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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미래를 예측하는가?

황유동 | 23호 (2008년 12월 Issue 2)
미래는 과연 정해져 있는 것일까, 무작위로 다가오는 것일까. 1927년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물리학역사상 가장 유명한 논쟁이 벌어졌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양자역학을 비판했고, 보어는 ‘신이 주사위 놀이를 하든 말든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다’며 맞섰다. 이로부터 약 80년이 지난 현재 과학계는 ‘신 역시 주사위 놀이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우리는 확정된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확률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미래라 하더라도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예측 없이 경영을 할 수는 없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리스크 관리가 경영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느껴지는 지금 당신의 기업은 미래를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미래에 대한 상상력 부족이 허점을 만든다
다행히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법과 관련한 연구 영역인 의사결정 과학 분야에서 그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다.
 
휴 커트니 박사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고자 하는 최선의 노력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잔여 불확실성’을 기준으로 경영환경을 4단계로 구분하였다. 커트니 박사는 ‘확실한 미래’ ‘대안적 미래’ ‘범위를 정의할 수 있는 미래’ ‘완전히 모호한 미래’의 4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적절한 대안의 유형을 제시했다. 그의 견해는 불확실성에 대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마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예컨대 ‘대안적 미래’로 판단될 경우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상호 관련성이 없는 고전적 다각화보다 상보적 성격의 헤징 또는 보험적 전략이 효과적이다.(자세한 내용은 DBR 21호에 실린 논문 ‘Strategy under Uncertainty’ 참고)
 
자신에게 주어진 전략 가운데 최선의 카드를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경쟁력이다. 그러나 환경 변화와 경쟁자의 수많은 전략 대안 등을 감안한다면 슈퍼 컴퓨터를 동원하더라도 정답을 찾기 힘든 천문학적 난도의 문제가 되고 만다. 더욱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옵션을 경쟁자가 준비하고 나타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도 있다. 결국 불확실성 시대에 경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정확한 통찰을 바탕으로 다양한 옵션을 준비한 뒤 이 가운데 최선의 안에 베팅 해야 한다. 즉 신의 주사위에 직접 숫자를 기입하려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메가 트렌드 예측, 참고만 하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없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주사위 숫자가 모두 결정돼 있다고 생각하며 전문가라고 말하는 타인의 예측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미래의 메가 트렌드에 대한각종 보고서가 넘쳐나고, 서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도 미래 예측에 관한 것들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기획보고서에서 외부 환경분석 부분은 이들 보고서와 책을 인용해 작성된다. 그러나 불확실성 범위를 전문가들의 메가 트렌드 범위로 한정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이 적중할 가능성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2002년 ‘IDC 연례기술정보회의’에 참석한 미래 예측의 대가들을 상대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인터뷰한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마이클 얼 템플턴대 총장은 아마존닷컴의 성장을 지켜 보며 전자상거래가 단시일 내에 기존 상거래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공존하고있으며, 비율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브리티시텔레콤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피터 코크레인은 10여 년 전에 데이터네트워크를 통한 동시 통화가 매우 힘들다고 공언했지만 지금은 왜 힘든 일인지 이해하기가 더 힘들다.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윌리엄 서든은 아예 저서 ‘Fortune Sellers’에서 전문가의 예측력이 거의 동전을 던지는 수준이라며 예측이 빗나간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물론 많은 전문가의 예측 자체가 의미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의 예측에서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고 기회와 위협 요인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전문가 예측이 시장 내 모든 플레이어에게 공개돼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 예측대로 메가 트렌드가 흘러간다면 수많은 경쟁자와 같은 시장에서 유사한 전략으로 혈투를 벌여야 한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메가 트렌드는 ‘우리가 특별한 무엇을 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서 그렇게 될 확률이 높은 상황’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해 대응하는(reactive) 것보다 오히려 창의적인 여러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미래를능동적으로 바꾸고자 하는(proactive) 긍정적인 시도가 더 안전해 보인다.

주사위 숫자는 내가 정한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대안은 어떻게 도출하는가. 물론 왕도는 없다. 그러나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 기존 방식과 다른, 즉 비상식적이라고 생각되는 방식들을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 창의적인 기업에서 많이 나타나는 4가지 비상식적인 경영 스타일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천리안이 아닌 근시로 세상을 바라보기
미래에 대한 예측은 대개 거창하고 추상적이다. 설령 이런 미래 예측이 맞는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해도 그 미래에 부합하는 세부 전략을 생각하려면 역시 거창하고 추상적이 되기 쉽다. 그러나 소위 ‘대박’ 은 현재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집이 좁은 일본인에게 애완동물 양육이 어려운 일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현재사실에서 착안해 탄생한 ‘다마고치’의 성공이 이런 사고방식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째, 핵심 고객보다 비핵심 고객을 관찰하기
‘20대80’의 파레토 법칙은 기업들에 기존의 핵심 고객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립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분명 기회는 80에도 존재한다. 번트 슈미트는 ‘빅싱크 전략’에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위해서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성우(sacred cow)라는 이름의 고정관념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핵심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명제야 말로 많은 기업에서 맹목적으로 받들어지는 성우가 아닐까? 닌텐도가 기존의 핵심고객(어린이와 청소년)에만 집중했다면 지금 지하철에서 닌텐도DS를 붙들고 있는 수많은 젊은 여대생과 직장인 고객을 놓치지 않았을까?
 
세 번째, 소비자에게 금전적 대가를 받겠다는 생각 버리기
소비자에게 무엇을 제공하면 그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많은 기업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되 다른 기업에 돈을 받는 상식을 깨는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탄생했다. 또 웅진코웨이는 소비자 에게 공짜로 정수기나 비데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료는 외환은행에서 받는 ‘페이프리’ 서비스를 시도해 화제다.
 
네 번째, 일하라고 뽑은 직원들을 더 놀게 하기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원할 때는 강제로라도 직원들이 여가를 즐길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때로는 직원들의 여가가 딱딱한 신제품 기획이나 제품 개선안 미팅보다 값질 수 있다.
 
난세일수록 사람들은 미래를 알고 싶어하며, 예측에 의존하고, 위대한 예언자를 기다린다. 그러나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기에 누군가가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더 많은 전략 대안을 개발하고 그 대안들의 실현 가능성을 파악하는 기업만이 불확실성 시대에 번영할 수 있으며, 이후 역사는 그 기업의 미래 예측이 옳았다고 평가할 것이다. 이제 당신이 당신만의 주사위를 던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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