송을 종결했다. 구상 단계에서 실제 생산까지 보통 3, 4년이 걸리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모방 시기의 증명이 어려운 점도 화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QQ 사례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지적재산권 침해로 피해를 겪는 전형적 사례다.
 
반면 한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특허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2008년 말 시점으로 삼성전자는 현재 샤프 등 세계 25개 회사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한 상태다. LG전자도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소송을 당한 사례가 15건에 이른다. 하이닉스는 램버스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도 3, 4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 기술 로열티 수입을 노리거나 시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특허 소송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한국 상품의 기술 수준이 괄목할 정도로 높아지고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개선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짝퉁 제품의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선진국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지적재산권 제소가 증가하는 등 한국 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WTO 체제에서의 지적재산권 보호
과거 지적재산권 보호의 내용과 수준은 국가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무역에 관한 지적재산권 보호 협정(TRIPS)’이 등장하면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관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 모든 WTO 회원국들이 예외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WTO 체제 출범 이후 한국도 1995년 12월 저작권법을 개정했다. 이때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외국인 저작물의 소급 보호였다. 법 개정 전 국내에서는 1987년 7월 1일 이전의 외국인 저작물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저자 사후 50년’ 동안 보장되는 저작권 보호가 일괄 적용되기 시작했다. 소위 ‘빽판’으로 불리던 해적 음반이나 대학가 서점을 꽉 채우던 복사판 외국 교재들이 자취를 감춘 것도 이 때문이었다.
 
TRIPS 협정이 보호하는 지적재산권은 저작권뿐 아니라 특허, 상표권, 지리적 표시, 영업 비밀 등 총 7종류에 달한다.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국제 협정으로는 특이하게도, TRIPS 협정은 국내외 지적재산권 소유자는 물론 모든 WTO 회원국들에 대해 비차별대우 의무를 부과한다. 특히 TRIPS 협정의 비차별대우 의무는 FTA 예외 조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은 한미 FTA를 통해 저작권 및 특허 보호 내용과 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저작권 보호에 관한 상호주의 원칙의 예외가 인정되는 70년의 보호 기간 이외에는 향후 모든 WTO 회원국들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뜻이다.
 
TRIPS 협정에 따르면, 무역 규제 기관에서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가 있다고 간주하는 경우 즉각 수입을 금지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무역위원회가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의 수입을 불공정 무역 행위로 규제한다. 주로 특허권과 상표권 침해 사안이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적재산권 위반에 대한 사법적 판결 없이 행정 기관의 재량적 판단만으로 수입 금지 조치를 당하는 꼴이므로, 종종 논란이 된다.
 
실제 2004년 11월 일본 마쓰시타가 LG전자의 PDP 제품에 대해 특허권 침해 혐의로 통관 보류를 신청하자, LG전자도 마쓰시타의 글로벌 브랜드인 파나소닉 PDP에 대해 무역위원회에 특허권 침해를 사유로 수입 금지 조치를 신청했다. 한일 양국의 대표 회사 간에 벌어진 지적재산권 분쟁은 WTO 체제에서의 첫 한일 간 국가 분쟁으로 확산될 위기를 맞았다. 2005년 4월에야 LG전자가 마쓰시타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두 회사가 특허권을 상호 사용하는 ‘기술 상호 공유(크로스 라이선스)’에 합의하면서 사안이 종결됐다.

해외 시장에서의 지적재산권 분쟁 사례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피해 사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의 디자인과 상표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 상표권 문제는 한국 기업의 상표를 우선 등록한 후 도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 초 KT&G(구 한국담배인삼공사)의 홍삼 제품 대표 브랜드 ‘정관장’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당시 KT&G는 홍콩 판매상을 통해 정관장 제품을 화교권 국가에 수출했는데, 이 판매상이 상표권 이양 대가를 노리고 정관장 상표를 중국에 먼저 등록해버렸다. 다행히 중국 인민법원에 제기한 상표권 등록 취소 소송에서 KT&G 측이 홍콩 수입상보다 먼저 광고를 게재한 점이 인정돼 승소했다. 이 사례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대리권 위임 계약을 할 때 ‘소유권자의 위임 없이 대리인이 무단 등록한 권리는 무효’라는 조항을 왜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무역 전시회, 박람회 등에 출품된 외국 유명 상표를 중국 내에 먼저 출원 등록해 한몫 챙기려는 상표권 브로커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은 특히 상표권 확보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다가 자사 상표를 중국 업체가 먼저 등록하는 바람에 상표법 위반으로 수출품을 압수당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페인어를 함께 쓰는 중남미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남미 시장은 시장의 동질성과 상품의 이동성이 좋다. 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칠레를 비롯해 우리와 FTA를 체결할 국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향후 중남미 시장을 노리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상표권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골치 아픈 지적재산권 문제는 디자인(의장권) 침해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디자인에 대한 의장권자 여부에 상관없이 ‘선(先) 등록주의’에 의해 무심사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중국 기업들은 외국 업체의 디자인을 버젓이 자사 의장권으로 신청해 등록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아직 부분 의장권 보호법조차 도입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을 악용, 외국 제품의 핵심 디자인 부분만을 모방해 유사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교묘히 법적 제재를 피하는 중국 기업들이 허다하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가구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디자인은 가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3만6000개의 업체가 있는 이탈리아 가구업계는 매년 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디자인 복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복제품에 의한 중국 내 손실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또한 급감하고 있다. 어쩌다 세관이 짝퉁 제품을 적발한다 해도,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이 세관이 압류한 제품의 처리 비용까지 물어야 하는 바람에 이중 손실을 겪고 있다.
 
물론 중국 복제품 생산업체가 구속되면 피해 보상 신청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상 여력이 없는 군소업체거나 체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나뚜치 등 유명 이탈리아 가구업체들은 아예 중국 현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세계를 주름잡던 이탈리아 가구도 ‘메이드 인 차이나’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한국 기업들은 특허 분쟁으로도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특히 첨단 정보통신산업 분야에서 특허 분쟁이 두드러지게 발생한다. 비단 정보통신 분야뿐 아니라 기술력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특허 매입을 통한 기술 상호 공유나 핵심 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로 특허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최근에는 특허 로열티나 특허 침해로 인한 손해 배상액이 기업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천문학적 금액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특허권자들도 고액의 로열티 수입을 위해 부품업체보다는 완제품 제조업체에 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일본, 유럽 기업에 비해 완제품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기업의 지적재산권 소송 대응 전략
다소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한국 기업이 지적재산권 문제에 잘 대응하려면 우선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부터 높여야 한다. 지적재산권은 손에 잡히지 않는 개념이 아니라 기업 가치의 핵심이자 성장의 초석이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문제에 사후 약방문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안타깝다.
 
따라서 국제 통상 업무가 있는 기업은 반드시 전문 법률회사의 도움을 얻어 자사의 지적재산권 범위를 확인하고, 적절한 보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기술 도입이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때는 사전 법률 검토를 통해 지적재산권 관련 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 거래 성사를 위해 상호간 민감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애매하게 넘어갔다가 사업 추진 중에 복잡한 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또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특허청에서는 전문가 상담이나 법률 자문을 포함해 실제 소송 비용 일부도 지원하고 있다. 특허청 지식재산보호센터(IPPC, copi.kipo.go.kr)도 유용한 지적재산권 정보를 해당 시장 및 권리별로 제공한다. 코트라(KOTRA)와 무역협회도 중소기업들의 해외 소송비를 지원하고, 현지 인력을 동원해 기술 지원과 자문을 제공하므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 기관의 도움을 얻으면 궁극적으로는 대사관이나 관련 정부 부처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형식으로 변한다는 장점도 있다. 사법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기 보다 정부 차원에서 외교적 압력을 가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지적재산권 침해에 관한 민사상 구제 절차는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비용도 많이 들어 실효성이 떨어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손해 배상 소송은 권리자의 손실이나 침해자가 취득한 이익에 근거해 배상액을 확정한다. 문제는 이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TRIPS 협정에서는 고의적 상표권 위조 또는 저작권 침해에 대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사 처벌은 민사 소송보다는 예방 효과가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형사 처벌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2007년 4월 논란의 초점이었던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를 WTO에 제소했다. 2009 1 26 WTO 패널은 중국의 저작권 보호 체계가 TRIPS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정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향후 WTO에서는 중국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소송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브랜드 경쟁력 증진에 골몰하는 한국 기업들도 지적재산권 보호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 안덕근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세계무역기구(WTO) 근무
    - 스위스 세계무역연구소(WTI) 근무
    -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역임
    dah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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