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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막힌 마케터, 상상력으로 비상하라

이장우 | 25호 (2009년 1월 Issue 2)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위대하다’는 앨버트 아인슈타인 박사의 말처럼 인류는 늘 상상의 물줄기를 뒤따라 가면서 진화해 왔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3년 전에 타계한 거장 테오도어 레빗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영원한 베스트셀러 <마케팅 상상력(Marketing Imagination)>에서 처음으로 상상의 세계를 마케팅과 결합했다. 이 책에 나오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인상적인 내용은 ‘마케팅 상상력이 성공의 진정한 출발점이다’라는 문장이다. 기업이 마케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제품이나 광고, 판촉 등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먼저 상상력부터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화장품 회사 레브론의 사례가 나온다. 이 회사의 공장에서는 화장품을 만들지만 화장품 가게에서는 희망을 판다는 내용이다. 물론 지금의 관점에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이 책이 처음 나온 1983년에는 ‘발상의 대전환’이라 불러도 좋은 획기적인 사고였다. 마케팅의 초점을 유형적이고 물질적인 공간에서 무형적이고 입체적인 상상 공간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오늘날 불황기에 어느 기업이나 개인도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허리띠뿐 아니라 생각과 상상의 머리띠마저 졸라매는 일도 자주 목격한다. 불황의 그늘에서 우리는 여느 때 해온 것처럼 조건 반사적으로 비용을 일률적으로 줄이곤 한다. 맨 처음 광고비를 줄이고 그 다음 판촉비, 인건비, 교육비까지도 일단 삭감하고 본다. 브랜드전략이나 장기적인 마케팅 투자에 필요한 최소 경비마저 싹둑 자르니 어떻게 기업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기업은 가격, 판촉, 광고처럼 쉽게 비교 평가할 수 있는 요인들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상상의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더 중요하고 비가시적인 성공 요인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뿐 아니라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행태는 하급 마케팅의 표본이다. 반면에 마케팅 고수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 고객과 시장을 사로잡고 비경쟁적 요소로 시장을 선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 본사를 둔 오클리는 최신 패션과 기술을 결합한 선글라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의 본사 건물을 직접 보거나 웹사이트 오클리닷컴(oakley.com)에서 본 사람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SF 영화에서나 나올 듯한 독특한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상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상상력을 중시하는 문화 덕분에 오클리는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비선형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의 고성능 선글라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 이 회사는 결국 창업한지 30년도 채 안된 2002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명품 패션 브랜드 15위에 올라서는 등 경이적인 기반을 다졌다. 브랜드 역사가 수백 년이나 되는 유럽의 명품 브랜드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오클리만의 새로운 상상 공간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경첩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마케팅 상상력과 결합해 신개념 밀폐 용기를 선보인 한국의 대표적인 혁신기업 락앤락은 최근 새로운 제품으로 우리를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과 도자기가 결합한 김치냉장고용 4면 결착 도자기 밀폐 용기인 젠앤락 브랜드를 개발, 두 번째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열린 사고와 마케팅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자기와 플라스틱, 밀폐 기술을 결합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피자헛의 무한도전
피자헛은 얼마 전부터 점점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피자 대신에 다양하고 맛있는 파스타를 브랜드의 새로운 축으로 만들려는 극단적인 마케팅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파스타를 새로운 제품으로 부각하기 위해 명동, 홍대, 종로 등의 피자헛 매장 이름을 한시적으로 ‘파스타헛’으로 바꾸는 과감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영국피자헛은 아예 법인명과 웹사이트도 파스타헛으로 바꿨다. 새롭게 단장한 영국파스타헛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투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피자헛의 10%에 불과하던 파스타헛 선호도가 새해 들어 1월 초에는 무려 43%까지 상승하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브랜드가치만 5조 원이 넘는 피자헛을 포기하고 파스타헛으로 바꾸는 전략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불황을 활황으로 전환하는 최고 전략은 파스타헛처럼 과감한 상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식생태학자로 유명한 한양대 유영만 교수는 자신의 저서 <상상하여 창조하라!>에서 ‘생각하지 말고 상상하라! 생각의 감옥을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불황이 닥치면 마케팅이 상상과 꿈을 향한 여로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무조건 물량을 투입하면 된다는 위험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나 돈만으로 마케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상상력을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발명품과 혁신 제품 상당수가 마케팅 상상력 속에서 탄생했다. 마케팅 상상력으로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조직보다 한 발 앞서 움직일 것이다.
 
마케팅 혁신은 새로운 브랜드지수 측정이나 시장 세분화 분석 기법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마케팅의 근원을 흔들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은 오히려 마케팅 상상력 속에서 나올 수 있다. 마케팅 상상력이야말로 가장 생산적이고 효과가 높은 활동이다. 큰 돈이나 비용은 들지 않지만 상상으로 생겨난 좋은 아이디어나 혁신은 우리 기업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
 
개방적 문화와 역발상이 핵심
마케팅 활동을 하기 어려운 불황기에는 천편일률적으로 마케팅 투자를 줄이기보다 마케팅 상상력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기업의 문화가 개방적이어야 한다. 끊임없이 시장과 고객 변화를 추적하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역량과 개방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이업종 교류 등을 통해 시장에서 배운다는 현장 정신을 가져야 한다.
 
둘째, 마케팅을 단순히 기능적 업무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마케팅 부서는 비즈니스의 본질을 이해하고 앞서가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셋째로 조직 구성원 전체가 마케팅 상상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마케팅 프로세스 속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자기파괴와 자기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새롭게 개발한 신제품이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의 핵심 비즈니스를 잠식할지 모른다는 ‘자기잠식 콤플렉스’다. 오히려 내가 하지 않으면 남이 할 뿐 아니라 경쟁자들로부터 시장과 고객마저도 언제든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발상을 해야 한다.
 
넷째로는 역발상적 사고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은 조직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상자 안에 가둔다. 상자의 두께와 무게가 갈수록 커지면서 우리의 창의력을 짓누르는 통제의 상자가 된다. 이것이 조직과 기업의 관행이 되어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가 된다. 바로 이 상자를 뒤집기도 하고 판마저 엎어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역발상이다. 역발상은 사고의 다양성을 넓혀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역발상은 우리를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인도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로베이스 사고를 꼽고 싶다. 성공 때문에 망하는 ‘성공의 덫’에 빠져드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제로베이스 사고가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폴라로이드는 제품 카테고리나 기술 플랫폼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의해 붕괴되는 것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즉석 카메라 시장이 끝없이 성장할 것으로 믿었다. 바로 제로베이스 사고의 결핍에서 나온 것이다. 제로베이스 사고는 항상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사고 방식이므로 잘 활용하면 무한대의 상상력을 적용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상상력 대가(imagineer)이자 영국 버진 그룹 회장인 리처드 브랜슨의 저서 가운데 하나가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된다>이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뜻하는 대로 상상도 우리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신념이 불황기 마케팅의 무한한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편집자주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 간 브랜드 전쟁이 치열합니다.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면서 고객 로열티도 높일 수 있는 미래 브랜드 마케팅 솔루션을 이장우 이메이션 글로벌 브랜드 총괄대표(이장우 브랜드마케팅 그룹 대표코치)가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필자는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경희대와 성균관대에서 각각 경영학 및 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화여대 겸임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자인+마케팅> <마케팅 잘하는 사람, 잘하는 회사> 등 다수의 저서와 번역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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