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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자사 중고 제품을 수거해 재판매하는 기업들, 왜?

제품 만들 때부터 ‘중고 활용’ 전략
브랜드 가치 높이고 신규 수익원 창출

김경하,이은창,이은화 |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나이키, 룰루레몬, 이케아 등이 직접 중고 제품을 수거해 재판매하는 사업에 나선 것은 지속가능한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순환경제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고 비즈니스에 나선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중고 활용을 염두에 두고, 전문 기업과 제휴하고, 중고 제품 회수 과정에 고객을 참여시킴으로써 브랜드 평판과 수익,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매장에 가는 대신 자신의 옷장을 정리한 뒤 재판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 중고 판매자 5260만 명 중 약 69%(3620만 명)이 지난해 리세일 시장에 처음 진입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다.1 스레드업에 따르면 지난해 3300만 명의 소비자가 처음으로 중고 의류를 구매했다. 2 신규 구매자 중 76%는 “향후 5년 내 중고 소비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는 올해 36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중고 시장이 5년 내 770억 달러로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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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지 말고 가져오세요”

최근 나타난 새로운 트렌드 한 가지는 글로벌 브랜드가 직접 중고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 4월 나이키는 ‘나이키 리퍼비시드(Nike Refurbished)’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는 구매 후 60일 이내에 소비자가 반품한 제품을 세척 및 소독한 뒤 일부 매장에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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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가 신발을 반품하면 리퍼비시드 라인에서는 제품을 상태에 따라 3단계(새것/약간 닳음/외관상 손상 있음)로 분류한다. 이렇게 분류된 신발은 미국 내 15개 매장에 비치돼 판매된다(현재는 13개 매장). 재판매 대상에 오르지 못한 신발은 지역사회 파트너와 협력해 필요한 곳에 기증한다. 마지막으로 수명이 다한 제품은 운동장이나 경기장 트랙 등에 사용되는 나이키 그라인드(Nike Grind) 재료로 가공된다. 나이키는 이런 과정을 통해 리퍼비시드 제품을 100% 재활용함으로써 ‘제로 폐기물(Move to Zero)’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생각하고, 소생하고, 재발견하라(Rethink, Revive, Rediscover).” 인기 요가 브랜드 룰루레몬의 ‘라이크 뉴(Like New)’ 프로그램의 슬로건이다. 룰루레몬도 올 5월부터 라이크 뉴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일종의 중고 제품 보상 판매 서비스를 론칭했다. 소비자는 룰루레몬 매장에 중고 제품을 가져가 다른 중고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기프트카드를 받을 수 있다.3 순환경제(The Circulation Economy)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 차원의 접근이다.

다시 룰루레몬으로 돌아온 중고 제품은 수선 과정을 거쳐 룰루레몬의 온라인 리세일 플랫폼에서 판매된다. 라이크 뉴 제품을 구매하면 310g의 폐기물을 최대 50%까지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룰루레몬은 이 프로그램의 수익 전부를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에 재투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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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지난해 11월부터 전 세계 27개국 매장에서 중고 이케아 가구 매입 및 할인 판매 ‘바이백(buy-back)’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사용하던 이케아 가구를 정가의 30∼50% 수준에서 이케아에 되팔 수 있다. 지난해 9월 에이치앤엠(H&M)의 브랜드 코스(COS)는 영국과 미국에서 중고 의류를 재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오픈했으며 10월에는 리바이스가 리바이스 세컨드핸드 온라인 스토어(Levi’s Secondhand Online Store)를 출범시켰다. 사용하던 리바이스 제품을 미국 내 매장으로 가져가 보상 판매 금액 상당의 기프트 카드(5∼35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 반환된 의류는 세탁 등의 처리를 거쳐 리바이스의 온라인 리세일 페이지를 통해 다시 판매된다.

DBR mini box : 리세일 플랫폼과 협력하는 패션 브랜드
재고 소비 장려하며 환경적 임팩트 창출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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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중고 비즈니스 플랫폼을 운영하진 않지만 기존 리세일 플랫폼과 협력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환경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기업들도 있다. 갭, 바나나리퍼블릭, 애슬레타, 아베크롬비&피치, 홀리스터, 월마트 등은 여성 및 아동용 중고 의류 온라인 플랫폼 스레드업과 협력해 순환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스레드업은 기업 제휴 프로그램을 통해 173만 장의 의류가 재순환됐고 2470만 파운드(lbs)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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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는 럭셔리 전문 리세일 플랫폼 더리얼리얼(The Real Real)과 협력해 중고 비즈니스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더리얼리얼은 2018년 구찌, 버버리, 스텔라 매카트니 등 명품 브랜드와 최초로 리세일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올 3월까지 중고 판매를 통해 약 18억8600만 리터의 물과 1만8732톤의 탄소를 절약했다고 밝혔다. 또한 플랫폼에서 제품별 지속가능성을 정량화해 나타냄으로써 중고 물품 소비로 인한 긍정적 영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소비자와 자본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

이처럼 글로벌 브랜드가 중고 비즈니스 시장에 직접 나서는 이유는 뭘까.

첫째, 지속가능한 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 변화와 연관성이 깊다. 특히 MZ세대는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고 이슈를 알리는 데 익숙해 ‘소비 권력층’으로 평가받는데, 바로 이들이 지속가능한 소비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여론 조사 기관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지난해 5월 미국 20대 이상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57%의 응답자가 ‘지속가능성의 실천(Sustainability Practices)’이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다.

둘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세계는 산업화가 확산되기 이전보다 섭씨 1도가량 더 따뜻해졌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면서 각국 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전 세계의 환경 및 기후변화 관련 법률 및 정책은 1997년 60개에서 2017년 약 1400여 개로 급증했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 목표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유럽기후법을 공식 승인했다. 이 법안에는 EU 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EU 회원국은 2030년까지 1999년 대비 40% 감축이던 기존 목표를 55%까지 상향 조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을 반드시 변경해야 한다(EPRS(2017), UN(2018)).

셋째, 자본시장 역시 변화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ESG4 투자 규모는 약 30조683억 달러5 에 달하며 2030년에는 100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6 글로벌 기관투자가들 역시 기업 관여 시 가장 중요한 지속가능성 영역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한다. 약 96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블랙록(BlackRock)은 2020년부터 화석연료 배출이 25%가 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다. JP모건은 산림 파괴 및 북극 개발 연루 기업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연기금(APG) 역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탄소배출 25% 감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나이키 등의 브랜드가 직접 중고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은 근래의 일이라 그 성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중고 비즈니스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의 동력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예측해볼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 리테일 기업들은 소싱 차질, 운송 및 배송 지연을 포함해 수많은 공급망 문제에 봉착했다. 이케아 역시 공급망 문제를 겪었지만 지난해 바이백 프로그램을 통해 3050만 개의 자사 제품을 재판매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했다. 젠 세이 리바이스 최고마케팅책임자는 “Z세대 소비자의 60%가 중고 의류를 구매하고 있다”며 중고 비즈니스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들 브랜드보다 앞서 일찌감치 전략적 차원에서 순환경제 비즈니스를 도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브랜드 평판뿐만 아니라 추가적 수익 창출을 목표로 삼고 중고 비즈니스에 적극 나섰다. 순환경제를 경영 전략에 잘 이식하고 있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순환경제 적용 전략을 배워보자.

경영 전략이 된 중고 비즈니스

산업군에 따라 순환경제 전략이 적용되는 지점은 다르다. △재생 부품 적용 제품 제조 및 판매(하드웨어 장비 기업) △제품 반환을 통한 중고 제품 재판매(전자제품 기업) △폐기물 및 재활용 전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자동차 부품 회수 및 재사용(자동차 제조 및 판매 기업) △폐기물을 활용한 새로운 친환경 제품 개발(가구 기업) 등으로 살펴볼 수 있다.

1. 하드웨어 장비 기업_캐터필러
再제조 제품 구매 요인 제공하며 충성 고객 확보

글로벌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캐터필러(Caterpillar)는 1973년부터 재제조(Remanu-facturing & Rebuild operations) 프로그램을 통해 수백만 파운드의 수명이 다한 철을 재활용하고 있다. 수명이 막바지에 이른 구성품을 반환받아 엔지니어링 업데이트를 포함해 초기 사양으로 복구시켜 재판매한다. 캐터필러는 아예 초기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재제조 제품이 새 제품과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내구성을 높여 제작한다. 재제조 제품은 더욱 까다로운 안전 검사를 거친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수명이 다한 제품의 89%를 다시 사용했으며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재제조를 통한 매출이 20%가량 증가했다.

또한 기존 제품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캐터필러 인증 재구축(Cat® Certified Rebuild) 서비스는 고객이 새 장비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제품을 업데이트해 기존 제품의 수명을 늘려준다. 숙련된 전문가가 최신 엔지니어링 업데이트를 맡아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350개 이상의 테스트를 거치고 약 7000개 부품을 자동 교체하게 된다.

캐터필러는 제품을 반납한 고객에게 재제조 부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코어 적립금(core credit)’을 지급한다. 이를 통해 회사는 유효 수명이 다한 제품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에게는 적립금을 활용해 캐터필러 제품을 다시 구매할 요인을 제공한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또 재제조 제품을 신제품보다 50% 낮은 가격에 판매하지만 보증 기간은 동일하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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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캐터필러는 순환경제 시스템으로 개선된 환경적 성과를 이해관계자에게 명확하게 알리고 있다. 캐터필러의 ‘2020 지속가능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6년 대비 51%가량 줄였고, 신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을 33% 달성하며 목표치(20%)를 넘겼다고 밝힌다.

캐터필러의 중고 장비 비즈니스는 자재 비용 절감과 충성 고객층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가 환경의 지속가능성까지 제고하는 전략적 활동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캐터필러는 자재 비용이 운영비의 6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재제조 프로그램을 도입해 이를 성장 동인으로 삼았다. 새로운 장비를 만들어 팔기보다는 분해와 재제조가 쉬운 제품을 설계하고 중고 장비의 강점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중고 장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검증과 AS, 중고 장비 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것 역시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2. 전자제품 기업_시스코, 델
전자 폐기물 회수가 고객 증가로 이어져

매년 인류는 5000만t 이상의 전자 폐기물을 생성한다. 만약 전자기기를 지금보다 훨씬 오랜 기간 사용함으로써 폐기물로 인한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시스코(Cisco)와 델(Dell Technologie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전자기기 순환경제’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이들은 전자기기 순환 파트너십(The Circular Electronics Partnership)을 통해 디자인, 재활용, 제품의 수명주기 등 모든 단계에 걸쳐 전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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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는 2018년 자사 제품을 100% 회수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료로 제품을 반환, 회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과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반환된 제품을 보완해 재생산한 정품 장비를 ‘시스코 리프레시(Cisco Refresh)’라는 브랜드로 판매한다. 시스코 리프레시의 모든 제품은 환경친화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시스코의 정품 부품으로 재생산된다. 시스코는 세계적 수준의 시설 7곳을 갖춰놓고 2001년부터 수백만 대의 장치를 재생산했다. 현재까지 시스코 리프레시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전 세계 80여 개 국가에서 4만 명 이상에 달한다.

2020년 4월20일 시스코는 지구의 날을 기념하며 제품 회수 및 재사용 프로그램인 ‘시스코 테이크백 및 재사용(Cisco Takeback and Reuse)’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고객이 모바일 앱7 을 통해 사용이 종료된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린 뒤 무료로 반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8 시스코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난 1년간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소비자가 300% 이상 증가했고 모바일 앱을 통해 회수된 제품은 156% 이상 증가했다.

델은 리퍼브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델 아웃렛(Dell Outlet)’을 운영한다. 리퍼브 제품에 대해서도 새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하드웨어 보증 서비스 및 30일 반품 정책을 제공한다. 반품된 제품 대부분을 리퍼브 제품으로 판매하는데 판매할 수 없는 제품은 재활용 가능한 재료(금속, 유리, 플라스틱)로 분해해 판매한다. 델은 리퍼브 컴퓨터를 재판매 및 재활용함으로써 매년 전자 폐기물을 1000t 이상 감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 자동차 제조 및 판매 기업_BMW, 르노
자동차 생산량 줄이고도 순환경제로 매출 창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폐기물 및 재활용 전문 기업과의 협업 또는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자동차 부품을 회수해 재사용하거나 재제조하고 있다. 사실 미국과 유럽은 자동차 산업의 재제조 및 재활용을 정책적으로 장려한다. 미국은 2015년부터 모든 연방 차량이 재제조된 부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연방 차량 수리 비용 절감법을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의 재제조는 숙련된 노동 인구를 최대 120%까지 늘려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재제조업 전체적으로도 총이익이 최대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9 유럽은 연간 95%의 자동차를 재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전 세계 30개 지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BMW가 순환경제 적용 과정에서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는 자동차 부품 회수에 드는 물류비용이었다. 이에 2016년 독일의 재활용 기업 ALBA와 합작회사 엔코리(Encory GmbH)를 설립해 중고 자동차 부품 회수 물류를 맡겼다. 엔코리는 물류에서부터 차량 부품 제거, 분류,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한다. 엔코리는 자동차 중고 부품 재활용 과정을 통해 원자재의 85%, 에너지의 55%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다국적 자동차 제조사 르노그룹은 1995년 재활용 플라스틱을 차량에 사용하는 솔루션을 구현했고 2000년 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순환경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제 르노는 자동차 부품의 95%를 회수할 수 있고, 85%를 재활용할 수 있으며, 엔진의 경우는 43%를 재제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재제조 공정을 통해 에너지, 물, 화학물질을 80%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한편 고객들 역시 이 회사의 재제조 제품을 새 제품 대비 30∼50%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르노가 순환경제 모델을 도입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파트너의 역할이 컸다. 르노는 글로벌 폐기물 관리 및 재활용 업체인 수에즈(SUEZ)와 합작 투자해 자동차 폐차 전문 기업 인드라(INDRA)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차량 부품의 95.4%를 재활용 및 재판매하며 새 부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원료와 관련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 4월 루카 데 메오(Luca De Meo) 르노그룹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순환경제 체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프랑스의 플린스(Flins) 공장을 자동차 재활용 및 개조, 연구 시설로 전환해 자동차 조립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르노그룹은 연간 자동차 생산량을 400만 대에서 310만 대로 줄이면서 동시에 순환경제 시스템을 통해 2030년까지 10억 유로(약 1조3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4. 가구 관련 기업_인터페이스
중고 카펫 재활용을 넘어 ‘탄소 먹는’ 신개념 카펫 개발

미국에서는 매년 40억 파운드(약 182만t)가 넘는 카펫이 매립된다. 소비된 카펫 중 14%가 수집되지만 그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5% 미만에 그친다.10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카펫 시장 1위 기업인 인터페이스(Interface)는 ‘리엔트리(ReEntry)’ 프로그램을 통해 매립될 뻔한 수백만 파운드의 중고 카펫을 적극 수집해 재활용하고 있다. 인터페이스가 약 20년 동안 쓰레기 매립지에서 회수해 재활용한 카펫만 그 무게가 3억900만 파운드(약 15만4000t)가 넘는다.

인터페이스는 △재사용(Reuse) △용도 변경(Repurpose) △재활용(Recycle) △리커버(Recover)의 4가지 방법으로 중고 카펫을 활용한다. 차례로 카펫 타일(타일을 서로 이어 구성하는 모듈형 카펫)로 재사용하고, 실내 장식품을 만들거나 지역 예술가가 작품 활동에 사용하는 재료로 용도를 바꿔 활용하며, 카펫의 모든 구성 요소 및 재료를 분리해 제품 생산에 재활용한다. 마지막 리커버는 중고 카펫을 에너지 시설에 폐기물로 전달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페이스는 전 세계 곳곳의 재활용 전문 사회적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재활용 및 재사용률을 높이고 있다. 또 인터페이스 영국 지사는 스프루스(Spruce), CTR(Carpet Tile Recycling), 그린스트림(Greenstream) 등 6개 파트너사와 협력해 카펫이 필요한 취약 계층에게 중고 카펫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인터페이스는 세계 최초로 ‘탄소 네거티브 카펫’을 출시하기도 했다. 재활용 원사 및 카펫 타일 뒷면으로 만든 카펫인데, 자체적으로 탄소를 저장하는 새로운 소재11 를 개발해 1㎡당 탄소를 0.5㎏ 감소시키는 제품이라고 한다. 인터페이스의 과학기술 책임자 존 브래드퍼드는 “카펫의 소재를 석유 기반 재료에서 바이오 기반 재료로 전환할 뿐만 아니라 재활용 재료를 통합하도록 생산 공정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버려지는 가치를 성장 가치로 전환

순환경제에서 우위를 확보한 이들 글로벌 기업은 ① 제품의 제조부터 물류, 사용, 회수,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한 후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하고 ② 충성 고객층을 확보해 회수 과정에서 고객의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③ 순환경제 시스템으로 개선된 환경적 성과를 이해관계자와 명확하게 소통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④ 기업의 비용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 임팩트를 줄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견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이제 기업들이 도입해야 할 핵심 전략으로 인식된다. 순환경제는 한정적인 에너지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으로 성장하기엔 여러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났으며 소비자와 투자자,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업 비즈니스 구조의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중고 제품을 회수해 재판매하는 관점을 넘어 순환경제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야 할 때다. 그리고 이 여정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할 것이다.


트리플라잇 김경하 COO(Chief Contents Officer), 이은창, 이은화 impact@triplelight.co
트리플라잇은 사회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연구하고 임팩트의 측정과 관리를 돕는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회사다.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긍정적 임팩트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이슈별 데이터 분석과 인사이트를 담은 브랜드 저널리즘 IM(Impact Magazine)을 발간하고 있다. 필자들은 트리플라잇에서 기업들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연구하고, 컨설팅 및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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