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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의 전략

“팬 커뮤니티-커머스 활동을 한곳에서”
K팝 팬들의 불편 경험 차단한 ‘방탄 플랫폼’

최호진 | 352호 (2022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가 2019년 6월 론칭한 위버스는 IT 불모지였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 도약했다. 최근 2년 연속 매출 2000억 원대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 나가고 있다. 위버스 성장의 핵심은 고객 경험 혁신이다. 기존의 팬덤 활동이 여러 채널에 흩어져 이뤄졌다면 위버스는 팬 커뮤니티와 콘텐츠 소비, 커머스 활동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불편을 개선했다. 또 오프라인 공연 현장에서의 MD 상품 구매를 위버스 앱과 연계하고, 온라인 공연 시 팬들의 응원봉을 실시간으로 앱에 연동하는 등 온•오프라인 믹스 서비스로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



‘3307억 원.’

‘2019년 BTS(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서울 파이널 공연’을 통해 발생한 직접 경제 효과의 추정치다.1 판매비와 관객 숙박비 및 교통비, 관광 지출 등 콘서트가 직접 창출한 수익으로 외국인 관객의 한국 재방문 효과 등 간접 효과까지 포함하면 서울에서 3일간 진행한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경제 효과는 약 1조 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팬덤 경제’를 견인한 주역임에도 그간 비즈니스 세계에서 팬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공연을 관람하고 앨범과 MD 상품을 구매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한 지출을 아끼지 않았지만 정작 정당한 고객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공연 현장에서 MD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포털 사이트의 ‘공카(공식 팬 카페)’, 아티스트의 개인 소셜미디어 등을 옮겨 다니며 팬덤 활동을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다.

그러나 하이브는 음악 산업에 만연한 고객의 불편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의 경험을 개선해야 비즈니스 성장은 물론 음악 산업의 혁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고객 경험을 혁신할 솔루션은 플랫폼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였다. 팬 커뮤니티 활동과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콘텐츠 시청, 앨범 및 MD 구매 등 커머스 활동을 모두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개발했다.

팬덤 활동을 위한 거의 모든 것을 집약해 놓은 위버스에 팬들이 몰려들었다. 위버스는 론칭 당해인 2019년 말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인기 앱, ‘올해를 빛낸 엔터테인먼트 앱’ 부문 수상작에 선정됐다. 론칭 1년 남짓 만에 누적 앱 다운로드 수 1000만 건을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5700만 건을 돌파했다. 매출 역시 2019년 782억 원에 이어 2020년 2191억 원, 2021년 2394억 원으로 고공 행진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패스트컴퍼니가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스냅,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에 이어 하이브를 4위로 꼽으면서 위버스의 혁신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위버스는 어떻게 고객 경험을 혁신하며 246개국 사용자가 이용하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 도약했을까. DBR가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위버스의 성장 과정을 분석했다.

음악 산업 혁신을 위한 ‘로켓’

“K-POP은 K-GAME의 위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2019년 기업설명회에서 국내 음악 산업의 현재를 진단하며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13조1400억 원, 국내 음악 시장의 규모는 5조8000억 원이다. 그는 이 같은 시장 규모의 차이를 두고 “아직까지 누구도 음악 산업의 가치와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하며 “빅히트(현 하이브)가 바로 그 혁신을 이뤄내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CD 판매로 시작해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출시, IP(지적재산권)를 결합한 게임 캐릭터의 탄생과 아이템의 상품화까지 비즈니스를 혁신하며 성장한 게임 산업처럼 음악 산업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것이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하이브가 역량을 모은 지점 중 하나는 바로 ‘고객 경험 혁신’이다. 기존의 음악 산업에서는 고객, 즉 팬이 여러 채널에 흩어져 있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대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나 기성 미디어에서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앨범이나 굿즈, 공연 티켓은 별도의 판매 사이트에서 구입했다. 팬덤 활동은 ‘공카’라고 불리는 포털 사이트 내 카페에서 주로 이뤄졌다. 소비 채널이 여러 곳이다 보니 팬들의 불편함은 물론 엔터테인먼트사 입장에서도 비즈니스의 한계가 분명했다. 팬들이 다른 플랫폼에 속해 있기에 자신의 고객이 누구인지,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객을 이해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이들이 원하는 경험을 줄 수 없기에 비즈니스는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고객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는 문제를 파악했다. 모든 고객 데이터는 유통업자의 손에 있었다. 우리는 고객 패턴조차 모르고 있었다. 뒷받침할 숫자 없이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겠는가(방시혁 의장, 패스트컴퍼니 인터뷰 중).”2

방 의장은 파편화된 고객 데이터를 한곳에 모을 방법을 고민했고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우주 탐사 계획을 짰으니 로켓을 만들어달라”는 방 의장의 주문을 받은 비엔엑스(현 위버스컴퍼니) 구성원들은 1년간 플랫폼을 만드는 데 몰두했다. IT 기획자, 개발자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팬 경험을 최우선에 두고 이를 혁신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고민했다.

처음에는 팬덤을 위한 커머스 플랫폼을 기획했다. 하지만 팬 경험 혁신이 최우선의 목표였기에 커머스에 대한 고민은 다음 단계로 미루고, 커뮤니티 기능에 충실한 플랫폼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초기 기획 모습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 활동을 할 수 있는 포털 사이트 내 팬 카페 같은 형태였다. 기획 단계에서 팬들의 요구 사항을 수집해보니 여러 아티스트보다는 한 아티스트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위버스 가입 시 “당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입니까”라고 물은 뒤 해당 아티스트와 관련한 팬덤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했다. 팬들로부터 수집한 데이터에 충실하게 기획한 것이다.

그러나 방 의장은 위버스 기획팀에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여러 아티스트 커뮤니티와 관련 콘텐츠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슈퍼앱 플랫폼을 통해 기존 팬 카페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이런 방 의장의 디렉션을 두고 내부적으로 치열한 토론이 오갔다. 현재 고객 성향과 니즈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과 다양한 취향이 포용되는 ‘취향 공동체’로서 위버스가 나아갈 미래상을 두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위버스는 현재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여러 아티스트의 커뮤니티와 콘텐츠 등을 망라해 볼 수 있는 ‘홈’ 화면 페이지를 추가한 형태로 피벗(pivot)했다. 최 대표는 “팬들이 한 아티스트에 몰입하는 성향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더 다양한 취향이 포용될 수 있을 것이며 위버스가 슈퍼앱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면 여러 아티스트의 커뮤니티를 망라해야 한다는 것이 방 의장의 방향성이었다”고 설명했다.

1년여간 실험과 개선을 거듭한 끝에 2019년 6월 위버스가 탄생했다. 다양한 아티스트의 커뮤니티와 콘텐츠, 커머스를 한곳에 모은 세계 최초의 팬덤 플랫폼이었다. 방 의장의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자 음악 산업 혁신을 위한 수단인 ‘로켓’이 발사되는 순간이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팬 경험이 가능한
‘음악 산업의 원스톱 서비스’

‘패노크라시(Fanocracy).’ 마케팅 전문가 데이비드 미어먼 스콧과 레이코 스콧이 저서 『팬덤경제학』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조직이나 개인이 팬들을 존중하고 그들 사이의 의미 있는 관계를 의식적으로 키워나가는 행위로 ‘팬이 통치하는 문화’를 뜻한다. 사람이 상품보다 중요해지는 시대가 도래하며 패노크라시는 오늘날 급부상하고 있는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다. 저자들은 진정한 팬덤을 이루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의미 있고 활동적인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이런 관계가 고객을 열정적인 팬으로 만드는 토대가 되며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위버스는 패노크라시의 대표 사례다. 팬과 아티스트의 친밀한 관계 구축을 위해 플랫폼을 기획하고 서로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위버스가 기존의 팬 커뮤니티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기존의 팬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IT 회사가 만든 매스 플랫폼에 콘텐츠를 태운 형태였다면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의 소통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대표적인 기능이 ‘커뮤니티(Community)’다. 위버스는 앱 내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덤 간 쌍방향 소통 기능을 제공한다. 커뮤니티 공간은 팬들이 작성한 게시물을 모아 놓은 ‘Feed’, 아티스트가 팬들을 위해 직접 남긴 게시물을 보여주는 ‘Artist’, 아티스트가 출연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Media’, 아티스트와 실시간 영상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Live’ 탭으로 구성된다.

위버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팬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형식이 아닌 팬과 아티스트의 소통을 지원하는 방식을 추구한다. 사용자 경험(UX) 설계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아티스트와 팬이 진정 소통한다고 느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티스트를 위한 전용 기능이 대표적이다. 가령 방탄소년단 멤버 RM이 위버스 앱을 켜면 “팬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메시지가 뜨는 식이다. 또한 커뮤니티 매니저가 아티스트와 팬들의 소통을 돕기도 한다. 위버스에 신규 입점한 아티스트들의 경우 초반에 어떤 포스트나 댓글로 팬들과 소통해야 할지 어려워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적절한 주제를 제시해주거나 팬들의 반응이 좋았던 다른 아티스트들의 글을 공유해준다. 이 밖에 위버스는 팬들이 아티스트의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푸시 알림 기능을 제공하고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포함한 15개 언어의 번역 기능을 제공해 아티스트와 글로벌 팬 간 언어 제약 없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다.

팬들은 위버스 홈 화면에서 원하는 아티스트를 검색해 해당 아티스트의 커뮤니티에 무료 가입할 수 있고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경우 추가 혜택이 제공된다. 멤버십에 가입한 아티스트의 콘서트나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선예매 권한을 갖고 ‘Media’ 탭에서 위버스가 독점 제공하는 아티스트 관련 공식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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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기능도 위버스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서비스다. 팬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아티스트와 관련한 모든 것을 경험하려 한다. 앨범이나 MD를 사고 공연, 팬미팅 등에 참여한다. 기존에는 이 모든 경험을 하기 위해 여러 개별 사이트를 통해야 했다면 위버스는 공식 커머스 플랫폼인 위버스샵과의 연동으로 팬들의 다양한 소비 활동을 통합, 지원한다. 위버스샵은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들의 공식 앨범과 MD 상품, 공연 티켓, 위버스샵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독점 상품 등을 판매한다. 아티스트의 새 앨범 발매 시 예약 판매 기간에 위버스샵에서 구입하면 아티스트 사진과 앨범 등 위버스샵만의 전용 특전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티스트와의 소통, 콘텐츠 및 커머스 소비 등 모든 팬덤 활동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등장에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론칭 2달 만에 전 세계 229개국에서 회원 200만 명이 가입했다. 위버스 론칭 전 기존 방탄소년단 팬 카페에 가입한 회원 수가 6년간 150만 명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로켓 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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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로 고객 경험 개선

위버스라는 강력한 자체 플랫폼을 가진 하이브는 이를 활용해 고객 경험 혁신에 박차를 가했다. 커뮤니티 활동, 콘텐츠 시청 등 온라인 경험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고객 경험도 개선에 나섰다. 기존에는 오프라인 공연을 관람하려는 팬들이 티켓과 MD 구매, 현장 이벤트 신청을 각각 별도의 사이트에서 진행했다. 위버스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었다. 위버스컴퍼니는 2019년 10월 열린 방탄소년단 서울 공연에서 위버스 앱만 켜면 공연 티켓과 MD 구매부터 구매자 확인, 공연장 이벤트 참여 신청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공연 당일 현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던 한정판 공연 MD 상품을 위버스샵에서 온라인 주문할 수 있게 되자 현장에서 새벽부터 줄을 서던 팬들의 불편함이 크게 개선됐다. 팬들은 위버스샵을 통해 사전 주문하거나 공연 당일 공연장 인근 2.5㎞ 내에서 MD 상품을 주문한 뒤 현장 부스에서 QR코드를 보여주고 상품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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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평소에는 공연 MD 상품 구매를 위해 새벽부터 오후까지 수천 명의 팬이 줄을 서 대기했지만 이날은 평균 1시간 이내로 구매와 수령이 가능했다. 구매 방법을 다각화하고 고객의 불편함을 개선하니 매출도 상승했다. 2018년 8월 방탄소년단 서울 공연에서 현장 판매된 MD 상품은 26만 개였는데 2019년 공연에서는 총 58만 개가 팔려 공연 MD 매출이 약 2.1배 증가했다. 위버스샵을 통한 사전 온라인 및 현장 모바일 주문으로만 50만 개가 팔렸다.

이를 두고 2020년 1분기 기업 설명회에서 윤석준 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사업부문 대표는 “일반적으로 어떤 산업에서도 같은 조건에서 프로세스 개선만으로 매출이 2배 이상 뛰는 경우는 드물다”며 “고객 동선을 개선하고 구매 방식을 다변화하는 자체 플랫폼 위버스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IT로 고객 경험 극대화

커뮤니티, 콘텐츠, 커머스 기능을 한곳에 모은 최초의 팬덤 플랫폼. 이것 말고도 위버스는 또 하나의 타이틀을 더 갖고 있다. 바로 엔터테인먼트사 주도로 개발, 운영하는 최초의 IT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불모지를 개척하는 만큼 어려움도 있었다. 최 대표는 “위버스 이전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팀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위버스 운영을 위해서는 간단한 웹사이트 구축 수준을 넘어 한 번에 수백만 명이 몰리는 트래픽을 핸들링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위버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 수는 680만 명이다. 이렇게 대용량의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가진 전문 인력은 국내에 흔치 않다. 게다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개발자를 왜 뽑지?’ ‘이 서비스를 계속할까?’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위버스는 절박한 마음으로 소프트웨어 팀을 꾸려 나갔다. 특히 IT 업계에서 평판이 좋거나 실력 있는 중간관리자급 핵심 인력을 영입하는 데 주력했다. 좋은 인력이 들어오면 이들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인력이 영입되는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특성상 IP와 콘텐츠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엔지니어를 찾는 게 중요했다. 게임과 콘텐츠 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최 대표는 인재 영입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적합한 경력을 쌓은 인재를 물색하고 이들에게 위버스가 가진 비전이 잘 와닿을 수 있도록 직접 설득했다. 갖은 노력 끝에 위버스는 게임업계 출신 리더 등 역량 있는 인재들을 대규모 영입했고 그 결과 최근 1년 사이 엔지니어 규모만 3배 늘었다.

위버스컴퍼니는 명실상부한 유수 IT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2020년 상반기 위버스에서 진행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다. 2020년 4월18∼19일 양일간 24시간 동안 무료로 진행한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 방방콘에서 위버스는 IT를 접목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선보였다.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방탄소년단의 응원봉 ‘아미밤’을 실시간으로 위버스에 연결한 것이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공연을 즐길 수 없는 팬들에게 조금이나마 현장의 생동감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오프라인 공연장에서는 팬들이 가진 아미밤이 좌석 위치의 주파수에 따라 다른 색깔을 나타냈다. 그러나 온라인 방방콘에서는 팬들이 한 공간에 있지 않았다. 위버스 개발팀은 팬들이 각자 가진 아미밤을 블루투스로 위버스에 연결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공연 영상의 오디오 신호에 따라 보라, 파랑, 노랑 등 실시간으로 색깔이 변하도록 제어했다. 준비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개발팀은 물론 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몰입해 준비한 끝에 아미밤 연동 서비스는 1주일 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또한 위버스 개발팀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몰릴 접속자에 철저히 대비했다. 당시 방탄소년단의 위버스 회원 수만 400만 명 이상이었기에 평소 대비 두 배 이상 서버를 증설하고 순간 치솟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서비스 성능 향상을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3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방방콘은 전 세계 162개 지역에서 최대 224만 명이 동시 접속해 공연을 관람했으며 전 세계 50만 개 아미밤이 위버스에 연결됐다. 위버스와 트위터에서 ‘#방방콘’이 달린 게시물은 646만 건에 달했다.

위버스는 2달 뒤 열린 방탄소년단의 첫 온라인 유료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에서 고객 경험을 한층 더 개선했다. 팬데믹 상황으로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유료 온라인 공연이 하나둘 진행되며 오프라인 공연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할 때였다. 위버스는 단순히 공연을 라이브 중계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해야 고객이 가진 불편함을 개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지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 공연 관람부터 관람권과 상품 구매까지 온라인 공연과 관련한 모든 과정이 위버스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구현했다. 사용자가 공연 관람권을 결제한 뒤 결제 창을 클릭하거나 위버스 내 링크를 따라가면 바로 공연 감상 창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또 공연 당일을 축제처럼 생각하고 현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억으로 여기는 팬들을 위해 오프라인 공연 때처럼 방방콘 더 라이브 공식 상품을 출시했다. 방탄소년단 포토카드, 포스터, 열쇠고리 등 총 24종을 공연 4일 전부터 7일간 위버스샵을 통해 판매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대형 스타디움에 있었던 티켓 구매 및 상품 판매 부스, 공연장과 관람석 모두를 위버스에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다.

IT를 활용해 온라인 공연의 현장감도 극대화했다. 방방콘에서 처음 도입한 아미밤 연동 서비스는 물론 다양한 각도에서 무대를 감상할 수 있는 멀티 뷰를 도입했다. 6가지 각도의 화면을 한 스크린에 제공하고 팬들이 직접 원하는 화면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 라이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 키스위 모바일(Kiswe Mobile)과 손을 잡고 만든 결과물이었다. 최 대표는 “위버스 내부에서 모든 기술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필요시에는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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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콘에 이어 방방콘 더 라이브 역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유료 공연이었음에도 전 세계 107개 지역에서 75만6000여 명이 동시 접속해 공연을 관람했고 공식 상품은 일주일 만에 약 74만6000개가 판매됐다. 단 한 번의 온라인 공연에 스타디움 공연 약 15회 차 규모의 관객이 위버스에 모인 셈이다. 유료 공연 최대 접속자 수 75만6000여 명은 당시 기준 라이브 스트리밍 콘서트 최다 시청자 규모로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오르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IP와 강력한 팬덤, 이 둘을 매개하는 위버스 플랫폼과 그 기술력이 합작해 거둔 성과였다.

수익 모델 다각화로 압축 성장

유료 멤버십과 콘텐츠, 커머스에 이어 온라인 콘서트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한 위버스의 매출은 고공 행진했다. 2019년 매출 782억 원에서 2020년 2191억 원으로 1년 만에 급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 매출은 2394억 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위버스가 하이브의 아티스트 간접 참여형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대부분 음원 발매와 공연 등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는 활동 위주로 운영돼 왔다.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는 활동과 사업이 많아지다 보면 아티스트도, 기업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아티스트의 컨디션과 콘텐츠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의 데뷔를 준비하면서부터 아티스트가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시작했다. 위버스는 그 솔루션 중 하나였다. 아티스트 공식 MD 상품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연, 유료 멤버십 및 독점 영상 콘텐츠 등 팬덤 활동에 필요한 대부분의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위버스와 위버스샵은 아티스트 간접 참여형 매출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위버스를 통해 발생한 총 결제 금액이 2019년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1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2분기 기준 결제 이용자 수(PU, Paying User) 역시 2019년 2분기 대비 640% 증가했다. 위버스 개발 전인 2017년 약 20%였던 하이브의 아티스트 간접 참여형 매출 비중은 2021년 기준 전체 매출 비중의 약 60%까지 상승했다.

하이브의 아티스트 간접 참여형 매출 중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MD 및 IP 라이선스다. 이처럼 하이브의 MD 유통을 책임지며 매출 성장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기여해온 위버스이지만 고비도 있었다. 제품 불량 및 하자, 배송 지연 등의 이유로 위버스샵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잇따라 접수된 것이다. 2020년 5월∼2021년 1월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위버스샵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137건이었다.

최 대표는 “본질적으로는 빠른 성장에 따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핵심 문제였다”며 “이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위버스컴퍼니는 물류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고 업계 전문가를 영입했다. 국내 ‘톱 3’ 물류 업체로 40여 개 국가에 물류센터 360개를 보유한 LX판토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해외 팬들의 구매가 많은 일본과 미국에 거점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국내에서는 해외 출고가 용이하도록 공항 인근인 인천 청라 지역에 물류센터를 조성했다. 이렇게 총 2만9040㎡(약 8800평) 규모의 물류센터 3곳을 운영하며 연간 최대 1250만 건의 물량을 수용하고 있다. 최 대표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물류 문제를 개선했으나 여전히 고객들로부터 ‘잘한다’며 칭찬받는 상황은 아니다. 물류 파트너사에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물류를 현지화하는 등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과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협업으로 외연 확장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는 지난 7월 기준 56팀이다.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하이브 산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를 시작으로 선미, 스테이씨 등 다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가 입점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아티스트와 팬들 간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고민하는 레이블이 위버스 측에 먼저 입점을 제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위버스에 한 아티스트가 입점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바로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블랙핑크였다. YG라는 대형 경쟁사 소속이자 약 7800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가진 글로벌 아티스트 블랙핑크의 입점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그리고 팬덤 경제에서 위버스가 가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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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를 비롯한 위너, 아이콘, 트레저 등 YG 소속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은 하이브와 YG의 전략적 파트너십 아래 진행됐다. 하이브와 위버스컴퍼니는 지난해 1월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YG PLUS에 7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파트너십을 통해 각 사가 가진 강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었다. 현재 YG PLUS는 하이브의 음반 및 음원 유통을, 위버스는 YG 소속 아티스트의 글로벌 멤버십 사업과 팬 커뮤니케이션, MD 상품 판매를 담당하며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위버스는 글로벌 메가 팬덤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위해 또 한번의 큰 결정을 내렸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사업부와 통합한 것이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는 K-POP 아티스트 등이 출연하는 실시간 동영상 송출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 단계 더 스케일업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위버스와 네이버의 니즈가 일치하면서 두 플랫폼의 통합이 추진됐다. 지난해 3월 네이버가 위버스컴퍼니에 4118억 원을 투자해 지분 49%를 인수하고 위버스컴퍼니는 올해 3월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약 2000억 원에 양수했다. 양수 계약 체결 당시 네이버 측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내 플랫폼 간의 경쟁을 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 간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며 “경쟁력 있는 K-기술에 K-콘텐츠를 더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플랫폼은 점진적으로 통합 중이며 첫 결과물로 지난 7월 위버스 내 라이브 기능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포스팅과 댓글로만 소통했다면 네이버 기술 기반의 라이브 기능을 도입한 새로운 위버스에서는 동영상과 채팅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아티스트가 설정한 라이브 스케줄을 미리 확인하고 종료된 라이브 동영상은 VOD로 전환돼 다시 감상할 수도 있다. 최 대표는 “두 회사의 협업으로 포스팅, 댓글 등 비동기적 소통이 중심이었던 기존 위버스에 라이브라는 동기적 소통 방식이 더해져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새로워진 위버스에 적합한 다양한 소통 방식을 고안하기 위해 네이버와 함께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DBR mini box I : Interview: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

“입점한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성장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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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넥슨코리아 플랫폼본부 본부장, 더핑크퐁컴퍼니 부사장을 거쳐 2021년 7월부터 위버스컴퍼니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압축 성장.’ 최준원 대표가 DBR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언급한 단어다. 위버스는 지난 3년간 가파르게 성장했다. 최근 2년 연속 연 매출 2000억 원대를 기록했으며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제레미 주커, 뉴 호프 클럽 등 해외 아티스트까지 위버스에 합류하며 글로벌 확장 발판을 탄탄히 다지고 있다. IT 불모지였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팬덤 플랫폼으로 도약한 위버스의 성장 비결과 향후 계획을 최 대표에게 물었다.

위버스는 서비스 론칭 3년 만에 가파르게 성장했다.
압축 성장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위버스는 과거에도 지금도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의 영향력이 성장의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방탄소년단의 팬덤이 위버스를 키우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위버스에 합류하기 전 여러 콘텐츠 회사에서 일한 경험에 비춰 보면 인하우스에 영향력이 큰 IP가 있는지 여부가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위버스의 경우 방탄소년단이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에 시동을 거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이후 사업을 고도화하며 하이브 산하 레이블 외에 다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외연을 넓히면서 지금까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음악 외 다른 장르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 계획도 있나?

배우나 스포츠 선수의 위버스 입점 계획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지만 외부에 공개할 정도로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분야보다는 K-POP 외 다른 음악 장르의 아티스트부터 선제적으로 저변을 넓힐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하이브 아메리카와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산하 여러 아티스트와 다양한 협업을 구상하고 있다.

위버스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직원 수와 해외 법인 현황이 궁금하다.

총 직원 규모는 300여 명이다. 미국과 일본에 위버스 해외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246개국 사용자가 위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동남아, 북미, 남미, 유럽 등 지역별로 사용자가 고르게 분포돼 있지만 결제 기준으로 보면 한국, 일본, 미국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위버스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큰 국가에 지사를 설립할 필요성을 느꼈다. 각 지사에서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어카운트 매니저와 해당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커뮤니티 매니저를 통해 거점 지역의 아티스트와 팬 커뮤니티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위버스 사업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MD 상품 역시 전 세계로 배송한다. 주문량이 많은 국가인 일본, 미국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물류와 배송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나갈 예정이다.

향후 위버스가 새롭게 선보일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위버스컴퍼니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ADOR)가 협업해 개발한 ‘포닝(Phoning)’ 서비스가 최근 오픈했다. 지난 7월 데뷔한 어도어 소속 걸그룹 뉴진스만의 전용 소통 앱이다. 위버스는 개별 아티스트의 콘셉트와 부합하는 다양한 신규 서비스 개발을 모색해왔다. 마침 뉴진스의 콘셉트가 위버스가 가진 기술 및 향후 도입할 신규 서비스들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협업 체제를 구축, 포닝을 개발했다. 포닝은 뉴진스와 팬들이 하나의 폰을 공유한다는 콘셉트로 일상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기능들이 도입됐다. 그중 하나가 아티스트와 팬들이 직접 소통하는 메신저 기능이다. 포닝의 메신저 기능은 향후 위버스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팬레터, 아티스트 손글씨 등 새로운 기능들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팬 이해’에서 출발한 ‘팬 경험’ 구현

위버스의 성공에는 ‘팬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흔히 ‘덕질’이라 불리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향한 다양한 팬덤 활동을 하는 데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철저히 분석하고 지원한 것이 가장 큰 성공 요인이다. 팬과 아티스트가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이커머스와 같은 일반적인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매우 다르다. 이런 차이점을 잘 이해하고 팬들이 팬덤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플랫폼을 통해 구현한 것이 위버스다. 즉, 온라인 플랫폼이나 이커머스가 강조하는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에서 한발 더 나아가 뛰어난 팬 경험(FX, Fan eXperience)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위버스의 성공 요인

위버스 플랫폼의 목적은 아티스트와 팬들의 소통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보면 위버스도 서로 다른 성격을 갖는 두 개의 집단을 연결하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의 일종이다. 그런데 위버스에서는 기존의 이커머스나 배달 앱과 같은 일반적인 양면 시장 플랫폼과는 다른 독특한 점들이 발견된다.

우선 양면 중 한 면인 아티스트 그룹이 소수이며 선택적이라는 점이다. 이커머스나 배달 앱의 경우 소비자와 판매자 수가 많고 이들의 진입과 출입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에 비해 위버스는 양면 중 팬의 진입은 자유롭지만 아티스트는 소수만 선택적으로 입점할 수 있다. 또한 팬들은 일반적으로 아티스트 한 팀에 충성한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분리돼 있는 형태, 플랫폼 용어로 표현하면 클러스터링(clustering)이 나타난다.

이커머스나 배달 앱과 같은 기존의 양면 시장은 연결 목적이 주로 거래(transaction)지만 위버스에서는 아티스트와 팬들의 연결과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굿즈나 콘서트 티켓 구매도 중요한 활동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아티스트와 팬의 연결이 위버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래는 일회적이나 연결과 소통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이다. 이런 차이점으로 인해 위버스는 기존의 플랫폼과는 다른 기능과 디자인이 요구된다. 위버스가 성공적인 팬 경험(FX)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플랫폼과 차별화한 점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팬들과 아티스트의 연결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콘서트 예약이나 온라인 공연 관람 기능에 더해 아티스트와 자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팬들의 니즈에 맞춰 라이브 동영상 기능을 도입했다.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충실히 제공해야 한다. 위버스의 사용자인 팬들은 아티스트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원하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한다. 위버스는 이런 사용자의 니즈를 잘 파악했고 이를 충족하는 새로운 기능을 성공적으로 디자인해 제공했다.

둘째, 엔터테인먼트는 다른 산업과 다르게 지적재산권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저작권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이름과 로고를 사용하는 굿즈, 초상권, 공연 영상 등 다양한 지적재산권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앨범, 굿즈, 콘서트 예약 등을 각각 다른 플랫폼에서 제공했기에 팬들은 수많은 채널을 동시에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위버스는 이런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했다. 이전에는 앨범, 굿즈, 콘서트 등 지적재산권의 형태별 플랫폼이 산발적으로 존재했다면 위버스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통합한 형태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셋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할 수 있는 일종의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팬들과 아티스트 간의 소통, 연결 방식의 특징 중 하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팬들은 아티스트와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지만 콘서트 참여나 굿즈를 구하는 등 오프라인 활동에도 열성적이다. 위버스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위버스가 운영 초기 굿즈의 품질 관리나 배송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원활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의 통합이 발전하면서 굿즈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고 수령은 콘서트 현장에서 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프로세스를 구축하면서 혁신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위버스의 성공은 기존 플랫폼 외에 사용자의 니즈에 따른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양면 시장 플랫폼은 다수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 주는 형태다. 우버는 운송, 배달의민족은 음식 배달 등 서비스의 분야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슷한 형태의 플랫폼이다. 반면 위버스는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 아티스트와의 소통, 굿즈 예약 구매와 같은 기존의 플랫폼과는 차별화되는 형태의 연결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공했다. 즉, 독특한 연결 형태와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를 잘 찾으면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예를 들어, 스포츠 구단과 팬들의 소통 방식은 엔터테인먼트 영역과는 다르다. 경기 동영상과 같은 지적재산권, 입장권과 굿즈 판매 등은 비슷하지만 종목별 팀 전체를 관장하는 조직, 예를 들어 한국야구위원회와의 관계, 선수 트레이드 등 다른 점이 있다. 기존에도 구단 홈페이지와 같이 팬들과의 연결, 소통을 위한 플랫폼이 있지만 스포츠 분야에 특화돼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을 충실히 제공하는 플랫폼이 등장할 여지는 충분하다. ‘스포츠판 위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전략

위버스는 팬과 아티스트의 연결을 위한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향후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지금보다 외연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s) 사례가 좋은 예다. AWS는 원래 아마존 내부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클라우드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외부 기업들의 니즈를 감지하고 사업화해 성공했다. 현재 아마존 영업이익의 약 60%가 AWS에서 나오고 있다.

위버스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와 팬들 간의 소통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이미 자리 잡았다. 이를 필요로 하는 외부 아티스트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이미 YG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사 소속 아티스트를 위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음악에 국한할 필요가 없다. 배우, 화가, 댄서, 피아니스트, 성악가, 웹툰 작가, 소설가, 인플루언서 등 팬덤을 보유한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포함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

최근 위버스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면서 아티스트에게 대부분의 수익을 돌려주는 크리에이터 중심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비마이프렌즈’와 같은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i 만일 이 같은 경쟁자가 낮은 비용과 유연성을 무기로 아티스트들을 대거 수용한다면 위버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위버스가 향후 경쟁 우위를 가지려면 입점 아티스트의 외연을 대폭 확장하는 스케일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플랫폼으로부터 획득하는 데이터를 활용할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도 위버스는 데이터 분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이를 기반으로 플랫폼을 개선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만들어 내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역량을 가진다면 문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뿐만 아니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양해질 것이다. 또한 플랫폼 개선만이 아닌 아티스트나 소속사의 기획 단계에서도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 가령 아티스트의 작품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나 앞으로의 공연, 아티스트와의 소통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의 데이터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런 데이터 분석을 아티스트나 소속사가 위버스 플랫폼에서 스스로 쉽게 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제공한다면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또 하나의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는 팬들이 아티스트와의 원활한 소통과 연결에 목말라 하기 때문에 이 갈증을 풀어주는 위버스 같은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향후 위버스가 성숙 단계에 진입하면 외부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팬들과 아티스트가 위버스 내에서 활발히 소통할수록 위버스 밖의 일반 소비자는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 있다. 현재는 아티스트가 SNS, 유튜브, 기성 미디어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도 이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많고 아티스트의 인지도도 덩달아 올라간다. 향후 위버스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위버스에 치중된다면 일반 대중은 아티스트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음원이나 공연 영상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것들이 위버스 안에서 소비되는 비율이 높아지면 고립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 단계에서 위버스는 플랫폼 내 팬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잠재 팬층을 끌어들일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외부 플랫폼과의 연결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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