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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돈과 문화의 중심 메가시티를 주목하라

나준호 | 1호 (2008년 1월)

현대 문명은 곧 도시 문명이다. 현대의 정치, 경제, 산업, 문화는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해 간다. 자동차, 고층 빌딩, 대형 백화점 등 현대인의 삶 역시 도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도시의 발전과 진화 방향은 현대 문명과 삶의 양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배경이다.
 
특히 20세기 후반 도시화와 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은 가파르게 진행됐다. UN의 인구 통계에 따르면 1950년만 해도 전 세계의 도시 인구는 7억3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9%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5년 도시 인구는 31억5000만 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2007년에는 마침내 도시 거주민이 64억 세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의 도시화는 더욱 빠르다. 한국의 도시 인구 비중은 1950년 21.4%에서 2005년 80.8%로 완전히 역전되었다.
 
21세기에도 도시화 추세 더욱 강화
많은 사람들이 21세기에는 도시 기능의 분산, 공장의 도시 외곽 이전, 전원 주택 붐으로 도시탈출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1세기에도 도시화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UN에 따르면 세계의 도시 인구는 2010년 34억7000만 명, 2030년 49억1000만 명으로 그 비중이 60%까지 커질 전망이다. 신흥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선진국의 지식사회화, 서비스 사회화 경향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의 산업화는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공업화, 상업화로 인해 일자리와 사업 기회를 찾아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의 도시 인구는 1950년 7000억 명에서 2005년에는 5억3000만 명으로 7.4배나 늘었다. 특히 최근 10년간 도시 인구는 연평균 1500만 명씩 크게 증가했다. 매년 도시 인구가 서울 (1040만 명), 부산 (350만 명), 대전 (150만 명)을 합친 것만큼 늘어난 셈이다.
 
선진국에서도 도시 인구는 줄지 않고 완만히 증가할 것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정보지식화, 서비스 사회화로 인해 도심 회귀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공장들은 땅값이 싼 도시 외곽으로의 이전이 유리했다. 그러나 지식 기반 오피스는 도심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면적이 작아 임대료 부담이 크지 않고 인적 만남을 통한 정보 교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에서 삶의 질은 자연과 가까이 있는 것보다 병원, 금융, 영화관 등 다양한 서비스 시설에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도쿄 중심 지역의 인구도 1996년 800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가 2005년에는 850만 명 까지 다시 늘어났다. 도심 직장의 증가로 젊은 직장인들의 도심 거주가 늘어나고, 부유한 노령층들이 병원이나 편의시설이 많은 도심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메가시티의 부상
21세기 도시화의 가장 대표적 특징은 메가시티의 부상이다.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초대형 도시를 말한다. 1950년 메가 시티는 뉴욕, 도쿄 2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급증해 2005년에는 총 20개로 늘어났다. 신흥국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인해 멕시코 시티, 상 파울로, 뭄바이, 상하이 등 신흥 메가 시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도 메가시티 대열에 합류했다. 2015년 경이면 터키의 이스탄불과 중국의 광저우가 추가되면서 23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도시 집중 경향이 심화될 경우 2020년 에는 30개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도 만만치 않은 메가시티이다. UN 집계에 따르면 2006년 서울특별시의 인구는 1040만 명으로 자체 인구 만으로는 세계 10위권 밖이다. 그러나 광역 생활권 차원에서 인구를 집계한 지멘스의 ‘메가시티 보고서’에서는 약 2030만명으로 도쿄와 뉴욕 다음의 거대 도시로 꼽혔다.
 
메가시티는 상업, 문화, 지식, 산업의 중심지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현재 세계 GDP의 15분의 1이 10대 대도시권에서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 광역권 전체 인구는 일본 총 인구의 28%지만 GDP는 일본 전체의 40%에 이른다. 인력, 돈, 정보는 유망한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지역별 균형 발전을 유도하겠지만, 메가 시티는 인력, 돈, 정보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며 개별 국가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더욱 커질 것이다.
 
도시간 글로벌 경쟁 시대
나아가 미래에는 도시간의 글로벌 경쟁이 더 뚜렷해질 것이다. 특히 유럽이나 동북아처럼 메가시티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국가를 넘어서 지역 전체의 패권을 놓고 메가 시티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동북아만 보더라도 베이징, 상하이, 서울, 도쿄 등 4개 도시가 금융, 상업, 문화, 정보, 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동아시아의 허브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쿄의 경우 이미 90년대 말부터 오래된 구도심을 초고층 빌딩숲으로 재건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장강 삼각주 일체화’란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10년까지 상하이 주변의 반경 300㎞ 이내 쑤저우, 난징, 항저우, 쿤산, 쏭장 등 장강 하류 삼각주 일대의 16개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신(新)상하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면적이 21만 ㎢으로 서울의 357배에 달하며, 1.4억명의 인구가 중국 전체 GDP의 22%를 생산하는 초대형 공룡 도시가 생기는 것이다.
 
특성화 산업 도시나 지역 클러스터들도 글로벌 경쟁을 벌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특성화를 통해 차별화된 산업 중심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T 산업만 보더라도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실리콘 밸리 외에 인도의 뱅갈로르, 아일랜드의 더블린, 대만의 신죽 공업단지, 핀란드의 울루 등 수많은 지역 클러스터들이 생겨나 번성 중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오마에 겐이치는 그의 저서 ‘The Next Global Stage’에서 미래 글로벌 경제의 주역으로 ‘지역 국가’의 부상을 예견한 바 있다. 국가 자체보다는 인구 50∼300만명 정도의 특성화된 산업 도시나 지역이 글로벌 경제의 주체로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명암
역사상 유례없는 급격한 도시화와 메가 시티의 증가는 다른 한편으로 다양한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지멘스가 지난해 초 발간한 ‘메가시티 보고서’와 월드와치의 ‘2007년 세계 현황’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향후 세계의 주요 도시들에서는 크게 5가지 이슈가 예상된다.
 
첫째, 지역 경제 개발 문제이다. 특히 신흥 지역의 메가시티에서는 밀려 드는 신규 인구를 흡수할 충분한 고용 창출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선진국의 메가 시티들은 인접 메가시티들에 대해 어떻게 차별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까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한 중소도시들은 인구 감소와 도시 활력 약화에 대응해 특성화와 산업 클러스터 유치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둘째, 도시 빈곤 문제의 해결이 중요해질 것이다. 도시 집중화는 빈곤 문제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킨다. 서울을 포함한 선진국 메가 시티도 빈곤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경향이 심화되고 빈부격차의 폭이 유례없이 커지면서, 상대적 빈곤과 이에 따른 도시 중하층의 좌절감은 자칫 도시 활력을 떨어트리고 사회 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셋째, 도시 인프라 확충 및 개선이 이슈가 될 것이다. 한정된 면적에 10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집중되면 식수, 위생, 보건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도시 인프라의 확충과 개선이 시급해질 것이다. 특히 지멘스 보고서의 지적처럼 향후 민자 방식의 도시 인프라 구축 및 관리가 확대될 전망이다. 최근 다양한 인프라 펀드들의 등장은 이러한 방향 전환을 시사한다.
 
넷째, 교통 및 환경오염이다. 신흥 지역, 선진 지역 모두 교통량 증가와 이에 따른 대기 오염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단적으로 상하이 한 도시에서만 2020년까지 차량이 4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교통량 증가를 대비한 도로 확충, 교통량 분산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 대기 오염 감소를 위한 도시형 청정 에너지 체제 도입, 도시 교통과 환경 관리를 위한 IT 시스템 마련 등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다섯째, 대형 재해 위험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다. 도시로의 인구 집중은 지진, 홍수 등 자연 재해로 인한 인명 피해를 증폭시킨다. 1995년 고베 지진 사망자 수는 6500명,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는 16만7000명, 2005년 파키스탄 대지진은 8만 명에 달한다. 모두 대다수의 피해자는 도시 지역에서 발생했다. 나아가 고층 빌딩과 지하 공간에서의 대형 화재, 가스 폭발 등 첨단 재해를 가져온다. 2006년 ‘일본 침몰’이라는 영화에서 그려졌던 것처럼 유사시 도시에서의 재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발전될 수 있다. 향후 도시에서는 이러한 재해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재해 조기 경보 및 예방 시스템의 마련이 중요해질 것이다.
 
수직도시화, U-City화, 청정도시화
이런 도시화의 제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선진국 도시들은 새로운 진화 방향을 추구할 것이다. 특히 누적된 주택 부족, 복잡성 증가, 환경 오염 등을 해결하기 위해 수직도시화, U-City화, 청정도시화가 두드러질 것이다.
 
무엇보다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들로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바뀌는 수직도시화가 본격 진행될 것이다. 노후화된 구도심의 재개발, 제한된 면적의 효과적인 활용, 랜드마크 건물의 신축을 통한 도시 위상의 제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초고층 빌딩에 관한 엠포리스 빌딩(Emporis Building)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50층 이상 건물은 180여개이다. 이중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빌딩은 55개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도 초고층 빌딩 건축 붐이 서서히 일고 있다. 고층 주상복합 빌딩의 신축으로 인해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이미 바뀌고 있다. 나아가 2010년 이후에는 서울용산과 상암, 부산, 경기 일산 등 곳곳에서 100층대의 초고층 건물들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를 것이다.
   
한국에서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어왔던 U-City화도 주목할만한 미래의 변화이다. U-City란 도시 내의 모든 사물과 인간들이 네트워크로 연동되고 나아가 도시 자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동되는 미래 도시를 말한다. 도시생활은 극도로 복잡해져 IT 시스템의 도움 없이는 관리되기 힘들 것이다. 현재 한국은 전반적인 기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단계를 지나 네트워크의 다양화, 고도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4∼5년 후 다양한 유·무선의 고속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나면, 이를 활용해 보다 교통, 쇼핑, 복지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가 개발, 이용되는 단계가 펼쳐질 것이다.
 
청정도시화도 적극 추진될 것이다. 인구 과밀에 따른 환경 오염과 삶의 질 저하는 특히 메가시티들에서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대도시에서는 연 13만 명이 대기 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도시 정책 당국들은 환경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녹지 공간의 마련, 청정 에너지 사용, 깨끗한 용수원의 확보, 생활 쓰레기의 효과적 재활용, 환경 부하가적은 차세대 대중 교통 수단의 도입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도시화와 새로운 도시 이슈는 새로운 사업 기회 제공
도시화에 따른 사회 이슈와 선진국 도시의 미래 진화 방향은 역설적으로 기업들에게는 무한한 사업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초고층 빌딩의 경쟁적인 신축은 건설업종에 커다란 호재가 될 것이다. 2010년까지 초고층 빌딩은 세계적으로 약 40∼50조원의 발주가 예상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직도시화, U-City화, 청정도시화는 화학, 전자, 통신, 에너지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는 도시 환경에 맞는 박막형 태양 전지, 가정용 연료 전지, 폐목재, 생활 쓰레기를 이용한 바이오 매스 발전 등이 유망할 것이다. IT 산업에서도 초고층 빌딩 관리, 도시 교통·재해·환경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기회가 존재할 것이다. 전자 기업들에게도 U-City화에 따른 통신, 전자 기기의 수요 증가와 새로운 도시 라이프 스타일의 출현은 다양한 신제품 개발의 기회가 될 것이다.
 
지멘스가 메가시티 보고서 (Mega City Report)를 발간한 속뜻도 기실 여기에 있다. 지멘스는 중전(重電) 및 인프라 사업 부문에 강하다. 즉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장악할 수 있는 미래 유망 시장의 관점에서 미래 도시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멘스는 교통, 에너지, 자동화, IT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세대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도시화라는 21세기의 메가 트렌드로부터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창의적인 도전을 해나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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