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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안드레이 하지우 보스턴대 교수: 플랫폼 비즈니스 2022

제3자에 문호 개방… 고객-고객을 연결…
자사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전환해보라

조윤경 | 336호 (2022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알리바바, 아마존, 애플과 같은 기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플랫폼은 강력하고 가치 있는 비즈니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플랫폼은 참여 기업들에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기업은 플랫폼을 활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스스로가 모방될 수 있는 상품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고객들로부터 얻게 되는 데이터와 데이터 기반 학습을 활용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구축해야 한다.



오늘 다룰 주제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부상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첫 번째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떠오르는 산업인가?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치가 있고 막강한가?’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어두운 면, 다시 말해 ‘비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가? 범용화(Commoditization)되는 것을 피할 수 있는가?’ 세 번째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플랫폼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기반 학습을 통한 경쟁 우위 창출 방법’에 대한 주제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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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힘을 가진 플랫폼 비즈니스의 중요성

첫 번째 이야기는 이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2010년 세계에서 기업 가치가 큰 회사 10개 중 플랫폼 비즈니스 회사는 2개에 불과했다. 2021년 현재는 10개 중에서 6개가 플랫폼 기업이다. 나는 몇 년 안에 기업 가치가 큰 상위 기업 리스트의 대부분이 이런 회사로 채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지금도 무수히, 정말 많은 플랫폼 기업이 매일매일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이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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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정의’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 플랫폼이란 고객과 사업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즉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사람들 사이 오가는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를 중개하고 수수료 수익을 내는 사업을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한다. 플랫폼은 사용자, 즉 유저와 앱 개발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양면 시장(two-sided)’이다.

플랫폼은 꼭 전자상거래일 필요도 없다. 온라인 데이팅 앱일 수도, 한국의 카카오톡 서비스처럼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하는 앱일 수도 있다. 온라인 회의 서비스 줌(Zoom)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말할 수 있다. 웹이나 모바일상에서 돈을 지불하게 해주는 페이팔(Paypal)이나 벤모(Venmo) 같은 서비스도 있다.

서로를 연결해 주기만 한다면 B2B 모델이나 B2C 모델 어느 것도 가능하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라인(LINE)처럼 공급자 없이 사용자만 있는 일방향의 모델도 될 수도 있고, 바이어와 셀러를 연결하는 양면의 형태일 수도 있고, 혹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처럼 소비자와 앱 개발사, 삼성과 같은 제3의 기기 제조사까지 총 3개의 당사자를 연결할 수도 있다. 여기에 광고사까지 4개의 참여자를 연결하는 플랫폼도 있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왜 이렇게 특별하고 막강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바로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고객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이런 네트워크 효과를 부각시켜 준다. 두 번째는 이 같은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플랫폼 비즈니스가 낮은 비용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물건을 생산하거나 고정자산을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에어비앤비와 일반 호텔 사업의 가장 큰 차이는 부동산 소유 여부에 있다. 에어비앤비는 집을 소유하고 있는 호스트와 숙박 및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며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반대로 호텔은 호텔 건물을 소유하고 관리해야 된다. 그래서 확장이 어렵다.

여기에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 먼저, 플랫폼 비즈니스는 아주 높은 마진을 누릴 수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이베이의 경우 마진율이 70%에 달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으로부터는 들어본 적이 없는, 말도 안 되는 마진율이다. 또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단시간에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눈덩이가 굴러가듯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점점 더 많은 가치가 생기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사용자가 들어오고, 그 사용자 또 다른 사용자를 유치하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플랫폼이 일단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하면 어떤 경쟁자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창출하고 무한대의 규모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망할 수가 없다. 윈도나 아이폰, 혹은 아마존을 생각해 보자. 과연 어느 날 한 기업이 나타나 이들을 하루아침에 다 무찌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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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 아니지만 플랫폼이라고 혼동되는 비즈니스들

자신의 회사를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주장하는 기업들이 요즘 참 많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플랫폼의 개념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경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플랫폼과 리테일러를 혼동하는 경우다. G마켓과 마켓컬리. 그들은 플랫폼일까? G마켓은 분명 마켓 플레이스로서 바이어와 셀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반대로 마켓컬리는 플랫폼이 아닌 리테일러다. 마켓컬리는 셀러로부터 상품을 구입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최근 ‘마켓컬리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는 아주 대단한 전환이다.

아마존과 쿠팡은 어떨까? 이들은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으면서 리테일 비즈니스 모델도 같이 운영한다. 동일한 플랫폼 내에서 말이다. 이들은 일부 제품을 제3자로부터 구입해 판매하기도 하고, 바이어와 셀러를 연결해 주기도 하고, 자사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이렇게 하이브리드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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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다. 많은 이가 넷플릭스를 플랫폼이라고 생각하지만 넷플릭스는 플랫폼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직접 영화 제작사로부터 콘텐츠 저작권을 사 온 뒤 자사 가입자들에게 보여줄 뿐 영화 제작사와 구독자를 연결하지 않는다. 반대로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플랫폼에 공개하고 사람들이 이를 보도록 한다. 이 과정에 유튜브는 콘텐츠를 소유하거나 참여자들의 상호작용에 개입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긴 하지만 유튜브만큼 확장성이 크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B2B 서비스 중 일부를 플랫폼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인공지능 기술 기반 음성 주문 서비스 ‘키아(Kea)’는 플랫폼 비즈니스란 명성을 얻고 있지만 사실 플랫폼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상품을 식당에 제공한 것일 뿐이다. 고객과 레스토랑 업체들이 직접 키아로 가서 주문이라는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기업과 많은 투자가는 키아와 같은 B2B 모델을 과대 포장해 플랫폼으로 선전을 할 수도 있고 또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B2B 서비스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키아와 유사해 보이는 ‘오픈테이블’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식당과 고객을 직접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고객은 레스토랑 업체가 오픈테이블에 판매하기 위해 올려 둔 식당 좌석을 예약한다. 이는 식당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아주 가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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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장점은 누리면서 피해는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그렇지만 플랫폼에도 어두운 점이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진 플랫폼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참가자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플랫폼이 참여자에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눈에 띄지 않게, 은밀하게 진행된다. 미국에는 도어대시(DoorDash)라는 사용자들과 식당을 서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있다. 도어대시는 창업 초기 지역 식당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훗날 이들이 도어대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수수료를 높였고, 이로 인해 식당들이 큰 불만을 가지게 됐다.

또한 플랫폼들은 가치사슬의 ‘수직적 통합’을 통해 참가자들을 괴롭힌다. 예를 들면 아마존은 때때로 플랫폼 내 판매자가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며 판매자들의 경쟁자로 나선다. 판매자의 제품을 똑같이 만들거나 저가 제품을 개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플랫폼은 더 많은 참가자의 경쟁을 유도한다. 그래서 플랫폼에 처음 입주를 하면 판매자에게 이로운 점이 많아 보이지만 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참가자가 플랫폼에 참여하며 경쟁이 매우 치열해진다. 그러면 결국 플랫폼이 고객과의 관계를 주도하게 되고, 참가자들에게 임의의 규칙을 강요하게 된다. 대규모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어려움을 겪어 봤을 것이다.

그러면 플랫폼이 아닌 회사들은 거대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자사 상품이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상품으로 ‘범용화(commoditization)’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플랫폼의 중개 없이 고객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채널을 갖춰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작은 기업이 이런 독자적인 소통 채널을 갖추는 것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고객과 직접 채널을 만들 수 있는 온라인 도구들이 많이 나와 있다. 그래서 기업 스스로가 약간의 노력과 투자를 하면 고객과 직접 채널을 만들 수가 있다.

그다음으로는 플랫폼을 하나의 쇼룸처럼 활용해야 한다. 즉 고객을 만나기 위해 플랫폼에 입주를 하되 플랫폼에서 만난 고객들을 자사가 운영하는 직접 채널로 이동시켜야 한다. 플랫폼이 통제하지 못하는 환경으로 고객을 끌고 와야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참여자들이 선택해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특정 분야로의 전문화가 있다. 그 제품과 서비스에 있어서는 최고의, 혹은 가장 규모가 큰 제공 업체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마존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의 경우 아마존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한 다음 가장 평가가 좋은 셀러가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지난 1, 2년 동안 많이 나타나고 있는 흥미로운 트렌드다. 혹은 아마존에서 작은 셀러들을 인수한 다음에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서 그러한 셀러들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운 스라시오(Thrasio)라는 기업 같은 경우에는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여러 셀러를 인수해 통합한 다음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달성한 덕분에 100억 달러가 넘는 가치의 기업이 됐다.

최후의 수단은 여러 산업에서 많은 기업이 플랫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너무나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도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해 독점 금지를 위한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규제 기관에서 대규모 플랫폼의 독점을 방지하고 금지하는 데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 당신이 셀러라면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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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방법

당신의 기업이 제공하는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플랫폼 요소를 덧붙이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기만 하다면 기존 제품과 서비스는 이전보다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 네트워크 효과가 창출되고, 더 나은 방어력을 키우고, 더 빠른 성장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플랫폼에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어떻게 하면 제품과 서비스가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 고려해 봐야 한다.

그렇다면 플랫폼이 아닌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플랫폼으로 어떻게 전환시킬 수 있을까?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제3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군과 광고사와 같은 제3의 시장 참여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이들이 여러분과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여러분들 상품에 덧붙여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애플은 바로 이 방법을 활용했다. 아이폰이 2007년 출시됐을 때 아이폰에는 애플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만 들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 어떤 제3자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도 허용하지 않겠단 것이었다. 그런데 1년 뒤 애플은 앱스토어를 만들고 아이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누구나 들어와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자사 고객을 제3의 판매자와 만나게 한 것이다. 그 덕분에 아이폰 유저들은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만약에 이렇게 다양한 앱이 없었다면 아이폰이 지금처럼 가치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제3자에게 문호를 개방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자사의 핵심 제품에 대한 수요가 더 창출되고 소비자들은 로열티가 생겨 한번 여러분을 찾으면 여러분을 떠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원이 생긴다.

하지만 리스크도 있다. 일부 제3자가 안 좋은 경험을 여러분들 고객들에게 주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고객들은 제3자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불만족을 갖고 당신에게 불만을 호소할 수 있다. 당신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또 다른 리스크는 고객을 공유한 제3의 판매자가 당신과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여서 여러분의 고객을 아예 훔쳐 가 버리는 경우다. 이런 위험 요인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품을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두 번째 방법은 자사의 고객과 고객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즈니 플러스는 최근 ‘그룹 시청(Group Watch)’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기능은 여러 명의 유저가 동일한 콘텐츠를 동시에 함께 보는 것을 말한다. 유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화면을 보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마치 사교 활동을 한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여기엔 어떤 플랫폼 요소가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더 많은 고객이 디즈니플러스를 찾게 되고 디즈니플러스에서 떠나지 못하게 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생긴다.

그렇지만 이 방법에도 리스크가 따른다. 예를 들어서 장난감 브랜드 레고(LEGO)는 얼마 전 소비자들끼리 중고 제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건 소비자들에겐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자신의 레고 세트를 다른 사람과 교환할 수 있고 몇 개의 부품을 잊어버렸을 경우에도 부족한 부분만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마켓 플레이스의 존재는 레고가 신제품을 판매하는 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물론 레고사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다는 판단 아래 이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품 중심의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그 제품의 독자적인 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고객의 고객’에게 접근해 플랫폼을 만드는 방법이다. B2B 방식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주로 적용될 수 있다. B2B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기업이라면 당신의 고객이 또 다른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식당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은 본래 레스토랑들을 대상으로 예약 관리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던 B2B 기업이었다. 그런데 이후 그들은 마켓 플레이스를 만들어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직접 다가가기로 했다. 결국 오픈테이블은 식당과 소비자라는 두 개의 참여자를 가진 양면 시장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오픈테이블은 단지 예약을 위한 툴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 이상의 힘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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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기반 학습을 통해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방법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이 그러하듯 많은 고객을 확보하면 결국 그 고객에 대한 데이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은 향상된다.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고 이는 더 많은 고객을 생기게 해준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마치 네트워크 효과가 갖는 힘과 비슷하다.

그러면 과연 어떤 조건에서 데이터 기반 학습이 실제로 네트워크 효과와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을까? 일부 기업은 단지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니 시장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경우가 많다. 나는 기업들이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정말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기를 추천한다.

1. 자사 제품과 서비스가 독립적으로 창출하는 가치와 비교해 고객 데이터로부터 추가로 얻게 되는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 상품에 데이터를 합쳤을 때 제품의 가치가 향상돼야 의미가 있다.

2. 고객 데이터 학습을 통해서 얻게 되는 한계 가치는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는가? 제품 데이터가 쌓일수록 가치가 조금씩 향상돼야 경쟁 우위는 지속가능하다.

3. 자사 사용자 데이터 자산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감가상각되는가? 즉, 사용자의 데이터의 적시성이 얼마나 빨리 쓸모없어지는가? 데이터의 감가상각률이 낮을수록 현재 데이터뿐 아니라 과거 축적된 데이터 또한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4.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는 쉽게 복제되지 않는 고유한 것인가? 당신이 보유한 신규 및 기존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독점적일수록 가치가 높다.

5.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시킨 자사 제품은 경쟁사가 모방하기 어려운가? 경쟁사가 데이터 없이도 유사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면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어렵다.

6. 한 명의 고객 데이터가 개인 맞춤형 서비스 개선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고객을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는가? 사용자의 데이터가 다른 사용자를 위한 또 다른 제품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고 전환 비용도 줄일 수 있다.

7. 사용자 데이터로부터 얻은 인사이트가 제품에 얼마나 빨리 반영되는가? 데이터 학습 주기가 빠르면 경쟁 업체가 따라잡기 어렵다.

나는 엔젤투자가이기도 해서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매주 만난다. 그들의 절반 이상은 데이터 기반 학습을 통해 제품을 향상시키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제로 효과가 없다. 그래서 경쟁 우위 창출에 관한 일곱 가지 질문을 끊임없이 자문해보고 정말로 데이터 기반의 학습이 경쟁 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안드레이 하지우 보스턴대 교수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티크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보스턴대 퀘스트롬 경영대학원 정보시스템학과 부교수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의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이다. 플랫폼 사업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을 자문하고 이들 기업에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엔젤투자가이기도 하다.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으며 대표 저서로는 『보이지 않는 엔진』 『플랫폼 전략』 등이 있다.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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