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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Z세대에 의한, Z세대를 위한, Z세대의 스타 ‘가상 인플루언서’

“내 맘에 드는 스타일… 사람 아니었어?”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 소통 중심에 서다

서정윤,조지윤 | 335호 (2021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로지와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인기를 끈 배경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외형과 인격, 가치관은 Z세대의 현재 모습과 그들이 추구하는 미래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는 사람 인플루언서의 한계를 보완하며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면서 IP 가치를 높일 것이다. 한편 AI 챗봇 이루다를 둘러싼 성희롱 문제처럼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이 확장되면서 생기는 범죄 등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필자주
본 원고는 인터비즈가 취재해 연재한 시리즈 ‘가상 인간을 만드는 사람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2021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작 법인 ‘신한라이프’의 출범을 알리는 광고에 한 신인 모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주근깨 가득한 개성 있는 얼굴의 모델은 역동적인 안무를 소화하며 대중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이 모델의 정체가 밝혀지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그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이하 싸이더스)가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였기 때문이다.

‘이름은 오로지, 나이는 영원한 22세, MBTI는 ENFP.’ 싸이더스는 로지를 이렇게 소개한다. 로지는 시각 특수 효과(VFX) 분야 업계 최고로 꼽히는 로커스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던 백승엽 이사와 게임 시네마틱 영상을 연출하던 이유리나 감독이 자회사 싸이더스로 옮기며 야심 차게 기획한 가상 인플루언서다. 신한라이프 광고 이후 로지는 Z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반얀트리호텔, 쉐보레 전기차, 질바이질스튜어트 등 8건 이상의 광고를 찍었고 100건 이상의 협찬을 받으며 2021년에만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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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의 인기는 한국에서만 갑자기 나타난 현상은 아니다. 캐릭터 산업이 발달한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서도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는 음성 합성 소프트웨어인 보컬로이드에 2D 캐릭터를 입힌 하츠네 미쿠가 2007년부터 화제가 됐다. 당시 하츠네 미쿠의 제작사인 크립톤 퓨처미디어는 하츠네 미쿠의 이름과 외형, 목소리만 공개했을 뿐 별다른 스토리를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팬들은 일러스트와 만화 등 2차 창작물을 만들며 스토리를 입혔고, 이를 토대로 탄탄한 팬덤이 형성됐다. 미국에서는 2016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브러드(Brud)가 내놓은 릴 미켈라(Lil Miquela)가 막대한 성공을 거뒀다. 릴 미켈라는 인스타그램 광고용 게시물 하나에 약 8500달러(약 1000만 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0년 연 수입만 1170만 달러(약 130억 원)로 추정된다.

한국에서는 LG전자가 CES 2021에서 가상 인플루언서 김래아를 발표한 뒤 업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로지가 광고 업계에서 활약하면서 다른 기업들도 앞다퉈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가상 쇼호스트 루시, 스마일게이트는 자사 VR 게임 ‘포커스온유’의 주인공인 한유아, 디지털 휴먼 제작사 온마인드는 수아, AI 문화기술 스타트업 클레온은 우주와 은하 등을 선보였다.

가상 인플루언서가 큰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Z세대가 브랜드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은 ‘Z세대에 의한, Z세대를 위한, Z세대의’ 스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가상 인플루언서인 릴 미켈라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대부분이 24세 미만의 Z세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기업이 앞으로 시장의 주역이 될 Z세대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려 한다.


DBR mini box I
가상 인플루언서란?

가상 인플루언서란 정교한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해 만들어낸 인플루언서를 뜻한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캐릭터와 비슷하나 소셜미디어(SNS)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의견을 드러내고 팬들과 소통한다는 점에서는 인플루언서적 면모를 지니고 있다. 특정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안에서만 활동했던 기존 캐릭터와 다르게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그 자체로 아이콘이 돼 팬덤을 구축한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대부분의 가상 인플루언서는 ‘디지털 더블’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특정 배우나 모델이 연기를 하면 AI가 다른 가상 얼굴을 CG로 만들어 대체하는 기술이다. 수백 대의 3D 카메라가 사람의 얼굴 형태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뒤 표정을 보다 자연스럽게 지을 수 있도록 얼굴 근육 움직임을 다시 미세하게 분석한다. 로지의 경우 로지가 학습할 얼굴 표정만을 따로 연기하는 대역 배우도 있다.

게임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처음부터 게임 개발 엔진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 8월 VFX 기업 자이언트스텝과 함께 에픽게임즈의 3D 게임 엔진인 ‘언리얼엔진’을 이용해 한유아를 만들었다. 스마일게이트는 한유아를 조금 더 실제 사람처럼 만들기 위해 ‘AI 기반 버추얼 휴먼 솔루션 기술’과 ‘리얼타임 엔진 기술 기반 실시간 콘텐츠 솔루션’을 활용했다. 전자의 AI 머신러닝을 통해 비주얼을 만들고, 후자로 실시간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다.

가상 인플루언서에 목소리를 덧입히기도 한다. 릴 미켈라의 경우 2017년 스포티파이를 통해 첫 번째 싱글 앨범인 ‘낫 마인(Not Mine)’을 발매했으며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도 한유아에 음성과 브레인을 입힐 예정이다. 브레인에 챗봇 같은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 비주얼 등을 복합적으로 결합해 팬들과 고도화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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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플루언서는 어떻게 Z세대를 사로잡았나

1. 가상공간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세계관에 익숙하다. 이들은 메타버스가 대두하기 전부터 온라인 게임과 만화 등을 통해 가상 세계를 친숙하게 여겨왔다. 가상 세계 속 아바타와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경향도 강하다. 자기가 입을 옷을 사는 것처럼 아바타가 입을 옷이나 장신구를 사는 데 거리낌이 없다. 2020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패션 업계가 온라인 아바타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D2A(Direct to Avatar)1 에서 새로운 희망을 엿본 것도 이런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포브스는 D2A 시장 규모가 2017년 300억 달러(약 35조4000억 원)에서 2022년 500억 달러(약 59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Z세대는 캐릭터의 인플루언서화에 대한 거부감도 다른 세대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한국은 2010년 이후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가상 캐릭터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2019년 등장한 EBS 대표 캐릭터인 펭수다. 펭수는 탄탄한 세계관 스토리와 적극적인 소통 방식으로 폭넓은 팬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모았다.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관을 선보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팬덤을 만들었다. 팬들은 빙그레우스가 빙그레 왕국의 왕자라는 세계관에 기꺼이 빠져들어 “왕자님 응원합니다” 등의 댓글을 단다. 캐릭터들의 세계관에 몰입해 캐릭터와 소통하는 데 대한 대중들의 거부감이 사라진 것이다.

좋아하는 스타가 현실에 존재하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실존하는 인플루언서라고 할지라도 현실에서 마주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SNS로 소통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실제 인간과 비슷하면서 보다 완벽한 모습의 가상 인플루언서가 등장했으니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SNS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팬덤을 형성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팬덤의 결집력을 높인다.

디지털 공간에 어린 시절부터 노출된 Z세대는 가상의 요소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며 오히려 캐릭터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는 등 현실에 등장할 때 더욱 열광한다. 가상 세계관 속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캐릭터들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2

네이버에서 연재된 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경우 이동건 작가가 웹툰 연재와 더불어 주인공인 유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했다. 웹툰의 팬들은 마치 웹툰 캐릭터가 살아 있는 것 같다며 열정적으로 계정을 팔로우했다. 웹툰이 종료된 2021년 12월 초 기준으로 유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6만8000명에 달한다.

Z세대가 가상 인플루언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은 수치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지난 1월부터 8월15일까지 언론과 SNS에 나타난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감성 분석 결과3 를 보면 긍정적인 단어의 비율이 8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Z세대는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감성 단어로 ‘소통하다’ ‘즐기다’ ‘자연스럽다’ ‘선호하다’ 등을 꼽았다. 로지가 신한라이프 광고를 통해 국내 대중들에게도 가상 인플루언서를 인식시킨 7월 이후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더 높아졌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중심으로 8월25일부터 11월24일까지 감성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단어의 비율이 92%로 높아졌다.

2. Z세대 미의식을 반영한 개성적인 외형

가상 인플루언서가 Z세대가 선호하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된 인기 요인이다. 로지는 국내 Z세대가 선호하는 얼굴과 이목구비 데이터를 토대로 탄생했다. 로지를 만들어낸 이유리나 싸이더스 감독은 로지 얼굴을 디자인할 당시 그동안 일반적으로 여겨졌던 미인상과는 정반대로 개성 있으면서도 동양적인 얼굴을 찾고자 했다. Z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들이 좋아하는 여러 얼굴과 표정을 분석해 조합하고, 눈에 띌 만큼 도드라진 얼굴은 아니면서도 ‘왠지 멋진’ 느낌을 주는 외형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로지는 Z세대가 선호하는 짧은 중안부와 쌍꺼풀 없이 긴 눈에 고양이상 얼굴을 갖고 있다. 얼굴이 망가질 정도로 활짝 웃는 얼굴에서도 개성이 넘친다.

해외 인플루언서들의 외형에서도 비슷한 특징이 나타난다. 날카로운 눈매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릴 미켈라는 미국의 인기 연예인 셀레나 고메즈나 켄달 제너를 연상시킨다. 최근 미국 Z세대 사이에서 태닝한 피부에 갈색 머리, 고양이상 눈매가 인기 있는 외모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면서도 피부의 주근깨를 굳이 감추지 않고 벌어진 앞니를 그대로 두는 등 현실적인 부분을 추가해 개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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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가상 게임 캐릭터들이 독특한 스타일링을 추구했다면 가상 인플루언서는 실재하는 사람과 유사한 패션 스타일링을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오히려 현실에서 인기가 많은 친숙한 스타일의 의상을 멋있게 소화하며 Z세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명품 패션, 뷰티 브랜드들이 가상 인플루언서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이유도 최근 명품 소비의 큰손으로 떠오른 Z세대가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패션을 동경한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캐러먼 케임스 윌슨이 3D 기술을 통해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슈두는 캘빈클라인, 디오르 등의 모델로서 SNS를 통해 다양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인다. 일본 3D 이미징 스타트업 AWW가 2019년에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이마는 일본 Z세대 사이에서 유행인 하이패션 하우스의 시즌 룩을 자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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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세계관

매력적인 외모나 눈에 띄는 패션 스타일은 눈길을 끌 수 있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제작사들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실제 사람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개성 있는 페르소나를 주입한다. 나이와 출신지는 물론 성격부터 취향, 취미 생활까지 촘촘하게 정해 ‘인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싸이더스는 Z세대가 열광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꿈꾸는 내용을 로지의 인격과 가치관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팀원 대부분이 20대로 구성된 로지 제작팀은 각자가 꿈꾸는 것을 로지라는 피사체에 투영했다. 영원한 22살로 설정된 로지는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종종 여행을 떠나고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프리다이빙 등 활동적인 취미도 즐긴다. Z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성격 유형 검사인 MBTI 테스트 결과를 대대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그녀의 MBTI는 재기발랄한 활동가 유형인 ENFP로 실제 20대 초반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유형이다.

제작팀은 로지를 실존 인물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그가 하는 인터뷰나 인스타그램에 남기는 댓글의 톤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유한다. 로지의 정체성에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인간처럼 지속적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로지의 주 소통 채널인 인스타그램에 올릴 게시물도 보통 한 달 치를 미리 구성한다고 한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사회에 대한 의견을 내는 식으로 실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더했다. 싸이더스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플루언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로지가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는 설정을 더했다. 로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업사이클링, 플라스틱 프리, 일회용 포장재 대신 재활용 가능한 천을 사용하는 ‘낫랩(Knot Wrap)’ 챌린지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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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가 자사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의 IP를 활용해 기획한 가상 케이팝(K-pop) 아이돌 K/DA도 멤버별 스토리라인이 촘촘하다. 아리, 이블린, 카이사, 아칼리 등 멤버별로 좋아하는 색깔과 음악은 물론이고 어디에 살았고, 어떤 도시를 선호하는지까지 세밀하게 정해져 있다. 가상으로 미디어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실제 연예인이 활동하는 것처럼 대외 소통을 진행하며 세계관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K/DA의 인기 멤버 아리의 경우 2013년 ‘팝 샤인 어워즈’에서 가장 재능 있는 신인 케이팝 아티스트로 선정됐고, 다섯 개의 싱글 앨범을 발표한 후 휴식기를 보냈다. 휴식기 이후 소녀 같은 이미지를 벗어던진 아리는 하이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패션위크 기간 전 세계의 런웨이를 빛내며 자신만의 향수인 ‘매혹’도 론칭했다.

릴 미켈라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뮤지션의 꿈을 키우는 모습을 올리는가 하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슬퍼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연애하며 느낀 감정과 생각을 노래로 만들고, 정치색이 다른 가상 인플루언서와 싸우고 화해하는 모습도 솔직하게 보여준다. 릴 미켈라는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통해 성 소수자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에는 #흑인의목숨도소중하다(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이런 가상 인플루언서의 성격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Z세대의 성향을 반영한다.

전망과 시사점

1. 인플루언서 시장의 확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상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Z세대의 가상 인플루언서 선호에 따른 마케팅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로지를 전속 모델로 발탁한 영 캐주얼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는 로지가 지난 9월 찍은 화보에서 든 레니백이 출시 초반보다 3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판매됐다고 밝혔다. 가상 인플루언서도 실제 인플루언서만큼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최근 실제 사람 인플루언서의 호감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상도 가상 인플루언서의 인기에 힘을 싣는다. 기존 인플루언서들의 뒷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2021년 3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56.3%로 호감을 가진 사람(36.6%)보다 훨씬 높았다. 인플루언서가 직접 구매한 제품이라고 홍보하더라도 뒷광고라고 의심하는 소비자도 49.5%로 절반에 달했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경우 제작자가 SNS 계정을 관리하며 삶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기에 실제 사생활 논란 같은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가상 인플루언서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주목도가 떨어져 광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상 인플루언서 사이에서도 인기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가상 인플루언서도 트렌드를 잘 파악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2. 가상 인플루언서 IP의 확장

Z세대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익숙한 만큼 메타버스의 성장과 더불어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활동 영역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현재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등 SNS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람과 달리 이들은 활동 영역을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 AWW의 이마는 이미 제페토와 음성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 내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온마인드의 수아는 지난 10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52회 한국전자전에서 메타버스 특별체험관 행사 소개를 맡았다. 싸이더스도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사 비브스튜디오스와 전략적 업무 협약을 맺고 로지를 메타버스에 출격시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게임 업계는 가상 인플루언서의 IP를 활용해 더 많은 유저를 게임에 유입시키고자 한다. 라이엇게임즈는 처음 K/DA를 기획할 때 롤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타깃으로 잡았으며 실제로 게이머들은 K/DA에 빠르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게임을 즐기지 않지만 케이팝을 좋아하는 팬층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K/DA를 통해 롤을 알게 되고 게임에 입문한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인기와 더불어 게임의 팬층도 두터워지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콘텐츠 업계도 자사 콘텐츠를 기반으로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예컨대 웹소설이나 웹툰 등 보유하고 있는 IP를 기반으로 가상 아이돌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넷마블에프앤씨와 함께 가상 아이돌 그룹을 기획 중이다. 아이돌 개발은 넷마블에프앤씨가 맡고 카카오엔터는 그룹 활동 지원 등 매니지먼트 역량 노하우와 기획 제작 능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3. 범죄 우려 등 부작용 해소해야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이 확장되는 가운데 범죄에 이용되는 등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스캐터랩이 만든 AI 챗봇 이루다는 성희롱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고 성적인 대화를 나눈 뒤 이를 캡처해 인증하는 모습이 마치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앞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이 고도화되면 가상 인플루언서를 화면 속이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이때 가상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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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플루언서에 AI가 탑재될 경우 사회적 편견을 학습해 재생산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지난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만든 AI 챗봇 테이는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을 그대로 답습했다. 당시 백인우월주의 및 여성과 무슬림 혐오 성향을 가진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이 집단적으로 비속어와 인종차별, 성차별 단어를 테이에 학습시켰다. 테이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이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MS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6시간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전문가만이 가상 인플루언서를 제작할 수 있던 과거와는 달리 앞으로는 일반인들도 쉽게 가상 인플루언서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할 것이다. AI 개발 스타트업인 디오비스튜디오는 2022년 중 ‘가상 얼굴 분양센터’ 서비스를 개시해 일반인들도 AI 기술로 가상 얼굴을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가상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법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며 사전에 딥페이크 4 기술의 악용을 막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져야겠다.


서정윤 기자는 오마이뉴스를 거쳐 현재 동아일보와 네이버 합작법인인 ㈜인터비즈 기자로 일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기사를 주로 작성한다.
조지윤 기자는 현재 동아일보와 네이버 합작법인인 ㈜인터비즈 기자로 일하고 있다. 핀테크를 포함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 기사를 주로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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