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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에 ‘티핑포인트’를 입히다
전통을 혁신하라, 혁신이 전통이 된다

박영은 | 329호 (2021년 0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변하고 있다.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하지만 이미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고전의 역습은 시작됐다. 고전미를 잃지 않되 에지 있게 변화하면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엔터테인먼트 작품 세계에서도 쉽게 발견되며 전통적인 경영학 이론이 현대적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과정, 특히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탄생과 성장을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도 나타난다. 이제 고전은 고전 그 자체로 남아 있지 않다. 고전에 티핑포인트를 입혀 전통의 혁신 혹은 혁신의 전통을 보여줄 때 새로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이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변화들을 열린 자세로 마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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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영원할까? 에지 있게 변화할까?

명품 중에서도 명품으로 손꼽히는 에르메스의 시작은 무려 1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에르메스의 시그니처 백으로 유명한 ‘켈리 백(Kelly Bag)’과 ‘버킨 백(Birkin Bag)’. 이렇게 장인의 손과 브랜드의 정신을 가문 대대로 이어온 명품백들은 단지 돈만 있다고 쉽게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지퍼가 달린 볼리드 백처럼 100년의 역사를 가진 가방도, 1950년대 그레이스 켈리와 1980년대 제인 버킨으로 인해 탄생한 몇십 년 전 가방들도 고유의 멋과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이것이 에르메스의 인기가 현대까지 이어지는 이유다. 물론 패션의 고전미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고전미를 자신의 디자인 세계에 맞게 풀어내는 디자이너들도 많다. 하지만 격식 있는 자리에 어울리는 옷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전히 패션의 정석은 ‘클래식함’에서 비롯된다.

음악은 또 어떠한가? 재즈, 힙합을 비롯한 수많은 현대적인 음악이 엔터테인먼트 소비자들의 귀를 휘어잡고 있다. 또 클래식함과 트렌디함 사이에서 수많은 음악적 변형이 일어나고 있지만 클래식을 빼놓고 음악의 기본 정신과 철학을 논할 수는 없다. 미술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가 변함에 따라 고전이라 불리던 회화와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공존하고는 있지만 고대미술부터 비잔틴,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이 즐비했던 중세미술,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가 찬란했던 근대미술 및 19∼20세기 미술에 이르는 작품 세계를 배우지 않고는 미술의 근본을 익힐 수 없다. 오리지널리티에 조금씩 변형을 가하면서 도려내 보기도, 덧입히기도 하지만 고전은 고전이다. 즉 클래식은 영원하다. 이렇듯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클래식의 고전미와 그 감성은 여전히 중요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최근 엔터테인먼트 작품을 들여다보면 고전이라 여겼던 작품들이 신선한 반전을 선보이며 ‘에지(edgy)’ 있게 변화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살짝 변형을 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분명 고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연관만 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로 탄생하고 있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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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루엘라’는 2021년 5월 말에 개봉된 이후 한참 동안 국내외 극장가와 온라인 사이트를 들썩이며 화제를 모았다. 도디 스미스(Dodie Smith) 극작가의 ‘101마리 개들의 대행진’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는 1961년 월트디즈니에 의해 처음 개봉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 재개봉(1969, 1979, 1985, 1991)된 흥행작이다. 그러나 이를 실사판으로 옮긴 영화 ‘크루엘라’는 주된 아이템만 원작에서 가져왔을 뿐 스토리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원작에서는 퐁고와 퍼디 외 99마리의 달마시안, 주인 음악가 로저와 그의 아내인 아니타, 이 집의 유모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 달마시안 강아지의 모피를 원하는 악녀 크루엘라가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야기의 발단을 제공하긴 하지만 원작에서 그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더구나 그의 삶 자체는 더더욱 관심 밖이었다.

이에 반해 영화 ‘크루엘라’에서는 원작에선 주인공인 아니었던 크루엘라가 메인 캐릭터가 돼 작품을 이끌고 나간다. 여기에 그녀의 속사정까지 공개되면서 크루엘라는 전형적인 악녀가 아니라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곧이어 펼쳐지는 서사는 그가 어떤 행동을 왜 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관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크루엘라는 물론이고 그녀와 함께하는 재스퍼와 호레이스, 아니타, 강아지 등 조력자들 모두 원작에서 나오는 인물이긴 하지만 본래의 캐릭터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새롭게 그려졌다. 영화는 자극적인 요소의 총집합체이고 이런 자극이 스토리와 결합하면 더 두드러지게 각인된다. 이에 따라 현대적인 감각과 화려한 영상미를 즐기다 보면 영상 속에 담겨 있는 고전적인 스토리는 기억도 잘 나지 않게 된다. 이런 복합적인 변화들은 크루엘라가 전 세계 시장에서 관심받을 수 있게 된 계기, 이후 설명하게 될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작용했다. 또한 원작 애니메이션이 단지 아이들을 위한 작품에 그쳤다면 실사 영화는 아이들과 어른까지 모두 포함시켜 두꺼운 관객층을 끌어들임으로써 더 수월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물론 고전(古典) 속 이야기를 그대로 혹은 유사하게 각색해 영화화하거나 공연으로 연출한 작품은 이전에도 많았다. 예를 들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1597)』은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96)’으로 영화화됐으며 뮤지컬과 연극,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로 변신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1813)』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오만과 편견(2006)’으로, 피츠제럴드의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1925)』도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2013)’로 각색된 바 있다. 물론 이들 사례처럼 고전 텍스트를 실사 영화로 전환하는 것도 충분히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몇백 년이 지나도 고전에 담긴 메시지는 현대인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수 있고 한 편의 책 속에 담긴 상상력이 스크린에 녹아들면 더 많은 관객과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작품에서는 고전이 여전히 고전으로 남아 있다.

전통의 혁신을 위한 티핑포인트(1):
엔터테인먼트 작품 속 티핑포인트

전통적인, 혹은 클래식컬한 스토리가 ‘전통의 혁신’을 보여줄 때 스토리는 한 단계 점프하며, 우리의 상상력도 함께 한 단계 점프한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전통의 혁신을 위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다. 흔히 터닝포인트라고도 하는 티핑포인트는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변화 혹은 작은 요인으로 인해 한순간 폭발하는 지점을 뜻한다. ‘tipping’이라는 단어 자체가 균형이 깨지고 엄청난 변화, 특정한 현상 혹은 세력이 한순간에 퍼지는 점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개념은 시카고대 모튼 그로진스(Morton Grodzins) 교수가 1957년 진행한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 백인 이주 현상) 1 ’ 연구에서 사용됐다. 또한 196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Thomas Schelling)의 논문 ‘분리의 모델’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베스트셀러 『티핑포인트(2000)』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국내에서는 상품이 ‘뜨는 지점’을 알려주는 마케팅 도서로 히트를 친 이 책에서 저자는 신발 브랜드 ‘허쉬퍼피(Hush Puppies)’ 사례를 통해 티핑포인트를 설명했다. 이 브랜드가 매출 부진으로 고생하던 1994년 즈음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허쉬퍼피 신발을 신었는데, 이것이 허쉬퍼피의 티핑포인트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로 인해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나비효과 이론’에서처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예상치 못한 큰 효과와 파장을 일으킨 셈이다. 이처럼 티핑포인트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특정 지역의 통제 범위를 넘어 퍼지는 현상, 특정 지역의 사회학적 현상이나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세계적인 대유행을 가져오는 현상, 마케팅에서 ‘역치(threshold)’에 도달해 극적으로 판매가 증가하는 현상 등도 설명할 수 있다. 물론 티핑포인트 효과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혁신적이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소수에 의해 전파돼야 하고, 전달된 메시지가 대중의 행동 변화로 이어져야 하며, 주변 상황이 잘 맞아 떨어져야 한다.

이런 조건만 만족되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티핑포인트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작품 밖 소비 현상과 마케팅 전략뿐만이 아니라 작품 안 스토리에서도 이런 혁신을 통한 티핑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 고전에 작은 변화를 주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현대에 적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치 애니메이션 원작인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에서 서브 캐릭터인 크루엘라를 조명하고 그녀의 속사정에 관심을 기울이자 완전히 변형된 실사 영화 ‘크루엘라’가 탄생했듯이 말이다. 실제로 크루엘라는 인기리에 상영됐을 뿐만 아니라 크루엘라의 선과 악을 보여주는 화이트 반, 블랙 반의 헤어스타일을 대유행시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전혀 다른 결말이나 빅 트렌드도 실제로는 사소하고 별것 아닌 이야깃거리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 작은 이야깃거리야말로 엔터테인먼트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전통의 혁신을 위한 티핑포인트’다.

전통의 혁신을 위한 티핑포인트(2):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장 속 티핑포인트

한편 전통의 혁신을 위한 티핑포인트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작품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서도 전환점이 되는 티핑포인트들이 있다. 기업 전략도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티핑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근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테일러(F.W.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 헨리 페이욜(Henry Fayol)의 경영관리론 혹은 일반 관리론처럼 공장에서의 효율적인 대량 생산과 운영을 위해 탄생했던 고전적인 경영학 이론을 오늘날의 기업과 산업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 육체 근로자가 아닌 지식근로자의 생산성과 효율성 문제, 유형 제품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같은 무형 제품 및 서비스의 개발 문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 적용 문제 등을 고려해야만 한다. 고전이 고전으로만 남아 있어서는 안 되고, 기업들도 고전에 더 이상 속박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장 과정 속 티핑포인트는 특히 엔터사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더 부각돼 보인다. 그동안 전통적인 국제경영학의 이론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으로서 글로벌 리딩 기업들의 해외 진출 과정을 설명하는 데 사용돼 왔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학문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 세계를 패닉에 빠지게 한 코로나19 팬데믹조차 기업 글로벌화의 흐름은 막지 못했을 정도로 오늘날 모든 기업이 글로벌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시대에도 국제 경영의 고전 이론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특히 해외 직접 투자(FDI, Foreign Direct Investment)와 거래비용이론(Transaction Cost Theory)은 매우 중요한 이론적 전통으로 남아 있고,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는 더닝의 ‘절충이론(Eclectic Theory)’ 혹은 ‘OLI 패러다임(OLI Paradigm)2 ’ 같은 국제 경영의 대표 이론들을 바탕으로 설명돼 왔다.

전통적인 관점인 OLI 패러다임에 따르면 기업은 (1) 현지 기업보다 지식, 노하우, 경영 능력, 인재 등에 있어 ‘독점적인 우위(O: Ownership-specific Advantages)’를 가졌을 때 불완전한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2) 더 많은 수요가 있는 큰 시장이거나 첨단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시장, 혹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거나 풍부한 원자재가 있는 시장 등 입지적인 우위(L: Location-specific Advantages)를 가진 국가를 선택하며 (3) 외부 시장을 이용하는 것보다 회사 내부 자원을 이용해 이런 독점적 우위를 내부화(I: Internalization Advantages)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수출, 라이선싱이 아닌 해외 직접 투자를 집행한다. 이는 또 거래 범위가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게 시장에서 이뤄지는 것보다 비용을 줄여 더 효율적이라는 전통적인 ‘거래비용이론3 ’과도 맞닿아 있다. 이 이론을 토대로 기업들은 가진 노하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면서 기업 자신이 보유한 채 직접 해외로 진출하는 방식을 선호하게 됐다. 즉 기업 특유의 우위와 입지 특유의 우위, 내부화 우위를 모두 갖추게 될 경우 기업은 해외 직접 투자를 선택하고, 이를 위해 해외에 현지 완전 소유 자회사(Wholly Owned Subsidiary)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이 이론은 기업이 해외 진출 시 가장 적합한 진출 방식을 선택하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먼저 소규모로 해외 진출을 시작한 경험을 점차 쌓으면서 투자 수준과 위험을 높인다. 즉 해외 경험이 적고, 자원이 풍부하지 못한 진출 초기의 기업은 해외 진출 시 수출이나 라이선싱 등 통제력이 낮고 투자 수준이나 위험도 낮은 안전한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주로 해외 진출 초기 영화, 음악, 게임, 출판, 만화 등의 콘텐츠와 플랫폼, 방송 포맷을 수출하거나 콘텐츠와 연계된 머천다이징 상품을 팔기 위해 해외 기업과 라이선싱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해외 현지 업체와 합작 또는 제휴, 국제 공동 제작을 하기 위해 조인트벤처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해외 경험과 자원을 충분히 가지게 된 기업들은 점차 기업 자체의 통제력을 높일 수 있고 투자 수준과 위험도 더 높은 해외 진출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즉 해외 현지에 완전 소유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현지 로컬 기업을 인수•합병(M&A)함으로써 기업 내부에서 모든 사업을 통제하는 가장 상위의 해외 진출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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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에는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장과 해외 진출 역시 이 전통적인 이론에 기대어 설명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시장에 K-POP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던 YG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회사 고유의 색깔, 세계 무대 어디서든 통할 수 있는 실력을 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기업 특유의 우위(O)’를 구축했다. 그리고 최첨단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으면서도 수요가 큰 ‘입지 우위가 있는 시장(L)’을 선택했다. 여기서 나아가 YG 특유의 독점적 우위, 인재 및 노하우를 외부 시장에 유출하지 않으면서 ‘내부화(I)’의 방식으로 해외에 직접 진출했다. 이러한 YG의 글로벌 전략은 가장 ‘YG다운’ 것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 회사의 신념에서 비롯됐으며 기존 OLI 패러다임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현재는 기존의 3대 엔터사와 함께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 카카오와 CJ ENM 위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재편되고 글로벌 음악 차트에서 국내 가수의 영향력도 커지는 등 많은 변화가 생겨났지만 국내 엔터 3사의 첫 글로벌 진출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전통적인 이론이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기존의 전통적인 국제 경영 이론을 빗겨나가는 현상들이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목격되고 있다. 서로 다른 특성과 매력을 지닌 엔터테인먼트 상품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같은 회사의 작품일지라도 상이한 방식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해외 진출의 가장 상급 진출 방식인 해외 현지 법인 완전 소유 자회사를 두고도 상품별 최적화된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수출, 라이선싱 등 낮은 수준의 진출 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기준 연매출 2조 원을 달성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는 2003년 8월 대만에 해외 현지 법인 자회사 ‘엔씨 타이완(NC Taiwan)’을 설립한 바 있다. 그러나 게임 ‘에이트릭스’를 2008년 대만에 출시할 때는 대만 현지 업체인 감마니아를 통한 라이선싱 방식을 택했고, 게임 ‘엑스틸’을 2008년 대만에 선보일 때는 조인트벤처를 통한 현지 법인 공동 배급을 택했다. 그러나 2009년 게임 ‘아이온’을 대만에 론칭할 때는 대만 현지 자회사를 통해 단독으로 배급했다. 이처럼 게임별 특성과 로열티 비용, 전략적인 관점 및 마케팅 콘셉트 등을 모두 고려해 매출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고민한 결과 엔씨소프트는 콘텐츠별로 전부 다른 전략을 택했다. 이는 기존의 국제 경영 이론과는 배치되는 현실이며 고전적인 이론과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따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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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런 변화는 해외 시장 진입 선택 요인이 제품 자체가 가진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제품이 시장지향성(Market Orientation)을 따르는지 아니면 혁신지향성(Innovation Orientation)을 따르는지에 따라 ‘전략적 지향성(Strategic Orientation)’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것이 기업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발견은 그동안 경영 전략의 고전이라 불린 이론 ‘자원 기반 관점’의 한계와도 연계된다. ‘자원 기반 관점’은 기업 경쟁력의 근본 원천이 기업이 보유한 혹은 기업 내부에만 존재하는 자원에서 찾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경우 창의성과 외부 지식을 활용하는 역량(흡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점에서 고전적인 이론과는 다른 시각을 요구한다. 특히 해외로 진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이론에 더해진 이런 작은 시각 변화와 차이들이 어느 순간 폭발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영학적 상황들을 뒷받침해주는 새로운 이론적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외국 기업이 해외의 현지 시장에서 갖는 여러 불리한 점(Liabilities Of Foreignness)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국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독점적인 경쟁 우위를 가져야 한다. 이 같은 경쟁 우위가 내부 역량을 밑천으로 한다는 것은 말할 것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외부와의 협업이 중요해지고 다양한 외부 인재의 지식을 흡수하는 게 중요한 시대에는 기존의 폐쇄적인 방식만 고집한다면 기업은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채널 및 소스들과 접촉해야 한다. 고전을 뛰어넘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성장의 티핑포인트로 작용하는 요소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이를 어떻게 발생시킬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글로벌 무대는 엔터사들에 이런 새로운 기회와 선택의 확대를 가져오는 장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 설립한 자회사가 있다 하더라도 그 존재 이유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전략적 방향에 맞춰 수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오히려 현지 법인 자회사가 기업 내 콘텐츠마다 서로 다른 해외 진출 방식(수출, 라이선싱, 제휴, 조인트벤처 등)을 역으로 돕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작은 도전들이 어느 순간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새로운 전환점, 티핑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고전은 고전으로 남고 클래식은 영원할 것으로 믿어왔다. 그러나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 삶의 모든 것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전통의 가치는 그대로 인정하되 이를 기반으로 에지 있게 변화해가는 삶에 주목하고 전통에 혁신을 가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세상 속 이야기에 티핑포인트를 입히기 위해서는 개인의 삶이나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요소와 맥락을 작품 속에 적절히 배치하거나 제3자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또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조직의 성장을 위해 티핑포인트가 될 만한 요소들을 발견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들의 성장 방식을 답습하거나 비슷하게 따라가기만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

고전을 고전으로 남길 것이냐, 아니면 고전에 티핑포인트를 입힐 것이냐? 어디에 더 가치를 둘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한 청량감 있는 수다가 계속 이뤄지길 바란다.


DBR mini box
생각해 볼 문제

1. 엔터테인먼트 작품 가운데 고전에 티핑포인트를 입힌 것들이 있는지 더 찾아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했는지 논의해보자.

2.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살펴보고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외 진출의 어려운 점(외국인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만한 역량(독점적 우위)으로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자.

3.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 티핑포인트가 될 만한 내부적, 외부적 요소들을 찾아보고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떻게 더 발전시킬 수 있는지 논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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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https://kr.ncsoft.com/kr/whatWeCreate/index.do#all)


박영은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슐탄대 경영대학의 전략센터 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경영학 연구, Journal of Distribution Science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마케팅 전공)와 박사(전략 및 국제경영 전공) 학위를 받았고,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박사후 과정(포닥)을 마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을 거쳐 영화진흥위원회의 전문연구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심사위원, 지역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의 심사위원 등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엔터테인먼트 경영 전략(2021)』 『엔터테인먼트 경영학(2019)』 『K-콘텐츠,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성공전략(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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