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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뇌 건강관리 앱 ‘데카르트’의 차별화 전략

치료제 아닌 ‘뇌 비타민’으로 포지셔닝
5060 남 모를 치매 고민, 게임으로 해결

배미정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뇌 건강관리 앱 데카르트가 5060 여성을 타깃으로 시장성을 검증하는 데 성공한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시장에서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공백을 발견하고 고객의 지불 의사 가격(Willingness To Pay)과 브랜드 확장성을 고려해 ‘뇌 건강’을 키워드로 잡았다.

2. 뇌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목적으로 데카르트 앱을 치료제가 아닌 뇌 건강에 좋은 ‘비타민’, ‘피트니스 서비스’로 포지셔닝했다.

3. 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인력과 플랫폼을 활용하고 게임의 문법을 적극 도입함으로써 뇌 건강에 유익한 동시에 시니어 세대도 재밌게 꾸준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했다.

4. 5060세대가 별다른 도움 없이도 혼자서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유튜브와 카카오톡의 기본 기능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은 과감하게 제거했다.



인구 고령화로 전체 인구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 시니어 세대를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가 각광받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주민등록 기준 50대 이상 인구 비중은 41.2%로 앞으로 몇 년 안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녀 세대에 의존해 노후 생활을 준비해온 기존 시니어와 달리 자기 부양 능력을 갖추고 취미와 소비를 활발하게 즐기는, 일명 ‘뉴시니어’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이 초고령화 사회의 핵심 소비 주체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이처럼 시니어 산업이 각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시니어를 타깃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스타트업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창업가 대다수가 20∼30대로 상대적으로 시니어 세대의 니즈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니어 세대는 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란 고정관념도 여전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50∼60대는 모바일 서비스에 굉장히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의 한국의 소비생활 지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의 디지털 소비 경험률은 57.6%로 2019년 5.6%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한국갤럽의 2021년 미디어 •콘텐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대의 90% 이상, 60대의 60% 이상이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와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데카르트는 최근 디지털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5060을 타깃으로 뇌 건강관리 앱 ‘데카르트’를 만들었다. 건강/운동 카테고리 앱 중에서 5060을 타깃으로 삼은 앱은 데카르트가 유일하다. 2021년 3월 출시된 앱 데카르트는 차별화된 타깃층을 대상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은 덕분에 출시 1년이 채 안 돼 2021년 구글플레이 선정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에 선정됐다. 유료 앱인데 결제 고객의 70%가 5060 여성이다. 데카르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 7월 미래에셋벤처투자, 우아한형제들, 인사이트에퀴티파트너스로부터 50억 원의 프리A 투자금을 유치했다. 불과 7명의 팀원이 이뤄낸 성과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벤처 투자 시장이 보수적으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데카르트는 제품의 객관적인 시장 검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주종호 우아한형제들 투자팀 이사는 “초기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향후 스케일업을 위한 발전 단계별로의 비전과 실행 계획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데카르트 앱이 5060 여성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그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배경과 실행 전략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이제빈 데카르트 대표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데카르트 앱의 차별화 전략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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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컨설턴트에서 창업가로

데카르트를 창업한 이제빈 대표는 이공계 출신으로 컨설팅 업계에서 7년간 일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 공학부 석사 과정에서 반도체 설계를 전공한 이 대표는 동기와 선후배들이 유학 아니면 창업의 길을 택할 때 대기업으로 향했다. 시장과 산업 전반을 이해하고 싶은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다. 전문연구요원제도로 삼성전자에서 국내 최초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갤럭시A를 만드는 데 참여한 그는 뒤이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소비재와 기술, 미디어 및 통신(TMT) 대기업들의 전략을 컨설팅했다. 고객이 의뢰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해결책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컨설턴트의 일은 이 대표 본인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웠다. 하지만 주변에 창업한 동문들을 지켜보는 마음 한편에는 언젠가 나도 창업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그렇게 7년간 컨설턴트로 일한 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컨설턴트 출신답게 이 대표는 창업을 목표로 전략 컨설팅을 한다는 관점에서 현재 시장 분석부터 시작했다. 언더독이 경쟁에서 승리할 기회를 잡으려면 일단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각종 산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8년 당시 한국 내 산업 카테고리 중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영역은 시니어, 교육, 게임으로 꼽혔다. 창업을 한다면 아이템은 무조건 이 3가지 분야 중 하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창업하기에 앞서 대학 동문들이 창업한 온라인 코딩 교육 플랫폼 ‘앨리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1년간 일하면서 전략기획, 재무, HR 등 교육 스타트업 경영의 전반을 경험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에이션(ideation)’과 ‘팀 빌딩’에 나섰다.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문제

이 대표는 3가지 성장 산업 중에서도 시니어 영역이 성장률은 높은데 교육과 게임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다음의 3가지 질문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다. 첫째, 디지털 헬스케어는 왜 돈을 벌지 못할까? 둘째, 50대 이상을 타깃으로 하는 시니어 시장에는 왜 스타트업의 디지털 혁신이 없을까? 셋째, 과연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조 단위의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을까?

첫 번째 질문은 왜 기존의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앱이 고객의 지불의사가격(Willingness To Pay, WTP)1 을 높이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인기 앱은 대부분 무료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이 불안정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SNS에는 이미 퀄러티가 높으면서 무료로 제공되는 헬스케어 관련 콘텐츠가 넘쳐난다.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돈을 지불하고 앱 서비스에 가입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새로운 앱을 만든다면 반드시 SNS보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WTP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팀원을 구하는 과정에서 힌트를 얻었다. 당시만 해도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디지털 서비스가 드물었다. 20∼30대 개발자들 입장에서 시니어 헬스케어는 패션, 커머스같이 트렌디한 아이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주변의 소개, 콜드콜 등으로 50명의 개발자를 만나서 사업 기획을 설명하면 기껏해야 한두 명 정도가 관심을 가지는 수준이었다. 개발자들과 접촉하면서 이 대표는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가 발전하지 못한 원인이 ‘수요’가 아닌 ‘공급’에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빠르게 확대되는 데 반해 이들을 위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고민하는 개발자들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유의미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마지막 질문과 관련해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규제 완화 흐름과 그에 따른 업계의 지각변동에 주목했다. 그동안 헬스케어 영역은 병원과 제약사가 주된 주체인 규제 시장으로 스타트업이 진출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의료 시장의 무게추가 디지털로 이동하고, 애플,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면서 국내에도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2021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역대 최대 자금이 몰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벤처 투자의 관심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집중됐다. 국내에도 ‘제1호 디지털 치료제’가 출현하고 원격 의료가 활성화되면 핀테크 분야의 ‘토스’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도 유니콘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유니콘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하는 지금, 이 시기야말로 시장을 선점할 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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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의 ‘뇌 건강’에 주목한 이유

시니어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기로 결심한 이 대표는 수많은 질병 가운데 과연 어떤 질환에 대한 소비자들의 WTP가 가장 클지를 따져봤다. 우선 무료 앱들이 판치는 시장에서 50대 이상이 돈을 내는 앱 서비스를 만들려면 질환 중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환에 관한 서비스여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9년 보건복지부 설문 조사 결과를 봤더니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으로 치매가 55%로 암을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치매와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통칭한 뇌 질환 환자는 최근 10년간 20배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특히 여성 비율이 70%에 달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인 ‘뇌 건강’을 키워드로 잡으면 소비자의 WTP를 높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하버드의대, 존스홉킨스의대 등에서 발간한 ‘뇌 건강’과 관련된 논문들을 모조리 찾아 읽기 시작했다.

논문을 읽고 공부하면서 이 대표는 뇌 건강이라는 키워드의 확장성이 어마어마함을 깨달았다. 뇌는 여러 부위로 나뉘어 있으며 기능이 제각기 다른데 뇌 건강을 유지하려면 이런 다양한 부위를 균형 있게 자극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더하기, 빼기 같은 계산 등을 통한 인지력 향상뿐 아니라 운동, 식생활, 명상, 언어 공부 등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뇌 건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웰빙의 의미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여기서 이 대표는 뇌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웰니스(wellness)2 영역 전반으로 비즈니스를 확장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캐치했다. 시중에 먹는 법, 운동하는 법, 멘탈 관리하는 법, 배우는 법 등 각각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다 같이 제공하는 앱은 없었다. 두뇌 운동을 위한 게임만 시키는 다른 뇌 건강 관리 앱과 달리 데카르트가 영어 공부와 일기 쓰기, 명상, 홈트레이닝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토털 웰니스 앱’을 지향하게 된 배경이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뇌 건강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는 어떨까? 이 대표는 브레인스토밍한 가설이 맞는지 시니어 세대에게 직접 확인받고 싶었다. 뇌 질환의 위험군인 50대 이상 여성들이 과연 실제로 치매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정말 시중에 치매 관련 디지털 서비스가 부족한 게 맞는지 등이 궁금했다. 그래서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강남 신세계백화점의 문화센터가 위치한 층의 카페에 3개월가량을 출퇴근하듯이 가서 죽치고 앉아 있어 봤다. 오전 10시 이후나 점심시간 이후가 되면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온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카페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 대표는 그들에게 케이크를 대접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들뻘 돼 보이는 젊은 청년이 대낮에 백화점 카페에 있는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여성분들이 먼저 이 대표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그렇게 다수의 50대 이상 여성과 대화를 나눈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이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경도인지장애’란 단어를 처음 접했다. 주변의 20∼30대 중에서도 경도인지장애를 아는 사람은 10명의 1명꼴에 불과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백화점에서 만난 50대 이상 여성들은 전문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도인지장애 등 뇌 질환의 양상과 관리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평소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덕분에 뇌 질환이 얼마나 위험한지, 뭘 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학습한 상태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뇌 질환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거나 예방을 위해 제대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기껏해야 브리지 같은 카드 게임을 한다는 게 관리의 전부였다. 기존 앱 서비스들은 어렵거나 쓰기 불편하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치매 관련 프로그램들은 낙인이 찍히는 것 같아 이용하기 꺼려진다고 했다.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가 수요가 아닌 공급에 있다는 자신의 가설이 맞음을 다시금 확신할 수 있었다. 50대 이상 여성들의 뇌 건강관리 수요는 큰 데 반해 현 시장에는 이들이 기꺼이 이용하고 싶은 마땅한 디지털 서비스가 없었다.

뇌 질환이 굉장히 두려운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자식 세대인 2030세대와 부모 세대인 5060세대 간에 뇌 건강에 대한 인식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대부분의 치매 증상은 비가역적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중증화를 지연시키는 것이 유일하고도 중요한 조치이다. 그런데 자식 세대는 정작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개념조차 모른다. 그래서 뒤늦게 부모가 치매 수준으로 증상이 심해졌을 때야 병을 발견해서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른 한편, 부모 세대는 경도인지장애가 어떤 병인지 너무나 잘 알고 걱정이 많지만 혹시라도 치매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힐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예방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주변에 얘기도 못하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조차 회피한다. 치매는 한 번 걸리면 치료도 어렵고, 가족을 포함해 사회의 골칫덩어리가 된다는 두려움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젊은 세대의 무지와 중장년층의 두려움의 간극으로 인해 그 누구도 뇌 건강 문제를 제대로 직면해서 관리하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 대표는 “뇌 건강 관리의 첫걸음은 사회적 저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뇌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꾸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데카르트의 상품성 차별화 전략

1. 치료제가 아닌 ‘비타민’으로 포지셔닝

데카르트는 치매의 예방과 진단, 치료의 영역 중에서 철저히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3 의 허가, 심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전격 발표한 이래로 그동안 앱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던 많은 스타트업이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로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데카르트의 포지셔닝이 뇌 질환 ‘치료제’가 아닌 뇌 건강을 위한 ‘비타민’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가 게임 체인저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까지, 즉 임상 검증과 심사, 허가에 이어 보험 수가가 정해져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치료는 이 대표 본인의 전문 영역이 아닐뿐더러 게임 개발자가 주축인 데카르트 팀이 잘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었다. 이 대표는 그보다도 지금 시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빠르게 검증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치매 예방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조치는 5060세대들이 조기 진단과 예방을 외면하고 회피하지 않도록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예방과 치료법이 있더라도 사회적인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회피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치매 혹은 경도인지장애는 증상이 발생하기 전부터 일찍이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뇌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운, 부정적인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데카르트가 내세운 핵심 콘셉트가 바로 매일 실천하는 ‘브레인 피트니스’다. 뇌 건강관리를 누구나 혼자서 집에서 쉽게 규칙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운동으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데카르트 앱은 유저가 매일 일정한 루틴을 실천하도록 콘텐츠를 구성했다. 유저가 처음 접속하면 간단한 뇌 건강 자가 진단 테스트를 진행하고 오늘 실천할 목표 활동을 설정한다. 목표를 전부 달성하면 그에 대한 평가 결과와 보상 퍼즐을 받을 수 있다. 유저는 필수 활동인 두뇌 운동뿐 아니라 왕초보 영어 같은 학습, 셀프 도수 치료, 필라테스 같은 70개 홈트 영상, 호흡/수면 가이드, 명언과 건강 정보 등의 선택 활동을 목표 활동으로 지정해 수행한다. 인지 영역 강화에 도움이 되는 두뇌 운동으로 총 20여 종의 게임이 준비돼 있는데 사고력, 집중력, 언어력, 계산력, 기억력 등 각각의 인지 능력 개발에 효과적인 게임을 매일 랜덤으로 제안한다. 게임의 콘텐츠는 실제 뇌 건강 관련 논문에서 전문가들이 설계한 실험 내용을 참고해 변형한 것이다. 이 대표는 “게임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활동을 통해 뇌의 다양한 영역을 자극할 수 있다”며 “병원에 가길 두려워하는 사람도 매일 숙제처럼 데카르트에서 꾸준히 두뇌 운동을 실천하면서 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게임 개발자 중심의 팀 빌딩

데카르트 팀이 DTx 개발 스타트업과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처음부터 게임 개발자와 디자이너 중심으로 팀 빌딩을 했다는 점이다. 의료진 출신이 주축이 되는 DTx 팀과 달리 데카르트는 건강관리 앱인데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의도적으로 의료진의 개입을 차단했다. 의학적 효과를 엄밀하게 따지기 이전에 게임처럼 재밌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중독성’으로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피트니스 같은 헬스케어 서비스는 소비자가 아무리 유익하다는 점을 잘 알아도 꾸준히 실천하기가 힘들다는 게 특징이다. 1년 치 피트니스 회원권을 끊고서 한 달도 못 가 포기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데서 잘 알 수 있다. 헬스케어 관련 앱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초기 고객을 모으는 데 성공하더라도 리텐션율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이 대표는 이런 헬스케어 디지털 서비스의 본질적 한계를 게임의 문법으로 깨고 싶었다. 게임만큼 재밌으면서도 뇌 건강에도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개발자를 구할 때 처음부터 넥슨, 선데이토즈 등 잔뼈가 굵은 게임회사 출신을 고집했다. 하지만 카이스트와 스타트업 등 각종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수십 명의 개발자를 만났지만 젊고 실력이 있으면서, 5060세대 뇌 건강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를 찾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대 개발자를 상대로 부모 세대의 뇌 건강 문제에 대한 공감을 얻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를 설득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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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 서비스를 기획하는 와중에 블록체인 게임을 먼저 출시한 것도 팀 내 게임 개발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해 빠르게 실행해 본 프로젝트였다. 2018년 하반기, 게임 시장에서 한창 블록체인과 코인이 주목받고 있을 때 블록체인을 결합한 게임 ‘이오스나이츠’를 출시했는데 한때 일간 활성 이용자 수와 트랜젝션 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블록체인 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성과를 토대로 2019년 4월 법인 비스킷랩스(데카트르의 前 사명4 )를 설립하고 라인 등에서 10억 원의 시드 투자도 받았다. 그런데 2019년 중반 이후 게임등급위원회가 사행성을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게임위가 아닌 구글/애플 앱스토어 등으로부터 자율 심의를 받는데 2020년 5월 게임등급위원회가 구글/애플스토어에 국내 블록체인 게임의 승인이 불가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규제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조짐을 감지한 비스킷랩스는 과감하게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바로 그해 6월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내렸다. 블록체인은 당시 비스킷랩스가 갖고 있던 포트폴리오 중 하나였을 뿐 최종 목표가 아니었기에 신속하게 내릴 수 있었던 결정이었다. 그리고 팀은 자연스럽게 기존에 구상했던 데카르트 앱으로 빠르게 피벗(pivot)해 2021년 3월 데카르트의 베타 버전 앱을 출시한다. 앱의 이름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유명한 근대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이름에서 따왔다.

3. UX의 롤모델은 ‘애니팡’

데카르트 앱을 디자인할 때 최우선 기준은 50대 이상 유저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개발 팀은 홈트레이닝, 영어 공부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앱 스토어의 관련 섹터에서 인기 순위 상위 앱들이 다루는 콘텐츠를 심층 분석했다. 하지만 이런 인기 앱들은 2030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앱으로 50대 이상이 사용하기에는 UX 측면에서 어렵고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에 데카르트는 기존 인기 앱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카카오톡과 유튜브 기본 기능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은 과감히 제거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즉, 카카오톡과 유튜브를 활발하게 쓰는 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UX를 시니어 친화적으로 간소화한 것이다. 또한 고객센터를 통해 꾸준히 접수되는 앱 이용의 불편 사항을 수시로 반영하면서 시니어 세대에 친화적인 UX 디자인의 노하우를 학습했다. 고객센터 담당자는 다름 아닌 이 대표였다. 이 대표가 고객센터로 들어오는 모든 고객 문의에 응대했다. 이 대표는 “아이콘을 크게 만들었는데도 잘 못 찾겠다는 불편 사항을 들으면서 시니어 세대들이 그동안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얼마나 어려움이 컸을지를 실감했다”며 “시니어 세대들도 데카르트를 통해 그동안 20∼30대들만 사용했던 다양하고 재밌는 디지털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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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두뇌 게임 콘텐츠는 50대 이상이 즐겨 쓰는 애니팡, 캔디크러시 같은 게임의 UX를 적극 참고해 개발했다. DTx 기업이라면 앱을 개발할 때 임상 검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의료적 관점에서 신경 써야 하는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데카르트는 유저가 재밌게 꾸준히 쓸 수 있도록 콘텐츠에 게임적인 요소를 적극 반영했다. 예컨대, ‘더 높이’라는 아이스크림 쌓기 게임을 하다 보면 중간에 보너스로 아이스크림을 ‘팡팡팡’ 소리를 내며 쌓아주는데 애니팡이 보너스 콤보로 블록들을 한꺼번에 없애면서 예기치 못한 놀라움(Unexpected surprise)을 선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또 영어 문장 완성 테스트를 하다 보면 갑자기 쉬운 문제가 나와서 빨리 풀고 넘어갈 때가 있는데 중간중간에 유저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넣은 장치이다. 만일 게임의 주목적이 유저의 인지 능력을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었다면 이런 확률적인 장치를 넣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데카르트의 주목적은 두뇌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뇌 건강관리를 시작하도록 하는 것이다. 매일 유저가 자신의 감정을 트래킹하는 ‘마음 일기’는 캘린더를 꽃밭으로 만들어 유저가 매일 기록을 통해 꽃을 심는 이미지로 디자인했는데 ‘어떻게 50대 여성들이 매일 심리 상태를 기록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물이었다.

게임에서 차용한 UX의 또 다른 예로 ‘보상 퍼즐’도 5060 유저들에게 인기다. 데카르트는 매일 유저가 활동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오늘 실천한 두뇌 운동에 대한 분석 결과와 더불어 퍼즐 조각을 제공한다. 유저는 활동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퍼즐 조각을 모을 수 있으며 모은 퍼즐 조각을 다 맞추면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이는 게임에서 자주 쓰는 문법으로 유저의 행위에 비례해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고 성취도를 높이는 장치이다. 이런 보상 시스템은 데카르트 앱의 5060 유저들에게도 통했다. 처음 보상 퍼즐을 실험적으로 도입하면서 최소 3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90개의 그림 퍼즐을 만들었는데, 일주일 만에 90개를 전부 다 완성한 유저들이 나와 신속하게 업데이트를 해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광영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원칙을 지키면서 앱 전반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녹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시작은 뇌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디지털 정보 격차를 줄이는 것을 지향한다”며 제품철학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데카르트가 게임적인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유니티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도 다른 서비스 앱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유니티는 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엔진이다. 데카르트는 유니티를 활용해 초기에 적은 인력으로 빠른 속도로 앱을 만들고, 물리 엔진 등의 기능을 활용해 게임과 같은 그래픽 화면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인력과 의사결정 프로세스,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이 타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와 차별화된 데카르트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유료 모델로 제품 시장성 검증

데카르트는 앱 출시 3개월 만에 고객의 WTP를 검증하기 위해 한 달에 9900원의 과금을 시작했다. 유료 구독자 2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6월부터 약 10개월간 고객 생애가치(Life Time Value)5 를 측정한 결과 2022년 3월 기준 LTV가 월 평균 7만 원까지 상승했다. 이는 고객 1인당 평균 약 7개월간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표가 목표로 했던 LTV 4만 원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였던 데다 1인당 3만∼4만 원 수준이었던 고객 획득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보다도 높았다. 무료 체험 일주일 이후의 유료 전환율도 4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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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앱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고객의 WTP뿐 아니라 데카르트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주요 특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결제 주체는 5060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물론 5060을 타깃으로 만든 앱이지만 과연 5060이 실제로 앱에서 결제를 할지는 이 대표 본인도 반신반의였다. 앱을 출시하면서 ‘엄마 아빠의 두뇌 운동 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도 부모보다는 2030 자식 세대를 공략해 부모를 위해 선물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실제 결제 데이터를 들여다보니 유료 결제 고객의 무려 70%가 5060 여성이었다. 이 대표는 “경도인지장애가 뭔지도 모르는 2030세대가 나서서 부모에게 선물을 할 리가 만무했는데 다시 한번 시니어 세대에 대한 내 고정관념이 깨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시간대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이 포착됐다. 5060 여성들의 결제 건수의 상당수가 자정에서 새벽 3시 사이에 몰려서 이뤄졌다. 왜 이렇게 밤 늦은 시간에 결제가 몰린 것일까? 뇌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혹여나 걱정 끼칠까 자식한테 얘기하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병원에 가지도 못한 채 혼자서 해결 방법을 찾다가 데카르트를 발견한 5060 여성들이 결제까지 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이처럼 실제 결제가 일어나고, 또 LTV가 꾸준히 상승하는 데이터를 지켜보면서 이 대표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확장성이 훨씬 더 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특히 이 대표는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문의를 직접 응대하면서 이 사업이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비즈니스라는 점을 실감했다. 전화한 여성 고객들은 자신을 응대하는 사람이 데카르트의 대표인지도 모른 채 30분 이상 자신의 남모를 사연과 치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과 그에 담긴 두려운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 이 대표는 이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고 스스로 의지를 북돋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이 대표는 데카르트라는 브랜드를 커머스로까지 확장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고객센터를 통해 예컨대, 홈트레이닝 영상에 등장한 매트, 블록, 쿠션 같은 운동 도구나 건강 정보로 소개된 포스파티딜세린 관련 건강 기능 식품을 추천해달라는 식의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특히 요가 매트의 경우 워낙 문의가 많아 데카르트가 직접 B2B로 100여 개를 구매해서 문의한 고객들에게 직접 배송해 주기도 했다. 또 앱 내에 친구에게 이용권을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70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해봤더니 결제율이 최대 20%로 높게 나타났다. 더군다나 선물용 이용권은 대개 한 번에 1년 치를 결제해 객단가도 8만 원이 넘었다. 이런 데이터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데카르트를 이용하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까지 할 정도로 관심과 애정이 큰 5060 팬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뇌 건강을 ‘이너 뷰티’로 마케팅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앱의 시장성을 검증한 이 대표는 본격적인 스케일업의 준비가 완료됐다고 판단하고 투자 라운드를 돌았다. 그 결과 2022년 7월, 50억 원의 프리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DTx 기업과 차별화한 전략과 확장성, 시장성을 검증한 데이터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데카르트는 현재 인력을 보강하는 동시에 앱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애니팡이 95점이라면 데카르트는 아직 20점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앱의 골조를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면 현재는 앱의 인테리어를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크래프톤과 넥슨에서 8년간 게임을 기획하고, 리얼클래스를 만든 영어 교육 스타트업 퀄슨에서 데이터팀 리더를 맡았던 이광영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스카우트했다. 또한 조성준 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고문으로 선임해 의학적 관점에서도 자문을 받아 콘텐츠를 보완하고 있다.(DBR minibox I: 의사가 본 ‘데카르트’ 앱 참고.)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 리모델링이 끝난 뒤엔 데카르트의 현재 외양과 현저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 대표는 데카르트 앱의 룩 앤드 필(Look and Feel)을 ‘이너 뷰티(Inner Beauty)’의 관점에서 대폭 리모델링하겠다는 방침이다. 뇌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바꾸려면 뇌 건강관리를 뷰티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70대의 여배우 윤여정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피부와 패션의 영향도 있지만 경험과 연륜이 느껴지는 기품 있는 화법과 제스처 같은 의사소통 방식 때문이다. 이처럼 진정한 아름다움의 기준은 ‘뇌 건강’에서 비롯될 수 있으며 데카르트 앱 또한 이너 뷰티의 관점에서 소비돼야 뇌 건강관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앱의 리모델링이 완성되는 대로 TV 광고 등을 통해 대중을 상대로 데카르트를 마케팅할 계획인데 이때도 5060 여성을 타깃으로 한 화장품 마케팅의 문법을 적극 참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로 오리콤, 레오버넷 등의 광고 회사에서 20년간 일하면서 아모레퍼시픽, SK2 등의 화장품 광고를 찍었던 이경화 CD를 채용했다. 사춘기 아들을 둔 54세 여성인 이 CD는 원래 데카르트의 고객이었는데 게임 방법을 문의하려고 고객센터에 전화했다가 이 대표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인연이 이어져 팀에 합류했다.

다른 한편, 데카르트는 B2B로의 시장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계 재보험사인 스코르(SCOR)와 MOU를 맺고 임상치매척도(CDR) 0.5의 경도인지장애를 보장하는 디지털 혁신 보험 상품의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치매 보험 상품은 경도 이상의 치매(CDR 1.0)만 보장 가능했는데 CDR 0.5의 경우 클레임 리스크가 높아서 상품 자체를 설계하기 힘들었다. 스코르는 CDR 0.5의 경우 데카르트의 뇌 건강관리 서비스를 현물 보장하는 방식으로 클레임 리스크를 낮춘 치매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있다. 이 상품이 출시되면 국내 최초로 CDR 0.5를 보장하는 치매 보험 상품이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데카르트가 현재까지는 DTx와 선을 긋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했지만 그렇다고 해 DTx가 가져올 기회를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DTx 관련 규제 완화의 추이를 살펴보는 한편 데카르트 앱의 스케일업을 통해 일반 고객들의 데이터가 쌓이면 그것을 활용해 DTx 관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또한 언제든 발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 본격적인 스케일업을 통해 2024년을 목표로 유료 구독자 10만 명을 갖춘 국내 독보적 1등 5060 웰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DBR mini box I: 의사가 본 ‘데카르트’ 앱

“다른 앱과 달리 가르치려 들지 않아 더 끌려”

1. 첫 만남

대학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건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한 컨설팅 제안들을 받곤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정신 건강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그런 일들이 더 자주 있다. 하지만 분야의 특성상 내용이 추상적이고 정도를 규정짓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선뜻 무엇을 하겠다고 나서기도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연구실을 쓰고 있는 동료 교수가 지나가는 말로 친구가 하는 기억력 관련 사업인데 관심 있으면 한번 살펴보라며 데카르트의 박종호 COO를 연결해줬다. 기억력, 즉 인지기능 영역이라면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기초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는 게 아닌 이상, 이 쉽지 않은 영역에 대한 조언이 가능할지 스스로가 의문이 들어 멈칫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 정신 건강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사용자로서 관련 제품을 사용했을 때 그 수준이 당장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박종호 COO의 소개 메일을 읽으면서 걱정이 조금씩 기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두뇌 운동 앱 ‘데카르트’에 대한 소개에는 사고력, 언어력, 계산력,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들을 제공할 뿐 아니라 “정신적/심리적 건강을 도울 수 있는 명상 가이드, 수면 가이드, 심호흡 가이드 및 신체 건강 관련 콘텐츠가 담겨 있다”고 돼 있었다. 두뇌 운동 앱이라길래 달랑 게임 몇 개로 구성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선입견이 깨졌다.

2. 행복한 노화의 삼박자- 몸과 마음, 머리 건강의 조화

노화는 피할 수 없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늙지는 않는다. 이를 반영하는 사회적인 용어들도 많다. ‘동안과 노안’ ‘인상 혹은 관상’ ‘아우라’ 같은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모두가 다양한 방법으로 늙어가고 노화를 받아들인다. 세월의 풍파를 혼자 맞은 것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혈색 좋게 여전히 건강한 모습인 사람도 있고,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지못해 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그 사람을 만나보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게, 당당하게,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노화를 맞이하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화를 맞이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 사람들은 보통 ‘노화는 곧 늙음, 치매로 연결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기억력과 신체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 건강, 기억력만큼이나 정신 건강, 특히 대인관계와 사회적 활동 등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연결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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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특징은 젊은 여성들과 노인 인구의 자살률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노인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일군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건강을 돌볼 시스템과 은퇴 후 본인들의 삶을 담보할 시스템의 부재, 이를 가르쳐 주는 먹고살 만한 선배 세대의 부재로 인해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아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건강을 돌볼 틈이 없었고, 경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그렇다 보니 당연히 마음을 돌볼 여유는 더욱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의 삶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누구나 부담 없이 대부분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다. 또 본인 스스로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항노화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스스로를 가꾼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 프로는 방송국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됐고, 건강 관련 서적은 꾸준히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곤 한다. 보고 배울 자료가 굉장히 많아지면서 건강과 관련해 준전문가 수준에 이른 일반인들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정신 건강 분야는 약간 얘기가 다르다. 아직도 미지의 분야이고 미개척 영역이 많다. 정신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정신적 혹은 마음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아직도 인색하고 경계한다. 마음의 어려움은 여전히 의지의 문제이며 정신력이 약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가 몸과 마음과 머리는 모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건강한 인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체와 정신 건강이 모두 유지돼야 한다. 평소 필자는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의 조성과 더불어 이를 옆에서 도와줄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데카르트 앱을 다운로드해 직접 체험을 해보면서 인지 기능의 개선을 추구하는 앱이 정신 건강, 운동 관련 콘텐츠도 담고 있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사용자가 본인의 감정을 돌아보고 표현하게 하며(마음일기), 명상을 통해 다양한 마음을 훈련하고(호흡하기 등), 신체 건강도 돌보고(바디스튜디오), 지적 자극도 지속적으로 받도록(아카데미) 돼 있었다. 필자가 평소 인지 건강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영역들의 큰 줄기가 이미 앱에 반영돼 있어 반가웠다.

3. 서비스 이용의 필수 조건 - 쉽고 재미있게 사용하고 싶은 앱

앱의 구성 외에 놀랐던 점은 바로 세련미이다. 특히 여느 건강 관련 앱과 달리 뭔가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는 점이 진부하지 않게 느껴졌다. 어디서 본 듯한 식상한 활동이 없었다. 게임이 흥미로울 뿐 아니라 내용도 알찼다. 이는 게임, 교육 기반의 서비스 제작 경험이 있는 구성원들의 과거 제작 경험이 녹아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데카르트 앱의 특징은 거침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의 것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는다. 이 사업을 시작하고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만난 의사가 필자라는 점도 신선했다. 그래서 이 앱의 전문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이 서비스가 굉장히 세련되고 재미있고 쉬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용자들의 흥미를 끌면서 뭔가 다시 하고 싶게끔 동기부여하는 데 탁월하다. 만약에 처음부터 의학 전문가 집단이 앱의 제작에 대거 참여했다면 아마 이렇게 재미있고 쉬운 서비스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의 근거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신속하게 만드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됐을지 모른다. 처음부터 디지털 치료제, 즉 실제 치매 환자들을 치료하고 재활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하고 멋있게 노화의 과정을 밟아갈 수 있도록 가이드하는 서비스로 포지셔닝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4. 앞으로의 과제

이런 데카르트의 차별화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서비스는 현시점에서 일부 한계점을 보인다. 가장 먼저 과연 실제로 이 서비스가 어떤 인지 기능을 얼마큼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인지 기능이라는 분야는 굉장히 심오하다. 인지 기능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은 그 분류 기준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접근해볼 수 있다. 데카르트가 진정한 두뇌 운동 앱으로 거듭나려면 과연 이 서비스가 얼마만큼 인지 기능 분야의 각 요소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과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인지 훈련에 대한 고도화된 피드백이 필요하다. 현재 서비스를 이용하면 사용자는 자신이 속한 나이대에서 얼마큼 과제를 잘 수행했는지를 백분율 표시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회성 피드백에 그치고 만다. 사용자가 실제로 서비스를 사용한 기간 동안 얼마큼의 개선 효과가 있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사용자에게 더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데카르트가 앞으로 갈 길은 멀고 또 보완해야 할 점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정신 건강 분야에서 남들이 내딛지 못한 첫발을 잘 내디뎠다.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충분히 재미를 느끼면서 돈을 지불하고 하루의 몇 분을 투자할 만한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도 심층적인 분석과 더불어 고객의 피드백을 잘 반영한다면 더 정밀한 두뇌 운동 앱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성준 성균관대 의과대학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sjcho0812@daum.net

필자는 차의과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분당차병원 전공의,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조교수를 거쳤으며 현재 성균관대 의과대학 강북삼성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기분 장애, 불안 장애, 조현병, 스트레스 등을 진료하고 있다. 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부소장으로 근로자들의 정신 건강을 평가,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쉽고 재미있게… 고객 관점의 혁신”

헬스케어와 소비재의 결합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하는 필자는 주기적으로 일본 도쿄오피스 동료들과 협업하면서 한국 산업 동향, 컨설팅 수요, 혁신의 동력을 예측해보곤 한다. 일본 BCG는 1970년부터 시작돼 한국보다 더 많은 고객사, 세분화된 산업 분과(Industry Practice Area) 기반의 전문화된 컨설팅을 바탕으로 국가, 기업,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를 거치면서 일본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포착된 키워드는 ‘헬스케어 산업’과 ‘소비재 산업’의 접목이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일본의 헬스케어 산업은 참여하는 기업의 세분화와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의 고객 중심의 새로운 웰니스(헬스케어+소비재) 사업 아이디어들이 펼쳐지는 것이 관찰된다. 일본 BCG는 이러한 새로운 컨설팅 수요에 발맞춰 전통적인 헬스케어 팀과 소비재 팀을 결합한 ‘웰니스’ 팀을 론칭했다. 그리고 어떻게 헬스케어라는 ‘공급자’ 중심의 산업을 ‘소비재’ 중심의 산업으로 탈바꿈해 사업 확장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과 산업을 접목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웰니스라는 신대륙에서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카르트의 관심 또한 일본 BCG 팀이 타깃으로 하는 ‘웰니스’라는 신대륙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고객 관점으로 규제 산업에 도전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사실 한국에서 헬스케어 산업은 규제 시장 중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필자의 머릿속에서 한국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헬스케어 유니콘 스타트업 혹은 고객 중심의 헬스케어 기업을 꼽으라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규제의 벽이 높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팀과 인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근래 3∼4년간 가장 강도 높은 규제 산업 중 하나인 금융에서 ‘토스’는 분명 혁신을 보여줬다. 모든 제품과 고객 경험을 고객 중심(Customer-Centric)에서 해석해 혁신을 만들었고 시장과 고객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필자는 데카르트 팀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토스 팀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데카르트 팀이 도전하고 있는 헬스케어 시장은 넥스트 핀테크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규제가 첩첩산중이라 사업화, 수익화를 모색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타 많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팀과 다르게 데카르트 팀은 헬스케어 그 자체를 강조하지 않는다. 앱을 구동할 때부터 이용하는 모든 순간에서 어려운 의료 지식, 용어, 진단 결과를 나열하지 않는다. 앱을 이용하면 내가 헬스케어 앱을 이용하는지, 게임을 하고 있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헬스케어 그 자체보다 ‘건강해지고 싶은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비전문가가 오히려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헬스케어는 문제를 풀어야 할 영역일 뿐이다. 데카르트는 그 영역에 접근하는 방식을 헬스케어를 이해하는 사업자와 고객 관점이 아니라 고객이 잘 아는 일상, 계절, 숫자, 날씨, 가족, 친구 및 그 주변의 관심사로부터 접근한다. 앱에 가입하면 심리 테스트, 스무고개 같은 가벼운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하는 친숙한 방식으로 고객을 이해하려고 다가간다.

이런 앱이 기획된 계기는 헬스케어 비전문가인 데카르트 CEO와 팀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제빈 대표는 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 반도체를 개발하던 개발자이지, 의료와 헬스케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오히려 아빠, 엄마의 치매에 대한 걱정을 포착하고 이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방식으로 “두뇌에도 운동이 필요하다”, “게임을 통해 보상하며 기분이 좋게 한다”는 식의 가볍고 쉬운 방식으로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용자가 정말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데카르트를 통해 쉽게 뇌 운동에 관심을 갖고, 추천하고, 보상받고 선물하며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앱을 구성했다.

‘이너 뷰티’로의 확장

데카르트는 헬스케어 시장 안에서 고객을 바라보지 않기에 자사의 앱을 자유롭게 포지셔닝할 수 있었다. 세련된 로고를 가진 데카르트 앱을 들여다보면 게임 앱이 될 수도 있고, 뷰티 구독 제품으로 세일즈 채널을 확장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력이 발동한다. 그만큼 그들이 규정하는 시장 범위(Boundary)에 확장성이 있다는 얘기다.

데카르트 팀과 유사한 고민을 하는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만나보면 정부에서 용인하는 규제 시장의 테두리, 그 안에서 디지털 치료제(DTx)로 승인받기 위한 방법과 가이드라인에 치중하는 팀이 많다. 물론 규제 범위를 이해하고, 이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올바른 서비스를 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 고객의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데카르트 팀의 특징은 헬스케어 규제 범위 내에서 ‘디지털 치료제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시니어 고객에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게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시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대표는 데카르트 서비스를 준비할 때, 강남, 압구정 지역의 40∼50대 여성들은 어떤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고, 그들이 일상에서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관심사가 필요한지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백화점 문화센터를 방문하며 그들을 탐문하고 인터뷰하면서 뽑은 핵심 키워드가 바로 ‘이너 뷰티’이다. 규제 시장 안에서의 관행보다 사용자의 편의와 전달해야 할 가치를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데카르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결’은 기존의 앱과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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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전문가와 게임 개발자 중심의 팀 구성

이처럼 고객 중심 접근법으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려면 그에 맞는 새로운 팀과 인재가 필요하다. 데카르트 팀은 게임 개발자가 게임개발 프로세스와 플랫폼을 사용해 제품을 개발하고, 코스매틱과 F&B 섹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제품의 정체성을 정의한다는 점에서 기존 의료진 중심의 디지털 치료제(DTx) 업체들과 분명하게 구분된다.

많은 B2C 헬스케어 서비스 성패의 핵심은 사용자의 리텐션에 달려 있다. 헬스케어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용자 입장에서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에 리텐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사용자가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뇌 건강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데카르트는 그러려면 게임의 재미, 충성도 높은 브랜드 빌딩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헬스케어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시도가 바로 게임 개발자와 뷰티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팀 구성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전망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생각과 사업 확장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를 ‘전략(Strategy)’이라고 부른다. 데카르트 팀은 헬스케어 시장에서 규모 있는 사업 모델, 선도 사업자가 되기 위해 전략적 포지셔닝을 고민했다. 최근 5060세대의 디지털 적응(adoption)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5060을 대상으로 그들이 가장 두렵게 생각하는 치매, 인지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은 설득력이 있다. 더 나아가 평범한 헬스케어에 머물지 않고 뇌 건강이 신체 활동, 지적 활동, 영양, 사회 활동 등 웰빙 전반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에 주목해 고객 중심의 이너 뷰티로 타깃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데카르트 팀은 토스 팀과 문제 접근법과 팀 구조는 유사하지만 시장과 경쟁 접근법은 다르다. 토스는 동료(Peer) 스타트업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10∼20대의 고객 중심의 금융을 혁신했으나 데카르트는 동료 스타트업의 관심도가 비교적 낮은 50∼60대를 타깃으로 이너 뷰티 시장을 혁신하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데카르트가 초기 J커브의 성장을 추진하려면 다른 목표, 경영 지표, 성공 방정식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성도 높은 고객의 구매 전환율, 리텐션 지표 및 이러한 고객층의 확장 가능성 등이 성공의 중요한 지렛대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박영호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오피스 매니징 디렉터& 파트너 Park.Yungho@bcg.com
필자는 2010년 BCG에 입사해 국내외 금융사, 빅테크, 핀테크의 혁신, 인수합병, 디지털 변신 등을 주제로 활발히 자문하고 있다. 기업의 전략 수립과 자문을 넘어 실제 실행 영역에까지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최근에는 블록체인과 디파이금융 등으로 전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3년 BCG 일본 도쿄 사무소에서 근무했으며 카이스트에서 경영공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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