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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과 고객 경험 설계

아바타 넘어 ‘공간 중심’ 복합 경험으로
정보 제공 넘어 서비스 체험 몰입 기회 줘야

안호준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상업 공간은 오프라인, 온라인을 넘어 메타버스로까지 확장 중이다. 특히 팬데믹이 장기간 지속되며 오프라인이 아닌 가상 세계에서 기업과 브랜드를 알리고,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 건설과 분양, 전시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이러한 현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대기업, 대형 브랜드뿐만 아니라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에도 중요한 숙제가 됐다. 다만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의 흐름에 무작정 급하게 올라타는 것보다 메타버스를 통해 어떤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를 새로운 기회로 인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2021년 기준 388억50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22년부터 향후 10년간 39.4%의 CAGR(연간 복합 성장률)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무려 6788억 달러(약 834조9900억 원)에 이르리라 전망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의 참여 움직임도 보일 정도로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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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현주소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기 전 고객의 경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고객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궁금한 정보를 검색한 뒤 각 업체 웹사이트에서 세부 정보를 탐색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확인한 뒤에 구매를 결정했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이 모든 것을 메타버스라는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다. 구매자가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제품을 미리 경험해보고 제품 구매 결정과 구매 행동 역시 이곳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고객 경험에 있어 중요한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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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아바타 중심, 디지털 휴먼 중심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초기 메타버스를 시장에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기업이 이러한 형태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기업 마케팅에 활용했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이 기업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이제 아바타 중심, 디지털 휴먼 중심의 메타버스를 지나 ‘공간 중심’의 복합 메타버스가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공간 중심의 복합 메타버스는 디지털 휴먼, 디지털 자산, 디지털 트윈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관련된 기술과 산업이 메타버스 공간 중심으로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개념이다.

기업은 먼저 메타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 경험과 연결된다. 본질적으로 소비자가 메타버스를 통해 어떤 기업 가치를 얻어갈 수 있는지를 통해 기업 마케팅의 핵심 키를 잡을 수 있다. 메타버스를 통해 소비자에게 기업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몰입감 높은 공간을 제공하고 소통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과 연결되는 다양한 사례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나이키가 로블록스 플랫폼을 활용해 만든 나이키랜드(Nikeland)가 있다. 700만 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는 이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실제로 나이키 디지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 역시 플랫폼에 가상의 모터 스튜디오를 만들어 사용자가 다양한 차량 모델을 확인하고 유익한 동영상을 보면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 기업은 메타버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기업은 메타버스를 통해 소비자가 새롭고 즐거우면서도 개인화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 측면’에서 메타버스 마케팅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 중소기업에도 메타버스 마케팅을 통한 고객 경험 제공 프로세스는 중요한 과제가 돼야 한다. 물론 투자비용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부담으로 메타버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그렇다고 현실의 벽 앞에서 손을 놓고 있기보다 매력적인 메타버스 공간 경험 설계를 위해 브레인스토밍부터 하길 권한다. 그것이 메타버스의 흐름에 합류하는 첫걸음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우리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떤 소비자 경험을 주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하고 이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메타버스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메타버스의 흐름에 합류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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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

모든 고객 경험은 진화한다. 약 20년 전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이를 빨리 받아들이고 웹사이트를 구축했던 기업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발 빠르게 움직인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기도 했다. 대표 포털 사이트가 야후에서 다음으로, 다음에서 네이버로 바뀔 때도 우리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제치고 우위를 선점할 줄은 몰랐다. 이렇게 성공한 후발주자는 진화하는 고객 경험에 집중해 이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선보인 기업이다.

지금 도래한 메타버스 시대의 마케팅은 단순한 정보 제공 수준을 넘어 고객이 새로운 서비스 경험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이 해야 할 질문은 ‘메타버스를 통해 마케팅할 필요가 있는가’가 아니라 ‘메타버스에서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가 돼야 한다.

가상공간을 통해 오프라인의 활동을 구현하는 온•오프라인이 공존하는 새로운 경험의 혁신을 필자는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명명했다.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최신 버전이다. 이는 공간을 매개체로 비즈니스를 만들고 이에 가치를 부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가상공간과 오프라인이 따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합쳐져서 양자 간의 경험에 시너지를 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즈니스 리더라면 우리 회사가 메타버스를 도입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역할을 정의함으로써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우리 기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메타버스를 통해 기업의 메시지와 세계관을 알릴 수 있는지?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전략적인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또 현재 많은 기업이 제페토나 이프랜드 등의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 이벤트성으로 입점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확실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함으로써 고객과 유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 시대에 최적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필자가 몸담은 올림플래닛은 메타버스 공간 플랫폼인 ‘엘리펙스’를 통해 부동산, 전시, 커머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2만여 개 이상의 몰입형 메타버스 공간, 브랜드 세계관을 구축해왔다.1 그중 최근 선보인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홈 메타 사례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와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을 고민할 기회가 됐다.

비스포크 홈 메타는 2022년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메타버스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넓은 매장이 아니라 내 집 구조와 유사한 메타버스 환경에서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제공한다. 비스포크 냉장고, TV, 에어컨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애초에 삼성전자 측은 “소비자가 사는 집과 최대한 가까운 공간에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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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약 100평)가 넘는 넓은 매장에서 제품을 볼 때와 그 제품이 33㎡(약 10평)에서 99㎡(약 30평) 남짓한 실제 집으로 들어와 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비스포크 제품의 장점은 다양한 컬러 조합을 통한 새로운 가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소비자로서는 우리 집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제품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구매 후의 만족도까지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집 구성과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 작업이 진행됐다. 소비자의 집에 어울리는 제품인지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집과 비슷한 메타버스 공간에서 인테리어 콘셉트를 바꿔가면서 제품을 배치해볼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쉽게 판매 상담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 경험’이다. 고객 경험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소비자가 쉽고 빠르게 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축하는 것이 메타버스 설계의 핵심인 것이다.

메타버스의 힘은 문화 콘텐츠와도 결합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체험관은 세계 200여 개국의 팬들이 방문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배경인 태양고 아지트와 주인공 희도의 방을 메타버스 공간으로 구축했다. 1998년이라는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이 요즘 세대에겐 생소할 수 있는 만큼 직접 분위기를 체험하게 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렇게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메타버스 체험관을 통해 방문객들은 가상공간에서 직접 드라마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출연진의 방을 가상공간으로 꾸미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가상공간 속에서 직접 드라마 속 인물들에게 팬레터를 보내며 출연진과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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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에서도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미술 시장의 저변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국내 3대 미술관인 ‘사비나미술관’이 구축한 메타버스 특별 전시관 ‘메타 사비나 아트 플랫폼’은 실제 미술관을 메타버스 속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공간을 구성해 소비자가 다양한 미술 전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려면 꼭 오프라인 공간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시공간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 공간으로 미술관을 옮겨온다면 누구나 언제든 쉽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실제 작품을 메타버스에 구축하는 만큼 하이퍼리얼리즘(Full-3D) 기반의 고품질, 고용량의 콘텐츠를 스트리밍할 수 있는 인프라를 토대로 방문객이 실재감 높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쉽고 간편하게 문화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시도는 미술 시장을 접하는 소비자들의 문턱을 낮춰 미술 시장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만큼 신진 작가들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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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미래

맥킨지앤드컴퍼니가 3400명 이상의 소비자와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즈니스 리더의 95%는 메타버스가 5년에서 10년 내에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소비자의 60%는 현재 메타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활동을 메타버스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메타버스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향후 10년 동안 메타버스는 여러 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와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 참여 채널 역할 등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업에 다양한 과제를 남긴다. 소비자 경험 측면의 비즈니스 전략뿐 아니라 개발자에 대한 과제가 대표적이다. 콘텐츠 제작자 등 재능 있는 인력을 발굴하고 지속해서 재숙련해야 하는 것이다.

또 메타버스와 관련해 아직 결정이 필요한 다양한 사회적 함의가 여럿 있다. 메타버스가 지속할 수 있으려면 사람들이 편안하게 상호작용하고, 구매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를 통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윤리적이면서도 안전한 메타버스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 개인 정보 보호 및 사용자 안전 관리, 형평성 등에 관한 규정과 지침도 필요한 시점이다. 공간 마케팅,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새로운 고객 경험 설계를 고민 중인 기업이라면 이러한 사회적 함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안호준 올림플래닛 부사장 hjan@olimplanet.com
안호준 부사장은 캐나다 요크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현재 기업과 브랜드들의 메타버스 공간을 빌드하는 공간 플랫폼 올림플래닛에서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1본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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