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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1. Interview: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

“빠른 배송이 곧, 최고의 배송은 아냐
언제 어떤 방식이 최적인지 따져봐야”

배미정 | 319호 (2021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으로 물류 혁신의 기회가 커지는 가운데 기존 제조업체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

1. DTC 전략은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 상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거나 기존 사업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효과적일 수 있다.

2. 물류 방식을 결정할 때는 물류가 상품에 기여하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큰지, 그 같은 부가가치를 구현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들며, 고객이 수용 가능한 물류비용 구조를 짤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3. 최단기 배송이 반드시 최적 배송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배송하는 것이 고객 관점에서 ‘최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연간 161조 원(2020년 기준) 규모의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두고 쿠팡과 네이버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가 급성장한 가운데 각종 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온라인 개인 셀러들까지 증가하며 온라인 소비 규모는 2021년에도 두 자릿수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의 확대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물류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에 구축한 당일 배송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쿠팡의 사례는 물류 혁신에 대한 투자가 경쟁자를 물리치는 강력한 ‘해자’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맞서 네이버는 다양한 물류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구축해 상품과 소비자 니즈에 맞는 맞춤형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 등이 일상화되면서 더 빠르고, 편리한 배송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또 앞으로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상품 구색이 ‘다품종 소량’으로 확대되면서 물류 혁신의 기회 또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이커머스를 둘러싼 변화의 물결 속에서 물류 업계뿐 아니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신우석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를 만나 DTC 전환과 물류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에 필요한 전략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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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DTC에 성공한 이유

온라인 상거래가 늘어나면서 제조사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DTC(Direct to Custome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DTC 전략이 성공하려면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도 제조업체와 직거래할 유인이 있어야 한다. 제조사는 DTC를 추진하기 전에 유통업체 없이도 상품을 직접 팔 수 있을 정도로 우리 브랜드가 차별성이 있는지,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먼저 따져 봐야 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했을 때,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 상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구매하고자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나이키가 아마존과 거래를 끊고 자사 몰 중심의 DTC 전략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도 나이키가 가진 브랜드 파워가 이미 강력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운동화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나이키 고객도 단지 운동화의 기능성이나 가성비를 따져서 나이키의 운동화를 구매하지 않는다. 나이키가 상징하는 스포츠맨십, 나이키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하고자 한다. 나이키는 나이키 커뮤니티에 소속되고 싶어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브랜드가 지향하고 전달하려는 내용을 최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직접 유통 구조를 짜고, 고객 경험도 더욱 개선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DTC 전략은 소비자 입장에서 신발 한 켤레, 화장품 하나가 단지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이기 때문에, 특정 상품이기 때문에 구매할 정도로 브랜드와 상품의 차별성과 고유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우유처럼 ‘1+1’ 프로모션에 따라 고객 선택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충성도가 낮고 경쟁 상품과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상품은 유통업체를 생략하고 직접 팔기 쉽지 않을 것이다.

DTC를 추진할 때 제조업체가 직접 물류를 할 수도 있고(1PL, 2PL), 제3의 회사에 맡길 수도 있는데(3PL)1 이런 의사결정을 하는 데 감안해야 할 요소는 무엇일까.

물류는 기본적으로 비용이자 투자의 영역이다. 기업이 앞서 얘기한 브랜드 파워를 전제로 유통을 경유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하는 데 최적화된 판매 채널을 구축해서 운영하기로 했다면 과거보다 얼마나 더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판매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크게 3가지를 따져볼 수 있겠다. 첫째, 물류, 즉 상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상품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더 키울 수 있을지 여부다. 예컨대, 신선 식품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상품 자체의 품질만큼이나 초단기 배송 같은 물류가 상품의 구매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다. 둘째, 상품의 신선도 같은 고품질을 구현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그 비용을 고객이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 만일 물류가 제공할 수 있는 부가가치의 크기가 작다면, 즉 CJ대한통운 같은 3PL 사업자가 제공하는 표준화된 물류, 배송 서비스로도 크게 문제가 없다면 제조업체가 굳이 물류를 내재화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신선 식품의 경우, 예컨대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to-table)’ 같은 직배송 서비스를 기존 3PL 물류 사업자가 제공할 수 없다면 회사가 직접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마켓컬리는 이런 고민 끝에 ‘새벽배송’이란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자사의 상품 물량만 갖고도 두 번째에서 얘기한 고객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의 물류비용 구조를 짤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만일 자사 물량만으로도 3PL 사업자에 일정 배송 물량을 보장할 수 있다면 그 사업자를 쓰면 되지만 그 정도 협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회사 비용으로 물류 체계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쿠팡의 물류 내재화 전략

쿠팡은 물류에 대규모 투자, 즉 물류를 내재화해 성공한 케이스다. 쿠팡의 전략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쿠팡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이제 쿠팡 없는 세상에서는 못 살아요!’라고 말하는 고객의 목소리에서 입증된다. 쿠팡은 초창기 ‘로켓배송’ 물류 혁신을 통해 ‘기저귀’로 대표되는 육아용품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쿠팡이 기저귀에 주목한 이유는 주 고객인 영유아 엄마들의 성향 때문이다. 육아에 시달리느라 외출이 불편해 온라인 상거래 이용도가 높은 이들은 본인이 먹고 입을 것을 아껴서라도 아이한테 좋은 것을 먹고 입히려는 소비 성향이 강하다. 또 아이가 커가면서 지속적으로 소비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래 고가치’ 고객이라고 볼 수 있다. 정기 반복적으로 구매하면서 잠재적인 부가가치도 큰 고객층이기 때문에 플랫폼 입장에서 록인(lock-in) 효과가 크다. 쿠팡은 엄마들이 아이가 잠든 늦은 밤에 쇼핑을 해도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받을 수 있는 초단기 배송 서비스 니즈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당시 매출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은 초창기 쿠팡 입장에서 해당 배송 서비스를 3PL에 맡기는 것은 비용이 클 뿐 아니라 치밀한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컸다. 그래서 쿠팡은 당시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 우위, 즉 고객이 원하는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설비투자(CAPEX)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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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회사 입장에서 자체 배송망을 구축한다는 것은 투입되는 자본의 규모나 성공 가능성을 따졌을 때 가장 나중에 고려하게 되는 선택지다. 기존 전문 물류 사업자가 제공하는 표준화된 서비스로 고객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다면 적정 물류 업체를 선택해 적정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을 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초창기 쿠팡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업자는 고객 서비스를 조금 포기하더라도 물류비용을 줄이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쿠팡은 대규모 물류 투자를 통해 매출을 늘리는 과감한 도전을 했다. ‘고위험 고수익’의 마지막 선택지를 택한 것이다.

쿠팡이 적자를 감당하면서 지금과 같은 전략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 사례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 아마존은 직매입(1st party)과 외부 입점 판매(3rd party)를 동시에 하고 있다. 즉, 아마존에서 팔리는 상품들의 일부는 아마존이 직매입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외부 셀러들이 파는 것이다. 아마존은 직매입한 상품을 위한 창고와 풀필먼트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동시에, 아마존에 입점한 외부 셀러들에게도 재고를 보관, 관리, 배송할 수 있도록 FBA를 제공한다. 아마존 매출의 대부분은 무제한 2일 배송을 보장하는 프라임 멤버십 고객들로부터 발생하는데 셀러들은 수수료를 지불하면 아마존이 제공하는 FBA 서비스를 통해 프라임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아마존은 외부 셀러들을 아마존에 입점시키게 하는 유인으로 FBA의 편의성, 즉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쿠팡도 현재는 직매입 비중이 높지만 아마존처럼 늘어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영세 셀러들의 입점을 적극 확대하는 방식으로 상품 구색을 늘리고 가격 경쟁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기존에 투자한 물류 배송 인프라가 영세 셀러들을 쿠팡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데 주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네이버의 물류 파트너십 전략

쿠팡의 물류 내재화 전략은 네이버와 대조적이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해 다양한 물류 사업자들에 투자하는 파트너십을 통해 물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앞서 기존 기업 중에서도 나이키나 루이비통, 구찌같이 팬층이 두터운 브랜드가 DTC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와 다른 한 축으로, 신생 사업자들이 DTC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기존 사업자들이 간과하는 새롭게 형성되는 니즈를 개척하고 DTC를 통해 브랜드가 새롭게 전달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지불할 의사가 있는 고객을 직접 공략하는 것이다. 이런 신생 제조업체들이 쉽게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사업을 바로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한국의 네이버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이 수행한다. ‘비즈니스 지원(Business Enablement)’ 사업이라고도 부른다. 이제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개인도 누구나 제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시대다. 과거 영세한 개인 셀러는 집에 재고를 쌓아두고 관리하고 주문이 오면 제품을 찾아 포장해 배송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직접 해야 했지만 이제 네이버와 같은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어줄 뿐 아니라 창고에 재고를 보내면 관리와 운송까지 총괄하는 풀필먼트 서비스까지 제공해준다. 이런 플랫폼을 활용해 신생 브랜드들도 상품성만 있으면 초기 진입 비용을 줄이면서 창업할 수 있다.

쿠팡처럼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직접 하는 대신 네이버는 기존의 물류 회사와의 제휴, 지분 투자를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양쪽을 만족시키는 물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 최대 쇼핑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3PL 물류회사 입장에서 네이버는 일정 물량을 보장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이다. 개별 기업이 화주인 경우 물류 회사 입장에서 맞춤형 물류는커녕 공차율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대한민국 최대 쇼핑 플랫폼인 네이버의 경우 대규모 물량에 대한 맞춤형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인센티브가 충분하다.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이미 지배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쿠팡처럼 대규모 비용을 투자해서 독자적 물류 배송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기존 물류 배송 사업자들에 최우선 고객인 네이버는 현재 시장 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네이버 중심의 물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쿠팡은 직매입 비중이 높지만 네이버는 플랫폼 역할을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대규모 창고 같은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네이버의 파트너십 모델은 어떻게 발전할까.

네이버는 다양한 물류 회사들과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파트너십 구조를 짤 것이다. 창고를 보유한 물류 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쿠팡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화주를 영업하고 유치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는데 네이버가 주도하는 생태계에 참여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네이버로부터 창고를 최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과 솔루션 관련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이용 고객에게 더 나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동시 주문이 많은 상품을 한 창고에 둬서 피킹과 패킹의 효율성을 높인다든지, 고빈도 상품과 중저가 상품을 구분해서 배송 효율을 높인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개별 물류 사업자가 따로 하던 창고 관리 솔루션(Warehouse Management System)을 통합해 데이터 애널리틱스와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네이버가 중앙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개별 창고는 부여된 역할과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사전에 협의된 방식으로 수수료를 정산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도 있겠다.

또 네이버는 빅테크 기업으로 운송관리시스템(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을 바탕으로 배송을 추적하는 업계 최고의 솔루션을 만들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업자다. 네이버는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 물류 회사가 네이버의 조율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물류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인 소비자나 커머스 사업자들이 다른 플랫폼에 한눈팔지 않고 네이버 쇼핑 플랫폼에서 소비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혜택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쇼핑 플랫폼 vs. 자사몰

영세한 제조업체의 경우 자체적으로 물류 서비스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유통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겠다.

중소 규모 회사들은 나이키, 구찌처럼 고객이 기꺼이 유통, 물류비용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 브랜드 파워를 구축하지 않는 한, 물류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게 쉽지 않다. 대신 물류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대부분 한 플랫폼을 택하기보다는 여러 플랫폼을 어떤 비율로 더 많이 활용할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입점 기준이나 수수료, 이미 형성돼 있는 플랫폼 내에서의 경쟁 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거래액이 늘어나는데 굳이 온라인 자사 몰을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트래픽을 끌어모아 판매하는 채널 관점에서 온라인 자사 몰이 네이버나 쿠팡과 경쟁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째, 제품 라인을 차별화해서, 예컨대 보급형 상품은 외부 몰에서 매출 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전략을 펴고, 프리미엄 제품은 자사 몰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나이키가 아마존과 관계를 끊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이키가 단지 운동화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나이키가 지향하는 가치와 문화(라이프스타일)를 파는 회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키도 아마존에서는 아마존이 만든 기준에 따라 나이키에 최적화된 방식이 아닌 아마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종합 커머스몰은 판매 방식의 기준이 획일화돼 있기 때문에 개별 상품이 지닌 고유한 차별성을 구현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어렵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자사 몰에서 판매하게 되면, 물론 부유층을 대상으로 판매량을 늘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브랜드 전체를 고급스러워 보이게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브랜드 계위에서 상위 브랜드의 명성이 커질수록 하위 브랜드의 이미지까지 좋아지는 낙수(spill over)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 몰은 이런 최상위 브랜드의 이미지와 경험을 만드는 데 최적화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인테리어 앱인 ‘오늘의집’처럼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트렌드를 읽는 목적으로 콘텐츠 중심으로 자사 몰을 구성할 수도 있다. 이때도 자사 몰의 목적은 판매와 구매 경험이 아니라 콘텐츠 소비를 통해 재미와 같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꾸며야 한다.

라스트마일의 진화: 적기 배송

새벽배송, 당일 배송 같은 초단기 배송이 늘어나면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상품을 수령하는 단계인 ‘라스트마일(Last-mile)’ 경험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졌다. 라스트마일은 어떻게 더 개선할 수 있을까.

한국은 수도권의 인구밀집도가 높은데다 ‘빨리빨리’를 선호하는 성향 때문인지 라스트마일 경험이 주문으로부터 배달까지의 기간을 단축시키는 쪽으로 빠르게 진화해왔다. 이제 우리나라 대부분 고객은 당일 배송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객 서베이를 해보면 예상외로 초단기보다 ‘적기’, 즉 ‘내가 받고 싶을 때 받고 싶다’는 고객들의 니즈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새벽배송이 인기를 끈 이유는 단지 빨리 배달해서가 아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가족의 아침 식사를 위해 요리할 때 필요한 신선한 재료를 바로 받고 싶은 니즈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최대한 빨리 받을수록 좋은 상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이제 ‘최단기 배송이 반드시 최적 배송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배송하는 것이 고객 관점의 ‘최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적기 배송의 대표적인 사례가 편의점 라커를 이용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인 택배 서비스이다. 예컨대, 경비실이 없는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독신 여성은 밤중에 모르는 사람의 택배 배달이 불편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해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대면 접촉 없이 본인이 원할 때 택배를 찾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역배송 서비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에이소스(ASOS)나 독일의 잘란도(zalando) 같은 패션 이커머스 회사들은 배송보다는 역배송, 즉 반품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같은 라지 사이즈도 브랜드별로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고객이 처음 구매를 시도하는 브랜드는 어떤 게 맞는지 헷갈려 구매를 주저할 수 있다. 잘란도는 라지 사이즈 고객이 미디엄, 엑스라지까지 세 벌을 다 받아보고 그중 하나를 고른 후, 나머지 두 개는 쉽게 반품할 수 있는 역물류 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도 현재 초단기 일변도의 배송 경쟁을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특성에 맞게끔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모든 고객이 초단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사업자들끼리 물류 배송 경쟁을 초단기로만 몰고 가는 과정 속에서 불필요한 지불이나 지출이 발생할 수 있다. 고객과 물류 배송 관련 약속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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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물류 회사에 투자하듯이 제조업체들도 물류 회사에 직접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매쉬코리아의 부릉(VROONG)처럼 최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에 특화하는 스타트업들이 많다.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 특성에 부합한 물류 회사에 투자 기회가 있다면 지분 투자는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런 업체들은 데이터와 AI 머신러닝 기반으로 기존 물류의 비효율을 해소하는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단순히 배송망을 확보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물류 데이터를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그것을 통해 판매 매출까지 효율성을 개선하는 전문성과 역량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도 투자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네이버와 신세계가 대규모 지분 교환을 하면서 이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라스트마일 배송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까?

네이버는 이마트 점포를 도심형 물류센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전문 업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인근 지역 구매자들에게 단기 배송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는 오프라인 매장은 역할과 기능이 바뀔 수밖에 없다. 백화점(百貨店)도 이름처럼 구색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미 온라인에 ‘천’화점, ‘만’화점이 널려 있다. 월마트가 마트를 물류 기지로 만들고 직원들을 배송원으로 전환시키는 획기적인 조치를 취한 것처럼 도심의 오프라인 매장은 부유층, 관광객, MZ세대 등 명확하게 정의된 타깃 고객들을 대상으로 이커머스 대비 차별적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매장이 아니라면 배송 기지로의 변신 등 이커머스 사업 모델과 연계된 역할 재정의 방향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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