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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성공적인 컬러 브랜딩

정체성과 전략 표현하는 브랜드 컬러
새로운 색에 이름과 히스토리를 입혀라

이랑주 | 357호 (2022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인간은 외부 정보 중 87%를 시각 정보에 의존하며 이 가운데 색은 시각 정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최고의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요소다. 브랜드의 색은 정체성, 핵심 전략, 핵심 소비자를 포괄해야 한다. 짙은 색은 신뢰감, 따뜻한 색은 소속감을 브랜드에 불어넣는다.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디스플레이, 모바일 환경에서 색을 쓰는 전략도 중요해졌다. 온라인 세상은 바탕이 빛나는 흰색이기에 선명한 색을 써야 이용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 그러데이션을 통해 공간감을 주거나 제품을 부각하는 방법도 주효하다.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세스 고딘이 자신의 대표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를 통해 소개해 화제가 된 용어 ‘보랏빛 소’란 압도적으로 ‘눈길을 끄는 독특한 것(remarkable, 리마커블)’을 뜻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나 광고도 반복되면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런 시대에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그냥 좋은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독보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

초원에 있는 수백 마리 소 중 보라색 소가 있다면 단 한 번만 봐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고딘은 여러 색깔 중에서도 개성이 강한 컬러인 보라색을 선택해 자신이 주장하려는 경영 개념을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인지시켰다. 만약 고딘이 보라색을 선택하지 않고 빨간빛 소, 파란빛 소라는 이름을 썼다면 어땠을까? 책 제목이 ‘붉은빛 소가 온다’였다면 과연 ‘리마커블’이라는 개념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수 있었을까? 개념을 이미지로 만들고, 그 이미지에 강력한 색을 입히는 일 자체가 ‘리마커블’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열광하는 사람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이 입소문을 내도록 만드는 전략을 써야 한다. 그 비결을 바로 ‘색(Color)의 아름다움’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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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커뮤니케이션 시대, 왜 ‘색’일까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뇌는 선택적으로 어떤 것은 빨리 인지하고, 어떤 것은 느리게 인지한다. 어떤 것은 오래 기억하고, 어떤 것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렇다면 빨리 인지하되 오래 남는 정보는 어떤 종류일까. 바로 시각 정보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 중 87% 정도가 시각 정보에 해당한다. 시각 정보는 그 어떤 형태의 정보보다 빠르고, 한 번 인식되면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주얼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은 바로 이 시각 정보를 활용한 상호 교감을 말한다.

게다가 소비자가 브랜드와 제품을 접하고 받아들이는 공간 역시 점점 더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위주로 구성되고 있으며 관련 정보의 양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사진과 영상으로 전 세계 사람이 소통한다. 고객에게 자기 제품을 알리려는 기업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소상공인까지 모두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운영을 고민한다. 경쟁자가 많아지다 보니 콘텐츠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미지를 어떻게 더 아름답고 인상적으로 만들지에 대한 고민도 점점 커진다. 크리에이터가 어떤 색상의 옷을 반복해서 입고 나오는지, 배경은 무슨 색을 쓰는지에 따라 소비자의 호감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모두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비주얼 전문가가 돼가는 시대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더 눈에 띄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드는지가 브랜드를 인지시키는 성공 전략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비주얼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강력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색’이다. 한국색채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치는 감각은 시각 70%, 청각 20%, 기타(후각, 촉각, 미각) 10%의 순이다. 그리고 시각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요소가 바로 색이다. 색이라는 시각 정보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하다. 우선 ‘차별성’을 만들어낸다. 유사한 성능과 디자인을 가진 두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각기 다른 종류의 색을 쓰는 것이다. 마케팅 회사 WebpageFX에 따르면 소비자들 중 85%가 어떤 제품을 다른 제품보다 선호하는 이유로 색을 꼽았고, 80%는 브랜드가 기억에 남는 데 색이 도움을 준다고 답했다. 아름다운 색이 제품과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1 그렇다면 색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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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색을 써야 하나

브랜드 컬러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다.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 핵심 전략, 핵심 소비자와의 결합이다. 유기농 식품을 배송하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대부분은 이 회사나 브랜드를 상징하는 메인 색상으로 가장 먼저 초록색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의 핵심 전략이 ‘새벽 배송’이라면? 새벽을 연상시키는 색을 써야 한다. 새벽과 가장 가까운 색은 무엇일까. 혹시 검정? 하지만 검정은 밤의 색이지 새벽의 색깔이 아닐뿐더러 식품을 주로 다루는 플랫폼이 검정이면 세련된 느낌은 줄 수 있어도 활력이 떨어져 보인다. 해가 떠오를 때를 연상시키는 노란색을 쓰면 아침 배송일 수는 있어도 새벽 배송은 아니다. 그렇다면 보라색은 어떨까? 이쯤 되면 어떤 브랜드의 이야기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마켓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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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의 보라색이 강력해 보이는 이유는 ‘새벽 배송’이라는 핵심 전략을 연상시키는 색이기 때문이다. 또한 마켓컬리는 자신들의 소비자를 30대 중산층 주부로 잡았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데 익숙하며, 더 싼 물건을 사려고 하기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흔히 볼 수 없는 물건을 찾고 싶어 한다. 보라색은 또한 ‘고급’의 상징이다. 보라색의 이러한 특성이 마켓컬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타깃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사람들이 색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색상 자체가 예쁘다, 안 예쁘다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색을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느낄 때 비로소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다. 누구를 향해 어떤 내용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가. 이 과정을 가장 잘 전달하는 색을 내세울 때 사람들은 신뢰를 보내게 된다.

특히 신생 기업은 컬러 커뮤니케이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기존의 브랜드들은 고객과 함께 쌓아온 경험이 있지만 신생 기업은 고객과 함께 만들어온 경험이 없다. 그 경험을 빨리, 많이 쌓는 것이 결국 브랜드가 성공하는 비결이다. 신생 기업은 흐릿한 경험 백번보다 강렬한 경험 한 번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새로 시작하는 기업일수록, 소규모의 기업일수록 도전적인 색을 써야 하고 자기 소비자들에게 맞는 색을 선택해야 한다.

퀸잇의 사례를 살펴보자. 퀸잇은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40대 이상 여성을 위한 패션 앱이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패션 플랫폼 5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기업 가치도 2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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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입점된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가격은 합리적이다. 퀸잇의 초창기 슬로건은 ‘여왕들의 선택’이었다. 퀸잇은 이 슬로건에 어울리도록 핵심 타깃의 연령층에 맞는 색으로 ‘로열 퍼플’ 계열의 보라색을 선택했다. 만약 퀸잇이 다른 패션 앱 지그재그처럼 핑크를 주제 색으로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처럼 40∼50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지는 못했을 것이다.2

처음 본 브랜드가 믿음이 가는 이유

색을 통해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릴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도 전달할 수 있다. 스키장에 가면 초급자에서 전문가까지 난이도가 다른 코스들이 있다. 이 코스를 구분할 때 어떤 색으로 표시하는지를 살펴보면 우리가 색을 통해서 ‘쉽다’ 혹은 ‘어렵다’를 판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키장에서 초급자 코스는 노란색으로 표시한다. 최고난도 코스는 검정으로 표시한다. 짙고 어두운색일수록 어렵고, 옅고 밝은색일수록 쉽다고 느낀다. 태권도에서도 초급이 흰색이나 노란색 띠를 차고, 유단자로 갈수록 짙은 색을 쓴다. 검은색 띠가 최고수를 뜻한다. 이러한 구분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경향을 보인다. 어떤 색을 통해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전문적’이라고 느끼기도 한다는 의미이다. 색을 잘 사용하면 전문적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도 있다.

미국의 밀키트 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은 2012년에 처음 등장했다. 반조리 식품을 많이 이용하는 시대가 되면서 밀키트 제조 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재료가 괜찮을지 사실 불안한 마음도 갖고 있다. 식품 산업에서는 특히 신뢰가 생명이다. 이런 사실을 전제로 블루에이프런은 브랜드의 주제 색으로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빨강이나 오렌지색? 아니면 깨끗한 재료를 상징하는 녹색?

브랜드명을 눈여겨봤다면 정답은 쉽게 찾았을 것이다. 브랜드 이름인 ‘블루에이프런’을 따라 파란색을 사용했는데 그중에서도 밝은 톤이 아닌 짙은 ‘딥블루’를 썼다. 옅은 파란색보다는 짙은 파란색이 더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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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색의 짙고 옅음은 해당 브랜드의 가격 인지에 영향을 준다. 『사고 싶은 컬러 팔리는 컬러』라는 책에서는 영국 슈퍼마켓 브랜드들의 간판 색과 로고 색을 다음과 같이 비교한다.3 영국의 슈퍼마켓 가운데 저가형 슈퍼마켓인 아스다는 밝은 녹색을, 고가형 슈퍼마켓인 웨이트로즈는 진한 녹색을 쓴다. 그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하는 막스 앤드 스펜서는 검은색을 사용한다. 위의 사례로 같은 녹색이어도 옅은 녹색은 저가형으로, 짙은 녹색은 고가형으로 느껴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색의 변화를 통해 ‘비싸도 살 만한 물건’이라는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색은 달라야 한다

브랜드의 팬덤을 쌓고 팬덤 내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은 거의 모든 브랜드의 핵심 과제가 됐다. 색은 신뢰감뿐만 아니라 소속감을 높이는 데도 사용된다. 언젠가 한 작가가 SNS에 이런 말을 남긴 것을 봤다. “전국의 빨간 차 동호회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주말 정기모임에서 뵙겠습니다.” 혈연, 지연, 학연과 전혀 관계가 없는 동호회 사람들은 오로지 빨간 차를 소유했다는 이유로 소속감을 느끼고 함께 모이며 구성원의 활동을 적극 지지, 지원한다. 물건을 통해 연대감을 느끼는 경향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 들어 훨씬 더 강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학연, 지연 등과 같이 ‘주어진 소속감’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선택한 소속감’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 자신이 선택한 커뮤니티인 만큼 스스로를 더 잘 표현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색은 사회적 이슈와 결합된 소속감을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핑크 리본’이다. 핑크 리본은 유방암 퇴치를 상징한다. 1991년 수전 G. 코멘(Susan G. Kommen) 유방암재단은 유방암으로부터 생존한 사람들이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서 핑크 리본을 나눠줬는데 이때부터 핑크 리본은 여성의 건강을 상징하게 됐다. 매년 10월이 되면 미국 뉴욕 곳곳에서 핑크 리본을 볼 수 있다. 여성들을 고객으로 하는 여러 기업에서 핑크 리본을 단 수많은 제품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수익금의 일부를 유방암 치료비로 기부한다. 핑크 리본이 있었기에 여성 고객들이 소비를 통해 소속감을 확인할 수 있는 캠페인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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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소속감을 강조하는데 이는 ‘좋은 느낌’이어야 한다.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핑크는 신체적 건강을 연상시키며 병의 아픔보다는 병을 이겨낸 ‘건강한 여성’을 상징한다. 그래서 메시지가 더 많이 확산될 수 있었다. 따라서 소속감을 높이는 색은 차가운 계열보다는 따뜻하고 밝은 컬러가 좋다. 소속감을 무기로 시작한 스타트업 기업들을 보면 실제 브랜드 컬러를 따뜻한 계열의 색상으로 정한 사례가 많다.

국내 최초로 독서 모임을 사업화한 ‘트레바리’는 따뜻한 오렌지색이 주제 색이다. 반면 다양한 독서 모임의 컬러를 보면 주로 지적인 느낌을 주는 파란색 계열이 많다. 독서는 ‘개인적 경험’이고 독서 모임은 ‘사회적 경험’이라는 것을 트레바리는 알고 있었다. 혼자 하는 독서에서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타인의 생각이나 자신이 무관심하게 여기는 영역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곳이 바로 독서 모임이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서 사회적 경험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따뜻한 색 계열의 오렌지를 주제 색으로 선택하고, 톤을 낮춰 지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세상을 지적으로 사람을 친하게’란 트레바리의 슬로건에 맞는 컬러를 선택한 것이다. 마켓컬리가 인수한 여성 커리어 성장 지원 커뮤니티 ‘헤이조이스’ 역시 밝고 따뜻하며 에너지가 느껴지는 노란색을 주제 색으로 쓰고 있다. 창업자를 비롯해 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여성들의 긍정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데 레몬옐로우가 잘 어울린다. 이렇듯 커뮤니티 기반의 소속감을 강조하는 브랜드의 컬러는 차가운 계열보다 따뜻한 계열을 선택해야 더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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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백색의 세계를 이해하라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디스플레이 기술은 정점에 달했다. 수많은 컬러의 차이를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인간의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색을 기술로 만들어내고, 모니터로 구현하는 시대가 됐다. 파란색이라고 해도 옅은 파랑, 짙은 파랑 정도가 아니라 ‘미네랄 블루’ ‘인디고블루’ ‘스민트 블루’ 등 미세하게 다른 색들이 등장했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색색의 이미지들을 보면 고객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 브랜드를 신뢰하는 기준으로서 색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색을 사용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항상 바탕이 흰색이라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만 주제 색-보조 색-바탕색이 있는 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주제 색-보조 색-바탕색이 있다.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흰색이 바탕색이다. 특히 모니터와 액정을 통해 ‘발광하는 흰색’의 세계다. 이 빛나는 흰색과 어울렸을 때 제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혹은 내 브랜드가 더 빨리 인지되려면 더 선명한 색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모니터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화면 또한 작아졌다. 여기에 맞춰 온라인에서 보이는 이미지도 더 작아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크롬 로고의 변천사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이후 8년 만인 2022년, 크롬은 로고를 다시 디자인했다. 구글 소속 디자이너 엘빈 후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변화한 크롬 로고 디자인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면서 그 미묘한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2014년과 2022년의 크롬 로고는 형태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 중앙에 파란색 동그라미가 좀 더 커졌을 뿐이다. 하지만 컬러는 훨씬 더 선명해졌다. 또한 그림자가 없어졌다. 후는 “초록색과 빨간색을 나란히 배치해 색상에 음영을 넣을 경우 불쾌한 색상 진동이 발생한다”며 “이 사실을 발견하고 미세한 진동을 없앴으며 동시에 로고를 단순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색을 사용할 때는 사람들의 눈에 인지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걷어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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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색상을 쓸 때는 오프라인보다 더 밝고 선명한 색을 사용해야 시선을 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색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색상별로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의미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에서는 화려한 특정 색상을 사용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블랙 앤드 화이트’도 좋은 전략이다. 온라인 화면에서 보이는 검정과 흰색은 빛을 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더 가독성이 좋게 느껴진다. 무신사, 크림, 에스아이빌리지, W컨셉 등의 패션 플랫폼 앱들은 모두 검정 바탕에 흰 로고를 쓰는 디자인을 사용한다. 해외 패션 플랫폼 앱들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온라인의 바탕이 흰색이다 보니 검정 사각형이 눈에 빨리 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패션 플랫폼이 그 안에 수많은 브랜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입점해 있는 브랜드의 다양한 정체성을 다 담기 위해 모든 색을 포용하는 검정이라는 색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블랙 앤드 화이트 전략을 잘 활용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미국의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다. 사용자의 80%가 밀레니얼세대인 이 앱은 2015년 애플 디자인 어워드(Apple Design Awards)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로빈후드 앱의 디자인은 무엇이 다를까.

먼저 단순한 디자인이다. 복잡하게 정보를 나열하지 않고,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명확하면서 뚜렷한 방식으로 표시하는 색상을 선택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로빈후드 앱에는 ‘낮과 밤’ 모드 가 있는데 주식시장이 열려 있을 때는 흰색 배경, 닫히면 검은색 배경을 사용한다. 로빈후드의 사용자는 평균 연령이 26세이며 그들 중 50%가 매일, 90%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앱을 방문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처럼 고객들의 앱 방문 빈도가 높다는 장점을 살려 로빈후드는 24시간 열려 있는 온라인 세상에서 바탕화면 색의 변화만으로 거래 가능 시간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방법을 택했다. 고객이 무엇을 불편하게 느낄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색을 통해 더 빠르게 더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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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계의 바탕이 흰색이라 생길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저렴한 느낌이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바탕색을 바꾸어 제품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하는 방법이 있다. 러시아의 디저트 브랜드 ‘본제니’의 웹사이트는 바탕 전체가 검정으로 돼 있다. 검정색 바탕에 색색의 마카롱, 케이크 등의 이미지가 놓여 원색 또는 파스텔톤인 디저트의 색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동시에 고급스럽게 보인다.

온라인 화면이 늘 발광하고 있다고 해도 온라인 세계에는 오프라인과 달리 ‘빛(조명)’이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명은 입체감과 물질감을 느끼게 하는 데 필수 요소이다. 조명이 없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보여주기 힘든 색이 바로 금색과 은색이다. 귀한 금속의 질감에서 유래한 금색과 은색은 빛이 있어야만 제대로 표현이 된다. 인위적으로 빛의 효과를 주는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실제 사진을 찍어 제품을 보여줄 때도 조명과 자연광을 잘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금색과 은색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고급스러움이 느껴질 수 있다.

아름다운 색에는 스토리가 있다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다.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에디터 출신인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Kassia St. Clair)는 『컬러의 말』라는 책에서 75개의 색과 그 색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는 읽는 것만으로 사람에게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색의 이름이 나온다. ‘나폴리 옐로’ ‘쇼킹 핑크’ 등 정확하게 어떤 색상인지 모르지만 이름에서 바로 고유한 감성이 느껴진다. “색이란 사람들이 각자 다르게 인식하는 감정에 대한 경험”이라고 한 철학자 괴테의 통찰이 색의 이름만 봐도 느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소비 과정에도 이미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이제 단순히 흰색이라고 말하지 않고 도자기와 같은 흰색을 표현하는 ‘포슬린 화이트’라고 표현한다. 갈색에 ‘황실’을 뜻하는 단어를 붙여 ‘임페리얼 브라운’이라고 부른다. 이런 색의 이름을 붙인 제품은 수백만 원대의 고가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가격을 설득시킨다.

그런 점에서 색을 아름답게 잘 활용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새로운 색’을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색은 없던 색상을 만드는 일인 동시에 색에 이름과 의미를 붙이는 일이다. ‘티파니 블루’처럼 명칭을 붙이고 히스토리를 입히는 것이다. 이는 브랜딩 전략의 확장판과 같다.

색채 분야의 최초의 국제적 전문가 미셸 파스투로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색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사고하는 경향이 도리어 소비자들에게 반감을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물과 관련된 제품이라고 모두 파란색일 수 없다. 오히려 그렇게 접근하면 색이 가진 다채로운 힘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브랜딩이란 내 고객이 나를 계속해서 기억하게 만들고, 나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브랜딩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왔던 컬러가 이제는 브랜딩의 핵심이 돼가고 있다. 기존의 상식과 유행하는 컬러에서 벗어난 과감한 시도들을 해보길 권한다.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 brandvisualizer_lab@naver.com
필자는 국내 1호 비주얼머천다이징(VMD) 박사로 비주얼브랜딩 전문회사 위박스브랜딩 대표이자 VMD 전문회사 VMD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 여러 기업의 비주얼 전략 자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좋아보이는 것들의 비밀』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등의 저서가 있다. 2022년 5월 사람의 욕망을 움직이는 10가지 색의 법칙을 다룬 책 『위닝컬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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