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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휩싸인 인도 항공산업 “경쟁 두렵잖다, 어서 덤벼라”

DBR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경제적 여건 때문에 인도의 항공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제3세대 민간 항공사가 등장한지 몇 년 만에 연료 가격이 치솟으면서 인디안에어라인과 에어인디아의 대규모 합병을 포함한 수많은 합병이 성사됐다. 인프라 미비와 경쟁 격화, 임금 상승으로 인해 사하라, 에어데칸과 같은 저가 항공사는 대형 항공사와의 합병 외의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합병으로 인해 생긴 틈새를 찾아 새로운 항공사들이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어 혼돈 상황은 계속될 것 같다. 게다가 새롭게 합병된 기업들은 ‘합병 후 통합(post-merger integration)’이라는 일반적 과제와 항공산업 특유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인도의 항공산업은 20세기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세기 초 다수의 민간 항공사들은 무작정 항공산업에 뛰어들었다. 적절한 규제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혼란의 시기가 찾아 왔다. 독립 후 몇 년이 지난 1953년에 항공사들은 국영화됐고, 국영화된 항공사들은 2개로 통폐합됐다. 국제선 취항은 에어인디아, 국내선 취항은 인디안에어라인이 각각 맡았다.
 
1990년대 초반에 경제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민간 기업의 항공산업 진입이 가능해졌다. 지하경제와 커넥션을 갖고 있던 개인이나 닭 사육 농가 등 야심을 품은 사람들이 항공사를 만들었다. 대부분은 경영상 문제가 발생했으며, 개혁을 추진하고 있던 정부는 구제 금융을 거부했다. 닭 사육 농가는 본업으로 돌아갔지만 다른 이들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스트웨스트에어라인의 사장이던 타키유딘 와히드는 뭄바이 사무실에서 총에 맞고 죽었다. 이 회사도 도산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형태의 항공사가 잇달아 생겼다. 인도의 최초 저가 항공사인 데칸에이비에이션은 2003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또 다른 저가 항공사인 스파이스젯은 2005년에 취항을 시작했다. 유명 주류 제조업자 비자이 말리아가 이끄는 킹피셔에어라인도 같은 해 취항을 시작했다. 다른 신흥 항공사로는 고에어와 파라마운트가 있고, 이스트웨스트와 모디루프트 같은 예전의 항공사도 재기했다.
 
머지않아 시장 재편이 시작됐다. 2007년 4월 젯에어웨이스는 에어사하라를 145억 루피에 매수했다.(2세대 주자인 두 기업 모두 1993년에 영업을 시작했다) 킹피셔는 에어데칸의 초기 지분 26%를 55억 루피에 매수했다. 비자이 말리아는 그 후 지분을 늘리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투입했다. 모든 합병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국영 항공사 에어인디아와 인디안에어라인도 인도국영항공사(NACIL) 설립을 위해 인수합병(M&A)에 가담했다.
 
앞으로 더 많은 거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젯에어웨이의 회장인 나레시 고얄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국내 중소 항공사 인수에 항상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항공센터의 인도지역 회장인 카필 카울은 지난 4년 동안 내외적으로 일어난 주요 변화의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많은 항공사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옵션이 합병”이라고 말했다.
 
합병이 일어나는 주요 원인은 경제 상황 때문이다. 저가 항공사인 데칸과 사하라 모두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킹피셔와 젯에어웨이스 같은 대형 항공사와의 합병만이 도산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었다.
 
끊임없는 비용절감 노력
데칸의 최고경영자(CEO) G. R. 고피나트 는 “모든 인도인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데칸이 설립됐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안전이나 비행 일정과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사항을 제거해 가차없이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고피나트의 비전을 따라주지 않았다. 그는 “인도 상황에 맞게 가격을 책정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지리적 측면을 반영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도시마다 공항 인프라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제약은 지리적 특성에 따라 다른 종류의 비행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점은 저가 항공사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지리적 특성을 반영할 경우 재고 관리, 물류, 보수관리 등의 복잡성이 증가한다.”
 
고피나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항공사가 비행기와 노선을 추가하면 새로운 노선이 수익을 창출하는 데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 현금 흐름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이 출시됐을 때 소비자의 이동 현상이 나타나는 데 일정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회경제학적 현실이기도 하다.”
 
고피나트는 이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러한 점들은 모두 사업 초기 단계부터 우리가 인지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자원에 실제로 큰 부담을 줬다. 게다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제약, 연료 가격 상승, 임금 상승, 데칸 설립 후 시장에 진입한 새로운 항공사들로 인한 공급 초과 같은 문제도 발생했다.”
   
킹피셔는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실히 볼 수 있다. 합병은 인도 환경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점도 제공한다. 항공사가 좀 더 수익성이 높은 해외 취항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선 취항을 5년 이상 해야 한다. 데칸과의 합병을 통해 말리아는 킹피셔가 국제선 취항 인가를 더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피나트는 “국제선 취항을 시작할 수 있는 데칸의 라이선스가 킹피셔로 하여금 합병을 결심하게 한 원인이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킹피셔는 합병(운영을 위한 통합은 시작됐지만 형식적 법원 허가가 남아 있음)이 다방면으로 도움이 됐다고 한다.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는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됐다. 승객 수도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면서 합병 합의를 위한 재협상도 벌일 수 있었다. 항공기 운항 스케줄도 더 개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사례는 킹피셔와 데칸이 합병하기 전까지 인도 최대 국내 항공사이던 젯에어웨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민간항공협회의 사무총장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젯에어웨이와 젯라이트(사하라의 새로운 회사명)는 12월 말 기준 시장 점유율이 29.9%였고, 킹피셔와 데칸은 29.3%였다. 인디안에어라인은 19%에 머물렀다.
 
필연적 결합
젯에어웨이의 사하라 합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 반면에 인디안에어라인과 에어인디아의 합병은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내 항공사인 인디안에어라인의 시장 점유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합병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본래 이 합병은 전직 총리인 라지브 간디의 반대로 인해 20년 전부터 지연되던 것이 이뤄진 것이다.
 
2008년 4월 1일 라구 메논이 에어인디아 회장 겸 사장으로 취임했다.(합병된 회사는 에어인디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메논에게 두 국적기 회사의 통합 과정을 완수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그는 “할 일이 대단히 많다”면서 “나는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항공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첫 번째 과제는 기업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다. 2006∼2007년 에어인디아는 44억8000만 루피, 인디안에어라인은 24억 루피의 손실을 각각 보았다. 2007∼2008년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메논은 손실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석가들은 합병된 기업의 첫 해 실적은 140억 루피 적자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 회계연도 말에 성사된, 비행기 8대를 매각하고 다시 임대하는 거래는 일시적으로 재정 적자 부담을 약간 덜어줬다.
 
그러나 재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인디아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비행기 111대를 주문했고, 31대가 이미 도착했다. 인도 수출입은행과 시장에서 대출을 받아 비행기를 구입했는데 이로 인한 이자 비용이 재무 상황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에어인디아가 짊어진 다른 큰 부담은 모든 항공사가 직면한 문제인 항공유 가격 상승 문제다. 메논은 “항공유 비용이 전체 비용의 40%를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로비 단체인 인도항공사연합에 따르면 인도 국내 운영에 사용되는 항공유 가격은 다른 국가 항공유 가격보다 70∼95% 더 비싸다. 미국 인디애나대 켈리경영대학의 찰스 다나라지 교수는 “연료 가격이 항공산업 수익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에어인디아를 상장하려던 계획은 실패했다. 메논은 “대차대조표가 상장 기준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신 에어인디아는 정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가 지분 참여를 할지 채무 형태로 돈을 빌려줄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젯에어웨이의 경우 지난달 160억 루피의 유상 증자를 세 번째로 연기했으며, 다른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얄은 4월 초 기자회견에서 “시장 상황이 호전될 때 유상증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진행 중
시장이 금방 되살아날 수도 있다. 그런데 항공 회사들도 살아날 것인가. 2006∼2007년 인도 지방 항공사들은 매출 1500억 루피에 200억 루피의 손실을 보았다. 이런 자료를 감안하면 통합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계획 단계에서 좋아 보이는 일이 항상 실행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데칸의 고피나트는 “합병의 성공은 전적으로 합병을 맡고 있는 경영진의 민감성과 성숙 정도에 달려 있다”면서 “경영진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과 그대로 둘 부분을 잘 알아야 합병이 성공할 수 있다. 합병은 민감성, 지적 능력, 헌신적 참여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춘 경영진이 진행해야 한다” 고 말한다.
 
에어인디아가 직면한 다른 문제를 살펴보자. 국제선이 2006∼2007년에 기록한 44억8000만 루피라는 손실은 상당 부분이 42억5000만 루피에 이르는 임금 체납액을 지불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인디안에어라인도 비슷한 체납 문제가 있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준비 단계에서 인디안에어라인의 지상 근무 직원들은 지난 6월 이 문제 때문에 파업을 했다.
   
노동조합은 1997년 1월부터 체납된 임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합병을 막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분열이 생겼으며, 15개 이상의 노동조합이 각자 별개의 대표를 두는 복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에어인디아나 다른 항공사에서도 임금 구조는 측정 가능하지만 기업 문화 문제를 다루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데칸의 고피나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데칸과 킹피셔의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다르고 기업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합병 자체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킹피셔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데칸은 저비용을 추구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두 브랜드는 아주 상반된 계층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고유한 특성을 살려줘야 한다. 동시에 직원들이 하나의 조직에 속한다는 소속감을 줄 수 있도록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킹피셔의 말리아는 ‘데칸을 단순화하라’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와 저가 항공사라는 목표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고피나트는 데칸의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최근 ‘브랜드로 인해 발생한 갈등으로 말리아와 고피나트의 신혼 기간이 끝날 것 같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젯에어웨이와 사하라의 첫 번째 합병 시도는 양측이 법정 분쟁으로 이어질 위기까지 가면서 중단됐다. 양측의 독설이 오가면서 주변 사람들은 거래를 성사시킬 방도가 없다고 생각했다. 거래가 마침내 성사됐을 때 사하라는 젯에어웨이의 ‘라이트(lite)’ 버전이 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에어인디아의 메논은 합병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쉽게 이뤄질 수 없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예를 들어 조종사와 지상 근무 엔지니어는 다른 회사로 쉽게 이동할 수 없다. 이들은 특정 기종의 비행기에 대한 라이선스를 받기 때문에 광범위한 훈련 없이 다른 회사로 움직일 수 없다. 에어인디아의 전무인 지텐드라 바르가바는 “인디안에어라인의 가장 큰 비행기는 에어인디아의 가장 작은 비행기보다도 작다”는 점을 지적한다. 조종사와 엔지니어들은 에어인디아에 소속된다. 이들은 새로운 조직의 더 많은 사일로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다.
 
메논과 바르가바는 신형 비행기 투입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메논은 “비행기가 매우 낡아서 이미지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현재 뭄바이∼델리 또는 뉴욕 직항 등 일부 구간은 신형 비행기로만 운항한다. 신형 비행기에 탑승한 고객들에게 물어보라. 이것이 진정한 마하라자(에어인디아의 유명한 마스코트) 서비스라는 평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인도에 새로 건설하고 있는 민간 공항도 에어인디아의 이미지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메논은 ‘연결공항 중심형 구조(hub-and-spoke system)’를 통해 합병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조직이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디안에어라인은 인도 각지의 탑승객들을 뭄바이로 끌어 모을 것이고, 이들은 이곳에서 에어인디아의 국제선으로 환승할 것이다. 에어인디아는 국제선을 운영하는 항공사들의 네트워크인 스타 얼라이언스의 일원이다.
 
보수관리, 수리, 분해 검사, 지상 업무 시설 등을 담당할 합작회사들이 설립되고 있다. 이들은 다른 항공사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모든 산업이 경쟁에 직면해 있다. 민간 항공사라고 다를 바 없다. 다나라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항공 산업은 높은 실패 확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분야이다.” 고피나트는 “항공 산업의 매력이 높아 많은 기업과 투자가가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매력만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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