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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샐러드 산업의 편견을 깬 ‘프레시코드’

“다이어트식 아니고, 한 끼 식사입니다”
선택과 배송 폭 넓혀 새 식사 문화 선도

유이경 | 338호 (2022년 0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프레시코드가 설립된 2016년 당시 국내 샐러드 산업은 두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첫 번째, 샐러드가 건강한 한 끼 식사보다는 ‘다이어트 식품’ ‘빈약하고 배고픈 음식’ 등으로 인식돼 있었다. 두 번째, 한국의 물류나 유통 구조상 샐러드 같은 신선 식품에 최적화된 밸류체인이 부재했다. 온라인으로 선주문을 받아 폐기율을 줄이고, 오프라인 매장 고정비에 들어갈 비용을 아끼면서 제품 품질에 투자할 수 있는 배송 모델이 필요했다. 이에 프레시코드는 ‘한국인은 밥심이다’라는 고정관념에 맞서기 위해 백반 6000∼8000원 가격대의 프리미엄 샐러드 메뉴를 개발하고, 프코스팟 등 거점 배송 모델을 선보임으로써 극신선 식품 배송에 드는 비용 부담을 낮췄다. 샐러드 같은 신선 건강편의식, 거점 배송 비즈니스 모델과 물류 유통망, 온라인 플랫폼을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세 가지의 선순환을 이뤄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샐러드 열풍이 일었다. 샐러드가 ‘건강한 한 끼 식사’로 인지되기 시작했고, 각종 온라인 식품 플랫폼 베스트 카테고리에 샐러드가 등장했으며, 소규모 오프라인 샐러드 매장 창업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국에서는 일찌감치 성숙했던 샐러드 문화를 한국 시장에 이식하는 데 앞장서 온 프리미엄 샐러드 브랜드 ‘프레시코드’가 있다. 필자는 2016년 프레시코드를 공동 창업해 샐러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해 오면서 국내 샐러드 산업의 문제점과 혁신 방안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고민해 왔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가진 샐러드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고, 신선 식품과 기존 음식 배송 서비스의 한계에도 도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 샐러드 같은 극 신선 식품의 경우 ‘배송’이 사업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핵심 열쇠(key)라고 생각해 샐러드 거점 주문 및배송지인 ‘프코스팟’을 만들었고, 신선 식품의 생산부터 배송까지 직접 수행하며 정기 구독 모델을 선보였다. 또한 이를 모두 자체 웹/앱 플랫폼에서 구현했다.

공동 창업자들은 사업 초기부터 세 가지, 즉 1) 샐러드 같은 신선 건강편의식 2) 거점 배송 비즈니스 모델과 물류 유통망 3) 온라인 플랫폼을 사업의 가장 중요한 주축으로 여겼다. 그리고 신선함과 건강을 뜻하는 ‘프레시(Fresh)’와 기술을 뜻하는 ‘코드(Code)’의 사명이 가지는 본질에 집중해 식품 유통과 배송의 물리적 한계를 IT로 혁신하고 나아가 사람들이 건강한 음식을 더욱 편하게 자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이렇게 2016년 10월 서비스 론칭 당시 샐러드 메뉴 한 개, 프코스팟 세 곳으로 시작한 프레시코드는 2022년 기준 프코스팟 2000여 개를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했으며 누적 샐러드 판매량 250만 개, 누적 매출액 230억 원(2021년 120억 원), 정기 구독 주문 건수 약 1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약 6년에 걸쳐 샐러드 브랜드를 종합 웰니스 푸드테크 플랫폼으로 키우기까지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느낀 건강식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과 여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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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샐러드인가?

필자는 2013년부터 약 2년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샐러드 문화에 눈을 떴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건강과 환경에 가장 관심이 많고 IT 서비스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시장이었다. 자연히 ‘잇 클린(Eat clean)’ ‘잇 헬시(Eat Healthy)’ ‘글루텐프리’ ‘착즙 주스’ ‘비건’ 등이 어디에서나 화두였다. 필자는 20여 년간 한국에 살면서 밥과 반찬, 국을 같이 먹어야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했다고 느꼈고, 그런 식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데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관찰해보니 사람들이 한 끼 식사라고 칭하는 범위가 매우 광범위했다. 쌀이나 밀가루가 없는 음식도 얼마든지 좋은 한 끼가 될 수 있었고 샐러드라는 단일 카테고리에 속하는 음식의 종류 또한 다양했다. 여러 가지 야채 베이스에 토핑과 드레싱으로 변주를 주는 것도 가능했다. 귀리, 퀴노아, 병아리콩 등의 곡물을 활용해 더 건강한 탄수화물과 식이섬유를 섭취하고, 두부, 고기, 생선 등으로 단백질을 채우고, 과일, 버섯 등으로 건강함을 더했다. 실제로 쌀밥이 없어도 샐러드 보울 하나로 충분히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음식으로 업무 중 점심 식사를 해결하다 보면 탄수화물, 나트륨 함량이 적어서인지 오후에 졸리지 않고 생산성이 향상됨을 직접 체감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품 섭취가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증대되는 흐름도 발견할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 공동 창업자였던 정유석 대표는 IT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눈을 뜨고 에어비앤비 호스트 매니지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를 겪으며 사업을 접는 결정을 내렸지만 공간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었다. 정 대표는 첫 번째 사업을 정리할 즈음 프라이머 창업자인 권도균 대표의 소개로 필자와 만났고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계기로 해외 식문화를 접한 경험이 있는 정 대표 역시 건강한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둘이 함께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 그리고 공간 공유 모델을 샐러드에 접목해 유휴 공간을 활용한 거점 배송 모델인 ‘프코스팟’ 사업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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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초반은 한국에서 착즙 주스 유행이 한창 번지고 가로수길 등 일부 지역에서 고가의 샐러드 오프라인 매장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샐러드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 끼 식사’보다는 ‘다이어트 음식’으로 치부됐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다이어트식, 혹은 에피타이저로 먹을 만한 양과 질의 샐러드를 기대했고 약 3000∼5000원의 금액을 지불하길 원했다. 그 이상의 가격대를 넘어가면 비싸다고 느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한 그릇에 1만 원이 훌쩍 넘는 샐러드를 파는 가로수길 가게는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서 샐러드 시장이 분명 가능성은 있지만 이때만 해도 아주 ‘빈약하고 배고픈’ 저가의 샐러드와 ‘예쁘고 힙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는 좋지만(instragrammable), 식사로 즐기기엔 부담스러운’ 고가의 샐러드로 시장이 양극화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둘은 의외로 한국인에게 건강한 음식 문화가 부족하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대표 브랜드도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리고 건강식 카테고리의 다양성과 더불어 미국인들의 식생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특징은 직장인 점심 식사 문화였다. 사람들의 점심시간 활용이 매우 자유로웠다. 당시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팀별로 다 같이 식사를 하거나 상사가 먹자고 하는 것을 먹는 등 점심시간에 개인의 선택의 자유가 적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식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일이 많을 때 각자 자리에 앉아 샐러드 등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일하는 사람들이 흔했다. 정 대표와 필자 모두 이런 문화가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했다. 둘 다 MZ세대로서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경험을 돌아봤을 때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들이 점점 이런 점심 식사 문화를 원하고 있음을 감지했고 실제 변화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5년 안에 이런 문화가 정착할 것이며 효율적인 직장인의 식사 문화를 선도할 가장 중요한 음식 카테고리가 바로 샐러드라고 확신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물론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일한다” “풀떼기 정도 먹고도 부르냐”며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누군가 샐러드 시장 성장에 대한 믿음을 흔들 때마다 아메리카노 커피가 한국 시장에 들어올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반응이 좋지는 않았지만 이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커피의 왕국으로 불리지 않나.

한국 샐러드 산업의 구조적 문제점

야심 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두 가지 큰 숙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샐러드에 대한 편견과 싸우는 것이었다. 샐러드가 한 끼 식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식문화 개선을 직접 해나가면서 사업을 성장시켜야 했다. 리스크를 안고 신시장을 개척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 시장을 동시에 교육한다는 게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었다. 두 번째는 한국의 물류나 유통 구조상 샐러드 같은 신선 식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지속가능한 운영 방식을 고민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선주문을 받아 한 번에 샐러드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폐기율을 낮추면서 오프라인 매장 고정비에 들어갈 비용을 아껴 제품 품질에 투자할 수 있는 배송 모델을 고안해야 했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야채 등 원물 가격이 높은 편이다. 사계절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원물 수급의 안정성이 낮고 가격 변동성이 크다. 그리고 농지와 계약 재배를 할 정도로 큰 수요를 일으키는 대기업이 아닌 한 자영업자나 중소 규모 업체들이 구매할 수 있는 원물의 가격은 이미 매우 높다. 이미 몇 차례의 유통 물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농지 대비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상온이나 냉동 상태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재료와 달리 샐러드 재료는 대부분 신선 제품이다. 이는 곧 수요 예측을 잘못하면 남는 양은 다 폐기하거나 재료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에는 지나가다 방문하는 워크인 고객이 얼마나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수요 예측의 어려움이 훨씬 크다. 매장 하나를 열려고 해도 인테리어, 시설 투자비, 매장 운영비, 인건비 등의 비용도 적잖게 든다.

이렇듯 원물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한 끼 식사다운 충분한 양과 다채로운 재료 구성을 지닌 샐러드를 만들어 팔려면 자연스럽게 소비자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오프라인 매장 운영비까지 더해지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 그렇기에 ‘샐러드는 밥이 아니다’란 인식이 강한 사람들에게 직장인 평균 점심 식대인 6000∼8000원, 즉 백반 1인분보다 비싼 가격으로 샐러드를 판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지불 용의를 크게 보이는 3000∼5000원에 맞추려면 질 좋은 한 끼 식사의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이 가격대를 넘지 않으면서 양질의 샐러드를 제공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은 샐러드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만들고 팔기엔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듯했다. 이에 프레시코드는 온라인 판매 및 배송에 집중하기로 했다. 작지만 샐러드 제조 시설을 갖춰 직접 제조하고,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서 직접 판매와 배송을 수행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선주문을 받고 예측 수량만 생산해 폐기량을 최소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는 고정비나 외주 생산, 타사 온라인 플랫폼 이용에 따르는 추가 비용을 없애는 대신 재료와 음식에 투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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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를 더 자주, 더 쉽게 먹게 하기 위한 배송 방법

샐러드 같은 신선 식품은 배송이 매우 중요하다.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음식은 한 번 배송비를 내는 김에 여러 개를 시켜도 되지만 신선 식품은 금방 상하기 때문에 당일에 먹을 것 혹은 최대 2∼3일치까지밖에 쟁여 둘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한 끼에 7000원 정도 하는 샐러드를 한 개 주문하기 위해 3000∼4000원의 배송비를 부담하거나 아니면 많은 양을 한 번에 주문하고는 신선도가 떨어지는 샐러드를 며칠 동안이나 먹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2016년 미국과 한국에선 식품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었는데 대부분 운영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고객에게 1대1 배송을 하는 서비스 내부를 살펴보니 배송비는 고객에게만 부담인 것이 아니라 사업체에도 부담이었다. 평균적으로 시장에 형성돼 있는 배송비는 3000원 정도다. 고객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사실 배송 원가 또한 이 금액보다 컸다. 결국 업체 입장에선 적자를 보면서도 배송을 강행해야 하는 구조였기에 신선 식품 샐러드 배달 수단으론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런 배송비 부담이라는 허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먼저 샐러드 시장의 초기 타깃 고객이었던 ‘직장인’의 점심시간 음식 배달 패턴을 관찰했다. 그 결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장소로 수요가 몰리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 모든 주문이 플랫폼을 통해 개별적으로 접수되고 주문 건마다 배송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다 보니 인건비와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프레시코드는 수요가 많은 곳의 주문을 모아 한 번에 배송하고 고객이 직접 픽업하게 하는 거점 배송 모델 ‘프코스팟’을 고안해 냈다. ‘수요가 많은 곳을 묶어서 가자’는 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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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일정 수의 고객이 자발적으로 샐러드를 픽업할 거점(회사 등)을 열어달라고 신청하면 모든 주문 건이 그곳에 묶음으로 배송된다. 그리고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라스트 마일’ 배송을 하는 대신 약속된 장소까지만 배송하고 고객들이 이곳에서 직접 상품을 픽업하게 했다. 이를 통해 배송에 드는 비용은 획기적으로 절감됐고 고객은 단 한 건의 샐러드만 주문해도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와 업체가 모두 윈윈하는 배송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아이디어 완성 후 실행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서비스 정식 론칭 전,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기간 동안 창업자들은 프코스팟 오픈을 위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변화에 유연한 편인 IT 스타트업 업계를 대상으로 반응을 테스트하기 위해 ‘샐러드 어택’이란 프로모션을 시도하고 5명이 모이면 창업자들이 직접 그 회사에 무료로 배송해주기도 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고 한 달간 72개사에 1100개의 샐러드를 배달하는 성과를 냈다. 거점 배송지가 20곳 미만이던 시절에는 정 대표가 직접 배송을 다녔다. 한 사람이 최대 30곳에, 3시간 안에, 100개가 넘는 샐러드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음을 확인하자 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점차 커졌다. 거점 배송지가 20곳 이상으로 늘어난 뒤로는 지역별로 동선을 짜고 배송 인원을 늘렸다. 이렇게 당일 주문,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는 프코스팟이 정착됐으며 누구든 오전 9시 반까지 주문하면 점심시간 안에 배송을 받고 오전 11시까지 주문하면 오후 5시 안에 받을 수 있다. 평균 배송 시간은 2.5시간이다.

기업, 공유 오피스, 학교 등에 위치한 프라이빗(private) 프코스팟은 베타 테스트 때와 마찬가지로 5명이 모여야 오픈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5명 원칙은 성장 전략 중 하나가 됐다. 여러 명이 모여야 무료 배송이 가능하다 보니 고객들이 알아서 동료 고객을 모아주거나 회사의 자발적 옹호자가 되는 효과가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도 형성됐다. 개인 카페, 헬스장 등이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샐러드를 판매하거나 이 샐러드를 앞세워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싶다는 연락이 늘면서 퍼블릭(public) 프코스팟의 이용 범위도 확대되기 시작했다. 2020년 GS25 편의점과의 협업을 시작으로 코레일 유통, 세븐일레븐 등으로 협업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홍보하는 광고를 한 번도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2000여 개의 프코스팟 거점을 유기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게 됐다.

사실 새벽 배송처럼 고객이 잠자는 시간에 배송을 한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출범해 고객들에게 많은 편리함을 주고 있지만 이 또한 배송 시간만 조정한 것이지 고객에게 1대1 배송을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고객이나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최근에는 새벽 배송뿐 아니라 퀵 커머스가 크게 인기를 끌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 모두 높은 운영비를 동반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점 배송 모델은 운영비를 효율화하고 고객과 제공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물류 시스템이다.

조 단위 상장까지 한 스윗그린의 선택

스윗그린(Sweetgreen)은 조 단위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최근 상장한 미국의 대표적인 샐러드 브랜드 회사다. 프레시코드도 사업 초기 스윗그린의 브랜드 가치와 샐러드 메뉴를 표현하는 방식을 케이스 스터디할 정도로 전 세계 샐러드 업계를 통틀어 가장 잘 운영되는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스윗그린이 2018년 ‘아웃포스트’라는 이름으로 프코스팟과 매우 유사한 거점 배송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두 모델이 똑같지는 않다. 아웃포스트는 B2B(기업 대 기업)로 회사와 회사 간 계약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확장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프코스팟과 다르다. 이에 반해 프레시코드는 회사의 계약을 거치지 않고 고객의 요청에 의해 거점이 열린다. 프레시코드는 회사를 상대로 계약을 하면 해당 회사에 비용을 지불하거나 계약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처음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할 때부터 회사 소속 구성원들이 스스로 픽업 장소를 만들고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기획했다. 이 같은 B2B2C(기업-기업-개인)1 시스템은 B2B 계약을 통한 확장이 아니라 고객 만족과 입소문을 통한 확장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이렇게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2000개의 프코스팟을 열었다는 점은 프레시코드만의 경쟁력이라고 자부한다.

스윗그린이 아웃포스트를 시작했다는 것은 거점 배송 모델의 가능성이 간접적으로 증명됐다는 신호다. 처음 프코스팟 모델을 선보였을 때 스타트업이 샐러드 사업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배송 시스템까지 만들려 하냐는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환경, ESG, 합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1∼2년 새 점점 더 많은 기업이 픽업 모델, 묶음 배송으로 눈을 돌리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모델이 앞으로도 프레시코드 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품-프코스팟-플랫폼 세 가지 결합의 선순환 구조

지금은 회사가 더 세분화됐지만 창업 초기에는 마케팅, 상품개발, 프코스팟 운영의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함께 움직였다. 이에 따라 고객 반응을 보면서 제품-시장 핏(product-market fit)을 빠르게 찾고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음식, 거점 배송 물류, IT 플랫폼 중 하나만 해라.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왜 다 같이 하냐”는 공격을 많이 받았다.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다 보니 응당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 가지가 함께해야만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제품만 있었거나, 프코스팟만 있었거나, 플랫폼만 있었다면 지금의 성장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끌고 가느라 한 가지만 집중한 회사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린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간은 어느 하나만 갖춘 회사가 따라오기 힘든 비교 우위와 진입 장벽을 구축하고 얼리어댑터들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현재 2021년 기준 매출 120억 원의 90% 이상이 자사 몰에서 나오고 있고, 자사 몰 회원 27만 명의 재주문율이 67%에 달하며, 정기 구독 시스템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역시 이 세 가지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2018년도 들어 프코스팟 수와 매출액 규모가 급격한 성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프코스팟 3개로 시작해 첫 100개를 열기까지 22개월이 걸렸는데 그다음 100개를 열기까지 5개월, 그다음 100개를 열기까지는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월 매출도 2016년 10월 100만 원대에서 시작해 2018년 1월 1000만 원대로 2년에 걸쳐 10배로 성장했는데 이때부터 가속도가 붙으면서 2019년 초 월 1억 원을 돌파하고 2021년에는 월 10억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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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포인트

이처럼 2018년부터 가팔라진 성장의 몇 가지 모멘텀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거점 배송 특성상의 입소문: 프코스팟의 특성상 샐러드 이용을 원하는 고객은 5명의 인원을 모아서 함께 신청하고 같이 먹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한 회사에서 전파되는 속도가 빨랐다. 또한 처음 프코스팟이 침투한 IT 스타트업 업계가 구조적으로 이직이 잦고 오피스 이사가 잦은 편이다 보니 프코스팟을 경험하고 만족한 고객들이 다른 곳에서 또 프코스팟을 오픈하는 등 조직의 자발적 확산이 이뤄졌다.

2. 코워킹 스페이스의 발전과 커뮤니티 운영: 2018년부터 한국에서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프코스팟 모델에 잘 부합하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공유 오피스 증가 속도와 비례해 프코스팟도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수요에 발맞춰 프레시코드는 위워크에 입주해 있으면서 점심시간에 함께 모여 샐러드를 먹는 커뮤니티인 ‘프코런치’를 운영했다.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지만 약 2년간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에서 누적 1000회가 넘게 운영될 정도로 인기 있는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고 프코런치가 열리는 프코스팟은 다른 곳보다 더 높은 주문량과 매출을 기록했다. 필자는 2년간 프코런치를 직접 운영하면서 건강한 식사 하나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건강식, 관리식, 채식 등 혼자서는 꾸준히 지키기 어려운 식사 습관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실천하려는 니즈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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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새벽 배송, 전국 택배 서비스 시작: 프코스팟 서비스는 참신하고 한 번 쓰면 충성도와 유지율은 높았지만 주변에 이용 가능한 거점이 없으면 프레시코드를 경험조차 해볼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프레시코드는 2017년 새벽 배송을 도입하고 2021년 전국 택배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서울,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더 많은 고객 접점을 확보한 것이다. 단지 배송지를 늘리는 것을 넘어 프레시코드 샐러드를 경험하는 고객 기반을 늘리기 위한 접근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만족한 고객들이 직접 프코스팟을 오픈하게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4. 위워크 크리에이터 어워즈 수상: 2019년 2월, 세상을 바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크리에이터들에게 주는 ‘위워크 크리에이터 어워즈’에서 1등을 한 것은 프레시코드가 아시아의 스윗그린으로 인정을 받고 트래픽을 늘리는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그전까지는 회사가 샐러드 배송 회사로만 인식되다 보니 한국에서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그런데 수많은 입주사를 보유한 위워크의 글로벌 행사에서 쟁쟁한 다른 회사를 제치고 1등을 하며 샐러드 시장 및 거점 배송의 가능성을 더 크게 증명할 수 있었다.

5. 정기 구독 서비스의 도입: 고객들에게 정기 배송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창업 초기부터 있었다. 샐러드는 다른 음식보다도 더 정기 구독의 수요가 높은 편이다. 건강한 식습관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처음 프레시코드가 2016년부터 2019년 2월까지 10평 남짓한 키친에서 생산을 할 때는 갑자기 많은 수량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할 수 없어 고객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었다. 하루 최대 생산량이 1000개였던 때였다. 조심스러운 마음에 2018년 12월 한정 수량으로 정기 구독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더니 한 시간도 안 돼 품절이 됐다. 그렇게 매회 차 정기 구독 서비스가 매진되는 것을 보고 정기 구독 서비스에 더 큰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공유 주방 ‘위쿡’을 활용해 생산 수량을 임시적으로 늘렸고, 3개월 만인 2019년 3월 300명의 정기 구독자가 모였다. 이런 수요 덕분에 확신을 가지고 하루 5000∼6000개 생산이 가능한 100평(50평 키친, 50평 물류) 센터로 이전을 할 수 있었다. 2022년에는 300평 공장으로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6. 급증하는 샐러드 수요: 샐러드 수요는 2019년 이후 차차 늘어나다가 2020∼2021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샐러드 시장의 규모도 이미 1조 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 창업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마켓컬리, 쿠팡, B마트 등 배송 플랫폼에서도 샐러드가 인기 메뉴인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수요는 2019∼2021년 프레시코드가 괄목할 만한 점프업 성장을 하는 데 견인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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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급증하는 샐러드 수요와 정기 구독 서비스의 도입, 새벽 배송과 전국 택배 서비스들이 모두 모멘텀 포인트를 만들어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레시코드의 성장은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건강한 한 끼 식사’로서 샐러드를 인식시키기 위해 진심을 다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프리미엄 샐러드를 선보이기 위해 R&D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메뉴 하나하나에서도 디테일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도 단순 음식 회사가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 사회에 미치는 임팩트를 진정성 있게 고민할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과 환경을 향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비건, 환경보호, 탄소 절감 등이 화두가 됐다. 이제 샐러드는 단순히 나의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식품일 뿐 아니라 지구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생활 습관의 범주에 들어가게 됐다. 이런 관점에서 프레시코드의 프코스팟은 묶음 배송 방식을 통해 탄소배출과 일회용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모델이다. 실제로 두 개의 택배를 묶어 보낼 때 각각 보내는 것보다 탄소배출량을 35% 낮춘다는 보고도 있다. 앞으로도 프레시코드는 비건 제품 도입, 친환경 용기와 포장 방식, 스마트팜 야채 활용 등도 시도하는 등 건강한 임팩트를 주는 비즈니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유이경 프레시코드 이사•공동 창업자 regina@freshcode.me
필자는 프레시코드의 공동 창업자이자 마케팅총괄이사(CMO)다. 창업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온라인 마케팅 회사인 RSO 컨설팅에서 근무하고 한국 스타트업 웨이웨어러블과 제노플랜 등에서 마케팅 매니저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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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샐러드 메뉴 개발의 여정

샐러드에 대한 인식 전환, 신선 식품 유통 혁신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뛰어나고 강력한 제품, 즉 ‘시그니처 메뉴’를 만드는 게 먼저였다. 사업 초기에 제품의 본질을 잃고 겉모습인 UX/UI나 플랫폼 개발에만 치중하면 고객이 오게 만드는 매력적인 ‘한 끗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다. 초기 투자자이자 멘토였던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역시 “본질에 집중하라. 본질은 제품과 고객이다. 웹사이트를 개발하는 동안 대표와 창업자들이 그냥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나고 제품과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해왔기에 고객에게 더욱 집착하게 됐다.

이에 창업자들은 미국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샐러드 메뉴를 참고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드레싱과 재료 구성을 새롭게 테스트했다. 보기에는 심플한 메뉴였지만 메뉴 하나 완성하는 데 3개월이 넘게 걸렸다. 메뉴 개발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은 ‘양질의 재료’ ‘풍부한 양’ ‘맛의 조화’였다. 좋은 재료를 배불리 넣는 것도 중요한데 맛을 잡아야 잘 ‘요리된’ 프리미엄 식사로 인식될 수 있고 대량 생산을 하려면 적합한 재료 공정법도 연구해야 했다. 어느 정도 개발이 진전된 뒤, 해외 경험이 있거나 샐러드에 익숙한 지인들을 중심으로 시식을 시작했다. 얼리어댑터에게 인정받아야 초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그 힘으로 대중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달간 총 40∼50명 정도 지인들에게 4∼5명 규모의 포커스그룹 인터뷰 방식으로 드레싱 및 샐러드 품평을 진행하고 제품을 개선했다. 중간중간 스타트업 지원기관 매니저나 관련 행사에 온 업계 사람들에게 샐러드를 제공하면서 수백 명의 사람으로부터 초기 제품에 대한 서면 설문 및 피드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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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어진 메뉴가 바로 시그니처 닭가슴살 아몬드 샐러드다. 창업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드레싱과 레서피여서인지 2016년 10월 프레시코드가 론칭했을 때 바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메뉴가 하나밖에 없었는 데도 이를 먹기 위해 신규 회원으로 서비스에 가입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좋았다. 이 메뉴를 초석으로 다음 메뉴들을 차례차례 만들 수 있었다. 이제 한 시즌당 메뉴 수가 평균 14∼18개에 달하지만 여전히 닭가슴살 아몬드 샐러드가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샐러드에 채식 단계표를 도입해 육류 샐러드뿐만 아니라 비건과 락토채식, 페스코 메뉴도 1, 2개 이상씩은 배치하고 있다.

2019년 즈음 프레시코드가 만드는 샐러드는 맛있고 배도 부르다는 인식이 고객들 사이에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때쯤 되자 시장에 비슷한 사업 모델을 선보이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메뉴까지 비슷하게 흉내내기도 했다.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온라인에 적합한 메뉴만을 3년째 개발해 오던 관성을 타파하고 ‘오프라인에서도 경쟁력 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국내 유일의 여성 특급 호텔 총괄 셰프이자 샐러드 메뉴 개발 경험이 풍부한 이영라 셰프와의 협업을 결정했다. 해외 식재료는 물론이고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오래 연구해 온 이 셰프와 손잡고 2020년 봄, 여름, 가을, 겨울 시즌 메뉴를 출시하자 고객의 반응 역시 매우 좋았다.

물론 음식을 바로 만들어 대접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대량 생산을 통해 냉장 보관 및 배송 과정을 거쳐야 하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메뉴를 개발해온 전문 셰프와의 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아무나 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잘 만들면 시너지와 임팩트가 클 것이라 믿었다. 이 셰프는 참신한 제철 식재료를 제안하고, 이 중 현실적으로 공정에 반영하기 어려운 재료가 있으면 프레시코드의 MD팀, R&D팀이 발 벗고 같이 찾는 식으로 기획부터 결과물 산출까지의 여정을 함께했다. 그리고 이런 협업은 프레시코드가 온라인 샐러드로서 갖던 한계를 극복하고 프리미엄 샐러드로 포지셔닝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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