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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기업용 채팅 서비스 글로벌 1위 ‘센드버드’의 전략

“제품과의 ‘궁합’ 살피고 고객 가치 높이는 데 전력”
실리콘밸리가 먼저 그 매력에 빠지다

김윤진 |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한국 토종 스타트업 ‘센드버드’는 어떻게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아 기업용 채팅 서비스 시장 글로벌 1위로 성장했을까?

1. 제품과 시장의 궁합(Product-Market Fit)뿐 아니라 창업 팀과 제품의 궁합(Team-Product Fit)까지 고려해 ‘팀-제품-시장’이 정렬(alignment)을 이루도록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2. 투자자 등 ‘전문가’의 의견보다 잠재 ‘고객’의 반응을 집요하게 따랐다. 저가 정책을 버리고 고객이 가치(value)를 느끼는 방향으로 가격(price)을 높이며 성장의 지렛대로 삼았다.

3.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만 남기고 모든 고객과의 접점에서 한국의 문화적 색채를 지웠다. 영업부터 투자 유치, 인재 채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 현지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 B2B(기업 간 거래) 분야 최초의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한국인 창업가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밑바닥부터 시리즈 A∼C 투자 유치까지 성공으로 이끈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가 선택한 회사.

이제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벤처 투자 큰손과 대형 헤지펀드의 후광효과를 누리고 있는 스타트업 ‘센드버드’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게 됐는데도 센드버드를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창업가이자 CEO인 김동신 대표는 미사여구는 쏙 빼고 “우리는 앱 안에 사용자 간 채팅 기능을 넣어주는 회사”라고 담백하게 답했다.

센드버드가 채팅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1 사업에 뛰어든 2015년에도 이미 채팅은 사람들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기술이었다. 대단히 놀랍거나 혁신적으로 여겨지진 않았다는 의미다. 국내외에서 왓츠앱,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카카오톡, 라인 등 유수의 글로벌 채팅 앱들이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었고 메신저 기능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기대치는 한껏 높아진 상태였다. 채팅은 ‘누구나 개발할 수 있지만 살짝 귀찮은’ 정도의 서비스로 취급됐다.

이런 시장의 한복판에서 센드버드는 기업들의 앱에 채팅 기능을 개발•구축해주는 서비스를 밀고 나간 결과, 업계 1위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업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어느 기업에나 먹히는 ‘일반해(一般解, general solution)’를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 한국의 넥슨, 엔씨소프트, SSG.COM, KB국민은행 등 굴지의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제 실리콘밸리 본사 외에도 서울, 뉴욕, 런던, 뮌헨, 싱가포르, 벵갈루루에 사무실을 둔 명실상부한 다국적 기업이 됐다. 고객사의 국적도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유럽이 대략 4대4대2 비중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어떻게 한국인이 창업한 변방의 스타트업이 특정 국가의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는 ‘부분 최적(local optimum)’을 넘어 세계 최고의 ‘글로벌 최적(global optimum)’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걸까? 어떻게 한 국가에서 잘되는 사업을 가지고 재빨리 다른 시장에 진출하는 지역적 차익거래(geographic arbitrage)2 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새로 쓸 수 있었을까? 월 1억6000만 명의 사용자, 누적 투자 금액 2억2000만 달러(약 2456억 원), 기업 가치 10억5000만 달러(약 1조1721억 원) 등의 이정표를 세우며 ‘스타트업=성장’의 공식3 을 증명해내고 있는 센드버드의 글로벌 진출 전략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정리했다.


DBR mini box I
센드버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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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드버드는 김동신 대표 등 4명이 2013년 공동 창업한 기업용 채팅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기업들의 모바일 앱이나 웹에 텍스트와 음성, 영상을 아우르는 채팅 기능을 구현해준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센드버드의 채팅 솔루션을 이용하는 월간 사용자 수(MAU)는 1억6000만 명이며 직원 수는 약 250명이다. 2021년 4월 1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고 약 1조2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쿠팡, 배달의민족, 무신사 등의 뒤를 이은 국내 12번째 유니콘이 됐다.

2020년에는 화상회의 플랫폼 ‘라운디’를 개발한 리니어허브를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렸고, 2021년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스켈터랩스와 제휴하며 자연어 이해, 음성인식, 음성합성 등 대화형 AI 엔진과 기존 채팅 API를 결합시키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해 고객 심리 상담, 스포츠 이벤트 라이브 스트리밍을 개발했고, 데이팅 앱 채팅창에서 유저들의 감정까지 분석해주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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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제품-시장의 정렬(alignment)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엔씨소프트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김동신 대표는 2007년 소셜 게임 업체 파프리카랩을 창업했다. 그리고 2012년 이 회사를 일본 게임사에 매각한 뒤 이듬해 육아에 힘겨워하는 엄마들을 위한 정보 앱인 ‘스마일패밀리’를 만들었다. 파프리카랩 출신들을 주축으로 4명의 멤버가 의기투합해 창업한 센드버드의 전신이었다. 처음에는 한국어 모바일 커뮤니티로 출발했지만 스마일패밀리에 대한 반응은 정작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왔다. 겸사겸사 만들어 둔 영어 앱의 사용자가 더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똑같은 양의 마케팅을 해도 사용자의 유입량이나 잔존율이 영어 앱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맘스홀릭 같은 맘카페, 카카오스토리 등이 활성화돼 있어 모바일 환경에서도 육아에 필요한 자원을 구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았던 반면 해외에는 엄마들의 정보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가 제대로 없었던 게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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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버전의 성장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사용자의 90%가 미국 육아 맘들로 채워지자 김 대표는 ‘제품과 시장의 궁합(Product-Market fit)’을 고려할 때 해외 시장에 더 큰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투자사는 회사의 미국행을 전제로 스마일패밀리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고객,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일제히 미국 진출이란 선택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2014년 10월, 조직과 주주는 그대로 둔 채 회사를 미국 법인으로 전환, 본격적으로 양국을 오가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법인만 옮긴다고 해외 사업이 탄탄대로일 리 없었다. 2014년 말 이미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신호가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됐다. 아무리 마케팅과 영업 비용을 쏟아부어도 누적 사용자가 25만 명 언저리에서 더 늘지 않았고, 앱 사용자 관여도(engagement)와 투입 대비 성과도 점점 떨어졌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지속하려면 3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대로라면 추가 투자 유치 자체가 요원해 보였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에어비앤비•드롭박스•슬랙 등 유수의 IT 대기업을 길러낸 미국 유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의 문을 두들겼다. 결과는 면접에서 탈락. 당시 와이콤비네이터 면접관들은 ‘동양에서 온’ ‘미혼의’ ‘남성’들이 미국의 육아 맘들을 위한 정보성 커뮤니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령 시장 수요가 존재하더라도 “그걸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너희는 아니야”라는 게 그들의 ‘뼈 때리는’ 답변이었다. 실제로 당시 스마일패밀리 직원 10명 가운데 9명이 이삼십대 남성이었고, 대다수가 육아 경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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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와이콤비네이터의 일침은 회사의 결정적인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품과 시장의 궁합은 맞을지 몰라도 ‘팀과 제품의 궁합(Team-Product fit)’에 있어 한계가 명백했다. 당사자가 아닌 관찰자 시점에서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육아 맘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감의 수준(empathy level)부터 달랐다. 이는 시장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지, 고객의 섬세한 결을 느낄 수 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로선 치명적인 결함이었다. 김 대표는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창업가 가운데 소셜 패브릭(social fabric), 즉 사회적 관계에 민감한 대학생이 많은 것처럼 시장에 대한 감수성이 서비스 성패를 가른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것은 시장의 공명(resonance)을 얻어낼 수 없다는, 막연히 느꼈던 문제점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회사가 새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피버팅(pivoting) 4 만이 살길이었다. 피벗을 위해서는 크게 3가지 ▲제품(Product) ▲시장(Market) ▲전략(Strategy) 중 하나를 회전축으로 삼고 나머지를 바꿔야 했다. 고민 끝에 김 대표는 그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시장’의 문제를 버리고 그들이 자신 있는 제품의 ‘기술’을 살리기로 결단을 내렸다. 엔지니어 일색의 창업 멤버들이 소셜 게임 업체 파프리카랩,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 스마일패밀리를 차례로 운영하면서 고도화한 채팅 등 원천 기술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김 대표가 기업용 채팅 API 비즈니스를 앞세워 2015년 말 와이콤비네이터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재지원하자 면접관 중 누구도 그들의 ‘팀-제품-시장’ 얼라인먼트를 의심하지 않았다. 육아 맘의 마음은 몰라도 연쇄 창업가인 이들이 기업의 고충,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입장을 모를 리 없다는 게 자명했다. “굳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기보다는 누가 봐도 뻔하게 우리가 잘할 법한 사업을 하기로 했다.” (김 대표)

Talk to Customer, Build Product

1. 피벗(Pivot)

2016년 1월, 7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재수 끝에 실리콘밸리 최고의 창업사관학교 와이콤비네이터 프로그램에 선발되자 김 대표는 기업용 채팅 API 사업으로의 완전한 피벗(Full Pivot)을 결심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진행해오던 사업을 메인 성장 엔진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양국을 오가던 생활을 청산하고 아예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갔으며 사명도 ‘센드버드’로 바꿨다. 이런 굵직굵직한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사업 방향 전환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확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시장 변화다. 이미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사용 빈도나 접속 시간 상위권을 메신저 앱들이 장악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인 앱 메시징(In-App messaging)’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핵심 서비스 출시에 정신없이 매달리다 보면 채팅 기능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였다. 스마일패밀리 역시 처음부터 자사 육아 앱에 채팅 기능을 도입했던 게 아니라 게시판이 정보성 댓글보다 쓸데없는 잡담과 시부모 욕 등 시시한 수다로 도배되자 뒤늦게 채팅 기능을 추가했기에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 더욱이 스마일패밀리도 처음에는 다른 기업이 만들어 둔 채팅 API를 갖다 쓰려 했으나 마땅한 솔루션을 찾지 못해 직접 만들어 썼던 경험이 있었다. 앱에 최적화된 채팅 소프트웨어가 잘 없고, 있더라도 대부분 낙후돼 업데이트가 안 되는 등 ‘시장의 공백’이 존재했다.

둘째, 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건 주변 기업의 피드백이었다. 본격적으로 사업화 전 최소 기능만을 갖춘 프로토타입(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자마자 잠재 고객들의 입질이 왔다. 음악 커뮤니티부터 주식 거래 플랫폼, 게임 업체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에서 알음알음 채팅 솔루션을 가져다 써도 되는지 문의해온 것이다. 돈을 내고라도 쓰고 싶다는 선계약 제안들도 잇따랐다. 서비스를 팔겠다고 알리기도 전부터 사겠다는 손님들이 줄을 선 셈이다. 기업들로서는 자체 앱에 채팅 기능을 넣는 작업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 ‘귀찮은’ 일이었다. 왓츠앱, 카카오 직원이 아니고서야 채팅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회사에 입사한 개발자들은 없기 때문이다. 게임 앱 개발자는 게임을 만들길 원했고, 데이팅 앱 개발자는 데이팅 서비스를, 배달 앱 개발자는 배달 서비스를 만들길 원했다. 그런 의미에서 부차적인 기능인 채팅은 도입 자체는 까다롭지 않지만 지속적인 유지 보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을 잡아먹는 노동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채팅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 수준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는 점이었다.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 영상 편집 및 전송이 원활하지 않거나, ‘읽음’ 표시가 안 되거나, 욕설이나 음란물 필터링이 안 되거나, 기종에 따라 발신과 수신 시점에 차이가 나는 등 사소한 문제만 생겨도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어떤 앱에 접속하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수준의 채팅을 할 수 있길 기대하는데 당장 핵심 서비스 업데이트에 분주한 기업들이 이런 디테일한 기능에 수개월씩 쏟는 건 사치였다. 관리자들로서는 매번 개발자들을 동원해 서버 장애가 날 때마다 “고쳐달라”, 서비스의 언어, 플랫폼, 고객 요청에 맞게 “채팅 기능을 설계해달라”고 설득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이처럼 주변 기업들에서 고객 수요를 확인한 김 대표가 기업용 채팅 API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직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육아 앱의 성장 정체에 따른 피로감도 있었거니와 기업들의 반응이 오고 직접 개발한 채팅 솔루션이 여기저기서 쓰이는 걸 목격하면서 피벗에 대한 사내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외부의 반대였다. 무엇보다 기존 투자자들이나 전통적인 한국 벤처업계의 반응이 회의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시장에는 클라우드와 SaaS(Software as a Service)의 개념이 거의 없었고 타사의 소프트웨어를 구독해서 쓰는 API 경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직접 대화 기능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대기업 SI(시스템통합) 업체들이 할 일을 왜 너희가 하냐” “범용 API로 차별화하기 힘들다” “보안이 걱정되는데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믿고 넘기냐” 등 갖가지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창업팀은 사비를 끌어모아 반대하는 투자자의 지분을 되사면서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구독 시장이 한국보다 성숙해 있는 미국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당장 우리 솔루션을 쓰길 원하는 실수요자 이외에는 모두가 반대했다. 그러나 똑똑한 전문가들보다는 고객의 의견을 집요하게 따라갔다. 남들이 무시해도 유저는 이미 반응하고 있기에 그곳에서 기회가 생길거라 믿었다.” (김 대표)

2. 가격(Pricing)

그러나 피벗 직후 센드버드는 앱에 채팅 기능을 넣고자 하는 기업의 니즈가 실재한다는 사실만 알았을 뿐 정작 기업들이 ‘이 서비스에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할 것인지’ ‘시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던 스마일패밀리 운영 당시에는 돈 한 푼 한 푼이 소중했기에 월 5만 원이란 헐값에 채팅 기능을 쓰겠다는 제안도 선뜻 수락해버리곤 했다. 오늘날 월 수십억 원도 기꺼이 내는 고객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업들의 페인포인트(painpoint) 크기를 과소평가하고 스스로 가치를 후려쳤던 셈이다. 2016년 월 매출 몇백만 원, 유료 고객 스무 명 남짓으로 시작할 때만 해도 회사에 제대로 된 ‘가격 정책’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료 고객은 가파르게 늘었지만 ‘싼 맛에 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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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상을 간파한 와이콤비네이터의 멘토 파트너들이 초창기 센드버드에 던진 질문도 바로 “가격을 세우는 기준이 무엇이냐?”였다. 소비재를 판매하려면 당연히 시장조사나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며 가격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B2B 신생 시장에서는 경쟁사 리서치는 다 소용이 없고 무조건 고객사를 찾아가 직접 물어보라는 게 베테랑 창업가들의 주문이었다. 고객이 센드버드 솔루션의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반드시 경쟁사와 비교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과연 서비스의 가치를 무엇과 비교하는가? 직접 채팅을 개발하는 비용과 비교하는가? 예산은 인건비에서 나오는가, 클라우드에서 나오는가? 다른 대체재가 있는가?를 물어야 했다. 일률적인 대답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만 잠재 고객이 어떤 식으로 가격을 이해하는지, 가치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이해하려면 인터뷰 이외에 다른 지름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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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고객 가치(Value)와 가격(Price), 비용(Cost)의 ‘VPC 프레임워크’는 정말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가격 결정 기준이 됐다. B2B 사업의 함정 중 하나가 큰 고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치 대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쉽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격은 기업의 성장 레버리지나 다름이 없고,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이 가치를 느끼는 방향으로 가격을 높여야 한다. 이런 지렛대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채팅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고객들이 얻는 가치(V)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본업에 집중할 수 있어 낭비되는 시간 없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서 좋은 건지, 매출이 상승해서 좋은 건지, 고객들과의 쌍방향 소통으로 앱 사용 시간이나 관여도가 높아져서 좋은 건지를 세세하게 파악할수록 가격(P)의 인상을 정당화하기 수월해졌다. V와 P의 간격을 잘 맞춰 고객 가치를 높이는 방향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가격을 인상해도 기업들이 수긍하게 된다. 하지만 이 축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방법은 오직 고객과의 대화뿐이었다.

고객과 대화를 하다 보면 채팅의 활용 사례, 채팅의 가치는 고객의 수만큼 다양했다. 음식을 주문한 구매자와 배달자 사이에 연락이 잘되면 음식 배달 취소율이나 요구사항 누락 등 실패율이 줄어들 수도 있고, 데이팅 앱에서의 소통 증진은 매칭 성사율을 높일 수 있다. 김 대표는 “미국 기업들은 굉장히 합리적이고 인건비가 비싼 나라라 B2B 소프트웨어 구매에 있어 가격 민감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 어떤 가치를 창출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만 형성되면 그에 걸맞은 가격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센드버드는 고객과의 숱한 대화를 통해 솔루션의 가격 계산기(pricing calculator)를 정교화했고, 현재는 앱의 월 사용자(MAU) 5000명이면 799달러/월, 1만 명이면 999달러/월, 그 이상은 고객의 특성과 원하는 기능에 따라 세부 조정하는 식으로 기준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견적을 내고 있다.

글로벌 B2B 영업 플레이북 5

1. ‘문화적 의존도(Cultural Dependency)’를 버려라

윤여정, 기생충, BTS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이 입증되고 있는 시대이지만 기술 영업의 세계에서는 이 같은 격언이 통하지 않는다. 최대한 많은 기업 고객을 확보하고 글로벌 서비스로 자리 잡으려면 국경과 업종을 초월해 모든 기업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 즉 ‘공통분모’를 찾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엔터프라이즈 영업에 뛰어든 한국인 창업가들이 당면한 가장 크고 어려운 숙제는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에서 한국의 색채, 문화적 의존도를 쏙 빼는 일이었다. 기술적 장벽과 물리적 장벽을 뛰어넘는 건 과거보다 쉬워졌지만 문화적 장벽만큼은 여전히 공고했다.

무엇보다 현지의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건 문화적 맥락과 암묵지를 공유하는 사람들 간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과 소통할 땐 아무리 이메일에 구구절절 제품 설명을 하고 회사 소개서를 첨부해봤자 대부분 스팸 처리함으로 직행했다. 장황한 배경 설명이나 첨부파일 없이 ‘당신의 시간을 왜, 얼마나 써서 우리를 만나야 하는지’ 요점만 밝히고 5분이든, 10분이든 허락된 시간 안에 서비스 가치를 입증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었다. 관계 유지를 위해 에둘러 말하고,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신뢰 관계를 쌓는 한국의 기업 영업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센드버드의 경우 이렇게 고객사의 시간을 10분에서 1시간으로, 1시간을 2시간으로 차츰차츰 늘려가고 거절당하지 않는 노하우를 익히기까지 김 대표를 비롯해 창업 멤버가 영업의 최전선에서 발로 뛰었다. 이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5∼10개의 잠재 고객사 혹은 현재 고객사와 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들을 찾아다녔다. “연 매출 50억 원이 될 때까지 창업 멤버가 일일이 영업 전선에 나섰다. 조금 더 일찍 영업 총괄 임원을 뽑았어도 됐겠지만 정형화된 매뉴얼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고객 피드백을 듣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 움직여야 했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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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센드버드는 홈페이지 디자인과 UX 및 UI(사용자 인터페이스)도 100% 현지화하기 위해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한국식 표현과 유행을 지우는 데만 무려 2년 이상이 걸렸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벤치마킹 대상에서 한국 기업을 전부 배제했다. 언뜻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제아무리 뛰어나고 값나가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일지라도 채팅 API를 찾는 잠재 고객들이 가장 먼저 보는 회사의 얼굴은 홈페이지였다. 소비재 기업도 아니기에 길거리에서 쇼핑하다, 또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다 센드버드 제품이 갑자기 사고 싶어질 리가 없었다. 회사가 타깃으로 삼는 가장 이상적인 고객(ICP, Ideal Customer Profile)은 기업에서 개발 및 제품 구매 관련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중간관리자 이상급이었고 이들과 회사가 만나는 접점도 다름 아닌 홈페이지였다. ICP가 솔루션을 구독할지, 말지 판단하는 짧은 몇 초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이 영업의 관건이었다. 김 대표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놀랍게도 홈페이지 구석에 숨어져 있는 ‘회사 소개(About)’를 방문객들이 정말 많이 클릭한다. 잠재 고객이 회사에 대해 궁금해할 때 그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이런 ‘가장자리 정보’까지 신경 써야 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R&D, 영업사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깔끔한 홈페이지 하나 잘 만드는 게 더 적은 비용으로 큰 마케팅 효과를 내는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특정 해외 기업이 어설픈 굴림체, 번역기로 돌린 듯한 문장으로 홈페이지 내 회사 소개를 써 놓는 것을 보면 믿음이 가지 않듯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현지인들은 매일매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재 브랜드의 광고나 마케팅에 노출돼 있기에 홈페이지의 표현, 폰트, 크기, 색상, 레이아웃 하나가 조금만 트렌드에 뒤처지고 문화적 이질감을 느껴도 바로 떨어져 나갔다. 이는 반대로 홈페이지 디자인 품질을 조금만 신경 써도 고객사에 ‘규모 있고 잘나가는 회사’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쉽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홈페이지가 미국 테크 기업 표준대로 1) 고객이 클릭해줬으면 하는 단 하나의 CTA(Call to Action) 버튼으로 방문객을 유도하고 2)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최대한 명료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3) 고객에게 왜 필요한 솔루션인지 설득하고 4) 어떤 기업들이 이 제품과 서비스를 쓰고 있고 5) 가격은 얼마인지까지 보여줄 때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홈페이지 디자인뿐 아니라 검색엔진 최적화에도 상당한 공이 들었다. 센드버드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객이 직접 채팅 솔루션을 물색하다 연락해오는 인바운드(Inbound) 사례가 센드버드가 먼저 고객을 접촉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사례보다 많았다. 검색을 통한 유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현재도 인바운드 고객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센드버드는 타깃 고객이 그들을 찾을 때 검색할 법한 최대한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키워드들을 고민하고 키워드를 중심으로 웹사이트와 하위 페이지들을 하나하나 태깅했다. 가령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솔루션(real-time communication solution)’ 같은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채팅 API’ ‘메시징 API’ 같은 직접적인 표현이 잠재 고객의 의도를 더 정확히 포착하는 키워드였다. 또한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블로그 글을 3∼6개월씩 꾸준히 쓰면서 검색엔진에 해당 키워드를 입력했을 때 검색 결과 상위권에 노출되도록 했다.

2. 만국 공통어, ‘진정성’으로 승부하라

이렇듯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갖은 노력이 있었지만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 영업의 만국 공통 언어는 ‘진정성’이었다. B2B 기업들의 경우 매출 규모가 완만하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대형 고객사들과의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두세 배씩 뛰는 ‘계단식 점프’를 한다. 큰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면 그들의 까다로운 요구와 조건을 맞추는 과정에서 기술과 운영의 수준을 고도화할 수 있고, 동시에 이런 포트폴리오를 발판으로 후속 영업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B2B 기업의 경쟁력은 고객사로 증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센드버드로서는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고객으로 만난 게 이렇게 기업가치를 증폭시키는 변곡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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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센드버드는 어떻게 레딧, 수많은 개발자를 보유하고 자체적으로도 채팅 기능을 만들 역량이 충분한 IT 회사를 상대로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었을까? 2017년 초, 김 대표가 레딧에 “당사의 앱에 채팅 기능을 넣어주고 싶다”고 다짜고짜 제안서를 보냈을 때만 해도 그는 당연히 별다른 반응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레딧으로부터 마침 이사회에서 메시징 기능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하던 참이었으니 미팅을 하자는 긍정적인 회신이 돌아왔다. 기쁨도 잠시, 레딧은 얼마 지나지 않아 외부 솔루션을 구매하지 않고 직접 만들어 쓸 것 같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기대를 접었으나 약 두 달 후 다시 미팅 요청이 왔다. 이 같은 레딧의 변덕에는 이유가 있었다. 채팅 기능을 개발해본 경험이 있는 구매 담당 실무자는 채팅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얼마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센드버드의 솔루션을 사용하길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막상 결정권자인 엔지니어 매니저는 ‘우리가 뭐든 다 만들 수 있는데 왜 남의 서비스를 써야 하는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레딧 모바일 앱의 기능을 신생 회사에 맡긴다는 데 의구심을 보인 것이다. 실제로 미팅 현장에서도 이 매니저는 27가지에 달하는 질문을 던지며 ‘센드버드가 과연 레딧의 빠른 개발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지’ ‘레딧의 깐깐한 기준에 맞게 서비스를 구현할 기술과 역량이 있는지’를 캐물었다.

레딧 내부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을 간파한 김 대표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을 레딧에 보여주고 믿음을 얻어내야 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김 대표는 동료 둘과 함께 일주일 내내 아침 9시부터 자정이 넘어서까지 레딧 사무실로 출근하며 그들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몰두했다. 김 대표는 “매일매일 건물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고 불을 끄는 게 우리 셋이다 보니 나중에는 보안팀 직원들이 걱정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엔지니어 매니저도 결국 감동해 “너희와 일할 테니 이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며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이렇듯 고객 감동을 향한 진심은 결국 통했다. 한국인 특유의 부지런함은 자부심 강한 엔지니어 매니저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어렵사리 성사시킨 계약이었지만 ‘레딧의 기준을 통과한 회사’라는 타이틀은 향후 센드버드의 기업 영업에 날개를 달아줬다. “진정성이야말로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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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 유치 프로세스

누적 투자 금액이 2억20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줄곧 성장 가도를 달려온 것만 같은 센드버드에도 크고 작은 고비는 많았다. 2017년 1월 처음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러 30곳의 투자사들을 만났지만 29곳으로부터 거절당하고 1곳에서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의 투자 협의서(term sheet, 투자 조건을 요약한 문서)를 제시받은 게 대표적이다. 인맥을 통해 일일이 투자자들과 안면을 트려 했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센드버드 솔루션의 이용자가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서비스 개선을 위한 추가 자본이 절실하던 상황에서 현지 투자사들의 외면은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인종차별을 당하는 건가, 짐 싸서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시장 규모가 작다, 팀이 한국에 분산돼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너무 높다, 큰 계약만 많고 작은 계약이 없다’는 등 거절의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실패의 쓴맛을 보고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투자 유치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타트업이 투자사에 끌려다니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엄청나게 사업이 잘되거나 2) 언제든 계약에서 손 떼고 박차고 나갈 정도의 패기가 있거나 3) 다른 투자사로부터 제시받은 좋은 투자 협의서가 있어야 한다. 센드버드를 비롯한 대다수 초기 스타트업이 기댈 수 있는 카드는 3번뿐이었다. 노련한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상대로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레버리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여러 파트너로부터 동시에 계약을 제시받아 조건을 비교할 수 있어야 했다.

프로세스를 긴장감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2017년 말 시리즈A 펀딩 재도전에서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연초 장장 3개월에 걸쳐서 했던 투자사 대상 설명회와 첫 미팅을 2주 안에 끝내버린 것이다. 투자사 10∼30곳을 만나 3∼4주 안에 계약 서명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절차를 밀도 있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실패로 끝났던 이전 라운드에서 투자자들로부터 온갖 질문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졌던 데 대한 반성으로 회사 스토리텔링도 훨씬 더 단순명료하게 압축했다. 욕심내서 모든 것을 보여주려고 하다가 오히려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비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투자사들을 동일 선상에 세우고 미팅을 병렬적인 방식으로 전환하자 변화가 생겼다. 여러 투자사가 동시에 눈독 들이고 관심을 보이는 ‘매력적인’ 기업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벤처 투자 업계에서도 분명 FOMO(Fear Of Missing Out)가 존재하고 모두 다른 투자사들의 동향을 유심히 살핀다. 스타트업의 경우 정보 비대칭성이 매우 높고 숫자도 공개돼 있지 않아 객관적인 투자 근거가 많지 않기 때문에 똑똑한 VC들조차 서로의 안목과 판단을 중요한 준거로 삼는다. 그렇기에 투자 유치 프로세스를 타이트하게 운영하면서 투자사 간 경쟁심을 레버리지로 활용해야 한다.” (김 대표)

한때 리스크로 지목됐던 요소는 별안간에 강점이 됐다. 여전히 시장은 그대로이고, 팀은 한국에 분산돼 있고, 해외 매출은 더 많아지고, 큰 계약 위주였지만 투자사들의 태도는 정반대로 달라졌다. 오히려 포트폴리오가 잘 분산돼 경기에 덜 민감하고,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력을 조달할 수 있다며 호의적인 평가가 돌아왔다. 이렇게 투자 유치에 탄력이 붙으면서 센드버드는 재도전 3주 만에 1600만 달러, 즉 ‘밀리언 펀딩’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같은 방식으로 2019년 2월 진행한 시리즈B 투자 유치도 성황리에 끝났다. 자금 여유가 충분히 남아 있을 때 펀드레이징을 함에 따라 자연히 협상력은 더 높아졌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 IT 거물들이 후원한 아이코닉 그로우스(ICONIQ Growth)로부터 5200만 달러를 받은 지 몇 개월 채 지나지도 않아 유명 헤지펀드인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Tiger Global Management)의 CEO가 5000만 달러를 추가로 받아줄 수 없냐고 집요하게 매달렸을 정도였다. 이런 거물들의 러브콜을 계기로 기업 가치는 치솟았고 2021년 4월, 1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C까지 마치면서 유니콘에 등극했다.

반복하고, 확장하라

로컬을 넘어 글로벌 최적을 지향하는 기업들은 무엇이 다를까. 김 대표에 따르면 첫 회사 창업 당시 영국 유명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즈’의 교육을 받고, 센드버드 창업 이후 미국 와이콤비네이터의 교육을 거치며 그가 배운 것은 “모든 행위를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하게(Repeatable and Scalable) 해야 한다”였다. 비전과 영감을 얻겠다고 네트워킹 행사나 이벤트를 찾아다닐 시간에 한 번이라도 고객을 더 만나고, 제품 개발, 영업, 채용 등 전 영역의 프로세스를 직접 익혀 반복과 확장성을 체득하는 게 성장과 더 직결된다는 의미다. 이는 관계 지향적인 한국과 달리 목표 지향적인 미국 시장에서 기업이 생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영업 등에 있어 개인 플레이어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임직원을 뽑을 때는 항상 같은 시기에 두 명 이상을 선발하고 똑같은 플레이북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 선발 시기가 다르면 영업 실적이 부진할 때 회사 프로세스의 문제인지, 개인의 문제인지 구별이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센드버드는 영업사원을 채용할 때 ‘두 쌍둥이’ ‘세 쌍둥이’처럼 인력을 반드시 쌍으로 뽑았다. 조직 안팎의 구조적 문제를 빠르게 포착하고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영업 노하우를 축적하려면 같은 경험치와 같은 프로세스를 공유하는 ‘동기’의 존재가 중요했다. 기업 영업은 실물 경기 등 주변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이런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업무를 시작한 인력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면 외부 상황이 달라졌거나 내부 제품이나 영업 플레이북을 개선해야 한다는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입사 시기가 다른 직원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면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원인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자칫 개인의 무능과 일탈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단순히 이메일 보내는 것만 해도 8할 이상은 템플릿을 따르고 2할만 개인화한다. 수백 통씩 대량 발송한 뒤 어쩌다 고객 반응이 오면 데이터를 추적하고, 이 숫자들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업데이트한다. 처음에는 인간미 없고 기계적이라고 느낄 수 있지만 미국에선 모든 기업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기에 시스템대로 움직이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성과 차이가 현격히 벌어진다.” (김 대표)

자금을 수혈하는 투자 유치뿐만 아니라 사람을 수혈하는 인재 유치 과정도 철저히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된다. 마치 프로 연구단의 선수를 선발하듯이 회사가 어느 성장 단계에 있는지, 매출은 얼마인지, 업종은 무엇이고, B2B인지 B2C인지, 어떤 직무와 직급을 원하는지 등 매트릭스를 제시하면 미국 채용 전문 회사(헤드헌터)들이 원하는 이력에 상응하는 풀을 제공해주는 식이다. 공식만 따르면 인재 영입 과정의 시행착오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앞서 팀-제품-시장의 정렬을 강조했듯이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정렬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궁합(fit)이 맞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동기부여하기가 힘들고 지치기 쉬운 만큼 회사와 비전을 공유하는 인재를 늘 원하고 있다. 임직원뿐 아니라 경영진도 더 의미 부여할 수 있는 일, 더 오래 버티고 덜 지칠 수 있는 일을 좇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 1조 원의 유니콘이 됐어도 일하는 방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우리 제품을 쓰게 하고, 디지털 세상의 사람들을 연결해 관계를 만들어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은 매달 1억6000만 명이 쓰지만 앞으로 10억 명, 50명이 쓰는 서비스가 될 때까지 지금처럼 반복하고 확장할 것이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과 시사점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 전략적 정렬로 글로벌 생태계 공략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사례의 배경과 의미

우리는 그동안 창업과 함께 해외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한국 스타트업 사례를 꾸준히 접해왔다. 이들 사례는 최근 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본 글로벌(Born Global)’ 기업의 이론적 배경과 생성 동기, 해외 진출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줬고 해외에 조기 진출할 때 발상할 수 있는 성패 요소를 규명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태생적 글로벌 기업의 이론과 트렌드를 입증하기도 했다. B2B 분야 국내 최초의 유니콘 기업인 센드버드 역시 본 글로벌 기업의 한 사례로서 기존의 연구를 한층 더 풍부하게 하는 맞춤형 사례다. 그러나 센드버드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장, 성공의 과정은 기존에 우리가 익혀왔던 한국형 본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매우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기존에 접했던 우리나라의 태생적 글로벌 기업의 해외 성공 사례가 투철한 현지화 의지, 생생한 적응 과정 등 외부 지향적 시각(Outward looking perspective)에 초점을 뒀다면 센드버드 사례는 설립자의 비전, 전략적 사고와 조직 관리 등 내부 지향적 시각(Inward looking perspective)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 전략의 바탕은 전략과 환경의 적합성(Fit)이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과정에서 조직 아키텍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이 프레임워크는 주로 글로벌 기업 대상의 연구를 통해 검증됐고, 전략-환경-조직 아키텍처가 어긋남 없이 서로 어울릴 때 기업이 결국 경쟁 우위의 반열에 오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그런데 과연 이 같은 가정이 태생적 글로벌 기업에도 적용될 것인가? 관련 근거가 별로 없어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센드버드 사례는 이 같은 질문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사례는 기존 연구에 있어 다소 미흡했던 부분, 즉 태생적 글로벌 기업이 갖는 글로벌 경쟁 전략의 구조화된 모형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몇 가지 틀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은 계속 다양하게 진화할지라도 경쟁 우위의 기본 원칙은 여전히 변함이 없음을 입증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성공한 배경에는 ‘내부 역량•제품•시장’의 일관되고 흐트러짐 없는 정렬(arrangement)이 있다. 어느 한 요소가 변한다면 나머지 요소도 재빨리 수정해 정렬하는 기업이 곧 승자다. 본 사례를 보면 태생적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도 역량-제품-시장의 일관성 있는 정렬이 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에 주효함을 알 수 있다.

이를 간과한 채 기존 연구들은 아쉽게도 태생적 글로벌 기업이라는 단어의 무게감 때문에 글로벌 마인드, 지속적인 해외 사업 기회 모색, 위험 감수 및 현지화 의지 등 주로 창업자의 생생한 도전 스토리에 집중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태생적 글로벌 기업이라 해서 창업자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외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다는 보장이 없다.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이를 공략할 수 있는 치밀한 전략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 특유의 경영 관리와 조절 능력이 없다면 해외 시장에서 시행착오만 반복할 뿐이다.

본 사례는 해외 시장의 요구와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완벽히 반영한 제품을 제공하고, 이에 특화된 최적의 기술, 영업, 인력 관리 등 조직 내부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데 주력하는 태생적 글로벌 기업의 전략적 선택과 행동을 담고 있다. 이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해 고객과의 소통을 최우선에 두고 그 이외의 활동은 과감히 배제하는 고객 중심의 차별화 전략이 어떻게 실천되는지도 잘 기술돼 있다. 이를 통해 축적된 월드클래스(World class)급의 전문성으로 글로벌 생태계 내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 나간 것이 차별화된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성패의 핵심은 ‘전략적 정렬’에 있다

센드버드 성공 전략의 핵심은 고객을 중심에 둔 철저한 내부 역량•제품•시장 정렬에 있다. 많은 태생적 글로벌 기업은 아직 생성되지 않은 틈새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시장조사와 경쟁사 분석에 노력을 쏟는다. 특히 다수의 외부 전문가 의견과 벤치마킹 대상을 철저히 학습하는 데 주력한다. 이와 달리 센드버드는 이미 형성된 시장(기업 내 메신저 API)을 타깃으로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다. 국경도 없고 글로벌 표준화가 요구되는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센드버드의 이 같은 전략적 포지셔닝은 주효했다. 철저히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고 전략적 정렬을 통해 이로부터 크게 틀어지지 않게 조직을 정렬(alignment 또는 arrangement)하는 전략은 가용할 만한 자원과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작은 기업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필수적이다. 전략적 정렬이란 기업의 목표에 맞춰 조직, 문화, 기능을 최적화된 방식으로 맞춰나가면서 기획한 대로 실행이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기업 내부의 조정 과정이다. 대다수 기업이 훌륭한 전략을 수립해 놓고도 완벽히 실현해 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전략적 정렬의 실패에 기인한다. 시장과 목표에 대한 불확실성, 내부 소통 부재, 리더의 불명확한 비전과 공유의 실패 등이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고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끌거나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센드버드는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팀-제품-시장을 한 방향으로 조율하고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사업의 성패 요소임을 파악했다. 그리고 수시로 엄습하는 불확실성은 고객과의 소통을 크게 늘림으로써 줄여나갔다. 또한 소규모 기업이 더 잘해낼 수 있는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객에게서 답을 찾는 차별화 전략

B2B 사업을 하는 센드버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히 고객을 중심에 두고 있다. 그러나 신생 벤처기업이 고객의 입장과 시각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재구성해 차별화된 가치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는 별로 없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일찍이 ‘비용 절감’과 ‘차별화’를 시장에서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우월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반드시 비용 절감을 최대로 이뤄내거나 소비자에게 가장 가치 있는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치(V)와 비용(C)의 차이가 경쟁자들의 가치(V) 비용(C) 차이보다 더 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센드버드는 경쟁사들보다 그 차이를 더 크게 벌리기 위해 비용 절감보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창출(Consumer surplus)에 더 집중했다. 돈(가격)에 대한 가치, 즉 소비자 잉여가 더 커질수록, 돈(가격)에 비해 소비자가 얻는 가치가 더 커진다는 당연한 원리에 충실했다. 센드버드는 최고급이라는 인지 가치를 증가시키면 해당 제품에 고객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이라는 믿음을 비즈니스 모델에 접목했다.

센드버드는 비용(C)을 커버하는 가격(P)이 아닌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는 가격(P)을 형성하기 위해 고객들과의 대화와 소통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기업 고객이 채팅 서비스로부터 얻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론이나 교과서가 아닌 고객들로부터 직접 파악하고자 한 것이다. 고객 특유의 소비 패턴과 구매 행동, 가격 민감도를 파악해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기업 고객이 수긍할 만한 가격을 책정하고 경쟁사 대비 더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소비자와 고객 이외의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제거했다. 고객과 상관없는 관계 관리나 한국적인 요소도 과감히 배제해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를 최소화했다. 이 과정은 진정성과 감동을 낳았고 문화적 차이도 거뜬히 극복하게 해줬다. 글로벌 시장에서 문화적 차이를 넘어 차별화되고 더 큰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신생 벤처가 무엇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한 다른 기업 사례, 전문가 조언에 앞서 정작 ‘답은 고객으로부터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줬다.

월드클래스가 돼 글로벌 생태계에 편입하라

센드버드의 글로벌 시장 성공은 철저히 현지 기업의 요구를 완벽히 수용하는 데 맞춰져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 관련 분야 글로벌 생태계의 일원으로 편입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한 회사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는 시대다. 탁월하게 전문화되지 않는다면 규모가 작은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설 자리는 없다. 센드버드는 전문성 확보를 기술에만 국한하지 않고 영업으로까지 확장했으며 직원들의 개인플레이보다는 업무의 프로세스화, 시스템화에 역점을 뒀다. 기술, 영업, 인력 운영상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성장하는 생존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기술 중심의 태생적 글로벌 기업의 성공 요인으로 틈새시장을 독점할 만한 뛰어난 기술적 역량이 주로 조명을 받아 왔다. 그러나 센드버드의 경우 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지탱할 영업, 인사관리 등 보조적 기능까지 표준화, 시스템화함으로써 전문성을 부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이는 관련 글로벌 생태계에서 센드버드가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된 이유가 되고 있다.

본 사례는 무엇을 시사하는가?

본 사례는 센드버드의 창업자와 경영진이 해외 시장의 특성과 고객의 요구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최적의 전략과 실행 구축 방식을 기술함으로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적 선택과 행동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태생적 글로벌 기업이 속도감 있게 세계 시장 진출에 성공한 비결은 전략적 측면에서 조명함으로써 이론 접근을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아울러 실무적으로도 태생적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팔로워들이 막연하게 느끼던 전략 수립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도 본보기가 될 만하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 유치, 해외 직접투자 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 진출 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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