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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Interview: 서인석 루티너리 대표

“행동을 바꾸는 것은 의지가 아닌 환경”
습관의 힘으로 글로벌 고객 사로잡아

배미정 | 339호 (2022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습관 관리 앱 루티너리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 대표 본인이 직접 습관 형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과정을 통해 앱의 핵심 원칙이 되는 가설을 검증했다.
2. 행동을 바꾸는 건 ‘의지’보다는 ‘환경’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누구나 쉽게 지속적으로 습관을 실천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을 디자인했다.
3. 사용자 친화적인 모바일 환경을 기반으로 일상 앱, 홈 IoT와 연계해 습관을 개선하는 최적의 온•오프라인 환경을 구축한다.
4. 의사, 심리학자 등과 협업해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로 사업을 확장한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세운 적이 있을 것이다. 돈을 모아 자동차를 사거나, 운동을 시작해 살을 빼거나, 새로운 언어를 마스터해보겠다는 등의 목표 말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열정적으로 단호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결심이 흐려지고 야무진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작심삼일’,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하고 느슨하게 풀어지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히 겪는 일이다. 변화를 원하는 우리는 강력한 의지를 다지지만 때론 목표의 절반도 안 되는 성취에도 뿌듯해하며, 그마저도 실패하면 좌절하는 것도 잠시 다시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일을 반복한다. 이처럼 변화를 다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끝까지 지속하는 사람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책 『해빗』의 저자인 웬디 우드 서던캘리포니아대 심리학, 경영학과 교수는 ‘의지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의지만으로는 인생의 수많은 결정을 끝까지 통제할 수 없다. 실제 행동을 바꾸고 그것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습관’에서 나온다. 이 같은 인간 행동의 근원적인 특성에 깊이 공감한 서인석 루티너리 대표는 사람들이 쉽게 루틴을 설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습관 형성 앱 ‘루티너리’를 만들었다. 습관 형성을 통해 개인의 변화를 유도하는 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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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베타 버전을 출시한 루티너리는 2년이 채 안 돼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광고 비용을 전혀 쓰지 않고 전적으로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거둔 성과다. 사용자들은 “수많은 일정 관리 앱을 써봤지만 이렇게 쉽고 편한 앱은 처음이다” “루틴을 실천할 때마다 뿌듯함이 크다” “반복적인 일을 고민 없이 습관처럼 수행하면서 다른 중요한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와 같은 긍정적인 후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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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티너리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다른 생산성 관리 앱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인다. 첫째, 국내 업체가 만든 앱이지만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았으며 그 결과, 현재 전체 120만 사용자의 80%가 해외 사용자이다. 둘째, 금전, 커뮤니티 인증 같은 보상보다 행동을 쉽게 옮길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일상 앱, 홈 IoT, 디지털 헬스케어 등과 연계한 플랫폼으로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DBR가 서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루티너리가 개인의 변화를 유도하는 노하우를 살펴봤다.

2년간 셀프 테스팅으로 가설 검증

루티너리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이유가 컸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간 앱 디자인 외주 일을 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불안감이 컸다. 평소 계획적인 성향이 강하고 습관에 관심이 많아서 각종 습관 관리, 할 일 리스트(to-do-list), 플래너(planner) 관련 앱을 두루 써봤다. 그런데 기능이 복잡하기만 하고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그러던 중 발리에서 한 달을 지냈는데 그곳에서 아침에 눈 뜨면서 느끼는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다를까 고민했다. 나는 그대로인데 달라진 것은 ‘환경’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환경이 행동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고 내 삶에 적용해보기 시작했다.

행동 변화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가설을 세우고, 내 루틴을 관리하는 엑셀 표를 만들어 가설을 셀프 테스팅했다. 매일 시간대별로 내가 바꾸고 싶은 행동 루틴과 그것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환경 조건, 행동의 목표, 구체적인 성과와 의견 등을 2년에 걸쳐 정리했다. 루틴 표를 만들고 실천하면서 실제 나의 행동을 바꾸는 데는 행동의 ‘순서’와 그것이 실제 이뤄지는 ‘환경’이 굉장히 중요함을 깨달았다. 예컨대 이불 개기, 물 마시기처럼 쉬운 행동에서부터 루틴을 시작하니 그 뒤의 행동까지 실천하기 쉬웠다. 또 조명의 조도와 음악 같은 환경을 바꾸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훨씬 쉬웠다. 계절별 혹은 감정 상태에 따라 환경 조건을 바꿔보니 컨디션도 더 좋아졌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만든 엑셀 표 같은 루틴 관리 서비스를 앱으로 만들면 다른 사용자들도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행동 변화와 습관에 관한 책들도 모조리 찾아서 읽어봤는데 특히 웬디 우드의 책 『해빗』이 큰 도움이 됐다.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2020년 1월 ‘굿모닝’이란 이름의 베타 버전 앱을 5일 만에 만들어 배포했다. 모닝 루틴과 타이머, 알림 기능이 전부였다. 국내외에 비슷한 앱이 많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기능이 너무 많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기능을 직관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누구나 쓰기 쉽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게라도 내가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그런데 가장 먼저 해외에서, 특히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 환자 커뮤니티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일반인들보다 의지력이 낮은 ADHD 환자들에게 습관 형성의 어려움은 강력한 페인 포인트였다. 이분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습관 형성의 니즈가 자기 개발 이상으로 광범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3월에 ‘루티너리’라는 이름으로 앱을 정식 론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발 이후 일상이 파괴되면서 사람들이 자기만의 습관과 루틴으로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 또 여성 사용자 비율이 78%로 압도적으로 높은데 아이를 키우는 20∼30대 젊은 여성, 특히 ‘육아맘’들이 많다.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 등 삶과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변화를 겪으면서 남성보다 습관과 루틴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루티너리의 비전은 이런 습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습관을 통해 더 나은 일상을 지속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실제로 특정한 자기 개발과 관련된 루틴보다 물 마시기, 세안하기 등 아침과 저녁의 일상을 체계화하는 루틴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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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반응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미국 사용자 비율이 25%로 가장 많고, 한국 20%, 영국 5%, 독일 4% 순이다. 루티너리 앱 사용자들의 사용성을 분석한 결과 흥미롭게도 해외 사용자의 경우 10대 후반∼20대 초반이 사용하기 쉽다고 느끼는 데 반해 한국에서는 20대 초반이 어렵게 느끼고 20대 후반이 더 쉽게 느꼈다. 교육 커리큘럼과 사회적 독립 시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해외, 특히 서양에서는 개인이 가정에서 독립하는 시기가 빠르다 보니 고등학생 때부터 스스로 고민해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며 루틴이나 리추얼 같은 문화에 익숙하다. 반면 한국인은 대개 고등학생 때까지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다가 대학 입학 후 자유를 누리고 취업 혹은 이직할 시기가 돼서야 독립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루틴이나 생산성 관리를 고민하는 시기가 서양보다 늦다는 뜻이다.

행동을 바꾸는 건 ‘의지’보다 ‘환경’

루티너리가 다른 생산성 관리 앱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루티너리는 행동과학 원리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쉽게’ ‘실제로’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지향한다. ‘쉽다’는 것은 의지에 기반해 뇌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면서 고통스럽게 습관을 만드는 방식을 지양하고 사용자가 행동할 수밖에 없는 쉬운 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그리고 ‘실제로 된다’는 것은 개인의 의지력에 의존해 행동을 했다, 안 했다 하는 패턴을 반복하지 않고 꾸준히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루티너리는 사용자들에게 ‘카페’ 같은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 독서를 실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책 한 권을 들고 카페에 가는 것이다. 좋은 책을 고르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커뮤니티 인증 같은 보상을 주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카페라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행동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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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존 습관 앱은 사용자의 의지력에 의존해 사용자가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실천 여부를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생산성 관리 관련 가장 유명한 글로벌 앱으로 패뷸러스(Fabulous)가 있는데 듀크대 행동경제연구소가 2013년 론칭한 앱으로 현재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타이머 등 사람들이 행동을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기능들이 많은데 연구용이라 그런지 사용성과 직관성이 떨어진다. 최근 국내에선 커뮤니티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행동을 추적 관리하는 앱들도 인기다. 챌린저스 앱은 금전적 보상, 카카오프로젝트100은 커뮤니티 인증을 통해 개인의 목표 달성을 관리한다.(그림 3) 하지만 이렇게 행동을 추적, 관리하는 방식은 외적 동기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지속성이 떨어진다. 이와 달리 루티너리는 사람들이 언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고 원하는 것을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동화 환경 도구를 제공하고자 한다. 평소 무엇을 해야 할지 힘쓰지 않게 만듦으로써 뇌세포를 낭비하지 않고 보다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루티너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카페’ 같은
환경을 구현하는가?

행동과학적으로 2가지 기능, 해빗 스태킹(habit stacking)과 타이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빗 스태킹은 기존의 습관에 새로운 행동을 연결해 새로운 습관으로 빠르게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하나의 루틴 안에 연속된 행동 고리를 만들어 루틴을 한 번 시작하면 전체를 쉽게 달성하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특히 루틴의 첫 번째 습관은 물 마시기, 이불 개기처럼 쉬운 것으로 설정해 다음의 어려운 행동도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실천하도록 유도한다. 다음으로 타이머 기능은 하나의 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사람이 행동을 계획할 때는 이성적이지만 막상 실천할 때는 의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행동별로 타임 한계(limit)를 제시하면 그 안에 달성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커지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 예컨대, 물 마시기 1분, 이불 개기 1분 등으로 행동별로 시간을 촘촘하게 정해서 실천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챗봇과의 개인 맞춤형 인터랙션을 구현해 사용자 친화성을 높이고 있다. 루티너리 앱에서 챗봇은 주요 기능을 소개하고, 일상 대화를 하거나, 루틴 알림을 보내고, 분석을 제안하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사용자와 소통한다. 루티너리는 효과적인 상호작용(HCI)을 위해 사용자 행동을 스코어로 계산해 인터랙션 형태와 빈도 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다른 앱보다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이
약한 편인 것 같다.

보상을 설계하는 데 굉장히 신중한 편이다. 금전 보상은 초기에 사용자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용자의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했더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부모가 지각을 했다고 한다. 벌금을 냈으니 늦게 가도 된다는 식으로 마인드가 바뀐 것이다. 본래 목표는 지각을 안 하는 것이었는데 벌금을 내고 마는 것으로 치환됐다. 보상의 내용이 습관과 별 상관이 없거나 보상의 규모가 과도하게 크면 본래 목적인 습관 형성이 보상으로 치환될 수 있다. 단편적이고 고립된 보상으로는 습관을 지속시킬 수 없다.

루티너리는 현재 정서적인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챗봇이 사용자에게 개인 맞춤형으로 칭찬 메시지 등을 지속적으로 보낸다. 또 사용자별로 연속으로 루틴을 달성한 일수에 따라 씨앗(연속 1∼7일)부터 숲(연속 200∼300일)까지 배지를 부여해 동기를 부여하고자 한다. 사용자들의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트리거를 설계하는 데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예컨대 사용자들은 각각의 습관 행동에 직접 ‘도움 환경’과 ‘피드백’을 남길 수 있다. 도움 환경은 해당 습관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됐던 환경을 적어 다음에 실천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팁을 남기는 부분이다. 예컨대, 달리기 습관과 관련한 도움 환경으로 달리기를 하면서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적어 놓으면 다음에 달리기할 때 효과적인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피드백은 사용자가 스스로 매일 습관을 실천한 후 잘한 점, 부족한 점 등 그날의 피드백을 남기는 곳이다.

개개인의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설계하는 작업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사용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도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는 요소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에게는 채찍질, 다른 사람에게는 당근이 행동 변화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병원, 연구소와 협의해 이런 서로 다른 특성을 유형화하는 심층적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플랫폼 지향

현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많다.
유료 구독 고객에게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현재까지는 처음 앱을 시작한 사람이 루틴을 쉽게 만들어 실천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료 이용자는 총 루틴을 2개까지 만들 수 있지만 유료(월 3500원)로 전환하면 3개 이상 루틴을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으며 통계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루틴을 분석한 정보를 제공한다. 앞으로는 기존 사용자들이 더 잘 쓸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예컨대, 유료 고객은 PC로도 루틴을 관리하고, 캘린더 연동 같은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 사용자의 루틴 패턴을 분석해 더 효과적인 루틴을 제안함으로써 목표 달성을 돕는 방식의 인터랙션도 추가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MBTI처럼 습관 행동 유형을 4가지 등으로 나눠 사용자 유형별로 행동 변화에 유리한 환경을 연구하고 그에 맞춰 알림 문구와 횟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방침이다.

루티너리 앱은 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루티너리는 앞으로 명상, 요가, 수면 같은 일상 앱뿐 아니라 조명, 스피커, TV 등 오프라인 홈 IoT와 데이터를 연동함으로써 사용자가 행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더 효과적으로 구현해 나갈 방침이다. 예컨대 명상하기 습관을 실천할 때 명상 앱을 연동시키고, 홈 IoT를 활용해 TV를 끄고, 명상에 적절한 조도를 조절하고 음악을 켜는 등 내가 명상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자동으로 조성해주는 것이다. 또 현재 루틴은 사용자가 정한 시간에 실행되지만 앞으로는 GPS 위치 정보와 내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최적의 시간에 루틴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제안할 수 있다. 예컨대 고정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스트레칭 루틴을 추천하고 SNS 사용량이 많으면 미리 설계한 SNS 디톡스 루틴을 자동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현재 홈 IoT의 한계는 사용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대강은 알 수 있지만 몇 시에 행동하며, 그 이전과 이후에 무엇을 하는지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기 힘들다는 점에 있다. 예컨대 특정 콘텐츠 영상을 TV로 추천하고 싶어도 누가 평소 몇 시에 TV를 보고, 어떤 채널을 왜 보는지 등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루티너리의 사용자 데이터는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홈 IoT와 연동됐을 때 큰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로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 예로 성인 ADHD 사용자들의 피드백이 좋았던 만큼 앞으로 본격적으로 ADHD와 관련된 진단 및 개선 도구 개발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ADHD 외에도 재활, 중독, 복약, 불면증 같은 질환의 장기적인 치료를 위한 모듈을 발전시킬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처방도 환자가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하지만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도 환자가 제대로 실천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루티너리가 의사, 심리학자, 행동 코치 등과 연계해 습관 행동 치료를 디지털 치료제로 제공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는 이러한 습관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한 상담과 처방을 하고, 어떤 습관이 치료에 더 효과적인지 심화 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1

최근 생산성 관리 앱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데
다른 앱이 루티너리를 모방할 위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루티너리의 앱 디자인이 단순해 보여서 언뜻 따라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루티너리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은 단지 디자인이 단순해서가 아니라 디자인에 담겨 있는 철학과 과학적 원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아무나 따라 하기 힘든 요소이다. 실제로 이 앱을 5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전에 실제 나에게 맞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 2년 가까이 직접 엑셀 표를 만들고 관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소 체험한 습관의 효과를 모바일 앱 디자인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누군가 앱의 겉모습을 따라 할 수는 있어도 그 안에 담긴 본질은 쉽게 모방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지금 루티너리를 많은 사용자가 쓰는 이유는 결코 현재 기능이 완벽해서가 아니다. 기능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루티너리가 나아가는 방향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응원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루티너리는 2주에 한 번씩 한 번도 빠짐없이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면서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능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루티너리의 현재를 따라 할 수 있어도 미래를 똑같이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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