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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 이젠 ‘스마트 커뮤니케이션’ 시대

배영준 | 26호 (2009년 2월 Issue 1)
톈셴메이메이(天仙妹妹)는 중국 네티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인터넷 스타다. 그녀는 단아한 소수민족 복장에 화장기 하나 없는 순진한 얼굴로 ‘선녀 아가씨(天仙은 하늘의 신선, 妹妹는 아가씨를 뜻하는 중국어)’란 별명을 얻었다. 사실 이 ‘선녀’는 소수민족인 창(羌)족 아가씨로, 쓰촨(四川)성의 작은 농촌마을 출신이며 본명은 마이나(瑪依娜)이다. 어느 날 랑슝(浪兄)이란 네티즌이 농촌을 관광하다 우연히 만난 그녀의 사진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다. 네티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곧바로 ‘산소 같은 여인’ ‘기존 연예인들과는 다른 순박함이 좋다’ ‘생태계 그대로의 미인’ 등의 미사여구가 댓글로 달렸다. 그녀의 사진은 모든 중국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뒤덮었다. 그야말로 제대로 ‘뜬’ 것이었다.

이후 선녀 아가씨는 CCTV 등 수십 개 방송국의 인터뷰 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차이나텔레콤·소니에릭슨 등 대기업 광고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주인공 섭외설까지 나오고 있다. 불과 1년 동안의 활동으로 이 시골 아가씨는 200만 위안(약 4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고 전해진다. 시골마을 아낙으로 남았다면 평생 20만 위안 벌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이 스타 등용문으로
인터넷 스타의 등용문은 주로 인터넷 포럼이나 카페 등의 게시판이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사진이나 글은 이를 퍼 나르는 사람들에 의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유통된다. 네트워크 효과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는 언급하지 않아도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인터넷에서 뜨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극적인 사진이나 글을 살포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놀랍게도 자신의 누드 사진을 유포해 인터넷 스타덤에 오르는 경우가 꽤 많다. 얼웨야터우(二月頭) 등 1세대 인터넷 스타들은 모두 ‘벗어서 뜬’ 사례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벗기만 하면 무조건 뜨는 시대여서 얼굴이나 몸매가 평범한 여성들이 스타가 되는 경우도 흔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 ‘참새’가 ‘봉황’의 꿈을 꾸게 하고, 그 꿈을 실현하게 해 주는 마당(場)이 되어 왔다.
 
포털 시솝들이 인터넷스타 몇 명을 거느린 벤처 기획사로 진화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몇몇 이름난 인터넷스타·논객·매니저들이 모여 ‘인터넷스타협회’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요즘 기획사들은 인터넷스타를 띄우기 위해 작업팀을 투입해 댓글을 달거나 다른 사이트에 콘텐츠를 퍼 나르기까지 한다.
 
인터넷이 스타 배출의 공식 채널로 자리매김하면서 궁리(鞏)·장쯔이(章子怡) 등 영화계스타들이 졸업한 베이징(北京) 중앙희극학원의 학생들까지도 인터넷 기획사를 찾는다고 한다. 벤츠 승용차를 몰고 약속 장소에 홀연히 나타난 예쁘장한 학생이 “착수금 20만 위안을 주겠다. 뜨게만 해준다면 그 후 내 매니저 역할까지 맡기겠다”라며 기획사에 오히려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 채널의 폭발적 신장세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의 인터넷 수준이 의외로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싸이월드 열풍이 있었듯이 현재 중국에서는 블로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이다. 중국 언론이 추산하는 블로거 숫자는 약 2000만 명이다. 웬만한 나라의 인구만큼 블로거가 있다는 얘기다. 시나(Sina.com)·소후(Sohu.com)·넷이즈(163.com) 등은 대표적인 블로그 사이트이다. 특히 시나닷컴은 ‘스타 블로그’로 유명해 청룽(成龍)·판빙빙(范冰冰) 등 빅스타들의 블로그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손수제작물(UCC)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Tudou와 KU6 등 동영상 UCC 포털사이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인기 있는 UCC의 경우 조회수가 수십 만 건을 훌쩍 넘곤 한다. 이렇게 인기가 있다 보니 최근에는 기업들이 제품 광고를 목적으로 제작한 ‘가짜 UCC’도 심심찮게 등장하곤 한다.
 
중국인들이 가상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열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사회적으로 ‘책임’을 지는 데 인색한 중국인들의 특성상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은 책임을 지지 않고 의사 표현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 더욱이 인터넷은 사회주의 정권의 강력한 언론 통제에 가로막힌 의사 표현의 욕망을 폭발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기도 하다.
 
중국 인터넷 붐의 시사점
인터넷은 중국에서 매우 효과적인 ‘기업 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익명성·편의성·확장성·경제성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중국의 ‘인터넷 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 방안은 온라인상의 구전효과(word of mouth)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은 한국인보다 자신을 표현하거나 보고 들은 것을 전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다. 오죽하면 뜨고 싶어 자신의 누드까지 서슴없이 올리겠는가. 따라서 중국에서는 소수의 핵심 온라인 마케터만으로도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온라인상의 구전효과는 ‘양날의 칼’이란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중국 네티즌은 단순히 인터넷에 올라오는 콘텐츠를 즐기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들과 논쟁하는 것을 즐기며, 천성적으로 까탈스런 편이다. 유명 사이트의 경우 게시글에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도 흔하다. 괜히 네티즌과 다퉜다가는 ‘사이버 인민재판’을 받아 뼈도 못 추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앞에서 지적했듯이 중국 네티즌들은 익명성을 방패로 루머를 퍼트리는 경우도 꽤 많다. 실제로 최근에는 혐한(嫌韓)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가짜 한국언론 기사를 만든 사례가 있었다.
 
둘째는 중국 시장의 특수성, 그 가운데에서도 중국 정부의 인터넷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파악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 비판적인 콘텐츠가 흘러 들어올 것을 염려해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는 경우가 흔하다. 중국 당국은 올해 초 음란물 정화를 내세워 500여 개의 웹사이트를 폐쇄했다. 또 중국인이 많이 접속하는 국내외 대형 사이트 23개에 대해 “공중도덕을 위반하고 청소년의 심신을 해치고 있다”며 공개 비판했다. 비판을 받은 사이트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운영하는 중국MSN과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 구글도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단속은 자의적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토론방의 대화나 게시물 등 예기치 못한 원인으로 인해 사이트 운영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한국 온라인 시장의 차이점을 잘 파악하고, 인터넷 마케팅의 범위와 타깃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는 2억 명이 넘는 네티즌이 있지만 이들 가운데 70% 이상이 10대와 20대이기 때문에 구매력 측면에서는 한국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당신이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가 40대 이상의 고소득층이라면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생각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중국인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보수집 채널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기억할 만 하다. 제품 구매 프로세스가 ‘정보는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구매는 오프라인에서’로 흘러가는 것이다.
 
중국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변화는 기업에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제 중국에서도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돈만 많이 써서 마케팅을 잘하는 시대는 이곳에서도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됐다.
 
[DBR TIP] 유형별로 보는 중국의 인터넷스타
 
‘흙 속의 진주’형 네티즌들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아낸 ‘참한 동네 처자’들이다. 버스안내원 궁자오메이메이(公交妹妹·본명 浦娟), 교통경찰 훙싱메이메이(紅星妹妹), 유치원 여교사 여우자오메이메이(幼敎美眉·본명 陳麗琳)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빼어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적당한 미모에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수행한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의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저장성(浙江省) 양저우(揚州)시 4번 버스 안내원인 푸쥐안(浦娟)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양저우 지역 성화 봉송 주자에까지 선발됐다.
 
‘선량한 시민’형 중국인들은 타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행위를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버스나 기차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져도 옆 승객들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일어난다. 이는 남의 일에 웬만하면 간섭하지 않으려는 국민성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작은 선행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차역에서 맹인을 티켓 판매소에까지 안내해 준 한 여학생의 사진이 인터넷에서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어 각종 언론매체가 이 여학생이 ‘시대의 도덕적 영웅’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비호감’형 요즘에는 대놓고 비호감 이미지를 강조해 뜨는 경우도 있다. 푸룽제제(芙蓉姐姐·본명 史紅霞)는 누가 봐도 비호감인 자신의 외모를 지나치게 많이 공개해 수백만 명의 팬과 안티팬을 동시에 만들어냈다. 이보다 심한 ‘비호감 스타’로는 ‘어코드녀(Accord女)’가 있다. 어코드녀는 “나는 혼다 어코드 승용차를 타는 사회적 신분이 있는 사람이며, 월급이 3000위안도 안 되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 하류층”이란 말을 담은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수천 만 명의 중국인들로부터 욕을 먹었다.
 
‘노출’형 가장 흔하지만 가장 조회수가 많은 스타 유형이 바로 ‘노출’ 유형이다. 한국의 ‘인터넷 얼짱’이 주로 예쁜 얼굴로만 어필하는 반면에 이들은 법이 허가하는 한도까지 대담하게 노출을 감행한다. 얼웨야터우(二月頭)·아야와와( 娃娃·본명 楊陽) 등 지명도 있는 ‘노출형 스타’만도 족히 10여 명이 된다. 그러나 벗고도 뜨지 못한 경우도 셀 수 없이 많다.

 
필자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 경영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LG경제연구원에서 중국 시장 전략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 및 컨설팅 작업을 수행했다. 오픈타이드차이나 컨설턴트, 포스코경영연구소 베이징 주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 중국 현지에서 연구 활동과 한국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비시장 변화를 다룬 <차이나 트렌드>(공저)를 펴냈다.
  • 배영준 | - (현) 로이스컨설팅 연구위원
    - LG경제연구원 중국 시장 전략 연구 및 컨설팅 수행
    - 오픈타이드차이나 컨설턴트
    - 포스코경영연구소 베이징 주재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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