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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for Discussion: 면도용품 D2C 구독 서비스 ‘와이즐리’의 성장 전략

“면도날 유통비 아껴 고객에게 혜택을”
구독 고객들, 재구매율 93%로 답하다

이규열 | 325호 (2021년 0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면도용품 D2C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와이즐리는 다음과 같은 독자적인 비즈니스 선순환 전략 ‘플라이휠’을 구축해 빠른 성장과 시장 확장을 이뤘다.

1. 저비용 구조: 초기 D2C 모델을 통해 물류비를 감축하고 추천과 재구매를 통해 마케팅비를, 교차 구매를 통해 물류비 절감을 이룬다.

2. 고객 경험 재투자: 저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제품 가격은 유지하되 제품, UI/UX 등을 꾸준히 개선해 고객 경험을 향상한다.

3. 만족: NPS로 주요 고객 여정별 만족도를 항시 조사하고 분석해 고객 경험 개선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4. 추천, 재구매, 교차 구매: 기존 고객 중심 마케팅과 NPS 중심의 의사결정은 추천을 활성화한다. 구독 모델은 저관여 소비재 제품의 중립 고객의 재구매를 이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고객들의 요청으로 신제품과 브랜드를 출시해 교차 구매를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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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면도기 시장, 우리가 바꿔보려 합니다.”

면도용품 D2C(Direct to Consumer)1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와이즐리(Wisely)’가 2018년 고객들에게 제품과 함께 보낸 ‘창업자들이 보내는 편지’의 첫 구절이다. 2018년 와이즐리는 높은 유통비, 마케팅비 등으로 가격 거품이 심한 면도기 시장에 D2C 구조로 유통비를 줄이고 제품 원가와 품질을 높인 면도용품을 출시했다. 그리고 출시 2년 만인 2020년, 독과점 시장인 날 면도기 시장에서 점유율 4위(6%)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2 그러나 내부에서는 빠른 성장을 오히려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원을 최대한으로 쏟아부어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스타트업의 ‘버닝’ 전략3 을 따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성장만을 바라보다 안정적인 비즈니스 구조를 갖추지 못한 기업은 이내 무너지기 마련이다. 와이즐리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김동욱 대표도 “와이즐리 역시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며 빠른 성장만을 따르다 ‘버닝의 딜레마’에 갇힐 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와이즐리는 면도용품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 작년 대비 3.3%p의 점유율 성장을 보이며(9.3%) 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구독 고객의 재구매율은 93%에 달해 막강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신규 고객 중 약 30%가 기존 고객의 추천으로 유입되는데 보통 업계 평균은 10% 정도다. 최근에는 고객들이 먼저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남성용 화장품, 헤어케어 브랜드까지 론칭했다. 김 대표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과 소통하며 규모와 시장을 넓히는 와이즐리만의 전략으로 비즈니스의 선순환의 바퀴를 뜻하는 ‘플라이휠(flywheel)’을 꼽았다. 또한 와이즐리가 단기적인 성과를 넘어 장기적인 성장을 바라보게 만드는 원동력 역시 플라이휠에 있다고 밝혔다. DBR가 김 대표를 만나 와이즐리의 플라이휠 전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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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구조를 뒤집는 혁신 스타트업

와이즐리를 창업하기 전 김 대표는 P&G,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재 사업 경험을 쌓았다. 이때 소비재 제품의 가격에서 제품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20%인 반면 광고비, 유통비, 영업이익 등이 나머지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계적인 소비재 회사 P&G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경영인 A.G 래플러는 2008년 그의 저서 『The Game-Changer』(국내 미발간)에서 P&G의 사업 모델을 밝혔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량 생산하고 대량 유통한다. 둘째, 리테일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매대 싸움에서 최고의 자리인 소위 ‘골든존’을 차지한다. 셋째, 광고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 소비자들이 제품을 보자마자 집게 만든다. 외부 유통망을 통해 저관여 소비재 제품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소비재 기업이 따르는 공식이다.

이 모델의 부산물은 고비용 구조다. 월마트와 같은 거대 유통업체에서 경쟁사보다 더 좋은 자리에 더 많은 제품을 깔기 위해서는 전체 제품 가격의 50%가량을 유통업체에 떼 줘야 한다. 광고에도 어마어마한 비용을 쓰다 보니 P&G는 실제 전 세계 거대 광고주 중 하나다. 이 같은 유통비, 광고비는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돼 고객에게 전가된다. 거의 모든 남성이 일주일에도 수차례 사용하는 면도날이 시중에서 비싼 값에 판매되는 이유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2010년 창업한 미국의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은 월 구독료 1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윤활 바, 헤드 등 가장 기본적인 기능만을 갖춘 면도날을 D2C 구독 모델로 선보였다. 2012년 3월, 달러셰이브클럽은 4500달러(약 500만 원)를 들여 B급 광고를 발표했다. 예산 부족으로 창업자 마이클 더빈이 직접 광고에 출연했는데 그는 “유명 면도기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지출하는 비용 월 20달러 중 19달러가 광고 모델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광고가 업로드된 다음 날 아침 달러셰이브클럽의 홈페이지는 마비됐고, 이틀 만에 1만2000명의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13∼2015년 달러셰이브클럽의 연간 매출이 2000만 달러에서 1억5300만 달러까지 급성장하는 사이, 압도적 시장 1위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은 67%에서 54%까지 떨어졌다. 이듬해인 2016년, 달러셰이브클럽은 질레트의 모기업 P&G의 최대 경쟁사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인수됐다.

달러셰이브클럽의 성공 신화가 알려지자 가성비를 내세운 면도날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생겨났다. 한국에도 2016년 핸섬박스, 블락 등의 회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제2의 달러셰이브클럽’이라는 칭호를 얻는 데 성공한 기업은 없었다. 로컬 소비자의 통점에 대한 고민 없이 달러셰이브클럽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기 때문이다. 달러셰이브클럽이 미국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구독을 통한 ‘배송 서비스’다. 가까운 마트에 가기 위해 20분을 운전해야 하고, 마트에서도 직원이 자물쇠를 풀어 줘야 면도날을 구입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달러셰이브클럽의 저렴한 제품 가격보다는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더 유익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골목마다 편의점이 있는 한국에서 ‘간편한 배송 서비스 덕분에 면도날을 사러 집 밖에 나갈 필요 없다’는 메시지는 주효하지 않았다. 블락은 시중보다 30%가량 저렴한 면도날을 출시, ‘예쁜 면도기를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모토로 여성 소비자를 타기팅하는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시도했다. 그러나 ‘품질이 애매하다’는 평과 함께 외부 유통망을 넓혀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달러셰이브클럽만큼 파격적인 수준까지 가격을 낮추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2017년,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재 담당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김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달러셰이브클럽 모델의 큰 소구점이 가성비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 본인도 대학생이 되고 처음 자취를 시작하면서 8개가 들어 있는 패키지 하나에 4만9900원에 달하는 면도날을 새로 구입하기 부담스러워 녹슬 때까지 사용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김 대표는 D2C 모델을 통해 유통비를 줄여 획기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면도날을 판매할 수 있다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면도용품 D2C 사업이 잘 소구할 것이라 생각했다.

김 대표는 업계의 한 선도 업체가 면도날을 납품받는 독일의 한 공장과 계약을 시도했다. 칼, 가위 등 날붙이 산업이 발달해 ‘칼의 도시’라 불리는 졸링겐 지역에서 면도날만 100년 동안 만든 전통 있는 최고급 면도날 전문 공장이었다. 하지만 공장은 먼 나라에서 온, 심지어 법인도 없는 김 대표와 계약을 맺고 싶어 하지 않았다. B2B 계약은 이런 이유로 불발됐지만 2017년 3월, 김 대표는 개인 소비자 자격으로 총예산 3000만 원을 들여 최고급 3중 면도날과 5중 면도날을 구입했다.

막상 집에 면도날이 도착하니 진짜 사업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김 대표는 그해 4월 회사를 퇴직하고 두 달의 준비를 거쳐 6월, ‘스퀘어셰이브’라는 이름의 베타 서비스 브랜드를 선보였다. 가격은 시중 대비 두 배 이상 저렴하게 책정했다. 페이스북 유저 사이에서 “진정한 한국의 달러셰이브클럽이 나타났다”며 입방아에 오른 스퀘어셰이브는 론칭 후 두 달도 안 돼 준비한 물량을 전부 소진했다.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P&G 근무 시절 동료인 전영표 이사(현 와이즐리 COO), 구글 코리아에서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던 김윤호 팀장(현 와이즐리 프로덕트 및 마케팅 팀장)을 공동 창업자로 영입했다. 면도날을 단기간에 팔아 치운 실적을 앞세워 독일 공장과도 정식 B2B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세 명의 공동 창업자는 제품 가격 중 80%를 제품 원가에 쏟아 고객에게 혜택을 되돌려주자는 목표를 갖고 2017년 9월 와이즐리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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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첫 면도기 제품을 정식 출시한 와이즐리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갔다. D2C 기업은 사업 초기에 외딴 섬 같은 자사 홈페이지에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스스로를 알려야 한다. 당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카드 뉴스 콘텐츠 마케팅이 성행했다. 와이즐리 역시 경쟁사 대비 절반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과 독일산 고품질의 제품임을 내세워 맞섰다. “현명한 소비자들이 동참해달라”는 와이즐리의 카드 뉴스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5만4000개 이상, 공유 2만2000개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와이즐리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톡톡한 공을 세웠다. 실제 제품을 받은 고객들은 ‘창업자들이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가성비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재확인했다. 이러한 창업자들의 진정성을 응원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용 후기를 올리는 바이럴이 이뤄졌다. 면도날 교체 시기를 문자로 알려주고, 면도날이 떨어질 쯤 새 제품을 배송해주는 등 정기 구독 서비스도 소비자들의 편리함을 증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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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즐리는 제품을 출시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난 2018년 2월 초, 수요 예측에 따라 제작한 두 달 치 재고를 3일 만에 다 팔아 치웠다. 2018년 말에는 면도 시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셰이빙젤과 에프터셰이브를 출시해 제품군을 확장했다. 또한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등 국내 대표 스타트업들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로부터 시리즈A를 유치했다. 그리고 출시 약 2년 만인 2020년 2월, 질레트가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독과점이 심하다고 알려진 국내 날 면도기 시장에서 점유율 4위(6%) 업체로 우뚝 섰다. 특히 ‘거품 없는 가격에 품질 좋은 면도기’를 모토로 삼은 것은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어 20대 고객 내 점유율은 10.3%에 달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소비자 점유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4

위대한 기업의 비결, 플라이휠 설계하기

와이즐리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던 중 내부에서는 와이즐리가 장기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어필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매출, 고객 수와 같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하기 쉽다. 와이즐리 역시 카드 뉴스 광고를 통해 단기간 내에 이름을 알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광고 채널과 광고비 지출을 늘려 나갔다. 제품 원가의 비중을 점차 높여나가는 비용 구조 역시 영업이익을 포기하거나 광고비 지출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이룰 수 없어 보였다. ‘제품 가격 중 80%를 고객에게 돌려주고, 고객들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사명이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갖는 직원들도 생겼다. 팬데믹이 덮치면서 버티지 못하고 도산한 회사들의 이야기도 스타트업 업계에 퍼지게 되면서 와이즐리가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을지 구성원들의 걱정이 가중됐다.

2020년 8월, 김 대표는 와이즐리의 사명을 이루고, 장기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전 이사와 함께 빠른 시간 안에 혁신을 이룬 동시에 지금은 안정궤도에 오른 기업들을 스터디하며 이들의 성장 방정식을 정리했다. 두 사람은 그 답이 바로 플라이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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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광고비에 부담을 느끼던 와이즐리에 테슬라의 플라이휠은 큰 영감을 줬다. 테슬라의 플라이휠은 기술 혁신과 수직적 통합 체계에서 시작된다. 테슬라는 사업 초기 전통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할 때, 차별화된 제품에 소비자들의 유인이 큰 프리미엄 라인을 공략하기 위해 R&D에 집중했다. 보통 자동차 업체가 소재 및 부품을 하청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것에 반해 최고의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테슬라는 자체 AI 반도체, 차체 하드웨어 등을 직접 개발해 수직적 통합 체계를 마련했다. 테슬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한 것은 물론 전기차 업체들 사이에서 기술적 우위를 차지하며 혁신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몇 년마다 차를 업데이트하는 일반적인 자동차 업체들과는 달리 테슬라는 언제나 플라이휠의 출발점인 ‘자신들만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힘쓴다. 그 결과 테슬라에선 선순환이 끊이지 않고 더 큰 혁신이 스노우볼처럼 항시 굴러갈 수 있게 됐다.

김 대표와 전 이사는 그간 와이즐리가 이룬 사업적 성과를 되짚어보며 와이즐리 내에도 테슬라와 같이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데 효과적인 플라이휠이 숨어 있는지 탐구했다. 두 사람은 창업 첫날로 되돌아가 창업 당시의 마음가짐과 목표를 상기했고, 처음 고객들이 지금보다 훨씬 어설펐던 와이즐리를 왜 선택했는지 반추했다.

생각해볼수록 답은 명쾌했다.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혁신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준다는 와이즐리의 당찬 선포에 고객들이 두터운 지지를 보낸 덕분이었다. 실제 와이즐리의 고객들은 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무작위 고객들을 대상으로 5개 정도의 항목으로 진행되는 만족도 조사 응답률은 10%대다. 보통 유인책으로 보상을 지급하는 비슷한 분량의 조사 응답률이 1% 내외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며 와이즐리의 개선에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신호다. 형식에 메이지 않고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어 둔 ‘창업자 메일’로도 매달 50∼60개의 메일이 들어온다. 당장은 단기적인 매출을 높이는 데 주력하며 사업적 성과를 거뒀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 주 동력은 본연의 가치와 목표에 집중해 고객들에게 개선된 경험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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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고객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는 테슬라의 플라이휠이 그 출발점을 기술에 뒀다면 와이즐리의 플라이휠은 D2C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정의했다. D2C를 통해 유통비를 아끼고 이렇게 형성한 저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고객 경험에 재투자해 고객들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들은 구독을 연장 또는 제품을 재구매를 하거나 SNS나 지인에게 제품을 추천한다. 셰이빙젤, 에프터셰이브 등 와이즐리 내 다른 제품을 교차 구매하기도 한다. 고객들의 재구매가 늘어나고 추천이 활발해지면 마케팅비를, 교차 구매가 발생하면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비용 구조가 다시 개선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플라이휠을 돌리는 와이즐리의 비즈니스 액션

1. 저비용 구조

저렴한 가격은 유지하되 제품 원가를 높여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저비용 구조가 뒷받침 돼야만 한다. 과거에는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광고에 의존했지만 추천과 재구매를 통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자는 목표가 생기자 마케팅 전략도 재설계했다. 특히 추천을 통해 신규 고객을 끌어오는 일이 실현되면 광고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였다. 2020년 4월, 와이즐리는 성능을 개선한 2세대 면도기를 출시하며 기존 정기 구매 고객 전원에게 신제품을 증정했다. “굉장히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고객들 덕분에 더 좋은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는 내용의 편지도 함께 보냈다. 당시 고객들이 “내가 업어 키운 와이즐리가 이렇게 성장했다”며 SNS에 활발하게 올린 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광고를 집행하면 그 광고비는 고스란히 광고 플랫폼인 해당 SNS가 차지한다. 이 비용을 기존 고객에게 돌려주는 마케팅 플랜을 펼치고, 감동한 고객들로부터 재구매와 추천을 동시에 끌어내는 것이 와이즐리의 마케팅 신(新)전략이었다.

2021년 5월, 와이즐리는 브랜드 확장에 나서며 남성 화장품 구독 서비스 ‘오픈워크(Openwork)’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를 정식 론칭하기 직전, 이번에도 기존의 와이즐리 고객 모두에게 신청을 받아 체험 세트를 제공했다. 공짜로 양질의 제품을 받은 충성 고객들은 와이즐리와 오픈워크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며 재구매와 추천에 나섰다. 실제 2021년 6월 말 기준, 오픈워크의 체험 세트를 받은 고객 중 77%가 구독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와이즐리의 충성 고객들이 SNS, 블로그 등에 이 제품을 추천하며 후기를 남긴 것이 실제 매출로 이어졌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적용한 이후 신규 고객들의 유입 경로를 분석해본 결과, 30%가량이 기존 사용자들의 추천을 통해 와이즐리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와이즐리에 따르면 보통 경쟁사의 경우 이 비중은 10% 정도다. 데이터를 통해 바이럴의 효과를 체감한 와이즐리는 전체 매출액 대비 광고비를 30%에서 10%까지 줄이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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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와이즐리의 물류비 절감은 교차 구매를 통해 실현된다. 국내에선 무게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제품의 부피와 상관 없이 한 번 상품을 보내는 데 약 2000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따라서 객단가가 높아질수록 물류비를 아낄 수 있는 구조다. 면도기, 면도날, 셰이빙젤, 에프터셰이브 등 면도용품만 다룰 때의 객단가는 1만 원 안팎이다. 오픈워크 제품을 함께 이용하는 고객의 경우 그 비용이 3만 원 수준까지 올라간다. 곧 정식 론칭을 앞둔 헤어케어 브랜드 ‘헤드웍스(Headworks)’ 제품과 개발 중인 덴탈 케어 브랜드가 더해지면 객단가 역시 높아지고, 물류비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제품이 다양해지면 제품별 재구매 시기가 상이해져 오히려 물류비가 증가할 수도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고객에 따라, 심지어는 계절에 따라 제품을 재구매하는 기간이 달라지기도 한다. 효과적인 물류비 감축을 도모하기 위해 와이즐리는 고객별 소비 패턴을 파악해 최적의 주문 플랜을 고객에게 먼저 제안, 배송 횟수를 줄이는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와이즐리는 제품 가격에서 제품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끌어올리며 저비용 구조를 더욱 탄탄히 만들고 있다.

2. 고객 경험 재투자

이처럼 저비용 구조를 통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고, 제품의 원가를 늘리게 되면 품질 역시 꾸준히 개선될 수 있다. 김 대표는 “제품 가격에서 재무적으로 고객에게 돌아가는 비율 자체가 커져야 고객 경험에 재투자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플라이휠의 앞 과정인 비용 구조가 개선된 덕분”이라고 말한다.

2019년에는 비타민E가 함유된 2개의 윤활밴드와 스킨프로텍터를 추가한 3단 보호 시스템을 갖춰 피부 보호에 초점을 맞춘 2세대 면도날을, 2020년에는 앞뒤좌우로 움직이는 모션 기능을 적용해 깔끔하고 안정적인 면도를 돕는 2세대 면도기를 선보이며 점차 품질을 높였다. 이로써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면서도 질레트의 최다 판매 상품인 ‘질레트 퓨전 프로쉴드 옐로우’의 기능을 전부 갖추게 됐다.

초기 와이즐리 제품은 절삭력이 약해 면도가 깔끔히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러 개의 제품 라인을 동시에 출시하기 부담스러운 스타트업으로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따라서 사전 고객 대상 테스트에서 60% 이상의 고객이 피부 보호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다소 절삭력이 약한 저자극 제품을 먼저 출시했다. 이때 품질에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던 30∼40%의 고객들을 다시 잡기 위해 2021년 6월 말, 기존 제품보다 절삭력을 55% 높인 3세대 면도날 ‘와이즐리 프로’를 출시했다. 기존의 2세대 면도날도 ‘와이즐리 센스’라는 이름으로 함께 판매하며 절삭력과 피부 보호로 양분된 고객군의 니즈를 모두 충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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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경험 개선은 비단 제품에서만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고객들이 와이즐리의 제품을 살펴보고, 결제하고, 배송받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개선할 수 있는 점들이 숨어 있다. 실제 와이즐리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제품을 결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분도 채 되지 않는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행동만 유도한다는 원칙으로 만들어진 단순한 UI/UX 덕분이다. 해당 페이지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명확히 알리기 위해 행동을 유도하는 ‘콜 투 액션’ 버튼은 하나만 두고, 스크롤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파란색으로 강조해 배치했다. 실제 A/B 테스트 결과, 한 페이지에 많은 정보를 넣어 화면 전환 횟수를 줄이는 것보다 하나의 정보가 명확히 담긴 페이지의 수를 늘릴 때가 구매 전환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3. 만족/추천

고객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제품 출시 이전 및 사업 초기에는 와이즐리에 관심 있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들으며 만족도를 살폈다. 특히 고객에게 동의를 구하고 주말 오전에 찾아가는 것을 선호했다. 그때가 면도가 안 된 소비자들의 반응을 가장 자연스럽게 살필 수 있는 적기였기 때문이다. 약 100여 명의 예비 고객의 집에 직접 찾아가 와이즐리 제품으로 면도를 시키며 반응을 관찰하기도 했다. 초기 고객들이 깔끔한 면도보다 피부 보호를 선호한다는 것도 4000여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며 알아낸 사실이었다.

현재 와이즐리는 추천을 독려하기 위해 기존 고객에게 재투자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운 동시에, 순추천고객지수(NPS, Net Promoter Score) 6 로 측정한 고객 만족도를 기준으로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NPS는 김 대표가 몸담았던 베인앤드컴퍼니에서 개발한 지표라 다루는 데 능숙했다. 또 고객 만족은 결국 추천이라는 실질적인 고객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플라이휠을 설계하면서도 NPS로 측정한 고객 만족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추천으로 설정됐다.

현재는 3달에 한 번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메일, 카카오톡 등을 통해 브랜드 전체의 NPS를 측정하고 있다. 또한 첫 결제를 완료했을 때, 처음 제품을 받아봤을 때, 배송이 완료되고 14일이 지났을 때 등 주요 고객 여정별 NPS를 랜덤 샘플링한 고객을 대상으로 매일 설문을 보내고 그 결과를 분석한다. 구독 회차에 따라 고객 여정별 NPS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살핀다. 갑자기 값이 크게 떨어졌거나 다른 지점보다 값이 낮은 지점이 있으면 개선의 여지를 살펴보고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다.

예를 들어, 배송 리드타임을 줄여 NPS를 개선한 사례가 있다. 보통 물류센터에서 당일 배송 접수를 마감하는 시간이 3∼4시 정도다. 그러나 직장인 남성이 주 소비자인 와이즐리는 퇴근 시간 이후에 많은 구매가 이뤄진다. 배송이 하루 늦어져 면도날을 제때 사용하지 못하면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의 이탈이 발생한다. 저관여 소비재 특성상 급하면 집 앞 편의점에서 타사 제품을 구입하고 구독을 취소하면 그만인 것이다.

와이즐리는 당일 배송 비중을 높이기 위해 택배 회사와 협상해 8시까지 당일 배송을 접수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기존 당일 배송의 마감 시간이 3∼4시인 이유는 물류센터에서 매일 달라지는 배송량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배송 차가 6시에 도착한다고 해도 평소보다 물류가 많은 날을 대비해 2∼3시간 정도 시간 간격을 두는 것이다. 와이즐리는 물류센터에서 미리 물량을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당일의 판매 예측량을 물류센터에 투명하게 공유했다. 또한 물량이 많은 경우를 대비해 운송장 부착, 박스 정리 등 수동으로 진행되던 작업들을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출고할 수 있게끔 전부 자동화했다. 문제를 해결한 후, 택배차가 오후 1시, 8시에 하루 두 번 오도록 택배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평균 배송 리드타임은 2.8일에서 1.7일로 줄었고, 처음 제품을 받아본 직후의 NPS도 34에서 52로 52%가량 높아졌다.

신제품 및 브랜드 출시 전 베타 테스트에도 NPS를 적극 활용한다. 소비자들은 보통 NPS 값이 20∼30 정도 높아야 경쟁 업체보다 제품과 서비스가 확연히 우수하다고 느낀다. 베타테스트를 거치면서 이 수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절대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보이지 않는 게 와이즐리의 원칙이다. 오픈워크의 경쟁사 평균 NPS는 -10인 반면 오픈워크는 34에 도달했다. 헤드웍스는 각각 -30, +30으로 그 차이가 60이나 난다. 기존 헤어케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NPS를 높이는 프로세스는 고객들이 와이즐리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추천 의향을 유의미하게 높였다. 와이즐리가 리서치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계 경쟁 업체들의 NPS가 마이너스인 반면 와이즐리의 NPS는 30 이상에 달한다.

4. 재구매율

와이즐리 구독 고객의 재구매율은 93%로 김 대표는 “단연 세계 최고의 구독 서비스로 부상한 넷플릭스와도 비견되는 수준”이라 설명한다. 구독은 중립 고객들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인 모델이다. 특히 저관여 소비재 제품의 경우 인지도, 할인 등의 요인에 따라 사용하는 제품의 브랜드를 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별 다른 생각 없이 면도기를 사기 위해 마트에 들른 고객이 가장 익숙하다는 이유로 질레트를 선택하거나 그날 따라 쉬크가 대형 세일을 진행하면 쉬크를 사는 식이다.

와이즐리 역시 구독이 아닌 일회성 판매가 주요 모델이었다면 배송을 기다리던 고객들이 얼마든지 마트에서 질레트, 쉬크 등 다른 브랜드 제품으로 넘어갈 유인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저관여 소비재와 구독 모델이 만나면 한번 제품이 괜찮다는 인상을 받은 무관심한 중립 고객들은 큰 문제를 겪지 않는 이상 구독을 취소하지 않는다.

와이즐리는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로 알려졌지만 사실 처음부터 구독 모델에 신경을 기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구독을 권유하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지 걱정해 홈페이지 자체에도 구독에 대한 내용을 가능한 숨겼다. 따라서 초창기 구독 고객은 3%밖에 되지 않았다. 2019년 초까지도 구독을 크게 중요한 모델이라 생각지 않았는데 실제 매출 자료를 확인해보니 22%의 구독 고객으로부터 70%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

숨어 있던 고부가가치 고객을 발견한 와이즐리는 본격적으로 구독 고객 공략에 나섰다. 핵심은 ‘나쁜 구독’ 경험을 없애는 것이다. 음악 스트리밍 등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결제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필요 이상의 서비스를 비싼 금액에 이용하거나 고객 스스로가 구독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아 결국 구독을 해지하는 등 나쁜 구독을 경험하기도 한다. 실제 현재 와이즐리 고객 중에서도 약 30%는 구독이 아닌 일회성 구매 고객이다. 이들의 재구매율도 60∼70%로 낮지 않다. 제품은 좋지만 아직까지 구독이 익숙지 않은 고객군인 것이다. 와이즐리는 나쁜 구독을 없애고 구독을 간편하게 만들어 일회성 구매 고객을 구독 고객으로 유인하고 있다. 결제 3일 전에 결제 예정 안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메시지를 받은 고객이 구독을 취소하거나 제품 구성을 변경하고 싶다면 챗봇 메뉴를 클릭해 이동한 홈페이지에서 처리할 수 있다. 이때 귀찮은 로그인 과정도 필요 없다. 재구매 시 10% 할인, 무료 배송과 같은 혜택도 제공한다.

5. 교차 구매

물류비 절감의 핵심인 교차 구매도 제품과 브랜드를 넘나들며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장 전체에서 셰이빙젤과 에프터셰이브를 사용하는 고객은 각각 19%, 11%에 불과하다. 와이즐리 고객들 중 65%, 35%가 각각 셰이빙젤과 에프터셰이브를 사용한다. 두 제품 모두 시장 대비 최소 3배 이상 높은 이용률을 보이는 셈이다. 대부분의 고객은 스타터 세트를 통해 두 제품을 처음 경험한다. 2만 원 상당의 제품 구성이 6900원에 제공되는 스타터 세트를 통해 면도기와 두 제품을 같이 구매해도 경쟁사 면도날보다 저렴하다. 제품을 사용해 본 적 없는 소비자들에게도 사용할 유인이 충분한 것이다. 처음 제품을 써 보는 고객들을 위해 제품 설명서에서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상세히 전달했다.

와이즐리는 고객들의 요청으로 브랜드를 개발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고객들이 먼저 나서서 화장품, 탈모 방지 샴푸 등의 제품을 신뢰할 수 있는 와이즐리에서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었다. 고객들의 요청을 듣고 시장을 분석해보니 화장품과 샴푸는 면도기만큼 독과점이 심한 시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원가와 판매가 사이의 괴리가 심하다는 것. 둘째, 정보의 비대칭이 심해 왜곡되거나 과장된 광고가 많다는 것. 마지막으로 드러그스토어, 홈쇼핑 등 유통 채널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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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 제품을 통해 D2C 역량과 충성 고객을 갖춘 와이즐리 입장에서 확장하기 유리한 시장으로 판단, OEM 업체와 계약을 맺고 화장품과 샴푸 제품 개발에 나섰다. 자체 채널과 기존 와이즐리 충성 고객을 적극 활용하면 유통, 광고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처음부터 OEM 업체에 비싸고 좋은 성분의 원료를 사용하겠다고 요청했다. 예컨대, 탈모 방지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진 ‘프로카필’이라는 성분은 가격이 비싸 잘 사용되지 않는다. 헤드웍스의 신제품에 프로카필을 사용하고 싶다고 OEM 업체에 의사를 전달하자 지금껏 찾는 곳이 없어서 재고가 없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이에 와이즐리는 OEM 업체의 독일 본사에서 프로카필 원료를 직수입하면서 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OEM 업체에 성분별 최소 함량을 정해주는 등 신제품의 품질도 엄격히 관리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남성 화장품 구독 서비스 오픈워크가 2021년 5월 말 정식으로 출시됐다. 홈페이지에 제품 핵심 성분은 물론 타사 대비 오픈워크의 제품 원가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했다. 헤어케어 제품 구독 서비스 헤드웍스도 2021년 5월 초부터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미래 목표 및 경쟁자

플라이휠은 저절로 돌아가기까지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드는 전략으로 알려졌다. 플라이휠의 효과가 매출, 고객 수 등 수치적인 성과로 이어졌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말을 아꼈다. 소비재 시장에서 반역자 역할을 자처한 만큼 경쟁사들의 견제가 심하다는 이유였다. 대신 그는 “플라이휠에 따라 사업을 이끌어나가는 것은 실제로 힘든 과정이었지만 막상 돌아보면 경쟁자가 없어 플라이휠의 효과를 체감한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실제 현재 면도용품 구독 서비스에서는 와이즐리가 단연 독보적인 성과를 내며 전통 면도용품 강자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올해 시장점유율은 9.3%로 작년과 마찬가지로 4위였지만 작년 대비 3.3%p 올라 모든 브랜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작년까지 질레트를 80% 이상 사용하며 3.9% 내외만 와이즐리를 사용하던 30대 고객 점유율이 13%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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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플라이휠이 막연한 프레임워크가 아니라 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실무에서도 따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비용 구조와 고객 경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너무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합의를 이루기 어려웠다. 플라이휠이 구축된 이후에는 고객 경험을 개선할 때도 추천, 재구매, 교차 구매로 연결되는 플랜을 계획한다. 마찬가지로 추천, 재구매, 교차 구매를 위한 액션도 비용 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정표가 생겼다. 김 대표는 “진취적인 사명을 앞세우지만 플라이휠이라는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 구성원들의 동기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향후 와이즐리의 경쟁자로 같은 소비재 기업인 P&G나 유니레버가 아닌 쿠팡을 꼽았다. 와이즐리는 제품만으로 봤을 때 대기업과 비견해도 밀리지 않지만 대기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통망으로부터 자유롭다. 소비자들은 더 편리한 경험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소비재 제품에 있어서만큼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고, 배송받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쿠팡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와이즐리의 다음 미션이다.



DBR mini box : 성공요인과 시사점
‘불합리한 시장 관행 타파’… 기업의 사명이 통했다

미국에서 달러셰이브클럽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한국에도 핸섬박스, 블락, 이노쉐이브 등의 면도날 정기 구독 회사 창업이 줄을 이었다. 와이즐리도 그중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은 사업을 중단했고 남은 일부 역시 경쟁에서 와이즐리에 뒤처지는 모습이다. 와이즐리의 성공 요인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와이즐리는 품질과 가격이 아닌 기업 사명(mission)을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했다. 기존 면도날 정기 구독 회사 역시 업계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문제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기 구독 회사 대부분은 마케팅 과정에서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실제 이들 회사의 홈페이지는 구독이 얼마나 경제적이며 제품 품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급급하다. 반면, 와이즐리는 홈페이지 첫 화면부터 기업 사명이 ‘불합리한 시장 관행 타파’임을 분명히 한다. 그다음 화면을 밑으로 내려야 제품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 대한 내용이 있다. 홈페이지의 ‘와이즐리 이야기’ 페이지에서도 ‘독과점적인 가격 거품에 맞서 싸우는’ 것을 강조한다. 제품의 가성비 때문에 구매한 고객은 더 나은 제품이 나타나면 바로 이탈한다. 그러나 기업의 사명에 공감하는 고객은 회사를 자신과 동일시하므로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회사의 성장을 위한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재구매, 교차 구매나 입소문 전파에도 적극적이다. 파타고니아처럼 자신의 사회적 사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기업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와 신규 고객 확보가 플라이휠 전략의 핵심 구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을 잡기 위해 대규모 마케팅이 필요한 기존 업체와 달리 와이즐리는 큰 투자 없이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를 통해 달성했다.

둘째, 와이즐리는 마케팅 비용 절감을 제품 경쟁력 강화에 투입해 진입 장벽을 구축했다. 블루오션 전략에 나오는 가치혁신은 불필요한 요소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이 비용을 다른 요소에 투입해 전체적인 제품 또는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와이즐리는 이런 가치혁신의 특징을 활용해 경쟁자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활용한다. 와이즐리는 불필요한 광고를 과감히 없애고 유통 구조를 혁신함으로써 줄어든 비용을 더 좋은 품질의 면도날, 더 좋은 성분의 셰이빙젤이나 스킨케어, 헤어케어 제품 등을 만드는 데 투입한다. 일반적으로 제품 원가를 10% 인상하면 최종 단가는 30%가량의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 그에 상응하는 마케팅 및 유통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와이즐리는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도 든든한 충성 고객을 이미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제품 원가가 비싼 고품질 제품을 판매해도 경쟁사만큼 마케팅비로 인한 가격 상승 요인이 크지 않다. 이러한 플라이휠이 반복되면 와이즐리만큼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값에 파는 것은 경쟁사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 된다. 높은 제품 원가 구조가 오히려 제품을 차별화하고 경쟁사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셋째, 와이즐리는 고객 행태 분석을 통해 고객 경험을 차별화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였다. 와이즐리는 단순히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고객의 제품 사용 전 주기를 면밀히 살펴보며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제품에 대한 고객 경험은 제품 구매, 배송, 사용, 보충, 유지, 폐기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다. 와이즐리는 이 모든 과정의 고객의 행태를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다음 두 가지에 주력한다. 첫째, 고객 의견 조사를 체계화해 진행한다. 결제, 배송 완료 당일과 2주 후 첫 정기 구독 시작 시점 등에서 NPS 조사는 물론 5개가량의 간단한 브랜드 NPS 조사를 실시한다. 고객의 NPS가 사용 주기별로 어떻게 바뀌는지 추적하고, 단계별로 고객의 새로운 니즈가 무엇인지 조사한다. 둘째, 이렇게 파악한 고객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핵심 지표를 선정해 관리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빠른 배송을 원한다고 하면 주문에서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식이다. 고객 경험과 관련한 지표는 각 팀 리더들이 결정하고 회사 전체적으로는 분기마다 핵심 지표를 별도로 선정해 변화 추이를 살펴보고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낸다. 식스시그마에 나오는 ‘눈에 보이는 개선’ 접근 방법이다.

와이즐리가 추구하는 플라이휠 전략은 초기에는 무거운 플라이휠을 돌리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작은 힘으로도 스스로 돌아가는 강력한 전략이다. 그러나 바꿔 얘기하면 충분한 자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이 없는 전략이기도 하다. 쿠팡 역시 소프트뱅크의 막강한 자금 지원이 있기에 생존이 가능했다. 그러나 와이즐리는 가격 경쟁력이 아닌 ‘현명하고 건강한’ 소비라는 가치를 소구함으로써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했다. 또한 체계적인 고객 행태 분석을 통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와이즐리에 록인(lock-in)시켰다. 충성 고객을 바탕으로 스킨케어, 헤어케어 등 관련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대해 객단가를 높이고 범위의 경제 실현했다.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와이즐리의 ‘플라이휠’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Teaching Guide

토론 주제 1
2016년 미국에서 달러셰이브클럽이 성공한 이후 우리나라에도 여러 회사가 유사한 D2C 사업 모델을 시작했고, 면도기 시장의 전통 강자인 질레트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사업을 중단하는 등 실패하기도 했다. 여러 업체 중 와이즐리가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와이즐리는 기존의 질레트 면도기를 어떻게 가치혁신했는가?

토론 주제 2
2021년 2월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와이즐리의 시장점유율은 3.3%p 증가한 반면 질레트의 시장점유율은 2.5%p 감소했다. 미국에서도 달러셰이브클럽은 창업 4년 만에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서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처럼 와이즐리나 달러셰이브클럽 같은 D2C 기업의 출현으로 질레트의 독점적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질레트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은 무엇인가? 여러분이 질레트 경영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편집자주
본 원고는 와이즐리 케이스 스터디 관련 토론 주제와 이와 관련된 티칭가이드(Teaching Guide)를 함께 제공합니다. 본 자료는 학습자들에게 토론할 거리를 제시하고, 학습자 간 토론 유도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담았습니다. 또한 토론 주제에 대한 합리적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경영학적 이론을 소개합니다. 지면 관계상 본지에서는 티칭가이드의 토론 주제만 소개합니다. 전문은 절대 강자 제치고 가치혁신 성공 ‘와이즐리’의 블루오션 전략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강신형 충남대 경영학부 조교수 sh.kang@cnu.ac.kr
강신형 교수는 카이스트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경영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LG전자 본사 전략기획팀에서 신사업 기획, M&A, J/V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경영 혁신으로 개방형 혁신, 기업벤처캐피털(CVC) 등과 관련된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가치경영의 실천 전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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