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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 전환 기업의 헬릭스 적용 사례

‘헬릭스’는 애자일 주행 돕는 보조 바퀴

김석집 | 293호 (2020년 3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애자일의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애자일에 대한 의심과 푸념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이자 철학으로서의 애자일에 대한 몰이해와 한국 기업 특유의 조급함으로 인해 애자일이 제대로 작동하는 조직이 드물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경영계에서는 “애자일은 한국 기업에 맞지 않다”는 식의 푸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이 ‘헬릭스’다. 헬릭스는 애자일을 대체하는 새로운 조직 운영 방법론은 아니다. 오히려 애자일 조직화를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한 보조 역할을 하는 조직 운영 시스템이다. 헬릭스는 애자일 조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애자일 조직 리더들의 업무 로드를 줄여 복수의 리더가 업무 관리와 조직 운영의 방향성을 함께 정하고 관리해 나가는 방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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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경영계에서 애자일 열풍이 불면서 너도나도 애자일 조직 전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들이 생겼다. 그러나 실제 애자일 전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전체를 애자일하게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애자일’이 경영의 도구가 아닌 기업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 경영진, 팀 리더, 그리고 구성원들이 애자일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애자일하게 일하는 역량을 갖춰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경영진은 변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애자일 전환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거나 학습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들이 솔선수범해 변화를 이끌고 조직원들의 마인드세트의 변화를 독려해야 하지만 뒷짐만 진 채 “애자일이 인기라고 하니 한번 도입해봐” 하는 식으로 직원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니 조직문화가 제대로 변할 리 만무했다. 여기에 더해 리더들 특유의 조급함이 애자일 전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실제 필자가 애자일 컨설팅을 진행한 한 국내 화장품 회사 CEO에게 “성공적인 애자일 전환을 위해서는 긴 시간을 갖고 조직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자 그 CEO는 난색을 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우리도 MS처럼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하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규모도 작고,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큽니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빠른 시장 변화와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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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Helix)를 고민하게 된 이유

필자가 헬릭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리더가 비단 이 화장품 업체 CEO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들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하고 기민한’ 조직운영 체계는 무엇일까? 필자와 동료 컨설턴트들은 다양한 방식의 조직 운영 체계를 고민해 보았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즉시 실행 가능한 ‘유연하고 기민한’ 조직 운영 체계였다.

참고로 필자와 필자의 동료들은 즉시 실행 가능한 ‘유연하고 기민한’ 조직 운영 체계를 찾기 위해 많은 이론과 사례를 검토했고,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조금은 허무맹랑한 개념까지도 스케치하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했다.

헬릭스는 ‘나선’이라는 의미로 3차원의 기하학적 형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각각의 선이 만나는 점이 늘 존재한다. 필자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회사 내부에 애자일이 여러 개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각각의 애자일 조직의 목적은 결국 조직 내 의사결정의 애질리티(Agility)를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는 애자일 조직을 엮어 주는 ‘선’들이 있다면 애자일 조직에 기대하는 효과도 얻으면서, 동시에 실패 리스크도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중소•중견기업들의 특성상 애자일 조직의 리더가 조직 내부에서 처리해야 할 다양한 직무에 대한 경험 부족뿐만 아니라 직무에 대한 세부적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지 않아 애자일 조직 내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결정을 주저하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럴 경우 과거처럼 위로, 위로 보고의 절차를 밟게 되는 경우도 많다. (국내 기업에는 실제로 이렇게 운영되는, 무늬만 애자일 조직이 상당히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회사 내 복수(複數) 애자일 조직의 리더를 조직 내부에 배치하는 것이 아닌, 조직 밖으로 빼내고 각 리더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고안해 낸 것이다. 여러 애자일 조직을 동시에 관리하고, 리더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애자일 조직 및 조직 내 기능 담당자들의 업무수행 상황 등을 함께 점검하고 ‘목표’와 실행되는 ‘과업’을 지속적으로 ‘정렬’시켜주는 역할을 맡아 애자일 조직 내 구성원들이 보다 목표지향적으로 업무에 몰입해 나가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자율성이 강조되는 애자일 조직에서 기업의 목표와 애자일 조직의 과업을 정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헬릭스’ 조직 운영 체계 도입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

필자의 고객사가 ‘헬릭스’ 조직 운영 체계 도입을 검토하면서 최종 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아래 다섯 가지였다.

1.중장기 전략-리더-애자일 조직 간의 연결고리가 확보되는가?
애자일 조직 특성상 ‘자율성’이 보장되고 ‘실패’에 관대해지다 보면 기업이 설정해 놓은 중장기 비전 및 전략 방향에서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중간에서 점검하고 조율해 나가는 것이 ‘헬릭스’ 조직의 리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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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애자일 조직 내 구성원들이 달성해야 할 목표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운영 체계인가?
실제 기업에서 애자일 조직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 중 하나가 의사결정에 대한 부담감이다. ‘헬릭스’ 조직 복수(複數) 리더들의 협의 과정과 의사결정 지원은 구성원들이 본연에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도움을 줄 것이다.

3. 애자일 조직 간 충분한 상호작용이 일어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가?
조직 전체의 운영방식과 애자일 조직이 충돌되거나 같은 목적, 그리고 동일 주기의 스프린트를 운영해 나가는 여러 애자일 조직 간 소통의 브리지 역할을 헬릭스 조직의 리더가 해나가야 한다.

4.애자일 조직이 기존의 TF(Task Force) 조직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보통 TF는 본업과 병행하거나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애자일 조직은 기존에 본인이 속했던 조직의 일과 완벽하게 분리돼야 한다. 그리고 애자일 조직에서 수행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평가/보상을 받을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이 확보돼야 ‘몰입’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성과’가 창출될 것이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하면 결정적인 순간 안전함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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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내부적으로 헬릭스 조직 운영 체계를 지원(Support)할 수 있는 충분한 리더들이 존재하는가?
이러한 조직 운영 과정을 통해 자율성이 담보된 ‘애자일’ 조직 운영 체계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인가?

‘헬릭스’ 조직의 리더들에게 시간관리, 품질 통제, 소통 및 피드백 역량이 강조될 것이다. 당장 이런 역량을 갖춘 리더가 부족하다고 걱정만 하지 말고 조직 내 가능성 있는 직원들에게 경력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역량에 대해 미리 준비시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전에 준비해 둔 만큼 향후 필요한 순간에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리더가 준비돼 있을 것이다.

위의 다섯 가지 판단 기준은 고객사에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도 다시 한번 검토해 보고, 질문 중 한 가지라도 ‘Yes’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현 운영 체계를 근본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


위의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해서 ‘Yes’라는 답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 체계(Agile Management System)를 준비해야 하고, 준비가 됐다면 즉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고객사는 우선적으로 ‘헬릭스’ 조직 운영 체계 안에서 ‘애자일’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 후보군을 선정했고, 선정된 소수의 핵심 리더가 모여 ‘헬릭스’ 조직 운영 체계의 다섯 가지 체크 리스트를 기반으로 운영의 목적과 룰을 명확히 설정한 뒤 한 분기 동안 운영될 애자일 조직들의 개별 및 통합 목표를 수립했다. 사실 초반에는 ‘헬릭스 운영 체계가 과연 제대로 운영될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헬릭스 조직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애자일 조직 간의 시너지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유연하고 기민함’과 ‘성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필자의 고객사는 ‘헬릭스’ 조직 운영 체계 도입 이후, 기대했던 여러 가지 효과를 얻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 리더들의 역량 수준이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 기존에는 CEO 및 소수의 임원들의 의사결정이 없으면 업무 진행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헬릭스’ 리더들 간 지속적 협의를 통해 구성원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팀 내 자발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수준으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리더들의 역량 수준이 독자적 ‘애자일’ 조직을 운영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향상돼 독립된 애자일 조직도 시범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애자일’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만족도도 기존 조직 운영 체계 대비 향상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기존 대비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고 구성원들은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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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자일’과 ‘헬릭스’의 성공을 위한 본질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헬릭스는 새로운 조직 운영 체계라기보다는 애자일 조직화를 보완하는 하나의 도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애자일이 단순히 방법론이 아닌 철학이자 문화이기 때문에 이를 도입하는 조직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헬릭스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보조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애자일의 본질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실천하는 것이 ‘자기주도 학습’이며 애자일이다. 애자일 팀 내에서 실시간으로 업무 상황이 공유돼야 하고, 애자일 팀 구성원 간 동일한 수준의 업무 이해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같은 주기로 움직이는 다른 애자일 팀들과 소통하고 시너지까지 창출한다면 기업은 반드시 변화/혁신에 성공할 것이고, 시장 내에서 고객의 니즈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충족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다.

헬릭스는 아직 국내 기업들에 많이 소개되거나 적용된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애자일한 조직의 변화가 필요하나 선뜻 도입하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기존에 애자일 방법론을 조직을 도입했다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한 대기업에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헬릭스’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뒷바퀴에 달려 있는 보조 바퀴, 또는 높은 산을 등반할 때 등반을 도와주는 ‘셰르파(Sherpa)’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긴 변화의 여정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거나, 아직 내부적 변화 준비가 덜 돼 있거나, 도입의 실패 리스크를 고민하는 기업들에 ‘헬릭스’는 ‘애자일’한 조직의 변화를 도와줄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김석집 네모파트너즈 인사조직 부문 CEO sjk@nemopartners.com
필자는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인사조직을 전공했다. 2003년 HCG에서 인사조직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인싸이트그룹을 공동 창업했다. 2008년부터 네모파트너즈에서 인사조직 컨설턴트로 다양한 고객사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숙명여대 경영대학원에서 초빙 교수로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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