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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럭셔리는 ‘멀어야’ 더 선망… 옥외광고 거리감 잘 조절해야

이승윤 | 353호 (2022년 9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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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Values Created from Far and Near: Influence of Spatial Distance on Brand Evaluation”(2021) by Xing-Yu (Marcos) Chu, Chun-Tuan Chang and Angela Y. Lee in Journal of Marketing, Vol 85.

무엇을, 왜 연구했나?

최근 옥외광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손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되는 제품, 서비스에 관한 정보량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전통적인 광고 채널 중 하나인 옥외광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과거 옥외(OOH, Out-Of-Home)광고는 특정 기간 고객들이 자유로이 통행하는 장소에 간판이나 전단 형태로 광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즉, 고객이 많이 이동하는 동선에 옥외광고판을 비치해두고 메시지를 가능한 자주 노출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에는 이런 옥외광고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다채로운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디지털 옥외광고(DOOH, Digital Out-Of-Home Advertising)라고 불리는 새로운 타입의 옥외광고는 광고판 자체를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전자 광고판)로 구현해 인근을 지나가는 고객들의 모바일 기기와 끊임없는 상호작용(Interaction)을 만들어낸다.

향후 디지털 옥외광고판의 기능은 더욱 진화할 전망이다. 옥외광고 앞을 지나가는 고객들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고객 맞춤형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다. 고객이 입간판에 노출된 광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멈춰 서 디지털 사이니지의 디스플레이나 휴대폰을 통해 추가적으로 상호작용하고자 할 때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과 같은 첨단 기술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몰입형 경험을 주는 형태로 기능이 향상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옥외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특정 장소를 빌려 정적인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노출시키는 형태를 뛰어넘어 디지털로 고객 맞춤형 이미지를 전달하는 등 깊이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다양한 옥외 간판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옥외광고 이미지를 어떤 형태와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 난징대, 대만 국립 중산대(National Sun Yat-sen University),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옥외광고판과 같은 제품의 이미지적인 표상(Visual Representation)을 사용하는 광고 상황에서 소비자들과 제품 이미지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Spatial Distance)가 제품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실증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소비자들은 쇼핑센터 안을 지나가다 상점 외관에 있는 옥외 간판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서 제품 이미지에 노출된다. 혹은 멀리 떨어진 빌딩 옥외 간판을 통해 제품 이미지에 노출될 수도 있다. 전자는 소비자와 제품 이미지 혹은 제품 자체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가 가까운 상황이고 후자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본 연구는 제품 이미지 혹은 제품 자체와 소비자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가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주고, 이는 곧 제품에 대한 평가나 가격 지불 의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제품 매대를 설치하고 대학생 실험 참가자 120명에게 럭셔리 제품군에 속하는 가죽 백팩 브랜드 중 하나를 살펴볼 것을 요청했다. 조건은 가죽 백팩 제품을 실험 참가자들로부터 비교적 먼 5피트 거리에 두고, 다른 조건은 3피트 거리에 가깝게 두도록 설정했다. 연구 결과,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백팩 제품을 접할수록 실험 참가자들이 해당 제품을 더 고급스럽게(Prestige) 느꼈다. 이런 브랜드 경험은 실험 참가자들이 제품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 가죽 백팩 제품을 더 가까운 거리에서 접할수록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줄어들었고 이는 먼 거리에서 접할 때에 비해 제품을 덜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동일한 실험이 럭셔리 제품군이 아닌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군에서는 정반대의 효과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대중적인 느낌의 캔버스 백 제품을 대상으로 실험했을 때는 제품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참가자들이 제품에 대해 더 친근감(Warm)을 느꼈다. 이런 브랜드 경험은 참가자들이 제품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수록 친근감을 덜 느끼고 제품에 대한 평가도 덜 긍정적이었다.

본 연구는 브랜드 이미지가 고급스럽거나 혹은 브랜드 자체가 럭셔리한 제품군일 경우 제품과 소비자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가 멀수록 제품이 더욱 선망의 대상으로 인식돼 제품 평가나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브랜드 이미지가 대중적이거나 혹은 제품 자체가 일상 제품 카테고리에 속하는 경우, 제품과 소비자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가 가까울수록 친근감을 느껴 브랜드 이미지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거 유사 연구들이 제품에 대해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선망적인지와 같은 수직적인(Vertical) 요인에 집중했다면 본 연구는 공간적 거리감과 같은 수평적인(horizontal) 요인도 제품 이미지나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 결과는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제품 이미지와 소비자 간의 공간적인 거리감을 조절해 특정한 브랜드 경험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 특히 공간적인 거리감이 선망의 욕망을 자극하는 시그널(Signal of Prestige) 혹은 더 연결된 느낌을 주는 시그널(Signal of Closeness)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쉽게 가지지 못할 것 같은, 심리적 거리감이 있는 대상을 선망하는 경향이 있다. 구찌, 샤넬과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제품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옥외광고 시 가능한 심리적인 거리감이 느껴지는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광고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본 연구는 옥외광고 시 이런 심리적인 거리감을 럭셔리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실제 공간적인 거리를 통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대로 대중적이고 실제 일상에서 느끼는 친근감을 주려는 브랜드일수록 제품 이미지와 소비자와의 공간적 거리감을 줄이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앞으로 기업들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기반으로 한 옥외광고 전략을 구상할 때 대중적인 브랜드일수록 소비자들이 공간적인 거리감을 덜 느끼는 위치에 옥외 간판을 설치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옥외광고와 이 광고에 노출되는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고려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구현해야 상호작용 경험을 더 효과적으로 조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는 공간적 거리감이 느껴지는, 멀리 떨어진 거대 옥외 간판에서 선망을 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디지털 옥외광고 시장이 커질수록 정적이고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 어떻게 하면 광고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광고주들의 고민이 커질 것이다. 본 연구는 디지털 시대, 소위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라고 불리는 옥외광고와 소비자 사이의 공간적인 거리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준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seungyun@konkuk.ac.kr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 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 이승윤 |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로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 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seungyun@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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