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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럭셔리 브랜드 매장의 진화

상품이 아닌 작품이 있는 공간
소비자에게 ‘존재의 이유’ 느끼게 하라

황지영 | 354호 (2022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팬데믹을 겪으며 럭셔리 시장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리세일, MZ세대가 부상하는 등 다양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엔데믹 시대로 접어드는 요즘, 럭셔리 브랜드들은 브랜드 정체성과 가치를 내보이는 오프라인 공간 중심으로 다채로운 시도를 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은 앞으로도 중요한 채널로 기능할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특히 럭셔리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상품 판매보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경험하고 체험하게 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코로나

2년 반간의 팬데믹 여파.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지냈던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중 하나는 ‘오프라인에 대한 새로운 가치 발견’이다. 아무리 디지털화가 지속되고 디지털이 지배하는 환경이 조성됐더라도 우리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나고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 즉, 코로나 이전에는 모든 것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뤄지는 삶이 이상적이고 당연한 길이라고 여겼다면 엔데믹을 앞두고 억눌렸던 여행과 실재적인 경험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오프라인 공간이 충분히 존재의 의미가 있음을 방증한다.

오프라인 공간이 가진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는 요즘 특히 눈길을 끄는 트렌드가 있다. 바로 럭셔리 브랜드의 공간 마케팅이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핵심 고객층에 관해서는 비(非)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오히려 오프라인 공간을 재정의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팬데믹이 촉발한 럭셔리 브랜드 시장과 주요 트렌드를 먼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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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촉발한 럭셔리 트렌드 5가지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많은 이가 우울함, 불안 심리, 보상 욕구 등을 더 느끼게 됐다. 또한 해외여행을 오랫동안 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여러 상황이 오히려 소비자들을 명품 구매로 이끌면서 팬데믹 경기 불황 속에서 럭셔리 시장은 더욱 활성화됐고 몇 가지 특징적인 트렌드도 생겨났다.

첫째, 전면 폐쇄와 거리 두기 등 오프라인 활동 제약으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들이 예상치 않은 혜택을 받았다. 이는 럭셔리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은 약 22% 비중(2021년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18조 원에 이르는 한국 럭셔리 시장의 온라인 매출 규모는 2018년 1조3500억 원에서 2020년 1조6000억 원으로 성장했다.1

또한 2020년 한 해 동안 럭셔리 상품을 온라인 채널에서 구매했다고 답한 비율이 41.6%에 이를 만큼 럭셔리 제품의 온라인 구매에 익숙해진 상황이다.2

파페치(Farfetch), 육스(Yoox) 같은 온라인 럭셔리 플랫폼들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시장에 새로운 플랫폼 주자들도 등장했다. 글로벌 7위 규모의 한국의 명품 시장에는 일명 ‘머트발(머스트잇, 트렌비, 발란)’이 수백억 원대의 큰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았다. 2021년 기준 머트발은 누적 거래액 각각 1조 원, 3100억 원, 3000억 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했다.3 다만 최근 들어 무신사와 네이버 크림의 가품 논란과 함께 프로모션 이슈 등 몇몇 이슈로 논란을 겪는 형세이며 매출은 늘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들거나 마이너스를 보여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둘째, 럭셔리 리세일,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명품 리세일 성장이다. 플렉스(flex) 열풍이 불면서 10대, 20대 초반 소비자들에게도 명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팬데믹 기간 동안 억눌린 소비로 인해 고가의 명품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위한 소비, 즉,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등의 현상이 더 두드러지기도 했다. 그런데 특히 Z세대 소비자의 경우 밀레니얼 소비자들에 비해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고 중고 상품 거래에 대한 부담이 적은데다 디지털 거래에 친숙해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중고 거래를 촉발했다.

셋째, 팬데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홈 인테리어와 반려동물에 관심이 늘어나자 럭셔리 브랜드들도 리빙과 펫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확장했다. 인테리어의 경우 에르메스 홈이나 루이뷔통의 오브제 노마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품과 홈 제품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럭셔리테리어(럭셔리+인테리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4

넷째, 컨템포러리 럭셔리가 부상했다.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 제품 가격이 자주 인상되고 점점 더 구하기도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또한 MZ세대는 메종마르지엘라, 아미, 메종키츠네, 톰브라운처럼 심플하지만 트렌디한 브랜드들을 선호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럭셔리의 부상이다. 코로나가 극심했던 기간 동안 프라다5 , 디올, 루이뷔통, 모스키노6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인형, AR와 VR를 이용한 디지털 패션쇼를 진행했다. 메타버스의 붐과 함께 돌체앤드가바나, 타미힐피거, 카발리 등은 올해 3월 메타버스 공간인 디센트럴랜드(Dicentraland)에 디지털 패션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럭셔리 브랜드에 파고든 공간 마케팅

변화된 시장 속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은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했다. 이에 상품 판매에 집중했던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소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프라인 공간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브랜드의 헤리티지, 오감을 이용하는 문화 전달, 또는 MZ세대들을 겨냥해 좀 더 재미있고 재치 있는 영감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들을 추진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오프라인 공간 마케팅 유형을 크게 1) F&B로 미식 경험으로 확장, 2) 리세일 경험 구현, 3) 재미와 영감 제공, 4) 예술성을 강조해 브랜드의 창조성 소통으로 구분해 사례들과 함께 살펴본다.

1. F&B로 미식 경험으로 확장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F&B로 영역을 확장해 브랜드를 다른 맥락에서 경험하게 하고 있다. 특히 패션 브랜드들이 옷을 파는 업의 본질을 떠나 브랜드가 제공한 공간에서 먹고 마시며 브랜드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예를 들어, 명품 시계 브라이틀링의 경우 2022년 2월 서울 한남동에 부티크와 카페, 레스토랑을 겸비한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한남을 열었다. 1층에는 부티크와 카페, 2층에는 브랜드 최초의 레스토랑 ‘브라이틀링 키친’을 선보였다. 이 플래그십은 항공, 해상, 지상이라는 세 가지의 테마를 각각 파일럿, 다이버, 그리고 서프보드와 빈티지 오토바이 등으로 구현했다. 레트로풍의 벽돌과 브라이틀링 시그니처 컬러로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로 명품 브랜드의 정통성과 장인 정신을 표현한다. 2층의 레스토랑은 브라이틀링이 오픈한 세계 최초의 레스토랑으로 한국의 이태리 레스토랑 ‘비스테까’의 김형규 셰프와 협업해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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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명품 시계 IWC도 2021년 7월 롯데백화점에 빅파일럿 바(Big Pilot Bar)를 오픈했다. IWC가 연 세계 최초 커피 매장으로 배우 배용준 씨가 투자한 커피 음료 브랜드와 협업해 더 화제가 됐다. 운영은 센터커피(Center Coffee)가 담당한다.7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인 스카이 오버 아프리카(Sky over Africa)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석양을 표현했다고 한다. 공간은 IWC 시그니처 시계인 ‘빅 파일럿’ 모델을 테마로 꾸몄는데 빅 파일럿 모델의 다이얼을 연상시키는 원형 홈, 컵 등의 식기, 약 10m 길이의 긴 테이블과 6m 크기의 빅 스크린으로 IWC 시계의 대담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재활용 소재와 생분해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2022년 3월에는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구찌 가옥(구찌의 플래그십 매장) 6층의 ‘구찌 오스테리어(Gucci Osteria)’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구찌 가옥은 2021년 5월 서울 이태원에 문을 연 플래그십 매장이다. 한국 색동저고리를 연상시키는 전통 문양 등 한국의 색을 반영한 독점 상품 라인과 함께 1970년대 클럽 분위기를 반영한 금속 인테리어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태원을 선택한 이유는 이 지역이 한국이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발점이 돼왔다는 정체성 때문이었다. 구찌 오스테리어는 2018년 문을 연 이탈리아 피렌체 ‘구찌가든’을 필두로 LA와 도쿄에 각각 2, 3호점이 오픈한 후 4번째 지점이다. 구찌 오스테리어의 특징인 겨울 정원의 무드를 담은 그린 컬러, 르네상스풍 벽지와 소품은 물론 다양한 구찌 데코 컬렉션으로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한국의 계절 모습을 담은 샐러드와 한우 메뉴를 포함해 이태리 로컬 식문화를 기반으로 한 메뉴들을 판매하는데 구찌 오스테리아는 미슐랭 3스타 셰프 마시모 보투라(Massimo Bottura)가 협업해 진행했다. 메뉴도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 지점의 경우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이 적절하게 적용된 메뉴를 선보이지만 피렌체 지점은 카림 로페즈 셰프와, LA 지점은 마티아 아가치 셰프와 함께 구찌의 DNA가 담긴 미학적이고 좀 더 이탈리아적인 메뉴를 제공한다.

5월 성수동에 첫 입성을 선언한 ‘디올 성수’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6개월간 운영되는 한시적 플래그십 매장으로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성수동을 선택했다. 브랜드 창업자 무슈 디올이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장미정원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했고 다양한 아티스트의 협업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사전 예약 후 55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는 ‘카페 디올’에서 디올 로고가 수놓아진 라테 등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했다. 인테리어부터 식기까지 디올의 감성을 담은 사색의 공간과 F&B 경험으로 MZ 고객에게 디올만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독특한 경험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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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에 한 달간 운영됐던 루이뷔통 카페 피에르 상 앳 루이뷔통(Pierre Sang at Louis Vuitton)의 경우, 루이뷔통 메종8 4층에 선보였다. 오픈된 카페에서는 파리에서 쌈장, 오미장 등의 한식 재료와 프렌치 요리의 새로운 조합으로 주목받았던 한국계 프랑스인 피에르 상 보이에 셰프와 함께 코리안-프렌치 퀴진이 선보였다. 비빔밥은 파리에서 록다운 기간 동안 판매한 배달용 비빔밥에서 착안해 루이뷔통 패턴이 새겨진 상자에 넣어 판매했다. 루이뷔통 메종 서울을 가득 채운 모노그램 플라워 패턴 장식과 시그니처 트렁크 조형물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루이뷔통 브랜드를 미각과 시각, 촉각 등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이 팝업 레스토랑의 성공 이후 루이뷔통은 9∼10월, 두 번째 팝업 레스토랑으로 알랭 파사르 앳 루이뷔통을 오픈했다.9

자동차 브랜드들도 이러한 F&B 경험을 시도하고 나섰다. 예를 들어, 청담동 메르세데스 딜러십에 위치한 메르세데스 카페 by 한성도 기존 딜러십에서 선보이는 음료보다 훨씬 더 다양한 스페셜티 F&B 경험을 제공한다. 전문 바리스타가 50여 개 메뉴를 고객 취향에 따라 제공한다. 블렌드-M은 메르세데스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음료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굿즈 판매뿐 아니라 ‘드림그림 프로젝트’라는 한성자동차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2018년 11월 렉서스는 미국 맨해튼 미트패킹 지역에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Intersect by Lexus)라는 레스토랑을 열어 큰 주목을 받았다. 3∼4개월마다 세계적인 미슐랭 스타를 초청해 독창적인 메뉴는 물론 렉서스 브랜드의 역사와 기술, 예술과 음악까지 어우러진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왔다. 3년 동안 운영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올해 1월 공식적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렉서스의 시도는 2021년 겨울 현대가 제너시스 하우스(Genesis House)를 오픈하는 데 좋은 사례가 됐다.10 인터섹트 바이 렉서스와 가까운 곳에 선보인 제너시스 하우스 내 ‘제너시스 하우스 레스토랑’은 럭셔리함을 미식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 미슐랭 스타를 받은 온지움(Onjium)의 앤디 최가 미국 로컬 식자재와 한국 재료를 이용해 전통적인 한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인 메뉴를 제공한다. 제너시스 라이프스타일이 더해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론칭된 제너시스 하우스에서는 제너시스 전 라인업은 물론 미래 콘셉트 차량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체험할 수 있는 제너시스 쇼룸과 스튜디오 럭셔리 아트북 출판사 애슐린이 큐레이션한 휘기 서적을 비치한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와 다양한 디지털 아트로 예술적인 감각을 연출한 더 셀러 스테이지(The Cellar Stage), 정갈한 좌식 공간으로 꾸며진 티 파빌리온(Tea Pavilion) 등을 통해 한국의 DNA를 세계적으로 재탄생시킨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제너시스 하우스는 2022년 레드 닷(Red Dot)이 선정하는 리테일 디자인-브랜드 스토어 상을 포함해 다수의 상을 받았다.

2. 럭셔리 브랜드 리세일 플랫폼의 공간 마케팅

앞서 언급한 대로 코로나 기간 동안 럭셔리 부문에서 온라인 쇼핑 증가와 함께 온라인 명품 중고 거래도 활성화됐다. 한국의 머/발/트, 그리고 시크(CHIC)가 새로 생겨난 명품 중심 거래 플랫폼들이다. 그런데 명품의 특성상 실제로 눈으로 확인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수요가 있을 수밖에 없고, 아직은 중고 명품에 대한 우려가 있기도 하다. 그런 측면을 고려해 온라인 중고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2022년 8월31일부터 3일간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클럽 프레지덴셜 스위트에서는 중고 거래 플랫폼 시크의 팝업 스토어인 메종 시크(Maison CHIC)가 열렸다. 시크는 60만 명의 활동 회원을 가진 명품 커뮤니티 시크먼트(chicment)와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의 파트너십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각 방을 에르메스와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의 클래식과 한정판, 빈티지 컬렉션 등으로 꾸민 것이 특징적이다. 에르메스룸에서는 한쪽 벽면 전체를 벌킨백과 켈리백만으로 꾸며 워낙 구하기 힘든 새 제품과 중고, 빈티지 제품들을 다양하게 실제로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샤넬룸에서는 핑크 미니백 등을 포함한 각종 샤넬 가방을 전시했고 그 밖에도 롤렉스 등의 주얼리와 함께 다양한 협업 버전의 상품들도 접할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컬렉션은 명품 백화점에서도 한자리에서 만나기 힘든 것이기도 하고, SNS용 인증샷을 찍기 좋은 공간들이 많아 인기가 높았다. 또한 QR 코드가 있어 전시된 상품들을 살펴보고 구매까지 단번에 진행할 수 있었다. 이곳은 일반인들에게 오픈된 것은 아니고 VIP와 인플루언서 대상으로 프리뷰 행사를, 시크 회원 중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이런 시도들은 현장에서 제품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시크 플랫폼 이용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2021년 겨울에는 신세계가 조선 팰리스호텔이 들어간 역삼 센터필드에 ‘BGZT(브그즈트) 컬렉션’ 매장을 열었다. BGZT는 대표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인 번개장터의 영문 초성으로 오프라인 판로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들은 프리미엄 콘셉트 스토어를 오픈했다. 번개장터는 이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브그즈트 랩 1호점을 오픈했는데 한정판 스니커즈 중심으로 MZ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이와 달리 ‘브그즈트 컬렉션’은 명품 특화 매장으로 고급 저택으로 형상화한 공간에서 샤넬을 비롯한 최고가 럭셔리 의류와 가방 등을 전시했다. 매장 내 배치된 소파에는 에르메스 쿠션과 담요, 각 방에서는 의류, 시계, 가방, 워치 박스 등을 볼 수 있다. 앱에서 부각하기 어려운 명품 컬렉션의 가치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 위트와 의외성을 담아 재미와 영감을 제공하는 공간

2021년 여름 한시적으로 이태원 앤트러사이트카페 2층에선 몽블랑 × 메종키츠네 컬래버레이션 전시가 열렸다.11 몽블랑 크리에이티브라고 이름 지어진 공간에서는 방문 고객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음원을 만들어보거나 실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악기도 준비해뒀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을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몽블랑과 메종키츠네를 경험하는 공간도 있고, 협업을 기념하는 한정판 상품 라인(가죽, 옷, 필기 액세서리 등)이 전시됐다. 컬렉션 출시에 맞춰 메종키츠네 브랜드의 아티스트인 멧베이(MATVEI)와 함께 사운드트랙을 키츠네 스포티파이 트랙으로도 소개했다. 이 컬래버레이션은 일종의 ‘브랜드 회춘(Brand Rejuvenation)’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클래식한 브랜드 헤리티지를 가진 명품 브랜드 몽블랑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올드하게 보일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MZ세대 사이에 인기 있는 메종키츠네와 협업한 것이다. 그리고 그 시도를 앤트러사이트라는 힙한 공간에 접목해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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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에 오픈한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이라는 팝업 매장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시몬스는 이미 2020년 성수동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매장과 부산 해운대에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오픈해 MZ세대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매장 오픈런까지 일어날 만큼 재미있는 시도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육가공 식품(사퀴테리, Charcuterie) 콘셉트 매장을 기획한 것인데 메인 팝업 공간에는 성수동 팝업 매장의 굿즈들보다 더 진화된 재미있는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협업 굿즈 존에서는 다른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굿즈를 전시했다. 2층에는 부산 유명 수제버거 브랜드 ‘버거샵’도 함께 열어 빈티지 감성의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한편 농구 코트와 정원 테라스에 ‘시몬스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3층에는 OSV(Oddly Satisfying Video) 디지털 아트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이렇게 청담동에서 만날 수 있는 시몬스 브랜드가 브랜드를 매개로 커뮤니티와 소통한다는 ‘소셜라이징(socializing)’의 목표를 재미와 의외성으로 풀어낸 시도라 볼 수 있다.

4. 예술을 통해 브랜드의 창조성을 소통하는
아트마케팅

상품과 예술 작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상품은 구매를 하지만 작품은 수집(컬렉션)을 한다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 미래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이 럭셔리 브랜드의 숙명이라는 측면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창조성을 담은 상품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더 구현이 잘 된다. 그래서 아트마케팅이 럭셔리 브랜드의 공간 마케팅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20년 7월 중국 선전에 오픈한 버버리의 소셜 리테일 매장을 보자. 이 매장은 중국 텐센트(중국의 대표적인 메세징 앱 위챗 등 소셜미디어와 e스포츠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등을 주도하는 기술 회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실제 환경과 소셜 공간을 오가는 디지털 방식의 몰입 경험(immersive experience)을 제공하며 리테일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된 이 매장에서 트렌치코트, 자연과 버버리 애니멀 킹덤 등 디지털 콘텐츠와 버버리만의 고유한 브랜드 경험을 오프라인 공간에 구현했다. 방문객은 고객 전용 위챗으로 독점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커뮤니티에 공유할 수 있다.12 이 매장은 소셜 리테일 매장 콘셉트를 창업자인 토마스 버버리의 개척 정신을 기반으로 조성했으며 자연과 기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결합해 결국 버버리 커뮤니티를 통합하고자 한 실험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서울 신사동에 있는 메종 에르메스의 지하에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운영한다. 에르메스재단에서 지원하고 운영하는 현대미술 전시 공간으로 에르메스의 미술상(award) 전시와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 등 연 4, 5회 꾸준히 전시를 진행해왔다. 관람 후에는 에르메스의 카페 마당에서 미식 문화에 접목된 에르메스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지난 3∼4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됐던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13 은 구찌의 창의적인 비전을 담은 컬렉션들을 몰입형 멀티미디어로 구현한 아트 체험형 전시다. 구찌 콜렉터스, 상상의 세계, 반항적 낭만주의, 구찌 고딕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이 전시를 통해 구찌가 추구하는 가치는 ‘재현될 수 없는 본래의 절대적 전형’이라는 의미를 소통한다. 루이뷔통은 역시 현대미술을 수집하는 예술감독이 따로 있을 만큼 예술에 진심이다. 또한 그 예술들을 전시하는 갤러리인 에스파스 루이뷔통(Espace Louis Vuitton)을 운영하는 동시에 루이뷔통 메종 서울에서도 도슨트와 함께하는 갤러리 투어를 무료로 제공한다.

럭셔리 브랜드 경험 향상을 위해 백화점들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신세계 백화점은 MZ세대를 유입하기 위해 2021년 7월 기존 백화점 구성 공식을 깨고 명품 매장들을 2층으로 옮겼다. 구찌, 버버리, 메종마르지엘라 등 럭셔리 브랜드 핸드백을 전시회처럼 구성한 백 갤러리(Bag Gallery) 등을 조성했다. 또한 루이뷔통 F/W 신상품 팝업스토어를 백화점의 5개 층에 걸쳐 운영하기도 했다. 즉, 젊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힙한 감성을 제공하기 위한 여러 노력은 럭셔리 브랜드뿐 아니라 다양한 리테일 채널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럭셔리 공간 마케팅은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까

앞에서 논의했던 럭셔리 브랜드 공간 마케팅의 목적은 무엇일까. 결국 오프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해 잘 알 수 있게 하는 실재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럭셔리 브랜드만의 가치를 소통하는 것이다.14 그런 목적이 미식 경험과 브랜드 체험 등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소통은 소비자들에게 더 기억에 남는 경험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소비자들이 굳이 방문해야 할 동기를 부여하고 매장 경험을 통해서 고객의 마음과 감성에 호소하는 것, 즉 엔데믹 시대 브랜딩의 중심에 오프라인 공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의미를 좀 더 기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Z세대는 밀레니얼 소비자들보다 경제적인 여력은 적지만 그들은 명품 구매를 과거 세대들보다 더욱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행위로 바라본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를 해서 명품을 구매하는 경우 사치를 한다는 타인의 비난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만의 플렉스와 ‘내돈내산’의 당당함을 SNS에 공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그리고 또 다른 SNS 포스팅을 위해 리세일을 하고 다시 업로드를 하는 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밀레니얼이나 이전 세대들에게는 명품 구매가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소비’의 성격이 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런 측면에서 특히 Z세대를 겨냥한다면 앞서 언급한 이태원 앤트러사이트카페에서 진행한 몽블랑 × 메종키츠네 컬래버레이션처럼 조금은 더 청담동에서 벗어난 공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전시, 여행, 놀이 등을 결합해 라이프스타일을 좀 더 총체적으로 반영한 공간 마케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버버리가 제주 관광지 중 하나인 방주교회 부근에 거대한 팝업 매장을 내기 위해 제주를 찾은 것이나 샤넬 인 제주 등의 사례도 참고해보면 좋을 것이다. 또한 M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를 반영한 컬래버레이션이나 아트마케팅적인 시도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향이다.

몇 가지 유의할 점이라면 공간 마케팅을 기획할 때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 정체성과 해당 경험의 맥락이 잘 연결되고 시너지가 나는지를 먼저 꼼꼼히 살펴야 한다. F&B는 사실 가장 진입하기 쉬운 영역이지만 단순히 먹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브랜드 가치를 소통할 수는 없다. 그리고 럭셔리 매장 또는 새로운 전시 공간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전문성이 많은 직원이 진행해 브랜드의 세련됨과 다양한 고객을 안으려는 포용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미 온라인으로 많은 거래가 옮겨간 온라인 쇼핑 시대, 오프라인 공간 마케팅의 핵심은 상품 구매(buying)가 아닌 브랜드 존재(being)의 가치를 제대로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럭셔리 고객을 잡으려 한다면 신선한 공간, 다채로운 협업 등으로 고객을 즐겁게 하면서 존재를 알릴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UNCG)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가 있다.
  • 황지영 |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 마케팅 전공 부교수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에서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 『잘파가 온다(2023)』가 있다.
    jiyoung.hwang.ret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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