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SR5.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의 강자 ‘BGF리테일’

곰표팝콘•말표흑맥주… 희소성과 재미의 만남
편의점이 ‘컬래버 맛집’으로 뜨다

배미정,김혜민 | 335호 (2021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BGF리테일의 편의점 브랜드 CU가 곰표밀맥주, 말표흑맥주 등을 흥행시키며 컬래버레이션 트렌드를 주도한 비결은 무엇일까.

1. 서로 다른 브랜드 특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참신함과 재미를 선사했다.

2. 세계관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이미지를 전달함으로써 상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3. 컬래버레이션의 화제성보다 상품의 품질에 집중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충족했다.

4. 빠르게 도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방식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기민하게 포착했다.

5. 타 업종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상품 판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마케팅으로 컬래버레이션의 의미를 확장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취재를 위해 김정훈 BGF리테일 상품개발팀 팀장과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연구소 위원으로부터 도움말을 들었습니다.

2021년 4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CU가 협업해 만든 수제 맥주 ‘곰표밀맥주’가 국내외 맥주를 통틀어 CU편의점 맥주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제 맥주가 대형 주류회사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5월 첫 출시됐지만 주세법 탓에 소량으로만 생산됐던 곰표밀맥주는 2021년 법이 개정되면서 억눌려 있던 인기가 폭발했다. 2021년 10월 현재 2500만 개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며 CU편의점 맥주 부문 매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곰표밀맥주의 흥행은 CU발(發)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뒤이어 출시된 CU와 말표산업의 협업 상품인 ‘말표흑맥주’ 또한 수제 맥주 사상 최단기간(3일) 최대 판매량(25만 개)을 달성했으며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CU가 대한제분과 만든 또 다른 협업 상품인 ‘곰표 나쵸’는 CU 자체 브랜드(PB) 스낵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잇따른 컬래버레이션 상품의 흥행으로 식품뿐 아니라 게임, 금융, 제약 등 과거 교류가 없던 타 업종의 회사들까지 CU에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CU에 따르면 CU의 컬래버레이션 제품군의 전체 매출은 2021년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서로 다른 회사가 협업해 제품을 선보이는 컬래버레이션 마케팅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종류가 많아졌을 뿐 아니라 과거와 다르게 이종간 혹은 쉽게 예상하기 힘든 조합으로 신선한 재미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트렌드가 바뀌는 주기가 굉장히 짧아졌을 뿐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진 영향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SNS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MZ세대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힙’하게 바꾸고 싶은 기업들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BGF리테일은 오랜 CU편의점 유통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컬래버레이션 히트 상품을 내놓으면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DBR가 2021년, ‘컬래버 맛집’으로 거듭난 CU 사례를 바탕으로 컬래버레이션의 성공 공식을 분석했다.

1. ‘곰표’와 수제 맥주, 의외지만 자연스러운 만남

2021년 컬래버레이션 트렌드를 얘기하면서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이 바로 ‘곰표밀맥주’다. CU와 곰표의 만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GF리테일의 스낵식품팀은 당시 곰표 패딩의 흥행으로 MZ세대들 사이에서 곰표가 ‘밈(meme)’으로 유행하는 현상 1 을 포착하고 곰표의 상표권(IP)을 식품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선택한 상품은 팝콘이었다. 2019년 당시 넷플릭스, 유튜브, 왓챠 같은 OTT 플랫폼의 활성화로 집에서 영화를 보는 일명 홈시어터족이 증가하면서 편의점 팝콘의 매출 성장세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매년 10% 이상 성장하던 팝콘 매출은 2019년 초,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곰표 고유의 레트로한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밀가루 포대를 차용한 포장에 대용량의 팝콘을 담아 ‘인간을 위한 사료’라는 콘셉트를 정했다. 그렇게 2019년 5월 출시된 ‘곰표 팝콘’은 SNS상에서 ‘재밌는데 가성비까지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끌었다. 이러한 입소문까지 더해지면서 2020년, CU 팝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상승했다.

077


곰표 팝콘의 성공은 CU가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차별화 전략의 방향성을 확고히 하는 분기점이 됐다. 편의점 시장은 GS25, 세븐일레븐 등 3사가 전체 점포의 약 90%를 차지하는 과점 시장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타깃 소비층이나 취급 제품이 비슷해 국내 1위의 점포 수(1만4923곳, 2020년 말 기준)를 보유한 CU에도 차별화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곰표 팝콘의 흥행은 타사의 상표권과 CU의 기획력이 자연스럽게 시너지를 낼 때 큰 화제성을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됐다.

이런 시점에서 CU에 포착된 또 다른 트렌드는 바로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의 인기였다.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2019년 800억 원 규모에서 2020년 초 1000억 원 규모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CU의 수제 맥주 매출 규모 역시 2019년 전년 대비 220.4% 성장한 데 이어 2020년에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홈술족이 증가한 데다 한일 외교 관계가 경색돼 ‘노재팬(No Japan)’ 운동까지 불면서 전통적인 맥주 강자였던 일본 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이 틈을 타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소규모 브루어리들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맥주의 맛을 개선하고 있었다. 각종 유통 데이터를 통해 이 같은 트렌드를 확인한 CU는 제분 회사인 곰표의 밀가루와 밀맥주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흥미를 끄는 조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규모 브루어리에도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비즈니스 기회였다. 이에 CU는 국내 수제 맥주 업체 최초로 ‘맥주제조면허’를 따낸 세븐브로이, 곰표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과 협업해 2020년 5월 ‘곰표밀맥주’를 출시했다.

078


곰표밀맥주는 출시되자마자 사흘 만에 초도 물량 10만 개가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레트로한 디자인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복숭아 향이 감도는 부드러운 맛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인기로 오히려 복병이 생겼다. 2020년 출시 당시 주세법으로 주류 위탁 생산(OEM)이 불가한 상황에서 제조 라이선스를 가진 세븐브로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에 물량 공급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곰표밀맥주는 사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품절템’이 됐다는 아쉬운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CU 입장에서도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의도치 않았던 품절 대란이 희소성을 가미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곰표밀맥주를 구할 수 있는 CU 지점이 ‘성지’로 불리고, 성지순례를 가겠다며 해당 지점으로 원정 구매를 가는 소비자들의 인증샷이 올라올 정도였다. 품절 대란이 오히려 상품에 희소성을 부여해 강력한 소비 욕구를 일으키는 ‘한정판’ 마케팅의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이처럼 꺼지지 않던 곰표밀맥주에 대한 구매 수요는 2021년 1월 주세법 개정 2 으로 주류 위탁 생산이 가능해지고 곰표밀맥주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CU 내 곰표밀맥주 매출 증가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세븐브로이가 롯데칠성음료에 위탁 생산을 의뢰하면서 이전보다 15배 이상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곰표밀맥주는 대형 주류 맥주 제조사들을 꺾고 국산, 수입 맥주 통틀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은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수제 밀맥주의 만남을 뜻밖의 자연스러운 조합으로 재밌게 받아들였고 편의점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소한 상품이라는 데 열광했다.

2. ‘곰양말’ ‘표표표’ 컬래버레이션 유니버스의 확장

컬래버레이션 같은 이색 마케팅의 한계는 단기간에 큰 인기를 끌 수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잊히기 쉽다는 점이다. 애초에 기획 의도 자체가 단발성이기도 하지만 주요 소비층이 MZ세대로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나오면 기존의 상품은 쉽게 잊힌다. CU 또한 곰표밀맥주 같은 히트 상품의 인기가 빠르게 식지 않을지 고민이 컸다. CU는 상품과 상품을 연결하는 세계관의 확장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앞서 2020년, CU는 삼육식품과 협업해 삼육두유의 맛과 포장 디자인을 활용한 삼육두유콘, 삼육두유호빵, 삼육두유마카롱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삼육두유 유니버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이력이 있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세계관을 공유함으로써 제품에 보다 몰입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이언맨, 헐크, 캡틴아메리카 등 어벤저스를 주축으로 하는 마블 세계관에 빠져든 팬은 관련된 모든 히어로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BGF리테일의 상품개발팀은 컬래버레이션 상품 역시 일관성을 가진 특성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갖추면 소비자에게 하나의 세계관으로 비춰질 수 있고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말표흑맥주’의 콘셉트는 곰표밀맥주의 뒤를 잇는 세계관의 연장선상에서 정해졌다. 곰표밀맥주의 성공을 통해 장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중장년층에는 향수를, 젊은 층에는 신선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CU는 ‘장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레트로 맥주’의 세계관을 이어 가기로 정했다. 그러려면 수제 맥주의 열풍을 이어 갈 새로운 콘셉트와 맛이 필요했다. 여기서 구체화된 콘셉트가 ‘장수 브랜드의 이미지를 녹일 수 있는 흑맥주’였다. 다음으로 말표산업을 제휴처로 확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54년 전통을 자랑하는 장수 기업 말표산업의 대표 상품인 구두약의 검은색 색감이 흑맥주와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또 이미 2020년 3월 화이트데이를 기념한 컬래버레이션 상품으로 ‘말표 뷰티케어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말표의 존재감을 알린 적이 있었다. 레트로 수제 맥주라는 콘셉트 외에도 곰표의 ‘곰’에서 말표의 ‘말’로 이어지는 동물 맥주 세계관 혹은 ‘표’자로 이어지는 표 시리즈로 수제 맥주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까지 더해졌다. 이에 CU는 말표와 더불어 2019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주류대상 에일 부문 대상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은 맥주 제조사 스퀴즈브루어리와 협업해 2020년 10월 말표흑맥주를 출시한다. 뒤이어 2021년 6월에는 백양BYC와 협업해 양털처럼 거품이 풍부한 맥주를 콘셉트로 한 ‘백양BYC 비엔나라거’를 출시함으로써 ‘곰양말’ 맥주 세계관을 완성했다.

080


세계관은 단발적이고 평면적일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이벤트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상품들이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는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래서 CU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기획하거나 제휴처를 찾을 때 늘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일관된 인상을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곰표, 말표에 뒤이어 사조대림의 ‘해표’로 이어지는 ‘표표표’ 시리즈다. CU는 2021년 10월 사조대림 해표의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 등을 활용해 조리한 비빔밥, 삼각김밥 등 간편 식품과 냉장 안주를 출시했다. 해표와 협업하게 된 주된 이유는 물론 장수 브랜드의 품질과 그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였지만 ‘표’자가 들어간 브랜드는 놓칠 수 없다는 상품개발팀의 의지도 작용했다.

3. 컬래버레이션도 핵심은 결국 ‘품질’

앞서 강조한 화제성, 세계관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맛’이 없었다면 곰표밀맥주가 1년여 가까이 2500만 캔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CU가 컬래버레이션 식품을 기획하는 단계의 첫 번째는 제품의 맛(flavor)을 결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상품기획팀 MD들이 개인 SNS 채널, CU 공식 채널, 자체 빅데이터팀 데이터 등의 최신 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백방으로 발로 뛰며 시장에서 지금 유행하고 있는 음식들을 탐색하고 소비자 반응을 추적한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맛이 없는 상품은 결국 단명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맛을 정한 다음에는 제품의 맛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한다. 많은 사람이 컬래버레이션의 성공 요인으로 인지도 높고 이색적인 제휴처 선점을 첫 번째로 꼽지만 사실은 근본적으로 맛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예컨대 ‘김치’맛으로 상품을 기획하기로 했다면 이 맛을 과자에 넣을 것인지, 김치볶음밥의 형태로 가공할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외부 업체와 제휴 여부는 그다음에 고민한다. 제휴가 효과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제휴처를 찾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체 개발로 진행하기도 한다. 2021년 9월 CU가 푸드컬처랩 서울시스터즈와 김치볶음밥, 김치바삭김 등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한 것도 서울시스터즈가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유명해서가 아니었다. 김치 관련 상품을 어떤 형태로 개발할 것인지를 고민한 다음 그에 적합한 회사라고 판단해 제휴를 제안하고 새로 개발한 것이었다.

물론 제휴처를 선정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CU는 제휴처를 선정할 때 제휴의 적합성, 독창성, 대중성, 이슈성, 기대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 곳의 제휴처를 찾기 위해서 보통 5배가 넘는 회사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CU뿐 아니라 상대 파트너 입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해당 브랜드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만났을 때 브랜드 가치가 손상되지는 않을지, 기획하는 상품의 맛을 해당 브랜드의 고유한 특성으로 적절하게 구현할 수 있을지 등을 다각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컬래버레이션은 실패할 경우 양쪽 기업 모두의 브랜드 가치 손실로 이어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

4. ‘작은 요트’처럼 기민하게 트렌드 포착

CU는 2021년 10월 기준 약 500여 개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운영 중일 정도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출시해 실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례로 2020년 6월,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여행 니즈가 폭발했을 때 CU는 싱가포르관광청과 협업해 싱가포르 대표 음식들로 구성된 ‘싱가포르 간편식’을 기내식 콘셉트로 내놓기도 했다. 또 2021년 초에는 미국 구글플레이 RPG 게임 순위 1위에 오르며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끈 모바일 게임 ‘쿠키런: 킹덤’과 협업해 ‘쿠키런 킹덤 빵’을 출시했다. 빵 안에 30종의 랜덤 스티커인 띠부띠부씰을 제공하고 이를 모으는 미니씰북을 선착순 4500명에게 증정하는 한정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하루 만에 매진됐다. 과거에는 ‘커다란 화물선’처럼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다 같이 전진하는 전략을 취했다면 최근에는 ‘작은 요트’가 돼 민감하고 빠르게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조직 운영 방식까지 바꿨다는 것이 CU 측의 설명이다.

082


CU 상품개발팀도 과거에는 자원 투입량 대비 가장 큰 효과를 내는 특정 상품을 예측하고 해당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일했다. 하지만 디지털화로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제품생애주기(PLC)가 점점 짧아지면서 기존의 일하는 방식으로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이에 린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을 도입해 빠르게 실험하고 소비자의 리액션을 수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품 기획 시 성공 확률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 확률을 예측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이는 대신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고 시장 반응을 파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일하는 방식을 바꾼 다음부터는 과거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던 상품 출시 기간이 평균 3개월로 단축됐다. KBS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과 컬래버레이션해 출시하는 간편식의 경우 기획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6주까지 단축했다.

출시 상품이 당장 큰 매출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로부터 수집한 디테일한 고객 반응은 다른 상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당장이 아니더라도 차후에 관련 트렌드가 다시 부상했을 때 빠르게 대응하는 데도 유리하다. 한 예로, CU는 최근 개인의 신념(meaning)을 소비로 적극적으로 드러내는(coming out) ‘미닝아웃(meaning out)’족의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캐치해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 ‘언리미트’를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언리미트 삼각김밥의 경우 한정된 고객군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매출은 꼴찌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CU 멤버십 앱인 포켓CU의 예약 구매 상품의 삼각김밥 카테고리에서는 언리미트 삼각김밥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며 2위인 참치마요 삼각김밥보다도 30% 더 높은 매출을 보인다고 한다. 게다가 SNS상에서도 ‘편의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비건 식품이니 단종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 호평 일색이다. CU는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향후 ‘가치 소비’ 상품의 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5. 기업 브랜딩을 위한 컬래버레이션으로 확장

CU는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휴 맛집’ ‘컬래버레이션 맛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차별화된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가장 큰 성과는 CU가 그동안 전통적이고 고루한 편의점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해 ‘CU에 가면 항상 새롭고 재미있는 제품이 있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CU를 가봐야 한다’는 고객 인지도를 확보한 것이다. 이는 CU뿐 아니라 제휴처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구두약 브랜드로 알려진 말표산업은 CU와의 협업을 통해 ‘힘이 넘치는 말’이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함으로써 젊은 층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이처럼 CU가 협업을 통해 인지도는 높지만 이미지가 고루했던 브랜드들이 ‘힙’하게 리포지셔닝에 성공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CU에 먼저 협업을 제안하는 기업의 러브콜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전혀 관련 없는 업종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CU와 협업하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한 예로 2021년 2월 CU는 보험사 신한생명과 협업해 매콤한(辛) 국물의 생면(生麵) 우동인 ‘신한생면’ 제품을 출시했다. 편의점과 보험업이 만난 최초의 협업이었다. 이 협업은 신한생명의 요청으로 출발했다. 중장년층이 주 고객인 신한생명은 젊은 세대의 보험에 대한 관심을 높일 묘책이 필요했다. 마침 당시 CU가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오뚜기와 협업해 제작한 컵라면 ‘희망줄라면’이 MZ세대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를 지켜본 신한생명이 CU와의 협업이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CU 역시 보험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이 고객들에게 참신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신한생명의 ‘명’을 ‘면’으로 바꾼 컵면 신한생면이 출시됐다. 신한생면을 포함해 3000개 한정으로 제작한 ‘신한생명 레디백 패키지’는 CU 예약 판매 개시 당일 100분 만에 완판되며 신한생명을 MZ세대 소비자들에게 각인하는 데 성공했다.

또 CU는 2021년 에버랜드 개장 45주년을 기념해 ‘자연농원 피크닉 세트’를 출시했다. 에버랜드는 개장 당시 이름이었던 ‘자연농원’을 활용한 레트로 마케팅을 기획하고자 제휴처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CU 또한 코로나19로 답답한 소비자들에게 집에서도 놀이공원에서의 즐거움, 피크닉이 주는 해방감을 선사할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이 맞은 양사는 피크닉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하고 ‘에버랜드 포레스트 캠프’에서 한정 인원만 참여할 수 있는 합동 피크닉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6.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곰표밀맥주, 말표흑맥주 등의 흥행은 컬래버레이션의 성공 공식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먼저 장수 브랜드와 수제 맥주를 연결하는 의외의 조합이 소비자들에게 참신함과 재미로 다가갔다. 하지만 단순히 이색적이기만 했다면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밀가루와 밀맥주가 가진 유사성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더 나아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지금 아니면 살 수 없는 희소성이 한정판의 귀중한 느낌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최근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이 잇달아 MZ세대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컬래버레이션 상품들이 이젠 너무 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렌드 전환의 속도가 워낙 빨라지면서 컬래버레이션 상품의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과도하게 독특함과 이슈성을 좇는 무분별한 협업이 소비자들을 피로하게 한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CU 측은 “컬래버레이션은 소비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며 제품의 가치와 속성을 어떻게 잘 전달할지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컬래버레이션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BGF리테일은 특히 미디어 커머스의 성장과 소비자들이 직접 상품 개발에 참여하는 참여형 마케팅에 주목하고 있다. CU는 2019년부터 KBS2TV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과의 제휴로 제작해 판매 중인 간편식을 통해 참여형 마케팅의 효과를 체감했다. 편스토랑 방송에서 연예인들이 제안한 레서피 그대로 제작한 간편식을 판매하는데 소비자 반응이 꾸준히 뜨겁다. CU와 편스토랑을 함께 언급하는 온라인 버즈량이 프로그램 방영 초기(2019년 11월) 대비 2021년 6월 38.8% 증가했으며, 같은 시기 협업 상품의 누적 판매량도 1000만 개를 돌파했다. 더 나아가 CU는 요리 대회 등을 통해 고객이 레서피를 제안하게 하고 이를 상품화해 출시하는 고객과의 제휴 방식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084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서도 소비자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CU는 올해 6월 ‘쓔퍼맨’이라는 웹 예능 콘텐츠를 내놨는데 방송인 데프콘이 길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 제품을 판매하고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이다. 고객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직접 듣고, 이를 콘텐츠화해 고객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사례다. 이 시리즈는 제작 한 달 만에 누적 조회 수 200만 회를 기록했고,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8위에까지 오르는 등 화제를 낳았다.


DBR mini box
컬래버레이션이 실패하는 이유

컬래버레이션 상품의 성공 공식 중 하나가 ‘의외성’이다. 의외성은 소비자들에게 참신함에서 오는 재미를 선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협업이 이색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에게 왜 협업을 했는지 설득하지 못하는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원성을 살 수 있다. 특히 소비자 안전은 어떤 상품에도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화제성만 신경 쓰다가 정작 가장 기본적인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하면 사회적으로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일례로 GS25와 문구회사 모나미가 합작해 만든 ‘유어스 모나미 매직스파클링’ 음료는 유성매직의 외형을 그대로 본뜬 음료병, 잉크색을 그대로 재현한 음료의 색상으로 논란이 됐다. 어린 소비자들이 매직을 음료인 것처럼 착각해 섭취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CU도 밸런타인데이 한정 상품으로 말표 구두약 통에 초콜릿을 담은 ‘말표 초코빈’을 출시했는데 매직스파클링처럼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이런 제품들은 혹평을 받았다. 이러한 논란들의 여파로 2021년 7월 보건복지위원회는 식품이 아닌 물품의 외형을 모방한 식품을 금지하는 내용의 식품 등의 표기, 광고에 관한 법률(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085


CU는 말표초코빈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식품 안전 이슈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 특히 매주 열리는 마케팅 협의체에는 상품, 마케팅뿐 아니라 영업, 홍보 등 다양한 부서의 관계자가 참여해 출시가 예정된 상품과 관련해 대내외적인 주요 이슈 및 리스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이 성공하면 효과적인 차별화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반면, 실패하면 기업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 그 자체보다는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는 이유, 그것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과 핵심이 무엇인지를 늘 최우선에 둬야 한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