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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Brief-Case 1 : ‘슬기로운’ ‘응답하라’… CJ ENM의 프랜차이즈 IP 전략

수많은 성패 분석 통해 공감 스토리 집중
‘슬기로운’ 전략에 고객은 팬덤으로 ‘응답’

김종훈 |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슬기로운’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증명하며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IP(지식재산권)의 사례가 됐다. 프랜차이즈 IP의 대표적인 특징은 기존 이야기와의 연속성, 주요 출연진의 재출연을 바탕으로 검증된 인지도와 탄탄한 팬덤,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처럼 CJ ENM이 드라마, 예능 등 장르를 불문하고 프랜차이즈 IP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래전부터 수많은 콘텐츠 제작에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성공 확률을 높여 왔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시청자를 팬덤으로 전환해 화제성을 견인하고 △한국적이고 보편적 스토리를 앞세워 확장성을 높이고 △콘텐츠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성공 가능성을 예측했다. 아울러 크리에이터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투자 역시 성공 요인의 하나로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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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로 보는 프랜차이즈 IP의 힘

2021년 6월17일 방송을 시작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첫 방송부터 평균 10%, 최고 12.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1 이는 역대 tvN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1위에 해당하며 지난해 방송된 첫 번째 시즌의 첫 방송 평균 시청률 6.3%를 가볍게 뛰어넘은 수치다. 물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이후 1년간 이어진 시청자들의 관심과 화제성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나 장르물이 아닌 휴먼 드라마가 첫 방송부터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한국 드라마 역사상 흔치 않은 일이다. 또한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넷플릭스에서도 ‘오늘 한국의 TOP 10 콘텐츠’ 1위에 오르며 TV와 OTT 두 채널에서 모두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처럼 높은 시청률로 화제성을 증명하고 있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는 성공한 프랜차이즈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사례로 꼽힌다. 프랜차이즈 IP란 하나의 인기 IP를 시즌제, 스핀오프(원작의 등장인물과 상황에 기초해 파생된 작품), 리부트(원작의 설정과 틀을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만든 창작물) 등 다양한 변주를 통해 확대하고 재창조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세계적인 미디어 학자인 헨리 젠킨스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하나의 세계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하는 것을 ‘콘텐츠 프랜차이즈’라고 명명한 바 있다. 이 개념은 미디어의 확장, 이야기 자체의 확장을 모두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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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IP의 대표적인 특징은 기존 이야기와의 연속성, 주요 출연진의 재출연을 바탕으로 검증된 인지도와 탄탄한 팬덤,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또한 시즌 사이의 공백기 동안 역주행 다시 보기, 짧은 디지털 클립 등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가 추가로 유입되기도 한다. 이 같은 구조는 누적된 팬덤 기반의 문화를 창출한다. 가령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경우 ‘율제병원’이라는 장소와 스토리, 주조연 배우들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시즌 1과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여기에 1년이라는 공백 동안 차기 시즌을 간절히 기다린 충성도 높은 팬덤까지 존재한다. 프랜차이즈 IP의 필수 요소가 모두 갖춰진 셈이다.

프랜차이즈 IP는 시즌이 거듭되거나 변주를 더한 스핀오프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아무런 기반이 없는 일반 IP에 비해 시청률, 화제성, 커머스 판매량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 전 시즌에서 성과가 입증된 IP는 광고주들의 관심을 끌기도 쉽다. CJ ENM은 패키지 및 블록 단위로 광고를 판매하는데 전 시즌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콘텐츠에 대해서는 광고주들이 다음 시즌을 직접적으로 지명해 이를 포함한 패키지나 블록의 청약을 문의하곤 한다. 아직 편성이 확정되지 않아 패키지가 구성되지 않았는데도 제작 소식만으로도 광고주들이 선구매를 제의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회사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같은 경쟁력 있는 IP를 강조한 제안서로 효율적인 광고 집행을 유도할 수 있다. 실제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의 중간 광고 패키지 구성은 CJ ENM의 2021년 상반기 동일 패키지 단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성공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측면에서도 프랜차이즈 IP는 효과적이다. 해외 파트너사에 드라마의 대표적인 소재나 재미있는 에피소드에 대해 설명하기 수월하고, 시즌 1의 흥행 성공과 이어지는 후속 시즌 확정으로 콘텐츠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시리즈가 프랜차이즈 IP로 거듭날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바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를 향한 시청자들의 신뢰다. ‘응답하라’와 ‘슬기로운’ 시리즈 등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해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신드롬 수준의 시청 열기를 보이고 있다. 세 번의 시즌에 걸쳐 선보인 ‘응답하라’ 시리즈는 시대별 추억을 건드리며 시즌이 지날수록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2년 방송한 ‘응답하라 1997’의 최고 평균 시청률은 5.1%, 2013년 방송한 ‘응답하라 1994’의 최고 평균 시청률은 8.8%, 2015년 방송한 ‘응답하라 1988’의 최고 평균 시청률은 18.8%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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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거듭할수록 광고•협찬, 콘텐츠 판매 등 수익도 늘어났다. ‘응답하라 1988’의 매출액은 첫 번째 시즌인 ‘응답하라 1997’과 비교해 약 6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드라마가 방영됐던 2015년 기준 그해 드라마 평균 매출액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응답하라 1988’의 콘텐츠 해외 판매액 역시 ‘응답하라 1997’과 비교해 6배 이상의 성과를 냈다. 이렇듯 앞선 ‘응답하라’ 시리즈 3 연속 성공으로 쌓은 제작진에 대한 신뢰는 ‘슬기로운’ 시리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슬기로운’ 시리즈 역시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 2020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2021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차례로 시청률, 화제성, 매출 측면에서 계단식 성장을 보였다.

CJ ENM의 프랜차이즈 IP 성공 요인

‘슬기로운’ ‘응답하라’ 시리즈의 IP를 보유한 CJ ENM은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IP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다. ‘비밀의 숲’ ‘보이스’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드라마,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나 정종연 PD의 ‘대탈출’ 같은 예능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시즌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2000년 이후 5000여 개에 달하는 IP를 축적했다. 그렇다면 CJ ENM이 이 분야의 선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오래전부터 수많은 콘텐츠 제작에 도전해 성패 요인을 분석, 실질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를 점점 줄이고 성공작을 만드는 확률을 높여왔다. 또한 △시청자를 팬덤으로 전환하고 △한국적이고 보편적 스토리를 앞세우고 △콘텐츠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프랜차이즈 IP 성공 전략으로 꼽힌다. 각각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CJ ENM은 시청자를 팬덤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팬덤이 프랜차이즈 IP 성공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라는 것과 관련이 깊다. 일반적인 시청자는 단순히 시청하는 것으로 콘텐츠 소비를 끝낸다. 이에 반해 팬덤은 계속해서 콘텐츠를 언급하는 빈도를 높여가며 화제성을 견인하고 본인이 소유할 수 있는 굿즈까지 적극 구매한다. 나이가 젊은 시청자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보는 것을 넘어 마음에 드는 콘텐츠의 팬덤에 속하기를 자처하고 활발히 활동한다. 이처럼 탄탄한 팬덤이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시즌, 부가 영상 제작 등 프랜차이즈 IP가 탄생할 수 있다.

이렇게 한 번 형성된 팬덤을 계속 확대, 강화할 수 있다는 게 프랜차이즈 IP의 강점이다. 프랜차이즈 IP는 해당 IP가 지닌 강점을 소진하지 않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기존 시청자층과 더불어 새 시즌으로 시청자층을 확대하고 강화할 수 있다. 팬덤은 확고한 취향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콘텐츠의 세계관에 놀랍도록 몰입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이들이 세계관 안에서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주고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충성도 높은 팬덤이야말로 프랜차이즈 IP의 세계관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팬덤을 견고히 다지며 프랜차이즈 IP의 저력을 보인 대표 콘텐츠가 바로 ‘신서유기’다. 고전 ‘서유기’의 주인공을 콘셉트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신서유기’는 2015년 디지털로 첫선을 보인 뒤 총 13번의 시리즈를 연쇄적으로 성공시켰다. 단지 오리지널 IP를 시즌제로 선보이는 것을 넘어 출연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활용해 외전과 스핀오프까지 제작해 브랜딩을 확장했다. ‘신서유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비결로는 SNS 활용을 빼놓을 수 없다. ‘신서유기’는 팔로워 40만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공식적이고 정제된 포스팅 대신 휴대폰으로 촬영한 현장 사진을 업로드하고 구독자들을 ‘친구들’이라고 부르며 편하게 말을 건다. 이렇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 팬들 역시 반말로 댓글을 달고 이벤트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팬들의 결집 장소처럼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 매출 성장세만 비교했을 때 2015년 시즌 1에 비해 2020년 ‘신서유기8: 옛날옛적에’의 평균 가구 시청률은 1.9배, 매출액은 7.8배 늘었다. 이렇게 결집된 팬덤은 커머스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G마켓, CU, 슈펜, 롯데제과 등의 브랜드와의 수많은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출시됐다. 2020년 슈펜과의 협업에서만 티셔츠, 백팩, 모자, 마스크까지 총 72종의 상품이 출시됐을 정도다. 올해 OTT 플랫폼인 티빙 오리지널로 제작된 ‘신서유기 스페셜: 스프링 캠프’의 경우 티빙 공개 시점 전후로 이전 시즌의 시청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이는 새로운 시즌의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이전 시즌 콘텐츠로의 관심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반영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SNS를 활용한 부가 콘텐츠로 팬덤을 다진 프랜차이즈 IP 사례다. 제작진은 시즌과 시즌 사이 공백기 동안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서 드라마 편성 시간과 같은 매주 목요일 밤 ‘슬기로운 하드털이’라는 디지털 콘텐츠를 공개했다. 이 ‘슬기로운 하드털이’는 콘텐츠의 확장을 통해 팬덤 이탈을 막고, 오히려 새로운 시청자 유입을 도왔다. 제작진은 실제 드라마 제작 과정의 비하인드 영상, 캐릭터들의 매력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메이킹, 출연진이 캐릭터에 녹아드는 과정이 담긴 대본 리딩 등의 부가 콘텐츠를 매주 공개해 화제성을 유지해나갔다. 시즌 2가 공개되기 전에는 주요 출연진이 함께 캠핑을 떠난 ‘슬기로운 캠핑생활’을 제작하기도 했다. 40여 편이 넘게 공개된 ‘슬기로운 하드털이’는 프랜차이즈 IP로서 영역 확장은 물론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대한 몰입감과 애정도를 높이고 다음 시즌까지 기다림을 즐겁게 만드는 매개가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둘째, 한국적이고 보편적인 공감 스토리에 집중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IP들을 살펴보면 대개 히어로물, 블록버스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CJ ENM 프랜차이즈 IP의 경우 한국의 정서가 담긴, 소위 ‘우리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는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다. 제작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높이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20년 지기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건 중심의 자극적인 이야기 대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야기가 확장될 수 있다. 사건이 종결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각 인물은 극 안에서 성장하고 관계 맺으며 촘촘한 캐릭터로 성장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옆에 살아 숨 쉬는 친구처럼 느껴질 정도다.

마찬가지로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했을 뿐 ‘우리네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고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 ‘막돼먹은 영애씨’도 평범한 30대 여자의 일과 사랑을 그리며 롱런한 바 있다. 이처럼 소소한 이야기로도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감 있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 철저한 고증을 통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고 내가 사랑하고 응원할 수 있는 캐릭터들을 설정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셋째, 콘텐츠 가치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측정 시스템을 구축했다. CJ ENM은 시청률이라는 한 가지 지표만이 아니라 광고 판매, VOD 수익, 해외 판매, 디지털, 부가 매출 등 종합 지표 ‘CTVI(Contents Total Value Index)’를 모니터링함으로써 성과 분석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CTVI’는 프랜차이즈 IP로서 콘텐츠의 가능성을 체크하는 데 유용하다. 일례로 ‘대탈출’의 경우 유기적 연결 구조가 강한 스토리의 특성상 VOD 시청 성과, 디지털 조회 수 성과가 타 콘텐츠 대비 월등히 높다. 실제로 ‘대탈출3’은 지난해 tvN 예능 VOD 부문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선정된 바 있다. 이렇듯 시청률이라는 단일 지표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프랜차이즈 IP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각도 분석 측정은 쓰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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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소비 환경의 급변으로 시청률이나 광고 수익 같은 기존 수익 측정 지표 외에 새로운 평가지표를 통한 콘텐츠 가치 측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따라서 다각화된 지표 모니터링 및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시장에 적합한 콘텐츠를 평가하고 향후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상황하에 CJ ENM은 콘텐츠 가치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종합 지표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적극 활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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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프랜차이즈 IP에 대한 다각도 유형 분석은 향후 새로운 IP 론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령 디지털에서 강력한 팬덤과 성과를 확인한 ‘대탈출’의 정종연 PD는 티빙에서 ‘여고추리반’을 새롭게 선보이며 추리 예능 세계관을 더욱 확장했다. 실제로 ‘여고추리반’은 처음부터 티빙 VOD 시청 데이터에 기반해 ‘대탈출’ 이용자와 2039 여성 이용자 맞춤형으로 기획, 제작됐다. 그 결과 ‘여고추리반’은 티빙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종영과 동시에 시즌 2 제작까지 확정 지으며 프랜차이즈 IP 대열에 합류했다 닐슨코리아는 티빙의 지난 5월 MAU(Monthly Active User,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334만 명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데이터 기반의 타깃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활발하게 내놓으면서 가입자를 끌어모은 결과로 보인다. 티빙이 지난해 10월 CJ ENM에서 분사해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11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마지막으로, 크리에이터를 향한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크리에이터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마음껏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제작 환경을 보장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프랜차이즈 IP 성공 요인이다. 성공한 콘텐츠의 배경에는 제작진이 있고, 제작 역량의 강화에는 인적, 물적 투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에이터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는 인적 투자, 좋은 퀄러티의 IP 제작을 위해 시스템과 인프라를 완비하는 물적 투자는 IP 확보의 선결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CJ ENM은 700명 이상의 내부 크리에이터를 확보해 육성하고, 수많은 외부 크리에이터와의 계약 및 투자를 통해 CJ의 제작 생태계로 유입했다. 웰메이드 프랜차이즈 IP의 생산, 궁극적으로는 충성 고객 확보와 채널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크리에이터 풀을 조성한 것이다.

한국형을 넘어 글로벌 프랜차이즈 IP로

전 세계적으로 IP 확보 전쟁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콘텐츠 회사들이 웰메이드 IP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에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올해 4월 발행한 ‘미디어 이슈 & 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대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저마다 각기 다른 자신의 강점을 활용해 고유의 IP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즈니는 오랜 기간 축적된 프랜차이즈 IP와 팬덤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을 쓴다. 그리고 수직-수평 계열화된 디즈니의 IP 생태계로의 잠금 효과(lock-in)를 높이는 팬덤 플랫폼으로 직접 론칭한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Disney+)를 활용한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를 최적화하는 멀티 플랫포밍(multi-platforming) 전략을 구사하고, 기존 IP를 다양한 형태로 재창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1년 기준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하겠다고 밝힌 오리지널 콘텐츠는 42편으로, 이 중 40%가 넘는 18편이 자사의 IP를 활용한 스핀오프 또는 리부트 작품이다.

이처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프랜차이즈 IP의 확장을 꿈꾼다. 콘텐츠의 생명을 연장하고 그 가치를 끌어올림으로써 LTV(Lifetime Value, 가치주기)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해외에서 디즈니가 프랜차이즈 IP 다각화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CJ ENM이 LTV 극대화를 앞세우며 프랜차이즈 IP 확보와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응답하라’ ‘슬기로운’ 등의 단일 IP를 시리즈화하고, ‘신서유기’에서 처음 선보인 세계관을 ‘강식당’ 같은 다른 예능으로 확장하고, ‘방법’처럼 같은 스토리로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제작하고, 굿즈를 판매하는 일련의 전략 모두 LTV 극대화를 위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CJ ENM은 올해 5월 비전스트림 행사를 통해 올 한 해만 8000억 원을, 향후 5년 동안에는 5조 원 규모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CJ ENM이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프랜차이즈 IP의 성공 방정식을 입증해 낼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종훈 CJ ENM IP운영 사업부장 jonghoon.kim@cj.net
김종훈 부장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을 졸업했다. 1999년 MBC 입사, 2007년 seed 미디어 대표이사를 거쳐 2011년 CJ ENM에 합류했다. CJ ENM에서 tvN 책임 프로듀서, 제작사업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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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의 프랜차이즈 IP 전략에 대한 평가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프랜차이즈 IP가 중요한 이유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있어 프랜차이즈 IP는 경제적으로 자족한 상태, 즉 지속가능한 자립의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무비의 대명사인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는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면서 더 이상 다른 광고나 협찬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자기 완결성을 갖추게 됐다.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 유로 축구대회가 자체 일정에 맞춰 대회를 개최해도 수많은 후원사, 중계권 판매 및 상품 판매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흥행 자체가 곧 본원적 콘텐츠(primary content)가 돼 여러 파생 수익원을 낳게 되는 것이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쥬라기공원, 마블 히어로물, 스타워즈, 미션임파서블 등의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이들 프랜차이즈 IP는 스스로 제1 슈퍼 소스(one super source)로서 그 어떠한 플랫폼, 채널, 유통 시스템에도 휘둘리지 않는 독자성을 가진다. 이는 곧 콘텐츠 IP 보유자가 사적 계약과 같은 모든 협상에 있어 아웃사이더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히 고객, 독자, 이용자들의 입김에 따라 굴절되거나 손상되지 않고 좀 더 영향력 있는 서비스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프랜차이저 IP에 못 미치는 스몰 콘텐츠들은 수익 모델의 압박 때문에 PPL, 스폰서, 편성권자, 스타 시스템에 예속이 되거나 휘둘리기 쉽다. 그러다 보면 원천적인 미학적 가치, 사회 문화적 가치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고 브랜디드 콘텐츠(branded content)로 위축될 위험이 있다.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IP가 나오지 못했던 이유

그런데 한국의 경우 그동안 콘텐츠의 본원적 가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오랜 기간 콘텐츠를 편성 권력, 광고주나 협찬사 등 자본 권력, 인터넷 모바일 유통 권력에 부속된 액세서리로 치부해왔다. 가령 MBC ‘전원일기’는 21년간 방영되는 동안 프랜차이즈 IP로 레벨업할 수 있는 몇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했다면 방송사는 물론이고 출연 배우, 제작진, 예비 배우 지망생들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공중파 방송의 공공성에 대한 병적 집착과 반시장주의 신념 및 정서가 너무 강했고, 미디어 구성원들의 자기 검열도 심해 운신의 폭이 좁았다. 스타 PD, 프랜차이즈 IP 육성을 통해 투자 및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시대에 맞게 편집 관행을 개선하지 못했고, 극 중 캐릭터 모두에 시간을 할애하는 고루한 패턴을 고수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긴장도와 재미를 놓치고 말았다.

CJ ENM의 프랜차이즈 IP 전략에 대한 평가

그런 의미에서 CJ ENM은 기존 공중파의 시대착오적 행보에서 탈피해 앞서 언급된 ‘슬기로운’ ‘응답하라’ ‘신서유기’ ‘대탈출’ 등의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한국형 프랜차이즈 IP로 승격시켰다는 점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KBS 출신의 신원호, 나영석 PD가 이적 이후 IP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만 봐도 크리에이터에 대한 지원과 인적, 물적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울러 미디어 경영 관리 측면에서도 프랜차이즈 IP의 강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거래 비용을 과감하게 줄이고 통제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확보한 것이 눈에 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만 봐도 시즌 1부터 이어지는 율제병원이란 장소, 같은 출연진, 연속적인 스토리 등이 신규, 추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했다.

다만,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이렇게 절약된 비용이나 잉여 자원은 완전히 새롭고 창의적인 도전에 써야 한다. 비용 절감분을 상회하는 공격적인 투자야말로 프랜차이즈 IP의 유일한 취약점인 진부함이나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매번 기상천외한 로케이션으로 팬들을 세계 일주시켜주고 투자 대비 더 큰 수익을 거뒀듯이 CJ ENM 역시 명확한 부가가치 전략을 보여줘야 한다. 장소 세팅이든, 작가든, AR/VR/메타버스 같은 신기술이든 계속해서 도전을 이어나갈 때 국내를 넘어 글로벌 프랜차이즈 IP 명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ssmin@sungshin.ac.kr
심상민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MBA를,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경제신문 기자,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수석연구원,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행 등을 거쳤다. 주요 저서로 『컬쳐 비즈니스』(2008),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이해』(공저, 2007), 『미디어 기업의 수익 다각화』(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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