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중동·아프리카

‘탈석유 전략’으로 걸프를 공략하라

우기훈 | 28호 (2009년 3월 Issue 1)
급팽창했다가 조정기에 접어든 중동·아프리카 경제
2008
년 중반까지 전 세계의 자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원유 가격이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까지 급등한 것은 물론 가스·철강·구리·크롬 등의 가격이 일제히 폭등하면서 자원 확보는 각국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이로 인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자연스럽게 세계 경제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 보유량이 가장 많은 아부다비 정부에 하루에 1억 달러의 잉여자금이 쌓인다고 할 정도로 오일머니가 넘쳐났다. 원유 매장량이 많은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축적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각종 개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다.
 
중동 개발 붐의 기폭제는 두바이였다. 두바이는 아라비아 반도의 물류 허브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 컨벤션 산업의 중심지를 노리며 지식경제로의 이행을 국가적 목표로 삼아 개발의 선두에 섰다. 아부다비·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쿠웨이트 등이 뒤이어 대규모 개발 대열에 뛰어들었다. GCC 국가가 보유한 오일달러에 서방에서 모여든 엄청난 단기성 투자자금이 더해지면서 실로 어마어마한 개발 프로젝트들이 추진됐다. 아부다비의 림아일랜드 프로젝트(35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코노믹시티 건설(936억 달러), 쿠웨이트의 시티 오브 실크 조성(870억 달러) 등이 두바이를 모방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또한 세계 굴지의 건설사, EPC 회사, 설계사 등이 몰려들면서 중동 유입 인구는 급속히 늘어났으며, 이에 힘입은 소비 수요 증가로 인해 중동은 새롭게 확대되는 수출 시장으로 떠올랐다.
 
아프리카 역시 자원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회 인프라 정비에 나섰고, 철도·항만·발전소 건설 등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들을 추진했다. 자원 수요국 간의 자원 쟁탈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1930년대 개발 이후 오랫동안 덮어둔 동·석탄 광산에 외국 투자자들이 잇달아 눈독을 들였으며, 아프리카 국가의 광물 관련 부처는 경제의 핵심 역할을 자임했다.
 
그러나 영원히 번영할 것 할 것 같던 중동·아프리카 지역도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예상외로 빨리 조정기로 접어들고 있다. 2008년 7월 최고점을 찍었던 유가는 75달러대를 유지하길 바라는 중동 국가들의 장밋빛 희망과 달리 올해 2월 4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기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개발 열기는 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개발 붐을 좇아 중동 지역으로 유입된 단기성 투기 자금은 일시에 빠져나갔으며, 여러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파이낸싱 참여를 포기하면서 민간자본이 투입된 상업용 건물 프로젝트는 물론 가스·오일·전력 프로젝트조차 취소나 보류 또는 재입찰되고 있다. 현지 매체는 이렇게 취소 또는 보류된 프로젝트 규모가 미국의 경기 부양 규모와 비슷한 것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시장 중심축의 이동 아부다비·사우디·카타르·알제리를 주목하라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중동·아프리카 지역 전체가 큰 악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국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가 잠재력에 따라 유가 급락 및 금융위기의 여파가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동의 시장 중심축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중동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전보다 중동 국가에 대한 시장 평가를 매우 엄격하게 하기 시작했으며, 국가별 환경과 지불능력을 우선시하며 기업의 사업 역량을 발 빠르게 이동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제 상황 및 현지 진출 기업들의 시장 선정 기준을 바탕으로 볼 때 아부다비·사우디·카타르·알제리 4개국이 앞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주목해야 할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4개국은 모두 자원 부국으로 과거 수년간의 자원 가격 상승에 힘입어 외환을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원 부국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시장 여건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원 부국이긴 하지만 부패가 만연해 자원 판매 대금이 국부로 쌓이지 못하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나 과도한 정치적 논쟁으로 인해 경제 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는 일부 GCC 국가는 당연히 주목해야 할 시장에서 제외됐다.
 
아부다비 무엇보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시장은 다름 아닌 아부다비다. 아부다비는 UAE를 구성하는 7개 연방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경제 및 정치적 잠재력으로 볼 때 따로 떼어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두바이에 집중되어 있던 UAE의 경제 중심축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아부다비로 급속히 쏠릴 전망이다.
 
아부다비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그동안 축적된 막대한 오일머니에 아부다비 지도자들의 산업화에 대한 의지가 더해지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GCC 국가들이 최근 대규모 프로젝트를 취소 또는 연기하는 것과 달리 아부다비는 120억 달러 규모의 석유정제 시설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각종 도로·철도·항만 등의 사회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는 등 오히려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아부다비의 프로젝트 수주 시장은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며 한국 기업의 진입을 철저히 배제하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최근 아부다비는 석유·가스 관련 입찰에 한국 기업을 자주 초청하고 있다. 플랜트 수주 시장에서 서구기업의 독과점 현상이 해체되는 추세인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아부다비 진출 기회는 점점 커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도 현재 봉착하고 있는 몇몇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축적된 오일달러와 꾸준히 추진되어온 산업 다각화 정책을 바탕으로 사우디가 주변 국가와는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8년에 사우디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420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실질 성장률도 6%를 보였다. 금융위기와 유가 하락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3%대로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산업 정책을 지속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이 기대되는 곳이다.
 
해외 투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던 국부펀드를 사우디 국내 프로젝트에 우선 투입하고 2009년도 정부 예산을 16%나 증액 편성해 신규 프로젝트에 6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책정한 점 또한 사우디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초에 압둘라 국왕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예정된 프로젝트의 중단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으며, 이에 앞서 11월에 열린 G-20 회담에서 앞으로 5년 동안 오일·가스 프로젝트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카타르 카타르는 인구 85만 명의 소국이지만 금융위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풍부한 가스 자원에 힘입어 1인당 GDP가 2006년 5만 달러에 이어 2008년 10만 달러를 넘어서는 등 지속적으로 10%대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카타르 정부는 2007년부터 향후 5년 동안 약 1350억 달러를 투자해 신도시를 건설하고 사회 인프라를 정비할 계획이다. 특히 중동 지역의 교육 및 의료허브를 만들겠다는 교육도시 및 의료도시 프로젝트는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이다.
 
카타르를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요인은 카타르의 강화된 정치적 입지다. 사우디에서 철수한 미국 사령부를 유치한 점에서 보듯이 카타르는 최근 중동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잡는 중심적 위치로 올라서고 있다. 이러한 정치·경제적인 환경 변화로 카타르는 아라비아 반도의 또 다른 허브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알제리 아프리카 국가들은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원조국의 원조 규모 삭감,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외화 유입 감소 등으로 시장의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북부 아프리카의 알제리는 우리가 앞으로 주목하고 새롭게 평가해야 할 시장이다.
 
알제리 역시 그동안 축적해 온 외환보유액이 잠재력의 바탕이 된다. IMF에 따르면 알제리의 외환보유액은 2008년 6월 말 기준 1330억 달러로, 이는 중동·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알제리 역시 금융위기의 영향을 피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취소 또는 연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방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앞으로 자원 고갈에 대비한 산업다각화 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입찰 기회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제리는 장기적인 국토종합개발계획인 ‘SNAT 2025’ 플랜을 발표했다. 수자원·도로·철도·통신·신도시개발 등 20개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정한 가운데 2015년까지 정부 주도, 2025년까지 민간 부문으로 역량을 확대해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다.
 
탈(脫)석유화 정책 IT·의료·교육·그린에너지 시장을 주목하라
중동 국가들의 최대 관심사는 길게는 80년 뒤 석유가 고갈됐을 때 국가를 운영할 대체자원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들은 석유·가스 등 자원 판매에만 의존하는 임대업자 경제(rentier economy) 모델에서 벗어나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화 정책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산업화 정책은 ‘탈석유화 산업다각화 정책’으로 불리며 △사회 인프라 확충 △제조업 육성 △금융·의료·관광산업 육성 △정보통신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 등 5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사회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 붐에 따라 다양한 건설·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플랜트 기자재 수출을 확대해 왔다. 2008년에 우리나라가 수주한 플랜트 건설 수주액 총 462억 달러 가운데 200억 달러가 중동·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플랜트 건설 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개척할 요인이 많은 신(新) 시장으로 주목해야 한다. 산유국의 산업다각화 정책과 연관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지 전문가들의 전망과 한국 기업의 역량을 고려할 때 국내 기업이 힘을 쏟아야 할 부문은 정보기술(IT)·의료·교육·그린에너지 분야로 꼽힌다. 이 4개 분야는 중동 산유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IT
시장 산유국 정부가 IT 육성 정책을 앞 다퉈 내놓으면서 중동의 IT 시장은 2011년까지 17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의 가정 정보화 프로젝트 및 100만 가구 PC 보급 계획 △요르단의 국가 ICT 전략 △UAE의 지식경제 촉진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IT 육성 정책이다.
 
이와 더불어 각국 정부의 전자정부 추진 계획 역시 한국 기업에 커다란 시장 진출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지금부터 이 기회를 활용할 체계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이다.(표1)

의료 시장 IT 시장 외에 의료 시장 역시 앞으로 한국 기업이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문이다. 국가별로 병원 신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0년까지 8개 의과대학과 54개 병원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진단기, 환자 관리 시스템 및 각종 실험기기 등 의료장비 시장 진출 기회가 한층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이미 중동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서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게 시급하다.
 
교육 시장 교육 분야도 앞으로 진출 기회가 커질 대표적인 시장이다. 중동 정부들은 자국민의 인력 개발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하고 있으며, 인력 개발 정책에 따라 신규 대학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사우디는 교육 개발 정책에 31억 달러를 투자해 교육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킹사우드대 건설 등 신규 대학 설립으로 도서관 전산 시스템, e러닝 시스템, 스마트 캠퍼스 관련 소프트웨어 및 장비 등의 시장 진출 기회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그린에너지 시장 최근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부다비는 신재생에너지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해 220억 달러를 투자해 마스다르(Masdar)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부다비 외의 UAE 연방국과 이스라엘·알제리 등도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을 단위의 중소형 태양열 발전소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을 정도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그린에너지 열기는 뜨겁다.
 
신시장 개척 특공대로 나서야
최근 국내 기업의 중동·아프리카 시장 진출 움직임은 ‘적극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국내 내수시장이 침체된 올해 들어 국내 기업의 움직임은 비장하다. 한 중견기업의 경영진은 “아프리카 시장 개척 태스크포스팀(TFT)은 표현부터 약한 느낌을 준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의 의지가 얼마나 큰지를 대변한다.
 
사실 그동안 아프리카 시장 개척을 위한 국내 기업의 노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1년에 무역 사절단이 한 차례도 나가지 않는 지역이 수두룩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프리카 지역의 작은 품목이라도 눈여겨봐야 할 때가 왔다.
 
중동 지역은 과거 수년 동안 고유가로 인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시장 확대 기회가 늘었다. 아프리카는 자원 가격 상승으로 자원 부국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한국 기업에 새로운 시장 기회로 다가왔다. 지리적·정서적으로 멀게만 느껴지던 이들 지역이 이제 시장 기회 확대 요인이자 국내 기업들의 돌파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금융위기 및 자원 가격 하락으로 이들 지역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 축적된 자본 규모가 크고, 유한재(有限財)인 자원 특성상 시장 상황에 따라 다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앞으로도 우리 기업이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장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아직까지 이곳 시장 상황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기업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1970년대 오일머니를 벌기 위해 중동으로 진출해 큰 결실을 이룬 정신을 되살려 중동·아프리카의 신시장을 개척하고자 노력한다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부산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 프랑스 파리 13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KOTRA에 입사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 무역관장,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자문위원과 투자전략팀장을 거쳐 현재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 겸 두바이 비즈니스센터장을 맡고 있다.
  • 우기훈 | - (현) KOTRA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장 겸 두바이 비즈니스센터장
    - 미국 샌프란시스코 무역관장,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자문위원, 투자전략팀장 역임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