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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솔루션의 교과서 채널A ‘금쪽이 신드롬’

Before-after 아닌 as is-to be 방식
사례에 바탕 둔 스토리텔링의 저력

이진 | 359호 (2022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금쪽’ 시리즈에는 사례 기반 스토리텔링이 녹아 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사례를 공유하며 방송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된다. 원인과 결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재의 상황(As-is)에서 개선된 상황(To-be)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 중심 스토리텔링, 문제-해결 과정-해결에 이르는 문제 기반 스토리텔링도 주효하다. 부정적인 문제가 주는 자극이 강렬하고 점차 무뎌지는 만큼 제작진은 이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며 시청자들 역시 방송에서 문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금쪽이거나, 금쪽이었거나

‘○○린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주식을 막 시작한 사람을 지칭하는 ‘주린이’, 헬스장에서 근력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헬린이’ 등 다양한 분야에 막 입문한 초보를 이를 때 사용된다. 어린이의 미숙함을 낮잡아 보는 혐오적 표현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무엇인가를 처음 시작할 때 서툴고 어색한 ‘나’를 이해하고 배려해달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스스로 밥을 먹고, 신발을 신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이 모든 일상의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별일이고 도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곧잘 잊는다. 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고, 우리는 모두 한때 아이였다는 것을.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육아법을 코칭하는 채널A의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자녀를 키우고 있거나 키워본 경험이 있는 연령층을 넘어 10대, 20대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금쪽이에게서 상처 입고 위로받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하고 치유받는 기분을 느낀다. 혹은 그 시절의 부모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금쪽이가 겪는 문제는 부모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문제 상황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이번 화는 엄마가 금쪽이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우리는 금쪽이거나 금쪽이었다. ‘어른의 생’은 어느덧 어른이 된 금쪽이에게도 처음이기에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처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 예능 프로그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가히 금쪽이 신드롬, 국민 멘토 오은영이라 부를 만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 뒤에는 어떤 키워드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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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기반 스토리텔링
오래된 미래,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사회의 구성원을 길러내는 육아는 오롯이 개인이나 가정의 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비단 육아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개인이 겪는 문제와 어려움들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했다면 인류는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은 살면서 겪은 다양한 문제와 그 대응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해결의 방법들을 차곡차곡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공동체 단위에서 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오랜 시간을 거쳐 발전시켜 왔다.

문자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던 구술 문화 시대에는 사람의 기억이 바로 그러한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했다. 부족마다 가장 현명한 이는 오랜 삶을 살아온 노인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 겪고 있는 곤란을 털어놓고 삶의 지혜를 구하면, 그이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조언을 하는 식이다. 구술 문화 시대에는 이처럼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감정적이고 참여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중세에는 종교가 그 역할을 했다. 종교는 그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삶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현대와 달리 중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종교는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선택의 영역에서 벗어나 삶과 가치관을 규정하는 거대한 논리를 제시했다. 심지어 현실에서의 삶을 넘어 죽은 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관여할 만큼 종교는 막강한 힘을 행사했고, 사람들은 종교에 기대어 삶의 문제와 어려움들을 해소하고자 했다. 근대에 들어와 종교의 논리를 대체한 것은 국가였다. 개인은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동시에 부여받았다.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은 국가의 체제에 맞는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삶을 영위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가.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극도의 분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편리를 누리고 있지만 그동안 삶의 가치를 제공해주던 전통적인 가치 체계가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거대 논리와 믿음의 체계들이 그 의미를 잃어가면서 개인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혹은 기댈 곳이 없다고 느낀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중고등학교 입시를 거쳐 대학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성적만을 위해 달려왔던 학생들이 대학 졸업반이 돼 자신의 진로나 미래와 마주하게 될 때 느끼는 막막함과 닮아 있다. 정답이 있다면 누군가 그 답을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문학 이론가 게오르그 루카치가 자신의 저서 『소설의 이론』을 열었던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는 문장처럼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던 거대 주체들은 그 의미를 달리하고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다시 구술 문화 시대처럼 동시대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의 고민과 시행착오, 경험과 감정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다른 이들과 경험, 사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영국에 사는 친구가 먹은 점심 메뉴를 알 수도 있고, 틱톡에서는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의 넘치는 끼와 재능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익명의 커뮤니티에서 게시글을 통해 어제의 속상한 일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구술 문화 시대에 마을의 가장 현명한 이가 담당하던 상담과 조언의 역할을 온라인의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나누어 수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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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 시리즈는 구술 문화 시대 마을에서 가장 현명한 이의 조언과 (나와 같은) 주변 이야기의 공유라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일상이 결합된 ‘사례 기반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취한다. 현대 정신 의학 전문가와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게스트, 내 집 문턱을 넘어 다른 이들과 문제를 공유함으로써 해결책을 얻고자 하는 출연자의 절박함이 시청자들을 화면 앞에 불러 모은다. 이 과정에서 사례들의 데이터베이스화는 빛을 발한다. ‘금쪽 상담소’의 오프닝에서 오은영 박사는 방송은 병원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진료실이라는 폐쇄적이고 내밀한 영역에서 의사 개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사례들의 데이터베이스화를 넘어 방송 플랫폼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사례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더욱이 방송 플랫폼이나 OTT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에피소드를 다시 혹은 골라 볼 수 있는 시청자들에게 이것은 말 그대로 금쪽같은 사례들의 데이터베이스이다.

과정 중심 스토리텔링
As is-To be의 문제

육아를 다루는 콘텐츠나 상담 형식의 예능 콘텐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쪽’ 시리즈가 차별화되는 것은 문제 자체보다 그 원인과 과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제작진 인터뷰에서 ‘금쪽’ 시리즈의 김승훈 채널A PD는 “최소한 나쁜 아이 구경하게 안 하겠다. 보고 나서 나쁜 아이만 떠오른다면 그건 잘못 만든 프로그램”이라는 원칙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1 그러나 부정적인 이야기의 스토리 밸류(story value)가 높은 만큼 처음에는 자극적인 행동이나 상황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이에 제작진은 꾸준히 문제의 해결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문제를 가진 출연자를 ‘금쪽이’라고 지칭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금쪽이는 그 누구도 될 수 있는 비어 있는 괄호이다. 특정한 누군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혹은 과거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익명이 아닌 익명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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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고 숨돌릴 틈 없는 일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메시지를 추구한다. 그래서 ‘Before-After’ 형식에 익숙하다. 원인과 과정에 대한 사유보다는 드라마틱한 변화 자체에 주목한다. 그러나 ‘금쪽이’ 시리즈는 ‘As is-To be’의 형식이다. 이것은 비슷한 듯 다르다. As-is는 현재의 상황이다. ‘금쪽같은 내 새끼’는 관찰 예능으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느리고 묵묵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현재를 보여준다. 현재 상황에는 충격적인 행동이나 언행이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후의 과정을 모두 담아내기에 시청자들은 추론하기 시작한다. 금쪽이는 무엇 때문에 저렇게 행동하는가. 추론은 과정적 접근이 지닌 강력한 힘이다. 과정 추론은 시청자를 능동적으로 사고하게 만들고 절차적(procedural) 관점에서 상황을 파악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금쪽이나 금쪽이의 주변인에게 자신을 대입하기도 한다. To-be는 개선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미완성이자 현재진행형이다. 이상적인 상황을 의미하는 To-be의 구체적인 상황은 금쪽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금쪽이’ 시리즈는 조언과 솔루션의 수용을 통해 느리지만 한걸음 나아간 To-be를 지향한다. Before-After가 한눈에 사로잡는 스펙터클이라면 As is-To be는 느리지만 마음에 오래 남는 풍경이다.

이와 같은 과정 중심의 접근은 우리 사회의 화두인 혐오를 극복하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혐오가 문제인 것은 혐오의 이유는 휘발되고 오직 혐오 자체만이 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제거될 때 비로소 혐오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것이 혐오가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주요 이유다. 기실 남의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이야기는 더욱더 그러하다. 이해보다는 비난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How)와 왜(Why)라는 의문사를 따라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접근은 자연스럽게 이해를 동반한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금쪽이는 ‘비어 있는 괄호’다. 과정적 접근을 통해 시청자는 금쪽이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금쪽같은 내 새끼’의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챙겨 보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공공장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눈살부터 찌푸리던 것을 벗어나 그렇게 행동할 만한 이유와 사정이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2 다양한 대상에 대한 혐오의 시선과 갈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금쪽’ 시리즈가 보이는 과정 중심 접근이 가지는 가치와 울림은 크다.

문제 기반 스토리텔링
‘일상을 사는 누군가’라는 사실 유의해야

우리가 즐기는 모든 허구적 이야기에는 문제의 발생과 문제의 해결을 담기 위한 논리성이 존재한다.3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제시한 이야기의 3막 구조가 이를 잘 설명한다.4 1막에서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은 인물들의 일상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긴장과 위반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관객을 몰입하도록 하는 중요한 기제다. 2막에서는 문제가 확대되고 그 문제와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나타난다. 문제와 싸우는 과정에서 과거의 나를 벗어나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도 한다. 3막에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꼭 해피엔딩이 아니라 할지라도 문제는 종결된다. 그리고 문제를 겪기 전인 1막의 주인공과 3막의 주인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설사 문제를 겪기 전과 별 다를 것 없는 일상을 회복했다 하더라도 주인공은 달라졌다고 단언할 수 있다. 주인공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온전히 겪어냈기에 부서졌거나 혹은 더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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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창작과 관련된 다양한 프레임과 이론은 모두 이 3막 구조의 확장과 변형이다. 이를 두고 ‘문제와 문제의 해결 사이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동반하는 문제 기반의 스토리텔링’이라 지칭하기도 한다.5 이와 같은 이야기가 가진 문제 발생과 해결의 논리를 두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통해 사회생활의 주요 기술을 연습한다’거나 ‘이야기는 인간 사회생활의 모의 비행장치’라고 말하기도 한다.6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은 이에 대해 “픽션은 인간의 문제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특화된 아주 오래된 가상 현실 기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쪽’ 시리즈는 모두 이 문제 기반 스토리텔링의 황금률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심지어 해피엔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쪽 상담소’처럼 어른의 고민을 다루면 해결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녹화가 끝나고 공통적으로 “출연하길 잘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또한 방송에서 비밀을 털어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말을 했더니 편안해졌다”고 느끼게 하는 게 기획 의도였다고 밝혔다.7 1막의 문제적 상황과 갈등은 2막의 오은영 박사를 거치며 3막의 해결을 맞는다. 하지만 문제는 ‘금쪽’ 시리즈가 픽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쪽이는 현실을 살아가는 누군가이며 방송이 끝나도 삶은 지속된다. 여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부정적 ‘문제’가 가진 자극은 강렬하다. 엄마가 만지면 더러워지는 거 같다고 우는 금쪽이, 자해를 서슴지 않는 금쪽이,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응급실을 간다는 아이돌, 트랜스젠더로 살겠다는 아들에게 차라리 칼로 나를 찌르고 가라는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극단적이고 부정적인 상황이 주는 자극은 때로는 그것만으로 온전히 보는 이를 장악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극이라는 것은 점점 무뎌지게 마련이라 만드는 이는 이를 의식하게 되고 자극의 강도는 점점 세질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문제해결의 과정에 집중하고 찬찬히 이야기를 듣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적 상황을 다루다 보니 그 상황을 묘사하거나 부연하는 것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해당 에피소드가 다소 과장된 상황으로 비추어질 때 조작이나 진정성 논란이 일기도 한다. 이러한 이슈와 논란은 ‘금쪽’ 시리즈가 가진 문제 기반 스토리텔링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주지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만드는 이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보는 사람, 시청자에게도 주의는 필요하다.

‘모니터 뒤에 사람 있다’라는 말이 있다. 화면을 통해서 접하는 다양한 콘텐츠는 모두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다. 게시글부터 댓글, 웹툰이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 하물며 조회 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사람의 흔적이거나 노력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단순히 숫자로, 어떠한 사실로, 가상의 누군가로 치부해버린 채 드러난 표면만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하물며 ‘금쪽’ 시리즈의 출연자들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지하철에서, 마트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이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자신의 문제가 공개되는 것을 무릅쓰고 용기를 낸 누군가인 것이다. 우리는 모니터 뒤에 문제 상황에 앞서 사람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드롬을 지나 일상으로

신드롬은 일시적이기 마련이다. 국어사전에서 신드롬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 현상이 전염병과 같이 전체를 휩쓸게 되는 현상이라 적고 있다. 신드롬이 끝나면 그것은 점차 잊히거나 익숙한 일상이 되기 때문이다.

‘금쪽’ 시리즈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신드롬을 지나 일상의 한 장면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지겨워 하면서도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일상성에 대해 ‘현대인들이 가장 지겨워 하면서도 그것을 놓칠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8 ‘금쪽’ 시리즈가 오래도록 우리의 일상 안에 자리 잡고,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일상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선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 금쪽이를 신드롬으로 소비하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진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zzin2024@hanyang.ac.kr
필자의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며 웹 콘텐츠와 트랜스미디어,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연구 분야를 넓히고 있다. 저서로는 『모바일 게임 스토리텔링』(2020), 『게임사전』(공저, 2016),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공저, 2015)가 있다. 논문은 ‘메타버스 개념과 유형에 대한 시론’(2021), ‘게임 IP 활용에 대한 미디어 산업 종사자들의 인식 연구’(2021), ‘숏폼 동영상 콘텐츠의 유형 연구’(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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