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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진화하는 글로벌 ‘리세일 플랫폼’

팬데믹에도 강한 중고 시장의 매력
소비의 흐름, 리세일에 올라타라

황지영 |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글로벌 리세일 시장이 쑥쑥 성장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으로 무장한 리세일 플랫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 리세일 플랫폼이 기존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가 하면 스스로 소셜미디어로 진화하며 팬층을 형성하는 리세일 스타트업도 있다. 리세일은 더는 외면할 수 없는 큰 소비 흐름이자 적군도 아군도 분명하지 않은 격전지가 됐다. 기성 리테일러와 브랜드는 자체 리세일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리세일이라는 거대 파도를 무사히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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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리테일 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중고 제품의 재판매, 리세일(Resale)1 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긴 했지만 리세일은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인식된다. 사실 리세일이 새로운 유통 형태인 것은 아니다. 미국의 스레드업(ThredUp)이나 한국의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의 등장으로 판매자와 구매자의 연결이 보다 용이해지면서 2010년 무렵부터 리세일의 대상이 일상의 생활용품에서 명품 브랜드까지로 다양해졌다.

리세일 시장이 부상한 데는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부상과 기후변화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세계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있는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요인으로 코로나19 사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출복이나 패션 트렌드에 대한 관심과 민감성이 줄어든 것이 오히려 ‘신상’이 아닌 ‘중고’에 대한 관심을 높여 리세일 시장에 도움이 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엔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중고 명품 리세일 수요 역시 수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 하반기부터 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회복하며 바로 수요가 회복됐다.

한편 리세일 시장은 패션 업계 위주로 성장하고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중고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테고리는 의류(28%)다. (그림 1) 그 뒤를 책/영화/음악(15%), 신발(13%), 가방/액세서리(10%), 전자제품(10%)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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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2010년 무렵부터 더리얼리얼(The RealReal), 스레드업(ThredUp), 포시마크(Poshmark) 등이 본격적으로 중고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고, 최근에는 리백(Rebag), 베스티에르 컬렉티브(Vestiaire Collective), 패션파일(Fashionphile), 더럭셔리클로짓(The Luxury Closet) 등 신흥 주자가 등장했다. 이들 신생 스타트업은 2020년 4월 이후에만 총 1억3400만 달러(약 15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리세일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대표적인 리세일 기업들의 사례를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시장의 흐름을 가늠해보자.

주요 기업 분석

1. 더리얼리얼
오프라인 매장으로 팬데믹 위기 타계

더리얼리얼은 중고 명품 위탁 거래의 대표적 플랫폼이다.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 현재 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온라인 중고 럭셔리 플랫폼 중 가장 유명하다. 회원은 전 세계에 걸쳐 2000만 명으로 온라인 중고 명품 거래의 초석을 다진 기업으로 평가된다.

여성 및 남성 의류, 고급 주얼리, 핸드백, 시계, 아트 및 인테리어 상품을 취급한다. 중고라 하더라도 고가 제품을 거래하는 데서 오는 판매자 및 구매자의 불안을 다양한 서비스로 최소화하고 있다. 2019년 매출이 3억 달러(약 3400억 원)에 달하는 등 그간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2019년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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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미국에서도 패션 소비 심리 자체가 경색돼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리세일 기업들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지만 올 1분기 매출이 14% 늘어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2 팬데믹 기간에는 오히려 벤더 프로그램3 이나 인증센터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구사했다. 캘리포니아 뉴포트와 뉴욕 브루클린 등에 신규 매장을 오픈해 2020년 4분기 기준 매장 수는 전년 동기 대비 70% 늘어난 13개가 됐다.

더리얼리얼은 오프라인 매장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더리얼리얼과 첫 거래를 한 고객이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이용자의 30%를 차지한다. 게다가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거래량이 온라인 소비자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에 이용하는 소비자의 거래량은 온라인만 이용하는 소비자보다 3배 이상 많다.4 더리얼리얼은 올 상반기에 10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2. 스레드업
꼼꼼한 검수 및 물류센터 자동화가 강점

더리얼리얼보다 훨씬 보편적인 상품을 취급하는 스레드업도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었다. 2020년 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억8600만 달러(약 2100억 원)였지만 무려 4800만 달러(약 55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3월 기업공개를 하며 기반 다지기에 나선 결과 기업 가치가 13억 달러(약 1조4800억 원)로 평가됐다.

스레드업이 중고 물품을 확보하는 방식은 특별하다. 고객에게 우편으로 ‘클린 아웃 키트(clean out kits)’를 발송하고, 이 키트에 더 이상 사용하길 원하지 않는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 등을 담아 스레드업에 보내도록 한다. 그리고 스레드업이 직접 이들 물품을 검수한 뒤 판매할 물건을 결정해 온라인 상품 리스트에 올린다. 지난해 이 같은 방식으로 확보한 물품이 2470만 개에 달했고, 이 중 59%가 상품 리스트에 올랐다.5 사업에서 검수 및 분류 작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 1800여 명의 직원 중 1600여 명이 미국 전역에 위치한 4곳의 물류센터에서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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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에 자원이 집중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스레드업은 제품 사진 수정과 가격 책정 등을 자동화해 비용 절감을 꾀한다. 개별 제품의 데이터를 모두 추적해 물류센터에서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다. 바코드가 없는 중고 제품의 재고를 관리하기 위해 자체 트레킹 시스템을 만들어 아이템(SKU) 단위로 추적할 수 있게 하고 2∼3개월간 판매되지 않는 제품은 기부하거나 재활용센터로 보내는 것6 도 재고가 물류센터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한편 스레드업은 2019년부터 위탁 판매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중고 제품이 팔린 뒤 2주간의 상품 반송 기간을 두고 판매를 한 고객에겐 판매 대금 지불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재정적 여유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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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은 어떨까? 수십만 개 아이템을 판매하다 보니 소비자는 압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스레드업은 각 고객에게 몇 개의 퀴즈를 낸 뒤 개인화된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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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업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수는 2020년 기준 124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한 달에 적어도 6번 이상 스레드업 웹페이지를 방문하고, 연평균 3.2회 주문한다. 스레드업을 통해 중고 판매를 하는 판매자는 42만8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재고 확보가 늦어지면서 큰 적자를 보기도 했다. 스레드업은 기업공개로 확보한 자금을 물류센터 확대와 글로벌 시장 확대에 투입할 계획으로 알려졌다.7 (그 외 경쟁 기업들은 DBR minibox ‘Z세대에게 사랑받는 리세일 플랫폼의 비결’ 참고.)

DBR mini box
Z세대에게 사랑받는 리세일 플랫폼의 비결

이 밖에 포시마크, 디팝, 고트 등 더리얼리얼과 스레드업의 경쟁 기업들도 각자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며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각 사례를 살펴보자.

포시마크
라이브 커머스도 가능한 개인 간 중고 거래 플랫폼

2011년 창업한 포시마크는 4000만 명이 넘는 회원과 700만 명의 판매자를 자랑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팔고자 하는 아이템을 올리는 건 무료지만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부과한다. 15달러 이하는 일괄 2.95달러, 15달러 이상은 판매가의 20%를 수수료로 받는다. 포시마크 역시 올 1월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치며 70억 달러(약 7조9600억 원)의 시가총액을 확보했다. i

더리얼리얼과 스레드업이 위탁 판매를 하기 때문에 자체 검수를 하는 반면 포시마크는 개인 간(C2C) 거래 방식이라 자체 검수를 하지 않는다. 다만 다른 C2C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달리 소셜네트워킹 기능을 제공하는 특징이 있다. 다른 사용자를 팔로우하거나 판매 제품 리스트에 ‘좋아요’ 및 댓글을 남길 수 있고, 리스트 공유도 할 수 있다. 또 포시마크가 하루에 몇 번씩 ‘포시파티(Posh Parties)’라고 부르는 실시간 라이브 세션을 여는데 이때 파티 주제에 맞는 제품을 자신의 판매 리스트에 추가해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키 관련 파티가 열리면 이 파티에 참여해 자신의 나이키 운동화나 스포츠웨어를 리스팅해 판매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포시마크는 지난해 5월 미국의 인기 메신저 앱 스냅챗과 손잡고 중고 거래의 소셜쇼핑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포시마크 미니(Poshmark Mini)’라는 서비스로, 스냅챗 사용자는 카메라 공유(share to camera)와 채팅 공유(share to chat) 기능을 활용해 포시마크에 올라온 상품을 쇼핑할 수 있다. 포시마크 커뮤니티에서 뜨는 브랜드들을 빠르게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파트너십의 목표는 포시마크 판매자들이 올린 리스트의 파급 효과를 늘리는 것이다.

디팝
케이팝만큼 사랑받는 10대들의 중고 거래 놀이터

MZ세대 중에서도 특히 10대에게 인기 있는 중고 거래 플랫폼은 무엇일까? 2011년 영국에서 시작된 디팝(Depop)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디팝의 1500만 명 활성 사용자(Active User) 중 26세 미만이 90%에 달할 정도다. 패션 미디어 더컷(The Cut)은 “디팝은 영국 15∼24세 소비자 3명 중 1명이 가입한 플랫폼”이라며 “디팝에 대한 영국 청소년의 관심은 틱톡이나 케이팝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패션의류와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을 취급한다.

디팝은 미국에도 진출해 현재 500만 명의 미국 내 사용자를 확보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와의 인터뷰에서 마리아 라가 CEO는 “미국 내 사용자가 2022년까지 1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 뉴욕 기반 미디어 더스트레티지스트(The Strategist)가 뉴욕 도심 지역에 사는 10대들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온라인 리세일 플랫폼을 조사해본 결과 디팝의 선호도가 31%로 가장 높았다. 2위는 이베이(28%)였고 엣시(Etsy, 20%), 포시마크(8%)가 그 뒤를 이었다.

디팝이 특히 10대에게 인기가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인스타그램의 미적 감각과 이베이 스타일로 중고 거래에 최적화된 기능을 잘 결합했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킹 기능도 갖췄다. 중고 패션 아이템을 사고팔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셀러를 팔로우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요즘 10대에게 소셜 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디팝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상품을 구경하고 타인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디팝 사용자들이 한 달 평균 주고받는 메시지와 팔로우 횟수는 총 8500만 회를 넘는다고 한다. 한편 올 6월 뉴욕 기반의 온라인 커머스 엣시(Etsy)는 Z세대 고객 기반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디팝을 16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고트
증강현실로 에어조던 신어볼 수 있어 Z세대의 각광받아

고트(Goat)는 운동화 전문 리세일 플랫폼이다. 정품 여부를 인증해줘 믿고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 엄청나게 다양한 브랜드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인기가 많다. 현재 확보한 사용자가 무려 2000만 명이고, 기업 가치는 37억 달러(약 4조4000억 원)로 평가된다. 고트의 특징 중 하나는 증강현실(AR)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2019년 10월 한정판 운동화를 신어볼 수 있는 ‘Try-on’이라는 AR 기반 기능을 론칭하고 나이키 에어조던 스타일(Air Jordan Styles), 덩크스(Dunks), 에어포스원(Air Force 1s) 등 한정판 모델을 가상으로 신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 덕분에 고트는 2019년 6월 앱 애니(App Annie)가 집계한 Z세대가 선호하는 쇼핑 앱 순위에서 8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5년 론칭 이후 총 1억 달러(약 1130억 원)를 투자받았다.

‘리세일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도 등장

위의 기업들보다 늦게 출현한 새로운 리세일 플레이어들은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보다 더 신박한 사업 모델을 의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개인 간 중고 거래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기존 브랜드와의 통합을 추진하는 등 기존 리테일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 방식을 활기차게 보여주고 있다.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흐름을 꼽을 수 있다.

브랜드에 ‘중고 거래 솔루션’ 제공

첫째, 중고 제품 리스트를 해당 브랜드의 웹사이트와 통합하는 일종의 ‘브랜디드 리커머스(Branded Recommerce)’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통합 리세일 플랫폼 리큐레이트(Recurate)가 이에 해당한다.

리큐레이트는 2019년 미국 워싱턴DC에서 창업했다. 창업 초기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파이 앱에 둥지를 틀었지만 곧 자체 플랫폼을 론칭했다. 올 4월 3250만 달러(약 37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때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애덤 시겔 CEO는 중고 시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자신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8 포시마크 같은 제3자 플랫폼을 통해 중고 거래가 확장되는 것은 환경보호 측면에서 반가운 일이지만 해당 브랜드는 중고 거래를 하는 소비자에 대한 인사이트도, 재정적 이익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리큐레이트는 브랜드의 웹사이트에 개인 간 중고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오픈해주고 마케팅과 상품 배송, 고객 서비스 등을 자신이 맡는, 일종의 중고 거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중고 거래를 포시마크 같은 전문 리세일 업체에 빼앗기는 대신 자체적으로 리세일을 통한 매출과 고객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리큐레이트는 RE/DONE, 우먼스(Womance), 브라스(Brass), 마라호프만(Mara Hoffman) 등의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브랜드의 중고 거래 플랫폼을 구축했다. 예를 들어 마라호프만 홈페이지의 ‘풀 서클(Full Circle)’이라는 메뉴에서 자신이 보유한 마라호프만 제품을 팔거나 이 메뉴에 오른 중고 제품을 살 수 있다. 중고 제품을 팔면 마라호프만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받는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 창업의 주요 동기였던 만큼 리큐레이트는 섬유 산업의 폐기물로 인한 환경 문제 해소를 위해 올 4월 미국패션디자이너이사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와 파트너십을 맺고 순환 패션(circular fashion)에 대한 강연 시리즈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중고 의류도 빌려 입으세요”

둘째, 리세일에 렌털을 접목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영국의 의류 렌털 플랫폼 마이워드롭(My Wardrobe HQ)은 올 4월 ‘마이벤처스(My Ventures)’라는 중고 제품 리세일 및 렌털 서비스를 론칭했다. 중고 물품에 ‘구입 전 착용해본다(try-before-you-buy)’는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마이벤처스는 브랜드 상품의 정품 인증을 꼼꼼하게 진행하고, 각각의 브랜드 성격에 맞는 리세일 시장이나 브랜드의 자체 리세일 온라인 상점에서 중고 제품을 판매한다. 또 상품이 판매되면 해당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발급해 고객 충성도를 높인다. 이와 비슷한 스타트업으로 엔들리스워드롭(Endless Wardrobe)이 있다. 이 업체는 알렉사 청(Alexa Chung), 프리 피플(Free People), 하우스 오브 서니(House of Sunny)같이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힙하다고 인식되고, 인스타그램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브랜드 중심으로 ‘렌털+리세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고 거래에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접목

셋째, 디지털과 AI를 이용해 디지털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어나더투마로(Another Tomorrow)와 리플런트(Reflaunt)라는 스타트업은 기술 스타트업과 협력해 고객에게 ‘디지털 여권’을 제공한다. 이 여권에는 고객이 구입한 옷의 생산 관련 공급망부터 리세일 여정의 기록이 담겼다. 개개의 아이템에 고유 아이디(ID)를 부여해 생산과 이동에 대한 정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한다. 이 정보를 각 아이템에 부착하는 QR코드에도 담는다. 고객은 간단하게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스캔해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투명성을 제공하는 기술 스타트업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어나더투마로는 고객의 체형 변화를 고려해 구입한 지 1년 안에 다른 사이즈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해 더욱 지속가능한 소비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럭셔리 패션의 ‘B Corp’ 9 를 추구한다.

한편 리플런트는 리세일 시장에서 발생되는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데도 주목한다. 사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매장 내 리세일 드롭오프(drop-off)’ 같은 서비스 도입이 더딘 편이다. 이에 리플런트는 △럭셔리 브랜드의 리세일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리세일 상품 판매 시 현금 대신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리세일 리스팅을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등 최고 24개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 업로드해준다. 브랜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리세일 관련 기술을 일종의 화이트 라벨링10 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리플런트는 2021년 2월 270만 달러(약 32억 원)의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이 스타트업에 투자자로 나선 이들로는 발렌시아가의 CEO, 스와로브스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지미 추의 전임 CEO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창업된 리백(Rebag)은 올 2월 세계 최초로 이미지 인식 AI ‘클레어AI’를 론칭했다. 11 리백은 2019년 ‘클레어’라는 가격 선정 기술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후 몇백만 개 이미지와 데이터로 훈련한 더욱 진화된 머신러닝 기술인 클레어AI를 선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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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AI는 50여 개 브랜드 가방의 중고 가격을 즉석에서 산정할 수 있다. 럭셔리 가방의 사진만으로도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인식하고 적정한 중고 가격을 산정하기까지 몇 초면 충분하다. 실물 없이 이미지만 있어도 된다. 소비자가 직접 카메라로 가방을 스캔하지 않아도, 지나는 길에 마주친 타인의 가방이나 매장에 비치된 핸드백을 카메라 렌즈에 비추기만 해도 가격이 추산된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소셜미디어 속 이미지, TV, 잡지 등에 등장한 가방도 가격 산정이 가능하다.

가방을 팔고자 하는 고객이 클레어AI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하면 무료 라벨이 생성되고, 해당 가방에 배송 라벨을 부착해 리백에 보내면 된다. 리백은 뉴욕,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에서 7개 매장을 운영하는데 고객이 매장에 가방을 갖고 와 현장에서 바로 가격을 산정받고 판매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리백은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들어 리세일 시장에서 가장 큰 관건인 투명성을 확보했다. 그뿐만 아니라 단순화된 프로세스를 통해 편의성을 높였다. 현재는 이 기술이 가방에만 적용되고 정확도가 91% 수준이지만 향후 적용 제품군을 확대하고 정확도도 높일 계획이다.

유연한 시각으로 리세일에 접근하는 법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새로운 후발 주자가 속속 등장하는 리세일 시장의 판도는 스타트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기성 리테일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애써 외면하기에 리세일은 돌이킬 수 없는 소비의 큰 흐름이 됐다. 리세일을 배척하기보다는 흡수하는 방향으로 유연한 시각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

이미 리세일 기업 간, 리세일 기업과 브랜드 간 합종연횡 사례들이 많다. 다양한 방식으로 중고 거래를 포용한다면 오히려 MZ세대를 포함해 고객을 더 늘릴 수 있다. 스레드업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업계 임원의 82%가 중고 거래 서비스와의 협력을 통해 매장 유입 고객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답했고, 66%는 이를 통해 환경보호에 긍정적 영향을, 58%는 젊은 소비자를 유입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소비자는 패션 상품을 중고로 구입하려는 의향이 62%로 다른 제품군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2 따라서 럭셔리 브랜드는 자체적으로 중고 제품을 되사주는 바이백(Buy-Back) 같은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리세일 플랫폼과의 협업도 좋은 전략이다.

한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중고 거래의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페이스북은 2016년부터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Facebook Marketplace)’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당근마켓처럼 자신의 주변 커뮤니티에서 중고 물품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로, 내 주변의 이웃과 상호 인증이 가능해 리스크가 감소된다는 측면에서 이미 하나의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은 2016년 겨울부터 쇼핑 기능을 테스트한 이후 2018년 쇼핑 탭을 추가했고, 2020년 7월에는 ‘샵(shop)’이란 이름으로 쇼핑 기능을 리뉴얼했다. 샵에 페이스북 페이(Facebook Pay) 기능도 포함했다. 인스타그램의 샵이 리세일 플랫폼은 아니지만 향후 리세일 업체들이 이곳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의 상품 거래가 신상품은 물론 중고 상품으로 확대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도 중고 거래 시장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중고 거래의 가장 큰 이슈인 정품 식별 및 인증을 상품 이력 추적에 이미 도입된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요소를 적용하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활용해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리세일 마켓을 이용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드물지만 재미를 더해 리세일을 활성화하려는 아이디어도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8년 창업한 패션 스타트업 포데이즈(For Days)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포데이즈 혹은 타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자사로 보내주는 고객에게 ‘스와프 크레디트(Swap Credit)’를 제공한다. 포데이즈가 제공하는 비닐봉지 ‘테이크 백 백(Take Back Bag)’을 이용해 중고 의류를 보내면 6∼20달러크레디트를 적립해준다. 쇼핑을 하면서, 또 의류 재활용에 참여하며 크레디트를 쌓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모은 크레디트는 포데이즈에서 제품을 구입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세일 콘셉트를 보다 더 큰 영역으로 진화시키는 것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중고차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카바나(Carvana), 페어(Fair), 브이룸(Vroom) 같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의 성장은 중고 거래의 영역이 소프트 굿즈(사용 기간이 3년 이하인 소모품)에서 하드 굿즈(사용 기간이 3년 이상인 상품)로 확장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트렌드다. 패션이나 자동차 외 다양한 상품군으로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지 말란 법은 없다.

리세일 전략,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해야

환경 폐기물의 주 생산자로 지목돼온 패션 기업들에 리세일을 수용하느냐는 중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소비자 인식 면에서도 그렇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베스티에르 컬렉티브가 공동으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7000명의 응답자 중 62%가 “리세일 업체와 협력하는 패션 브랜드 제품을 더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13

하지만 리세일 플랫폼을 이용하건, 브랜드의 자체 리세일 플랫폼을 이용하건 브랜드 입장에서는 리세일 시장의 성장으로 새 제품의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고 염려할 수 있다. 실제 위 보고서는 리세일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62%가 새것 같은 상태라고 명시한다. 이러한 이유로 리세일이 선순환이라기보다 선형의 유통 구조를 만들어간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버버리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더리얼리얼 같은 중고 명품 특화 리세일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맺으면 추가 매출은 물론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높일 수 있다. 또 일단 중고로 브랜드를 체험한 고객이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리세일 플랫폼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2020년 9월 에이치앤엠(H&M)이 소유한 패션 브랜드 코스(COS)는 자체 리세일 마켓을 영국과 독일에 론칭하며 코스의 중고 제품을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판매하고 새 제품을 사도록 동기부여하고 있다. 리세일 마켓은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리세일 시장이 기업에 가져다주는 이익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보다 더 큰 범위의 요소들이 섞여 작용하기 때문에 기성 리테일러나 브랜드가 리세일 사업을 수용하는 것은 단일한 관점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 리세일 시장에 진입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도, 혹은 기회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리세일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란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기업은 다양한 관점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리세일을 어떻게 수용 내지 활용할 것인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검수 능력과 인력, 관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 바이백 프로그램 등 자체 리세일 플랫폼을 도입하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리세일 전용 홈페이지를 오픈해주고 운영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는 리플런트나 리큐레이트 같은 리세일 솔루션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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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브랜드와 리세일 플랫폼의 합종연횡 활발

리세일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고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최근 주목할 만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났다. 바로 중고 거래 서비스와 레거시 리테일러의 협업이다.

이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가 스레드업이다. 재판매 서비스, 즉 RaaS(Resale as a Service)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추구하는 스레드업은 갭, 메이드웰, 월마트, 제이시페이 백화점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해 5월부터 스레드업이 여성/아동용 의류, 신발, 핸드백 액세서리 등 75만 개 제품을 월마트에 공급하고, 월마트는 이를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중저가 브랜드부터 구찌 같은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망라한다. 스레드업이 상품 퀄러티를 꼼꼼하게 체크할 뿐만 아니라 월마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해 편의성을 높였다. 35달러 이상 구입하면 무료 배송해주고, 반품은 월마트 및 스레드업 매장에서 무료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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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레드업은 중저가 패션 브랜드 메이드웰과 2019년 10월 ‘메이드웰 아카이브(Madewell Archive)’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는 메이드웰 일부 매장(뉴욕, 시카고, 캘리포니아)에서 메이드웰의 중고 청바지를 50달러에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스레드업에서 확보한 메이드웰 중고 청바지 중에서 메이드웰이 직접 스타일리시한 제품을 고르고 세탁한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예리한 취사선택과 꼼꼼한 검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2월 스레드업은 갭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고객은 자신이 보유한 중고 갭 상품을 스레드업에 보내면 스레드업이나 갭 브랜드(갭, 바나나리퍼블릭, 제니앤잭, 애슬레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디트를 받는다. 또 갭 소속 브랜드들의 매장에서 스레드업의 클린 아웃 키트를 픽업할 수있게 할 예정이다. 이로써 갭은 스레드업의 가장 큰 파트너십 상대가 됐다. 스레드업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갭을 통해 브랜드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 노드스트롬은 뉴욕 플래그십 매장에 ‘내일 만나(See You Tomorrow)’라는 자체 리세일 숍을 운영했다.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사장 올리비아 킴(Olivia Kim)이 주도한 콘셉트 매장으로, 여성/남성/유아 의류와 신발, 핸드백, 주얼리, 시계, 액세서리 등을 판매했다. 이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소비자가 노드스트롬에서 구매 후 반품했거나 약간의 손상을 입은 것들이다. 노드스트롬 퀄러티 센터(Nordstrom Quality Center)가 클리닝, 수선, 보완 등 품질을 꼼꼼히 검수한 뒤 재판매했다. 소비자가 자신이 입던 것을 갖다주고 기프트카드를 받아 간 중고 제품도 이곳에서 판매됐다. 노드스트롬은 중고 제품의 검수와 준비, 중고 명품의 경우 정품 인증을 위해 물류 스타트업 여들(Yerdle) 및 엔트러피(Entrupy)와도 협업했다. 한편 니만마커스 백화점은 온라인 중고 핸드백 리셀러인 패션파일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이처럼 기존 브랜드와 리테일러, 그리고 리세일 플랫폼들은 새로운 형태로 협업하거나 자체 매장을 오픈해 상품 노출과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증가하는 리세일 수요를 흡수하려는 이 같은 합종연횡은 앞으로 더욱 자주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지영 노스캐롤라이나대 마케팅학부 교수 jiyoung.hwang.retail@gmail.com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다. 2017∼2018 UNCG 우수 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가 있다.
  • 황지영 |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 마케팅 전공 부교수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에서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 『잘파가 온다(2023)』가 있다.
    jiyoung.hwang.ret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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