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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둘로 나눠라 통찰력의 씨앗이 된다

신병철 | 3호 (2008년 2월 Issue 2)
앞선 두 차례의 글에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부족한 것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 문제를 재해석하는 훈련, 두 가지 개념을 새롭게 결합시키는 훈련 등 세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전 글을 참고하려는 독자는 www.dongabiz.com을 방문하면 된다) 이번에는 네 번째 방법론으로 모든 것을 둘로 구분해서 접근할 때 새로운 인사이트(insight)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은 세상 모든 것을 둘로 구분할 때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사람은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간단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가장 큰 통찰을 준 역사서 중 하나인 사기(史記)를 보면 기가 막힌 역사적 사건들이 3000년의 흐름 속에 나열되어 있다. 사기라는 역사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두 명의 영웅이 나와 자웅을 겨루고 있다. ‘오자서와 범려’, ‘구천과 부차’, ‘관중과 포숙아’, ‘백이와 숙제’ ‘유방과 항우’ 가 그 예다. 왜 이렇게 두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역사가 구성됐을까? 정말 두 명의 영웅만이 용호상박의 싸움을 했을까? 추론하건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명을 중심으로 싸움을 정리한 이유는 이렇게 두 개념으로 구분해야 말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을 둘로 나누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이것은 세상을 움직이기 매우 훌륭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장을 둘로 나눠라
세상에는 두 가지 렌트카가 있다. 1등 렌트카와 2등 렌트카다. 대부분의 마케팅은 자신의 제품이 우수하다는 점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에이비스(AVIS) 렌트카는 스스로 1등이 아니라 2등이라는 점을 알려서 시장지위를 획득한 독특한 사례다.
 
에이비스는 1952년 회사를 설립한 이래 무려 13년 동안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1962년에는 적자규모가 125만 달러에 달했다. 한마디로 비전이 없는 회사에 불과했다. 바로 이 시점에 새로운 광고 캠페인이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세계 광고사에 빛나는 ‘우리는 2등입니다(We are number 2)’ 캠페인이다.
 
이 광고 슬로건은 지난 100년의 광고 캠페인에서 가장 빛나는 광고 슬로건 중 하나로 꼽힌다. 놀라운 점은 1962년 당시 에이비스가 2등에 훨씬 못 미치는 시장지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2등이라고 외쳐대니 일반 소비자들도 에이비스가 2등 회사인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 캠페인으로 에이비스는 단박에 2등의 지위를 차지했다. 시장을 이원화해 순식간에 2위를 획득한 통찰력이 빛나는 사례다.
 
시장을 둘로 나누어 대단한 성공을 거둔 또 하나의 사례는 세븐업(Seven-Up)이다. 1968년 세븐업회사는 레몬타입의 청량음료를 만들었다. 한국식으로 따지자면 세븐업은 사이다에 가깝다. 그런데 세븐업은 코카콜라를 공격해 소비자 주의를 끌고 성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의 카테고리를 ‘언콜라(uncola)’로 정했다. 언콜라란 코카콜라를 직접 겨냥해 코카콜라보다 더 좋은 제품임을 알리려고 한 것이다. 구체적인 제품의 장점은 콜라에 들어 있는 성분인 카페인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콜라 대 언콜라의 양대 구조로 소비자 기억을 구분하려는 세븐업의 시도는 정확하게 들어맞아 발매 첫해에 시장을 15%나 장악했다. 대단한 성공이다. 이후 ‘언콜라’ 캠페인을 벌인 세븐업은 10년 후 필립모리스에 5억2000만 달러라는 전대 미문의 가격으로 팔렸다.
 
이처럼 소비자 기억을 두 개의 카테고리로 만드는 것은 힘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필립모리스는 세븐업의 장점을 잃어버리게 된다. 필립모리스는 세븐업을 인수한 뒤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전개한다. 언콜라 캠페인을 하기보다는 노래하고 춤추는 발랄한 세븐업의 광고를 내보낸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세븐업이 갖고 있던 독립적인 이미지는 희석되었고 과거보다 매출이 떨어지게 된다. 왜 이런 효과가 발생했을까? 필립모리스는 발랄한 이미지를 원했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이미지는 코카콜라가 더욱 잘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세븐업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인이 없는 언콜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븐업의 존재의 이유였던 것이다. 재미를 줘도 언콜라의 범주에서 했어야 했다. 필립모리스는 이것을 잃어버렸던 것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강점을 약점으로
사람은 세상을 간명하게 구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에서 본 것처럼 이분법을 잘 사용한다. 무엇보다 약점과 강점으로 분류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세상의 일은 그렇게 약점과 강점으로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약점이 강점이 되기도 하고, 강점이 약점이 되기도 한다. 상황과 맥락에 따라 바뀐다. 이것을 만드는 것은 커다란 통찰을 만들어내게 된다. 예를 보자.
   
 
그로피우스는 세계적인 건축가다. 그는 현대조형예술의 산실인 바우하우스학원(현 바우하우스대학)을 만들었고 40여 년에 걸쳐 위대한 건축물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천재적인 건축가였던 그도 세계의 대표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의 설계와 시공을 진행할 때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다른 구조물은 거의 완성단계에 있었지만 디즈니랜드 내부의 각 도로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로피우스는 업무 차 프랑스 남부의 시골을 방문하게 됐다. 그곳은 온 동네가 포도농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포도를 사러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농부들은 포도를 따서 길가에 내놓고 지나가는 차나 행인에게 포도를 팔고 있었다. 하지만 호객(呼客)하는 농부들에게 포도를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피우스가 마을의 한쪽 끝에 있는 포도농장에 다다르자 수많은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보게 됐다. 그곳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포도농장으로 길가에 놓여 있는 모금함에 5프랑을 넣으면 얼마든지 포도를 따 갈 수 있는 곳이었다. 5프랑만으로 원하는 만큼의 포도를 따 갈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사실 이 농장의 주인은 몸이 불편한 노부부로 포도수확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그로피우스는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선택을 제공한 농장주의 아이디어로부터 영감을 얻어 디즈니랜드 내부 도로 연결에 활용했다. 숙소로 돌아간 그는 시공팀에게 “도로로 예정된 지역에 잔디씨를 뿌리고 예정보다 일찍 개방하라”고 주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잔디씨를 뿌렸던 곳은 파릇파릇한 잔디로 덮였다. 사람들의 발길에 의해 잔디로 뒤덮였던 곳은 작은 오솔길들이 생겼다. 일정한 모양은 아니었지만 넓은 길과 좁은 길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주 자연스러운 길이 됐다. 그 다음해 그로피우스는 사람들이 남긴 이 오솔길에 인도(人道)를 만들었다. 그리고 1971년 런던 국제조경건축 심포지엄에서 디즈니랜드는 내부 도로 설계에서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완성되지 않은 잔디밭을 사람들이 먼저 밟게 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왜냐하면 잔디밭의 완성에 치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이다. 이 약점을 그로피우스는 강점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먼저 밟게 하라. 그리고 나서 길을 만들자.’ 그야말로 멋진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보졸레 누보’도 ‘숙성 정도가 낮은 저급 와인’을 ‘햇포도로 만든 신선한 와인’으로 관점을 바꾼 케이스다. 보통 2∼6년을 숙성시키는 것을 감안하면 1년도 안된 와인은 등급이 낮은 와인이다. 실제로 보졸레 지방을 제외한 지역의 프랑스인들은 1년이 안된 와인을 저급품으로 취급해 잘 마시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1년이 안된 와인은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하급품인 것이고 이점은 숙성이 생명인 와인에게는 상당한 약점이 된다. 그런데 이 하급품이 세계의 유명포도주가 되었다. 바로 보졸레 누보다.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남부의 보졸레에서 생산되는 그해에 딴 포도로 만든 햇와인을 말한다. 이 포도는 지역적으로 프랑스 남부의 보졸레 지방의 ‘가메’라는 품종으로 9월초에 수확해 4∼6주의 짧은 시간 숙성시켜 와인을 만든다. 보졸레 누보는 일반 와인과 달리 발효 즉시 출시하고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서 동시 판매돼 마케팅이 진행된다.
 
보졸레 누보를 상업적으로 마케팅한 사람은 조르주 뒤파프라는 사람이었다. 1년이 안되었다는 점을 뒤집어 햇포도로 만들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이를 위해 11월 셋째주 목요일을 디데이로 잡아 축제의 의미를 강조한 것도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유효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결국 1년이 안된 와인은 저급품이라는 약점을 ‘보졸레 누보는 그해 첫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맛이 상큼하고 신선하다’는 강점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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