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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Interview: 신성철 야놀자 사업개발유닛장

“워케이션, 직원의 권리로 확산 추세
숙박업-지자체에도 혁신 돌파구”

배미정 | 350호 (2022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야놀자는 글로벌 테크 인재의 영입을 위해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했다. 원격 근무가 안착된 상태였기 때문에 워케이션 참가 직원들은 같은 숙소에서도 각자 속한 팀 업무에 집중하고, 퇴근 이후에는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여가를 즐겼다. 참가자들은 워케이션 기간 동안 자율적으로 자기 일정을 정해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데 만족했다. 야놀자는 워케이션이 앞으로 전직원이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복지 혜택이자 권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숙박 업체와 협업해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애플의 머신러닝 담당 핵심 임원이었던 이안 굿펠로가 구글로 이직한다는 소식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가 다름 아닌 애플의 달라진 근무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2년간 상시 원격 근무 체제를 유지했던 애플은 2022년 4월부터 주 1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로 전환했으며 최근에는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개발자들이 크게 반발한 가운데 사내 AI 최고 인재로 손꼽히던 임원이 아예 경쟁사로 이직해버린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굿펠로는 회사 측에 “우리 팀에는 더 많은 유연성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팬데믹이 일상화된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면서 애플뿐 아니라 많은 대기업이 원격 근무 체제를 접고 기존 체제 혹은 원격과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통근 시간의 절약, 비대면 소통의 효율성 등 원격 근무의 장점에 익숙해진 구성원들의 심리적 저항감도 만만찮다. 다른 한편, 국내 IT 대기업들은 원격 근무 체제를 유지하는 데서 더 나아가 워케이션(Worcation)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1

대표적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는 총 180명의 구성원을 추첨으로 선발해 강원도 평창과 동해, 전남 여수에서 회당 30명씩 총 6회의 워케이션을 실시했다. 워케이션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만족감이 100%에 달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앞으로는 규모를 키워 워케이션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야놀자가 생각하는 워케이션의 의미는 무엇일까? DBR가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총괄한 신성철 야놀자 사업개발유닛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워케이션 프로그램의 성과와 앞으로 전망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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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한 계기는 무엇인가?

야놀자는 2021년 7월 ‘테크 올인(Tech All-in)’의 비전을 선포하면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신규 시스템을 갖추고 R&D에 대한 투자 및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기술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가 바로 워케이션이다. 야놀자는 팬데믹 이후 1년 반가량 상시 원격 근무제를 시행하는 동안 오히려 높은 성장2 을 기록하면서 이 제도가 업무 생산성에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차별화된 복지 혜택을 고민하던 시점이었다. 해외에서는 팬데믹 이전부터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중심으로 워케이션이 하나의 업무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워케이션은 야놀자 호텔사업본부의 신규 사업 계획과도 연관이 있다. 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워케이션 경험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면 워케이션 관련 신규 상품 개발과 B2B 세일즈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워케이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무엇인가?

직원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근무하면서 휴양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워케이션 장소를 정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첫 워케이션을 시행했던 2021년 11월은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1단계로 완화됐지만 감염병 전파 우려가 여전히 컸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워케이션을 강행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도입하는 제도가 자칫 사고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 최우선 원칙이었다. 그래서 강원도 내에서도 강릉, 속초 같은 유명 관광 지역을 제외했다. 또한 직원들 간 거리 두기가 되려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숙박 시설이 있는 지역이어야 했다. 평창은 동계올림픽 개최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11월에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또 리조트나 호텔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평창의 호텔, 리조트를 대상으로 워케이션을 제안했더니 많은 곳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줬다. 그중에서도 일부러 관광지와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을 선택했다. 대형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으며 각 객실 안에 업무를 볼 수 있는 크기의 책상이 있다는 점도 중요한 선택의 이유였다. 호텔과 협의해서 직원들은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삼시 세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이 근무하기 편하도록 객실에 개별 모니터를 설치했다. 워케이션 참가자들은 몸만 이동했을 뿐이지 평소 재택근무할 때와 일하는 환경은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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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선택할 때 구성원들의 업무 환경뿐 아니라 지역의 경제적 상황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2차 워케이션을 실시할 때 여러 지역을 고려하면서도 동해시는 무조건 넣자고 강조했다. 동해시는 대규모 산불 사고 이후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침체된 분위기였다. 야놀자는 동해시에 10억 원 상당의 묘목을 기부하면서 산림 생태 복원을 지원했는데 이와 더불어 워케이션을 통해 피해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했다. 동해시에서는 강원도관광재단의 도움으로 업무 환경이 갖춰진 망상의 컨벤션센터를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직원들은 워케이션 기간을 어떻게 보냈나.

개개인의 업무는 평상시와 똑같았다.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개인이 속한 팀별로 만든 그라운드 룰에 따라 자율적으로 8시간 근무를 채운다. 협업 툴인 슬랙에 근무 시작 시각을 표시해 일을 시작하고, 일이 끝나면 알아서 퇴근하는 식이다. 워케이션 기간 참가자들은 단체로 한 장소에서 숙식하며 근무했지만, 서로 속한 팀이 다 달랐기에 업무는 평소처럼 각자 속한 팀의 원격 근무 원칙에 따라 수행했다.

평소와 다른 점은 워케이션 기간 동안 반드시 일주일에 하루 이상의 연차를 쓸 것을 권고한 점이다. 직원들은 평일에 여유 있게 관광지 일대를 즐기면서 휴식을 취하길 바랐다. 당첨된 직원 가운데 가족이 함께 간 기혼자 비율도 약 20%가량에 달했는데 관광과 휴식, 가족과 함께하는 힐링 측면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참여자들이 서로 다른 팀 출신으로 초면인 경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워케이션 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어울리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이들은 슬랙에서 모임을 구성해 인근 맛집을 가거나 레저 체험을 즐겼다. 취향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금방 친해진 모습이었다. 이들이 워케이션이 끝난 뒤에도 모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상시 원격 근무제로 어려웠던 직원들 간 네트워킹에도 워케이션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워케이션 참여 직원들은 어떻게 선발했나?
워케이션이 불가능한 직군은 없었나?

평창 워케이션 당시 전 직원 1500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경쟁률이 5대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최종 참가자는 공정성을 감안해 추첨 프로그램을 통해 랜덤으로 선발했다. 사전에 특정 직군 등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청할 때 조직장과 합의를 받도록 했다. 영업과 고객서비스(CS) 같은 조직의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신청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들 조직도 워케이션이 가능한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한 예로 커뮤니케이션실도 1차 워케이션 때는 아무도 신청하지 못했으나 2차 워케이션 때는 직원들끼리 상호 업무 조정을 해서 1명이 신청했고 당첨됐다.

직원들이 워케이션에 관심이 컸던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회사가 주는 새로운 복지 혜택을 누리고 싶다는 생각뿐 아니라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호기심도 컸던 것 같다. 회사가 주최하고, 회사가 정한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일반적인 워크숍과 달리 워케이션은 회사가 지원하지만 참여자가 주체적으로 일정을 결정하고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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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만족도는 어땠나?

회사의 지원으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또 회사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이지만 일반적인 워크숍과 달리 일정 등 모든 것을 개개인의 자율에 맡겨서 좋았다는 반응도 많았다. 회사가 구성원들을 신뢰하고 이런 기회까지 제공한 데 만족해했다.

많은 기업이 워케이션을 도입하면서 업무 환경을 어떻게 잘 구축할지를 고민하는데 의외로 직원들은 디테일한 업무 환경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야놀자도 1차 때는 업무 환경을 사무실과 비슷하게 구축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예컨대, 객실 안에 보조 테이블과 모니터를 설치했다. 또 레스토랑이 운영되지 못하는 비상 상황을 감안해 마트에 갈 수 있도록 회사 차량을 비치해 두기도 했다. 그런데 의외로 직원들의 이용도는 낮았다. 많은 직원이 객실보다는 호텔 내 여러 카페 공간에서 일했다. 원격 근무를 할 때 집에만 있지 않고 인근 카페나 다른 업무 공간에 가서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워케이션 기간이 일주일이었는데 더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워케이션을 준비하면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많은 직원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이 있었다. 일주일 이상 워케이션을 가더라도 주말에는 집에 올 것 같다는 말이었다. 장기간 타지에 머물더라도 가족 모임이 있거나, 종교 활동을 하거나, 다른 개인 일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다른 한편, 호텔 같은 숙박업소 입장에서도 주말에는 관광객이 많아 워케이션 고객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워케이션 기간을 늘리더라도 주말은 제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워케이션이 활성화되려면 임직원뿐 아니라 숙박 업계 등과 소통을 원활히 해 서로의 니즈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워케이션 규모를 앞으로 계속 키우면
회사 차원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야놀자의 임직원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를 감안하면 워케이션을 통해 오히려 비용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임직원 수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업무 공간으로는 직원들을 수용하기 부족해 합정, 홍대 등 임직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앞으로 워케이션이 더욱 활성화된다면 거점 오피스를 늘리는 대신 워케이션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워케이션 제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은 시행 초기라 워케이션이 조직 단위의 이벤트처럼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워케이션은 개인이 1년에 일정한 기간 누릴 수 있는 권리로 확산될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개인이 자유롭게 권리를 누리면서 일과 여가를 동시에 즐기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다. 기존의 콘도 추첨, 골프 회원권 같은 복지 혜택들은 요즘 MZ세대들에 그리 매력적인 아이템은 아니다.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구성원들에게 복지 포인트를 매년 100만 원씩 지급해 야놀자 앱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회사가 복지 포인트와 함께 워케이션 기회를 확대하면 개개인이 자유롭게 포인트를 쓰면서 일과 여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

다른 한편, 지방자치단체들과의 협업이 앞으로 크게 활성화될 것 같다. 요즘 지자체들은 인구 유출에 비해 유입이 적은 데 따른 인구 감소 문제에 고민이 크다. 그래서 워케이션을 활용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관심이 많다. 지방에 지자체가 운영하는 숙소, 업무 공간 등 유휴 시설이 많은데 이를 활용한 정주형 프로그램도 장기적으로 활발하게 개발될 것이다.

워케이션 상품은 어떻게 개발할 계획인가?

워케이션은 장기 상품이라서 일반 여행 상품처럼 그냥 숙박 앱을 열어서 숙소를 검색하고 필요한 기간만큼 예약하는 식으로 구매할 경우 소비자들의 기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고객 입장에서는 완전한 휴양이 아니기 때문에 높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낮으며, 그러면서도 일하기에 편리한 객실의 합리적인 가격대가 맞춰져야 한다. 다른 한편, 호텔 입장에서는 비수기나 평일에 객실을 돌릴 수 있고 객실 정비를 매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유인이 있다. 이처럼 고객과 호텔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가격대와 서비스의 상품을 만들려면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야놀자가 워케이션 상품을 섣불리 출시하지 않는 이유다. 야놀자 직원들이 경험한 것처럼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으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해본 후 상품을 정교화해 개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탑재할 계획이다.

야놀자의 강점은 여가 플랫폼을 직접 운영할 뿐 아니라 AI와 클라우드 기반 공간 운영 솔루션을 전 세계 170여 개국 4만3000여 호텔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케이션 상품을 개발할 때도 이런 운영 솔루션을 활용해 공급자로부터 얻는 인사이트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DBR mini box

업무야? 여행이야? 경계가 사라진 세상

일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사무실, 그리고 집을 떠나 색다른 공간에서 영감을 받으며 일한 경험은 ‘워케이션’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팬데믹 이전에는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늘 공간과 시간에 발이 묶여 있었다면 팬데믹을 통해 사람들은 내가 일하며 살아갈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가 됐다. 생활과 일, 여행의 경계는 이제 더 이상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실제 에어비앤비는 2020년 10월 한국인 1010명을 대상으로 워케이션 관련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응답자의 61%가 원격 근무가 가능하고 사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여행을 즐기며 일하는 워케이션을 시도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워케이션은 이제 누구나 시도해 보고, 누리고 싶어 하는 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사무실을 떠나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이 보다 유연한 근무 형태를 찾아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학계와 언론에서는 이 현상을 ‘대퇴사의 시대’라고 표현했다. 일하는 장소와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이제 사무실로 돌아가기를 주저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2021년 10월 ‘디지털 노마드’라는 신조어를 단어 리스트에 추가i 했다. 단어의 의미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업무를 온전히 인터넷으로만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등록했다.

직원들의 선호가 바뀌자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다. 아니, 기업이 변화하지 않고는 우수한 인재를 사무실 울타리 안에 가둬둘 수 없게 됐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예컨대, 구인구직 소셜미디어인 링크트인에서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재택근무/대면근무/재택대면혼합근무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직자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원격 근무 여부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에어비앤비, 전면 재택근무 선언

필자가 속한 에어비앤비는 2022년 4월29일,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전 세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직원들이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근무 체계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에어비앤비 직원들은 올해 9월부터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연간 최대 90일 동안 어떤 나라에서든 거주하고 일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오피스가 더 편하다고 느끼는 직원들은 출근을 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 간에 다른 급여 수준에 따른 직원들 간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별로 단일 급여 체계를 도입했다. 급여가 더 낮았던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경우 급여가 높은 쪽 기준으로 맞춰 사실상 소득이 증가하도록 했다. 체스키 CEO는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이 놀라운 창의성과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직원들이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는 것을 정말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사무실 주변의 통근 거리 반경에 거주하는 인재들만으로 입사를 제한할 경우 기업의 인재 유치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번 새로운 근무 체계를 통해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고용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에어비앤비의 발표 직후, 에어비앤비 채용 정보 페이지의 페이지뷰는 순식간에 80만 건에 달했다. 그만큼 원격 근무에 대한 구직자들의 수요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추세는 글로벌로 확산되고 있다. 아마존, 포드모터컴퍼니 등의 글로벌 기업들 역시 영구적인 원격 근무 제도를 발표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회계 감사 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고객서비스 부문에서 일하는 전일제 노동자 4만 명 전원이 앞으로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도록 영구적인 원격 근무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업 측은 “고객서비스 부문에서 원격 근무를 영구적으로 실시하는 조치를 단행한 것은 회계 업계에서 최초”이며 “비즈니스계에서 업무 유연성이 진화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원격 근무라는 근무 형태는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next step)”라고 밝혔다.ii

글로벌 리모트 채용 플랫폼 글로벌라이제이션 파트너스(Globalization Partners)는 전 세계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태지역 CFO의 최우선 관심사는 ‘인재 유지(82%)’로,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원격 근무 우선(remote-first) 모델 또는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형태 등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태지역 CFO의 절반 이상(56%)이 직원 유지를 위해 향후 12∼18개월에 걸쳐 유연한 업무 방식을 포함한 직원 혜택을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이 가운데 무려 92%가 직원들이 원하는 장소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이해관계자가 선호하는 인재 전략이라는 데 동의했다.iii

2022년 5월 발표된 아폴로 테크니컬iv 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6개국 직원 9000명 중 72%의 직원이 원격, 오피스 하이브리드 형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2021년 발표된 WFH 리서치 프로젝트의 연구v 에서 일주일에 2∼3일 재택근무에 대해 미국인 응답자 2만여 명의 절반 이상이 5% 이상, 5분의 1은 15% 이상의 임금 인상과 같은 효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케이션에 따른 여행의 변화

일의 모습이 바뀌니 자연히 생활이 바뀌고, 여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2021년 4분기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부문은 28박 이상의 장기 숙박 카테고리였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올해 1분기에 이뤄진 에어비앤비 예약에서 확인한 장기 숙박(28박 이상)은 예약일 기준으로 예약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원격 근무를 하는 이들은 장기 숙박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끼고 주중을 더해 3∼4일을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은 2021년 2분기 기준, 2년 전인 2019년 2분기와 비교해 70% 증가했다.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사람들은 수영장이나 사우나, 피트니스, 식당 등 공용 시설의 이용이 많은 대규모 리조트나 호텔을 대신해 나만의 안전하고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곳, 나만의 취향이 담긴 곳을 찾기를 원했다. 에어비앤비는 애초에 나만의 유니크한 공간을 찾는 데 탁월한 플랫폼이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 같은 숙소 탐색 방법이 보다 보편화됐다. 이에 에어비앤비는 2021년 5월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숙박 플랫폼의 검색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꾼 최근 10년 새 가장 큰 규모의 변화다. 이전까지 여행을 위한 온라인 검색은 목적지와 날짜를 정확히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지를 정하고, 날짜를 확정해야만 했다. 늘 선택지는 내가 아는 장소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독특한 공간을 찾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기능 중에선 ‘카테고리’ 검색이 추가됐다. 56가지 카테고리를 활용해 검색함으로써 그동안 볼 수 없던 수백만 개의 독특한 집을 손쉽게 발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컨대 해변 근처, 국립공원, 기상천외한 숙소, 멋진 수영장, 최고의 전망, 서핑, 럭셔리, 해변 바로 앞, 골프장 등으로 구성된 카테고리를 하나 선택하면 장소나 방문 일정을 입력하지 않고도 본인의 취향과 선호에 맞게 큐레이션된 숙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러한 카테고리 도입을 위해 에어비앤비는 수백만 개의 집에 붙은 제목과 숙소 설명, 사진 설명, 호스트 개별 정보를 식별할 수 없는 구조적 데이터, 게스트 리뷰 등의 정보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했다. 또한 에어비앤비의 큐레이션 팀이 숙소를 검토하고 사진을 직접 선별하기도 했다. 예컨대 ‘멋진 수영장’ 카테고리에 포함된 숙소는 첫 번째 사진으로 수영장이 표시된다. 이어 각각의 카테고리는 최종 검수 과정을 통해 일관성과 사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는 검색 업그레이드를 통해 일주일 혹은 한 달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워케이션을 즐기려 하는 이들을 위해 ‘나눠서 숙박’ 기능을 마련했다. 가령, 30일간의 일정으로 숙소를 검색하면 30일간 예약이 단 하루도 잡혀 있지 않은 숙소만 검색되는 것이 이전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된 기능을 통해 고객들은 30일 가운데 예약이 가능한 인근의 다른 숙소까지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최대 40% 가까이 많은 수의, 실제 이용 가능한 숙박 공간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또한 워케이션이 늘어나면서 빠르고 안정적인 와이파이가 중요해진 점을 감안해 호스트로 하여금 에어비앤비 앱을 통해 숙소의 인터넷 연결을 테스트하고, 검증된 와이파이 속도를 표시할 수 있게 했다. 게스트는 숙박 기간 에 예정된 줌 미팅과 실시간 방송 시청을 대비해 와이파이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에어비앤비 게스트가 숙소를 검색하면서 와이파이 여부를 확인한 경우는 총 2억8800만 건에 달한다. 워케이션을 포함한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에어비앤비는 게스트를 위한 고객 불만 사항 처리 및 보호 장치도 확대했다.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를 통한 여행이 일반화됐고 상업 항공기의 운항이 늘면서 해외여행 활성화의 토대가 됐다. 이제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의 확산은 자연스럽게 일과 생활, 여행과의 경계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세상은 이미 유연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 어디서나 살아 보기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돕는 숙박이 있다. 줌(ZOOM)과 같은 원격 근무용 툴이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줬다면 에어비앤비는 어떤 집에서든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여행의 혁명을 펼쳐 나갈 것이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커뮤니케이션 총괄 sungwon.eum@airbnb.com
필자는 한겨레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2017년 에어비앤비에 합류해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문화예술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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