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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 구매의 진실은?

DBR | 30호 (2009년 4월 Issue 1)
지난 몇 년 동안 소비재 소매업체들과 제조업체들은 제품에 대한 그럴싸한 선전과 약간의 충동이 소비자들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어왔다. 심리학자이자 시장 연구원인 파코 언더힐은 1999년 저서 ‘우리는 왜 구매를 하는가: 쇼핑의 과학’에서 슈퍼마켓을 엄청난 충동 구매의 장소라고 진단했다. 그는 “식료품 업계의 연구 결과, 슈퍼마켓에서 벌어지는 구매 가운데 60∼70%는 계획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후 소매업체들은 이 책과 후속 연구를 통해 진열 통로의 맨 끝에서 상품을 선전하거나, 계산대에서 구매 충동을 자극하는 등 매장 내 판촉 전략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와튼 스쿨의 데이비드 R. 벨 마케팅 교수와 연구진은 슈퍼마켓에서의 구매가 대부분 계획하지 않은 충동 구매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누가, 얼마나 자주, 왜 충동 구매를 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충동 구매의 비율은 전체 구매 중 2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매장 내 마케팅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소매업체들이 이에 대한 전략을 재고해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연령, 수입, 쇼핑 스타일 등 소비자들의 특징이 매장이나 주변 환경보다 충동 구매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벨 교수는 “차이는 소비자가 처한 환경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나타난다. 이는 충동 구매가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의 문제와 같은 것이다. 충동 구매가 인구 통계학적 특징의 영향을 받느냐, 매장 내 자극의 영향을 받느냐를 생각해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장 내 자극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인구 통계학적 특징이 좀더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벨 교수는 이 연구가 네덜란드 식료품 구매자들의 행태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 소매업체들 역시 참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연구를 스페인 인스티투토 데 엠프레사 비즈니스 스쿨의 대니얼 코르스텐 교수, 네덜란드 틸버그 대학의 조지 녹스 교수와 함께 수행했다.
 
실질 구매 행태 연구
이들은 이전 연구에서 실제 구매 활동과 관련한 ‘적절하고 탄탄한’ 자료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 자료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갈 때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아울러 이전 연구들은 ‘충동 구매’가 무엇인지 벨 교수와 연구진이 만족할 만큼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충동 구매’란 평소에 사지 않던 상표의 세제를 구매하는 것인가, 아니면 쇼핑 목록에 없는 품목을 사는 것인가? 또 쇼핑 목록에 ‘세제’라고만 적고 상표나 크기는 정해놓지 않았다면 최종 구매는 계획된 것인가, 계획되지 않은 것인가?
 
벨 교수진은 유럽의 대형 소비재 기업 한 곳으로부터 연구 자금을 지원받아 2006년 7월 2주간 연구 작업을 수행했다. 연구진은 슈퍼마켓 소비자 2945명에 대한 자료를 검토했다. 이들 소비자들은 21개 슈퍼마켓에서 빵, 맥주, 커피, 세제, 기저귀, 샴푸 등 58개 품목을 구매했으며, 총 구매 건수는 1만8000건에 달했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물품을 사러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구매한 제품의 품목 및 해당 제품 구매가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미리 계획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매장에서 결정한 것인지’ 여부를 질문지에 표시하도록 했다.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영수증도 첨부하도록 했다. 이후 각 가정을 방문해 90분 동안 인터뷰를 실시함으로써 각 가정의 특징과 이들이 물품을 구입한 슈퍼마켓에 대한 인식 등을 수집했다.
 
연구진은 질문지와 인터뷰를 통해 소득 수준, 연령대와 같은 인구 통계학적 데이터나 소비자가 스스로를 ‘신속하고 효율적인’ 소비자로 평가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쇼핑 스타일’ 관련 정보, 신문 광고, 매장 등 가격 정보 출처에 대한 자료도 얻을 수 있었다. 또 응답자들에게 특정 매장과 그곳에서 제공하는 가격 및 제품군, 매장의 이미지, 쇼핑 시기 및 시간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벨 교수는 미국 소비자들은 최소한 한 가지 부분에서 네덜란드 소비자들과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인들은 대부분 차로 운전해 식료품을 사러 가는 반면, 네덜란드인들 가운데는 차를 모는 것만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많았다. 걸어서 매장에 가는 사람들은 자전거나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보다 계획하지 않은 구매를 할 가능성이 적었다.

연구 결과 전체 쇼핑 가운데 60% 정도에서는 충동 구매가 없었다. 나머지 경우 소비자들은 평균 3건의 계획하지 않은 구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종전 연구 결과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구매 품목의 수가 많을수록 계획하지 않은 소비를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충동 구매의 상당 부분이 소수 소비자들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충동 구매의 평균 건수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 결과 상호 관련된 32개 변수들이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음과 같다.
 
- 젊고 미혼이며 소득이 높은 성인의 충동 구매 확률은 평균보다 45% 높다.
- 나이 많은 사람이 가장인 가정과 대가족은 평균보다 충동 구매 확률이 각각 31%, 65% 낮다.
- 주로 신문 광고를 통해 가격 정보를 얻는 사람들은 충동 구매 확률이 25% 낮다.
- 스스로를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인’ 소비자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충동 구매 확률이 평균보다 82%나 낮다.
- 쇼핑을 하는 목적이 ‘즉시 필요하거나 잃어버린 물건을 사기 위한 것’이면 충동 구매 확률은 53% 떨어진다.
- 충동적으로 쇼핑을 갔을 때는 계획하지 않은 구매를 할 확률이 23% 높아지지만, 정기적으로 혹은 마음먹고 쇼핑을 할 때는 충동 구매 확률이 13% 낮아진다.
- 점포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살 경우 두 번째와 세 번째 점포에서는 충동 구매 확률이 9% 낮다.
- 소비자가 매장까지 걸어서 가지 않고 차를 타고 가면 충동 구매 확률이 44% 높아진다.
 
벨 교수는 “이 결과를 보면 충동 구매는 매장의 환경 자체보다는 소비자 개개인의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극을 통해 정말로 충동 구매를 늘릴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다.
 
2가지 전략
이 질문에 대해 벨 교수와 연구진은 “그렇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검토와 시장 연구에 입각한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고객들의 매장 내 충동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소매업체들이 택할 수 있는 2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소매업체들은 기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하거나, 충동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을 새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전자는 기존의 매장 내 환경과 소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며, 후자는 마케팅 전략이나 매장 이미지 등을 광범위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자의 접근법은 매장 내 광고판 개선이나 판촉 건수 확대 등이다. 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방법이기는 하나 그 효과는 덜할 수 있다. 따라서 2가지 전략의 효과를 비용과 면밀히 비교해 선택해야 한다.
 
대체로 충동 구매가 이뤄질 때는 고객 개개인의 특성이 매장 상태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따라서 소매업체들은 현재 매장 내 마케팅 예산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공급업체들은 예산 책정에서 우선순위를 수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 특히 이번 연구는 각기 다른 고객군이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따라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고객 개개인의 다양한 ‘반응’을 이해하고, 이에 입각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벨 교수는 “소비자들의 충동 구매 행태를 더욱 잘 파악하려면, 소매업체들이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스쿨의 온라인 매거진 ‘Knowledge @ Wharton’에 실린 ‘Not on the List? The Truth about Impulse Purchase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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