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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업계 1위 ‘스톡엑스’의 비결

주식 입찰 방식으로 신뢰-투명성 높여
이젠 뭐든지 거래하는 대체 투자처로

강지남 |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스톡엑스가 업계 선두로 올라선 것은 세계 최초로 주식시장과 같은 입찰 거래 방식을 운동화 거래에 도입했기 때문이다. 또 운동화 정품 검증의 표준을 만듦으로써 개인 간 거래에 수반되는 고객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취급 제품군의 다각화 및 글로벌 인증센터 구축으로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벌이기에 나섰다. 에어조던에서 플레이스테이션까지, 글로벌 MZ세대가 열광하는 인기 아이템이라면 무엇이든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스톡엑스의 성장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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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IBM 컨설턴트인 조시 루버의 취미는 운동화 수집이었다. 그것도 350켤레 이상을 모은, 꽤 진지한 수집가였다. 수집을 하는 동안 중고 시장에서의 운동화 거래 상황에 대한 불만도 쌓여갔다. 같은 브랜드, 같은 모델인데도 판매자에 따라 가격이 수백 달러씩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이에 루버는 직접 1300만 건의 이베이(eBay) 공개 데이터를 스크랩해 운동화의 중고 시세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이를 알리고자 캠프리스(Campless)라는 회사도 세웠다. 많은 사람이 새로 출시되는 운동화를 사려고 매장 앞에서 밤새우며 캠핑하는데 중고 시장에서의 시세를 알게 되면 가치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운동화 캠핑’에 나서는 일을 줄일 수 있으리란 취지에서 회사 이름을 이렇게 붙였다.

# 2015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필라델피아에서 동북쪽으로 1000㎞가량 떨어진 이 도시에서 모기지 대출 기업 퀸큰론즈의 창립자 댄 길버트는 동료 기업가 그렉 슈왈츠와 함께 신규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아들이 하루 종일 이베이 사이트에 매달려 운동화를 사는 모습을 봐왔던 길버트는 운동화를 새 사업 아이템으로 낙점했다. 시장 조사에 나선 둘은 곧 캠프리스라는 사이트가 운동화 수집가들 사이에서 일종의 시세 차트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슈왈츠는 “당시 루버는 데이터 기반의 사업 아이디어로 운동화에 접근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한다.1

인맥을 동원해 루버에게 연락을 취한 두 사람은 4월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농구 경기에 루버를 초대했다. 길버트는 프로농구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구단주이기도 했다. 셋의 대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한 달 후 길버트는 캠프리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루버는 IBM에 사표를 내고 디트로이트로 이사했다. 드디어 2016년 2월. 디트로이트에서 캠프리스를 전신으로 한 스톡엑스(StockX)가 출범했다.

운동화 수집이란 부업에서 시작한 스톡엑스는 5년 만에 미국 리세일2 플랫폼의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리세일 시장이 크게 확대된 수혜 역시 톡톡히 누렸다.(그림 1) 스톡엑스는 2020년 총 거래 건수 750만 건, 총 거래 금액 18억 달러(약 2조370억 원)를 돌파하며 거래 금액 기준 80% 이상 성장했다. 대부분 수수료 수입인 매출은 67% 상승한 4억 달러(약 4600억 원)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 창업 이래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또 미국 외 거래가 260% 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다졌다. (이상 전년 대비) 지난 4월 신규 투자를 통해 인정된 기업 가치는 38억 달러(약 4조3600억 원). 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와 더리얼리얼의 시가총액(각각 33억 달러 및 18억 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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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소비시장답게 미국의 리세일 시장 역시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하다. 북미 지역 운동화 및 패션의류(streetwear)의 리세일 시장의 규모만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3 이 시장을 두고 전통의 이베이에 더해 포시마크, 고트, 파페치, 스타디움 굿즈 등 굵직한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스톡엑스는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고 시장을 리드해가는 중이다. DBR이 스톡엑스의 성장 전략을 분석했다.

운동화를 데이터로 접근한 유일한 시도

사업 3년 차인 2017년, 스톡엑스는 운동화 리세일 부문에서 이베이를 앞질렀다. 어느 플랫폼을 통해 운동화를 사고팔든, 스톡엑스에서의 시세를 확인하고 값을 부르거나 수락하는 것이 상식이 됐다. 그렇다면 스톡엑스는 여타 중고 거래 및 리세일 플랫폼과 무엇이 다를까?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운동화를 사고파는 방법이 주식 거래와 똑같다는 점, 그리고 정품 여부를 스톡엑스가 책임지고 확인해준다는 점이다.

① 매수 호가, 매도 호가 제시하고 ‘낙찰’

2020년 4월, 나이키가 명품 브랜드 디올과 협업해 ‘조던1 디올’ 라인을 선보였다. 이 중 딱 8500켤레가 출시된 ‘조던1 레트로 하이 디올’ 모델을 갖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당근마켓 같은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우선 이 제품을 보유한 판매자를 찾아야 한다. 없으면 ‘알림’ 설정을 해두고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다. 판매자를 만난 다음에는 일대일 대화창을 열고 가격을 흥정한다. 남들은 얼마에 샀는지, 남들보다 비싸게 주고 사는 건 아닌지 걱정돼도 확인할 길이 없다.

스톡엑스에선 이러한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월간 이용자가 3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의 많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스톡엑스 플랫폼에서 인기 아이템 대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구매자는 ‘내가 이 운동화에 얼마를 지출할 의사가 있는가’만 결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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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스톡엑스의 조던1 레트로 하이 디올 페이지에 접속해 ‘구매(Buy)’ 버튼을 누르고 매수 호가를 적어낸다. 내 입찰가에 팔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점차 매수 호가를 올린다. 마침내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가 일치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이러한 ‘딜’이 성가시거나 당장 구매하길 원한다면 ‘즉시 구매(Buy Now)’ 버튼을 누른다. 최저 매수 호가와 동일 가격으로 거래가 자동 진행된다. 7월 초 현재 이 운동화의 남성 사이즈 10(280㎝)의 ‘즉시 구매’ 가격은 8300달러(수수료 및 배송료 별도). 나이키가 책정한 소매가 2000달러의 4배가 넘는 가격이다. 주식 거래를 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주식 거래 방식과 똑같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주식 애플리케이션(앱)과 마찬가지로 스톡엑스 또한 과거 낙찰가 및 거래량 데이터를 모두 공개한다. 최근 1년간 낙찰가 형성 범위, 최고가와 최저가, 평균 거래가, 시세 변동성(Volatility), 현재 제시된 최저 매수 호가와 최고 매도 호가 역시 제공해 구매자와 판매자의 합리적 판단을 돕는다. 스톡엑스는 거래가 성사될 경우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각각 수수료를 부과해 수익을 낸다. (DBR mini box Ⅰ‘스톡엑스의 수수료 체계’ 참고.)

이처럼 스톡엑스에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거래 상대방과 “조금만 더 깎아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힘들 게 구한 제품이라 할인은 어렵습니다” 하는 식의 대화를 나눌 필요도, 나눌 수도 없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익명 간 거래다.

DBR mini box I
스톡엑스의 수수료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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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에게 판매가의 3%를 처리 수수료(processing fee)로, 9.5%를 거래 수수료(transaction fee)로 청구한다. 거래 수수료는 판매 이력이 쌓일수록 낮아져서 최저 8%까지 내려간다. 구매자는 3%의 처리 수수료만 지불하는데 트레이딩카드를 제외하고 최소 금액은 4.95달러, 최대 금액은 59.95달러다.

② 포장까지 그대로인 새 제품만 취급

여타 리세일 플랫폼과 달리 스톡엑스는 철저하게 새 제품만 취급한다. 스톡엑스에서 운동화를 팔려면 한 번도 신지 않은 새 운동화여야 함은 물론이고, 상자와 운동화를 감싼 속지까지도 새 제품과 동일한 상태여야 한다. 상자가 약간 구겨진 것은 괜찮지만 찢어져선 안 된다. 운동화 외 스톡엑스가 취급하는 의류, 핸드백, 게임 콘솔 같은 전자제품 역시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새 제품이어야 한다.

구매자는 새것 상태의 제품을 받게 될 것이므로 중고 거래에 수반되는 염려, 즉 제품에 사용감이 너무 많다거나 손상됐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새 상품만 거래되므로 판매자는 제품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설명을 써낼 필요가 없다. ‘내 운동화를 얼마에 팔 의사가 있는지’만 결정해 매도 호가를 적어내면 된다.

③ 정품 확인 뒤 구매자에게 배송

중고 거래의 가장 큰 위험은 위조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명품이나 한정판 운동화 같은 고가 제품을 구매할 때 위조품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에 스톡엑스는 인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불안을 해소시켜주고 있다.

스톡엑스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는 제품을 구매자가 아닌 스톡엑스의 인증센터(Authentication Center)로 보낸다. 인증센터는 해당 제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한 뒤 정품으로 판단한 제품만 구매자에게 발송한다. 이러한 인증 과정을 통과해야 판매자는 스톡엑스로부터 판매대금을 지급받는다. 스톡엑스가 운동화의 정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확인하는 항목은 100여 가지다. 운동화의 소재, 색상, 박음질 상태는 물론 상자 상태와 라벨, 속지, 여분의 운동화 끈 등 구성품도 확인한다. 냄새도 중요한 지표다. 보통 판매자는 운동화를 집에 오래 보관하다 재판매하는데 운동화에서 집이 아닌 공장 냄새가 난다면 위조품일 가능성이 있다.4 실제 2018년 한 직원은 이상한 냄새를 포착해 나이키 에어조던의 위조품을 찾아냈다. 1995년에 출시돼 약 500달러에 거래되던 인기 모델이었다.

사업 초기에는 인증센터에 접수된 운동화의 15%가 위조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위조품을 찾아내는 노하우도 늘었다. 스톡엑스 측의 노하우가 늘수록 위조품을 팔려는 시도가 줄어들며 이 수치는 2018년 2%로 낮아졌다. 현재는 위조품이 발견되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그나마도 대부분 판매자가 위조품인 줄 모르고 갖고 있다가 되판 경우다. 스톡엑스는 인증센터의 신규 직원을 90일간 교육하고, 발견된 위조품을 낱낱이 뜯어 분석해 그 내용을 전 직원과 공유한다. 인증센터 직원들은 운동화, 의류, 핸드백, 전자제품 등에서 각자 전문 분야가 있다. 1000여 명의 전체 직원 중 인증센터 인력은 300여 명. 이 가운데는 신발 매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운동화 수집이 원래 취미인 이들이 많다고 한다.

스톡엑스에 따르면 위조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품목은 거래량이 많은 제품에서 매우 비싸거나 수량이 극히 적은 희귀제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제품일수록 회사 측에 쌓이는 정품과 위조품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적발 빈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사기 판매자들이 정품 판정 관련 데이터가 적은 제품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결과다. 스콧 커틀러 스톡엑스 CEO는 DBR와의 인터뷰에서 “스톡엑스의 운동화 인증 정확도는 99.99%”라며 “우리는 세계 최초로 운동화 인증의 표준을 만들었고 기타 제품군에 대해서도 인증 표준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제품 수익률, S&P500 지수보다 높아

사용법이 쉽고 단순하며 거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업 방침에 힘입어 스톡엑스는 MZ세대의 대체 투자의 장(場)으로까지 올라섰다.5 스톡엑스가 지난 3월, 18세 이상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한정판 운동화 구매자의 37%가 구매 동기에 대해 “투자 기회라고 생각해서”라고 응답했다. 제시 아인혼 스톡엑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사람이 소비재를 자산, 즉 대체 투자 자산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며 “이제 운동화 수집과 리세일은 구별되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매우 자주 사고팔며, 수집도 하고 수익도 거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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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스톡엑스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나이키 에어조던4와 에어맥스1은 S&P 500 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림 2) 에어조던4는 200달러에서 400달러로, 에어맥스1은 190달러에서 250달러로 시세가 올라(2020년 1월 및 2021년 4월) 각각 100%와 50%의 수익률을 보였다. 이 기간 S&P500 지수의 수익률은 3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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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판매 플랫폼에 주식시장 시스템을 옮겨온 듯한 설계 자체는 후발 주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얼마든지 ‘미투’ 플랫폼이 등장할 수 있다. 실제 최근 국내에선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와 무신사가 각각 운동화 리세일 플랫폼 ‘크림’과 ‘솔드아웃’을 론칭하면서 스톡엑스처럼 익명 입찰 방식을 적용했다. 과거 거래 내역 또한 모두 공개하고 있다. 인증 시스템 역시 미국의 중고 패션 거래 플랫폼 더리얼리얼과 스레드업, 크림과 무신사 등 국내외 대표 기업들이 모두 채택했기에 차별화된 서비스라 보기 어렵다. 이처럼 경쟁이 심화되는 리세일 시장에서 스톡엑스가 최근 새롭게 취한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취급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인증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④ 베어브릭과 만화책도 거래…
‘모든’ 상품의 주식시장화

스톡엑스는 현재 패션의류, 핸드백, 시계, 전자제품(Electronics), 수집품(Collectibles),6 트레이딩 카드, 만화책 등 광범위한 제품군을 취급하고 있다. 거래 대상은 사업 초기 17개 브랜드 6000여 개 상품이었던 것이 현재 500개 이상 브랜드 12만5000여 개 상품으로 대폭 확대됐다. ‘운동화의 주식시장’에서 ‘모든 상품의 주식시장’으로 전환한 셈이다. 커틀러 CEO는 취급 제품군을 늘려 나가는 이유에 대해 “최신 문화를 대변하는 제품(current culture product)이면 무엇이든 사고파는 시장이 되는 게 스톡엑스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전자제품이 카테고리에 정식 추가됐는데, 이는 스톡엑스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전자제품 카테고리에는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닌텐도 스위치 등 게임 콘솔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게임 팩, 게임 액세서리, 헤드폰과 헤드셋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4분기 스톡엑스의 전자제품 거래량은 3분기 대비 75배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6개월간 스톡엑스에서 거래된 플레이스테이션5 기본 콘솔(Standard Console, 정가 499달러)은 모두 8만3000대로, 평균 573달러에 거래됐다.7 프리미엄이 15%나 붙어 팔려 나간 것이다. 2020년 한 해 모든 제품군에서 가장 많이 거래된 두 제품은 ‘플레이스테이션5 블루레이 에디션’과 ‘엑스박스 시리즈X’다(수수료 매출 기준). 게임 콘솔이 나이키 운동화를 이긴 셈이다. 아인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오늘날 모든 소비재가 사용할 의도로 구매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소비자가 소비재를 구매해 포장을 뜯지 않은 채로 보관한다”며 “한정판 운동화가 그 시작이었고, 이제 그 대상이 의류, 전자제품, 수집품, 트레이딩 카드, 만화책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소비재를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용자를 위해 스톡엑스는 ‘재고 보관’ 서비스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집안에 운동화나 게임 콘솔을 새 제품 상태 그대로 장기 보관하는 것은 물리적 부담이 큰데 이를 해소해주겠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스톡엑스에서 구매한 제품을 집으로 배송하는 대신 스톡엑스가 보관하다가 사용자가 훗날 재판매하면 구매자에게 해당 제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또한 최근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는 디지털 자산, 즉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거래를 취급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다. 이미 아트 프린트, 만화책, 트레이딩 카드 등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디지털 아트 등 NFT 거래로도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아인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스톡엑스는 대체 투자 시장을 개척해온 혁신 기업”이라며 “NFT 거래를 도입하는 등 이 분야에서 혁신을 계속해나갈 것이란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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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세계 곳곳에 인증센터 설립하며
글로벌 거래 편의성 높여

스톡엑스는 이미 글로벌 플랫폼이다. 세계 어디에서든 스톡엑스에서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 국제 배송료와 관세 등 국경 외 거래에 따른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판매자는 유럽, 구매자는 아시아에 있는데 스톡엑스의 인증센터가 미국에만 있다면 유럽에 있던 물건을 미국에 보낸 뒤 다시 아시아로 발송해야 해 물류비 및 배송 시간 증가에 따른 부담이 커진다.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톡엑스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 인증센터를 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총 11개 인증센터를 운영하는데 이 가운데 3곳(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캐나다 토론토, 홍콩)을 작년에, 1곳(호주 멜버른)을 올해 새롭게 열었다. 또 기존 인증센터 공간도 넓혀 지난해 전체 인증 공간을 66%가량 확장했다. 뉴욕의 드롭오프(drop-off) 스토어8 를 포함하면 전 세계 12개 도시에서 인증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멩 지앙 스톡엑스 부사장은 “인증센터가 세계 곳곳에 설립되면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배송비 부담이 줄어들며 판매자는 좀 더 빨리 판매 대금을 지급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증센터가 있는 국가 내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연결되면 구매자가 배송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국경 내’ 거래이기 때문에 관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프랑스에서 출시된 제품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고, 일본 시장 한정으로 나온 제품이 미국에서 수요가 높은 일도 발생하곤 한다. 이러한 불일치 현상은 스톡엑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서 특히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이슈다. 인기가 적은 지역에서 많은 지역으로 해당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정판 제품이 특정 지역에서만 출시되면 스톡엑스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진다. 일례로 지난해 나이키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키스(Kith)가 협업한 ‘에어조던1 로우 키스 파리’는 프랑스에서 출시됐는데 그래서 이 제품의 판매자 가운데 96%는 프랑스에 살고 있었다. 이 제품을 프랑스 밖 29개 국가의 구매자들이 사 갔다. 또한 나이키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언더커버가 협업해 일본에서 내놓은 ‘오버브레이크 SP 언더커버 세일 골드’는 판매자의 99%가 일본에 있었고, 28개국으로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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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로컬 브랜드가 리세일 시장을 통해 국제적 인지도와 인기를 얻는 현상도 나타난다. 뉴욕 브루클린에 기반한 가방 브랜드 텔파(Telfar)는 지난해 스톡엑스의 럭셔리 부문 거래 순위에서 3위를 차지했는데, 미국은 물론 아시아에서의 높은 인기가 반영된 결과였다. 아인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년 전만 해도 텔파는 미국 사람들조차 들어본 적 없는 브랜드였다”며 “텔파의 성공담은 작은 브랜드, 그리고 무명의 창작자가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스톡엑스는 플랫폼에 각국 언어 및 통화를 추가해 편의성을 높이고도 있다. 최근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에 이어 한국어가 추가됐다. 한국 내 인증센터 설립 예정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커틀러 CEO는 명확한 답변을 하진 않았다. 다만 “한국은 스톡엑스의 핵심 시장 중 하나”라며 “한국의 사용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며, 추가 투자를 할 지역을 계속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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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스니커즈 문화’를 해친다?

스톡엑스는 누구나 리세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쉽고 투명한 거래 방식 덕분에 운동화 덕후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구입한 운동화에 프리미엄을 얹어 재판매할 수 있다. 지앙 부사장은 “우리는 공평한 경쟁의 장을 열어 누구나 리세일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하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스톡엑스는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된다. 온라인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예전에는 좋아하는 신발 종류를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나이키 SB 덩크’를 좋아한다면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며 “(리세일 시장이 가열화되면서) 운동화 마니아들은 이 운동화가 가진 문화적 의미를 전혀 모르는 소비자들이 그저 출시일에 맞춰 해당 제품을 앞다퉈 구매하고 바로 재판매하는 현상에 대해 한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9

실제 뉴욕 맨해튼 5번가와 소호에 있는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리세일 가치가 높은 한정판 모델이 출시되는 날마다 어김없이 긴 줄이 늘어서곤 한다.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의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는 브루클린뮤지엄은 관람객이 구매할 수 있는 카우스 기념품을 1인당 2개로 제한했다. 스톡엑스에서 카우스의 작품 피규어나 전시회 기념 티셔츠, 아트 포스터 등이 소매가의 두세 배 이상으로 거래되자 과도한 구매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는 아이돌 콘서트 등의 티켓을 훨씬 높은 가격에 되파는 행위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최근 공연법 일부가 개정되는 등 ‘플미충’10 에 대한 처벌 근거도 마련됐다. 앞으로 한정판 운동화 등에 대한 리세일 경쟁이 지나친 양상으로 번진다면 사회적 제재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리세일로 얻은 수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고트와의 경쟁 두고 볼 만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닮은 듯 다른 스톡엑스와 고트(Goat)의 경쟁이다. ‘스타일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을 지향하는 고트는 스톡엑스보다 조금 앞선 2015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운동화 리세일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고트의 기업 가치는 37억 달러로 스톡엑스(38억 달러)보다 약간 적고, 총 거래 금액(20억 달러, 2020년)은 스톡엑스(18억 달러)보다 약간 높다. 회사가 책임지고 정품 여부를 인증해준다는 점도 스톡엑스와 유사하다. 하지만 취급 제품군, 제품 소싱 및 거래가 결정 방식에선 차이가 있다.

고트는 운동화와 럭셔리 및 컨템포러리 패션에만 주력한다. 패션, 문화, 스타일에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스톡엑스처럼 전자제품, 만화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지 않는다. 고트의 에디 루 CEO는 “핵심 고객 유지를 위해 취급 제품군을 다각화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800달러짜리 발렌시아가 스웨터 옆에서 엑스박스를 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1 또 전 세계 개인 판매자에게만 의존하는 스톡엑스와 달리 고트는 개인 판매자에 더해 브랜드로부터도 상품을 공급받는다. 구찌,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등 350개 이상의 브랜드가 고트 플랫폼에서 신제품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개인 판매자는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제품부터 사용감 있는 중고 제품까지 모두 고트에서 판매할 수 있다. 고트가 제공하는 가격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얼마에 팔지 직접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스톡엑스처럼 모든 거래 내역을 공개하진 않는다.

최근 1억9500만 달러(약 22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한 고트는 현재 13개인 풀필먼트센터12 를 올해 안에 4개 더 늘리며 글로벌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13 4개의 신규 풀필먼트센터 중 3개를 아시아에 론칭하며 아시아 시장 선점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운동화 및 패션 의류 리세일 시장의 규모는 2030년까지 300억 달러(약 34조5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14 이 뜨거운 시장을 두고 스톡엑스를 비롯한 글로벌 및 로컬 리세일 플랫폼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스톡엑스의 전략은 현재의 선두 지위를 적극 활용해 각 지역으로 직접 침투하고 MZ세대가 원하는 대체 투자 자산이라면 무엇이든 자신의 플랫폼에서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다. 스톡엑스는 최근 한국 시장으로 직접 진출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앙 부사장은 “국가마다 소비자는 독특한 니즈를 보이지만 최신 문화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열망은 보편적”이라며 “예전엔 경험할 수 없었던 시장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스톡엑스가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 : Interview: 스콧 커틀러 스톡엑스 CEO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 제품 기반 경험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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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호에 위치한 스톡엑스의 드롭오프 스토어는 온라인 기반 스톡엑스를 오프라인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판매자는 거래가 성사된 제품을 택배로 부치는 대신 직접 이곳에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스톡엑스는 제품을 인증한 후 구매자에게 발송해준다. 판매자는 제품을 상자에 포장하고 배송 라벨을 붙일 필요 없이 송장(invoice)만 출력해 가져오면 된다. 스톡엑스에서 자주 거래되는 한정판 운동화와 의류가 전시된 코너도 있어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 6월 중순 이 드롭오프 스토어에서 DBR가 스콧 커틀러(52) 스톡엑스 CEO를 만났다. 회사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그는 “최근 미국 내 코로나 상황이 조금 나아진 틈을 타서 미 동부 쪽 사업장을 돌며 직원들을 만나고 있다”며 “드롭오프 스토어는 판매자가 물건을 회사 측에 바로 맡긴 뒤 보다 빨리 판매 대금을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위에 이베이를 올린 플랫폼

커틀러 CEO는 뉴욕증권거래소 부사장과 이베이 미주사업부 담당 부사장, 스텁허브(Stubhub) i 사장을 거쳐 2019년 스톡엑스 2대 CEO로 영입됐다. 공동 창업자이자 초대 CEO를 지낸 조시 루버는 스톡엑스가 기업 가치 10억 달러를 돌파해 유니콘 기업이 된 당시 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고자 회사를 완전히 떠났다. 현재 스톡엑스는 커틀러의 진두지휘하에 취급 제품군의 다각화 및 글로벌 인증센터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은 대면 및 화상 인터뷰로 이뤄진 커틀러와의 일문일답.

주식시장 출신 경영인으로서 왜 ‘운동화의 주식시장’에 합류했나.

새로운 이커머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스톡엑스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스톡엑스는 한마디로 뉴욕증권거래소 위에 이베이를 올린 회사다. 실시간 매수-매도 시장에서 익명으로 거래하도록 하면서 최신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제품을 취급하고, 우리가 직접 제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한다. 사용자의 사고파는 경험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우리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인데 이는 서드파티(제3자)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사용하기 쉽고, 거래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이 스톡엑스의 장점으로 꼽히는데.

맞다. 우리는 ‘제품 기반 경험’을 만들었다. 다른 서드파티 시장에선 같은 제품인데도 사진이 제각각이고 제품 설명 내용도 다르다. 스톡엑스에서는 그러한 혼란 없이 제품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또 거래 내역을 모두 공개함으로써 스톡엑스 시세가 현재 시장의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냈다.

후발주자들이 스톡엑스의 주식시장형 거래 모델을 차용하고 있다. 앞으로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스톡엑스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려면 전 세계 판매자에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쟁에 뛰어든 지역에 인증센터를 세워야 한다. 한 국가에서만 서비스를 하는 플랫폼은 고객에게 글로벌 시세를 제공할 수 없고, 고객은 해당 제품을 글로벌 최저가로 구매할 수 없다. 우리 플랫폼의 방문자가 월 3000만 명이다. 우리의 거래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 나가 있다. 고객이 속한 지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스톡엑스의 경쟁력은 쉽게 복제될 수 없다.

운동화나 의류, 전자제품이 소비재가 아닌 자산이 돼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고객이 스톡엑스에서 거래하는 제품을 자산으로 여긴다. 이들 제품 중 상당수가 시간이 지나면 더 높은 가치로 거래된다. 따라서 우리 플랫폼에서 제품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마찰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새로운 목표가 됐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는 우리 플랫폼에서 구매한 제품/자산을 고객에게 보내지 않고 우리가 보관해주는 서비스다. 또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즉 디지털 제품 및 디지털 거래에도 큰 관심을 갖고 도입을 검토하는 중이다. 소비문화의 미래라는 점에서 NFT는 최신 문화와 밀접한 모든 제품을 거래하겠다는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

스톡엑스의 인증은 얼마나 정확한가.

99.99%라고 자부한다. 우리는 제품이 사용된 적 있거나, 헤졌거나 가짜인지를 확실하게 판별한다. 인증은 스톡엑스 경험의 핵심이다. 우리는 운동화 인증에 대한 업계 표준을 만들었고, 그 외 제품군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검수하며 인증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고객이 구매한 물건을 새 제품 상태 그대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바로 지금, 가장 핫한 제품과 트렌드를 찾아보려면

스톡엑스가 운동화를 자산으로 여기는 현상을 부추겨 오히려 스니커즈 문화를 저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스톡엑스는 최신 문화의 흐름을 그대로 투영하는 마켓플레이스일 뿐이다. 스톡엑스에서의 시세는 현재 시장에서 해당 제품의 가치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다른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출시할 제품의 개수를 결정하는 것은 각 브랜드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의 사용자들은 브랜드가 매긴 가격에 개의치 않는다. 투명하게 공개된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제품의 가치를 결정한다. 소매가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자신하나.

스톡엑스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한국의 사용자들에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준다. 브랜드들은 한정판 제품을 특정 지역에서만 출시하는데, 이제 어디에서 출시됐든 상관없이 스톡엑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우리가 갖는 매우 독특한 포지션이다. 한국 고객들은 항상 패션의 최전선에 있다. BTS, 블랙핑크 등 케이팝 스타들의 패션은 전 세계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쳐 큰 수요를 낳는다. 이러한 트렌드는 늘 한국에서 시작된다. 한국은 스톡엑스의 핵심 시장 중 하나다.

이제 리세일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각 브랜드에 조언한다면.

브랜드들이 스톡엑스를 활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수요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바로 지금 가장 핫한 브랜드가, 제품이, 트렌드가 무엇인지 스톡엑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과 시사점
소비자 신뢰와 투명성 바탕으로 사고파는 즐거움 배가


한국의 온라인 중고 거래 규모가 2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1위 플랫폼은 단연 당근마켓이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500만 명으로 쟁쟁한 커머스 앱들을 제치고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온라인 거래 피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피해 등록 건수 역시 2018년 68건에서 2020년 5389건으로 2년 만에 무려 80배나 증가했다. 당근마켓을 포함한 전체 개인 간 거래(C2C) 피해액도 같은 기간 278억 원에서 898억 원으로 3배로 늘었다.

이에 반해 스톡엑스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과 적극적 역할을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쌓아 설립 4년 만인 2020년에 200개 이상 국가에서 2억 명 이상이 방문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스톡엑스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피해를 입을 걱정 없이 제품을 사고파는 경험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즐거운 경험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성공 요인 ① 인증센터를 통한 소비자 신뢰 획득

최근 온라인 중고 거래의 소비자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도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은 협소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급기야 올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C2C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의 성명, 전화번호, 주소 등 신원 정보를 수집하고 분쟁 발생 시 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업계가 ‘신원 정보 수집 의무가 부담스럽다’고 강력 반발하고, 국무총리실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성명과 주소를 수집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권고안을 내면서 이 개정안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 온라인 거래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최근 한 음식점 업주가 배달 앱 고객의 무리한 환불 요구에 시달리다 숨진 ‘새우튀김 갑질 사건’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됐음에도 배달 플랫폼 사업자의 개선 조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한 국회의원이 나서 ‘허위 리뷰 처벌법’을 발의했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사적 영역에서 해결되지 않고, 국회의 입법이나 관련 부처의 정책 등 공적 영역에서 규제로 나타나는 것은 시장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사적 영역에서의 신뢰가 오히려 큰 자산이 돼 더 큰 성장과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자본주의 역사의 일천함을 드러내는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스톡엑스는 세계 최초로 검수 시스템을 도입해 인증센터를 두고 자신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모든 제품의 검수를 책임지고 있다. 인증 정확도가 99.99%라고 밝히는데, 위조품을 해체해가며 정품과 비교해 직원을 교육한다고 한다. 그간의 경험치와 데이터 조합을 통해 인증에 접근하는 스톡엑스는 운동화 인증과 관련해 업계 표준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 확장한 제품군에 대해서도 인증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인증 시스템을 토대로 플랫폼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된 소비자들은 마음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스톡엑스가 검수 과정을 통과한 운동화에 달아주는 동그란 녹색 태그는 그 자체로 ‘정품이 확실함’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스톡엑스는 위조품 판매자를 퇴출시키고, 구매자에겐 환불 조치를 해준다.

거래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책임지는 플랫폼 운영 방식은 소비자에게 궁극적 신뢰를 준다. 이것은 소비자로 하여금 피해 걱정 없이 즐겁게 사고파는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성공 요인 ② 시장에서 결정되는 투명한 가격 결정

당근마켓의 성공 요인으로는 ‘반경 6㎞ 이내 지역 기반 거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거래의 편의성’이라는 중고 거래의 두 가지 핵심 이슈를 해결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 결과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하며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의 후발주자에서 선발주자로 올라섰다. 이러한 당근마켓을 따라잡기 위해 네이버도 나섰다. 2020년 12월 네이버 카페에 관심 지역을 설정하면 주변 지역의 소식을 모아 보내주는 ‘이웃 서비스’를 론칭했다.

하지만 최근 당근마켓에서 타지역 거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악용한 개인정보 도용 범죄도 늘고 있다. 다른 동네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발견했더라도 거래가 불가하니 해당 동네 거래자에게 지역 인증을 부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가격도 지역별 수요와 공급을 토대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스톡엑스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스톡엑스는 중고 거래 시장에 주식시장의 원리, 즉 입찰 모델을 적용한 최초의 플랫폼이다. 주식시장처럼 실시간 매도-매수 시장으로 공급•수요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고, 누구나 이것을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러한 가격이 글로벌 시세라는 점이다. 한 달 방문자가 전 세계 3000만 명에 달하는 규모를 갖춤으로써 스톡엑스는 전 세계에서 최저가에 판매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투명성을 보유한 플랫폼이 됐다.


성공 요인 ③ 소비문화적 자산 투자 유도

MZ세대는 자본주의 키즈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이들 세대가 어려서부터 자본주의 요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돈과 소비에 편견이 없고 △광고에 관대해 PPL(Product PLacement)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재무관리와 투자에도 적극적인 점에서 붙인 개념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광고와 금융 서비스를 자주 접하며 성장했기 때문에 자본주의 생리를 잘 알고 이에 최적화된 경제 활동을 영위한다. 따라서 욕망에 솔직하고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또 이들은 부의 창출 활동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논리를 지니고 일찍부터 재테크를 고민하며 재무관리와 투자에 적극적이다. 유튜브 등을 통해 재테크 방법을 배우고,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과 스터디도 열심히 활용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부동산은 너무 비싸고 주식이나 가상화폐는 위험성이 높다. 예금이나 채권은 이자율이 너무 낮아 매력적이지 않다. 이에 MZ세대는 비전통적 자산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명품 가방과 운동화다. 최근에는 투자 대상이 수집품과 전자제품, 트레이딩 카드로까지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이런 상품은 투자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SNS에 사진을 올려 과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다. 또 최근 브랜드들이 한정판 또는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에 몰두해 구매자 입장에서는 제품 희소성에 따른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만약 되팔지 못한다면 직접 사용하면 그만이다.

스톡엑스는 이러한 MZ세대의 투자 특성을 잘 파악하고, 여기에 브랜드의 한정판 출시 트렌드를 결합해 자신의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거래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스톡엑스가 스스로를 ‘최신 문화 상품을 위한 마켓플레이스’라고 정의하는 데는 이런 함의가 숨어 있다. 즉, MZ세대를 위한 ‘대체 투자의 장’이 되겠다는 목표 설정인 것이다. MZ세대가 소비문화와 트렌드와 관련 있고 재정적으로 건전한 대상에 투자하길 원하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스톡엑스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발 주자와의 경쟁, ‘소싱’이 관건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중고 거래 시장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여주는 중고 거래에서 발생하는 피해나 사기에 대한 수세적 태도는 소비자의 걱정과 불안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앞으로의 성장에 장애 요인이 될 것이다. 반면 미국의 스톡엑스는 인증센터를 기반으로 책임감 있는 사업을 펼쳐 소비자 신뢰를 얻었고, 이것을 플랫폼 발전의 경쟁력으로 삼았다.

스톡엑스가 구축한 가격의 투명성 역시 소비자들에게 굉장한 매력이다. 사실 중고 거래에서는 최초 구입가에서 감가상각을 얼마나 계산해야 할지, 희소성을 토대로 얼마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를 소비자가 가늠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격 결정의 타당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와 무신사가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을 론칭했다. 이들은 초기 적자를 감내하고서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거래 수수료와 배송비를 무료로 하는 등 출혈을 감내하고 있다. 배달 앱 시장처럼 결국 승자가 시장을 독식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승자가 되든, 스톡엑스와 맞닥뜨려야 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규모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 스톡엑스와의 경쟁에서 후발 주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스톡엑스처럼 인증센터나 가격 결정의 투명성을 갖추더라도, 또 다른 새로운 차별점이 없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는 매수 물량이 매도 물량보다 많으면 주가가 급등한다. 따라서 리세일 시장에서도 구매자가 몰리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물건, 희귀한 물건, 독특한 물건이 풍성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 즉, ‘소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MZ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하며 기획, 스토리텔링, 전문성 등 선발주자의 규모에 대항하는 차별화 요소를 갖추는 것도 요구되는 과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eunhee@inha.ac.kr
필자는 서울대 소비자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소비자학회장과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장을 지냈고,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 평가위원, 홈앤쇼핑 시청자위원, 환경부 녹색매장심의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소비와 시장환경』 『소비트렌드의 이해와 분석』 『소비자상담』 『고객서비스 전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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