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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인터넷에서 새 ‘황금시대’ 꿈꾼다

박철희 | 23호 (2008년 12월 Issue 2)
미국 NBC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오피스’라는 시트콤이 있다. ‘상사가 바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만 보는 코미디’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작품이다. 2005년 3월 24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올해 11월 13일까지 총 5개 시즌에 걸쳐 72회가 방영된 장수 프로그램이다.
 
오피스에서 ‘바보 같은 상사’인 마이클 스콧은 ‘멍청한 컴퓨터(stupid computer)’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TV 리모컨을 던지고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하는 데 엄청난 ‘공헌’을 했다. 2007년 9월 시즌4가 시작했을 때 미국의 시청자 5명 가운데 1명은 PC 앞에 앉아 오피스를 시청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인터넷에서 1주일에 270만 번이나 재생됐다.
 
오피스는 향후 사람들이 엔터테인먼트 영상을 보는 방법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사실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은 TV 드라마를 PC에서 보는 게 일상적인 행동이 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폭스 TV의 코미디 프로그램 프로듀서 세스 맥팰런은 이 같은 현상을 “TV의 시청과 관련한 거대한 문화적 변동”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40년 전에는 새로운 기술이 TV 화면을 흑백에서 컬러로 바꿨다. 이제는 새 기술이 TV 프로그램의 시청 장소를 바꾸고 있을 뿐 아니라 사실상 TV 수상기를 밀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웹TV 성장률이 IPTV보다 높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인터넷 회선에 TV 수상기를 연결한 IPTV(인터넷 기반 TV) 서비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IPTV는 거실에서 고화질 주문형 비디오(VOD)와 쌍방향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해 준다.

그런데 한편에서 TV용 프로그램을 TV가 아닌 PC에서 바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웹TV’가 새로운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넷 TV’라고도 불리는 웹TV는 일반 인터넷망을 통해 PC로 동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 전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방송사, VOD 제공자 또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과 같이 자체 통신망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들이 주로 웹TV 형식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유통한다. IPTV와 웹TV의 차이점은 <표1>과 같다.

웹TV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에서 무료 시청이 가능한 콘텐츠가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쿨스트리밍(www.coolstreaming.us) 같은 사이트는 수십 개 국가의 TV 프로그램을 24시간 제공한다. 두 번째 이유는 PC 모니터가 대형화하고 성능이 향상돼 PC를 통한 동영상 소비가 편해졌다는 데 있다. 마지막으로 진화된 PC의 컴퓨팅 파워 덕분에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즐기는 멀티태스킹 환경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웹TV의 영화상영관을 이용할 경우 인터넷에 접속한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웹TV의 동영상 정보를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로 퍼가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통신 산업 전문 컨설팅 회사인 텔레콤뷰에 따르면 지구촌 사람들이 웹TV를 보는 시청시간은 2011년까지 연평균 67.4%에 이르는 놀라운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이 결과는 IPTV의 연평균 성장률인 47.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그림1)
 
웹TV 인기는 특히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리히트만 리서치 그룹의 시장 조사에 따르면 매일 온라인 동영상을 보는 미국 시청자의 40%가 18∼34세의 남성이다. 이 조사 결과는 ‘TV가 없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젊은 세대의 비율(15∼19세 33%, 20∼29세 24%, 30∼39세 21%)을 밝힌 노무라 리서치의 조사와도 일맥상통한다.
 
웹TV의 이런 잠재 가능성 때문에 관련 시장의 경쟁은 벌써부터 뜨겁다. 폭스, NBC 유니버설 등 방송사뿐 아니라 워너브러더스 같은 거대 스튜디오들까지 자사가 보유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웹TV 사이트를 구축해 온라인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훌루의 제이슨 킬러 대표는 “역사적으로 미디어 시장의 승자는 변화를 수용하는 쪽이었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플레이어가 웹TV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웹TV 시장에서 경쟁하는 플레이어들은 추진 주체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은 방송사 등 콘텐츠 제공자, 통신 및 케이블 사업자, 검색 포털, 웹2.0 벤처 등이다.(표2)

훌루, NBC 드라마를 TV보다 먼저 제공
콘텐츠 제공자 그룹 가운데에서는 전 세계 방송사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올해 3월 상용화를 시작한 훌루는 뉴스코프와 NBC 유니버설이 공동 투자한 웹TV 사이트다. 훌루는 여러 방송사와 스튜디오로부터 공급받은 TV 쇼와 영화들에 광고를 붙여 무료로 제공한다.
 
닐슨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훌루는 상용화 시작 6개월 만에 월간 630만 명의 이용자가 1억4200만 건의 비디오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하는 미국 6위의 온라인 비디오 브랜드가 됐다. NBC 유니버설은 훌루에 대한 폭발적인 시장 반응에 고무돼 자사 텔레비전 드라마들을 훌루에서 일주일 먼저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TV 드라마가 웹사이트에서 먼저 소개되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훌루의 성공에 자극받은 디즈니 자회사 ABC는 ABC.com을 통해 고품질로 자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CBS는 AOL.com 및 주스트(Joost)와 손을 잡고 나섰다. 영국 BBC는 지난해 12월 iPlayer를 선보이고 BBC를 통해 방영된 콘텐츠를 PC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 CBS의 레슬리 문브스 회장은 더 나아가 “인터넷이 TV 시청자를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태 주는 것”이란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인터넷과 TV 방송은 공존할 수 있다. 나는 CBS의 콘텐츠가 인터넷 구석구석으로 확산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방송사들의 웹TV 시장 진입 움직임에 대해 “TV의 황금시대가 웹에서 새 삶을 찾았다”고 표현했다.
 
웹TV의 대명사로 언급되는 유튜브는 누구나 동영상을 쉽게 올리고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여 세계 최고의 비디오 공유 사이트가 됐다. 닐슨 온라인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6월에만 5100만 명의 이용자가 유튜브를 방문했다. 현재 유튜브는 이용자 규모 면에서 마이스페이스, AOL, 야후 등 주요 경쟁사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이며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스티브 천(중국명 천스쥔 陳士駿)은 “유튜브에서는 매일 동영상 1억 개가 클릭되고 1분에 1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이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유튜브는 매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나도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라고 자사의 시장 선도가 계속될 것을 전망했다.
 
케이블 사업자도 웹TV 진출
미국의 선두 케이블 사업자이자 초고속인터넷 제공자인 컴캐스트는 강력한 인터넷 미디어 브랜드를 확보해 구글과 경쟁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지난 1월 팬캐스트라는 웹TV 사이트를 시장에 내놓았다. 팬캐스트는 영상물의 종합정보와 4000여 편의 동영상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용자가 찾는 콘텐츠가 어느 윈도에 있든지 관계없이 안내할 수 있는 멀티윈도 프로그램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미디어 이용 고객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해 동영상시대의 선두 웹TV 포털이 되겠다는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컴캐스트는 앞으로 팬캐스트를 통해 이용자가 자신의 DVR에 예약 녹화하거나 ‘나의 VOD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컴캐스트 가입자는 팬캐스트를 통해 거실 TV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 또 컴캐스트는 내년에 이용자가 온라인에서 찾은 콘텐츠를 TV로 볼 수 있게 하는 웹투TV(Web-to-TV)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Hulu.com 수익 모델은 안개 걷혀
웹TV에 대한 많은 찬사에도 불구하고 수익 모델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자주 지적돼 왔다. 그러나 최근 훌루는 론칭 1주년 행사에서 사업 성과가 생각보다 좋았다고 평가하면서 광고가 앞으로 훌루의 주요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훌루 광고 모델의 특징은 광고 시간을 기존의 TV보다 대폭 줄이는 것이다. 폭스의 ‘패밀리 가이’나 NBC의 오피스와 같은 30분짜리 시트콤의 경우 TV에서는 8분 정도의 광고가 붙지만 훌루에서는 2분 정도의 광고가 들어간다. 제이슨 킬러 훌루 CEO는 “광고를 적게 하면 시청자들이 훌루의 콘텐츠를 더 기억하게 되고, 훌루는 그 대가로 광고주들에게서 더 많은 광고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훌루 자체 조사에 따르면 훌루에서 광고를 내보낸 광고주의 브랜드 인지도는 타 미디어의 경우보다 1.2% 올랐으며, 호감도는 8.9%나 상승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설문 응답자의 93%가 무료 동영상을 보는 대가로 보는 광고가 만족스러운 정도라고 답했다는 점이다.
 
조만간 많은 인터넷 이용자가 PC로 TV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고, 동영상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얻는 광고 수익 모델의 유효성이 검증되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보인다. 이때가 되면 인터넷은 동영상으로 넘치게 되어 원하는 동영상을 찾아 주는 동영상 검색이 지금보다 훨씬 중요하게 될 것이다.
 
기존의 검색 엔진은 텍스트 정보를 이용해 동영상 콘텐츠를 검색한다. 이 경우 같은 제목의 동영상이지만 내용이 다른 것들을 분류할 수 없다. 따라서 동영상 검색은 텍스트 정보와 함께 동영상의 음성 부분을 인식하거나 동영상 주요 장면의 패턴을 인식해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단순 분류에 더해 동영상 의미를 인식해 검색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웹TV는 이런 동영상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시맨틱 웹’ 기술을 채용할 전망이다.

또 웹TV는 PC, TV, 모바일 등의 멀티스크린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로스 디바이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고객들은 멀티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다양한 정보 단말에서 동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집에서 TV를 보다가 외출하는 경우 TV에서 보던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옮겨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멀티스크린 서비스에 의해 웹의 동영상을 TV나 이동 단말로 제공하는 웹투TV 및 웹투모바일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한편 국내 웹TV 시장에서도 다양한 플레이어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2000년에 이미 인터넷 자회사를 설립해 자사의 주요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유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아이스박스(isbox)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동통신 단말기를 통한 손수제작물(UCC) 올리기와 이용하기 기능을 결합한 웹T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음이나 파란 등의 검색 포털도 TV팟이나 푸딩TV 서비스를 신설하고 웹TV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웹2.0 기업 가운데에서는 국내 대표 비디오 공유 사이트인 판도라, 개인방송 서비스로 특화한 아프리카, 동영상 파일 재생 소프트웨어인 곰플레이어를 동영상 서비스로 확장한 곰TV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블로그나 카페를 이용한 개인 이용자들의 동영상 공유도 활발하다. 그러나 해외에 비해 비즈니스 모델이나 폭넓은 사용자 기반 확보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 웹TV 시장은 방송, 통신, 인터넷 산업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 기업들 간에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후 승자는 고객에게 최고 가치의 미디어 상품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 연합이 될 것이다.
 
아울러 필자는 특히 국내 기업들이 정교한 수익 기반 및 사업 모델 구축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세컨드라이프나 페이스북처럼 우리가 먼저 만들어낸 아이디어가 해외 기업에 의해 세계 시장에 보급되는 사례를 이번에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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