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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소셜 살롱’으로 거듭난 오디오 SNS 뜬다

클럽하우스가 연 오디오 소셜미디어 시대,
거리 두기 시대 ‘소통의 욕망’ 해소할까

이성민 | 321호 (2021년 0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클럽하우스의 인기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지만 클럽하우스는 사람들에게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오디오 기반 콘텐츠는 복합시간적 미디어 이용에 최적화돼 있다. 청각만 사용하면 나머지 감각을 활용해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굴’ 가능한 시간적 틈새(niche)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성장의 기회가 열려 있다. 또한 감각적으로 소리만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어쿠스마틱 청취가 가능해 화자와 청자의 거리감을 줄인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한동안 오프라인 중심으로 발전한 ‘살롱 문화’가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들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는 점도 클럽하우스가 우리에게 준 인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다

클럽하우스는 혜성처럼 나타나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빠른 성장만큼 열기가 식는 속도도 빨랐다. 클럽하우스의 인기 요인에 대해 해석하느라 분주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국에선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빠르게 인기가 식는 데 대응하기 위해 클럽하우스 측은 모더레이터에 대한 보상 체계나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 등을 예고했지만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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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단기간에 충격적이라 할 만큼 신드롬을 기록한 클럽하우스와 관련해, 이런 흥행이 나왔던 배경 자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국가별로 성적표도 다르고, 다양한 추가 전략이 나올 예정이라 실패라 단정하기에도 성급하다. 이 시대에 오디오 기반 SNS 붐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됐던 배경을 분석해야 이후의 방향성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클럽하우스의 흥행 원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포인트는 소위 ‘힙스터’의 관심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아이폰 유저만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에 설레브러티가 다수 참여하는 방식이 사람들의 참여 욕구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 축에는 오디오 콘텐츠 자체의 매력에 대한 분석도 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올해 초 ‘클럽하우스의 키워드- 목소리, 커뮤니티, 탈중앙화, TMI.FM’라는 글에서 클럽하우스의 핵심 가치는 ‘음성 콘텐츠’가 아니라 ‘목소리’라고 규정하며 “목소리라는 개념은 음성이나 오디오와는 질적으로 다른, 그러니까 필연적으로 그 목소리의 주체성을 가리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1

또 모더레이터라는 존재가 중심이 되는 대화 구조와 관련한 장점과 단점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수평적이지 않고 위계적 소통만이 가능하다는 비판이 존재하는 한편 이러한 구조 덕분에 질 높은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크게 2가지 방향성이다. 한 가지는 클럽하우스가 ‘대화’라는 양식을 통해 사람들 간의 소통을 전례 없이 촉발했고 무엇보다 ‘소셜’미디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소셜미디어는 서로 교류할 수 없었던 사람들 간에 새로운 소통이 촉발되기에 ‘새로운 만남과 발견의 매력’ 그 자체가 강조됐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발전하고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사적 관계 중심의 좁은 네트워크와 공개적 소통의 구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 간의 교류로서의 ‘소셜’의 역할은 다소 무뎌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럽하우스는 꽤나 오랜만에 이러한 발견과 교류의 즐거움 자체를 재발견하게 해준 매체란 점에서 그러한 욕망의 저변을 확인하게 해준 사건이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주목이다. 오디오 중심의 콘텐츠 소비는 지난 몇 년에 걸쳐 큰 성장이 나타난 분야라 할 수 있다. 오디오 기반 서비스인 스푼라디오의 성장이나 오디오북을 내세운 윌라나 밀리의서재의 성장은 오디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오디오 콘텐츠 소비의 증가는 관련된 환경적 요인의 유기적 성장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소리 기반의 미디어 활용의 저변이 넓어진 상황에서 이를 새로운 유저 경험으로 만들어낸 서비스가 순간적인 흥행을 해냈다는 것은 클럽하우스 자체의 인기는 ‘반짝’일 수 있어도 그 저변의 힘은 여전히 강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클럽하우스의 흥행은 단일한 사건이라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소리 미디어 지형의 변화 속에서 나타난 하나의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클럽하우스 신드롬을 하나의 ‘현상’이었다라고 보면 이러한 현상 자체가 가능했던 저변을 살펴보고, 클럽하우스의 특성과 이런 현상을 연결해서 해석하려는 복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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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콘텐츠 성장의 미디어 문화적 배경

1. 넓어진 오디오 콘텐츠의 저변:
미디어의 확장, 장르의 분화

먼저, 클럽하우스 성공의 배경에는 이미 성장하고 있던 오디오 콘텐츠 산업이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 산업을 넘어선 ‘목소리’ 중심의 콘텐츠 영역이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가 2020년 발표한 ‘팟캐스트 광고 시장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팟캐스트 시장 규모는 14억23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PwC가 예측한 2019∼2024년 전 세계 팟캐스트 광고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2.2%에 이른다.2 한국은 팟캐스트 광고의 시장 규모가 2020년 기준 2600만 달러(약 290억 원) 수준이나 성장률은 23.71%로 전 세계 평균보다 높다. 오디오북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2020년의 전 세계 오디오북 시장 규모를 35억 달러(약 3조9000억 원) 규모로 예측한 바 있다.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오디오 콘텐츠 스타트업 스푼라디오는 소리 기반 미디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스푼라디오는 2019년 아이템 판매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486억 원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전 세계 10개국에 서비스하고 있는 스푼라디오는 오디오 라이브 플랫폼으로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디스코드(Discord)의 성장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디스코드는 게이머들의 소통을 돕는 음성 채팅 앱으로 게임 커뮤니티에 특화된 서비스를 토대로 성장해왔으며 2019년 기준 2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합병 논의가 나오며 기업 가치가 11조 원까지 뛰기도 했다. 디스코드의 성장 역시 사람들이 음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소통을 원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오디오 콘텐츠 확산의 저변에는 관련 기술 및 기기의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에어팟의 돌풍이 대표적이다. 무선 이어폰 시장의 성장은 단순히 이어폰 연결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소리 미디어와의 연결성 자체를 변화시켰다. 오디오 기기의 대중화도 이뤄졌다. ASMR와 같은 오디오 특화 콘텐츠의 유행은 블루예티나 줌 같은 마이크 판매로 이어졌다. 오디오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기술적 기반이 대중화되면서 다양한 오디오 크리에이터가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향유하는 이용자 집단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오디오 콘텐츠가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다시 분화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변화다. 가장 오래된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라디오는 텔레비전과 같은 시각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생활시간의 ‘틈새’로 자신의 위치를 이동했다. 본래 한국에서 라디오가 전성기를 맞이했던 1960년대의 핵심 장르는 다름 아닌 ‘드라마’였다. 드라마, 퀴즈쇼, 입체낭독,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던 라디오는 이후 시각 미디어와의 경쟁 속에서 음악과 토크쇼 중심으로 장르가 축소돼 왔던 것이다.

그랬던 오디오 콘텐츠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확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낭독’이라는 소리 기반 소통의 하나의 중요한 양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소설 낭독 등을 통해 오디오 드라마의 전통이 되살아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팟캐스트의 성장은 분야의 다양성 확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광고와 유료 판매, 후원 등으로 다양해진 비즈니스 모델은 이러한 확장이 계속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다.

2. 시간과 감각의 측면에서 본 오디오 콘텐츠의 강점

1) 시간적 측면: 복합시간적 미디어 이용과 시간적 틈새의 발굴

화려한 시청각 미디어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 조명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디오 콘텐츠 고유의 미디어적 강점도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오디오의 ‘복합시간성(polychoronic time)’이다. 복합시간성은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과 제니퍼 브라이스의 논문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미디어 이용은 크게 단일시간적(monochronic) 미디어 이용과 복합시간적 미디어 이용으로 구분된다.3 단일시간적 미디어 이용이 미디어 이용을 시간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면 복합시간적 미디어 이용은 다른 행동을 하면서 동시에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식에 해당한다.4 오디오 콘텐츠의 이용은 전형적으로 복합시간적 미디어 이용에 해당되며 청각이라는 단일 감각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굴 가능한 틈새(niche)’를 남긴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미디어 사용 시간에 대한 성장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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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각적 측면: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어쿠스마틱 청취 경험

감각적 측면에서 주목할 개념 중 하나는 ‘어쿠스마틱’ 청취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문화평론가 피에르 쉐퍼(Pierre Schaeffer)는 음원을 보지 못한 채로 소리를 듣는 청취 행위를 어쿠스마틱(acousmatic)이란 형용사로 표현한다. 즉, 어쿠스마틱 청취란 소리의 시각 정보가 은폐된 방식의 소리 경험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영화인 미셀 시옹은 라디오, 음반, 전화 등 음원을 보여주지 않으며 소리를 전달하는 미디어들을 ‘어쿠스마틱 미디어(acousmatique media)’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5

어쿠스마틱 청취라는 개념은 오디오 콘텐츠의 중요한 강점을 드러내 준다. 최근 클럽하우스를 이용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중독성’의 원인도 이와 관련돼 있다. 어쿠스마틱 청취 경험은 듣는 사람의 공간을 채우는 소리와 듣는 사람과의 관계가 ‘합의적’이란 점에서 일정한 거리의 감각을 공간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시각 미디어 경험과 구분된다.6

상대가 보이지 않고 소리로만 연결될 때 우리는 그 상대와의 거리를 자의적으로 위치시킬 수 있다. 소리는 일단 녹음돼 그 소리가 생산된 주변의 맥락과 분리되면 그것이 어떤 소리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돼 버리고, 따라서 어떠한 소리로도 들릴 수 있게 된다.7 시각 정보가 배제된 어쿠스마틱 청취가 이뤄지는 ‘클럽하우스’에서 우리가 상대와의 거리감을 보다 줄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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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의 흥행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절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지속되는 비대면 환경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러한 ‘거리를 줄이는’ 어쿠스마틱 청취의 강점이 어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 희곡을 오디오 드라마 형태로 제작해 공개하는 극작가 동인 ‘괄호’는 귀로 듣는 오디오 콘텐츠를 ‘귀대면’이라고 재치 있게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8 이러한 시도들 역시 소리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심리적 거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재매개의 관점에서 본 클럽하우스와 오디오 콘텐츠의 발전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콘텐츠의 분화와 발전이란 관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례다. 클럽하우스는 라이브로 다수의 이용자가 동시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오디오 기반의 소셜미디어다. 클럽하우스는 소리를 기반으로 다자간에 상호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를 운영하는 방식의 표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후 오디오 소셜미디어의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미디어의 발전에서 상호작용의 방식은 기술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의 복합적인 발전을 통해 변화해왔다. 일방향적인 콘텐츠 제공이 아닌 다수의 이용자 의견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는 방식을 구현하는 것은 미디어의 특성에 따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텍스트 중심의 소통에선 ‘채팅’이란 형태가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었고, 이는 한동안 영상 중심의 소통에서도 중요한 방법으로 활용돼 왔다. 유튜브나 트위치, 아프리카TV 등의 라이브 방송에서 진행되는 채팅을 통한 크리에이터와의 소통이 대표적이다. 실제 영상 자체로 상호 소통적 참여의 가능성은 줌(ZOOM)을 통한 실시간 화상회의 방식이 도입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는 소리만으로 상호 소통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위계적’ 질서와 앱의 시각 요소를 활용한다. 모더레이터가 소통의 중심이 돼 사람들의 발언권을 전략적으로 조율하되 ‘스피커’라는 지위를 통해 다수의 인원에게 동시에 발언권을 부여할 수 있다. 스피커가 아닌 이들의 발언권을 부여하기 위한 ‘손들기 기능’도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클럽하우스는 분명 ‘어쿠스마틱 청취’가 중심이 되는 오디오 콘텐츠지만 UX 측면에서 앱의 시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기도 하다.

클럽하우스의 특징을 오디오 콘텐츠의 진화란 측면에서 이해하기 위해서 ‘재매개(remediation)’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재매개란 새로운 미디어가 앞선 미디어의 형식을 차용하거나 개조하는 형식 논리를 의미한다. 9

1. 클럽하우스는 전화를 재매개한다

먼저, 클럽하우스는 ‘전화’라는 미디어의 계보를 따른다. 전화는 라디오와 함께 소리 미디어의 중요한 계보의 하나를 이룬다. 라디오가 방송국이 제작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매스미디어의 계보를 구성한다면 전화는 사람들 간의 상호적인 소통으로서 ‘대화’의 양식을 따른다. 전화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내 목소리가 상대에게 들려질 수 있는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전화는 스피커와 마이크의 결합으로 구성돼 있어 나와 상대의 발화 가능성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 클럽하우스도 내 목소리가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전화의 계보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클럽하우스는 이러한 ‘발화의 가능성’을 위계적으로 구성하는 전략을 취하기에 모두가 발화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손들기’를 통해 언제든지 스피커의 위치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해당 콘텐츠가 ‘방송’이 아닌 ‘대화’의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발화 양식도 ‘대화’의 전략을 따르게 된다는 점에서 ‘방송’보다 심리적 거리를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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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미디어 이용의 중심이 된 이후로 ‘참여 가능성’은 콘텐츠의 중요한 매력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만 그 참여 방식은 여전히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고 나머지 참여자가 ‘주변’이 되는 식이었다. 라이브 기반의 음성 소통이란 점은 ‘스푼라디오’와 같은 오디오 콘텐츠와 클럽하우스가 유사하지만 미디어 계보의 관점에서 여전히 스푼라디오는 ‘방송’을 따른다는 점에서 참여자의 위치가 주변적이다. 오히려 시각 미디어인 줌이 계보적 관점에선 ‘전화’에 가깝다. 디스코드와 같은 음성 채팅 서비스 역시 이러한 ‘전화’의 계보를 따르는 라이브 기반의 쌍방향 음성 소통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2. 클럽하우스는 토크쇼를 재매개한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특징적인 존재는 바로 모더레이터다. 모더레이터는 대화의 흐름을 조율할 수 있는 핵심 권한을 갖는다. 모더레이터와 스피커는 서로 다른 종류의 역할과 역량이 요구된다. 스피커는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존재라면 모더레이터는 대화의 시간적 흐름에 다양한 스피커를 배치해 콘텐츠를 구성하는 존재다. 스피커가 배우라면 모더레이터는 PD나 감독에 가깝다.

모더레이터가 중심에 놓인다는 점에서 클럽하우스는 콘텐츠의 ‘장르’란 측면에서 ‘토크쇼’의 전통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토크쇼는 방송 미디어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가장 오랫동안 유지돼 온 정보 형식이자 장르의 하나다. 흥미로운 것은 토크쇼에서 대화의 중심이 되는 주체는 게스트로 참여하는 스피커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토크쇼는 모더레이터의 퍼스널리티를 강조하고, 대부분 모더레이터의 이름이 쇼의 제목이 된다. 다수의 주체가 참여하는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은 모더레이터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고, 모더레이터는 그 대화 전체를 콘텐츠로 구성하는 핵심 주체다.

클럽하우스가 토크쇼를 재매개한다는 것은 사실상 클럽하우스의 핵심 콘텐츠는 여전히 ‘방송적’으로 구성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 사람은 클럽하우스를 부분적으로 팟캐스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소비한다. 앞서 전화의 재매개를 통해 소통에 대한 감각을 환기하지만 실제 참여자의 대부분의 시간은 방송의 한 장르인 토크쇼를 감상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게 흘러간다. 이를 통해 클럽하우스는 일정한 시간대의 정기적인 운영이 가능한 콘텐츠의 장르적 규칙을 형성할 수 있어 디스코드와 같은 음성 채팅 앱과는 다시 구분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클럽하우스는 ‘위계적 운영’의 특징을 갖게 된다. 토크쇼는 모더레이터가 주인이다. 방을 열고 권력을 갖는 주체는 모더레이터지 스피커가 아니다. 클럽하우스의 위계는 이런 점에서 하나의 장르적 특징으로도 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에 완전히 수평적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장르적 위반을 요구하는 것에 가깝다.

클럽하우스는 오디오 콘텐츠 장르 분화의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클럽하우스의 열기가 주춤하는 사이, 다른 오디오 소셜미디어의 출범이 예고되고 있다. 미디어는 기술적 가능성과 사회적 사용을 통해 구성적으로 성격이 정해진다는 점에서 이러한 클럽하우스의 재매개가 하나의 정답이 될 순 없을 것이다. 이미 사람들의 일부는 클럽하우스를 방송으로 활용하고 있고, 다른 일부는 ‘비밀 음성 채팅방’으로 폐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중 누가 더 주류가 될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오디오 소셜미디어의 실험은 이제 시작 단계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살롱 문화와 새로운 소셜:
취향과 정보 중심의 새로운 네트워킹 전략

클럽하우스 흥행을 ‘살롱 문화’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소셜의 형성과 관련돼 설명할 수도 있을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전에 살롱은 주로 오프라인 모임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취향 기반의 모임 서비스 ‘문토’나 독서 기반의 모임 서비스 ‘트레바리’의 성공은 사람들 사이에 새로운 모임의 코드와 방식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연남장, 취향관 같은 오프라인 라운지들이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고 지역의 독립 서점들은 새로운 교류 방식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클럽하우스는 어찌 보면 팬데믹으로 인해 제한된 교류의 감각을 단기적으로 온라인에서 구현해내며 주목을 받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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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살롱 문화라 할 수 있는 새로운 교류 방식의 특징은 그 중심에 취향과 지식이 놓여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맺는 사회적 관계는 주로 혈연, 지연, 학연으로 대표되는 주어진 조건들이 중심이었다. 여러 이유에서 이런 조건들을 바탕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졌던 것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이러한 전통적 조건을 벗어난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초기에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는 디지털 공간의 개방된 구조가 오히려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을 강화하게 됐고, 소셜미디어들의 수익화 전략이 변하면서 과거와 같은 ‘안전한 발견’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길이 닫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사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한다고 공공연히 밝혔고 다수의 미디어가 곧바로 사라지는 ‘스토리’ 유형의 콘텐츠를 추가하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살롱에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취향과 지식이 매개가 되는 소수의 오프라인 모임은 안전하면서도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책을 매개로, 강연을 매개로, 취미활동을 매개로 사람들은 다시 모이고 교류하며 관계를 형성했다.

지식과 정보의 의미가 바뀌고 있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기존의 지식 정보 중심의 모임은 학교로 대표되는 위계적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이미 체계화돼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 지식이 아니라 현장 중심의 특화되고 체화된 지식에 관심을 기울인다. 위계적이지 않으며, 현장 지향적이며, 다양한 목소리 자체가 중요한 지식 체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교류 활동들은 바로 이러한 지식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오프라인 기반의 살롱 문화는 다양한 정체성에 기반한 관계 형성에 대한 목마름과 동시에 과거보다는 조금 더 안전하고 적절히 닫혀 있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의 니즈 속에서 탄생하고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그 개방의 범위는 제한적이고, 관계의 깊이는 단기간에 확보하되 이후의 개별적 삶에서의 거리는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오프라인 기반 모임의 특성이었다. 클럽하우스 열풍의 이면에는 이러한 오프라인 기반 살롱 문화의 저변이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소통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클럽하우스는 초대장 등의 시스템을 통해 기존의 소셜미디어보다 안전하고 제한된 개방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오디오 소셜미디어의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클럽하우스의 미래는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클럽하우스의 빠른 ‘퇴장’에 대한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이제야 클럽하우스를 잘 사용하기 위한 매뉴얼북이 출간되기도 한다. 안드로이드 버전의 출시와 모더레이터 후원 시스템의 도입이 다시 활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클럽하우스의 단기간의 성공과 실패가 ‘오디오’의 문제일지, ‘소셜’의 문제일지, 그게 아닌 다른 유저 경험의 문제일지에 대해선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의 가능성 자체가 닫힌 것은 아니다. 클럽하우스는 디지털 기반의 오디오 콘텐츠의 저변이 넓어지던 가운데 소셜미디어 측면의 빈틈을 파고들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클럽하우스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사회적 관계 방식의 변화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목소리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는 방식의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이용자의 실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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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클럽하우스가 촉발한 변화는 다른 서비스들로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오디오 기반의 소셜미디어를 준비하고 있고, 퀼트(Quilt)와 같이 커뮤니티에 특화된 오디오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서로 다른 오디오 소셜미디어들은 클럽하우스의 성공과 실패를 벤치마킹하며 서로 다른 유저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수평적인 방식을 취할지, 폐쇄적인 방식을 취할지, 상호성을 어떤 방식으로 강화할지 등 아직 실험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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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미디어의 빠른 발전 속에서 소리 미디어와 청각적 경험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미셸 시옹(Chion)은 그의 저서 『오디오-비전』의 머리말에서 “소리를 들으면 같은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보면 같은 방식으로 ‘들리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지적한다.10 시각과 청각 정보를 함께 수용할 때, 각각을 독립적으로 받아들일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갖게 된다. 오디오 기반의 소셜미디어는 시각 정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리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각 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앞으로의 오디오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시청각 경험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새로운 이용 문화를 형성해나갈 것이다. 앞으로 소리가 만들어내는 감각과 이들의 문화적 함의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Hall, E. T. (1976). Beyond Culture. New York: Anchor Press Bryce, J. W. (1987). Family Time and Television Use. In T. R. Lindlof (ed.), Natural Audience: Qualitative Research of Media Uses and Effects (pp.121∼138). Norwood: Ablex.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 sky153@knou.ac.kr
필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콘텐츠 산업 현장의 변화를 정책의 언어로 담아내는 연구를 진행했다. 미디어 문화 및 역사 연구를 출발점으로 삼아 콘텐츠 산업에 대한 연구와 발표, 강의, 자문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연구로는 ‘콘텐츠 지식재산 활용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 ‘콘텐츠 산업 제작 및 유통구조 변화와 과제’ ‘콘텐츠 산업 트렌드 2025’ 등이 있다.


DBR mini box I : 오디오 SNS의 미래 가치와 과제
A-U-D-I-O 모델로 클럽하우스 다시 보기

오디오는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오디오를 품은 소셜미디어는 간편하면서도 인간적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즉흥적인 소통이 주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수익 창출 기회까지 만들어냄으로써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되고 있다. 오디오 소셜 미디어의 5가지 미래 가치를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 A-U-D-I-O 모델이라는 콘셉트로 구조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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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U-D-I-O 모델

A - Amplification (상호작용의 증폭)

오디오 소셜미디어가 제공할 대표적인 사용자 경험은 상호작용의 증폭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근간은 한 주체에서 다른 주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이자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인데 오디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오디오를 통해 편리하고 풍부하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또한 과잉 정보를 담은 메시지는 높은 인지적 노력을 야기하므로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하는데 오디오 플랫폼은 이러한 메시지 복잡성을 줄이고 간편하게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U - Unification (통합된 커뮤니티 경험)

사용자들은 일대일(one to one) 소통이 아닌 일대다(one to many) 혹은 다대다(many to many) 소통을 통해 커뮤니티 구성원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한다. 시간대와 커뮤니티 규모에 따라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대화방의 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하루 24시간 커뮤니티 구성원들과의 연결된 경험이 가능하다. 정교하게 설계된 오디오 소셜미디어의 인터페이스는 이런 집단 소통의 참여도를 증대시킨다.

D - Diversification (관심사의 다양화)

오디오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 생산을 강화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소셜미디어는 콘텐츠 소비자를 생산자로 전환함으로써 지식과 정보의 민주화를 선도했다. 콘텐츠 제작자나 인플루언서들이 활동하는 소셜미디어 공간은 주제별로 분화된 콘텐츠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소비된다. 오디오 소셜미디어에서는 경제, 기술, 커리어 등의 전문적인 내용은 물론 연애, 성대모사, 잡담 등 일상적이고 캐주얼한 주제의 대화방들이 공개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다. 제작이 쉽고 즉각적인 상호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I  - Impromptu (즉흥성)

오디오 소셜미디어에서 형성되는 네트워크의 또 다른 특징은 즉흥성이다. 기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같이 단방향 관계 맺기가 중심이 되는 소셜미디어와 달리 오디오 기반의 소셜미디어에서는 의사소통이 즉흥적으로 발생한다. 가끔은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유명인이 내가 있는 대화방에 들어와 함께 대화를 하는 경우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렇게 비구조화되고 예측이 어려운 사회적 교류 경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충족한다.

O - Opportunity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오디오 소셜미디어에서는 실시간 대화를 매끄럽게 진행해 줄 사회자(moderator)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존재한다. 클럽하우스, 페이스북 등 대부분의 오디오 소셜미디어는 청중들이 사회자에게 리워드를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뒀다. 개인 간 대화에서는 물론 사회자가 필요 없지만 강연이나 웨비나 등 다수가 참여하는 단체 대화에서는 체계적인 진행을 맡아줄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각 자료의 도움 없이 가상 공간에서 오디오로만 진행되는 이벤트는 사회자의 진행 능력이나 임기응변에 따라 모임의 성패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오디오 소셜미디어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비즈니스 기회는 커머스 수익이다. 오디오 소셜미디어에서도 기존 소셜미디어와 유사한 방식의 비즈니스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오디오 소셜미디어에 특화된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게 되면 이들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도 활발해질 것이다.

2. 클럽하우스의 인기 하락 요인 및 보완책

A-U-D-I-O 모델에 근거하면 현재 국내에서 클럽하우스가 왜 인기가 주춤한지에 대해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앞으로 오디오 SNS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클럽하우스 앱 자체는 쉽고 즉각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했지만 상호작용을 증폭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구성원들 중심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다수의 참여자는 ‘나는 듣기만 해야겠다’라는 생각에 청취자로 남기 때문이다. 클럽하우스 인기 대화방들은 소수의 유력자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진행자인 모더레이터가 누구에게 발언권을 부여할지에 대한 권한을 갖는다. 이런 클럽하우스의 작동 방식으로 인해 새로 가입한 사람들이나 발언 경험이 부족하고 팔로워가 적은 사용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소셜미디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이 아닌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듣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방적 청취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아진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방일수록 소외 현상은 뚜렷하다. 상호작용을 증폭시키지 못하는 메커니즘은 사용자의 지속적 사용을 저해하며 클럽하우스가 대중적인 소셜미디어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둘째, 클럽하우스가 만들어내는 커뮤니티 경험은 해당 대화방을 처음부터 발전시킨 구성원 사이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새로 유입한 사용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으로 다가온다. 기존 멤버들 간 유대감이 견고하다 보니 신규 멤버들이 ‘내가 이 대화방에 끼어도 되나’라고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모였다 흩어지는 휘발성이 클럽하우스만의 매력이 될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로서의 커뮤니티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방침과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즉흥성 측면에서도 클럽하우스는 부족함을 보인다. 인간은 예측 불가능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동시에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클럽하우스에서 느낄 수 있는 즉흥성은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때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다 믿어도 되나’라는 불안함을 준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있어야 즉흥적인 대화가 긍정적인 경험으로 이어진다. 페이스북 등 기존 소셜미디어에서는 친구 목록이나 과거 게시물을 통해 상대방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반면 클럽하우스에서는 상대방의 과거 발언을 확인하거나 계정을 인증하는 배지(badge) 같은 장치가 아직 없다. 상대가 임의로 써놓은 프로필을 전적으로 믿기도 어렵다. 오디오 소셜미디어만의 즉흥성을 살리면서도 대화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장치가 더 필요하다.


임재완 테크미디어 테크니들 편집장 jaewan@techneedle.com
임재완은 글로벌 테크 분야 소식을 전하는 ‘테크니들(techNeedle)’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 『글로벌 테크, 7가지 욕망을 읽다(공저)』 등이 있다.

김수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수료 soominkim@snu.ac.kr
김수민은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hci+d. 연구실에서 HCI, UX, CUI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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