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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도 AI로 분석하는 ‘대화 지능의 시대’

김진환 | 322호 (2021년 06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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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Computational modelling of speech data integration to assess interactions in b2b sales calls.”(2019) by Silber-Varod, Vered, A Lerner, N Carmi, D Amit, Y Guttel, C Orlob, and O Allouche in Proceedings of the IEEE 5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Big Data Intelligence and Computing.

무엇을, 왜 연구했나?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를 제안하는 단계에서 전화나 방문 상담은 필수다. 영업사원은 전화나 방문을 통해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이에 기반해 세일즈 전략을 구상한다. B2B 영업의 경우 상품과 서비스의 내용이 복잡하기 때문에 세일즈 대화 내용 역시 간단하지 않다.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 집중하라고 교육받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여념이 없다. 미팅을 마친 영업사원은 본인이 주로 듣고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영업 고성과자는 대화의 54%를 듣기에 할애하고, 중성과자는 32%, 저성과자는 28%만을 할애한다. 문제는 고객과의 세일즈 대화에 대한 평가나 분석이 그동안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영업사원과 고객의 생각이 다른 것도 부지기수였다. 영업사원과 그를 관리하는 세일즈 매니저의 판단 역시 다른 경우가 많다. 종종 영업사원과 함께 고객을 방문한다는 한 세일즈 매니저는 “영업사원과 상황 판단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상당하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 상호 불신만 키우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음성인식(Speech Recognition)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은 세일즈 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이스라엘 오픈 대학(Open university)과 대화 분석 솔루션 전문 기업 공닷아이오(Gong.io)의 공동 연구팀은 줌(Zoom)을 통해 진행된 359개의 B2B 세일즈 대화를 분석해 화자 간 대화 점유율, 기본 주파수(F0), 강도(Intensity), 배음과 잡음의 비율(Harmonic to Noise Ratio, HNR), 주파수 변동 측정치(Jitter), 진폭 변동 측정치(Shimmer) 등의 대화 특성(Feature)을 측정했다. 성별에 따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영업사원과 고객을 모두 남녀로 나누고 영업사원과 고객의 목소리 특성값 차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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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대화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3단계로 나눠 볼 때 대화 초기에 영업사원과 고객 간 간극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 후반부로 갈수록 격차는 줄어드는데 이것은 상호 간의 대화가 수렴(Convergence)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수렴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조로운 형태로 나타나지 않으며 중간중간 양측의 이견으로 인해 변동을 보인다.

영업사원과 고객 그룹은 각각의 성별에 따라 4개로 나뉘었는데 영업사원과 고객이 모두 남성인 그룹(MM그룹)과 영업사원이 여성이고 고객이 남성인 그룹(FM)은 상호 간 가장 큰 차이를 가지는 집단으로 분석됐다.

그룹별로 보면 MM그룹의 경우 초반에는 양측의 대화 간극이 컸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빠르게 간극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영업사원과 고객이 모두 여성인 그룹(FF그룹)의 경우 다른 그룹에 비해 간극의 수준이 꾸준하게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여성 영업사원과 여성 고객 간의 세일즈 대화에서는 서로 간의 긴장 관계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남성 영업사원과 여성 고객으로 이뤄진 MF그룹의 경우 수렴 국면에 있던 대화가 중간에 갑자기 대립 구도로 전환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의 수렴값이 높다는 것은 상호 간 합의 정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7가지 대화 특성의 수렴값을 계산한 결과 MM그룹의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대화의 점유율, 목소리의 강도, 주파수, 진폭, HNR 등 대부분의 특성에서 높은 값을 가졌지만 FM그룹은 4개의 그룹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드러냈다. 회귀분석을 통해서 검증해본 결과도 유사했다. MM그룹에서 대화의 수렴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FM그룹에서 수렴 변화가 가장 심하고, 수렴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적인 것은 주파수 변동 측정치(Jitter)의 값 차이였다. 영업사원과 고객의 성별이 다른 경우, 즉 FM그룹과 MF그룹에서 이 값의 차이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 값은 감성 영역과 연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음성인식을 영업 분야에 적용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따라서 본 연구를 두고 남성 고객을 상대할 때는 반드시 남성 영업사원을 배치해야 하고, 영업사원과 고객의 성별이 다른 것은 가급적 피하라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상황에서 더 많은 연구가 축적돼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세일즈 과정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고 분석하려는 노력이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고받은 이메일 텍스트 분석을 통해 고객의 감정을 추정할 수 있고, 영상 인식 기술을 통해 고객의 표정을 분석할 수도 있다. 몸에 작은 센서를 부착해 고객과 영업사원 간의 친밀도를 확인하는 연구도 나왔다. 비대면을 통한 홍보와 판촉 활동이 많아질수록 대화 스킬, 제스처, 목소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며 모든 대화와 행동, 얼굴 표정은 기록되고 분석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 벤처기업이 고객과의 대화를 텍스트로 변환해 영업 진행률을 자동적으로 계산해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영업사원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영업사원도 예외일 수는 없다. 바야흐로 대화 지능(Conversation Intelligence)의 시대가 열렸다.


김진환 더세일즈랩 대표 verhoyansky@gmail.com
김진환 대표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후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존슨앤드존슨메디칼과 TNS코리아 등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13년 이상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영업과 마케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일을 연구하고 있다. 영업사원 40명을 인터뷰해 『팔자생존』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현재는 세일즈 대행 및 컨설팅 기업 더세일즈랩의 대표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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