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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OTT 시장 지형과 국내 기업의 과제

OTT 플랫폼의 6가지 양면 시장 전략

송민정 |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팬데믹 영향으로 집콕 현상이 장기화되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자사 콘텐츠를 무기로 한 글로벌 OTT가 한국에 차례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토종 OTT는 양면 시장 전략 요소를 통해 향후 나아갈 방향과 미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양면 시장 기반의 OTT 플랫폼들은 초기 가입자 확보에 집중하거나 플랫폼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콘텐츠 공급자를 재정적으로 보조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또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독점 콘텐츠를 보유하거나 유리한 가격 정책을 세우고 하드웨어 업체와 배타적 제휴를 맺을 수 있다.



2014년부터 본격화된 국내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 규모는 1926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6년 넷플릭스의 국내 상륙을 계기로 급성장해 2020년 7801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6년 사이에 4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 세계적으로 OTT 시장의 열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집콕’ 현상이 장기화돼 잘 만들어진 드라마나 예능, 영화 콘텐츠의 모바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OTT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직면한 경쟁 환경에서 토종 OTT들은 어떠한 방향으로 대응을 해야 할지 아직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21년 하반기, 자사 콘텐츠를 무기로 한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하면 토종 OTT들이 설 곳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토종 OTT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사안들을 점검하며 미래 전략을 짚어보고자 한다.

국내외 방송 광고 시장의 이동

현재 글로벌 OTT 시장의 지형을 살펴보면 콘텐츠(Content) 사업자 1 , 네트워크(Network) 사업자, 기기(Device) 사업자, 커머스(Commerce) 사업자들이 모두 글로벌 OT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 수익 측면에서도 유료 TV가 점유하던 TV 방송 광고 시장을 OTT가 잠식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0년 OTT 시장 25조 원, TV 방송 광고 시장 68조 원으로 그 격차가 좁아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격차(전 세계 OTT 시장 64조 원, TV 방송 광고 시장 157조 원)에서도 드러난다.3

초기 OTT는 미국에서 유료 TV의 비싼 월정료를 코드 셰이빙(Cord shaving) 4 하거나 커팅(Cutting)5 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으며 TV 셋톱박스(STB) 6 위에 얹는 또 다른 STB 형태였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글로벌 비즈니스가 폭발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TV 방송 광고 시장 역시 축소됐다. OTT가 급부상 중인 국내에서도 2019년 기준 TV 방송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7.2% 감소(지상파 15%, 유료 TV 3%)했다.

주목할 점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드라마나 예능의 시청률과 광고 수익 간 상관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제공 기기에 상관없이 사람들은 여전히 잘 만들어진 드라마, 영화, 예능 콘텐츠를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보다 더 선호한다.

결국 인기 있는 TV 장르 콘텐츠 시청률이 증가해도 TV 방송 광고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넷플릭스 같은 OTT가 TV 시청 행위와 광고 시청 행위를 디커플링(탈동조화, Decoupling)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셰이라와 제이미슨(Teixiera and Jamieson)7 은 디커플링 현상이 제품 탐색이나 평가, 구매,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고객의 소비 활동 과정에 존재하는 연결 고리 중 가장 약한 고리를 떼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적용해보면 넷플릭스는 TV 시청과 광고 시청 간의 약한 고리를 떼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OTT의 대표적 수익 모델인 구독료 모델이 TV 방송 광고 시장 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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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종 OTT의 서비스 발전 현황

넷플릭스는 구독 모델 VOD와 프리미엄 롱폼(Premium long form)을, 유튜브는 광고 모델 VOD인 UGC(User generated content)에서 시작해 광고가 없는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구독 모델을 병행하기 시작한다. 2018년 당시 국내에선 푹(Pooq)과 옥수수(Oksusu)가 비슷한 서비스 포지셔닝을 하는 가운데 2019년 8월 합병해 웨이브(Wavve)로 재탄생했다. 2020년 10월엔 JTBC나우와 티빙(TVING)이 합병해 티빙으로 재탄생했다. 쿠팡도 쿠팡플레이를 2021년 2월 출시하면서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시작하고 구독 모델 프리미엄 VOD 콘텐츠 제공을 지향하며 쿠팡 로켓멤버십 구독자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네이버가 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티빙이 PIP(Platform in Platform) 형태로 서비스되기 시작했고,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에 이어 KT 올레TV에도 PIP 형태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한편 향후 국내 진입할 글로벌 OTT들은 실시간 TV 송출이 어려워 넷플릭스와 유사한 포지셔닝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림 1]은 2020년 말 기준 국내 OTT 시장의 경쟁 구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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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는 2021년 상반기 기준, 국내에서 활동하거나 활동할 예정인 국내외 OTT 플랫폼들의 경쟁 현황을 나열한 것이다. 먼저 가입자 확대와 관련해서는 IPTV를 제공 중인 통신사업자들이 LG유플러스의 넷플릭스 제휴를 계기로 OTT 제휴 효과를 긍정적이라고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KT가 넷플릭스와 제휴했으며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디즈니플러스엔 KT, LG유플러스가, 아마존비디오에는 SKT가 손을 내밀고 있다. 또한 TV 방송 채널 사업자들도 자체 OTT를 통해 OTT 시장에 뛰어들었고, CJENM과 JTBC 합작 법인인 티빙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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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투자와 관련해서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향후 5년간 확정된 국내 OTT 콘텐츠 투자 예산이 웨이브가 1조 원, 티빙과 KT가 각각 4000억 원, 카카오와 네이버가 각각 3000억 원 순이다. 네이버는 CJ그룹, 빅히트 등과 제휴했고, 카카오는 카카오TV에 3년간 3000억 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시리즈를 200개 이상 제작한다. 2024년부터 연간 4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엠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쿠팡도 쿠팡플레이에 1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파산 절차를 밟는 싱가포르의 훅(Hooq)을 2020년 7월 인수한다.

이 같은 OTT 간 경쟁에서 주목되는 양대 전략은 가입자 수 증대와 양질의 콘텐츠 확보다. 이를 위해서 토마스 R. 아이젠만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등(Eisenmann et al. 2006)8 의 양면 시장 전략 요소들을 이론적 배경으로 ‘양면 시장 기반의 플랫폼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OTT들의 실제 비즈니스 활동들을 아이젠만 교수 등이 제안한 여섯 가지 전략 요소 9 를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미래 방향성을 예측해 보겠다.

2013년 필자가 제시한 양면 시장 기반 플랫폼들이 고려할 여섯 가지 전략 요소를 현재 OTT 시장 구조에서 다시 바라보면 OS(운영 시스템, Operation system) 사업자는 애플, 기기 사업자는 삼성전자10 , ISP는 IPTV를 제공 중인 기간통신사업자가 된다. 여기에 넷플릭스 같은 독립형의 스탠드얼론(Standalone) 사업자가 추가된다.


DBR mini box
양면 시장의 여섯 가지 전략 요소

양면 시장에는 보조받는 집단(Subsidy side, 보조자)과 보조하는 집단(Money side, 지불자)이 존재하며 이들 간에 활발한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매개자가 플랫폼이다. 양쪽 집단이 있는 양면 시장이 유지돼야 플랫폼과 양쪽 고객군 모두가 상생하는 비즈니스 구조가 성립한다. i

토마스 R. 아이젠만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 등(Eisenmann et al. 2006) 연구자들에 따르면 양면 시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 플랫폼은 여섯 가지 전략적 요소를 점검하고 비즈니스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첫째는 교차 네트워크효과(Cross-sided network effect)이다. 이는 보조받는 집단이 해당 플랫폼과 경쟁하는 다른 플랫폼 보조도 동시에 받는 효과를 말하며, 대개의 플랫폼들은 이를 차단하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둘째는 동일 면(Same-sided) 네트워크 효과이다. 플랫폼은 특정 공급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대신 대가성의 비용을 부과하려 한다. 셋째는 플랫폼 생산 비용의 절감이다. 플랫폼이 초기에 감당해야 하는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에 양면 시장 이용자 모두에게 과다한 보조를 하지 않으면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양쪽 이용자의 니즈를 적절히 반영한 가격 정책을 세우는 것이다. 넷째는 이용자의 가격 민감도로, 대개 최종 이용자의 가격 민감도를 말한다. 플랫폼은 가격에 더 민감한 그룹을 보조하려고 한다. 다섯째는 이용자의 품질 민감도로 양쪽 고객 모두에 해당된다. 양쪽 고객의 품질 민감도에 따라 어느 쪽이 보조를 받아야 할지 여부가 결정된다. 마지막은 이용자의 브랜드 가치로 플랫폼은 지명도 내지 충성도 높은 이용자 그룹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쪽 그룹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려 한다.

이상의 전략 요소들을 고려한 양면 시장 전략을 통해 플랫폼 기업은 승자독식 구조를 가져갈 수 있다. 이유는 참여자 증가에 따른 플랫폼 매력도 증가가 다시 참여자 증가로 연결돼 플랫폼 지배력이 더욱 강해지고, 기존 이용자들이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가입자 잠금이 나타나는 등의 선순환 구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생태계 내 다른 참여자들도 플랫폼이 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해지기 시작하고, 플랫폼은 파트너인 참여자와 같은 생태계 내에서 경쟁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공급자를 위해 존재한 플랫폼이 자사 플랫폼에서도 공급자가 제공하는 똑같은 것을 제공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둘은 경쟁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 생태계 내 경쟁 양상이 OTT 시장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다. 플랫폼으로 성공한 OTT는 다양한 기술 혁신의 개방적 경향이 점차 커지기 시작함을 경험하면서 넷플릭스처럼 플랫폼 자신의 R&D 성과를 공개하고 다양한 개발자 참여를 통해 공개적으로 기술 개발을 완성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도 있고 ii 플랫폼을 더욱 중앙집중적으로 가져가려는 전략하에 다양한 플랫폼 흡수(Platform envelopment)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아이젠만 교수 등도 양면 시장 전략의 후속 논문에서 플랫폼을 개방형으로 가져갈 경우의 혁신이 경쟁과 과잉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면서 실제로 공급자들에게 시장을 개방해주는 것이 혁신 프로세스에 매우 유용한 ‘다양성(diversity)’을 도모함을 인식하게 됐고, 또 다른 후속 논문인 플랫폼 흡수 모델에서는 보완재 흡수나 직접 사업 등 다양한 방식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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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 시장 기반의 OTT 플랫폼들은 양면 시장이 가지는 고유의 특성인 네트워크 효과와 잠금 효과 등에 의해 OTT 가입자가 모일수록 고정비 형태의 콘텐츠 투자가 용이해지고 양질의 콘텐츠 제작 투자를 통해 서비스 차별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국내에서 활동하는 OTT들도 콘텐츠 제작사와 최종 이용자에게 양면 시장을 형성해주는 데서 비즈니스 전략을 시작해야 한다. 여섯 가지 전략 요소별로 어떤 비즈니스 전략들이 가능할지 살펴보자.

첫 번째 비즈니스 전략은 플랫폼의 교차 네트워크 효과 차단이다. 이는 조기에 가입자 수를 확보하려는 초기의 전략으로 유효한데 스마트폰의 경우 OS 사업자인 애플이 앱스토어 플랫폼 초기에 취했던 전략이다. OTT 경우에 콘텐츠 공급자를 보조하는 플랫폼이라면 교차 네트워크 효과인 멀티 호밍11 을 차단할 수 있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즉, 이는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지분 투자를 통해 이들과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하는 플랫폼들에 해당되며 글로벌 OTT로는 디즈니나 NBC를 가진 컴캐스트, 토종 OTT로는 CJENM, JTBC나 지상파 방송사,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 연합체와 합한 웨이브를 가진 SK브로드밴드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이다. 단, 초기 가입자 수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는 유효하나 장기적 전략 요소는 아니다. 웨이브 탄생 이후 지상파 방송 채널을 경쟁사 OTT에 제공하지 않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 차단을 실행한 결과로 티빙과 JTBC 연합이 가능해져 결과적으로 웨이브는 CJENM과 JTBC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는 역풍을 맞게 된다.

두 번째 비즈니스 전략은 동일 면 네트워크 효과의 발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 접속 게임 콘솔 기기인 엑스박스360온디멘드(Xbox360 OnDemand)에 컴캐스트의 OTT 엑스피니티TV(XfinityTV)를 독점 탑재하고, 그 대신 배타적 제휴를 하는 컴캐스트는 자사 OTT가 이 플랫폼에서 이용될 때 250GB 데이터 상한을 적용하지 않는 제로레이팅(Zero-rating)을 허용한 바 있다.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들의 IPTV에도 이와 유사한 전략이 가능하다. 2013 ∼2018년 ISP와 넷플릭스 간 117개 파트너십 유형 중 초기 단계인 마케팅 제휴 15개의 60%가 모바일 넷플릭스 사용에 대해 제로레이팅을 허용했다.12 제로레이팅은 양면 시장 최종 이용자의 실질적인 통신비 절감을 도모함과 동시에 배타적 제휴를 한 공급자의 독과점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국내 토종 OTT로 통신기업 3사는 이미 자사 모바일 OTT에서만 제로레이팅을 허용해 동일 면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에 진입할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의 배타적 제휴를 위해 이러한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세 번째 비즈니스 전략은 플랫폼의 생산 비용 절감이다. 콘텐츠 수급 등 초기 매몰 비용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OTT 플랫폼은 양면 시장의 고객 집단 크기가 조기에 커져야 매몰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입자 확대 전략은 OTT 플랫폼 모두에 해당되나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 유리하다. 넷플릭스는 일찍이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선택했고, 미국 OTT들은 대부분 글로벌을 지향하며 넷플릭스 같은 전략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전략이 쉽지 않은 국내 토종 OTT 경우에는 자본력이 있는 통신사업자들이 잠재적 OTT 가입자인 유료 TV 가입자 수를 확대하기 위해 케이블TV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이미 엘지유플러스의 CJ헬로 합병,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이 진행됐고 KT 위성TV인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가 진행 중이며 남은 매물들도 인수 협상 대상이다. 한편 파산하는 훅을 인수한 쿠팡은 쿠팡플레이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수를 확대하기 위한 또 다른 사례로 티빙과 JTBC의 OTT 연합이 있다.

네 번째 비즈니스 전략은 콘텐츠 공급자의 품질 민감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양면 시장 양측 모두 콘텐츠 품질에 민감하다. 하지만 보조해야 할 대상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다. 토종 OTT의 경우 지상파 방송사 연합의 푹(pooq)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 간 합병 자체가 이러한 콘텐츠 품질을 고려한 전략이다. 제작사로서의 위상이 낮아짐을 인식한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에 대한 욕구는 있으나 재무적 환경이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와의 연합이 필요하게 된다.

다섯 번째 비즈니스 전략은 최종 이용자인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다. OTT 사업자로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사업자들이 모두 가세한 경쟁 환경에서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최종 이용자인 이용자의 가격 협상력도 더욱 높아진다. 가격 전략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업자는 이미 인터넷 시장에서 상당한 수의 가입자 기반을 갖추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이며 글로벌 사례로는 아마존 프라임이 있다. 국내에서는 티빙과 쿠팡플레이가 대표적이다. 먼저 티빙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방송 무제한 이용권을 추가해 티빙에 등록된 JTBC•tvN 드라마와 예능 등 7만여 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한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네이버가 2020년 6월 출시한 유료 회원제로 네이버 쇼핑 시 결제 금액의 5%까지를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네이버웹툰•웹소설 이용권이나 네이버시리즈온 영화 1편을 매월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이때 티빙 영화까지 보고 싶다면 월 3000원을 더 내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네이버플러스 월 구독료는 7900원이 되는데 이는 티빙의 ‘베이직(방송+영화 무제한)’ 요금과 동일하다.13 이 제휴의 배경이 된 것은 2020년 10월 6000억 원 주식 맞교환이다. 네이버는 맞교환한 주식의 절반을 CJ의 콘텐츠 계열사인 CJ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주식으로 채웠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비즈니스 전략은 소비자 브랜드 가치다. 플랫폼은 충성도 높은 최종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공급자를 보조하게 되는데 앞서 언급한 네 번째 비즈니스 전략이 콘텐츠 공급자에 주목했다면 여기서는 가입자에게 주목하는 방식이다. OTT 플랫폼은 충성도 높은 가입자를 잡기 위해 콘텐츠 공급자가 보유한 인기 있는 콘텐츠를 구매하려 애쓴다. 고액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거나 넷플릭스처럼 아예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된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록인(Lock-in)을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일반 콘텐츠 라이선스 협상력도 덩달아 높아졌다. 따라서 더 낮은 비용으로 고품질 콘텐츠를 확보하게 돼 충성 고객들을 넷플릭스에 더 머물게 했다.

최근 토종 OTT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오리지널 제작 투자에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투자 규모로만 보면 가장 앞서는 토종 OTT 웨이브가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3년까지 3000억 원 투자 계획을 1년6개월 만에 바꾼 것이다. KT도 5000억 원 콘텐츠 투자 계획과 함께 자회사인 케이티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고 밝혔다.14 자본력을 갖춘 OTT 플랫폼들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왓챠는 다른 방식의 소비자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을 ‘확장판’ 형태로 독점 공개하거나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하기로 하는 등 틈새 장르를 공략한다. 왓챠는 인기 콘텐츠 위주가 아니라 고객이 매긴 콘텐츠 평점과 어떤 콘텐츠를 검색하고 봤는지, 콘텐츠 재생 중 끊지 않고 얼마나 집중해서 봤는지 등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한다. 15 왓챠 이용자 중 70%가 추천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소비한다. 16

전체 미디어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글로벌 미디어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17 이를 기회로 보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은 글로벌 OTT와의 협력을 통한 제작과 유통 비중을 높여 나갈 채비를 하게 됐다. 국내 토종 OTT들은 이상에서 설명한 플랫폼이 고려해야 할 여섯 가지 양면 시장 전략 요소를 면밀히 살펴 자사 플랫폼에 맞는 전략을 취사선택하면서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송민정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 mzsong@hansei.ac.kr
필자는 이화여대 독문학과(학사)를 졸업하고 중앙대 신문방송학(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스위스 취리히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위스 바젤 주재 Prognos AG컨설팅,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산학교수를 거쳐 현재 한세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조교수이며,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객원교수로 출강 중이다. 한국스마트사이니지포럼 감사로도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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