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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플라스틱 위기를 브랜딩의 기회로 만드는 전략

플라스틱 이슈의 감정적 가치에 주목
소비자 동참시키는 ‘참여형 순환’ 펼쳐야

김병규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환경문제를 마케팅적으로 접근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실질적 기여 없이 친환경 이미지를 꾸며내는 경우 ‘그린워싱’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는 플라스틱 위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이벤트용 에코백을 무료로 나눠줘봤자 주력 제품 생산은 기존과 동일하게 진행한다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려면 기업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제품, 즉 디자인이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하며, 가격까지 매력적인 제품에 활용되는 자원을 순환시켜야 한다(상품성). 그래야 친환경 제품에 대한 많은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다(수요성). 그리고 이런 노력을 기업의 모든 제품과 포장재로 확대해나가야 한다(전반성).



플라스틱이 주목받는 이유

환경문제가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언론, 소비자, 국내외 투자기관 할 것 없이 모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 다양한 환경문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플라스틱’이다.

물 부족, 토양과 바다의 산성화, 온난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수많은 환경문제 가운데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플라스틱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소비자들은 일상 속에서 매일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되고 분리배출의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다른 환경문제들은 자신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가령, 지구 곳곳에 물 부족이 아무리 심각해도 우리 집에는 물이 콸콸 잘 나온다면 물 부족의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플라스틱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는 플라스틱이 가진 ‘감정적 가치’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피해는 동물들에게 집중되고 있는데 플라스틱 폐기물을 섭취하고 죽은 동물들의 모습이 노출될 때마다 감정적으로 강한 충격을 느끼게 된다. 바다에 떠밀려온 어린 향유고래 사체에서 배 속 가득 들어찬 플라스틱을 발견했을 때 인간이라면 모두 절망하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서 오존층 구멍이 생긴 사진이나 물 부족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는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이처럼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는 특징 때문에 많은 이들이 플라스틱 문제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생산, 판매하는 소비재 기업과 유통 회사들은 당연히 이런 움직임이 부담스럽다.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소재를 찾기도 어렵고, 친환경적으로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려면 원가가 상승하거나 매출이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라스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플라스틱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플라스틱의 생산량과 사용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플라스틱 폐기물의 처리 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인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찰나의 트렌드가 아니라 모든 기업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엄중한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하다. 피할 수 없다면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플라스틱 문제를 오히려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무기이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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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Green-Washing)의 위험

지금까지 많은 기업은 환경문제를 마케팅적으로 접근했다. 기업에 그린(친환경) 이미지를 심기 위해 광고를 내보내고 이벤트를 실시했다. 이런 방법은 과거에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린워싱은 녹색(Green)과 세탁(Washing)의 합성어로 기업이 환경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으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꾸며내는 것을 말한다. 그린워싱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1980년대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의 TV 캠페인이다. 당시 셰브론은 자연 속에서 작은 동물들이 숨을 수 있는 셸터를 마련해주는 활동을 TV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셰브론은 환경보호와 관련된 많은 법규를 위반하고 있었고, 동물 보호를 위해서는 정작 푼돈만 지출하면서 이 활동을 홍보하는 데만 막대한 금액을 사용했기 때문에 소비자와 언론으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셰브론의 사례는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한 번의 그린워싱이 수십 년 동안 기업과 브랜드를 따라다니는 것이다.

미국에서 그린워싱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6년의 일이다. 그린워싱에 대한 비판자체가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그동안 그린워싱이라는 말 자체가 잘 사용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린워싱이라고 비판을 받게 될 마케팅 활동들에 대해서도 국내 언론과 소비자 모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그린워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고 일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은 환경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노력’과 ‘그런 척하는 마케팅’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특히 MZ세대에게서 이런 경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대를 막론하고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다른 정체성을 형성해왔다. 70년대생인 X세대가 스스로의 정체성으로 인식한 것이 ‘자유’와 ‘개성’이었다면 80년대 이후(보통 80년생부터 2004년생을 지칭)의 세대는 ‘공정성’을 자신들만의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회가 보다 공정하기를 바라고, 기업에 대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문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환경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실천하고 기여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런 MZ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환경문제에 마케팅적으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 마케팅으로 그린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3R의 어려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많은 기업이 환경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환경보호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막상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하면 대부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3R, 즉 Replace(대체하기), 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하기)로 나눠진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는 소비재 기업이나 유통 기업에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1. Replace - 플라스틱 대체하기

플라스틱 폐기물이 가진 문제는 자연 상태에서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버려진 플라스틱 제품들이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다 보니 자연과 동물에 많은 피해를 주게 된다. 따라서 자연에서 쉽게 분해되는 소재를 사용해서 제품과 포장재를 만들면 플라스틱으로 인한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개발된 것이 바이오 플라스틱과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하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은 식물 성분을 포함한 플라스틱일 뿐 분해 속도에 있어서는 일반 플라스틱과 차이가 없다. 생분해 플라스틱도 아직은 특정 온도와 습도에서만 분해되고 자연 상태에서는 잘 분해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반 플라스틱의 대체재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 Reduce - 플라스틱 줄이기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해결책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인 해답이 되지 못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소비재 제품에서 줄일 수 있는 플라스틱의 양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환경보호 효과가 크지 않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여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또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거나 플라스틱 포장재를 제거하면 제품의 상품성이 낮아지거나 유통 과정에서 제품이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고객 불만 증가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재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에서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 강제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게 하지 않는 한 일부 기업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3. Reuse - 용기 재사용하기

마땅한 대체재도 없고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이 고려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는 용기 재사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이나 이마트의 세제 리필 스테이션이 좋은 예다. 재사용 시스템은 일회용 용기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문제의 이상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문제는 낮은 참여율이다. 재사용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 전에 빈 용기 지참을 미리 계획하고 매장까지 용기를 들고 가야 한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라면 제품 종류별로 다른 용기를 지참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재사용 시스템이 많은 소비자에게 사용되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국내외에서 도입된 다양한 재사용 시스템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정착되지 못하고 시범적으로만 운영되는 일이 많다.

소비자의 딜레마에 주목하라

이처럼 기업 입장에서는 환경문제에 기여하고 싶어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와 환경단체는 기업에 환경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환경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손쉬운 홍보성 활동으로 환경 위기를 모면하려는 기업들이 생기게 된다. 이럴 때 필자는 ‘소비자의 딜레마에 주목하라’고 제안한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소비자들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일을 스스로 실천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것이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운동 참여다. 자신의 삶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핵심이다. 하지만 막상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려고 시도해보면 커다란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계속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집이나 직장이 아닌 곳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려고 하면 일회용 컵밖에 없고, 목이 말라서 물을 찾아도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든 생수만 있는 경우가 많다. 가족의 식사를 위해 밀키트를 주문해도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가 수없이 딸려 나온다. 드라이클리닝을 위해 옷을 세탁소에 맞겨도 비닐 포장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반려동물과 산책을 할 때도 플라스틱 비닐봉지를 사용하게 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소비자들은 좌절감과 죄책감을 경험하게 된다.

열심히 세척하고 정리해서 분리배출한 플라스틱 용기들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하거나 분노하는 소비자도 많다. 예전에는 자신이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이 대부분 재활용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부 통계가 분리배출된 재활용품을 모두 재활용된 것으로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공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소비자가 배출한 플라스틱 가운데 실제로 재활용되는 양은 13%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아더(other) 표시가 된 플라스틱은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최근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노력이 헛되다고 느끼고 분리수거 시스템에 대한 배신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려는 노력도 쉽지 않다. 최근 폐기물을 재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 제품들이 많이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제품 자체의 상품성이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내세우는 제품 중에는 디자인이나 성능이 좋지 못하거나 가격이 부담스러운 제품이 많다. 아무리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라도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강한 의지로 한두 개 정도는 사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친환경 제품만을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것이 환경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겪고 있는 딜레마다. 그런데 만약 소비자가 너무 가지고 싶은 제품이 있고, 이 제품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 자신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뿐인데 이런 소비 활동 자체가 환경에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 자신이 가진 딜레마가 해소되면서 이런 브랜드의 팬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플라스틱이 브랜드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과 소비를 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믿음에는 돈이 들지 않지만 소비에는 자신이 힘들게 모은 소중한 돈이 사용된다. 기업이 환경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선보이는 주력 제품을 통해서 자원을 순환시켜야 한다. 기업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제품(상품성)을 통해 많은 수요를 발생시키고(수요성), 모든 제품과 포장재에 걸쳐(전반성) 자원을 순환시켜야 한다. 또한 이렇게 상품성이 뛰어나고, 수요가 많은 주력 제품에 순한 자원을 적용하거나 여러 제품에 걸쳐 전반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매출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에 충분한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제품은 소비자가 가진 딜레마들을 해소시켜주기 때문에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브랜드의 팬을 형성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순환시키는 것이 최고의 브랜드 전략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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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성과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브랜드

플라스틱이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업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제품을 통해서 자원을 순환시키면 된다. 이런 제품은 기업에 이익을 높여주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여준다. 실제로 몇 가지 리사이클 원칙을 기준으로 볼 때 벤치마킹할 만한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다.

1. 상품성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승부한 세정용품 ‘메소드’

첫째,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측면에서 눈에 띄는 곳으로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용기를 만드는 세정용품 브랜드 메소드가 있다. 생분해되는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이 회사가 다른 친환경 세정용품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용기 디자인이다. 메소드 이전에도 친환경 원료를 사용한 제품은 많지만 모두 특유의 ‘세정용품 같은’ 디자인이다. 외적 매력보다는 실용성만 강조한 디자인이라 대부분 세정용품을 싱크대 아래나 세탁실에 넣고 사용했다. 하지만 메소드의 손 비누나 주방 세제는 아름다운 형태와 색을 가진 투명 용기에 담겨 있다. 특히 물방울 모양으로 디자인된 손 비누는 세정용품이라기보다는 마치 향수병을 방불케 한다. 용기의 디자인만으로도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잘 보이는 곳에 꺼내 놓고 사용하고 싶도록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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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00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이 회사는 설립 12년 만에 1억 달러(약 12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20년에는 매출이 3억 달러(약 3300억 원)를 넘어섰다. 메소드는 페트로 만든 용기들은 모두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으며 HDPE로 만든 용기들도 50%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생산했다. 가격 면에서도 저가 브랜드 제품보다는 비싸지만 다른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는 저렴하다. 미국 대형마트 타깃의 판매 가격을 기준으로 P&G의 ‘도브’ 200㎖ 제품이 3달러에 판매되고 있는데 메소드는 355㎖ 용량의 제품이 3달러다. 이처럼 메소드가 상품성과 경제성을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은 결국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몰라도 구매할 만큼 좋은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였다는 데 있다. 소비자들은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랐을 뿐인데 자신도 모르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뒤늦게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이 재활용 자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자신이 가졌던 폐기물에 대한 오해나 편견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면서 재활용 자원을 사용한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용도도 높아지게 된다.

2. 수요성
요가 레깅스에 어울리는 편안한 신발 ‘로티스’

다음으로 수요가 높은 시장을 포착해 리사이클의 ‘수요성’ 측면에서 모범을 보인 브랜드도 있다. 미국의 신발 브랜드 로티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를 만든 로스 마틴과 스테판 호디는 2012년 요가 레깅스 열풍에 어울리는 신발이 없다는 데 주목하고, 여기서 많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가볍고 편안하면서도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여성용 플랫 슈즈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들이 선택한 것은 재활용 플라스틱 원사를 사용해 3D 직조 방식으로 신발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나이키의 플라이니트 운동화에도 쓰인 이 3D 직조 방식은 원단을 잘라 붙이는 게 아니라 신발의 상부 전체를 처음부터 실로 짬으로써 원재료 사용을 크게 줄인다. 이음새가 없고 신축성이 높아 기존 신발들보다 착용감이 편하다.

그 결과 로티스의 플랫 슈즈는 2016년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2년 만에 연간 판매량이 100만 켤레를 넘었고 1억4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귀네스 팰트로, 나탈리 포트먼, 리스 위더스푼과 같은 유명인들이 로티스의 플랫 슈즈를 신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로티스가 플라스틱 순환에 기여한 정도다. 2021년 2월 기준으로 로티스가 재활용한 플라스틱병은 7600만 개가 넘는다. 대형 브랜드 중에서도 이 정도로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로티스는 플랫슈즈 하나로 플라스틱 순환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로티스는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적극적으로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시장에 없던 ‘가볍고 편안한’ 신발에 대한 니즈를 만족시킴으로써 재활용 플라스틱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큰 성공을 거둘 만한 시장을 선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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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반성
버려진 우유 통으로 만든 장난감 ‘그린토이즈’

셋째, 모든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적용한 ‘전반성’으로 더욱 사랑받게 된 브랜드도 있다. 영유아용 장난감을 재활용 자원으로 만드는 미국의 그린토이즈다. 그린토이즈는 버려진 우유 통을 재활용해서 유아용 장난감으로 재탄생시킨다. 2007년 이 회사를 만든 로버트 본 고벤과 그의 오랜 친구인 로리 하이맨은 아이들 장난감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납 성분이나 환경호르몬인 BPA 등이 종종 검출됐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꼈다. 이에 많은 부모가 아이의 장난감을 선택할 때 안전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것에 착안해 안전한 장난감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이에 그린토이즈의 모든 장난감에 걸쳐 BPA나 프탈레이트와 같이 아이들의 건강에 해로운 성분은 물론이고 금속 볼트, 배터리까지 제거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우유 용기가 종이보다는 HDPE 소재의 플라스틱으로 주로 만들어지는데 그린토이즈는 우유 통을 장난감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이전까지 소비재 시장에서 잘 재활용되지 않는 HDPE를 소비자가 이용할 만한 제품으로 전환했다. 버려지던 HDPE가 ‘진정한 순환’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실 영유아용 장난감을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다는 발상을 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가 폐기물을 만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재활용 자원으로 만들어진 장난감의 판매량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그린토이즈는 단순히 모든 제품과 포장재를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드는 것을 넘어 뛰어난 품질로 이런 거부감까지 극복했다. 이런 그린토이즈의 노력은 사람들이 가진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 전환에도 크게 기여했다. 현재 미국 영유아 장난감 시장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으며 그린토이즈가 지금까지 재활용한 우유 통의 숫자는 1억1100만 개가 넘는다.

위에서 언급한 메소드, 로티스, 그린토이즈 등 브랜드의 공통점은 가장 상품성이 뛰어난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최대한 많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재활용 자원으로 제품을 생산하려는 시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이벤트성 제품에만 재활용 자원을 사용하고 자신의 주력 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기피한다. 재활용 자원을 구매하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가 있고 생산 원가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제품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재활용 자원으로 만든 에코백을 무료로 나눠주는 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집에 에코백이 몇 개씩 있다 보니 에코백을 받아도 방치하거나 버리기 일쑤다. 이벤트성 활동은 사실상 쓰레기를 나눠주는 것과 같다. 반면 이 브랜드들은 상품성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거부감까지 상쇄하고 매출이 늘어난 덕분에 늘어난 원가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게 됨으로써 환경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라

환경문제에 기여하려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그린 마케팅 계획을 세우거나 이벤트용으로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이런 활동은 환경문제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린워싱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지금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이런 보여주기식 활동들이 아니라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자원 순환 시스템은 쉽게 말하자면 폐기물을 수집하고 재활용해서 다시 제품을 만드는 데 투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파타고니아의 헌 옷 매입 프로그램이나 아모레퍼시픽의 공병 수거 프로그램처럼 자신이 판매한 제품을 최대한 수거하고, 나이키처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소비재 시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재활용한 원료를 자신의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기업이 자체적으로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종류의 재활용 원재료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고, 제품의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내용물의 성분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브랜드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파타고니아의 경우 버려진 낚시 어망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재활용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고, P&G의 경우 자신들이 직접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개발해서 재활용 업체에 제공한 뒤 이들로부터 자신들에게 필요한 원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분명히 찾을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자원 순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브랜드가 미래의 소비재 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다.

알리지 말고 알려지게 하라

정리하자면, 기업이 환경문제에 기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자신들의 주력 상품을 통해서 자원을 최대한 순환시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메소드, 파타고니아, 로티스, 그린토이즈와 같은 브랜드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이들은 상품성이 뛰어난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동시에 환경도 보호한다. 이들의 모습 속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어떻게 하면 브랜드의 무기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원 순환에 나서는 기업이라면 자신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좋을까? 기업 입장에서는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큰 투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노력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환경문제에는 완벽한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상적인 해결책이더라도 자신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곳에서는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생각되는 전기자동차도 배터리 폐기물 처리라는 문제를 안고 있고, 그 나라의 전력 발전 구조에 따라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친환경적인 제품이더라도 생산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환경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사실 환경보호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아예 생산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소비재 기업과 유통 기업은 근본적인 딜레마를 가지고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은 크게 자랑하거나 내세워서는 안 된다.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을 과도하게 홍보하는 것은 오히려 비난의 단초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 선한 의도에서 시작한 활동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환경보호에 대한 노력은 스스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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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경우 자원 순환을 위한 노력에 있어서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앞서 있지만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서 자신을 친환경 브랜드로 포장하지는 않는다.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소비재 기업으로서 자원 순환을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여기고 묵묵히 하고 있을 뿐 이를 굳이 홍보의 수단으로 삼지는 않는 것이다. 대신 자신들의 노력을 숨기지는 않고 서큘러(순환) 디자인 로고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이키의 제품들 중에 재활용 자원이 투입된 제품에는 서큘러 디자인 로고가 붙어 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이 로고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겠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 로고를 통해 나이키가 하고 있는 자원 순환 노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해줄 수 있다. 이처럼 자신들이 하고 있는 노력에 대한 표시는 하되 이를 홍보 수단으로 삼거나 과대 포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나이키의 방식은 사일런트 마케팅(Silent Marketing)이라 부를 수 있다. 마케팅이지만 마케팅처럼 보이지 않게끔 조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접근이 환경문제를 홍보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노력도 진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굳이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자신들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더 빠르게 알려지기를 원한다면 환경보호를 위한 노력에 많은 소비자를 동참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환경문제는 단기적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소비자를 참여시키고 이들과 함께 장기적인 환경보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기업의 진심이 담긴 노력은 빠른 시간에 널리 알려지기 마련이고 이런 브랜드는 많은 소비자의 지지를 받으며 브랜드 팬을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최근 환경문제와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그린 마케팅이나 ESG 마케팅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마케팅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환경문제를 마케팅적으로 접근하는 하는 것은 그린워싱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진실된 노력이고, 이 노력만이 최고의 브랜드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kyukim@yonsei.ac.kr
김병규 교수는 서울대에서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USC마셜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 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와 오델 어워드(William F.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저서로 『노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2020)』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2021)』 등이 있다.
  • 김병규 |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김병규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니아대 와튼경영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받았다. USC마셜경영대학 교수를 거쳐 연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케팅협회 최우수 논문상인 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와 오델 어워드(William F. O'Dell Award)의 유일한 한국인 수상자다.
    kyu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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