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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일본의 워케이션 비즈니스

지자체 손잡고 관광지에 제2의 오피스
교통-숙박 구독 서비스 산업도 활황

정희선 | 350호 (2022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기업이 참여하면서 워케이션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여행 업계에서는 워케이션 근로자를 타깃으로 한 주거 구독 혹은 호텔 구독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지방에 직접 위성 오피스 등의 워케이션 시설을 설치하거나 워케이션 가능한 호텔과 계약을 맺는다. 와카야마현과 같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워케이션 시설을 구축하고 지방의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들의 워케이션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처럼 일본은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조직적으로 협력해 워케이션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를 접할 수 있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긴 노동시간에서 비롯된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개혁’이라는 캠페인을 추진했다.1 개혁 방안 중 하나로 언급된 것이 워케이션 제도였다. 일본 정부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기업들에 워케이션 제도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했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은 워케이션 제도를 공식적으로 신설해 직원들이 휴가지에서 업무를 하도록 장려함으로써 일과 삶의 균형을 취하도록 했다. 하지만 워케이션 제도는 쉽게 정착되지 못했다. 한 예로 일본항공(JAL)은 휴가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 제도를 2017년 도입했지만 2019년 이용자 수는 247명에 불과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휴가 중에도 일을 시키기 위한 구실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업무 방식과 문화가 유연하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된 제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일본에서도 코로나 이후로 워케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항공처럼 워케이션 제도를 만들어 장려하지 않아도 리모트 근무가 확산되면서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것이다. 자연스럽게 워케이션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며 워케이션을 둘러싼 시장이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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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야후 재팬은 직원들의 거주지 제한을 없앤 ‘어디에서나 오피스’ 제도를 발표했다. 이전에는 원격 근무를 허용하면서도 오전 11시까지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범위 내에는 거주하길 요구했다. 그런데 이번에 아예 이런 거리 제한까지 없앤 것이다. 동시에 과거에 통근 수단을 전철이나 고속열차인 신칸센, 버스만으로 한정하던 데서 비행기로 출근하는 것도 용인하기 시작했다. 즉, 사원 개개인이 휴가지를 포함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하는 장소와 환경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식 허용한 것이다.

이런 근무지 제한의 폐지는 IT 기업을 넘어 전통적인 대기업으로도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최대 통신사인 NTT는 2022년 7월부터 국내 어디서나 자유롭게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종업원 6만 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3만 명, 그중에서도 주로 기획이나 시스템 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대상이다. 또한 일본 국내 제조업에선 드문 예지만 미쓰비시홀딩스가 사무직을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4200명이 완전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쓰비시케미컬, 도요타 등이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전면 재택근무 혹은 출근과 재택근무를 섞은 하이브리드형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는 근무지에 대한 제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워케이션이라는 공식적인 제도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집을 떠나 일하거나 일과 휴가가 섞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분위기다. 완전 재택근무가 아닌 일주일에 2∼3일 정도 출근을 요하는 ‘하이브리드형’ 근무 제도에서도 워케이션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컨대, 목요일이나 금요일은 여행지로 가서 일을 하다가 주말에는 자연을 즐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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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구독 서비스,
원할 때 언제나 떠날 수 있도록

이런 생활양식의 변화는 곧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의미한다. 여행과 일이 섞인 삶, 취미와 업무가 섞인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여태까지 없던 소비자들의 니즈가 탄생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워케이션 관련 가장 역동적인 분야는 워케이션 시 숙박을 해결해 줄 주거 구독 혹은 호텔 구독 서비스이다. 예를 들어, 서핑이 취미인 직원은 매주 금요일이면 양양으로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매주 양양의 호텔이나 민박을 예약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비용 부담이 크다. 주거 및 호텔 구독 서비스는 이런 워케이션족들의 가장 가려운 부분인 숙박 문제를 해결해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가 지난 DBR 332호에서 최근 일본에 새롭게 등장한 숙박 트렌드에 대해 기고2 한 바 있는데 특히 워케이션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서비스들이 지금까지 성업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거 구독 서비스인 아도레스(ADDress)는 팬데믹 전부터 화제가 됐던 서비스이다. 서비스 구독자는 한 달에 4만 엔(약 40만 원)을 내면 아도레스가 운영하는, 전국의 빈집을 활용해 만든 숙박 시설에서 머물 수 있다. 아도레스는 ‘앞으로는 한 곳에 정착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 거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 것’이라며 근무 장소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코로나 확산 전에도 월 40만 원에 다양한 곳에서 살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된 프리랜서와 1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팬데믹 직후부터 서비스 신청자가 쇄도하기 시작했는데 신청자 중 대부분이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일본의 호텔들 또한 워케이션 시장에 주목해 ‘다거점 숙박 플랜’이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도큐호텔은 2021년 4월, 일본 전국에 위치한 39개의 도큐호텔과 리조트형 호텔인 도큐배케이션(Tokyu Vacation)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숙박할 수 있는 서비스인 ‘츠기 츠기 (tsugi tsugi, ‘다음 다음’이라는 뜻, 호텔을 옮겨 다니는 움직임을 표현)’를 출시했다. 요금은 30박에 18만 엔(약 180만 원), 60박에 36만 엔(약 360만 원)으로 동반 1인까지 함께 머물 수 있으며 숙박을 원하는 호텔에 빈 객실이 있다면 예약이 가능하다. 총 100명을 모집하는데 933명이 신청하면서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호텔 구독 서비스의 시장성을 확인한 도큐호텔은 2021년 12월 숙박 가능 시설을 78개까지 늘렸고, 2022년 3월부터는 일본의 몇몇 호텔과 제휴해 전국 173개로 이용 가능한 호텔 수를 늘렸다. 숙박 일수 또한 더 짧은 단위인 13박 상품까지 추가해 2주간 워케이션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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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별장을 구독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일본의 스타트업 사누(SANU)는 월 5만500엔(약 55만 원)을 지불하면 사누가 직접 건설한 32개 동의 별장에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별장의 대부분은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 위치해 있으며 별장 내외부는 전부 목재를 사용해 만들었기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다. 별장 내에는 와인 셀러를 포함한 가전과 주방용품이 전부 준비돼 있다. 별장 구독 서비스 또한 출시하자마자 인기를 끌어 현재 300명이 이용 대기 중이다.

숙박뿐만이 아니다. 일본 전국의 호텔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 호텔 구독 서비스가 늘자 덩달아 항공권도 정해진 기간 내 마음껏 이용 가능한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일본의 저비용 항공사(LCC) 피치항공은 2021년 11월 한 달간 국내 33개 노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자유탑승권’을 출시했다. 자유탑승권은 일본의 철도 분야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항공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시도로 워케이션 수요를 겨냥한 상품이었다. ANA항공 또한 2020년 1∼3월 동안만 한시적으로 주거 구독 서비스인 아도레스와 제휴해 항공권을 세트로 판매했다. 아도레스 회원이 월 3만 엔을 추가로 지불하면 국내 2개 도시의 왕복 항공권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숙박과 교통의 구독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일반 직장인들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원할 때 다른 도시로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구독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직장인의 워케이션을 위한 인프라가 정비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워케이션 시설 만들기

일본의 일부 기업은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워케이션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자사 직원들의 워케이션을 촉진하기 위해 위성 오피스를 휴양지에 만들거나 호텔과 같은 숙박 시설을 법인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도심 내 오피스 개발 업체들도 지방으로 눈을 돌려 워케이션 시설을 건설한다.

일부 대기업은 자사가 직접 위성 오피스를 설치해 직원들의 워케이션을 독려하기도 한다. 미쓰비시 UFJ은행은 도쿄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의 유명 휴양지인 가루이자와(軽井沢)를 포함해 전국 6곳에 워케이션 시설을 오픈했다.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도 워케이션이 가능한 위성 오피스를 자사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기도 한다. 유수의 금융기관과 외국계 기업이 몰려 있는 도쿄의 마루노우치 지역 내 오피스 빌딩을 다수 소유한 미쓰비시지쇼(三菱地所)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쓰비시지쇼는 와카야마현에 위성 오피스를 만들고 자사가 운영하는 오피스 빌딩 내에 입주한 회사의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쓰비시지쇼는 니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워케이션 시설을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이제 오피스 건물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혁신이 탄생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텔레워크를 포함해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실시하는 것, 종업원의 정신 건강을 증진하는 등의 활동에 대한 기업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솔루션의 하나로 위성 오피스를 제공하게 됐다.”

일본의 프린스호텔은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법인 고객의 워케이션 프로그램 수요가 꽤 된다고 판단해 2020년 9월, 법인 대상의 영업팀을 설립하고 워케이션 상품을 개발했다. 실제로 최근 복리 후생 차원으로 워케이션 가능한 호텔과의 계약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회사가 프린스호텔과 연간 계약을 진행하면 직원들은 원할 때 언제든 전국에 위치한 5군데의 프린스호텔에 묵으면서 일할 수 있다. 팀워크를 다지고 싶은 경우에는 팀 전체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 동안 주재할 수도 있으며 친목을 위한 골프나 볼링 같은 게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프린스호텔은 기업 고객 시장을 연간 8억∼10억 엔 정도 규모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워케이션은 그 경험 자체가 신사업에 활용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항공 및 여행 업계다. 새로운 도시에서 일과 휴가를 즐긴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경험은 항공 노선 개발 및 지역 관광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JAL항공은 사원이 워케이션으로 방문한 지역에서의 경험을 살려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JAL항공 관계자는 “여태까지는 도쿄나 지방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70%는 도쿄에서, 나머지 30%는 지방에서 일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 사원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며 워케이션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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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를 살리는 워케이션

이런 근무 방식의 커다란 변화와 워케이션의 확산을 일본 지자체들은 무척이나 반기고 있다.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인구 유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방으로의 이주를 촉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떠오르며 워케이션 인구가 늘어나는 지금이야말로 지방으로의 인구 흐름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런 배경에는 ‘관계 인구’라는 콘셉트가 자리 잡고 있다. ‘관계 인구’란 특정 지역으로 완전히 이주 혹은 정착하지는 않으나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역에 완전히 정착하는 인구를 유입시키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체험하면서 그 대안으로 새롭게 제시한 개념이다. 지자체들이 워케이션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워케이션을 통해 해당 지역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이들, 즉 관계 인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는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기업과 연계해 워케이션 시설을 유치했다. 대표적인 곳이 워케이션 성지로 떠오른 와카야마(和歌山県)현이다. 와카야마현은 지자체가 나서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워케이션 시설을 개설하고 지역 곳곳에 리모트 근무의 인프라가 되는 와이파이를 설치했다. 특히 시라하마초(白浜町)의 해변에까지 와이파이를 설치한 점이 눈에 띈다. 푸른 백사장에서 컴퓨터를 켜고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일본 직장인들의 뇌리에 깊이 박혔다.

하지만 와카야마현이 단지 해변에 와이파이를 설치한 것만으로 워케이션의 성지가 된 것은 아니다. 와카야마현은 조직적, 전략적으로 워케이션을 현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만들어 어필했다. 2017년 8월에는 ‘워케이션 포럼’을 도쿄에서 개최, 워케이션 관련 강연과 패널 간의 토론을 통해 기업들에 워케이션의 장점을 알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2017년과 2019년에 걸쳐 수도권 내 기업을 초청해 3박4일로 워케이션 체험회를 개최했다. 또 여름에는 자녀와 부모를 함께 초청해 부모가 워케이션 시설에서 일을 하는 동안 자녀들이 자연학습을 하고 밤에는 가족끼리 바비큐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등 당시에는 생소한 개념인 워케이션 장점을 체험해 보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었다.

앞서 소개한 미쓰비시지쇼가 위성 오피스를 설치할 때3 도 시라하마쵸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 내 기업들까지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예를 들어, 워케이션으로 시라하마쵸를 방문하는 기업의 직원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일정을 보내면 좋은지 플랜을 제안하거나 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 체험 활동의 예약을 지원했다. 또한 오피스 비품을 보충하는 것과 같은 일을 지자체와 지역 내 기업들이 협력했다. 이런 지자체와 지역 내 기업들의 도움으로 미쓰비시지쇼는 워케이션 시설의 관리와 운영을 담당할 직원을 별도로 상주시키지 않아도 됨에 따라 운영비를 절감했다. 또한 워케이션을 실시하는 기업과 직원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워케이션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와카야마현은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100곳이 넘는 기업과 협업했다. 미쓰비시지쇼뿐만 아니라 글로벌 IT 기업인 세일즈포스 등이 시라하마에 위성 오피스를 설치하고, 직원들이 길게는 3개월까지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와카야마현의 호텔들도 리노베이션을 통해 업무 공간과 회의실을 마련하는 등 워케이션에 적합한 시설로 탈바꿈했다.

니가타현에 위치한 지방 도시인 묘코(妙高)시 또한 워케이션 센터를 2020년 6월에 설치해 관계 인구를 증가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묘코시는 단순히 자연경관이 좋으니 방문해 달라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 기업들이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배우는 워케이션’을 콘셉트로 묘코시를 워케이션지로 검토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는 비즈니스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는 ‘일본능률협회매니지먼트 센터’와 협동으로 개발한 ‘히어 데어(here there)’는 산속에서 진행하는 트래킹에 비즈니스 게임을 접목함으로써 불확실한 환경하에서 가설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는 법에 관해 체험하며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묘코시는 ‘워케이션’에서 ‘배케이션(vacation)’이 아닌 ‘워크(work)’가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함으로써 기업들을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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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인구 감소로 고민하는 다수의 지방 도시가 각 도시의 장점을 내세워 워케이션 시설을 만들고 기업과 개인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도쿄와 인접한 나가노현은 워케이션 매력도가 높은 12개 마을을 지정하고 해당 지역 내에 워케이션 시설을 만드는 기업에 150만 엔 한도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들에 있어 최근의 워케이션 트렌드는 지난 수십 년간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하던 생산성 저하와 지역 인구 감소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책이 되고 있다.

일본 워케이션의 특징

일본의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첫째, 기업과 정부, 지자체가 조직적으로 협력해 제도를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워케이션은 개인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존해서는 제도를 확산시키고 시장 규모를 키울 수가 없다.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있고, 워케이션을 떠나고 싶지만 사비를 들여 떠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기업들은 직접 자사 직원들을 위한 워케이션 시설 혹은 위성 오피스를 만듦으로써 워케이션 트렌드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 지자체는 이런 기업들을 지역 내 기업과 협력해 서포트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워케이션 시설의 건설을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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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일본 기업들은 ‘vacation’보다 ‘work’에 초점을 맞춰 팀 단위로 워케이션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심 내 오피스에서는 쉽지 않은 팀 빌딩 활동이나 아이디어 워크숍 등에 워케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미쓰비시지쇼는 워케이션에 “업무(Work) 장소를 바꾸어(Location), 직원들을 동기 부여하고(Motivation), 대화 속에서(Communication), 혁신(Innovation)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즉 워케이션은 단지 장소를 바꿔 일을 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도록 지원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워케이션을 통해 ‘일하는 방식 개혁’과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풀기 힘들었던 두 가지 과제 해결에 도전하고 있다. 워케이션 트렌드는 여태까지 팽창을 지속한 도시 집중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워케이션 인구의 증가는 관광객을 늘리는 것보다 더욱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워케이션을 위해 방문한 이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한 달 넘게 지내면서 지역에서 소비한다. 또 지역 주민들과의 친밀한 교류는 해당 지역에 대한 강력한 호감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으로의 이주까지도 고려하는 인구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워케이션이 커다란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며 지방에 위성 오피스를 설치하는 기업들도 생기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적극 협업하는 일본 사례를 참고해 한국도 워케이션을 제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즉, 개인이 여행을 즐기며 일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는 기회, 지자체는 지역 재생의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 멋진 시설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알아서 오기를 기다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는 하드웨어 측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현지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고객들에 어필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 또한 워케이션 제도를 통해 어떤 효과를 얻을 것인지 명확히 한 후 이를 위해 어떤 프로그램과 제도가 필요할지를 구체적으로 고심해야 할 것이다.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라이프스타일 관련 마케팅을 다룬 책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을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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