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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세컨신드롬’의 공간 구독 서비스 ‘다락’

“짐이 넘치나요? 창고를 빌려 쓰세요”
‘좁은 집 고민’을 공간 아웃소싱으로 해결

장선희 | 358호 (2022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팬데믹의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사람들은 더 넓은 공간을 원하고 있다.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생활공간이 상대적으로 좁은 1인 가구가 늘며 집이라는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욕구가 커졌다. 하지만 공간을 넓히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컨신드롬은 ‘공간의 아웃소싱’을 내세우며 ‘미니창고 다락’이라는 개인 맞춤형 보관 서비스를 선보였다. 창업 6년 만에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한 세컨신드롬의 비결은 1) IT에 기반한 지점 관리 2) 한국 고객 맞춤화를 통한 해외 선두 주자들과의 차별화 3) 공동 투자 형식을 통한 지속가능한 투자 실현에 있다.



사람들이 주거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이제 집은 하루 시간 중 짧게 머무르는,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홈쿡, 홈카페, 홈트레이닝 등의 용어가 일상화됐듯 이제 집은 재택근무 일터이자 레저 공간까지 ‘멀티 스페이스’로서의 의미를 갖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1년 6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시대 소비 행태 변화와 시사점 조사’1 에서 응답자의 93.6%가 코로나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증가한 활동으로는 쇼핑(61.3%), 영화 보기(54.0%), 게임(34.6%), 요리(34.5%), 운동(23.3%) 등이 꼽혔다. 집이 휴식과 여가는 물론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함께하는 ‘홈코노미(Home+Economy)’ 장소로 떠오른 것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으니 자연히 더 넓은 공간을 원한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난해 펴낸 책 『공간의 미래』에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소보다 155%까지 늘어났다. 이는 기존의 집이 감당해야 하는 용량을 1.5배 초과한 것”이라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1.5배 늘어났으니 반대로 집이 1.5배 작게 느껴진다”고 썼다.

하지만 집을 넓히기는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최근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는 7%대에 진입2 했다. 부담스러운 고금리 상황에서 큰 평수로 이사를 계획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생활양식은 크게 달라졌는데도 집의 구조나 형태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자유자재로 주거 공간을 넓게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최대한 ‘집을 비우는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해결책이다.

‘미니창고 다락’을 운영 중인 세컨신드롬은 이러한 주거 트렌드와 현실,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 ‘공간의 미래’를 제안하고 있다. ‘매일 넓게 사는 즐거움’을 사업 모토로 삼는 이 회사는 월 이용료를 받고 다양한 사이즈의 보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 첫 지점을 낸 뒤 현재 전국에 5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계약 신규 건수는 지난해 기준 2만2000여 건을 넘어섰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집을 넓게 쓰려는 사람들이 늘며 오히려 사업이 급격히 성장했다”고 이 회사 홍우태 대표는 설명한다.

현재 다락 전 지점의 임대 면적을 합하면 약 1만8800㎡(약 5700평)에 달한다. 도심 곳곳에 중소형 규모로 문을 연 뒤 어느덧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자리를 넓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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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아웃소싱하다

2016년,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던 홍 대표는 매일같이 거시경제 지표를 들여다보는 게 일이었다. 자연스레 국내 부동산 상황에 관심을 두게 됐다. 집값이 나날이 상승하던 때라 회사 동료와 만나도, 친구와 만나도 부동산에 관한 얘기가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대화의 결말은 씁쓸한 경우가 많았다. 국내 도심지 부동산 가격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개인의 소득 증가 수준은 그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을 살펴봐도 개인의 집 소유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었다. 결혼과 출산 이후 가족 규모가 커지면서 이사를 고민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는 지인들이 많았다. 1인 가구여도 캠핑, 골프 등 각종 취미를 즐기는 경우가 늘면서 “혼자 살아도 집이 늘 비좁다”고들 했다. 주변 사람 모두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더 넓고 쾌적한 생활공간을 꿈꿨다. 이들이 더 좋은 주거 생활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40살이 되기 전에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꿔왔던 홍 대표는 증권사 책상에서 ‘공간의 아웃소싱’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렇다고 주방과 침실같이 중요한 개인만의 공간을 아웃소싱할 순 없는 일이었다. 집에 꼭 필요하지만 최대한 안 보이게 꼭꼭 감춰두는 공간. 밖에 있으면 더 좋을 공간, 바로 다용도실과 베란다, 각종 수납장 등 보관 공간이었다. 개인들이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미니창고를 월 구독 형식으로 임대하면 수익성이 좋을 것 같았다. 그 길로 창업에 나서 2016년 ‘미니창고 다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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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예상치 못한 코로나라는 악재 속에서 오히려 사업은 성장했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면서 제한된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2019년까지 11개 지점을 운영 중이던 다락은 2021년에는 26개로, 2022년에는 55개로 매장을 확대했다. 코로나 시기에 급격히 성장한 셈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한 것도 위기 속에서 강한 성장세를 높이 평가받은 게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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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은 홍 대표가 세워둔 ‘창업 소신 3가지’에도 딱 맞는 아이템이었다. 첫째는 현금 창출이 잘되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업은 눈에 보이도록 현금 창출이 돼야 지속가능하다는 게 그가 세운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둘째는 AI(인공지능)에 기반해 완전 무인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이었다. 미국 아마존의 물류 창고를 보듯 일일이 사람 손을 통해 매장을 관리하는 방식은 수명을 다했다고 봤다. 마지막으로는 국내에서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해 있는 기존 사업 분야에 뛰어들기보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 처음부터 시장을 키워보고 싶었다. 미니창고 사업은 세 가지 요소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었다.

미니창고? 생소한 개념과 싸우다

처음 문을 연 1호점은 소소했다. 나름대로 기업 고객과 주거 개인 고객 모두를 노려 두 권역이 겹치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약 100㎡(30평) 규모의 작은 지하 공간을 임대해 보관 시설로 꾸몄다. 건물주도 반겼다. 지하의 좁은 공간은 식당도, 사무실도 임대하기를 꺼려 공실 기간이 길었던 터였다. 건물주는 보안이 철저하고 쾌적한 환경을 최우선 순위로 삼는 미니창고가 들어오려 한다는 얘기를 듣자 매우 호의적이었다.

공간은 해결됐으니 다음은 홍보가 문제였다. 무작정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건물 꼭대기부터 홍보 전단을 돌리며 내려왔다. 막상 오픈은 했지만 이용률이 저조했다. 사람들에게 ‘미니창고’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탓이다. 어쩌다 연락이 와도 사람들에게 일일이 콘셉트를 설명하는 것부터 일이었다. ‘지점이 갑자기 없어지면 어떡하나요?’ ‘어떤 식으로 출입자 인증을 하나요?’ 워낙 알려지지 않은 사업이다 보니 사람들의 의구심도 적잖았다.

하지만 일일이 고객들을 만나 길게는 1시간씩 상담을 도왔다. 이 시간이 창고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게 된 계기가 됐다. 많은 이에게 창고는 단지 필요 없는 물건을 처박아두는 공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소중하고 귀한 물건을 좋은 컨디션에서 보관하기 위해 전문 보관 장소를 찾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중소기업 법인 고객 역시 마찬가지였다. 계약서나 회계 자료처럼 분실해선 안 되는 중요한 문서나 간단한 제품 재고를 쾌적한 환경에서 보관하길 원했다. 가끔 사용하지만 부피가 커 보관이 어려운 고가의 캠핑용품이나 스키, 골프용품을 보관하려는 개인 수요도 상당했다. 이들은 보관 컨디션을 꼼꼼하게 따졌다.

보관 컨디션에 집중

그를 ‘업그레이드’시켜준 건 첫 번째 고객이었다. 첫 고객은 수제 비누 창업자였다. 비누는 특성상 온도와 습도에 무척 민감했다. 자칫 물건이 상할까 봐 집에 보관할 수 없다고 했다. 고객은 어쩔 수 없이 오피스텔을 빌릴까 알아봤지만 가장 작은 평수도 월세가 높아 고민하던 중 다락을 알게 됐다고 했다.

큰 공간이 아닌 원하는 공간만 조각내듯 잘라서 소중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곳, 온도와 습도까지 집이나 사무 공간보다 훨씬 더 잘 관리되는 곳. 미니창고 다락에 대한 입소문은 이커머스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니 창업자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당시에만 해도 ‘창고’라고 하면 쾌쾌한 곰팡내, 어둑어둑한 조명 같은 쾌적함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를 떠올리는 고객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여름에도 지점에 에어컨을 가동하며 온습도를 1년 내내 일정하게 유지하고, 출입 과정을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객들은 만족해했다. 관리 컨디션이 좋다는 사실이 차츰 알려지자 건담, 레고 피규어 등 소중한 물건을 보관하려는 개인이나 리셀러들까지 점점 늘었다. 2017년 5월, 공간 규모를 3배로 키워 강남역에 2호점을 열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예상치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겨울에 지점이 입주한 건물 수도관이 동파된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악재였다. 부랴부랴 지점을 찾아가니 이미 물바다가 됐고, 고객들의 물건이 망가져 있었다. 젖어 있는 보관물을 둘러보는데 하늘이 노래졌다. 돈으로 보상할 수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다.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부터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희귀 수집품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홍 대표는 운영 체계를 정비한다는 취지에서 그 후로부터 6개월 동안 지점을 내지 않았다. 오직 보관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일에 집중했다.

먼저 ‘사고 예방’과 ‘사고 이후 조치’ 두 방향의 전략을 세웠다.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외국 속담을 마음에 새겼다. 사고 예방을 위해 건물 관리 전문 인력을 고용했다. 이 전문가는 다락이 입점을 결정하기 전 건물 구조와 특성을 꼼꼼히 진단한다. 건물의 크랙부터 건물 내 물 흐르는 방향과 구조까지 파악해 수해나 화재 등 여러 재해 위험은 없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입점을 진행한다.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데이터도 함께 활용해 연간 약 2300곳의 부동산을 검토한 뒤 최종 신규 입점 지역을 결정한다. 고객들의 물건이 훼손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최근 강남역 인근 침수 사태 때도 지하 공간에 있는 미니창고들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준비했어도 미연의 사고가 발생할 소지는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재해가 생겼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고민했다. ‘온 건물에 예기치 못한 물난리가 나도 보관 유닛 안을 멀쩡하게 유지한다’는 걸 목표로 삼았다. 지점 건물의 바닥면을 원래보다 높여 설계하고, 위에서 수도관이 터지더라도 보관품들이 젖지 않도록 보관 유닛의 상단 부분 역시 특수 설계했다. 실시간 온습도 센서는 물론 누수 센서도 설치했다.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지점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 중이다. 홍 대표는 “보관 컨디션 유지는 셀프 스토리지 업종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간 투자금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점유율 1위 다락 외에도 큐스토리지, 알파박스 등의 업체가 운영 중이다. 이들 업체는 저마다 최적의 보관 컨디션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중 ‘편안창고’는 박물관에 쓰이는 특허받은 자재를 사용해 온습도에 예민한 물건을 보관하는 환경을 제공 중이다. 전국에 8개의 지점을 보유한 ‘오호스페이스’는 가로수길에 보관 상태에 민감한 와인 보관 전용 창고를 마련해 운영 중이다. (DBR minibox Ⅰ: ‘셀프 스토리지 시장 분석’ 참고.)

DBR mini box I

셀프 스토리지 시장 분석

국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아직은 생소한 분야다. 하지만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존스 랭 라살(JLL)의 국내 셀프 스토리지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규모와 형태가 다양한 200여 개의 셀프 스토리지 업체가 존재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B2B와 B2C를 병행하는데 주요 보관 품목으로는 개인 물품뿐만 아니라 기업 문서와 캠핑용품, 전시 및 무대장비, 미술품, 고가의 와인 등이 있다.

셀프 스토리지 업체 중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96.1%로 집계된다. 대부분이 1∼2개 지점만을 운영하는 영세 업체로 파악된다. 가장 많은 지점을 보유한 곳으로는 다락, 큐스토리지, 알파박스 등이 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해외 업체는 두 곳 정도다. 싱가포르 기업 엑스트라 스페이스가 서울과 경기도에 7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스토어허브도 성수동에 첫 지점을 냈으며 최근 공유오피스 업체인 스파크플러스와도 제휴를 맺었다. 이렇듯 각각의 지점들은 자신만의 차별화 요소를 내세우며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한 시장의 파이를 계속 넓혀가는 중이다.

현지화+업그레이드로
대형 해외 업체들과 승부수

2호점을 내고 나니 다른 동종 업체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만 해도 셀프 스토리지업을 시작한 국내 업체는 많지 않았지만 대형 외국계 회사의 국내 지점이 몇 곳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알고 보니 셀프 스토리지업은 미국, 일본 등 국가에서는 보편화된 서비스였다. 홍 대표가 홍보 전단에 펜을 그어가며 일일이 설명하던 우리나라 상황과는 달랐다. 특히 미국에서는 시장이 크게 형성돼 있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2026년 64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셀프 스토리지 전문 중개회사인 스페어풋(Sparefoot)에 따르면 미국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현재 약 40조 원 규모다. 시설 수는 2018년 기준으로 5만2000여 개로 추산된다. 미국 전체 가구의 9.8%가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하고 있다.

역사도 상당히 깊다. 1960년대 말, 지하실을 갖춘 일반적인 미국 주택가와 다르게 지하실이 없었던 텍사스주의 가정들이 외부 창고에 짐을 보관한 게 시초가 됐다. 개인을 시작으로 기업도 산업용 기계를 보관하며 시장이 커졌다. 1970년대에는 대형 보관 시설들이 등장했고, 리츠(REITs)와 같은 부동산 투자펀드 주도로 셀프 스토리지가 발달해왔다. 실제로 셀프 스토리지 리츠는 안정적인 순영업이익으로 인해 방어적이고 회복력이 강한 섹터로 여겨진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도 물건을 보관하려는 수요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다.3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세계 1위 셀프 스토리지 기업인 퍼블릭스토리지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미국 내 39개 주에서 보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미국 전역의 75%를 커버하는 규모다. 보관 시설만도 2800개가 넘는다. 임대 평수도 약 560만 평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트렁크룸’이라는 용어로 통한다. 일본 내 시장점유율 약 25%를 차지하는 일본 트렁크룸 기업인 큐라즈는 현재 67개 점포에서 개인용 창고 유닛 4만 개를 서비스 중이다. 누적 고객만 18만 명이 넘는다. 이 회사의 2020년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6년까지 해당 시장 규모는 1000억 엔(약 9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인지한 홍 대표는 창업하고 1년 뒤 미국으로 떠났다. 역사가 깊은 외국에서의 셀프 스토리지 운영 방식을 둘러보고 아이디어도 얻을 겸 결정한 여행이었다. 뉴욕에서 한 셀프 스토리지 업체의 지점을 찾았을 때 이용층이 다양한 점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부터 지팡이를 짚고 온 노인까지. 국내에서는 30대 고객이 대부분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연령층이 다양하다 보니 맡기기 위해 가져온 물건도 가지각색이었다. 뉴욕과 같은 도심은 물론 변두리 지역에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성행 중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나 수요와 비교하면 시설은 상당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당시 미니창고 다락은 개별 보관 유닛마다 도어락을 설치해 지문 인식 방식으로 운영 중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자물쇠’를 가져오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전통 방식을 고수 중이었다. 연간 세계 매출액 3조 원의 대형 기업의 운영 방식치고는 꽤 낙후된 방식이었다. 홍 대표는 “낙후된 서비스를 보면서 오히려 인사이트를 얻었다. 한국의 IT를 접목해 완전한 무인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세컨신드롬은 무인 시스템 개발팀부터 꾸렸다. 미니창고 다락이 2016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에서도 시장이 제법 형성되면서 신규 업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자체 개발 역량을 가진 업체는 다락이 유일하다. 지난해에는 개발자 커뮤니티인 파이썬소프트웨어재단(PSF)에서 아시아 최초로 이사를 지내며 국내에 파이썬 언어를 소개한 김영근 이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채용하며 무인화 개발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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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단지 공간 임대뿐만 아니라 보관 사업의 IT 솔루션을 국내는 물론 셀프 스토리지업이 탄탄히 자리 잡은 해외로까지 판매하고자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동종 업체가 늘어나는 요즘 시장 상황을 위기로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솔루션 판매처가 늘어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게 홍 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홍 대표가 해외 업체의 국내 지점을 살펴봤을 때도 편의성은 다소 낮아 보였다. 전통적인 자물쇠 사용 방식도 여전했다. 관리자가 현장에 없으면 운영이 힘들어 보였다. 내부 온도가 높아지면 관리자가 일일이 방문해 에어컨을 가동하는 식이었다. 홈페이지 역시 사용자 접근성이 낮은 것이 눈에 띄었다. 홍 대표는 IT 강국인 ‘한국 스타일’로 셀프 스토리지업을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현재 다락은 무인 운영 솔루션 방식 등을 포함해 5가지 분야에서 특허를 등록했다. 그중 하나가 보관 ‘모듈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 특허다. 다락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임대 공간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려는 게 디자인 개발의 계기였다. 투명한 유리 공간에 모듈별로 구획선을 설정해 고객들이 규모별 보관 유닛을 임대했을 때 실제 사용 공간은 어느 정도 되는지 이해를 돕고 있다.

단순히 들어가는 박스 몇 개, 가로, 세로, 높이 얼마 등의 획일화된 수치가 아니라 실제 눈으로 보고 본인에게 적합한 보관 유닛 크기를 고를 수 있게 하니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미니창고 다락을 방문하면 이용객들은 다락 한쪽에 자리 잡은 투명한 유리방으로 안내받는다. 통유리 공간에 임대 사이즈별로 구획이 나눠져 있어 실제 사용 공간을 이해하기 쉽다. 보관 컨디션과 보관 장소를 꼼꼼하게 살피는 레고, 건담 등 피규어 마니아들을 위해 한쪽 공간에 실제 보관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살펴보도록 했다. 이렇듯 꼼꼼하고 편의성을 중시하는 국내 고객의 성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해외 대형 업체들과 차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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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결합을 통한 완전 무인화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최근 세컨신드롬은 KT와 협업해 정보통신기술(ICT)과 접목한 보관 환경을 마련했다. 현재 ‘다락 AI 관제 솔루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100%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인 물품 픽업과 보관 배송 전 과정이 모바일에서 이뤄진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꾸준히 투자 중이다. 스마트폰으로 창고의 상황을 언제든 CCTV로 둘러볼 수 있게 하거나 출입 방식 역시 앱을 통해 제어한다. 이를 통해 365일,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사람 손 갈 일이 적어진 덕분에 현재 3명의 본사 관리자가 원격으로 55개의 지점을 관리하고 있다.

보관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일도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전 지점에 IOT 센서들을 부착했다. 누수 탐지 같은 비상 상황 감지 외에도 계절별 세팅된 수치를 넘어서면 지점 안의 냉난방 기기와 제습기가 자동으로 작동한다. 관리자는 지점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아 제대로 실행됐는지 확인하는 일만 한다. 수십 개의 지점을 3명의 관리자가 통제할 수 있는 이유다. 홍 대표는 “국내 계절별로 최적의 보관 상태를 일종의 시나리오처럼 설정해두고 관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물류 운송 서비스와의 맞춤형 연계

외국 업체들의 경우 운송 서비스와의 연계가 약한 점에도 착안했다. 국내 스토리지 이용객들은 1인 가구가 많고 대부분 차가 없다. 이 틈을 타 차가 없어도, 무거워도 알아서 물건을 픽업해 목적지까지 옮겨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덕분에 현재 다락 이용자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해졌다. 사업 초반에는 1인 가구, 3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차츰 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홍 대표는 “이용 고객의 연령층은 물론 1인 가구부터 4인 가구까지 이용 고객 구성원 형태까지도 다양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다락의 이용 고객 중 46.0%가 1인 가구다. 그 뒤를 2인 가구(19%), 4인 가구(18%), 3인 가구(15%)가 잇고 있다.

스토리지와 스토리지를 잇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다락만의 강점이다. 예컨대 ‘캠핑족’들은 통상 여러 캠핑 장소를 돌아다닌다. 지난주엔 서울의 난지캠핑장에서 캠핑했다면 이번 주엔 강동구의 캠핑장으로 장소를 잡는 식이다. 캠핑을 갈 때마다 장비를 스토리지에서 챙겨가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홍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물류 업체와 손잡고 ‘지점에서 지점으로’ 운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에는 보관 이사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이삿짐 포장부터 배송, 보관까지 이사 전 과정에서 이삿짐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보관 서비스다. 주로 이사 가려는 시기가 맞지 않아 임시로 이삿짐을 보관해야 할 때 유용하다.

이렇듯 편의성을 중시하는 국내 고객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다 보니 점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매장을 7개까지 내며 사업을 점차 넓혀나가던 2019년에는 한 글로벌 대형 셀프 스토리지 대기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회사의 영국인 회장은 전화로 대뜸 “도대체 빠른 성장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한국에 와서 직접 지점을 둘러보고 싶다는 의사까지 타진해왔다. 홍 대표는 이렇게 찾아온 회장을 서울 공덕역 지점으로 안내했다. 지점을 꼼꼼히 둘러보던 회장은 뜻밖에 인수합병을 하고 싶다고 제안해왔다. 하지만 홍 대표는 깊은 고민 없이 이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그에게 “한국 시장의 소비자는 굉장히 꼼꼼하고 편의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100%를 넘어 ‘1000% 로컬라이제이션’을 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라며 “외국 회사들이 갖고 있는 현지 경험이나 운영 노하우 정도로는 한국 사업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는 해외에서 고유명사처럼 돼버린 ‘셀프 스토리지’라는 말보다 세컨신드롬의 브랜드인 ‘미니창고’가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미니창고 다락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셀프 스토리지’라는 업계 키워드보다 ‘미니창고 다락’이라는 용어의 검색량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그림 3) 홍 대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고유명사가 되겠다는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다락은 국내 유일한 글로벌 셀프 스토리지 업체 회원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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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을 통해 시장에서 선두를 점하다 보니 세컨신드롬이 주도하는 인수 건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메가박스중앙이 운영하던 셀프 스토리지업 6군데를 인수하며 입지를 다졌다.

쪼개고 쪼갠다

보관 유닛도 한국 소비자들의 이용 패턴에 맞춰 세분화했다. 스몰, 미디움, 라지 3가지 사이즈로 제공되던 것을 점차 잘게 쪼갰다. 1m×1m×1m 사이즈의 미니 큐브 형태부터 긴 의류와 가방 등 잡화 보관에 최적화된 ‘슬림’ 유닛을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외국 업체들의 경우 부속품 판매 역시 세분화돼 있지 않다. 박스와 자물쇠, 커터칼, 에어캡 등 기본적인 보관 물품만 파는 식이다. 다락은 아예 관련 용품을 다양화하고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인 ‘다락마켓’을 열었다. 옷 보관 전용 행거와 커버는 물론 보관 공간을 깨알같이 활용하기 위한 각종 수납 아이템까지 다양한 소품을 판매 중이다. 마켓에서 판매 중인 품목만 53개에 달한다.

특히 1회용이 아닌 플라스틱 수납 서랍과 플라스틱 이동형 서랍장이 현재 판매 상위권에 자리매김해 있는 점도 눈에 띈다. 홍 대표는 “스토리지를 잠시 사용하고 마는 것이 아닌 장기간 사용 중인 고객들이 많은 만큼 1회용 상품보다 오래 쓸 수 있는 보관 관련 용품들이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스토리지의 특성상 한번 진입하면 짧은 시간 안에 빠지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미니창고 다락 이용객의 평균적인 이용 기간은 12개월이다. 한번 창고에 물건을 들이면 1년은 기본적으로 창고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용 기간이 종료됐을 때 이용 고객의 절반은 다시 이용 기간을 갱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바뀜이 일어날 뿐 사용자가 줄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세컨신드롬 측의 설명이다.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을 한번에 큰 금액을 내고 마련하는 게 아니라 월 일정 비용을 내며 공간을 구독 서비스 형식으로 이용하니 매달 들어가는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지속가능성, 다락 공동투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스타트업 투자가 경색되는 요즘이다. 오죽하면 ‘스타트업 투자의 보릿고개’로 불릴 정도다. 미국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는 최근 포트폴리오 회사들에 ‘경기 침체’라는 제목의 서한을 통해 “앞으로 6∼12개월 내 자금 조달 계획이 있다면 경기 침체의 절정에서 진행하게 될 것이니 계획을 바꾸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세컨신드롬은 증권회사에서 근무했던 홍 대표의 이력을 살려 올해 5월 ‘다락 투자하기’ 서비스를 내놨다. 다락 지점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그 규모에 상응해 월 배당 형식으로 수익금을 배분하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게 된 건 투자가 경색된 최근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객들에게 자체 설문을 한 결과 26%의 이용자가 “지점이 곳곳에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축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현재의 투자 자금을 매장 숫자를 늘리는 데 쓰기보다 다락의 고객, 직접적인 투자자들과 함께 만드는 방식이 더욱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누구나 미니창고 다락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해 꾸준히 투자자가 유입되도록 하고 결과적으로 자생력을 갖추겠다는 목표였다. 투자자로서는 소액을 투자해 월 수익을 노려볼 수 있고, 다락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 셈이다. 나아가 ‘다락 파트너스’라는 임대인을 위한 투자 서비스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임대인이 소유한 유휴 공간에 미니창고 다락 신규 지점을 오픈해 공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운영에 따른 수익을 창출하도록 하겠다는 게 목표다.

현재 다락 크라우드 펀드 1∼8호를 모집했고 11개 지점에 해당 투자 방식이 도입됐다. 30대부터 50대까지 30여 명 정도가 함께 투자에 참여했다. 이용 고객이 새로 낸 지점의 투자자가 된 일도 있다. 한 고객은 “직접 사용해 보니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겠다”며 전체 지점 하나를 완전히 홀로 투자하고 나섰다.

홍 대표는 “세컨신드롬은 좋은 입지와 안전한 건물을 찾아 제안하고 보관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면서 “투자자와 건물주가 새로운 지점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장선희 객원기자 sunheechang01@gmail.com


DBR mini box II : Interview :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단순 임대업 넘어 도심 보관 거점 역할에 무게”

세컨신드롬은 국내에서 미니창고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공간의 아웃소싱’을 통해 제한된 공간에서도 ‘넓게 사는 즐거움’을 주겠다는 것을 사업 목표로 삼는 홍우태 대표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세컨신드롬 본사에서 만났다. 다음은 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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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신드롬이라는 사명은 어떤 의미인가.

세컨신드롬은 환경을 바꾸면 생활이 바뀌고, 생활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는 믿음을 가진 스타트업이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해 많은 사람이 보다 가치 있는 두 번째 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도록 신드롬을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을 투영했다. 첫 번째 삶이 태생적으로 부여된 의무에 충실한 삶이라면 두 번째 삶은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시장 분위기는.

사실상 참고할 만한 동종 업체가 거의 없었다. 무조건 될 사업이라는 확신보다 ‘실험한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PC나 노트북은 데이터 용량이 가득 차면 외장하드 같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데 살고 있는 집이 좁게 느껴질 때도 외장하드 같은 공간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시작점이었다. 외부 공간을 빌려 개인 물건들을 보관한다는 개념 자체가 그때는 아주 생소했다.

법인보다 개인 고객의 비중이 더 큰데.

처음부터 법인과 개인 수요 모두를 테스트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길 전면에는 사업 공간이, 후면에는 주택가가 있는 테헤란로에 첫 사무실을 오픈한 것이다. 초반에는 일반 기업 문서나 잘 쓰지 않는 물건 등이 스토리지의 주요 품목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이 생각은 빗나갔다. 지금은 개인 고객이 전체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너무 소중해서 제대로, 좋은 컨디션에서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은 품목들의 비중이 크다.

미니창고 다락에 맡긴 주요 품목들은 무엇인가.

취미 용품이 상당하다. 예컨대, 레고만 집중적으로 보관하는 고객이 있다. 수집도 하고 리셀을 목적으로 하는 분인데 이런 제품은 박스가 훼손되면 리셀 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에 보관 컨디션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한다. 커지는 ‘리셀’ 시장 역시 셀프 스토리지업에 보탬이 되고 있다. 또 야구 배트만 보관하거나 건담 프라모델만 보관하는 분도 있다. 팬클럽 차원에서 아이돌 굿즈, 브로마이드, CD 등을 보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취미 산업이 성장하는 추세가 창고 보관 품목을 살펴봐도 읽힌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오히려 사업이 급성장했다.

집을 넓게 쓰고자 하는 욕구가 창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팬데믹 외에도 1인 가구의 증가, 취미 산업의 발달 등 사회현상이 창고에 대한 관심을 점차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한 외국만 해도 소득 증가가 개인 보관 시장 성장에 큰 요인이 된다.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의 사례를 봐도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며 해당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소득이 증가하면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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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지역에 스토리지 공간이 집중돼 있다.

다락 공동투자 방식을 통해 이용객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곳곳에 스며드는 것 역시 목표로 두고 있다. 다만 숫자를 늘리기 위해 무리해서 지점을 확대하기보다 수익성이 확실히 점검된 곳, 고정 수요가 많은 곳을 꼼꼼히 판단해서 지점을 확대하려 한다.

셀프 스토리지업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이라기보다는 함께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는 동업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시장 규모가 미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작다. 이제 시작이다. 최근에는 소규모 업체들이 다락에 위탁 운영을 해달라고 문의해오기도 한다. 인수 건도 활발히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오히려 무인 운영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락만의 IT를 기반으로 한 운영 시스템을 판매한다면 또 다른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본다.

다락 공동투자 방식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인지.

점차 확대해 갈 방침이다. 취지는 간단하다. 더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다락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나중에 작은 거래소를 열고 싶은 생각도 있다. 혁신 금융 서비스로 신청해서 일종의 금융 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

시장의 리스크로 여겨지는 부분은.

새로운 시장이다 보니 뜻밖의, 새로운 상황들이 많이 펼쳐진다. ‘시행착오’가 수도 없이 반복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보니 개척자의 심경으로 사업 중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면 더 시장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미니창고 다락의 청사진은.

단순 공간 사업이 아니다. 도심 안에 ‘거점’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관과 물류는 이어져야 한다. 도심 안에 이런 물류 행위를 위한 보관 거점 역시 늘려갈 것이다. 물류 업체 라스트마일 입장에서는 거점을 도심 안에 운영하기가 부담스럽다. 다락이 보관 거점을 많이 형성해놓은 만큼 기존의 개인 고객 외에도 법인, 물류 업체와도 협업을 늘려갈 것이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서비스의 일관성과 퀄러티가 고객 가치 높여

‘미니창고 다락’과 같은 보관 공간 대여 서비스는 얼핏 생각하면 집이 있는 사람들이 굳이 돈을 주고 쓰려는 수요가 있을까 싶은 독특한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물건을 다락에 보관함으로써 집의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효과를 본다. 같은 크기 공간의 비용과 가치는 당연히 다락보다는 집이 더 높기 때문에 저렴한 공간을 빌림으로써 가치가 높은 공간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다락 서비스는 저렴한 비용으로 집을 넓히는 효과를 주는 것이 주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공간 구독(대여) 서비스

다락은 일종의 공간 구독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인 시설을 일정한 돈을 내고, 일정 기간 동안 빌리는 것이다. 호텔, 에어비앤비 같은 숙박 서비스와 테니스장과 같은 운동 시설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비슷한 유형의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 구독 서비스의 특징은 첫째, 고객의 니즈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숙박 서비스에는 동네 여인숙과 같은 저렴한 종류에서 5성급 호텔과 같은 고급 서비스, 펜션과 같은 특수한 서비스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숙박 서비스가 공존하는 이유는 고객의 니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잠잘 곳이 필요한 고객은 저렴한 시설을 이용할 것이고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 좋은 경험을 원하는 고객은 고급 호텔을 이용한다. 또한 가족이나 친구들과 경치 좋은 곳에서 왁자지껄 즐겁게 지내고 싶은 사람은 펜션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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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대여 서비스의 두 번째 특징은 가격과 함께 위치가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물리적인 공간을 빌리는 것이므로 더 많은 곳에 있을수록 경쟁력이 높아지는 ‘위치의 경제(economies of location)’가 중요하다. 즉, 고객은 이용하려는 서비스가 자기 위치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편의점이 좋은 예다. 편의점의 선택 요인은 브랜드나 제품 구색 등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많은 고객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선호한다. 여기서 좋은 서비스라는 의미는 친절함, 편리함도 포함되지만 보안이나 보관 상태와 같은 창고의 본원적인 측면이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성공 요인

다락이 초반에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은 차별화된 서비스에 있었다고 생각된다. 단순히 보관을 위한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집보다 더 정교하게 온도와 습도 등을 관리함으로써 수제 비누나 피규어와 같이 예민한 물품을 잘 보관하고 싶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다락이 온도, 습도를 더 정교하게 유지하거나 침수와 같은 자연재해에도 안전한 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이러한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지문과 앱을 통한 무인 입출고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은 편리성을 향상한다는 점에서 고객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격보다는 서비스를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특히 이러한 기술과 서비스가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될 것이다.

또한 필요에 따라 고객의 물품을 지점 간에 이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에게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캠핑용품과 같이 부피와 무게가 많이 나가고 사용하는 장소가 바뀌는 물품은 이동이 큰 골칫거리인데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가치를 더욱 높였다. 즉, 고객은 물리적인 물품의 보관만이 아니라 이동까지 구독하는 셈이므로 가치를 더욱 크게 느낄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서 기존에 잠재해 있던 공간 임대 수요를 끌어냄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키웠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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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창고 다락의 향후 전략

향후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다락은 기존의 경쟁자나 시장에 진입하는 신규 경쟁자로부터 도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락의 미래 전략의 핵심은 어떤 고객을 목표로 할 것인가이다. 창고 대여 서비스의 종류는 현재는 비즈니스 초기이기 때문에 단순한 형태이지만 앞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할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개인 보관 서비스 고객도 다양한 니즈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서 해외 근무 등으로 이삿짐을 장기간 보관하려는 고객들은 온도, 습도와 같은 것보다는 큰 공간을 저렴하게 빌리는 데 관심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서 피규어나 악기, 전자제품, 의류 등을 보관하려는 고객들은 온도, 습도와 같은 조건, 그리고 침수와 같은 자연재해에서 안전한지 등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에 비해서 업무용 물품을 자주 넣었다 뺐다 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고객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는지가 중요한 선택 요인이 될 것이다.

다락이 이러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려고 하면 비용이 올라가거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다락은 현재 온도, 습도 등에 민감한 물품의 보관 서비스에 집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직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이므로 해당 시장에서 고객의 수요를 맞추고 고객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된다. 향후 시장이 성숙해지고 비즈니스의 규모가 커지면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전략적 대안은 미니창고를 프랜차이즈 비즈니스화하는 것이다. 창고와 같은 공간 대여의 경우 곳곳에 지점이 많을수록 유리한 위치의 경제가 크게 작동한다. 현재는 점포 확장에 필요한 투자금을 ‘다락 공동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이 비즈니스가 빨리 성장하는 동안에는 서비스의 품질이 중요하다. 따라서 투자받아 지점을 직영하는 이와 같은 전략은 효과적이라고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성숙하고 경쟁사 간에 서비스가 안정화, 표준화되면 서비스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비스보다는 위치, 즉 얼마나 많은 지점이 있는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있다. 즉, 미래에는 지점의 수 자체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대비해서 프랜차이즈화하고 지점을 늘리는 전략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셀프 스토리지 비즈니스를 위한 IT와 다른 축적된 노하우를 프랜차이즈화해서 로열티를 받고 독립적인 비즈니스 소유자에게 사용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경우 당연히 프랜차이즈 점포에 대한 설비, 서비스 훈련 등을 제공하고 필요한 지원을 해서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객들은 다른 경쟁사보다 가까운 곳에 있고, 표준화되고 일관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를 선호할 것이다. 또한 점포 간 물품 이동과 같은 서비스는 점포가 많은 회사에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슷한 공간 대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호텔 비즈니스에서 프랜차이즈 행태를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임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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