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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집무실(執務室)’ 김성민-정형석 공동 대표

“도심 아닌 집 근처 카페 같은 사무실
일과 삶, 모호한 경계에서 효율성-만족도 쑥쑥”

김윤진 |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도심이 아닌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는 ‘집무실(執務室)’은 사무실과 카페, 회사와 집 사이 어딘가 모호한 ‘경계’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다른 공유 오피스나 카페보다 조용하고, 홀로 사색에 잠기거나 집중하기에 최적화된 이 공간은 코로나19 이후 재택 및 원격 근무 확산 트렌드에 힘입어 2030 직장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위성, 분산 오피스를 구축하려 하는 기업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대기업들이 보유한 유휴 부동산의 디자인 및 운영 관리의 주체로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집무실의 강점은 호텔, 공항 라운지를 방불케 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 공간의 다이내믹스, 가구의 모빌리티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집무실의 지향점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와 공유 오피스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온•오프라인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 나아가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워크 앤드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공유 오피스와 24시간 카페, 스터디룸 등 ‘일할 곳’이 넘쳐나는 시대에 업무 공간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곳이 있다. 도심 한복판이 아니라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며 등장한 스타트업 ‘집무실(執務室)’이다. 사무실과 카페, 회사와 집 사이 어딘가 모호한 ‘경계’에 자리 잡은 이곳은 2020년 8월 서울 정동에 1호점을 낸 지 반년여 만에 개인들은 물론, 원격 및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집에서 걸어서 5∼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도록 주거지역 깊숙이 침투한다는 사업 비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이후 분산, 위성 오피스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동료의 방해를 받지 않고 집 가까이에서 일할 만한 공간을 찾는 직장인과 프리랜서, 자영업자들의 발길을 빠르게 끌어당기고 있고, 2021년 3월에는 KT에스테이트 등으로부터 42억 원 상당의 전략적 투자도 유치했다.

집무실이 처음 주목을 받게 된 까닭은 공간 특유의 색채와 분위기 때문이다. 호텔과 공항 비즈니스 라운지를 연상케 하는 멋스러운 실내 디자인, 창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 오후 8시에 무료로 내어주는 위스키 한 잔과 바 라운지 등이 2030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집무실은 다른 공유 오피스나 카페보다 조용하고, 홀로 사색에 잠기거나 업무에 집중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그러나 집무실의 차별점은 물리적 공간에만 있지 않다. 집무실에 따르면 회사의 진짜 저력은 온라인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인 ‘로켓펀치’와 오프라인 공간 브랜드 전문 회사인 ‘엔스파이어’가 100% 합병을 통해 탄생한 합작품이라는 데서 나온다. 단순히 공간, 즉 좌석이나 방(室)을 개인과 기업에 대여하고 돈을 받는 사업이 아니라 ‘일하는 곳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붙여가는’ 온•오프라인 통합 비즈니스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오프라인에만 의존하는 기존의 공간 사업과는 다르다고 김성민, 정형석 집무실 공동 대표는 강조한다. “비즈니스 인맥 관리 서비스인 ‘링크트인’이 공유 오피스 ‘위워크’를 인수했을 때 어떤 그림이 가능할지 상상해보라. 위워크의 출입과 퇴실을 링크트인 계정으로 관리하고, 오프라인 지점에 발을 들이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비즈니스 프로필을 띄워주거나 온라인에서 연결되게 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등 업무 협업 솔루션, 디지털 비즈니스 콘텐츠, 이동과 식사에 이르는 각종 부대 서비스와의 접점을 제공하고 오피스 내에서 그 혜택을 독점적으로, 혹은 더 나은 조건으로 누리게 해줄 수도 있다.” (김 대표)

오프라인 공간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않으면서 기존과는 다른 비즈니스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는 집무실의 두 공동 대표를 2월, 새로 문을 연 서울 송파구 석촌3호점에서 만났다. ‘성수연방’ ‘안녕 인사동’ 등 감각적인 공간 기획 프로젝트의 브랜딩을 성공리에 이끌어 온 엔스파이어 출신인 두 대표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사무 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업무 공간 혁신을 고민하는 기업과 개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집무실의 비전과 고민을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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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의 공간디자인과 브랜딩 등을 총괄하고 있는 김성민(왼쪽), 정형석(오른쪽) 공동 대표
사진 촬영: 성준기 작가

2016년 처음 집무실 사업을 구상했다고 들었다.

2016년 둘이 함께 도쿄 여행을 갔다가 신주쿠의 푸글렌 카페나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등이 너무 좋아 밤낮으로 찾아갔다. 밤낮의 풍경이 각기 달랐지만 저녁 퇴근길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바 테이블에 앉아 술 한 잔 기울이며 책을 읽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여유롭게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집과 회사, 즉 ‘점’과 ‘점’ 사이 어딘가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경우 스타벅스가 이런 욕구를 잘 풀어주고 있지만 카페 말고도 사람들이 생각을 조용히 정리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 ‘퇴근길에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는 색다른 공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마음이었다. 사우나도 떠올렸을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현실적으로 본업이 있고 실제 운영을 위한 자금력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상표만 등록해두고 추후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왜 이름을 ‘집무실’이라고 지었나?

상표를 등록하려고 국어사전을 뒤져보던 중 ‘집무실’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었다. 사전적 정의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었다. 약간의 반발심이 생겼다. 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만 남다른 공간에서 일해야 하는지, 모두가 특별하고 근사한 곳에서 일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순간 발끈했다. 이와 동시에 누구나 높은 지위에 오른 듯한 기분, 가치를 인정받고 대우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둘이서 처음 브랜드 디자인 회사를 차렸을 때, 자본금에 여유가 없는데도 돈을 버는 대로 대부분을 사무실에 투자했을 정도로 공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무리해서 가로수길에 월 임대료 100만 원짜리 사무실을 냈었는데 괜스레 성공한 기분을 받았다. 약간의 허영도 있겠지만 일이 곧 삶이고, 하루 24시간 중 18시간 가까이 일에 쏟는데 이왕이면 그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멋져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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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이 아닌 집 근처 사무실을 만들자는 발상은 어디에서 나왔나?

우리는 공간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입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는데 작년 초등학교와 중학교, 대학교 동창인 조민희 로켓펀치 대표가 사업을 제안해 왔다. 로켓펀치는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 진출해 온•오프라인을 연동하겠다는 사업 로드맵을 그리고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원격 근무가 본격화하면서 계획이 2∼3년 앞당겨졌다. 많은 기업에서 재택을 허용하면서 사람들이 중심업무지구(CBD, Central Business District)로 모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심이 아닌 외곽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고 집 근처, 주거지역에 업무 환경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다. 주변의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사업이라고 평가해줬다. 이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유니콘을 발굴하는 ‘SK 임팩트 유니콘’ 공모 마감 하루 전, 조 대표와 의기투합해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고 덜컥 선발되면서 발상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집 근처 사무실을 가느니 그냥 집에서 일해도 되는 것 아닌가?

집무실 창업 멤버 중 공교롭게도 아기 아빠들이 많았다. 집에서의 육아가 얼마나 전투적인지 절감하던 타이밍이었고 잠시나마 집 근처로 피신해 업무에만 집중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했다. 꼭 육아 때문이 아니더라도 집에서 온전히 혼자 일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고 봤다.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서 기업들이 100% 사무실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고, 원격 근무를 채택하는 해외 기업들이 글로벌 단위로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선발해갈 텐데 국내 기업들만 기존 ‘9 to 6’ 출퇴근의 레거시를 고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율 근무가 늘어나면 집 근처 업무 공간의 수요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현재 집무실 석촌점을 보면 송파 헬리오시티 등 2만∼3만 세대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상당하다. 이들 지역에선 방문 예약 비율도 높은데 고객 상당수가 아이들을 재우고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밤 9시나 10시가 넘어서 오는 부모들이다. 막연하게 예상했던 주거지역의 수요가 석촌점에서 검증되고 있는 셈이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봐도 잠실, 마포 등 소득 수준이 뒷받침되고 아파트 단지가 과밀화된 일대에 확실히 수요가 몰려 있다.

집무실이 기존 공유 오피스나 카페와 다른 점은?

공유 오피스, 카페, 독서실 등 기존의 카테고리로 묶이지 않는 새로운 공간을 정의하고 싶다. 굳이 표현하자면, 집무실은 일종의 ‘미래형 비즈니스 라운지’다. ‘라운지’를 떠올리면 주로 호텔이나 공항의 고급스러운 공간이 연상된다. 어원을 들여다봐도 ‘한가롭게 축 늘어진다’라는 뜻을 가진다. 집처럼 익숙한 일상의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 호텔이나 공항에 가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듯이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오피스’ 혹은 ‘카페’라고 성격을 명확히 함으로써 선택지를 좁히기보다는 한가롭게 축 늘어졌다가 필요하면 업무도 볼 수 있도록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겠다는 의미다. 집무실은 고정된 1인용 칸막이만 있는 독서실, 완전히 개방된 카페와 달리 자신만의 좌석에 틀어박혔다가 잠시 나와서 돌아다닐 수도 있다. 오늘날 동시에 여러 역할을 하는 N잡러, 부캐들이 뜨듯이 이 애매함, 정체가 모호한 ‘회색분자’라는 게 집무실의 강점일 수 있다.

분산 오피스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협업 제의도 있는지?

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곧 문을 여는 일산 호수공원 4호점은 KT와의 첫 협업 사례다. KT는 유선통신 시절부터 주택가 근처에 수많은 기지국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유휴 부동산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다. 평소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칠 뿐 주거지역 곳곳에 자리 잡은 KT 소유의 건물이 전국에 400여 개에 달한다. KT의 자회사인 KT에스테이트가 이 유휴 부동산들을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노는 공간을 잘 활용해 자산 가치를 높이고 유동화할지가 회사의 오랜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집 근처 사무실을 표방하는 집무실의 론칭을 지켜보던 KT 측에서 이런 기지국들을 개조해줄 수 있냐고 제안해 왔다. 실제로 이런 기지국은 고철화된 통신장비, 배관, 70년대 공사 도면 등 과거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 소재로 쓰기에도 좋고 스토리텔링 측면에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가진 기업들과 집무실이 협업하면 방치돼 있던 공간에 콘텐츠를 더해 이야기가 있는 근사한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기업들의 유휴 공간을 집무실이 운영한다는 건가?

그렇다. 아마 연내 시범적으로 프로토타입 지점을 2∼3개 열어보고 공간 활용도와 자산 가치가 극대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확인되면 더 많은 지점으로 협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집무실은 운영의 주체가 돼 수익을 나누는 모델이다. 사실 대기업들은 분산 오피스를 구상할 때 주로 내부 직원용으로 국한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반해 우리는 실제 외부 시장의 수요에 반응해 애자일하게 움직이고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용자 만족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의 스마트오피스사업 TF(태스크포스)도 최근 먼저 협업을 제의해 왔다. 현재 서울 시내에 약 300명 정도 인원을 수용하는 거점 오피스들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보다 작은 단위의 소규모 지점들은 집무실과 함께 운영해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아직 논의 단계이지만 만약 SK텔레콤과 협업하게 된다면 집무실 공간에 IoT와 결합한 스마트 솔루션을 입힐 수도 있을 것이다.

집무실의 공간 디자인에 있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공간의 다이내믹(Space Dynamic)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해보면 생각보다 한 자세로, 한곳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떨 때는 허리를 펴고 꼿꼿하게 긴장감을 느끼며 일하길 원하고, 어떨 때는 소파에서 누워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하고 싶어 한다. 자기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돌아다니고, 하이 스툴 의자같이 높은 곳에 걸터앉기도 한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코르뷔지에는 ‘모듈러(Modular)’란 인체 치수를 설계에 도입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자세로 일하고 쉬고 사유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건축물인 마르세유의 유니테 다비타시옹 등을 보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을 효율적으로 모아 놓고도 생활의 편의나 경험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는 인체공학적으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편안한 자세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집무실에도 바닥의 높낮이를 조절하기 위해 단차를 주고, 창가에도 자리를 내는 등 인간 신체에 맞는 공간 경험을 줌으로써 업무 능률을 극대화하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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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의 가구도 직접 제작했다는데?

직접 제작한 3가지 워크 모듈(Work Module)은 집무실의 무기와 같다. 전면의 시야가 확 트여 있고 격식 없는 분위기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개방형 좌석 ‘네스트(NEST)’, 이쁘고 감성 넘치는 곳에서 업무 효율이 극대화되는 분을 위한 감성형 좌석 ‘하이브(HIVE)’, 화상회의가 잦고 독립된 집중 업무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형 좌석 ‘케이브(CAVE)’가 있다. 사람들이 업무 방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파티션이나 조명의 위치를 달리하는데 케이브의 경우는 업무 몰입을 극대화하기 위해 파티션을 높게 세우고 아치형 구조를 만들어 동굴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연출했다. ‘더 동굴같이 만들어 달라’는 고객 피드백에 높이를 1.5m에서 1.9m로 올리기도 했다. 현재 가구 설계가 7번째 버전일 정도로 계속해서 개선,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0% 자체 제작한 이 워크 모듈의 최대 강점은 바로 ‘모빌리티’다. 현장에서 바로 조립 제작을 할 수도 있고, 몸통 하부에 바퀴가 달려 파티션을 접어가면서 바로바로 공간에 배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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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의 모빌리티는 왜 중요한가?

지점별 고객의 수요나 피드백에 따라 가구를 자유자재로 재배치하고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점과 석촌점은 가오픈을 했다가 다시 문을 닫고 개장 일정을 늦춰가면서까지 공간 설계 도면을 완전히 수정했다. 사업 초기에는 멤버십보다는 지정석 등 좌석 단위 영업을 더 비중 있게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3.3㎡당 많은 좌석을 배치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독서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공간이 삭막하고 빡빡하다는 지적이 있었기에 좌석 수를 줄이고, 그 대신 공간 중앙에 바 스테이지(Bar Stage)를 만드는 등 라운지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 이렇게 발 빠르게 가구 배치를 전면 수정할 수 있었던 것도 워크 모듈의 분해와 조립, 이동이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향후 플래그십 모델들의 운영이 안정되고 집무실 브랜드의 색채가 잘 확립되면 빠른 속도로 확장이 이뤄질 예정인데 워크 모듈 덕분에 한 매장당 2주면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시공에만 5∼6주, 설계까지 포함하면 2∼3개월이 소요되는 다른 공유 오피스와 비교해 확장 속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위스키처럼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위스키나 다과는 집무실의 크루(직원)들이 고객들에게 다가가서 한마디라도 더 건네고, 취향을 기억해주고, 대우받고 있는 느낌을 전하기 위한 장치이다. 형태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이런 서비스는 계속될 것이다. 가령 집무실에 향후 명상의 방을 만들어 아침 시간대의 사색을 돕는다면 크루가 술 대신 차 한 잔을 내어줄 수도 있지 않겠나. 집무실이 1인이 쓰는 공간이라 자칫 삭막하거나 외로울 수 있는데 이런 단점을 완화하고 ‘집무실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찌 보면 전부 비용이지만 우리는 이를 마케팅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른 공유 오피스 광고들을 보면 천편일률적이고 ‘강남에 내 사무실을 가져보세요’라는 문구나 ‘월 임대료 얼마’ ‘몇 % 할인’ 등 가격을 앞세운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보다는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소문을 내고 지인을 데리고 오도록 유도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무인 오피스를 추진하다가 직원을 두게 된 까닭은?

공간에 매력을 더하는 마지막 요소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사람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로 철저히 교육해야 할지 개념조차 없었다. 다만 오후 8시 위스키 한 잔을 주는 리쿼(liquor) 타임이나 오후 3시 다과를 주는 슈가(sugar) 타임을 운영하면서 이를 보조하는 크루(직원)를 지점당 1명씩 채용했을 뿐이다. 그런데 리쿼, 슈가 타임이 호응을 얻고 그 자체로 마케팅 효과를 거두자 고객 경험을 고도화하고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사람’의 중요성이 점점 눈에 들어왔다. 일본 도쿄 푸글렌 카페나 츠타야 서점에서 좋은 경험을 했던 것도 그 공간의 주인을 자처하며 자리를 지키던 바 테이블 매니저, 20∼30년간 와인을 다뤄 온 컨시어지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이에 조주 기능사인 집무실 운영팀장을 주축으로 크루들에게 주류와 관련된 지식을 가르치는 등 고객들을 상대로 최상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일회성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서비스업에 전문성이 있는 직원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상주하게 하고 고객을 진정한 집무실의 팬으로 만들었다.

24시간 운영되는데 업무 시간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유입되나?

리쿼 타임 덕분에 심야시간대 유입도 많이 늘었고, 이용 시간이나 요일 등이 생각보다 골고루 분포돼 있다. 과거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던 시절, 밤샘 업무를 할 일이 많아 새벽에 퇴근하고 24시간 카페에 자주 갔는데 새벽 2∼3시가 넘도록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곤 했다. 이렇게 사람마다 일하는 시간대가 다른 만큼 이른 아침에 하루 루틴을 시작하는 사람부터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까지 전부 흡수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요새 실제로 집무실 고객을 보면 아침에 조용히 명상만 하고 가는 사람도 있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집무실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 중 돈가스 외식 체인을 5개 운영하는 사장이 있는데 온종일 고기를 튀기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야 집무실로 퇴근한다. 그는 자녀들이 없는 조용한 곳에서 장부를 정리하고 신문이나 책을 읽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이 공간을 찾았다.

1인 근무에 최적화돼 있어 코워킹 스페이스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 집무실은 애초에 이용자들의 협업보다는 각자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혼자 일하는 걸 편안하게 느끼고,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물론 함께 일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서 오는 가치가 분명히 있겠지만 어설프게 코워킹을 표방하면 브랜드가 무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랜드를 명확히 정의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공유 오피스에선 종종 피자나 맥주를 먹으며 네트워킹하는 파티들이 열리는데 모르는 사람들을 사귀고 어색하게 대면하는 것에 별다른 가치를 못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가끔 이런 네트워킹 이벤트에 대한 문의가 오더라도 ‘우리는 조용히 머리를 식히거나 영감을 얻어가고 싶은 분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그 대신 원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온라인상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클럽하우스 열풍을 봐도 오늘날에는 상호작용과 네트워킹이 온라인 공간에서 더 활발히 일어난다. 오프라인은 1인 근무를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온라인에서 협업 체계를 탄탄하게 구축하려 한다.

로켓펀치와 파트너십을 넘어 100% 합병까지 하게 된 경위는?

SK 임팩트 유니콘 공모전에 지원할 때 2개 이상의 사업 연합체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물리적 결합을 해야 한다는 공모 요건이 있었다. 로켓펀치는 오프라인 진출 경험이 없어 실제 오피스를 구현하려면 파트너가 필요했지만 기꺼이 지분을 섞을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우리는 조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집무실 사업을 구상해 본 경험이 있었고 재택근무 확대라는 시대적 조류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퇴근길의 마침표’라는 막연한 구상이 입지 기반의 ‘집 근처 사무실’로 명쾌하게 정의되는 느낌이었다. 더욱이 우리는 물리적 공간, 하드웨어를 디자인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만 했지 어떤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고,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짜야 할지에는 무지했는데 이런 빈틈을 채울 기회라는 확신이 들어 합병을 추진하게 됐다.

어떤 식의 온•오프라인 통합 시너지가 기대되는가?

링크트인과 위워크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직관적으로 와 닿을 것 같다. 온라인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 오피스를 더하면 물리적 공간을 같이 쓰는 사람들과 연결될 접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훨씬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공유 오피스처럼 대면 네트워크 파티를 열진 않지만 언제든 원하면 온라인으로 대화를 건네거나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로켓펀치와 집무실의 가입 계정이 같으므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출입과 퇴실을 관리하고 체크인한 사용자들도 현재 자신이 위치한 지점에 누가 있는지, 다른 지점에 누가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면 앱을 리모컨처럼 사용하면서 공간의 혼잡도나 빈 좌석의 유무를 사전에 확인하고, 손님을 초대하고, 조명이나 주변 환경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기반 사업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약점인데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

단순히 시간제로 좌석 이용료를 받는 것을 넘어 온•오프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에 대한 통합 멤버십을 운영할 계획이다. 집무실의 모든 지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의 가격은 월 3만3000원으로 정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지불할 의향이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 구독료의 상한을 이 정도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합 멤버십에 가입하면 똑같은 월 3만3000원으로 링크트인 프리미엄과 비슷한 로켓펀치 프리미엄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 어느 회사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비즈니스 프로필을 검색했는지, 입사 희망 회사에 지원한 경쟁자들은 누구인지, 지원자들은 어떤 직무를 노리는지 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사치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워크 앤드 라이프스타일(Work & Lifestyle)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포괄함으로써 ‘일하는 사람이 하나쯤 소지해도 좋은 멤버십’으로 포지셔닝하는 게 목표다. 멤버십 회원들만 볼 수 있는 독점적인 디지털 비즈니스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대용량 파일 전송처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식사 해결을 위한 샐러드, 간편식 배송 등 여러 부대 서비스도 붙일 수 있다.

왜 지정석을 판매하다 멤버십 기반의 시간제 모델을 도입하게 됐나?

먼저, 비즈니스 관점에서 단순히 지정석을 판매하는 모델은 좌석 수만큼만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어 비용이 많이 들고 확장 속도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멤버십 구독 모델을 채택하면 오프라인 좌석 수의 몇 배수를 멤버로 확보할 수 있기에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정동점의 경우 이용자가 좌석 수의 4배 정도이며 궁극적으로 좌석 수의 7배에 이르는 멤버십 회원들을 확보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소비자 관점에서도 지정석 판매 모델의 경우 한 좌석당 내야 하는 가격이 월 30만 원 수준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언제 재택근무가 끝나고 오피스로 돌아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내기 어려운 금액이다. 그런데 시간제 모델에서는 1시간 이용은 무료이고, 추가 시간당 3300원이면 되기 때문에 6600원이면 하루 3시간 집무실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카페보다 비싸긴 하지만 ‘스타벅스보다 일하기 좋은 곳’으로 각인된다면 선뜻 지갑을 열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월 단위로 봤을 땐 멤버십에 가입하고 하루 3시간 집무실에 머물다 가는 사람의 경우 집무실 이용료에 약 월 8만5000원 정도를 쓰게 된다. 물론 여전히 사치재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도 처음에는 사치재였다가 점점 범용재가 됐듯이 집보다 나은 업무 환경, 대우받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나중에는 원격 근무 시대의 범용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의 계획과 궁극적인 비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고, 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제공하는 워크 앤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제대로 만들고 싶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집무실의 공간 경험과 철학을 제대로 보여줄 만한 플래그십 지점 5∼6개를 잘 정착시킨 뒤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처음 의도대로 주거 단지들을 겨냥한 제너럴(general) 지점들을 많이 늘려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점을 ‘복사-붙여넣기’식으로 복제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지점 단위로 디자인과 워크 모듈에 계속해서 변주를 주고 각 지점이 다른 공간으로 인지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보려 한다. 소재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특색을 살릴 수 있다. 나중에는 오피스를 도심 밖으로 ‘꺼내는’ 것을 넘어 양양 서핑 해변처럼 멋진 장소, 혹은 국가가 관리하는 역사적인 공간들에도 집무실을 냄으로써 정말 언제, 어디에서나 일과 삶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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