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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미국의 탈탄소 기술 스타트업 ‘에어컴퍼니(Air Company)’

증류주-손 세정제 통해 기후변화 스토리텔링
‘ 윤리적 소비는 불편하다’는 편견을 깨다

조윤경 | 340호 (2022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에어컴퍼니(Air Company)는 탈탄소 전환 기술을 활용해 혁신이 전무하던 증류주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확한 사명과 비전으로 제품을 기획해 상업화했으며 보드카를 비롯해 손 세정제, 향수와 같은 일상적 소비재로 기후변화 담론을 이야기해 지속가능한 소비 활동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켰다. 그린워싱이나 그린 프리미엄에 빠지지 않고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수준을 끌어 올렸으며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생산 공정으로 비즈니스 피벗을 감행해 팬데믹 위기를 극복했다.



1890년대 후반 미국 뉴욕의 최대 골칫거리는 말똥이었다. 물자나 사람을 수송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길거리에 마차를 끄는 말 역시 늘어났기 때문이다. 환경론자들은 말똥이 심각한 문제라며 경고하기 바빴다. 뉴욕 시내의 말똥 문제는 헨리 포드가 1908년 T모델을 양산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거리에 마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의 발전으로 인해 파생된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새로운 비즈니스로 해결한 사례다.

오늘날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산업체 이산화탄소 배출 등은 자본주의와 산업사회가 발전하며 파생된 21세기의 환경적, 사회적 문제다. 최근 들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움직임이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친환경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졌더라도 이를 상용화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한 의도 덕에 업계나 대중들의 반짝 관심을 받는 데 그칠 뿐 기존 산업 공급망에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거나 고객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줄 만큼 상품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와 전문가 모두로부터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 대기 중 탄소 전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에어컴퍼니(Air Company)다. 이 회사는 2019년 자사 특허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탈탄소(carbon-negative)1 보드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보드카, 향수, 손 세정제 등 에어컴퍼니의 제품은 기술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디자인과 상품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에어컴퍼니는 식물의 광합성과 동일한 원리를 기반으로 한 특허 공정을 통해 공기 중 탄소를 에탄올로 변환시킨다. 이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에어컴퍼니의 에탄올 제조 공정은 곡물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얻는 기존의 방법과는 달리 ‘탄소발자국’2 을 남기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에어컴퍼니가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던 탄소 전환 기술을 경제성이 있는 비즈니스로 실증해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삶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실천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를 해소하고 ‘윤리적 소비는 어렵고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 및 자문기관인 글로브스캔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 47%가 ‘나의 소비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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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에어컴퍼니는 환경과 미래를 위해 양심적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제품’이 가능함을 실제 보여줬을 뿐 아니라 ‘그린워싱 논란’의 오해를 피할 수 있도록 진정성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에어컴퍼니의 성공 비결을 그레고리 콘스탄틴 창업자 겸 대표와의 e메일 인터뷰를 바탕으로 DBR가 분석했다.

DBR mini box I

에어컴퍼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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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그레고리 콘스탄틴과 스태퍼드 시한이 창업한 에어컴퍼니는 한마디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 기업’이다. 미래 세대와 지구환경 모두에 이로운 공정을 추구하는 ‘넷포지티브(Net Positive)’를 내세우고 있다. 유사한 기술 스타트업 중에서도 경제성과 확장성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받아 여러 국제 대회에서 수상했다. 대표적으로 2019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주최하는 ‘CO2 전환 기술 대회(CO2 Conversion Contest)’에서 우승했으며 ‘Fast Company’s Most Innovative Products(2019)’ ‘Time Magazine’s Best Inventions of 2020’ ‘InterBrand's innovative brand(2021)’ 등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에어컴퍼니는 자사의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을 바탕으로 출시한 첫 번째 제품 ‘에어보드카(Air Vodka)’로 ‘The XPRIZE’ 대회 결승에 진출하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The XPRIZE는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대기나 해양에서 이산화탄소를 영구적으로 포집하는 솔루션을 개발한 혁신가들을 발굴하는 국제 대회로 비용과 확장성이 가장 뛰어난 해법을 개발한 팀에 최우수상을 수여한다.

에어컴퍼니가 만든 제품들은 상업용 제품의 핵심 요소인 상품성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어보드카를 비롯한 에어컴퍼니의 제품들은 ‘The Pentawards’로부터 디자인 최고상을 수상했으며 에어보드카는 ‘San Francisco World Sprits Competition’ ‘Luxury Masters’ ‘International Spirits Challenge’ 등 권위 있는 국제 주류 시음 대회에서 글로벌 주류 기업을 제치고 우승했다.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창업자,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다

에어컴퍼니의 창업자 그레고리 콘스탄틴 씨의 첫 직장은 호주 뮤지션들과 뮤직 페스티벌을 관리하고 기획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였다. 호주 시드니대를 졸업한 그는 고향에서 마케팅 실무 경험을 쌓은 뒤 2014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주류 회사인 ‘디아지오(Diageo)’의 마케팅 담당자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보드카 브랜드 ‘스미노프’의 문화예술 마케팅을 맡게 된 그는 과거 호주에서 뮤직 페스티벌을 기획하며 축적한 음악적 지식과 네트워크를 팝아트,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연결했고, 실력 있는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팬들과 아티스트의 거리를 좁히는 ‘스미노프 사운드 컬렉티브(Smirnoff Sound Collective)’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그는 2017년 포브스 매거진이 선정한 ‘재능 있는 30세 이하 리더(world’s talents under 30 years)’에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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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에어컴퍼니 창업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포브스지에 젊은 리더로서 이름을 올린 덕분이었다. 포브스에 젊은 리더로 선정된 콘스탄틴 씨는 이후 포브스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젊은 리더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을 위한 축하 행사였다. 이곳에서 콘스탄틴 씨는 그의 미래 비즈니스 파트너인 스태퍼드 시한 박사를 만났다.

시한 박사 역시 포브스가 선정한 젊은 리더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로 10년 이상 이산화탄소 전환 관련 분야를 연구하며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물리화학자(Chemical Physicist)였다. 그는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역인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 출신이다. 어린 시절 크고 작은 농장에 둘러싸여 자란 덕에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랐고, 에어컴퍼니 창업 전에도 자연과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화학 기술을 개발하는 여러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관련 기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었다.

이산화탄소 연구자와 굴지의 주류 회사 마케팅 전문가.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 묘하게 연결되는 구석이 있다고 느꼈다. 화학 관련 연구를 오래 수행해 온 시한 박사는 증류주를 만들거나 증류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었고, 콘스탄틴 씨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환경 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3 또한 콘스탄틴 씨 역시 어려서부터 환경 관련 이슈에 관심이 많았다. 콘스탄틴 씨는 DBR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해 혁신에 대한 각자의 열망을 이야기하다 공통점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고 그 덕에 급속도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한 박사는 콘스탄틴 씨에게 순수한 에탄올이 담긴 병 하나를 건넸다.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한 박사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에탄올을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화학 지식이 있는 전문가라면 모두 알고 있는 상식이었다. 다만 시한 박사가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술은 그가 연구 도중 우연히 개발한 촉매제를 활용한 것이었다.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합성할 때 더 적은 에너지만을 사용하게 하는 촉매제였다. 시한은 이 촉매제가 고순도의 에탄올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것이다.

에탄올은 무색 섭취가 가능한 알코올 화학 물질로 주로 술이나 연료를 만드는 데 이용된다. 에탄올을 생산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같은 곡물에 들어 있는 당이나 녹말에 이스트를 첨가하고 발효하는 것이다. 이때 곡물이 발효되면서 이산화탄소(CO2)와 같은 가스 부산물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반면 시한 박사가 개발한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에탄올로 변환시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전환에 사용되는 재료로 공기와 물, 태양열이 전부였다. 에어컴퍼니에 따르면 이 공정을 통해 에탄올이 1㎏ 생산되면 0.5㎏의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 효과를 갖고 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두 사람은 이 기술이 내포한 거대한 가능성을 봤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콘스탄틴 씨와 시한 박사는 곧장 기후변화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후 수개월 동안 두 사람은 세상을 지금보다 더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줄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마침내 2019년 콘스탄틴 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시한 박사와 함께 탈탄소 기술 회사를 만드는 도전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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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활용되는 친숙한 제품,
기술과 소비자의 간극 좁혀

업계에선 에어컴퍼니의 강점 중 하나로 선한 의지를 가진 기술을 실제 상업성 높은 제품으로 구현했다는 점을 꼽는다. 창업 이후 CEO(최고경영자)를 맡은 콘스탄틴 대표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은 시한 박사는 화학 분야의 전문가들과 가깝게 일하고 그들의 기술로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데 공을 들였다. 친환경을 표방한 기업 중 상당수는 ‘명분’에만 집착한 나머지, 소비자들에게 만족할 만한 상품성을 확보해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탈탄소 제품은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교육적인 기능도 있다. 콘스탄틴 대표는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제품이 사람들에게 기후변화라는 큰 담론에 대해 교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며 “제품을 통해 사람들은 탄소 전환 기술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를 더 가시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어컴퍼니 기술을 활용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전 세계 최초 탈탄소 보드카인 ‘에어보드카’였다. 에어보드카는 시한 박사가 특허 촉매를 개발한 지 2년 만인 2019년 세상에 공개됐다. 에어컴퍼니가 자사 기술을 보드카를 만드는 데 적용한 이유는 콘스탄틴이 주류회사 출신이어서만 아니라 주류 산업이야말로 지금껏 이렇다 할 혁신이 없었던 분야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시한 박사의 기술로 생산한 에탄올이 보드카를 만드는 데 적합한 고순도의 에탄올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보드카 한 병은 약 6㎏(13파운드)의 온실가스를 생성한다. 곡물을 수확하고 운반한 뒤 발효시켜 얻은 알코올을 증류해 만들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반면 에어보드카는 한 병을 생산할 때마다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탄수화물이나 설탕과 같은 기존 재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고 순수한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 물과 이산화탄소만이 사용된다. ‘물-이산화탄소’ 반응기를 가동시킬 때도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산한 태양열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에탄올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에어보드카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탬이 되는 증류주’라는 스토리는 빠르게 언론과 대중을 매혹했다. 사람들은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 탈탄소와 같은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의 개념을 평소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시는 술, 그중에서도 보드카와 연결한 스타트업의 신선한 시도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냈다. 출시 당시 에어보드카는 뉴욕 시내 바에서 한 병당 75달러(약 8만 원)에 판매됐다. 에어컴퍼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 뉴욕 시내 60여 곳과 전속 판매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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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성공에는 에탄올 자체의 품질도 한몫했다. 알코올 도수(ABV) 40%인 에어보드카는 2019년 ‘San Francisco World Sprits Competition’ ‘Luxury Masters’, 2020년 ‘International Spirits Challenge’ 등 권위 있는 국제 주류 시음 대회에서 유명 글로벌 주류사들을 제치고 우승할 정도로 품질이 좋다. 이는 에탄올을 합성하는 에어컴퍼니 고유의 방식 덕분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물과 이산화탄소, 열에너지로만 제작하는데 맛을 떨어뜨리는 다른 화합물을 쓰지 않는데다 자체적으로 합성하는 에탄올의 순도 품질이 탁월해 상품성의 핵심인 맛 측면에서 경쟁 우위에 놓이게 됐다.

DBR mini box II

글로벌 탈탄소(carbon-negative) 기술 회사들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한 사회 환경 문제로 대두되며 전 세계적으로 산업에서 배출되거나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신생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350여 개의 이산화탄소 활용 스타트업이 생겨났으며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해당 분야에만 약 6500억 원이 투자됐다.i 이는 2016∼2020년 5년 동안 이산화탄소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집행된 총투자 금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규모다. 미국 미시간대 ‘글로벌 이산화탄소 이니셔티브’ 분석에 따르면 탄소를 활용한 스타트업이 등장함에 따라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탈탄소 기술을 활용해 활발히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 주요 글로벌 스타트업은 다음과 같다.

란자테크(Lanza Tech)

박테리아를 이용해 온실가스를 탄소와 에탄올로 분리할 수 있는 특허 발효 공정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공장에서 배출된 탄소를 포집해 재활용하고 있다. 란자테크의 기술로 생성된 에탄올은 물병이나 그릇의 재료가 되는 플라스틱, 요가 바지를 만드는 합성섬유를 생산하는 데 활용된다.

카본큐어(Carbon Cure)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으로 변환시키는 회사다. 주입된 이산화탄소는 콘크리트와 반응해 석회석과 유사한 광물 형태가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콘크리트에 포함되는 시멘트 함량을 5%로 줄일 수 있고 콘크리트의 강도 역시 높아진다.

솔라푸즈(Sola Foods)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물, 전기 에너지, 미생물을 이용해 단백질 분말을 만드는 데 성공한 회사다. 솔라푸즈는 자사가 만든 지속가능한 단백질을 빵, 파스타, 간편식 등에 활용하기 위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땅을 개간해 농장을 만들지 않아 환경 파괴가 적고 단백질 제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세상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브랜드 포지셔닝

대다수 친환경 기업은 친환경적인 제품 제작에만 의존해 정작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기능성, 심미성, 사용성과 같은 요소는 배제하기 일쑤다. 지금껏 소비자들 역시 의미 있는(meaningful)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움이나 미적 요소를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에어컴퍼니는 좋은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제품도 다른 제품들과의 경쟁에서 뒤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에어컴퍼니는 단순히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제품을 포장하는 방식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소비 활동을 실천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이 추구하는 가치를 비롯해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전달하는 데도 공을 들인다. 환경과 자연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인 셈이다.

이를 위해 콘스탄틴 대표는 깨끗한 공기와 산소를 모티브로 한 보드카 병 디자인을 생각해냈다. 타사 제품과 같이 빨간색이나 파란색과 같은 시선을 잡아끄는 색상도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브랜드명이나 제품명보다는 증류주 자체에 집중하도록 디자인했다. 가장 단순한 디자인으로 가장 현대적인 결과물을 얻게 됐다.

또한 제품 기획 단계에서 100% 재사용 및 재활용 가능한 패키지를 고안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유리병 하단부를 감싸는 에어보드카의 라벨은 보드카의 순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재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면적을 최소화했다. 에어컴퍼니 측은 “병의 상단에 라벨을 부착하는 여느 일반적인 방법과 달리 액체를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했다”며 “보드카에 들어가는 순수한 재료를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목표였다”고4 말했다.

또한 국제삼림관리협의회(FSC) 인증을 받은 에어보드카의 종이 라벨은 맞춤형 천연 무독성 접착제로 부착돼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FSC는 목재를 채취, 가공, 유통하는 전 과정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친환경 인증 단체로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해 제작된 제품에 FSC 인증을 부여한다. 그 덕분에 라벨을 제거한 에어보드카 공병은 가정에서 물병이나 꽃병, 촛대로 활용할 수 있다. 라벨에는 소비자가 병을 재사용하고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가치를 지향하도록 권장하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이외에도 에어컴퍼니는 라벨이 인쇄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취지에서 남미와 중앙아메리카에 나무를 심는 활동까지 실천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에어컴퍼니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패키지 디자인계에서 저명한 어워드로 꼽히는 ‘더 펜타워즈(The Pentawards)’ 디자인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어컴퍼니는 “디자인은 지속가능성의 매력을 전달하는 도구”라며 “고객들이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퀄러티를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공급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생산 공정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결국 뉴욕 전체가 록다운(Lock-down, 도시 폐쇄)에 들어갔다. 에어컴퍼니 역시 다른 기업들처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도시 전역에 살균제가 모자랐다. 일반 시민들을 비롯해 전염병과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맨해튼과 브루클린 병원 의료진에게 보급될 수량마저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

이에 에어컴퍼니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모든 보드카 생산 공정을 살균제 생산을 위해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단기적인 피벗(pivot)을 감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콘스탄틴씨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위기의 시기에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손 세정제라는 제품이야말로 우리 기술이 실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역이었고 에어컴퍼니팀에도 제품군을 확대하는 새로운 실험대가 될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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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알코올 농도가 60% 이상이어야 한다. 에어컴퍼니는 특허 받은 촉매제와 태양열 장비를 이용해 알코올 농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에어컴퍼니의 에어스프레이 손 소독제의 알코올 농도는 75% 이상이다. 에어스프레이는 미국 약전(USP-NF)이 인정하는 USP 등급의 에탄올이 필요한데 에어컴퍼니가 보드카에 사용하는 에탄올은 USP 인정 등급보다 훨씬 깨끗하다.5

무엇보다도 에어컴퍼니는 글로벌 공급망 중단 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고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었다. 특정 원료가 필요하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에탄올 제조가 가능하다는 점은 에어컴퍼니만의 장점이었다. 단순한 생산 공정은 에탄올이 들어가는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2020년부터 2022년 1월까지 에어컴퍼니는 1만6000병 이상의 소독제를 제조해 뉴욕시와 주변 지역의 의료 종사자, 근로자, 불우한 지역 거주자에게 기부했다.

‘손 세정제 생산’이라는 도전에 성공한 뒤 자신감을 얻은 에어컴퍼니는 2021년 에탄올을 활용한 세 번째 향수 제품인 ‘에어 오드퍼퓸(Air au de Perfume)’을 출시했다. 에어 퍼퓸의 조향은 에어컴퍼니 본사와 공장이 위치한 뉴욕 브루클린 조향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 ‘조야스튜디오’가 맡았다. 현재 이들 제품은 에어보드카와 함께 에어컴퍼니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 중이다.

에어컴퍼니는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을 제품으로 상용화할지를 결정할 때 자사 제조 알코올의 장점인 ‘높은 순도’가 필요한 분야에서 가능성이 높은지 먼저 확인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비해 분명한 이점이 있는 응용 분야를 찾는 것이다. 에어컴퍼니는 이렇게 얻어낸 에탄올을 현재 생산 중인 증류주, 향료, 세정제 이외 다양한 소비재 산업에 이용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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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연료’ ‘미래 식량’ …
사명에 근거한 사업 확장

에어컴퍼니는 고유 가치와 역량, 자산을 바탕으로 한 사명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 에어컴퍼니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사 비즈니스와 연관된 산업이나 파트너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 걸쳐 기술을 확장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다. 또한 에어컴퍼니의 기술과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해 나감에 따라 기후변화의 영향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기술에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회사의 설립 철학과도 연결된다.

이러한 노력을 보여주는 결과물 중 하나가 에어컴퍼니의 탄소중립(carbon-neutral) 제트 연료다. 2050년까지 미국의 모든 항공사는 100% 지속가능한 연료로 전환해야 하는데 에어컴퍼니는 북미 전역에 배포할 탄소중립 제트 연료를 만드는 몇 안 되는 선도 업체 중 하나다. 다른 일반 에너지 기업들은 천연가스를 가공해 항공 연료에 필요한 메탄을 얻는 반면 에어컴퍼니는 기존의 공장 시설을 더 높은 온도로 가동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전환시킨다.

에어컴퍼니는 2019년 NASA 주최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NASA와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 협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로부터 추출한 에탄올을 포도당으로 변환하는 연구다.6 포도당은 우주에서 섭취할 수 있는 음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성분이다. 우주, 특히 화성에는 이산화탄소가 풍부하다. 화성의 대기는 95% 이상이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있고 우주인들이 생활하는 우주정거장에서도 우주인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 폐기물이 생성되고 있다.

시한 박사는 “나사는 이산화탄소 전환을 위한 경로가 완전히 ‘비생물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며 “생물학적 유기체나 효소를 사용할 수 없어 매우 까다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7 포도당은 음식의 재료로 직접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배양육과 같은 대체육을 만드는 데 필요한 미생물의 먹이로 사용될 수도 있다.

에어컴퍼니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은 에어컴퍼니가 하는 모든 일의 원동력이다. 콘스탄틴 대표는 “우리는 업계에서 지속가능한 유형의 기술을 사용해 에탄올을 생성하는 선구자 역할을 맡고 있다”며 “다른 회사들도 우리와 협력하거나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올 수 있는 경로를 개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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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야 할 숙제

대부분의 탄소 포집 및 저장, 활용 기술은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래 유지되기가 어렵다. 포집 및 전환을 위한 설비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 따라서 업계에선 탄소 포집 및 저장, 활용의 상용화를 위해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와 연동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에어컴퍼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공격적으로 공장과 사업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형화를 통해 생산 비용의 효율성을 달성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에어컴퍼니는 현재 파일럿 테스트용 반응기를 미국 브루클린에 위치한 ‘에어 이노베이션 센터’라 불리는 공장 내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완공된 이 시설에서 창립 이후 줄곧 에어컴퍼니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연구 개발해왔다. 에어컴퍼니의 공장에선 하루 평균 960㎏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한다.

에어컴퍼니에 따르면 마진이 매우 낮은 주류 제품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면 현재의 100배 이상 규모의 화학 생산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8 에어컴퍼니는 투자금과 제품 판매 금액, 정부와의 계약 및 보조금 등 방법을 통해 향후 2년 안에 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직접적으로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 역시 병행하고 있다. 현재 에어컴퍼니는 미국 북동부 지역 음료 제조 공장과 에탄올 공장과 제휴를 맺고 공장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를 공급받아 에탄올을 만들고 있다. 그 덕분에 에어컴퍼니는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을 줄여 충분한 규모로 성장하기 전까지 적은 비용으로 에탄올을 합성할 수도 있다. 콘스탄틴 대표는 “공정 과정에서 탄소가 줄어드는(carbon-negative)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더 많은 탄소 공급처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어컴퍼니는 2030년 이전까지 기가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전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공기 중 포집된 이산화탄소로 만든 화합물을 사용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탄소를 포집하거나 공기에서 직접 흡입하려는 에어컴퍼니의 이 같은 노력들은 석유, 석탄, 가스의 완전한 해체만이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환경운동가들에게 ‘본질을 흐리는 산만한 행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9 그러나 에어컴퍼니는 에탄올의 주요 사용자가 탄소 제거 방식으로 공정을 전환한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에탄올은 자동차나 비행기 연료는 물론 청소 제품과 같은 제품을 만드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콘스탄틴 대표는 “다른 산업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다면 생산 및 판매 비용이 지금보다도 더 낮아질 것”이라며 “더 많은 기업이 이 일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DBR mini box III : Interview : 그레고리 콘스탄틴 대표

“기후변화 선도 기업도 상업적 성공 가능”

DBR는 에어컴퍼니의 공동 창업자인 그레고리 콘스탄틴 대표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기업 운영 철학 및 탈탄소 산업의 전망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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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보드카가 주류 산업을 혁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증류주 생산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느낀 이유는 증류주 산업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된 혁신이 없었던 분야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브랜드 측면에서도 그렇다. 전형적인 알코올 생산 방법은 환경에 극도로 유해하다. 전통적으로 보드카는 옥수수, 감자, 밀 같은 곡물을 발효시켜 만들어지며 이 과정에서 많은 토지, 물, 화석연료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아주 많은 물이 사용돼야 하며 비료 폐기물과 같은 다량의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

보드카 이외에도 손 소독제와 향수 등 소비재를 많이 기획했는데
취지가 무엇인지.

우리가 가진 기술은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게 해주기 때문에 특히 소비재 산업에 적합하다. 증류주는 이런 혁신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실재적(tangible)이고 실행 가능한 제품이었다. 이는 사람들이 탄소 기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좋은 수단이기도 했다. 우리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기후변화와 탄소 기술의 중요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

효율성이나 경제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에어컴퍼니의 에탄올 전환 기술은 자연 광합성 원리와 비슷하면서도 훨씬 더 효율적이다. 또한 물론 아직 소규모 단위에서는 비용 집약적일 수도 있으나 최대의 효과와 비용 효율성을 달성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우리 제품에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 생산 비용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보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제품에 쉽게 접근하고, 더 많은 산업이 우리로부터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길 바란다. 이런 취지에서 우리가 가진 특허, 고유 기술들을 더 많이 상업화할 계획이다. 우리가 가진 기술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에어컴퍼니의 목표다. 이 여정에 많은 기업이 동참했으면 한다.

에어컴퍼니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의 최종 목표는 탈탄소화된 미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소비재 분야 혁신에 기여하고 동시에 전 세계 소비자를 대상으로 탄소 기술에 대해 교육할 것이다. 특히 올해 중에 새로운 중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와 함께할 파트너를 공개할 예정이다.

DBR mini box IV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디자인•목적•스토리로 매혹시켜라

기업의 사회적으로 이롭고 윤리적인 행동은 그 자체로서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칭찬받아야 할 내용이지만 기업의 착한 행동이 고객의 구매 행동과 연결된 마케팅 활동 아래에서 다뤄질 때는 사뭇 다른 내용이 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진정성 없는 마케팅에 대한 비판은 오늘날 퍼포스워싱(purpose-washing, 목적과 대의로 위장해 기업의 잘못된 부분을 가리는 마케팅 활동)이라는 단어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물론 착한 기업들은 ‘진정성 검증’이라는 고객들의 까다로운 기준을 투명한 진실과 사실에 기반한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통과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목적과 사회적 가치 추구와 같은 착한 행동이 고객 가치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진정성이라는 어려운 기준 외에도 애정과 관심의 감정을 일으키는 ‘매혹성’의 요소 또한 필요하다. 고객 가치는 이성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외에도 감성적 가치가 통합돼 있기 때문이다. 착한 브랜드가 진정성을 얻는 것은 사실과 진실을 기반으로 한 시험을 통과하면 가능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으로 매혹성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착한 브랜드는 매혹성을 얻기가 더 어렵다. ‘착함’과 ‘매혹성’은 쉽게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착함과 매혹성을 동시에 브랜드 자산으로 구축하는 일은 ESG 경영과 굿 브랜드 전성시대에 필요한 매우 중요한 도전 과제이다.

에어컴퍼니는 ‘착한 것이 매혹적일 수 있음’의 새로운 트렌드를 증명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기술 스타트업인 에어컴퍼니가 길지 않은 기간 내에 매우 특별하고 매혹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배경에는 브랜드를 이끄는 특별한 동력 요소가 관찰된다. 다음에서 설명하고 있는 ‘브랜드의 매혹성을 이끄는 3가지 전략적 특징’은 에어컴퍼니의 브랜드 전략 특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브랜드 구축 전략과 함께 ESG 경영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연결 전략에 관한 통찰을 제공한다.

특징 1: 디자인이 이끄는 브랜드 매혹성

에어컴퍼니는 기술 중심 회사지만 기술 중심의 정체성과 같은 비중으로 디자인 중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에어컴퍼니는 자신들의 기업 소개 문구에 ‘디자인’을 ‘기술과 공학’과 같은 비중으로 소개하고 있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그레고리 콘스탄틴 대표는 다수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이야말로 자신들의 사업에서 핵심 영역 중 하나라고 일관되게 강조한다. 디자인은 그들의 브랜드 목적, 즉 ‘일상 속에서의 기술 이해와 사용’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방법의 핵심적 영역이다. 에어컴퍼니는 사내에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인 ‘에어스튜디오(Air Studio)’를 설립해 탄소 저감이라는 그들의 기술 가치를 매혹적인 고객 가치로 전환하는 작업을 전담하게 하고 있다. 에어스튜디오는 그들의 기업 목적에 부합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전문가와의 협업을 이끌어내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보드카 제품 디자인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산업디자이너 조 다우쳇(Joe Ducet)과 작업했고 향수 제품은 브루클린의 유명 디자인 회사 조야스튜디오(Joya Studio)와 함께했다. 또한 패키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산업 제품의 재활용 가치를 추구하는 젊은 산업디자이너 벤저민 에드가(Benjamin Edga)와도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에어컴퍼니의 보드카 제품 디자인은 디자인 중심의 기업 가치관을 잘 나타내고 있다. 투명한 병 디자인과 미니멀한 라벨링 등의 디자인 콘셉트는 알코올의 순도와 공기의 맑은 이미지, 지속가능 가치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라벨의 재료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무독성 접착제를 사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해 유리 용기를 꽃병, 장식물로 재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기술과 가치가 일상 속에서 경험되는 것을 돕는 일’이라는 브랜드 목적을 치밀하게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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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디자인을 강조하는 기업 정신은 마치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생각나게 한다. 콘스탄틴은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닮고 싶은 회사로 ‘애플’을 언급하기도 했다. 디자인은 착한 가치가 매혹적으로 변환하도록 만드는 필수적인 전환 기제다. 특히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소비재 상품에 있어 디자인처럼 중요한 요소는 없다. 착한 브랜드의 원조 격인 친환경 세제인 매소드와 탐스슈즈의 성공에도 ‘디자인의 매혹성’은 착한 행동에 대한 참여를 구매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에어컴퍼니의 브랜드 매혹성에는 기술 중심과 대등한 위치에 있는 디자인 중심의 기업 정체성이 매우 중요한 전략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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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2: 목적이 이끄는 브랜드의 매혹성

목적이 잘 정립된 브랜드에는 사회적 가치(what world needs)와 함께 기업의 핵심 역량(brand equity)과 고객 가치(consumer need)가 함께 응축돼 있다. 명확한 브랜드의 목적이 마케팅을 비롯해 기업의 모든 활동을 이끌어가는 전략의 핵이 되면 브랜드는 비로소 ‘목적 브랜드’가 된다. ‘목적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 차별화를 넘어 고객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생태계의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접근을 시도하고 의식 있는 소비자들(conscious consumers, 소비 행위를 자신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에 일치시키는 고객들)에게 가장 매혹적인 브랜드로 다가서게 된다.

에어컴퍼니의 브랜드 목적은 ‘기후변화 문제를 새로운 혁신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적적 사고는 ‘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방식은 탄소 문제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전략적 관점을 낳았으며 이러한 브랜드 관점은 ‘잉여 탄소를 원료로 세련되고 매혹적인 제품을 공급한다’라는 사업 전략을 창출했다. 나아가 에어컴퍼니의 담대한 브랜드 목적은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문제와 해결을 쉽게 교육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콘텐츠로서의 제품’이라는 구체적인 브랜드 관점을 창출했고 이는 구체적 브랜드 전략으로 연결돼 보드카, 손 세정제, 향수 등의 제품 전략을 창출하는 기반이 됐다.

에어컴퍼니는 브랜드 목적의 힘이 이끄는 브랜드의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에어컴퍼니는 이러한 브랜드 목적이 이끄는 매혹성으로 그들의 기업 규모에 비해 매우 큰 파트너, NASA, XPrize, MIT대의 Draper연구소 같은 기관들과 매우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다. 특히 에어컴퍼니는 NASA와 협업을 통해 생물학적 유기체를 매개체로 하지 않고 이산화탄소에서 추출한 에탄올을 포도당으로 변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에서 우주 비행사들의 음식과 미생물, 식물의 연료 공급원의 문제 해결과 우주 정거장에서 내뿜어 놓은 탄소 폐기물의 해결, 그리고 화성의 대기 탄소를 이용해 배양육과 대체육까지 이르는 새로운 가치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담대한 프로젝트를 전문적인 파트너들과 협업할 수 있는 힘은 브랜드의 목적이 이끌어내는 매혹성에 있다.

특징 3: 스토리가 이끄는 브랜드의 매혹성

시장은 기업이 외치는 ‘이야기’들의 전쟁터다. 마케팅은 이야기 전쟁에서 이기려는 전투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외부에서 가져와서 전달한다. 유명 모델을 사용한 광고, 비싼 경품을 제공하는 판촉 활동,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SNS 마케팅 등이 기업 외부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차용한 이야기 전달 활동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마케팅 비용으로 급조된 기업의 이야기에는 열광하지 않는다. 기업 외부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에는 진정성과 진실성, 그리고 매혹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을 통해 청중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설득력 있는 이야기에는 세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자의 인격이자 성품인 에토스(ethos),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득의 로고스(logos), 청중의 욕구와 감정에 공감해 감정적으로 흥분케 하고 지속적인 애정과 열정을 이끌어내는 파토스(pathos)다.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전략에도 설득의 필수 요소는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인격과 성품은 브랜드를 통해 형성된다. 브랜드 목적과 브랜드 관점이 기업의 태도와 인격을 전달하는 콘텐츠가 된다. 또한 기업이 전달하는 이야기의 논리적 근거는 브랜드 진실(brand truth)에 기반한다. 브랜드 진실이 증명되는 통로는 제품의 품질이다. 착한 기업의 도전 과제는 담대한 목적과 사회적 가치의 명분이 높은 제품의 품질을 통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 없이 이야기는 설득될 수 없다.

다시 말해, 담대한 목적이 있는 기업이 사실에 기반한 제품 기능과 품질을 전달한다면 신뢰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신뢰는 지속적인 애정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신뢰받는 브랜드와 사랑받는 브랜드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수 있다. 이때 파토스는 신뢰를 애정으로 상승시키는 촉매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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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컴퍼니는 브랜드로서 담대한 브랜드 목적과 객관적 브랜드의 진실성을 갖추고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로서 신뢰받을 수 있는 성품과 태도,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근거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심미적인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를 통해 감성적 접근에도 성공하고 있다. 에어컴퍼니는 브랜드로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가 균형 있게 구성된 매혹적이고 설득적인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에어컴퍼니의 이야기는 청중들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공기에서 탄소를 포집해 순수 알코올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환상적이지 않다. 이는 과학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어려운 과학 이론의 한 이야기와도 같다. 그러나 ‘공기를 원료로 만들어진 보드카’는 매우 환상적인 이야기가 된다. ‘공기를 원료로 만들어진 무화과 나뭇잎 향 향수’ 이것도 다음 편이 기대되는 흥미로운 이야기다. ‘우주에서 우주 비행사가 공기에서 추출한 설탕으로 영양을 보충하는 이야기’도 꽤나 인기를 끌 만한 공상과학 소설의 한 부분처럼 재미있고 매혹적이다.

대부분의 주류 브랜드는 새로운 전략으로 브랜드 확장을 꾀하지만 여전히 주류 영역의 틀 안에서 시도해왔다. 새로운 곡물, 새로운 종류의 칵테일 기법, 새로운 음료 성분.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같은 전략은 주류 브랜드를 오랫동안 일정한 사고의 틀 안에 갇히게 했다. 그러나 에어컴퍼니는 지금까지 주류 브랜드의 담론을 주류 산업 밖으로 꺼내어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확대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로 볼 때 거부할 수 없는 매혹성이 있다. 에어컴퍼니의 옥외 광고에 전달된 브랜드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CO2 → Something Beautiful.’ 마치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소설의 첫 페이지 같다. 에어컴퍼니는 사실 기반의 매우 흥미로운, 어쩌면 위대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 그 자체다.


김남호 나인후르츠 대표 nhkim@9fruits.com
필자는 코카콜라와 제일기획을 거쳤으며 디지털 광고대행사를 운영한 바 있다. 현재는 목적 기반의 챌린저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네슬레, GM, 존슨앤드존슨, 피자헛 등 다양한 국내외 글로벌 브랜드를 대상으로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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