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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미국 펫 리테일러 ‘츄이’의 고객중심주의

사람과 동물의 마음을 훔친 펫 전문 온라인몰
아마존 뛰어넘는 ‘팬데믹 승자’로

강지남 | 320호 (2021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반려동물 용품 전문 온라인 리테일러 츄이가 거인 아마존을 견제하는 수준으로 성장한 것은 ‘고객중심주의’를 뼛속 깊이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츄이는 연중무휴 24시간 전화 상담과 손편지, 깜짝 선물 등으로 고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끈끈한 관계를 쌓았다. 또한 원격 헬스케어 서비스와 온라인 펫 약국 사업에 빠르게 뛰어들어 팬데믹 시대에 반려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니즈에도 적극 부응했다. 제품과 서비스에 앞서 고객 경험에 올인하는, ‘얼굴을 가진’ 이커머스 츄이가 펫 휴머니제이션 트렌드를 가장 잘 이해한 기업이라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1년 플로리다주 데이니아비치. 마이애미에서 북쪽으로 40㎞가량 떨어진 이 도시에서 대학을 중퇴한 스물다섯 살 청년 라이언 코헨은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자바(Java) 관련 온라인 채팅방에서 만난 마이클 데이 또한 조지아대를 그만두고 코헨과 의기투합한 상태였다. 사업 아이템은 주얼리였지만 두 청년 모두 이 아이템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주얼리 박람회에 갔다 본인들에겐 귀금속에 대한 지식도, 알고자 하는 열정도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말았다.

그즈음 코헨은 반려견 타이리의 사료를 사러 동네 애완동물가게에 들렀다. 가게 점원에게 건강에 좋은 사료에 대해 이것저것 묻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존도, 대형 애완동물용품점도 전문적이지 않아. 고객서비스도 엉망이고. 나 같은 사람만 해도 어떤 제품이 반려견 건강에 더 좋을지 엄청 궁금한데 말이야. 반려동물 제품에 대해 수준 높은 지식을 자랑하면서도 동네가게처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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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머리에 담고 사업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얼리 쇼핑몰 오픈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두 청년은 과감하게 핸들을 틀었다. 사료 등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전자상거래 사업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미 사들인 쥬얼리는 저렴하게 처분했다. 열정을 가진 아이템을 찾은 덕에 사업 준비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단 3개월 만에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판매할 제품을 갖추고, 물류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그해 6월 츄이(chewy.com)를 론칭했다.

‘팬데믹이 배출한 승자.’ 곧 창업 10주년을 맞는 츄이를 일컫는 수식어다. 2020년 초 미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츄이에 전례 없는 호재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 및 반려동물 개체 수가 크게 늘었고, 일상적인 외출이 어려워지자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사료며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2020년 미국 가정이 새로 입양한 반려동물은 수백만 마리, 온라인 펫 용품 시장은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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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호재에 힘입어 츄이는 지난해 71억5000만 달러(약 8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림 1) 전년 대비 47% 성장한 수치다. 2020년 한 해 동안 570만 명의 신규 고객을 확보하며 총고객 수는 1920만 명이 됐다. 주가 역시 크게 올랐다. 팬데믹 이전 30달러를 밑돌던 츄이의 주가는 12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80달러대에 안착한 상태다. 3년 전 회사를 떠난 코헨의 뒤를 이어 2018년 3월부터 츄이를 이끌고 있는 수밋 싱 CEO는 DBR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하고 관련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며 “츄이는 앞으로도 빠르게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DBR mini boxI ‘“댕댕이 덕분에 고립 견뎠어요”코로나 팬데믹으로 성장률 3배 뛴 美 반려동물 시장’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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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
“댕댕이 덕분에 고립 견뎠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성장률 3배 뛴 美 반려동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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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 아가씨 정말 귀엽네요. 몇 살이에요?”

“사실 남자애예요. 이제 곧 두 살 되는데 수줍음이 많은 편이에요.”

미국 뉴욕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면 어린이가 아닌 반려동물에 관한 대화일 확률이 더 높다. 공원마다 어린이 놀이터와 함께 개 놀이터(Dog Park)를 갖췄을 정도로 뉴요커의 반려동물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 내 최대 학군인 뉴욕시의 학생 수는 100만 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각 가정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는 110만 마리가 넘는다. 이러한 현황은 미 전역으로 확대해도 마찬가지다. 전미반려동물용품협회(APPA)에 따르면 미 전체 가구의 67%에 해당하는 8490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른다. 자녀가 없는 가구가 절반(4950만 가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려동물 숫자가 어린이 인구를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밀레니얼세대의 반려동물 사랑이 두드러진다. 밀레니얼세대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비율이 7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i

‘반려동물의 천국’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동물에 친화적인 사회가 됐다. 건강상 혹은 경제적 여건의 악화로 버려지는 동물이 많아질 것이란 당초의 예상을 깨고 반려동물 인구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대기령이 시행됐던 2020년 상반기에는 각 동물보호소에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입양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동물보호소를 지원하는 뉴욕 소재 비영리단체 포스터독스(Foster Dogs)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 월 140건이던 개 입양 신청 건수가 이후 월 4000건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3.6% 증가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예년의 성장률보다 3배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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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게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이 지출”

반려동물 가구의 증가는 관련 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 APPA는 2020년 미국인의 반려동물 관련 연간 총지출이 990억 달러(약 112조 원)로 2019년(957억 달러) 대비 3.4% 성장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 단체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가구 중 팬데믹이 가정의 재정 상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61%에 달했다.ii 하지만 반려동물 관련 소비 행동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82%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코로나19로 인해 변경되거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려인은 오히려 반려동물에게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프리미엄 제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소매업체 쿠폰팔로우닷컴(couponfollow.com)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36%가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했다”고 응답했다.iii “덜 지출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자신의 음식으로는 저가 식료품을 사서 먹는다고 한 응답자의 70%가 “반려동물 사료로는 (상대적으로 더 비싼)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관련 소비는 사료와 배변용품 등 필수품 위주였지만 밀레니얼세대는 반려동물의 장난감 구입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반려동물의 건강 및 웰빙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시장 조사 업체 패키지드팩트(Packaged Facts)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반려동물의 건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는 응답이 41%, “팬데믹을 계기로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 제품을 바꿨다”는 응답이 14%였다.iv 실제 미국에서 반려동물 건강보조제 시장은 지난해 21% 성장해 8억 달러 규모에 도달했다. 이는 2019년 성장률의 4배 수준으로, 특히 면역력 강화나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는 제품이 많이 팔렸다. 사람이 먹는 건강보조제처럼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반려동물용 건강보조제도 인기다. 이미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만 새로운 반려동물을 들이고 싶은 욕구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설문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추가로 키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이 절반(46%)에 가까웠다.v

반려동물용 밀키트 등 전망 밝아

미국인들이 반려동물에 더 헌신적이 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을 돌볼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고립감에서 오는 정신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반려동물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는 룸메이트가 코로나19를 피해 도시를 떠난 뒤 반려동물을 입양했다는 사연이 더러 눈에 띈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신적 의존도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 종료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가 다시 회사로 출근하면 나의 개, 고양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다. 다시 출근하게 되더라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밀레니얼세대의 48%, Z세대의 71%가 “반려동물 친화적 정책을 실시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거나 요구할 생각”이라고 응답했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vi

이처럼 반려동물에 열정적인 두터운 소비층을 기반으로 미국의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 이 분야에서 온라인 소비 비중도 현재 27%에서 2024년 35%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반려동물 관련 제품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이 즐겨 구매하는 카테고리 중 5위에 해당한다. 특히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로는 프리미엄 사료를 비롯해 동물성 원료가 포함되지 않은 비건 사료, 반려동물용 밀키트 및 간식, 정기구독 서비스, 디지털 약국 및 디지털 건강 관리 서비스 등이 꼽힌다. 사람 자녀를 키우듯 반려동물을 정성껏, 그리고 건강하게 돌보려는 반려인의 욕구를 겨냥하는 분야에 대한 전망이 밝은 것이다.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으로

널리 알려졌다시피 미국의 온라인 시장은 아마존이 장악했다. 이 유통 거인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40%에 달한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1억5000만 명이 넘는다. 미국인 2명 중 1명꼴로 아마존 프라임 회원인 셈이다. 이러한 ‘아마존 제국’에서도 츄이의 존재감은 매섭다. 소매 컨설팅 회사 1010data에 따르면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하지만 츄이의 점유율도 34%나 된다. 츄이가 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온라인 반려용품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츄이가 아마존에 대적할 만한 존재감을 갖게 된 핵심 비결은 ‘고객중심주의’에 있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제프 할 세컨드투논 대표는 “츄이는 고객을 사업의 중심에 둔 브랜드의 가장 좋은 예”라며 “츄이는 구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의 감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1

미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는 ‘펫 오너(Pet Owner)’다. 하지만 츄이는 이들을 ‘펫 부모(Pet Parents)’ 혹은 ‘펫 파트너(Pet Partner)’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을 ‘애완’의 대상을 넘어 평생을 함께할 ‘자녀’로 여기는 밀레니얼세대가 어떤 표현을 더 환영할지는 자명하다. 츄이는 홈페이지에 자사의 미션을 “반려동물 부모에게 가장 신뢰할 만하고 편리한 온라인 쇼핑몰이 되는 것”이라고 소개하며 “우리는 반려동물과 반려동물 부모를 가족으로 여기며,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고객과의 모든 접점에서 고객의 기대치를 넘어서는 데 집착한다”고 밝히고 있다.

1. 연중무휴 24시간 고객센터와 전문적인 에이전트

츄이의 ‘고객 집착’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아마존도 콜센터를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한다. 하지만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콜센터 번호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구글에서 검색해 찾는 게 빠르다. 하지만 츄이는 회원 가입을 마친 고객에게 바로 이메일을 보내 고객서비스센터 번호를 알려준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 상단의 검색창 옆에도 ‘24/7 help’ 배너를 걸어 놨다. 이 배너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면 고객서비스센터 전화번호 및 고객 문의 이메일 주소가 나온다.

츄이는 ‘고객 전화를 수 초 내에 받고, 이메일에는 1시간 내 답장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하지만 고객 전화를 언제든 빠르게 받아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서비스 질이 뛰어나야 한다. 고객과 직접 대화하는 직원(‘에이전트’라고 불린다)들은 반려동물 및 취급 제품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교육받았다. 이들은 고양이의 배변 활동에 좋은 사료는 무엇인지, 10살짜리 레트리버에게 추천할 만한 영양보충제는 무엇인지, 동물보호소에서 방금 데려온 아기 강아지에겐 무얼 먹이면 좋을지 등에 대해 조언해준다. 코헨은 “츄이의 에이전트들은 가장 좋은 그레인 프리(Grain-Free, 곡물이 들어가지 않은 사료) 제품이나 최고의 체중 감량 식품을 알고 있고, 반려동물의 알레르기 또는 민감한 피부 문제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다”며 “반려동물은 의사 표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반려동물 부모는 전문가와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

2. 반려동물 초상화 등 깜짝 선물 공세

츄이는 반려동물 부모가 당장 궁금해하는 정보와 지식을 알려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고객의 예상을 ‘초과한’ 감동 서비스를 선보인다. 일례로 츄이는 첫 구매를 한 고객에게 직원이 손으로 쓴 감사 카드를 보낸다. 반려동물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도 카드를 보낸다. 반려동물이 사망해 주문한 사료를 취소하겠다고 고객서비스센터에 연락하면 취소가 바로 접수되는 것은 물론이요, 위로 카드와 꽃다발까지 집으로 보내준다. 기르던 골든레트리버를 잃은 뒤 츄이가 보내온 꽃다발을 받은 오클라호마주 고객 조던 레드먼은 A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츄이의 배려가 정신적 고통을 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3 츄이 에이전트와의 대화 중에 결혼한다고 말한 고객에게는 축하 꽃다발을 보낸다. 상담 중에 컴퓨터 키보드가 망가졌다고 하소연하는 고객에게 회사 비품실에서 새 키보드를 찾아내 보내준 에이전트도 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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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츄이는 ‘무조건적 만족 보장 정책(100% Unconditional Satisfiaction Guaranteed Policy)’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가 불만족하면 환불해주는 것인데 5 츄이는 환불 이상으로 대응한다. 만약 구입한 사료를 반려동물이 좋아하지 않아 환불하겠다고 하면 즉각 환불해주면서 해당 사료를 근처 동물보호소에 기부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러한 츄이의 고객서비스에 감동받았다는 후기가 넘쳐난다. 고객 민디 잭은 링크트인에 자신의 친구가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했다. 친구의 개가 사망해 츄이의 정기 배달 주문을 취소하자 츄이가 위로의 카드와 꽃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잭은 “츄이 직원이 ‘대화가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했는데,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적었다. 또 다른 고객인 케이티 잭클은 트위터에 ‘고양이 사료 봉지가 뜯긴 채 배달돼 츄이 측에 이메일을 보내자 10분 만에 새 제품을 발송했다는 답장이 왔다는 글을 남겼다. 그런데 그 내용이 정말 귀엽다. 그가 첨부한 츄이의 이메일에는 ‘퓨마(반려묘의 이름)에게 저희의 특별한 사랑을 전해주세요. 고객님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즐겁게 만들어드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일이 있으면 알려주시고요. 저희는 24시간 여기 기다리면서 도움의 발바닥(paw)을 언제든 내어드릴 수 있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도움의 ‘손’ 대신 ‘발바닥’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동물 엄마’ 고객에게 애교를 부리는 식으로 서비스 실패를 만회한 것이다.

고객들이 가장 기뻐하는 츄이의 서비스는 반려동물의 초상화다. 츄이는 매달 1000여 명의 고객을 선정해 전문 작가에게 의뢰해 제작한 반려동물 초상화를 보내준다. 유화로 그린 핸드페인팅 그림이다. 초상화를 받는 고객을 어떻게 선정하는지는 공개하지 않는데, 고객 계정에 반려동물의 사진을 올려 뒀거나 에이전트와의 상담 중에 반려동물 사진을 보여준 고객 중에서 뽑아내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반려동물 초상화 제작 비용이 100달러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츄이가 이 깜짝 선물에 꽤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으로 짐작된다.

츄이가 이러한 깜짝 선물 정책을 이어오는 이유는 고객이 자신이 느낀 감동을 이야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아이의 사진을 거실장에 올려 두는 부모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도 자신의 ‘아기’ 그림을 집 안의 좋은 자리에 걸어 두고, SNS에 공유하기 마련이다. 조셀린 크로프트는 트위터에 츄이가 보내 준 반려견 비비의 그림을 올리며 ‘비비는 이제 18살이라서 앞으로 얼마나 나와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른다. 츄이, 고마워!’라는 글을 올렸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법대생 앤슬리 클락은 A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츄이로부터 반려견 윌로의 초상화를 선물받고는 “친구들한테 윌로의 초상화를 자랑하고 싶어서 소풍 갈 때 아예 그림을 가져갔다”고 말했다.6

3. 펫스마트 인수 이후에도 ‘고객 감동’ 전략 지속

츄이가 등장하기 전 이커머스 업계의 최고가 매각 사례는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Zappos)였다. 토니 셰이가 1999년 설립한 이 회사를 2009년 아마존이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인수했다. 자포스는 뛰어난 고객 중심 서비스로 고객과 깊은 유대 관계를 쌓은 회사로 유명하다. 고객서비스센터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무료 배송, 365일 내 무료 반품을 실시한다. 고객서비스센터의 최장 고객 응대 시간이 6시간이라는 전설도 전해진다. 현재도 아마존은 자포스닷컴을 아마존닷컴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코헨이 츄이를 창업하면서 롤모델로 삼은 기업이 바로 자포스다. 연중무휴 24시간 고객서비스센터나 365일 내 무료 반품 등이 자포스와 닮았다. 츄이는 고객서비스센터 에이전트를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그에 적극 공감하도록, 그리고 고객을 기쁘게 만드는 의사결정을 스스로 하도록 교육한다. 고객에게 ‘친구나 가족에게 츄이를 추천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고, 부정적으로 응답한 고객의 이야기를 따로 들어 업무 개선에 반영한다. 또 고객서비스센터에 ‘와우(Wow)팀’을 별도로 두고 고객에게 선물이나 꽃다발을 보내라는 에이전트의 요청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코헨은 “계속 고객에게 집착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츄이가 스스로 밝히는 브랜드의 핵심 역시 ‘고객서비스에의 헌신(Commitment to customer service)’이다.

자포스를 추종한 츄이 또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역대 최고가로 매각됐다. 2017년 4월 미국의 대형 반려동물 용품 유통업체인 펫스마트(PetSmart)가 33억5000만 달러에 츄이를 인수했다. 한 해 전 월마트가 제트(Jet.com) 인수에 지불한 30억 달러를 뛰어넘은 가격이었다.7

2018년 3월 코헨은 CEO 자리를 서밋 싱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물려주고 츄이를 떠났다. 싱은 코헨이 한 해 전인 2017년 영입한 인물로, 아마존에서 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아마존 프레시’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담당한 IT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다.

선장을 교체한 이후에도 츄이의 고객 중심 전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시장과 언론은 츄이가 고객 감동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곤 한다. 이에 대해 싱은 “이는 비용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 구축을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과 그 주인은 부모자식 같은 끈끈한 관계다. 고객 감동 서비스를 통해 츄이 역시 반려동물 부모와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면 고객 충성도가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츄이의 고객 유지 비율은 시장 평균보다 높고, 고객당 평균 지출액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츄이에 따르면 츄이의 고객이 된 지 3년째 되는 해에 지출하는 비용이 첫해의 3∼4배에 달한다고 한다. 2020년 확보한 신규 고객은 이전의 신규 고객보다 더 많이 지출하고, 1년 차 고객의 지출도 해마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은 “고객이 장기간 유지되는 비결은 츄이만의 독특하고 깊은 고객과의 관계에 있다”며 “끈질긴 열정을 가지고 고객과 처음 인연 맺을 때부터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츄이의 고객서비스 담당 부사장을 지낸 켈리 더킨(Kelli Durkin)은 충성 고객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던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 바 있다.8 “어느 날 아침 메일함을 열어보니 고객들이 보낸 이메일이 가득 쌓여 있었다. 뭔가 문제가 터졌나 걱정하며 열어봤는데 모두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 메시지였다.”

미 소비자들이 갖는 츄이에 대한 전폭적 신뢰는 올 초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게임스톱 주가 사태와도 연결된다. 코헨이 게임스톱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리자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코헨이 게임스톱에서 ‘츄이의 마법’을 한 번 더 구현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된 게 게임스톱 주가가 크게 오르는 발단이 됐다. 게임스톱은 오는 6월 13%의 지분을 보유한 코헨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하고 온라인으로의 사업 전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적자가 아니라 투자”… 빠른 성장으로 시장 선점

창업자 코헨은 “츄이는 이커머스에 ‘얼굴’을 가져왔다”고 말하곤 했다. 아마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람 냄새를 풍기며 동네 가게 같은 친밀함과 유대감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츄이가 자포스 다음으로 롤모델로 삼는 기업은 다름 아닌 아마존이다. 츄이는 창업 초기부터 제프 베이조스가 고안한 ‘플라이휠(Flywheel)’ 성장 전략을 따르고 있다. (그림 2) 즉,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저가와 다양한 상품 구색, 고객 만족, 고객 확보 등에 노력하면 이것들이 선순환을 이루며 빠른 성장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사업 초기부터 츄이는 빠른 속도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구글 애드워즈를 비롯한 광고, DM 발송 등에 많은 돈을 들였다. 빠른 배송 또한 고객 만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므로 창업 3년 차인 2013년부터 주문 처리를 인소싱하기 위해 자체 풀필먼트센터 건립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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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전략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자 코헨은 실리콘밸리를 드나들며 투자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미 서부의 투자자들은 “플로리다의 작은 스타트업이 아마존을 상대로 얼마나 버텨낼 수 있겠느냐”며 거듭 퇴짜를 놓았다. 츄이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알아본 곳은 보스턴에 소재한 볼리션캐피털(Volition Capital)이었다. 이 투자사는 2013년 말 츄이의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성장한 모습을 보고 1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후 몇몇 투자사가 더 나섰고, 츄이는 이렇게 확보한 초기 투자금으로 2014년 두 개의 풀필먼트센터를 마련했다.

2018년까지 츄이가 마련한 풀필먼트센터는 필라델피아, 텍사스, 인디애나, 애리조나, 너바나 등 6개 주 8개로 총면적은 20만 평에 달한다. 축구장 90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이로써 츄이는 미 인구의 80%에게 익일 배송, 2일 내 100%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체계를 갖췄다. 츄이는 지난해 가을과 올봄, 팬데믹 상황에서도 2개의 풀필먼트센터를 추가했다. 몰려드는 신규 고객 및 주문량을 감당할 수 있도록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물류 처리 능력을 확충한 것이다. 츄이는 49달러 이상을 구매한 고객에게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이하 주문에 대해선 4.95달러의 배송료를 일괄 부과한다. 배송은 페덱스가 대행한다. 아마존 프라임처럼 구매 금액과 무관하게 무료 배송 등의 혜택을 주는 연회비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

츄이는 국내의 이커머스 강자 쿠팡과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동시에 큰 적자를 내고 있다. 최근 3, 4년간 연간 손실액이 2억∼3억 달러에 달했다.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인 2020년에도 9250만 달러(약 1032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쿠팡과 마찬가지로 츄이도 이를 ‘전략적 적자’로 간주한다.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투자에 집중해 빠른 성장으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코헨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당장 수익을 낼 순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더라면 츄이는 구멍가게 사업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말했다.9

원격 헬스케어 서비스 및 자사 브랜드 사업에 박차

싱이 CEO에 취임한 이후 그의 리더십 하에 츄이는 수익성 강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와 자사 브랜드(Private Brand) 사업 강화가 대표적인 예다. 또 지난해 가을 필라델피아주 아치볼드(Archbald)에 새로 오픈한 풀필먼트센터는 자동화 설비를 적용해 효율성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고 있다.

사료, 가구, 의류, 장난감, 목욕용품 등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하는 츄이는 의약품도 취급한다. 일반의약품뿐만 아니라 처방약도 집으로 보내준다. 츄이는 여기에 더해 지난해 하반기 원격 진료 서비스, ‘수의사와의 연결(Connect with a Vet)’을 개시했다. 이는 고객이 츄이의 수의사와 온라인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다. 고객은 “우리 개가 동전을 삼켰다” “고양이가 밥을 먹지 않고 무기력하게 웅크리고만 있다” 등 염려가 되는 상황에 대해 수의사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라면 수의사가 츄이와 제휴를 맺은 동물병원으로 고객을 연결해준다. 서비스 제공 시간은 주중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였는데 최근 주 7일, 오전 8시부터 밤 11시로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츄이의 정기구독 서비스인 ‘오토십(Autoship)’ 가입자에게만 무료로 제공된다. 사료나 간식, 배변 패드 등 소모품을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오토십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츄이 매출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반려인들은 반려동물 건강에 더욱 신경을 쓰는 추세다. 따라서 수의사와 언제든 손쉽게 연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서비스는 오토십 고객을 유지,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츄이는 지난해 11월부터 복합약제(compounded medication) 판매를 개시했다. 동물들은 알약 등 표준 약제 섭취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미국의 복합약제 전문 약국들은 동물들이 선호하는 맛과 제형으로 맞춤형 의약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츄이는 이를 온라인으로 가져왔다. 츄이의 복합약제는 복합약제 면허를 가진 수의사들이 제조한다. 츄이는 앞으로 일반 고객뿐만 아니라 동물병원에도 복합약제를 판매할 계획이다.

츄이는 자사 브랜드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개와 고양이 사료 브랜드 ‘아메리카 저니(American Journey)’, 개의 치아 건강을 고려한 간식 브랜드 ‘닥터 리온(Dr. Lyon)’, 휴먼 그레이드(human-grade) 수준의 개 사료 브랜드 ‘타이리(Tylee)’, 고양이 진드기 치료제 브랜드 ‘온가드(Onguard)’ 등 자사 브랜드 라인업을 이미 여럿 갖췄다. 츄이는 지난 3년간 전체 판매 제품 가짓수(SKU)를 두 배로 늘렸는데, 이 중 자사 브랜드 제품 가짓수는 7배 증가했다. 지난해 자사 브랜드 제품의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전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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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츄이는 ‘디즈니 컬렉션’을 단독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침대, 의류, 목줄, 목걸이, 장난감 등 400개 이상의 반려동물 용품에 디즈니 캐릭터를 입혀 출시한 것이다. 미키마우스나 도날드덕 외에도 디즈니 산하 스타워즈, 픽사, 마블 캐릭터도 활용했다. “디즈니의 즐거움을 펫과 함께하는 일상생활로 가져오기 위함”이라는 츄이의 이번 시도는 갈수록 반려동물에게 많은 돈을 지출하는 밀레니얼세대의 취향을 적확하게 겨냥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가을부터 가동을 개시한 아치볼드 풀필먼트센터는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츄이의 첫 번째 풀필먼트센터다. 그 덕분에 비슷한 규모의 시설에 비해 처리 능력은 25%, 노동생산성은 50% 높아졌고 비용은 30% 이상 절감됐다. 츄이가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는 않지만 이 센터의 고용 인원은 기존 센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추정된다. 츄이는 올해 2분기에 완전 자동화된 풀필먼트센터를 추가로 오픈하고 내년부터는 기존 센터들에 자동화 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마존 출신 CEO의 ‘데이터 경영’

싱이 츄이의 핸들을 잡으면서 츄이는 ‘데이터 기반’ 경영에 보다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똑똑한 데이터 괴짜(brainy data geek)’가 별명인 싱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CEO 취임 초기인 2018년 여름 아마존이 반려동물 용품 정기배송 서비스를 신청하는 신규 고객에게 40%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츄이 임원들은 현재 20%인 할인율을 4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10 그간 츄이가 최저가 정책에 기반해 신규 고객을 늘려왔던 관성대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싱은 자사 고객이 가격 인하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츄이의 정기배송 서비스를 이미 가치 있게 여긴다고 생각했다. 일주일간의 데이터 분석과 토론 끝에 츄이는 30%만큼의 할인만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아마존보다 할인율이 낮다고 해서 경쟁에 밀리지 않았음은 최근 경영 실적으로 입증됐다.

싱의 리더십하에 츄이는 보스턴 본사에 기술 담당 조직을 대거 확충하고 데이터 과학과 기계 학습, IT를 활용해 주문 예측, 재고 구매 및 배치 등을 개선해 운송 및 물류를 최적화해나가고 있다. 고도로 자동화된 아치볼드 풀필먼트센터가 이러한 성과 중 하나다. 싱은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 공급망)과 풀필먼트는 혁신의 주요 대상”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빠르게 사업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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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을 강타했을 때 아마존을 비롯한 모든 이커머스 업체는 배송난에 시달렸다. 물류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주문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상황에 놓인 츄이는 고객 감동 전략을 유지, 강화하는 선택을 했다. 풀필먼트센터 및 고객서비스 담당 직원을 1만 명 이상 새로 고용하고 항공 운송을 도입했다. 특히 오토십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차질 없이 반려동물 사료 및 용품이 배송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팬데믹 발생 수주 내에 전 직원이 집에서도 차질 없이 고객서비스에 임할 수 있도록 기술적 방안을 마련했다. 싱은 “덕분에 고객서비스의 질을 팬데믹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첫 분기 흑자 내며 청신호… 후발 스타트업 도전에 유의해야

현재 미국에서 츄이의 고객 감동 전략의 효용성을 의심하는 시선은 없다. ‘펫 휴머니제이션(반려동물의 인간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반려인만큼이나 반려동물을 귀하게 여기는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란 데 모두가 동의하기 때문이다. 다만 츄이의 이러한 전략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문제다. 시장은 츄이가 기존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츄이는 최근 긍정적 신호를 보여줬다.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지출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에 2100만 달러 규모의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냈다. 고객 및 매출 확대로 높은 비용 구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단초를 보여준 셈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츄이가 올해 사상 첫 연간 흑자를 기록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다.

경쟁 상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츄이의 앞날에 청신호를 보낸다. 물론 아마존이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시장에서도 막강한 존재지만 아마존이 츄이처럼 반려인들에게 친밀한 브랜드로 거듭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츄이만의 차별성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프라인 업체들의 빠른 온라인 전환, 바크박스(BarkBox) 같은 정기배송 서비스 업체의 성장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펫코(PetCo)는 1500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픽업 주문 센터로 탈바꿈시키며 물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또 기존 매장에 동물병원을 추가하며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장보기 대행 서비스 업체인 인스타카트와의 제휴로 ‘2시간 내 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개의 간식과 장난감을 정기배송해주는 바크박스도 지난해 구독 건수가 58%나 증가했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무섭다. 바크박스는 매달 100만 개 상자를 발송하는데 내용물이 서로 다른 상자가 15만 가지에 달할 정도로 개인화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반려견과 함께 반려돼지를 키우기 때문에 돼지고기가 들어간 개 간식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대체 간식과 함께 반려돼지를 위한 간식까지 챙겨 보내주는 식이다. 바크박스는 최근 사료 및 소모 용품에 대한 정기배송 서비스를 개시해 츄이의 잠재적 경쟁자로 부상하는 중이다.

하지만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츄이는 자신감을 피력한다. 싱은 “우리는 이테일러(etailer, 전자소매업자)가 아니라 제품과 기술로 뒷받침되는 경험 중심 회사”라며 “대부분의 회사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에 투자해온 동시에 쉬지 않고 혁신해왔기에 앞으로도 고객의 마음을 얻어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DBR mini box II : Interview: ‘츄이’의 수밋 싱 CEO
“우리는 인정 넘치는 브랜드… 5년 내 해외 진출 고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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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로 수밋 싱(Sumit Singh)이 CEO로서 츄이를 이끈 지 만 3년이 됐다. 창업자가 떠난 자리를 이어받았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겠지만 그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며 2020년 말 ‘글로벌 비즈니스를 바꾼 블룸버그 50인’에 선정되는 명예를 얻기도 했다. 최근 게임스톱 주가 사태로 한국에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창업주 라이언 코헨은 츄이를 떠난 후 현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창업주의 입김 없이 싱의 리더십만으로도 츄이의 매출은 3년간 250% 성장해 70억 달러를 돌파했고, 수익성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상각 전 영업이익(Adjusted EBITDA profit margins)이 2017년 -12%에서 2020년 +1%로 향상됐고, 2020년 4분기에는 사상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싱은 인도 출신으로 모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대 공학 석사, 시카고대 MBA를 취득했다. 델컴퓨터를 거쳐 아마존에서 아마존 프레시의 글로벌 진출을 맡아오다 2017년 츄이에 합류했다. 7살짜리 시츄, 디(D)의 아빠이기도 하다.

시애틀에서 플로리다로, 즉 아마존에서 츄이로, 어떻게 옮겨오게 됐나.

처음 츄이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때 츄이가 어떤 회사인지,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얼마인지 몰랐다. 조사해 보니 미국에서만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12조 원)로 큰 기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이 시장은 아주 감정적인(emotive) 시장이다. 반려인들은 자신을 반려동물의 부모라 생각한다. 고객서비스에 특화된 츄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객에게 손편지와 꽃다발을 보내는 등 츄이의 고객서비스는 유별나다. 이를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정말 좋았다. 츄이는 인정 넘치는 회사다. 고객을 맨 앞에, 그리고 가장 중심에 두고 혁신을 추구한다. 고객을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는 회사다.

고객서비스센터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츄이의 에이전트는 2000명이 넘는데 모두 고객서비스에 열정적이다. 회사는 이들에게 추가 서비스 제공이나 환불 여부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야 에이전트 스스로가 고객의 문제를 신속하고 사려 깊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의 전화를 수초 내에 받는 것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가능했나.

전염병 대유행 초기에 몇 주 만에 전 직원을 원격 근무로 전환시켰다. 이후 전화, 채팅, 이메일, 소셜미디어 운영 등 고객서비스의 질을 대유행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모든 플랫폼에서 고객에게 댓글을 남겼고, 츄이만의 ‘와우(wow) 문화’(고객의 기대를 넘어 감동을 주는 문화)를 지키기 위해 생일카드 등 필요 물품을 에이전트들에게 제공했다. 또 셀프서비스 기능을 강화했다. 고객이 환불 및 주문 취소를 자동으로 요청할 수 있게 만들었고, 우리가 미리 작성해놓은 이메일 내용을 골라 발송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텍스트 인식 기술과 알고리즘 로직을 활용해 고객 민원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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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선전으로 아마존과의 점유율 차이가 많이 줄었나.

경쟁사와의 시장점유율을 비교하지는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용품 관련 온라인 시장이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가량 성장했다고 한다. 츄이의 매출 증가분이 23억 달러다. 우리가 성장분의 57%를 가져온 셈이다.

지난 4분기 첫 분기 흑자를 내면서 올해 첫 연간 흑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내가 속으로 외는 주문이 ‘츄이여, 빨리 성장하고 빨리 건강해져라(get big fast and get fit fast)’다. 지난 3년간 매출은 크게 늘고 수익성은 좋아졌다. 앞으로 분기마다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수익성이 매년 꾸준하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 우리의 수익성 궤도는 명확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특히 수요가 증가한 분야가 있나.

DIY 제품 수요가 많아졌다. 일례로 집에서 반려동물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반려인들이 직접 반려동물을 관리하고자 해 그루밍 제품 수요가 늘었다. 간식 및 장난감 수요도 증가했다. 또 반려동물의 건강 및 웰빙에 대한 관심이 커진 반면 많은 동물병원이 문을 닫거나 근무시간을 단축해 반려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우리는 고객과 수의사를 원격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도입했다.

수의사와의 연결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은 어떤가.

고객들이 아주 좋아한다. 언제든 수의사와 연락할 수 있기에 안심할 뿐만 아니라 수의사로부터 적시에 조언을 구해 반려동물 건강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최근 서비스 시간을 주 5일에서 주 7일로, 오후 8시까지에서 밤 11시까지로 확대했다. 현재 20여 개 주에서 수의사와 영상 상담이 가능한데 다음 달에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사 브랜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사 브랜드는 우리 사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최우선 순위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다른 제품을 그대로 베끼지 않는다. 차별화된 제품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다. 일례로 다양한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는 프리스코(Frisco) 라인은 고객 리뷰에서 5점 만점에 4.5점을 받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펫용품 업체들의 온라인 전환 및 새로운 스타트업 등장 등 경쟁이 만만치 않다.

츄이는 매우 특별한 회사다. 고객이 츄이를 처음 만날 때부터 아주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하는 경험을 제공해 고객을 츄이 브랜드의 전도사로 만든다. 고객은 츄이 브랜드에 적극적이며 오래도록 관계를 이어간다. 대부분의 회사가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 경험에 투자하고 있기에 전망이 밝다고 생각한다.

해외 진출 계획은.

츄이의 브랜드와 능력을 보면 해외 진출도 당연히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 시장이 매우 매력적이고 츄이의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향후 5년 내엔 해외 진출을 고려할 생각이다.

펫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한다면.

고객과 고객 경험에 끈질기게 집중하는 고객중심주의가 반드시 사내 문화에, 그리고 브랜드의 핵심에 스며들어야 한다. 조직 전체가 매일 고객중심주의를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과 시사점
컨슈머 아닌 ‘팬슈머’ 만들어 펫 비즈니스계의 아마존으로 부상

츄이의 빠른 성장을 설명할 때 늘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고객 충성도(Customer Loyalty)다. 츄이의 끝없는 성장의 이면에 충성 고객들의 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 모든 기업이 “컨슈머가 아닌 팬슈머(Fansumer)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더 까다로워지고, 디지털 세상에서는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수많은 대체재가 매일 새롭게 등장한다. 살아남으려면 모두를 만족시키기보다는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기업의 생태계에서 꾸준하게 가치를 생성해줄 충성도 높은 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츄이는 어떤 방식으로 고객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충성도 높은 팬슈머로 만들어갔을까?

성공 요인 1. 정확한 타깃 고객에게 정확한 가치 전달

첫째, 츄이는 펫 비즈니스에서 충성 고객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 있는 타깃 집단을 정확하게 설정하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발빠르게 전달했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소중한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이다. 츄이는 자신의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바로 이들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그저 동물이 아니라 자신의 소중한 가족으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츄이는 반려동물을 마치 사람처럼 대우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반려동물의 인간화) 현상을 여러 활동을 통해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대표적 예가 매달 1000여 명의 고객에게 전문 작가가 직접 그린 반려동물 초상화를 깜짝 선물로 보내주는 이벤트다. 아주 오래전부터 서양에서 초상화의 모델이 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권력과 부를 지녔다는 의미였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두는 게 무척이나 편리한 시대에 반려동물의 초상화를 집 안에 걸어두는 행위는 해당 대상이 매우 중요하며 가족처럼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해준다. 이 같은 츄이의 ‘의도’에 설득된 고객은 반려동물을 그저 자신이 보살펴주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삶을 완성해나가는 존재,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츄이가 반려동물이 사망한 고객을 대상으로 사후 서비스를 강화한 것도 동일한 이유라 하겠다. 반려동물을 잃고 허전함에 잠긴 고객에게 애도의 뜻을 담아 꽃과 카드를 보냄으로써 ‘우리 역시 당신의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이러한 고객 경험 서비스를 통해 츄이의 핵심 타깃 고객들은 ‘반려동물은 곧 나의 가족’이라는 자신과 동일한 신념과 철학을 가진 츄이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다. 츄이의 서비스에 장기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음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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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요인 2. ‘인간적인 이커머스’ 구현

둘째, 츄이는 디지털에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입혀 인간적 냄새가 나는 브랜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이커머스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0과 1이란 숫자로 구축된 디지털 세상에서의 물품 교환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충성 고객이란 인간적 교류와 아날로그적 체온이 전달돼야 만들어진다는 것을 이커머스 업체 츄이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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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에서 츄이의 고객 응대 서비스는 무척이나 아날로그적이다. 모든 기업이 효율성을 앞세우며 챗봇 형태의 고객 응대 서비스를 강화시켜나가는 시대에 츄이는 여전히 아무 때나 전화를 해도 1분 내에 따뜻한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불편한지 반려동물은 스스로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러니 문제가 생겼을 때 반려인은 불안하다. 츄이는 이 부분을 전문적 지식을 갖춘 상담원을 통해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터치한다. 다양한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 저렴하고 빠르게 전달하는 아마존의 강점에 더해 고객이 가장 불편함을 느낄 포인트에서는 인간적으로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것이 츄이에 충성 고객이 많은 다른 이유라 하겠다.

츄이는 온라인이라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인 동시에 가장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고객을 감동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영리한 기업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뽑아낸 고객에게 반려동물 초상화를 깜짝 선물하고,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손편지를 보내는 등의 행위 하나하나에 츄이의 고객들은 충성도 높은 팬슈머로 변해갔을 것이다. 또한 츄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 경험 서비스, 용품 판매를 넘어 반려동물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츄이만의 독특한 아날로그적 전략과 고객을 츄이의 플랫폼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전략이 결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다고 본다. 츄이의 성공은 단순히 펫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온라인 기반 기업 성장 사례로 봐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이커머스 기업이 사적이고 아날로그적 고객 경험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혁신 사례로 봐야 한다.

국내 펫 비즈니스의 토종 승자를 기대하며

국내 반려인구가 꾸준하게 증가하면서 펫 비즈니스도 점점 열기를 더하고 있다. 대기업에서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펫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쉽게도 츄이만큼 반려인의 반려동물에 대한 신념이나 철학을 이해하고 체화해 핵심 고객층을 설정, 공략하는 기업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해외 브랜드가 국내 펫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이기려면 반려인 고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핵심적인 가치와 차별적인 고객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디지털 전략만을 고수하지 않고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전략을 선보이는 츄이가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츄이와 같이 충성 고객을 굳건하게 확보한 브랜드의 가까운 예로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있다. 배민이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경쟁 업체들을 이기고 선두에 설 수 있었던 동력은 배민을 열렬히 좋아했던, 충성심 강한 2030 고객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배민은 맛있는 음식을 빠르게 배달한다는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넘어, 특유의 ‘배민스러운’ B급 유머 코드로 2030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배달업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하지만 이들 세대가 좋아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갔다. 독특한 서체(폰트)를 만들어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배포했고, 이 폰트를 대학생들이 소소하게 구매할 수 있는 문구류 등에 삽입해 판매했다. B급 코드의 다양한 광고를 내보내며 젊은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인식을 확립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배짱이(배민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를 결성해 좀더 충성도 높은 팬덤을 만든다. 배짱이는 지금의 배민이 있게 한 주요한 성장 동력이 된 팬클럽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팬클럽이 철저하게 아날로그적 휴먼 터치(Human Touch) 전략으로 운영됐다는 사실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직접 김밥을 만들어 배짱이들과 소풍을 갔고, 신사옥 이전을 기념해 이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츄이와 배민처럼 ‘우리의 핵심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디지털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 않을 때, 국내 펫비즈니스에서도 토종 승자가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최첨단 기술도 결국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과 조화롭게 쓰여질 때만 의미가 있다. 디지털 시대의 혁신적 성장을 위해서는, 인간과 기계는 대체제가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완재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츄이는 잘 보여주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 문화심리학자 seungyun@kunkuk.ac.kr
필자는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 학위,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학술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영향력』 『디지털 시대와 노는 법』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디지털 소셜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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