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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딥테크 초기 성장 지원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전략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어”
기술 창업가 오류 잡아주는 ‘듬직한 공대 형’

김윤진 |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딥테크(Deep tech ,엔진, 소재, 센서, 나노기술, 바이오, 첨단 소재 등 기반 기술) 기업 창업가들의 기술 상용화와 초기 단계 성장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외부 출자자 없이 자기자본으로 시작해 고위험, 고수익의 업계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일회성 ‘투자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서비스업’으로 시장에 자리 잡은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빠른 자금 회수와 재투자 통한 ‘스노볼링’
2. 딥테크 분야에 집중해 하방 리스크 보호
3. 전방위적인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 구축
4. 인적 역량과 네트워크 등 암묵지의 자산화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지만 기술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투자자마저 홀리는 첨단의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수많은 엔지니어가 사업 3∼5년의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을 넘지 못한 채 성장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이유다. 소위 말하는 ‘공돌이’ 창업가들이 혁신의 여정에 발을 들이게 되는 시작점은 대개 ‘기술’이다. 반도체든, 바이오든, 소재든 전공 분야를 깊이 파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의 매력과 장단점이 속속들이 보인다. 그리고 실생활 어디에 이 솔루션을 응용하면 좋을지 쓰임새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하지만 이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은 바로 ‘경쟁자’의 존재다. 그들의 기술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솔루션이 아니라 여러 솔루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시장의 문제를 풀려고 들면 이미 너무나 많은 대안이 존재한다. 이때 본인들이 손에 쥐고 있는 매력적인 기술에 사로잡히거나 그 기술이 도그마(신념)로 굳어지는 순간 시장이 가장 필요로 하는 ‘최적의 솔루션’이 무엇인지를 놓치게 되고, 비즈니스 모델은 부자연스러워진다. 최적화까지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투자금은 고갈되고, 팀은 해체되며, 좋은 기술은 사장된다.

딥테크(Deep tech, 엔진, 소재, 센서, 나노기술, 바이오, 첨단 소재 등 기반 기술)1 기업 창업가들의 기술 상용화와 초기 단계 성장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가 투자 육성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바로 이 ‘공돌이들의 흔한 오류’를 발견하면서였다. 기술 창업가들이 비슷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허공에 날리고 있는데 막상 이를 도와주거나 바로잡아주는 선배가 없었다. ‘공대 형’에 대한 갈증은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사과정 2년 차에 첫 회사를 창업했다 쓴맛을 보고 4년 차에 창업한 두 번째 회사를 12년 만에 미국 나스닥 상장사에 매각하기까지 초기 방향만 잘 설정했더라면 이 긴 여정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그를 움직였다.

창업 초기 “이게 될까?” “이게 맞나?” 꼬리를 무는 의심에도 불구하고 기댈 곳이 없었던 그는 패기 넘치는 기술 창업가들을 제대로 도와줄 체계적인 보육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다만 이런 지원과 육성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게 하려면 수수료를 받고 외부 LP(출자자)의 돈을 운용하는 기존 벤처캐피털의 사업 모델로는 한계가 있었다. 단순히 돈을 넣고 돈을 불리는 ‘투자업’이 아니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으로서 지속적인 수익을 내고 그들의 경험이 축적되도록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 자본을 조달하고 자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다. 나아가 자본시장의 신뢰를 얻고 투명성을 확보하려면 IPO(기업 공개)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봤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2014년 7월 출범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2022년 액셀러레이터로는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첫 회사의 매각 자금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든 지 10년이 채 안 돼 이 대표가 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223개의 극초기 기술 스타트업 가운데 70% 이상이 합계 6558억 원의 후속 투자를 끌어냈고 91.5%가 생존해 있다.

기술 창업가들의 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경비를 부담하면서도 고위험, 고수익 벤처투자 업계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운영 전략을 DBR가 분석했다.


DBR mini box I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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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설립된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전도유망한 기술 스타트업의 시작을 돕는 기술 창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다. 연구계, 학계, 산업 현장 곳곳에 숨어 있는 기술 전문성을 발굴하고 잠재력을 가진 이들의 혁신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명은 ‘블루오션의 시작점(a starting point to the blue ocean)’이라는 의미다. 2021년 12월까지 바이오 의료(11.4%), 데이터와 인공지능(18.7%), 디지털(23.3%), 헬스케어(16.0%), 산업 기술(20.1%) 분야의 223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이들의 기업 가치는 약 3조2005억 원에 달한다(2021년 12월 말 기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매출액은 2019년 137억6000만 원(영업이익 71억9000만 원), 2020년 186억5000만 원(영업이익 72억3000만 원)이다. 2018년 8월 스틱벤처스, KB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스, 라이트하우스인베스트먼트 등에서 90억 원을 투자받았고, 2020년 2월에는 IBK기업은행, 소프트뱅크벤처스, 퀀텀벤처스코리아, 키움투자자산운용, 한국투자증권 등으로부터 110억 원을 추가 유치했다. 2022년 상반기 IPO가 예정돼 있다. 임직원 수는 50명이며 이 중 14명이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다.


10부작으로 끝날 수 있었던 24부작 드라마

2000년 이용관 대표가 반도체 하드웨어 회사 ‘플라즈마트(Plasmart)’를 창업하고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사에 매각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총 12년. 창업의 토양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 척박한 맨땅에서 시작해 숱한 시행착오 끝에 거둔 성과였다. 회사의 6개월을 드라마 1부라고 치면 총 24부작 드라마를 찍은 셈이다. 이 대표는 “그때는 몰랐지만 나중에 돌이켜 보니 제대로 된 조력자만 있었다면 길게는 7년까지도 절약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면서 “회사를 팔고 나서야 24부작을 10부작으로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는 게 비로소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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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의 창업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사업 아이템의 실마리를 얻은 것은 1997년 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실험 조교를 하면서였다. 이 대표는 해외 실험 기자재가 고장이 자주 나는데도 본사가 외국에 있어 수리를 받기 어렵다는 데서 틈새 기회를 포착했다. 앞으로 국가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은 계속 커질 것이고 실험실에서 쓰는 기기, 소위 랩웨어(labware)의 수요가 많아질 테니 직접 국산 장비를 제작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시장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할 시간도, 수익 모델을 다듬을 기회도 없었지만 기술이 있고 수요가 있으니 생산을 해보자는 단순한 발상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1억∼2억 원 규모의 초기 주문이 오히려 ‘지옥문’이 됐다. 장비 몇 대 팔았을 뿐인데 사후 유지 관리(AS)에 대한 문의부터 서로 다른 사양에 맞춰달라는 거래처의 맞춤 제작(customizing) 요구가 밀려 들어왔다. 회사 창업 멤버로 현직 교수 다섯 명을 영입한 것도 장단점이 있었다. ‘머리’는 많은데 고객의 소리에 일일이 응대할 ‘손발’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매일 밤을 새우는 와중에 친구 몇 명의 지원사격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고된 일과 수고 대비 수익은 적었고, 이에 2년 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첫 실패를 통해 이 대표가 깨우친 점은 ‘팀 빌딩’의 중요성이었다. 재도전에 앞서 뜻이 맞고 직접 발로 뛸 수 있는 동료로만 팀을 재정비했다. 그리고는 본인의 전공 분야이자 직접 특허까지 딴 기술을 가지고 2000년 두 번째 회사인 플라즈마트를 창업했다.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인 플라즈마 발생 장치 제작이 주된 업무였다. 국산 특허가 희소하던 터라 시장 반향도 있었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의 흐름을 타고 기업들이 개발을 의뢰해 왔고 대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도 초기 자금을 투자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런 수요에도 불구하고 처음 6년은 첫 창업 때와 마찬가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고객의 입맛에 일일이 맞춰 주다 보니 대량 생산의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 어수룩한 신생 업체다 보니 헐값에 자기 회사만 위해서 배타적으로 기술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도 잘 거절하지 못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수익은 쌓이지 않는 구조였다.

플라즈마트가 봉착한 문제는 첫 회사와 다를 바 없이 ‘수익 모델 창출’이었다. 자동차 엔진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엔진만 개발할 게 아니라 자동차를 직접 제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엔지니어들이 알 턱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장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 직접 장비 완제품을 제작하거나 밸류체인(value chain)상의 다른 기술로도 진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즉, 완제품이 상용화되기까지 원천 기술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기술, 유지 관리나 서비스를 더 유용하게 만들어주는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의 층위(layer)가 존재하며 이 중 어느 시장을 공략해야 수익이 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러다 보니 정말 가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도 항상 반도체 장비 회사의 하도급 업체로서 밸류체인 하단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약 6년여의 정체기를 거쳐 피벗(pivot, 사업 전환)의 계기가 우연히 찾아왔다. 고생하는 이들을 지켜보다 못한 일부 거래처 관계자가 안타까운 마음에 “플라즈마 전원 및 제어장치를 만드는 게 더 돈이 될 것”이라고 귀띔해준 것이 계기였다. 비록 기술이 혁신적이지는 않지만 범용성이 있고 맞춤화가 필요 없어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이란 조언이었다. 더욱이 미국이나 일본에서 제조되던 기존 제품의 수명이 다하고 한계가 노출되면서 고객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해외 경쟁사의 위기는 국내 회사엔 곧 기회였다. 주변의 조언 덕분에 기회를 잡은 플라즈마트는 바로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연 매출 30억 원대였던 회사가 100억 원대 계약을 잇달아 수주하고 본격적인 양산을 개시한 것이다. 이후 미국, 독일, 일본 등 유수의 업체에서 M&A(인수합병) 제안들도 쏟아졌다. 공개 입찰 끝에 플라즈마트는 2012년 7월 MSK인스트루먼트라는 나스닥 상장사에 300억 원에 매각됐다.

초기 창업 기업의 발아율을 높이는
모내기’ 방식

회사의 성공적인 매각 소식에 이 대표의 지인들이 알음알음 조언을 구해오기 시작했다. 하드웨어 기술을 사업화해 엑시트(exit)까지 한 사례가 워낙 희귀하다 보니 사업 관련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기술 창업가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후배들이 자신이 창업 초기에 범했던 실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장 수요가 있다고 자연히 수익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것, 본인이 보유한 원천 기술 외에도 다양한 기술의 층위가 존재한다는 것, 밸류체인 어디를 공략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놓치고 있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투자했던 회사들이 뛰어난 기술에도 불구하고 1년도 안 돼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기술 창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일반화시킬 수 있게 됐다. 몇 차례 돈을 잃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기술 자체보다 팀과 수익 모델 빌딩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됐다. 그리고 회사가 망하기 가장 쉬운 창업 초기 3∼5년, 조력자도 없고 VC(벤처캐피털)도 투자하기 직전, 자금 부족 구간에 창업가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존재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 대표는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사이언티스트 등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일은 존재하지 않던 것을 창조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라면서 “하지만 학계에서는 ‘신규성’이 핵심 가치이지만 시장에서는 ‘적합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기술이 산업에 접목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문법을 모르는 ‘과학자’들이 자본, 인력, 상품 시장 등을 모르고 덤비다가 좌초하는 것을 막아줄 안전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market fit)을 높여줄 수 있는 종합적인 경영 컨설팅을 제공해 좋은 기술과 좋은 창업가가 죽지 않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찾아보니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제법 있었다. 하지만 막상 초기 창업 기업 제품 및 서비스의 상용화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만들려 드니 이를 위한 법인의 형태(vehicle)가 마땅치 않았다. 벤처 투자 업계 출신도 아니거니와 기존 VC의 형태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VC가 운용하는 펀드는 운용을 대가로 받는 2% 수수료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력을 고용해야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연간 20개 기업에 1억 원씩만 줘도 5년 동안 2명밖에 고용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사실상 한두 명이 모든 포트폴리오 기업의 투자 육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고, 이는 곧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했다. 제대로 된 멘토링을 제공하려면 다양한 기술이 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장 규제와 기회에 시시각각 대응해야 한다. 또한 스타트업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려면 유통, 투자, 영업 등 다방면의 지원 인력이 필요한데 비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수수료 사업으로는 서비스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었다.

이에 이 대표는 투자 회사를 설립하는 대신 마음대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일반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물론 2014년에는 이미 국내에서도 프라이머, 스파크랩, 퓨처플레이 등 액셀러레이터 설립자들이 출현하고 활동을 개시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창업가 출신이 재능 기부(pay-it-forward) 차원에서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단계라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더욱이 이 대표는 대전이라는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딥테크 분야만 파고들었고 벤처 투자 업체들이 밀집한 서울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업계 사정에 해박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LP(출자자)의 외부 자본 없이 한정된 자기자본으로 시작하면 금세 사재 100억 원만 날리고 무일푼이 될 것이라 만류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나중에 자금이 필요해질 때 기관투자를 받고 상장을 통해 돌려주더라도 자기자본만으로도 저절로 운영되는 모델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만 본인의 철학대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카이스트, 화학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 출연연구소 등이 모여 있고 이공계 박사만 1만2000∼1만5000여 명이 한데 모여 있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둥지를 틀고 허약한 국내 기술 스타트업의 체질 강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런 방식을 모내기에 비유했다. “벼농사는 모내기 방식을 도입하면서 생산성에 혁신을 맞게 됐다. 모내기 이전까지는 볍씨를 바로 밭에 뿌렸기 때문에 싹이 자라 벼가 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일단 싹을 틔운 모를 논에 심기 시작하자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대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업의 씨만 뿌리고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싹을 틔워 ‘발아율’을 높이고 시장에서 생존할 힘을 길러준 다음 내보내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증명하다

1. 빠른 자금 회수와 재투자 통한 ‘스노볼링’

출범 초기,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당면한 과제는 실제로 작동하는 수익 모델을 시장에 증명하는 일이었다.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단 하나의 ‘대박’을 노리거나 빅샷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기업들을 육성하는 회사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포트폴리오사가 후속 투자를 유치하고 인큐베이터를 떠나서도 홀로서기 하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야 했다. 그런데 극초기 시드 단계의 기업들에 1억∼5억 원의 소액을 투자해 평균 7% 안팎의 지분을 취득하는 액셀러레이터의 특성상 시리즈 C나 D 등 후기 단계나 매각, 상장 등 엑시트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오래 걸리고 변수도 많았다. 특히 기술 기업의 경우 투자 회수 기간이 10년이 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고수익에는 항상 고위험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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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처음부터 이 위험을 분산해야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최대한 빠르게, 즉 시리즈 A나 시리즈 B에서 구주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 뒤 회수한 자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다. 최종 엑시트까지 기다려서 높은 위험을 떠안는 대신 마일스톤 기준을 달성하면 중간에 반드시 부분적으로라도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회전율을 높이는 전략이었다.

회사가 지향한 마일스톤 엑시트 모델의 핵심은 ‘지속가능성’에 있었다. ‘투자-회수-재투자’의 순환 주기를 최대한 짧게 반복함으로써 돈이 계속 불어나게 하자는 발상이었다. 양질의 컨설팅을 통해 초기 기업들이 시리즈 A나 B, 즉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하도록 돕고 후속 투자율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다면 충분히 빠른 수익 창출이 가능해 보였다. 다시 말해, 초기 기업들이 독립해 성장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체질을 키워준 뒤 중간에 빠지는 식이다. 이를 통해 투자 후 2년 안에 약 7배의 차익을 일정하게 실현한다면 ‘스노볼링 효과(snowballing effect)’2 에 힘입어 자기자본만 가지고도 계속해서 많은 기업에 재투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리고 이 방식이 정착되면 투자 이익금의 80% 이상을 LP에 배분해주지 않고도 현금흐름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이 모델이 작동하려면 후속 투자 유치를 통한 회수가 원활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기업을 공들여 발굴하고 육성, 지원하는 데 있어 충분히 역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려 신뢰를 높여야 했다. 이 대표가 출범 초기 플라즈마, 레이저, 기계 설비 등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전문 영역에서부터 시작해 성공의 표본을 만드는 데 주력한 이유다. 플라즈마트 시절부터 함께했던 김용건 부대표와 함께 자신들에게 친숙한 기술을 다루면서도 해당 기술을 의료 등 미개척 시장과 접목하거나 융합한 회사들을 중점적으로 선별했다. 이렇게 2014년 4개, 2015년 6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2016년 투자자들을 상대로 데모데이(주요 회사의 사업 현황을 소개하는 자리)를 열었다. 카이스트 출신들이 주축이 된 ‘기술을 잘 보는 회사’라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이날 데모데이에 많은 업계 사람이 몰렸고 투자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IR(기업설명회)를 한 스타트업 대부분이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첫 데모데이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역시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소하지만 참신한 사업 아이템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피부암을 조기 진단하는 레이저, 세포 겉면이 아니라 세포 안을 CT처럼 보여주는 현미경, 내용물을 봉지 안에 넣는 것만으로도 멸균을 시키는 스마트 포장재 등 ‘첨단 기술인데 재미도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DBR minibox Ⅱ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초기 투자 육성 성공 사례’ 참고.) 이렇게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한 안목에 대한 입소문이 나자 액셀러레이팅을 거친 스타트업들의 평판도 함께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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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초기 투자 육성 성공 사례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스타트업 육성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엔지니어가 엔지니어링만 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기술을 통해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들고 풀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와의 접점을 찾도록 도와주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이에 따라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도 기술을 과신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의 조언을 수용할 수 있는 팀의 유연함과 현실 인식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1. 플라즈맵

2015년 3월 플라즈맵 임유봉 대표는 KAIST 박사과정 중 개발한 멸균 포장용 파우치를 사업화하기 위해 호기롭게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기존의 대형 플라즈마 장비보다 멸균 속도는 10배 이상 빠르고,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인 멸균기가 시장을 혁신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특수 전극 물질이 코팅된 파우치에 내용물을 넣고 밀봉한 뒤 PC처럼 생긴 전원 장치에 집어넣으면 순식간에 내부에 플라즈마가 형성되면서 멸균이 된다.

임 대표는 처음 이 파우치에 적용하기에 식품 사업 아이템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멸균 효과가 있어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기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식품 살균 장비는 시장이 크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피벗을 제안했고, 임 대표 역시 식품의 맛이 변질될 수 있다는 기술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이 제안을 수용했다. 그리고 두 회사가 함께 책 『린 스타트업 바이블』i 이 제시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의 9개 블록을 고쳐가면서 새로운 시장을 모색했다. 그 결과 멸균에 대한 수요가 높고 맛이 중요하지 않은 의료기기 시장에 더 큰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처럼 의료 시장 진출을 결정하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플라즈맵에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병원에서 멸균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환경을 직접 체험해볼 것을 주문했다. 시장 수요를 세밀하고 깊숙이 확인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 조언대로 임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의사들을 찾아다닌 결과 멸균과 관련해 가장 큰 페인 포인트가 중소 병원들에 존재한다는 것을 포착했다. 실제로 중소 병원의 경우 대당 3억∼5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플라즈마 장비 대신 저렴한 고압 증기 멸균기를 구매했다가 의료기기의 잦은 고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사용을 꺼리거나 수동으로 소독하는 불편을 감수하는 곳들도 많았다. 이렇듯 직접 잠재 고객을 만나 맞춤형 제품을 기획한 결과 플라즈맵은 창업 직후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현재는 2021년 10월 기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를 마치고 기업 가치 1100억 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앞으로 플라즈맵은 위생사, 간호사 등 병원 직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의료용 멸균기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직접 사용하고 비용도 많이 쓰는 임플란트 표면 처리, 재생 활성 등 영역에 플라즈마 기술을 접목한 의료 기기를 생산해 비즈니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직접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가르쳐주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주던 경험이 학습되고 체질화되면서 이제는 회사 스스로 크고 작은 피벗을 통해 제품-시장 적합성을 높여가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2. 토모큐브

처음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가 3D(입체) 광학 필터 기술을 가지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찾았을 때 박 교수는 기존 현미경에 필터, 컴퓨터 모듈, 보드 등을 붙이기만 하면 세포 겉면이 아닌 세포 내부를 3차원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원천 기술인 만큼 상용화의 꿈에 부풀었다. 실제로 인위적인 전처리 과정 없이 3차원으로 살아 있는 세포의 질량, 부피, 표면적 등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이 기술은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X-ray 대신 레이저를 활용해 세포를 CT(컴퓨터 단층촬영)처럼 찍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튀어나온 이 아이디어에 한 가지 부족한 것은 바로 ‘시장에 대한 이해’였다.

기술은 독보적이었지만 모든 현미경을 3차원으로 만들기 위해 필터 등을 팔아봤자 전 세계 과학 부품 시장은 몇천억 원 규모에 불과했다. 필터 제조로 키울 수 있는 기업 가치는 한정돼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이 기술로 의료기기 장비 완제품을 제조해보는 것이 어떤지 제안했다. 직접 현미경을 개발하는 것이 사업성이 더 클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처음 박 교수는 낯선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피벗을 주저했다. 하지만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을 섭외해 팀을 만들어 붙여주고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주자 박 교수도 이 제안을 수용했다. 나아가 연구자인 본인은 기술에 대한 총책임(CTO)을 맡고 20년 이상 기술 기업 창업에 몰두해 온 홍기현 대표가 경영(CEO)을 맡도록 역할을 구분했다. 코어기술을 아는 것과 사업화가 분명히 다른 영역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렇게 구성된 팀이 연구소 등 잠재 고객의 피드백을 충분히 받으며 철저한 시장 검증을 수행한 결과 6개월 만에 현미경 시제품이 완성됐다. 그리고 2015년 8월 설립된 토모큐브는 유수의 해외 헬스케어 장비들을 제치고 20여 개국, 140여 개 기관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MIT, 하버드의대, 존스홉킨스의과대학 등에서도 토모큐브의 현미경을 사용하며 회사는 442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하고 상장까지 추진 중이다.


2. 딥테크 분야에 집중해 하방 리스크 보호

국내에서 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면면을 보면 쿠팡, 야놀자, 무신사 등 서비스 기업이 대부분이다. 국내 상위 10개 유니콘 스타트업 중 딥테크 스타트업이 없다. 태생부터 ‘시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이 ‘기술’을 중심으로 삼는 딥테크 스타트업을 상대로 비교 우위를 가진다는 의미다. 물론 최근에는 모험 자본이 많아지면서 기술 스타트업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설립 당시만 해도 기술 기업은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투자수익률(ROI)이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고집하며 ‘선택과 집중’을 해 온 이유는 본인의 배경과 경험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기술 기업이 가지는 이점이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째, 리스크 분산의 여지가 있다. 보통 플랫폼 등 서비스 기업들은 성공하지 못하면 가치가 없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기술 기업은 설령 제품 및 서비스 상용화에 실패하더라도 기술은 남는다. 최악의 경우 기업이 청산되고 기술이 시장에서 꽃피우지 못하더라도 창업을 계기로 모인 엔지니어 인력이나 특허 등이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기업 전체를 매각하는 ‘빅딜’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일부 사업부, 기술을 쪼개서 팔거나 특허를 이전하는 등 100억 원 미만의 ‘스몰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치의 하방이 견고하다. 종전에는 네이버, 카카오 외엔 국내에 큰손들이 없었지만 성장 정체에 빠진 중견 기업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딥테크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장 환경도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 가치가 일정 수준까지는 보장된다. 이런 특징은 창업가들에게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공하기 때문에 회사가 조금 더 대담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둘째, 글로벌 진출이 상대적으로 쉽다. 서비스의 경우 문화나 언어 등이 현지 시장과 잘 맞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가 어렵다. 본글로벌(born-global) 회사가 아니고서야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해도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은 재창업과 마찬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기술의 경우 법이나 규제 장벽에 막히지 않는 한 대부분 성능이나 가격 등의 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에 두 가지에서 경쟁력이 있으면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게다가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 국가로서 물류 등 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딥테크 기업의 확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딥테크 기업이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내수용이거나 국내 특정 대기업의 공급망에 너무 종속돼 있으면 포트폴리오사로 선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오직 딥테크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딥테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 회사의 정체성이자 차별점이다.

3. 전방위적인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 구축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혁신가를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을 전방위적으로 돕는 것을 목표로 삼고 액셀러레이팅 본부에 시장을 잘 아는 도메인 엑스퍼트(domain expert)3 들을 영입했다. 기술 창업 경험이 있거나 초기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사람, 기술 전공 분야에 대한 이해가 해박한 사람들이 주된 모집 대상이 됐다. 그중에서도 바이오 헬스케어, 로봇, 데이터, ICT, 소재, 반도체 등 각 딥테크 산업 세그먼트마다 전문성을 가진 심사역을 찾는 것을 우선순위로 뒀다. 실제로 현재 회사 내 액셀러레이팅 본부는 신기술, 바이오 헬스케어, 예비 창업 기업별 등 부문별로 나뉘어 각각 특화된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내부 인적 역량의 전문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권위의 오류에 빠지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시장도, 기술도 급변하는 만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행 지식과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기업 발굴에 걸림돌이 되거나 회의론을 키울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기술의 층위가 다양하므로 여러 전문가를 포섭해 만나게 하는 매칭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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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 대표는 기술을 아는 심사역만 모아서는 기술 중심적 사고를 하는 혁신가의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없다고 봤다. 스타트업의 기회와 위험 요소는 다양한 곳에서 출몰하기 때문에 시장으로 향하는 ’고 투 마켓(Go-to-market)’을 도우려면 다른 지원팀, 즉 마케팅이나 법률, 재무, 인사, 행정, 전략 등의 인력이 함께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스타트업이 당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하나라도 더 줄이고 성장 동력을 균형 있게 갖춤으로써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신념이다. 이는 최소한의 투자 심사역 위주로 인력을 구성하고 운영 등 지원 인력을 20% 미만으로 유지하는 국내 다른 VC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행보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 트렌드를 좌우하는 유명 IT 벤처 전문 투자사 안데르센 호로비츠(Andreesesen Horowitz, 줄여서 a16z)4 의 경우 지원 인력이 투자 심사역 수의 3배에 달할 정도로 많다”면서 “이런 일부 해외 모델을 벤치마킹해 스타트업 지원에 드는 비용을 아껴야 할 ‘경비’가 아니라 기업의 본질 가치를 제고하는 ‘투자’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2022년에는 이런 지원팀을 따로 묶어 스타트업 지원센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기업의 가격은 외부 수급이나 기술 트렌드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가격(price)’보다는 어떤 ‘가치(value)’를 더할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점점 더 모험 자본이 풍부해지는 시장 환경에서 단순히 자본 조달만 담당해서는 개별 투자사들의 가치가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단순히 돈을 주고 관리 감독하는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사와 고민을 터놓고 공유하면서 기술 기업이 당면하는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공대 형’이 되는 게 이 대표가 지향하는 리더십이자 회사의 존재 이유다.

4. 인적 역량과 네트워크 등 암묵지의 자산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심사역들의 역량에 따라 성과가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은 인력을 기반으로 하는 액셀러레이팅 사업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다. 그러다 보니 법률, 회계, 투자 자문을 제공하는 다른 업체와 마찬가지로 특정 개인에 과중한 부담을 지우거나 의존하는 구조는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는 리스크 요소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잠재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인적 역량, 네트워크 등을 자산화해 유기적인 협업을 촉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제아무리 전문적인 인력이라 할지라도 ‘업종’과 ‘직무’를 축으로 나눠보면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봇 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 커머스 회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던 사람 등 여러 전문가를 모아놔도 결국은 이 점 사이에 공백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를 메울 수 있는 체계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담 인력 5명이 매달리고 있는 ‘블루박스(가칭)’ 플랫폼 구축도 이런 체계화를 위한 프로젝트다. 슬랙, 노션, 구글 드라이브 등 여러 가지 업무용 협업 툴, SaaS(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ERP에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 한눈에 관리하기 힘든 문제를 해결하고 단일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당연히 시장 경험이 많은 심사역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노련한 통찰을 바탕으로 시장 기회와 위험을 판단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누굴 만났는지, 투자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산업과 기업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상세히 기록해두면 1년 차 신입도 빠르게 선배들의 노하우를 이식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경험이 쌓이고 암묵지들이 자산으로 남게 되면 블루박스에 기본적인 정보만 입력해도 자동으로 투자계약서 초안이 완성될 수도, 특정 기술을 검색만 해도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한 이력이나 경쟁사, 리스크, 관련 네트워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도 있다. 업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실수를 예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대표는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배정되든지 간에 언제나 균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느냐다. 담당 심사역이 누구든 간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거쳐 가는 모든 스타트업이 일관성 있고 기대치를 충족하는 액셀러레이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는 블루박스 같은 솔루션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잇는 플랫폼으로 확장

한때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를 설립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을 신설하는 등 벤처 정신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최근에는 이 열기가 다소 잦아들고 있다. 자체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도 해보고 컴퍼니 빌딩을 해봐도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들의 오픈 이노베이션 시도가 많은 자원과 우수 인력에도 불구하고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결국 운영상의 문제에서 기인한다”며 “애초에 대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 보상 구조 등이 전문 벤처캐피털이나 스타트업과는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CVC의 경우 다른 계열사와의 형평성을 위해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설계하기도 힘들고 내부 인력을 순환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구성원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십상이다. 모험을 해보고 싶다며 아예 벤처 투자 업계로의 이직을 택하기도 한다. 또한 의사결정자 간 의견 충돌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이렇게 상당한 비용을 들였음에도 CVC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대기업들이 최근에는 전문 액셀러레이터와 함께하기도 한다. 잘 모르는 스타트업에 투자해 호흡을 맞춰가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처음부터 원하는 스타트업의 발굴 및 연결, 육성의 전 과정을 함께하면서 전략적 시너지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접근법이 바뀌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미국을 보면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교류가 매우 활발할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현금 흐름과 상관없이 기술 잠재력만 보고 M&A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반해 국내에서 아직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기술 약탈 등을 경계하기도 하고 대기업도 잠재력만 보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파트너로서 서로의 가치와 효용을 느끼는 경험이 누적돼야 한다.

현재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협업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기업 그룹으로는 GS와 한솔이 있다. GS그룹은 2021년부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함께 친환경 바이오 기술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스타트업의 제품-시장 적합성을 높여주고 기술 사업화를 돕는 밀착 컨설팅을 제공하고, GS그룹은 대전 GS칼텍스 기술연구소의 연구 장비 및 계열사와의 전략적 협업 기회를 제공하는 식의 분업 구조다. 대기업은 가장 큰 경쟁력인 산업 인프라와 자본을 공유하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체계적인 스타트업 육성 역량을 발휘하며 각자 비교 우위가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을 명시하자 새로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모여들었다. 미생물을 활용해 화장품이나 식품, 의약 소재를 만들겠다는 스타트업 등이 GS의 장비를 활용해 제품 개발과 기술 검증의 기회를 얻고 싶다며 손을 든 것이다. 이들 회사에 GS가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생겨났다.

이 같은 방식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창업 초기 단계부터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한솔그룹 역시 2020년부터 공동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한솔제지, 한솔로지스틱스, 한솔홈데코 등 계열사들이 사업 개발과 인프라 관련 협업 기회를 스타트업에 전방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가령 종이로 가구를 만드는 스타트업 ‘페이퍼팝’의 사례를 보면 한솔제지는 종이를 저렴한 가격에 조달할 수 있도록 재료 수급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주고,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1인 가구를 타깃할 수 있도록 시장 포지셔닝 등을 돕는다. 이 대표는 “업종과 기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존중하는 대기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사회적 자본으로 창업 생태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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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이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약간의 시드 머니, 경영 코칭, 비즈니스 멘토링, 인적 네트워크, 고객·마켓 인사이트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전문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VC와 CVC가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 적격 기업(Investment-graded Company)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 세계 액셀러레이터 시드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Seed-DB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최초의 액셀러레이터가 설립된 2005년 이래로 8153개의 초기 창업 기업이 액셀러레이팅 과정을 거쳤고, 이들이 받은 투자금은 890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에서 1326개 기업이 260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성공적인 엑시트(출구 전략)를 경험했다. 액셀러레이터는 발굴과 투자, 그리고 육성을 통해서 초기 창업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이점을 제공하기에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두드러진 성장 곡선을 그리는 산업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바로 ‘경쟁’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 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창업기획자’ 등록제도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357개의 액셀러레이터 기관이 등록해 국내 창업 생태계 조성에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2021년 11월30일 기준). 하지만 창업기획자 전자 공시 결과에 따르면 등록된 액셀러레이터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실적 부진의 문제를 겪고 있다. 발굴·육성할 유망 기업이 한정돼 있고, 이들 기업이 여러 육성 프로그램을 받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요즘엔 창업가가 사업 성장에 적합한 액셀러레이터를 고르기까지 한다. 그런데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는 액셀러레이터 간 초기 투자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거의 모든 창업가가 초기 창업 과정에서 꼭 만나보고 싶은 액셀러레이터로 꼽히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보여주는 액셀러레이터의 CSF(핵심 성공 요인, Critical Success Factor)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액셀러레이터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봐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창업 기업을 육성한다는 점에서 인큐베이터, 엔젤투자자, 초기 VC(Early-stage VC)와 공동 목표를 공유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액셀러레이터는 공급자와 수요자, 파트너를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운영한다. 이들은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비즈니스 아이템을 갖춘 창업가(공급자)를 선정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싹틔울 수 있도록 물과 영양분을 주며 키운다. 이때 필요한 자원은 LP(출자자)로부터 조달한다. 그리고 일정 수준의 자생력을 갖춘 기업이 VC/CVC(수요자)의 비옥한 토지에서 무성한 열매를 맺도록 연계한다. 하지만 이 플랫폼이 말처럼 쉽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 고객이 저마다 다른 목적과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이들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며 모두가 만족할 만한 최적의 결과를 산출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실패하는 액셀러레이터의 문제를 불명확한 고객 정의라고 지적한다. 액셀러레이터에 가장 중요한 고객은 초기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의 성패가 액셀러레이터의 성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부족한 경험과 네트워크 접근성, 전문성을 보완해 초기의 시행착오를 줄이길 원한다. 이들은 팀 세팅은 물론 아이템 선정-보완-검증의 과정에서 액셀러레이터의 지적 자산을 활용한 대가로 지분 일부를 제공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내는 셈이다. 액셀러레이터와 초기 스타트업은 일종의 교환 관계를 맺고 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이런 교환 관계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여기서 시드 투자를 받은 창업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블루포인파트너스는 스타트업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대우한다”는 점을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초기 스타트업을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으로 대우하고, 이들이 겪을 위기 상황을 함께 견뎌주며 극복하는 동반자로서 신뢰 관계를 쌓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스타트업이 이 생태계의 주인공이고 자신들은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조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 10개의 스타트업이 있다면 10개의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서비스가 있다는 원칙하에 이들에게 개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야만 최적의 공동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비전을 공유한다.

신뢰와 비전을 나누더라도 초기 스타트업은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을 겪는다. 만나는 액셀러레이터의 평판은 어떤지, 합리적 지원 조건은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냥 유명한 곳이나 기업 가치를 높게 쳐주는 곳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액셀러레이터는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을 활용해 스타트업의 조향 핸들(steering wheel)을 움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액셀러레이팅의 가치가 모든 스타트업에 균일하지 않기에 멘토링에 대한 의사결정을 스타트업이 갖도록 한다.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밀착 지원을 적시 제공하는 데 주력하되 기업의 운영권과 의결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한 창업가는 “우리 포트폴리오사 다른 대표님들께 우리가 한 이야기가 맞는지, 안 맞는지 먼저 물어보고 결정하세요”라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조언을 떠올렸다. 액셀러레이터 포트폴리오사의 대표들은 그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들 간에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블루 패밀리’라는 포트폴리오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VC, LP와도 신뢰 기반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성장 자본 규모가 높아질 즈음 액셀러레이터는 VC에 바통을 넘긴다. VC에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의 성장 잠재력을 검증하는 비용을 낮춰주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초기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내포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장성과 사업성을 개선해 VC 자본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LP에게 액셀러레이터는 자본 증식 수단 중 하나이다. 특히 이머징마켓에서 학습과 실행이 어려운 기업 LP에게는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채널이다. VC/LP와 초기 스타트업의 중간에서 가교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액셀러레이터는 잠재적 투자 기회를 선점한 체 그저 앞단에서 자릿세를 받는 입도 선매자로 비춰질 수 있다. 설령 앞단에서 검증 활동을 제대로 했을지라도 여전히 스타트업의 장밋빛 미래를 쉽게 예견할 순 없다. 그래서 상호 신뢰가 필요하다. 실제로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육성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들을 발굴한 기업은 원활한 후속 투자가 이뤄지는, 일종의 프리미엄 혜택을 누린다고 대답한다.

종합해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제시하는 액셀러레이터의 핵심 성공 요인은 다름 아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사회적 자본은 협력 주체가 목표를 달성하고자 사회적 유대 관계를 활용해 접근, 동원할 수 있는 잠재적 자산의 총합을 일컫는다. 사회적 자본은 이들 간 신뢰, 네트워크, 공유 가치로 형성되며 그 수준이 높을수록 상호 조정된 행동을 촉진해 생태계의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스타트업에 성공의 지름길을 안내하는 멘토링 전문성은 액셀러레이터의 성과를 결정하는 지식 자산(Knowledge Capital), 이들이 제공하는 시드 머니는 재정 자산(Financial Capital)에 해당한다. 생태계에서 이 두 자산을 생산적으로 활용해서 성과를 창출하려면 액셀러레이팅 비즈니스 모델의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적 자본을 함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해관계자와 유대 관계를 개발하고, 이들과 공동 가치를 공유해 결속력을 다지며, 호혜적인 지원을 제공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적지 않지만 그럴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한 생태계 안에 사회적 자본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것을 사용할수록 점점 더 불어나고(증식성), 외부자는 그것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배타성). 그 결과,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자원의 투자 이익과 생태계의 혁신 속도를 모두 높일 수 있다.


서리빈 포항공대(POSTECH)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ribinseo@postech.ac.kr
필자는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 기업가정신융합부전공 교수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소·벤처기업 기업가정신, 혁신역량 및 혁신 성과 측정지표, 기술혁신전략 등에 관한 학술 연구를 발표했으며 주요 저서로는 『스타트업 펀드레이징 전략』 『비즈니스 혁신 전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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